어제 친구와 고기 뷔페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통풍 걱정은 잠시 제쳐놓고, 배 터지도록 먹고 마셨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소재가 직장 뒷담화입니다. 친구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특히 제일 불만이 많았던 것이 일요일 출근이었습니다. 친구는 지난주부터 일요일에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이틀 전인 일요일에도 출근했다고 합니다. 친구의 직장은 원래 주6일제였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작업량이 갑자기 늘어났고, 푹 쉬어야 할 일요일에도 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친구는 회사가 평소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유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직원들이 주말 촛불 집회에 가는 걸 막으려고 회사 윗선이 직원들을 주말에도 일하게 시키는 것 같다.”

 

저는 처음에 친구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냥 가벼운 농담으로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친구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다니는 회사가 SK의 협력 업체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SK 회장은 국정특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80억 원의 기금 출연 요구를 받았으나 사업 계획 내용이 부적절해서 지원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SK재벌도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논란에 피할 수 없습니다. 재벌 입장에서는 임직원들이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임직원들마저 촛불 집회 열기에 동참하게 되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으니까요.

    

 

 

 

 

오늘 점심 이후에 Theodora님이 서재에 공유한 보도문을 접했습니다. 그 보도문 내용에 따르면 이마트가 대통령 하야 배지를 단 직원에게 징계를 내리려고 했습니다. 이마트 노조는 이 사실을 공개했고, 이마트 측은 하야 배지를 유니폼에서 떼어 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 징계를 주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직원 개인의 정치적 의견은 존중하지만, 근무 중에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회사 전체의 입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측과 노조 측, 양자 입장을 살펴보면서 갈등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분석해봤습니다. 사측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직원의 배치 착용으로 인해 회사 이미지가 악영향을 받을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최근에 홈플러스 매장 직원들이 하야 배지를 착용한 것을 비난하는 글이 홈플러스 고객센터에 올라온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측은 배지를 착용한 직원의 등장에 예민하게 생각했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언급한 관리파트장이 회사 직원에게 강압적인 태도로 회사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말한 게 노조 측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결정적 원인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직원에게 근무 중 배지를 착용하면 안 된다는 회사 내 규칙을 언급하고, 일차적으로 주의를 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측은 회사 규정 내용을 언급했고, 해당 직원이 그 사실을 확인하며 배지를 떼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당 직원은 관리파트장의 말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마치 회사가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사측이 해명한 것처럼 근무 중 배치 부착이 불가능하다면 직원들이 근무 중에 사랑의 열매배지도 착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월호 리본 배지도 달지 못합니다. 과거에 사측이 사랑의 열매 배지, 세월호 리본 배지, 심지어 박근혜 배지를 착용한 직원에게 단 한 번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면, 대통령 하야 배지 착용 직원에게 징계를 준다고 언급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직원 한 사람이든 여러 사람이든 하야 배지를 착용한 채 근무한다고 해서 매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박근혜 지지율 5%가 하야 배지 착용한 직원이 일하는 매장을 비난하고, 불매 운동을 벌여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사모나 샤이 박근혜를 제외한 사람들은 이번 국정농단의 심각성을 깊이 깨닫고 있으며, 박근혜가 대통령직에 물러나 죗값을 받도록 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마트는 고작 5%에 불과한 지지율의 위력이 무서웠거나 아니면 그 5%의 지지율이 자신들 매출에 기여하는 콘크리트 구매율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하야 배지 착용을 제한한 이마트를 친박기업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이마트가 불명예스러운 오명에 벗어나려면 박근혜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착용한 직원을 발견하는 즉시, 징계를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친박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떼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박근혜 배지를 착용하면서 일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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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06 21:06   좋아요 2 | URL
제가 다니는 직장은 대학교 내 사무실이라서 교수들과 자주 만나는 일이 많습니다. 당연히 정치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일부러 피합니다. 대학교가 경북 지역에 있다보니 교수 대부분이 친박 꼰대입니다. 그분들은 박근혜 정치가 엉망인 걸 알면서도 야당을 믿지 못한 건지 아니면 혼란스러운 정국이 두려워서인지 촛불 집회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입니다.

stella.K 2016-12-0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지 말아야 할 일들을 버젓이 자행하는구나.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치사하다니까.
지금 순실이 때문에 국가 신용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최순실 때문에 이게 뭔가 싶다.
애국을 해도 부족할 판에 그 일당들은 나라도 팔아먹겠다 싶어.ㅠ

cyrus 2016-12-06 21:11   좋아요 0 | URL
세월호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뉴스를 봤어요. 솔직히 이런 사람을 끝까지 지켜야 할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박사모와 자칭 보수 친박 세력들은 노답입니다. 그들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어요.

