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입니다.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도시 이미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현재의 대구는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입니다. 대구가 보수 정당의 텃밭이 된 이후로 매력 없는 지역이 됐습니다. 지역의 정치색이 다양하면 좋을 텐데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색이 강합니다.

 

 

 

 

 

지난주 토요일(623)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동성로 일대에서 펼쳐졌습니다. 축제 슬로건은 퀴어풀 대구(Queerful Daegu)입니다. ‘컬러풀 대구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성을 상징합니다. 퀴어 축제는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가진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입니다. 퀴어 축제는 성소수자만의 축제가 아닙니다. 게이도, 레즈비언도, 트랜스젠더도, 무성애자도, 그리고 이성애자도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 수 있는 축제입니다. 이런 게 바로 진짜 컬러풀 대구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퀴어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저 혼자 간 게 아니라 레드스타킹 멤버들과 함께 갔습니다.

 

오후 1시부터 부스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부스에 가면 퀴어 관련 굿즈를 구입할 수 있고, 퀴어 문화에 관한 정보를 담은 자료를 접할 수 있습니다. 부스 행사에는 타 지역 퀴어문화축제 진행위원회(서울, 전주, 부산, 제주), 대구 지역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계명대학교), 국가인권위원회, 주한미국대사관, 구글(Google),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50여 개의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구글은 퀴어 축제를 후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구글은 작년부터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종 차별 발언 ·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검색 결과에서 안 보이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퀴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자긍심의 퍼레이드입니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동성애와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퍼레이드 행사를 막는 바람에 4, 50분 정도 지연되었습니다. 다행히 축제 참가자들과 동성애 반대 단체 회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초 예정된 경로를 벗어났지만,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긴 행렬이 이어졌고, 대구시청을 지나게 됐습니다. 대구시청 앞에 장애인협약 요구를 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던 장애인단체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열렬히 환영했고, 성소수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긍심의 퍼레이드가 종료되고,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중앙무대에서 애프터 파티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이 클럽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 부르는 행사입니다. 저는 클럽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확실히 퀴어 축제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축제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동성애는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원인이라고 여깁니다. 이러한 생각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보수 기독교인, 보수 시민단체가 주장한 시대착오적인 동성애 반대론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퀴어 축제가 음란한 축제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합니다.

 

퀴어 축제 반대 세력은 야한 옷을 입은 변태성욕자들이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라는 명목으로 성적 욕구를 발산한다고 주장합니다. 선정적이고 퇴폐적인 퀴어 축제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합니다. 모두 다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그리고 퀴어 축제는 음란한 축제가 아닙니다. 가슴과 성기가 보일 정도로 야한 옷을 입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탱크탑, 짧은 치마를 입은 축제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야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성적 행위를 암시하는 행동을 하면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사람들도 없었어요.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남자며느리 NO, 여자사위 NO’, ‘동성애 독재 반대’, ‘돌아와 줘, 기다릴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셔츠를 입고 축제 진행을 방해했습니다. 그들은 참가자들이 행진할 때마다 계속 줄줄이 따라와 피켓 시위를 하였습니다. 무례하게도 평화의 소녀상받침대 위에 올라가서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몰상식한 추태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눈치챘는지 금세 달아나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 하비 밀크(Harvey Milk) 같은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마당에 동성애 독재 반대를 외치다니 이건 너무 비약이 심합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동성애자가 결혼한답니까? 동성애자를 결혼을 해야 하는 이성애자인 것처럼 분류하는 생각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인식입니다. 이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동성애자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이 무조건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살아갈까요? 우리나라에 동성애 결혼 합법화가 이루어져도 비혼을 결심하는 동성애자가 있을 거고요, 결혼해도 육아를 선호하지 않는 동성애자도 있을 거예요. ‘남자며느리 NO, 여자사위 NO’ 문구는 동성애자의 삶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의미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2017)

 

 

동성애 반대 세력은 동성애를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지 않고, ‘질병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면서 동성애자가 치료를 받으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70년대부터 동성애는 질병이 아닌 거로 판명 났습니다. 국제질병원인분류인 DSM-5ICD-10와 세계정신의학회의 성명서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치료받을 필요가 없으며 동성애자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학적 법적 상식에 기반을 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성애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미국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에서조차 극단적인 주장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 예로 2013년 미국의 탈동성애 운동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Exodus International; 동성애 전환치료 시행)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니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발 동성애자에게 전환치료를 절대로 권하지 마세요. 그들이 전환치료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도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일입니다.