:Dora 2016-12-06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4월 총선 투표 전까지 세월호 뱃지 다는 게 쉽지 않았었죠. 경복궁에서는 씨씨티비로 뱃지를 단 입장객을 감시까지 했었다네요. 촛불집회 이후 모든 게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걸 체감합니다. 그들이 뻔뻔하게 나오거나 은근슬쩍 말을 바꿀수록 촛불은 더 타오를 듯 합니다.

cyrus 2016-12-06 21:29   좋아요 1 | URL
제 주변에 박근혜, 새누리당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대구에도 평일 집회가 열릴 정도로 박근혜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Conan 2016-12-08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구나 춘천같이 과거에 여당의 성지로 여겨졌던 도시들이 최근에 오히려 탄핵요구에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느껴지는 배신감의 크기가 큰 것 이겠지요~

cyrus 2016-12-08 16:15   좋아요 1 | URL
저는 대구 토박인데도, 항상 1번만 바라보는 대구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대구 사람들이 정치적 입장에 대한 변화를 많이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이번 박근혜 게이트 계기로 대구 사람들이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 내년 대선 때 1번 찍으면 진짜.. 정말 답이 없는 지역입니다. ^^;;
 

 

 

 

원래 올해의 기록인증샷을 올리지 않는 성격인데요, 넘나 신기한 것이 있어서 공개합니다.

 

 

 

 

 

 

이름이 없고, 사진도 없는 빈 칸의 정체가 뭘까요?

‘unknown’일까요?

 

 

 

 

 

 

 

 

 

빈 칸을 클릭하면... 정말로 ‘unknown’입니다...

‘unknown’은 최근에 책도 냈어요. 제목은 <등록안된당....> 그것도 16년 전에...

 

 

 

 

 

 

 

<등록안된당....>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클릭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등록안된당....>은 두 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두 권 모두 품절입니다.

    

 

알라딘 버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제가 사랑한 작가는 버그입니다.

    

 

제목 네이밍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네이밍 센스가 좋군요.

<새누리당>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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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웃습기도 하고..버그 작가 ㄷㄷㄷㄷㄷ

cyrus 2016-12-02 14:51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연말을 맞아 저를 위해 재미있는 버그 하나를 투척하였습니다. ㅎㅎㅎ
이거 인증하라는 알라딘 로직의 계산된 큰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

푸른희망 2016-12-02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냥 웃으면 되는거죠?
버그작가라니~~~

cyrus 2016-12-02 15:04   좋아요 0 | URL
서재 활동하면서 이런 버그는 처음 봤습니다. ^^;;

잠자냥 2016-12-02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그라는 작가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cyrus 2016-12-02 17:4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가 버그를 많이 발견해서 이런 경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6-12-02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가끔 cyrus님과 알라딘은 서로 사랑하지만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느낌ㅋㅋ

cyrus 2016-12-02 17:48   좋아요 0 | URL
저와 알라딘과의 관계를 아주 잘 표현했습니다. ^^

stella.K 2016-12-02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너 센스 있당!ㅋㅋㅋㅋㅋ

cyrus 2016-12-02 17:5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 것 같습니당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12-02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습니다..

cyrus 2016-12-02 17:52   좋아요 0 | URL
이런 사소한 것에 여러분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

aladinservice 2016-12-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통계 담당자입니다. 신고 감사드립니다. 현재는 오류를 수정하여 정상적으로 값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6-12-07 12:49   좋아요 0 | URL
어제 오류 수정된 통계 정보 확인했습니다. 고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명저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The Making of Economic Society, 약칭 자본주의’)는 원래 박사학위 제출 논문이었다. 하일브로너는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로 이 책은 지금까지 13번의 개정과 보증이 이루어졌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온 지 무려 29년 만에 10판이 나왔고, 2001년에 11판이 나왔다. 하일브로너는 12판을 위한 개정 작업을 착수한 200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빈자리를 채워 준 윌리엄 밀버그 덕분에 미완성으로 남을 뻔한 12판에 이어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다룬 내용이 추가된 13판까지 나올 수 있었다. 13판은 2011년에 나왔고, 올해 출간된 자본주의개정판은 13판을 옮긴 것이다.

 

경제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만큼 경제 환경은 급변하기 쉽다. 하일브로너는 자본주의를 시시때때로 변하기 쉬운 사회조직으로 이해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도 그 연장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생전에 하일브로너는 1929년 대공황을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고하는 위기 신호가 아닌 자본주의 특유의 역동적인 변화 신호로 봤다.