    

 

 

 

 

 

 

 

 

 

 

 

 

 

 

*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2018)

 

 

외국의 퀴어 축제가 열리면 보수, 진보 이념에 상관없이 퀴어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시장(市長)이 참가해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부럽습니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쯤이면 유세 중에 다친 꼬리뼈[*]가 완쾌되었을 것 같은데, 안 나오셔서 유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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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26 08:23   좋아요 1 | URL
대구에도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대구퀴어축제가 서울퀴어축제 다음으로 가장 오래됐습니다. 부산, 제주는 작년에 1회 축제가 개최되었어요.

레삭매냐 2018-06-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끝의 할리우드 액션 배우 저리가라할
정도의 메소드 연기를 실연해 주신 분이
등장해서 깜딱 놀랐네요...

cyrus 2018-06-26 08:26   좋아요 0 | URL
시장님이 유리몸이라서 대구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_-;;
 

 

 

 

 

 

 

아시다시피 어제 선거 결과는 싱겁게 끝나버렸습니다. 이번 선거에 정의당을 지지했지만, 제가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TK(대구, 경북)가 산소 호흡기를 뗄 뻔했던 자유한국당을 되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전했습니다만 자유한국당의 철옹성을 뚫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부분은 눈에 확 들어 올 만큼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바른미래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때 불었던 ‘유승민 열풍’이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대구 지역 언론들은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낙선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걸 요즘 말로는 ‘정신 승리’라고 하죠. 대구 시민들이 임대윤 후보자의 정치 능력을 믿어서 그에게 표를 줬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유한국당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속는 셈 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어줬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대구 내 진보정당들의 입지가 좁아진 점입니다. 정의당은 대구, 경북 각각 단 1명만 당선자가 나왔고요, 대구시 · 구의원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이 저조했습니다. 시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인 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지지했던 대구 달서구 비례대표 배수정 후보는 간신히 5% 이상 득표율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10.5% 득표율을 얻은 바른미래당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가슴 아픈 결과를 말하게 됐네요. 아쉽게도 배수정 후보는 비례대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 운동을 하게 되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TV로 보는 정치와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정치는 달랐습니다. 선거 과정과 규정이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TK 섬’에도 더불어민주당, 진보정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6월 13일 선거는 제겐 평생에 잊지 못할 날입니다. 선거 운동은 짧았지만,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고 배수정 후보를 알게 되어 응원해주신 분, 그리고 배수정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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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15 18: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변화는 확 오지 않죠. 그런데 대구의 보수 사랑을 욕하는 사람들은 대구의 변화가 빨리 오기를 간절한가 봐요.. 대구에 한 번도 오지 않은 타 지역 사람들이 대구의 단면적인 모습을 보고 까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속상합니다.

sprenown 2018-06-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 한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남북회담이나 북미회담 이슈때문인데.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다당제에 맞게 진보와 보수 다양한 의견이 국정에 반영되어야 할텐데요.이 참에 개헌논의와 함께 선거구제 개편도 논의했으면 좋겠네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 하겠지요.

cyrus 2018-06-15 18:17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상황은 ‘위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거대 이슈가 장기적으로 부각된다면 보수와 진보 야권 모두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붉은돼지 2018-06-1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11시쯤에 제가 사는 달서구가 한두번 뒤집어져서 기대했었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유혈낭자하더군요 ㅜㅜ

cyrus 2018-06-15 18:19   좋아요 0 | URL
유혈낭자.. ㅎㅎㅎㅎ 달서구 선거 개표 결과를 잘 알고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서구도 마찬가지예요. 선거를 치르고 나면 TK만 적조 현상이 생깁니다.. ^^;;
 

 

 

 

제가 사는 곳은 대구광역시 서구입니다. 불명예스럽게도 서구는 대구 자치구 중 가장 보수적인 곳입니다. 다음 주에 하는 전국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구는 섬유산업의 중심지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섬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인구도 줄고, 지역 소득도 줄어들었습니다. 속된 말로 서구는 ‘대구에서 제일 못사는 자치구’입니다.