 

자본주의13판은 자본주의의 자체의 역동성이 충분히 반영된 책이다. 13판이 정식으로 출간된 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경제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밀버그는 13판에 있는 내용을 수정한 14판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1장 주석에 이런 내용이 있다.

 

중국은 2001년에 WTO에 가입했으며, 러시아는 아직 비회원 참관국이지만 조만간 WTO에 가입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자본주의》13판 11장 후주 557)

 

자본주의13판을 번역한 홍기빈 씨와 출판사 편집자들은 책 뒤편에 있는 후주(後註) 목록을 꼼꼼하게 교정하지 않은 듯하다. 밀버그가 13판 개정 작업을 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WTO 비회원 참관국이었다. 그러다가 이듬해 822일 러시아가 15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13판 개정 작업을 완료한 밀버그는 러시아가 WTO에 가입할 거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홍기빈 씨와 책임 편집자는 후주 내용을 그대로 옮길 것이 아니라 13판 원서의 한계를 설명하고, 러시아가 WTO에 가입한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

 

 

 

 

 

 

 

 

 

 

 

 

 

 

 

 

 

 

자본주의2장은 중세의 경제 사회를 설명한 장이다. 여기에 중세 유럽의 길드(guild, 상공업자들의 조합)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도제는 장색이 될 수 있고, 장색이 된 뒤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를 발휘하여 그만의 걸작을 완성시킴으로써 일가를 이룬 완벽한 대장인의 지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자본주의》 13판 287)

 

2장 87쪽에 대한 후주 (546쪽) : 이들은 모두 남자들이었다. 여성은 하녀로서가 아니면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다

 

걸작(masterpiece)’은 중세 길드에서 유래된 단어다. 도제를 거쳐 직인이 되고, 직인에서 장인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걸작에 부합되는 결과물을 제출했다. 그러면 길드를 대표하는 훌륭한 장인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하일브로너는 2장을 집필하기 위해 아일린 파워의 중세의 사람들을 참고했다. 그런데 파워의 또 다른 명저 중세의 여인들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길드는 남성 상공업자들이 자신들의 친목 도모와 결속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연히 여성의 길드 가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길드가 여성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는 남초 집단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파워도 중세의 여인들에서 남성들만의 모임으로서의 길드를 이해하는 관점에 반박했다. (이종인 역, 105쪽 참조) 길드 조합원의 아내와 딸은 조합원 내의 업무를 도울 수 있었다. 장인의 딸도 도제를 받을 수 있었고, 도제 과정을 수료한 미혼 여성은 팜므 솔르(femmes soles)’라는 지위를 받아 일했다. 하지만 길드 장인의 아내와 딸, 혹은 과부가 길드 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뿐, 일반 여성이 정식 길드 조합원으로 대접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파워의 설명을 근거로 546쪽 후주의 내용을 새로 고친다면, ‘여성은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길드 조합원 혹은 장인의 아내와 딸은 길드 활동이 가능했다라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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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23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론이야 제차 하더라도 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게속 증보된다는 게 참 대단한 공부입니다...우리나라 학위 받는 사람도 많을 텐데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잘 없거든요...

cyrus 2016-11-23 16:24   좋아요 1 | URL
하일브로너가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책을 써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많이 얻었어요. 그런데 과거에는 대학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대중 서적을 내는 일이 전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보수적인 학자들은 하일브로너의 저술 활동을 부정적으로 봤고, 하일브로너의 지도교수들은 그의 학위 수여를 거부했습니다. 1950년대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런 이상한 편견이 남아있어요. 성과 위주의 사회제도 때문에 교수 명함을 달고 있는 학자들은 어려운 책만 쓰고 있습니다. 장하준 같은 학자들이 많아야 합니다.
 

 

 

* [나는 은교가 아니다여성이고 사람이다] 서울신문 20161111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1&aid=0002773146

 

 

* [일부 참석자 "우리를 룸살롱 취급하냐" 성추행 제기 여성에 반박]

조선일보 20161023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221861

 

    

 

하 수상한 시절이라서 그런지, 출판계 쪽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잊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 논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을 최초로 언급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글을 반박하는 입장도 있어서 양측의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박 작가는 해당 출판사의 직원에게 프리랜서의 글을 내리라고 지시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프리랜서 편집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프리랜서 편집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출판사의 태도는 논란을 은폐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바닥 좁다쉬쉬하던 출판계 성폭력공론화] 일다, 20161116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7&aid=0000005451

 

 