 

서구와 근접해 있는 자치구 중 하나가 달서구입니다. 서구와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습니다. 1988년에 서구의 일부 지역(내당동 일부, 성서)이 달서구로 편입되면서 서구 면적은 현재의 모습으로 확 줄어들었어요. 이때부터 서구는 흙길을 걷기 시작했죠. 달서구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총 세 곳입니다. 도원도서관, 성서도서관, 본리도서관입니다. 저는 달서구에 가면 세 곳만 꼭 갑니다. 그 외에는 달서구의 랜드마크에 가지 않아요. 달서구 면적이 꽤 넓어서 달서구 동네 이름도 잘 몰라요.

 

이번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지역 자치구가 있습니다. 비례대표 서구의회의원 선거에 후보자 4명이 출마했는데 2명은 더불어민주당, 나머지 2명은 자유한국당 소속입니다. 정의당, 녹색당 소속 후보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비례대표 달서구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총 8명입니다. 저는 서구에 살고 있지만, 비례대표 달서구의회의원 선거 결과가 제일 궁금하면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는 분이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알라딘 블로그를 개설한 이래 처음으로 특정 정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너무 성의 없이 글을 쓰게 되면 후보자를 지지하는 호소력이 줄어들 것 같고, 그렇다고 구구절절 정성을 다해 호소하면서 쓰면 사족(蛇足)이 늘어날까 봐 신경 쓰입니다. 그냥 후보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듯이 쓸려고 합니다.

 

 

 

 

 

제가 지지하는 배수정 후보정의당 소속이며 추천순위 1번으로 출마했습니다. 후보자의 약력 및 경력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배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성안심도시 실현

* 달서구가 함께 책임지는 아이 돌봄 교육

* 미세먼지 및 대기환경 개선 조례 제정

* 관변단체 보조금 등 특혜 폐지

*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

 

 

제가 배 후보를 알게 된 계기는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이었습니다. 올해 초에 이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배 후보를 만나게 됐습니다. 배 후보는 오래전부터 레드스타킹에 활동하면서 여성 문제, 사회적 약자 문제에 늘 관심을 가져왔던 페미니스트입니다. 비록 소규모 독서 모임이지만, 배 후보는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그녀는 확고한 생각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할 줄 아는 실천력도 지녔습니다.

 

 

 

 

 

 

지난 4월에 경북대학교 교수가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구 여성단체들이 진상조사를 촉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배 후보가 참석했습니다. 저는 그저 생각만 하는 사람(제가 이런 유형의 사람입니다)보다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하는 사람이 더욱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실천력이 겸비된 준비된 행동을 할 줄 아는 배 후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젊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구가 보수 아니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는 오명을 벗고 ‘젊은 대구’로 도약하려면 ‘젊은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젊은 정치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정당에 투표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서구에 출마한 후보자 중에 30대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저는 달서구 주민이 아니라서 배 후보에게 한 표를 줄 수가 없어요. 배 후보가 지인이라서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배 후보가 지향하는 정치가 늙어서 힘 빠진 대구를 살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비 효과’라고 하죠. 배 후보가 달서구 비례대표로 당선된다면 서구를 포함한 다른 자치구에 영향을 줄 것이고, 자치구 주민들은 ‘젊은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배 후보의 작지만 힘찬 날갯짓은 달서구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나비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 글은 오늘 하루 지나면 잊힐 것입니다.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배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남겨 봅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등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시간 나는 대로 배 후보를 돕기 위해 선거운동에 나서려고 합니다. 달서구 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 정의당 달서구 비례대표 후보 배수정에게 부탁드립니다.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대구의 민심에 대해 욕만 하지 말고, 대구가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대구에 사는 가족 또는 지인들에게 ‘젊은 정치인’을 지지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이제는 선거구에 상관없이 정치인 또는 후보자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지지하지 못하더라도 대구에도 젊은 후보들이 있다는 사실을 SNS로 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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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8 18:46   좋아요 2 | URL
대구 민심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자한당이 우세하다면 ‘샤이 자한당‘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진보 성향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이 빠질 겁니다.

깐도리 2018-06-07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도 보수지역 경북 북부랍니다....요번에 지각변동 있을 것 같아요...

cyrus 2018-06-08 18:48   좋아요 0 | URL
민심이 확 달라지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린 일일 줄 몰랐습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레삭매냐 2018-06-07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때 대구가 조선의 모스크바라는 별명
으로 불린 시절이 있었다죠.

21세기 들어 퇴행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모쪼록
배수정 후보라는 분의 선거운동을 위해
그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기마저 전폐하고
분연히 일어서 전향한 싸이러스님을 열렬
하게 응원합니다 ㅋㅋㅋ

cyrus 2018-06-08 18:49   좋아요 0 | URL
평일 선거운동은 힘들고요, 주말 이틀은 가능해요. 후보자가 지원을 요청하면 도와주러 가야죠. ^^

2018-06-07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8 18:52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 특정 정당, 정당 소속 후보자를 지원하는 글을 써도 됩니다. 글 쓰기 전에 유권자 선거 홍보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군인, 공무원 아니면 누구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이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어요. ^^

2018-06-08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07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웬만해서 안하는 일을 했구나.
서재 사진까지 바꿔가면서.ㅎ
네가 이럴 정도면 일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나도 한국당은 별로지만 그래도 여당이 아닌 것에
의미를 둬야지 않을까?
국회의원은 고루퍼져 있는 게 좋은데 말야.
아무리 좋은 당이라고 해도 독주는 좀 위험하잖아.

난 후보들이 공약 발표하면서 떨어져도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
공약이 비슷비슷한 것도 내가 떨어져도 누군가는 할 거니까
책임의식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나도 사는 동네가 달라 찍어줄 수가 없지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cyrus 2018-06-08 18:54   좋아요 0 | URL
이번 기회에 정의당, 녹색당의 활동 범위가 넓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보수지만, 여당 또는 보수 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진보 정당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독돌이 2018-06-07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보자의 약력 및 경력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기왕이면 링크를 글 속에 첨부시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8-06-08 18:58   좋아요 0 | URL
조언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후보자 이름만 검색하면 후보자 경력이 나옵니다. 너무나 간단한 일이라서 링크 첨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후보자 공식 SNS가 있긴 한데, SNS를 소개하는 것이 유권자 선거 운동 원칙에 맞는지 살펴보고나서 링크를 첨부하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18-06-10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알리겠습니다.

붕붕툐툐 2018-06-1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cyrus님 프사가 바뀌어서 심상잖다 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도 한 때 열렬히 누군가를 지지해서 선거운동 자원봉사를 했었어요~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 과정만으로 참으로 소중한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cyrus님의 성장을 축하드립니다!!

cyrus 2018-06-12 11:54   좋아요 0 | URL
정신적으로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 정치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인과 정당인의 시선이 크게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정치 뉴스를 보면서 아는 척하면서 지적하곤 했었는데 앞으로 정치 현안에 관해서 얘기할 땐 ‘좆문가’ 행세를 하지 말아야겠어요.. ㅎㅎㅎ
 

 

 

‘꽃보다 페미니즘’ 첫 번째 강연은 나에게 무거운 숙제를 던져주었다. 나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다음 주 토요일(4월 28일)에 있는 두 번째 강연을 위한 ‘예습’도 해야 한다. 집중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 많아져서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젯밤에 월요일 강연 때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나중에 급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다시 보려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사진 화질이 구리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중에는 《성의 변증법》 원서 책표지가 있는 강연 화면을 찍은 것도 있다.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한우리 역 《페미니즘 선언》 (현실문화, 2016)

* 앨리스 에콜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이매진, 2017)

 

 

 

 

《성의 변증법》은 내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은 ‘급진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고전’이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이 책에서 사랑과 결혼, 그리고 출산의 과정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남성 중심의 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기 위해 행동했다. 그녀가 1969년에 결성한 ‘레드스타킹(Redstockings)’은 당시 주류 여성단체였던 전미여성기구(NOW)에 반기를 들며 급진적 여성운동을 주도한 단체였다.

 

 

 

 

 

 

강연 자료에 있는 《성의 변증법》 원서는 1970년에 출간된 초판이다. 그런데 나는 초판 표지를 보자마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표지 디자인이 단순하고 촌스러워서 이상한 게 아니다. 표지 디자인 그림과 급진 페미니즘을 표방한 책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상하다.