조직 내 성희롱 은폐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이럴 때 더욱 민감하고 명확하게 처리돼야 합니다. 성희롱은 개인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 성희롱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이러한 가벼운 생각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환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출판사 쌤앤파커스, 사내 '성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

시사위크 2014922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44

 

 

2014년에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상무가 수습사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출판사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서, 출판사 대표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다르게 박 작가 논란에 관련된 출판사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문제 출판사가 인지도 높은 대형 출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 직원이 직접 댓글을 남겨 편집자가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특정 출판사라 추측, 단정 짓고 말았습니다. 이건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논란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는 특정 출판사에 향한 추측성 비난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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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7 13:02   좋아요 1 | URL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문투성이만 남으니까 사건과 관련 없는 출판사들이 오해받습니다.

stella.K 2016-11-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난 그렇게 보지는 않는데....
이게 말마따나 추측성이라면 회사가 직접 해명을 하고 나서야 할꺼야.
그런데도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잖아.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해명은 반드시 필요한 거 아닌가?

그리고 프리랜서 계약직이라고 해도 회사와 계약하고 있는 동안은
회사 직원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어.
그 회사 일을 해 주는 동안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고
그 사람이 작가로부터 수치심과 모욕을 당했다면 그에 대한 합의와
보상이 회사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프리랜서 계약직이니까 역시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가 맘대로
해도 된다...? 이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작가가 갑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고.
모욕이나 수치심은 주는 사람은 몰라. 받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지.
나는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었어 발뺌하면 단가? 그건 아니잖아.
당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그리고 회사가 이런 일 자체에 연루 돼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불명예 준 알고 신속히 위기에 대처해야지.
뭐냐,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뭐 그런 고답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더군.

cyrus 2016-11-17 15:18   좋아요 0 | URL
프리랜서 편집자의 입장을 알린 보도문이 서울신문 외에는 보이지 않아서 출판사가 어딘지 정말 궁금해요.

오늘 오전에 문학동네 직원이 알라딘 계정으로 댓글을 남겼어요. 프리랜서 편집자가 자사에 일한 직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stella.K 2016-11-17 15:29   좋아요 0 | URL
헉, 그럼 뭐야? 자작극이라는 거야?
이럴 경우 좇되는 건 무고한 독자들이네.
회사로선 명예훼손이고.
잘 알아 보지도 못하고 보도하는 기자 책임이냐 뭐냐?
갑자기 기분 묘해지네.

cyrus 2016-11-17 16:53   좋아요 0 | URL
자작극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후속 보도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언론이 지금 길라임씨한테 몰빵 중이라서 다시 조명받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재는재로 2016-11-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개소리네요 사람이 말한다고 다 말이 말이 아니죠

cyrus 2016-11-17 19:52   좋아요 0 | URL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갈 것 같습니다.

낭만인생 2016-11-17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사자들은 알고 있죠. 누군가는 물타기하는 것이고. 제3자의 입장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으니 답답한 거고. 어쨌든 책은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6-11-18 08: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문제 있는 출판사에 대해 반감을 느끼면 되도록 그 출판사의 책은 안 보려고 합니다만, 이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독자에게 이 출판사의 책을 사지 말고, 읽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출판사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11-18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보편화된, 아주 낮은 수준의 성의식이 큰 문제 같아요.

cyrus 2016-11-18 08:45   좋아요 0 | URL
올해 국내 출판 트렌드 중 하나가 페미니즘입니다. 그런데 일부 출판인들의 낮은 성 의식은 페미니즘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빠진 출판사들이 있을 겁니다.
 

 

 

 

 

옛날에, 신기한 옷 입기를 아주 좋아하는 임금이 살고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사기꾼이 임금을 찾아왔다. 사기꾼은 오직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옷을 만들 줄 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기꾼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한 임금은 그 사기꾼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줬다. 사기꾼은 옷을 만드는 흉내만 냈다. 임금의 신하는 옷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사기꾼을 꾸짖었다. 그러자 사기꾼은 자신이 만든 옷이 아름답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신하는 난처했다. 만약 신하가 옷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신하는 옷이 보인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궁전에 돌아와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옷을 칭찬했다. 임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착각이었다. 임금을 제외한 많은 사람은 임금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몰랐던 사람은 임금 자신뿐이었다. 벌거벗은 임금이 어느 날 궁궐 밖으로 행차했을 때, 백성은 보이지 않는 임금의 옷에 탄성을 질렀다. 그때 어린 아이가 임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박근혜는 라임()’[1], 벌거벗은 임금이다. 그녀는 벌거벗은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떠드는데 정작 본인은 왜 모르는 척 청와대에 남아있을까. 자신의 어리석음과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과 아집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분명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식적인 이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자신의 정당성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인간관계는 힘들어진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불통의 뿌리로 인해 하루하루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었다. 불통(不通), 불신(不信). ‘2()’은 박근혜에게 안정감을 주는 담요이면서도 그녀가 항상 청와대에 등장할 때마다 입는 투명옷 역할을 했다. 그녀는 4년 동안 청와대에 눌러앉아 포근한 ‘2()’을 덮고 지냈다. 청와대를 드나들던 최순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엄마처럼 ‘2을 덮어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박근혜가 ‘2을 덮고 있을 때, 최순실과 그 일당들은 마음껏 잇속을 챙겨왔다.