 

여자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는 에드가 드가이다. 발레리나, 세탁부, 매춘부 등 여성들을 소재로 이들의 일상을 포착한 작품들을 남겼다. 흔히 드가를 가리켜 ‘무희의 화가’라 부른다. 드가가 평생 그린 그림의 절반 이상이 춤추는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말년에 드가는 눈병으로 시력이 심하게 나빠져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는 조각 제작에 관심을 보였고, 발레리나의 역동적인 자세를 점토로 빚어냈다. 드가는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다간 ‘여성 혐오자’였다.

 

 

 

 

 

 

 

 

 

 

 

 

 

 

 

 

 

 

* 베른트 그로베 《에드가 드가》 (마로니에북스, 2005)

* 앙리 루아레트 《드가 : 무희의 화가》 (시공사, 1998)

* 제임스 H. 루빈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마로니에북스, 2017)

 

 

 

 

대부분 학자는 드가의 여성 혐오 원인을 그의 유년 시절에서 찾는다. 드가는 어릴 적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드가는 여성을 혐오하게 됐고,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여성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꺼냈다.

 

 

 “혹시 여자 손님이 온다면 향수냄새를 너무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군. 토스트같이 정말 냄새가 좋은 음식이 나올 때는 그런 강한 향기가 얼마나 거슬리는지 말이야.” (앙리 루아레트 《드가 : 무희의 화가》 158쪽)

 

 

  드가는 모델들에게 악의 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당신은 아주 특별한 종족이군.” 어느 모델에게 그가 말했다. “엉덩이가 꼭 서양 배같이 생겼어. 꼭 모나리자처럼.” (앙리 루아레트 《드가 : 무희의 화가》 159쪽)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작품들을 장난조로 “내 상품”이라고 일컬었다. (베른트 그로베 《에드가 드가》 47쪽)

 

 

그러나 드가의 여성 혐오를 ‘괴팍한 화가의 특이 행동’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여성 혐오는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여성 혐오는 ‘사회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서 인식해야 한다. 여성을 혐오하는 드가의 의식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통념이 반영되어 있다.

 

 

 

 

 

 

 

 

 

 

 

 

 

 

 

 

 

 

 

* 에른스트 헤켈 《자연의 예술적 형상》 (그림씨, 2018)

* 조너선 마크스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이음, 2017)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사이언스북스, 2009)

 

 

 

 

드가가 살았던 19세기에는 인종주의에 가까운 진화론이 유행하고 있었다.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했고, 1천여 종의 생물에 학명을 붙이는 등 계통학, 생태학 연구 등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헤켈이 주장한 진화론은 다윈 진화론의 진짜 의미를 왜곡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헤켈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명제를 내세운 ‘발생반복설’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조상들이 겪었던 진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태어난다. 헤켈의 진화론은 ‘단선적 진화론’이다. 단선적 진화론이란 인간은 처음에는 열등한 상태로 태어나지만, 일정한 진화 과정을 거쳐 우수한 상태로 발전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그래서 헤켈의 진화론은 ‘열등한 종족(문화)’와 ‘우수한 종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헤켈은 진화론이 ‘역사 발전의 방향성’을 설명할 수 있으며 진화 자체를 ‘진보’라고 생각했다. 또 그는 인종을 계통학적 방식으로 분류하여 흑인을 ‘야만적 인종’으로 규정했다. 헤켈의 진화론은 우생학과 골상학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로도 악용되었다.

 

드가는 골상학에 심취하여 골상학적 이론이 반영된 습작들을 남겼다. 그는 하층계급 출신의 발레리나를 ‘진화가 덜 된 열등한 존재’로 인식했다. 드가의 여성관을 생각한다면 드가의 그림 속 여성들은 ‘인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드가는 동물을 관찰하듯이 여성을 그렸다.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은 그의 그림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성의 변증법》 원서 표지는 물과 기름 같은 ‘여성해방론자’와 ‘여성 혐오자’의 잘못된 조합이다. 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표지를 생각했을까? 파이어스톤은 본인 책의 ‘얼굴’이 ‘여성 혐오자’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원서 초판의 ‘이상한 표지’를 생각하면 파이어스톤의 생전 모습이 있는 《성의 변증법》 번역본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이 표지야말로 《성의 변증법》의 진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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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19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70년. 이때만해도 여성학에 관한 책들이 얼마나 나왔을까?
그래서 저렇게 평범하게 나왔겠지.
또 저때만해도 여자 얼굴만 그린 그림이 또는 그런 그림을 표지로 삼는 게
흔한 일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정말 지금은 격세지감이지.
그 시절엔 너 같이 문제 삼지도 못했을 거야.