 

일부 청와대 측근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의 눈과 귀까지 덮은 ‘2()’의 정체를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다. 박근혜는 그렇게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은 채 편안하게 청와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정은 최순실에게 맡겼다. 그녀는 쓴소리를 듣지 않는 벌거벗은 권력자.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박근혜 게이트와 비교되는 면이 있다. 임금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와 굴종에 눌려 그 많은 신하 어느 사람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할 때 임금은 벌거숭이라고 사실대로 외쳤던 것은 누구였던가. 박근혜 주변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 아무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했다. 벌거벗은 것을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최순실이 주도한 국정에 순순히 따르고, 일부러 눈 감고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책임 의식이 취약하면 참모들이 보완해야 하는데, 역사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음을 말해주고 있다. 권위 앞에서 직언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자신의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렇게 되면 벌거벗은 임금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개인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확신하는 내용이 아닌 한 다수가 옳다고 말하는 내용을 받아들이기 십상이며,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해서도 그 집단의 주류 견해에 동조하기 쉽다. 그래도 그 엄연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오직 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다. 오늘 사회의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정치인은 이런 어린이와 같아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내하려는 것이 참된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의 모습이다. 좋은 세상으로 가는 일. 그것은 다수의 그림자 뒤에 숨어버리려는 타성을 벗어던지고, 사실을 사실로 말하는 기개가 필요한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1]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임금은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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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1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상상하던 것보다 그 이상의 상상현실 입니다.ㄷㄷㄷㄷ

cyrus 2016-11-16 11:30   좋아요 1 | URL
방송 3사는 올해의 연기대상, 예능대상을 박근혜에게 줘야 합니다. 최순실은 나라 말아먹은 일로 공로상을...

stella.K 2016-11-1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라임이 진짜 그런 뜻이 있었구나. 작가가 선견지명이 있었네. 솔직히 작가들 이름 짓는 게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거든.ㅋ

cyrus 2016-11-16 15:23   좋아요 0 | URL
저는 라임이 순우리말인 줄 알았어요. 이름 작명할 때 ‘벌거벗은 나‘를 잘 쓰지 않잖아요. ^^;;

푸른희망 2016-11-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설마하며 무엇을 상상하던 모두가 현실이 되는 기막힌 세상입니다,

cyrus 2016-11-16 18:01   좋아요 0 | URL
탄광에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서 이런 단어는 진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완전 최악의 끝을 보여주는 ‘막장’입니다. ㅠㅠ

오쌩 2016-11-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거벗은 임금님 다시 생각해보니 되게 철학적인 내용의 책이네요.
군중심리부터해서...
아침에 길라임 덕분에 엄청 웃었습니다. 이게 끝은 아니겠죠 ㅠ

cyrus 2016-11-17 08:31   좋아요 0 | URL
이제 길라임을 검색하면 박씨가 뜹니다. ㅠㅠ

표맥(漂麥) 2016-11-1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에 취하여 국민을 볼모로 잡은 희대의 여왕님... 씁쓰레 합니다...

cyrus 2016-11-17 08:32   좋아요 0 | URL
진짜 민폐 갑입니다.

transient-guest 2016-11-17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누리당 일부가 아니라 사실 다 알고 있었다고 봐요..권위가 아니라 열심히 잇속을 챙기고 자리보전을 하느라 외면하거나 덮고 있었겠죠..지금은 다 박근혜 탓이라고만 하는걸 보면..박근혜씨는 이제 국민왕따로 등극할 듯...

cyrus 2016-11-17 08:35   좋아요 0 | URL
물러난 뒤에 한국에서 지내기 힘들 겁니다. 호화 저택을 짓고 말년을 보낼 수도 없어요. 박씨는 감옥에도 한 번 생활해보셔야 합니다.

낭만인생 2016-11-1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뭐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뽑은 사람이나..

cyrus 2016-11-17 11:43   좋아요 0 | URL
박 씨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