cyrus 2018-04-19 15: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성의 변증법>을 만든 출판사는 ‘여성주의’ 책 표지에 반드시 ‘여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만약 초판 표지가 우리나라에 공개됐으면 난리 났어요... ㅎㅎㅎ 페미니즘 책 표지에 ‘분홍색’이 들어간 것도 별로예요. 빨간색, 보라색이 좋아요. 보라색이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색이에요. ^^

stella.K 2018-04-19 15:28   좋아요 1 | URL
나도 동감이긴 한데 난 솔직히 페미니즘 책이라고 해서
꼭 그렇게 특정색이 들어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그 책을 고르는덴 표지가 반인데
요즘 나오는 페미니즘 책 표지는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오늘 발견한 책이 있는데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이란 책이 있는데
그건 좀 마음에 들더군. 무슨 잡지모냥 세로 이단으로 되어있더라구.
그림도 맘에 들고. 단 얇은 게 흠이긴 해.ㅋ

2018-04-19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19 18:03   좋아요 1 | URL
시대에 앞서간 행동을 하셨군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페미니즘 책을 읽어도 모르는 게 많고, 혼란을 겪을 때가 많아요. ^^
 

 

 

 

책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마리아 미즈《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알쏭달쏭한 단어’가 있다.

 

 

 

 

 

 

 

 

 

 

 

 

 

 

 

 

 

토지 없고 가난한 인도 여성의 노동과 우유가 빨려 나가가는 이런 과정,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에서 (‘흥건하게 되는’ 것은 도시이고, ‘진액이 빨려나가는 것’은 촌락과 여성이다) ‘우유홍수작전’이라고 불리는 과정에 대한 분석은 인도에서 자본주의 우유 생산에 연루되어 있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극도의 착취와 유럽 공공시장에서 우유의 과대생산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짧게라도 살펴보아야 온전한 분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85쪽)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 이게 무슨 말인가? ‘오웰’은 그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제 남은 건 ‘신조어 전통’이라는 생소한 표현이다.

 

 

 

 

 

 

 

 

 

 

 

 

 

 

 

 

 

 

 

 

 

 

 

 

 

 

 

 

 

 

 

 

 

 

 

 

 

 

 

 

 

 

 

 

 

 

 

 

 

 

* [에디터스 컬렉션]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18)

* [스페셜 에디션]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14)

* 조지 오웰, 권진아 역 《1984》 (을유문화사, 2012)

* 조지 오웰, 박경서 역 《1984》 (열린책들, 2009)

* 조지 오웰, 김기혁 역 《1984》 (문학동네, 2009)

*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06)

* 조지 오웰, 정회성 역 《1984》 (민음사, 2003)

 

 

 

 

오웰의 대표작 《1984》빅 브라더는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고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신어(Newspeak, 新語)’를 만들어낸다. 을유문화사 판본의 역자는 ‘Newspeak’를 순우리말 ‘새말’로 옮겼다. 소설의 부록으로 실린 『신어의 원리』라는 글에 따르면 신어는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인 오세아니아의 공용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신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신어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쓰던 표준 영어(구어, Oldspeak)는 줄어들어 폐기된다. 예를 들어 ‘자유’라는 표준 영어를 폐기하면 통치 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의식이 줄어든다. 신어 정책에 지배당한 국민은 전체주의 독재자로부터 위협받는 자유를 지켜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아예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상태가 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는 ‘신어’를 ‘신조어’라고 번역했다. 물론, 신어와 신조어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신조어는 말 그대로 ‘새로 만든 말’이다. 빅 브라더가 고안한 신어 중에 두 개 이상의 단어를 합쳐 새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신어 창안의 목적은 ‘이단의 뜻을 가진 표준 영어를 삭제(폐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을 '정책'으로 바꿔 쓰면 단어의 의미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따라서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은 《1984》가 보여준 ‘신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가 《1984》의 부록을 알고 ‘오웰적인 신어 정책’ 또는 '《1984》의 신어 정책'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알쏭달쏭한 단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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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2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해당 페이지를 찾아보니 실제로 그렇게 씌여있군요 ㅎ ㅎ 번역이 좀 아쉽네요!

cyrus 2018-03-29 13:52   좋아요 0 | URL
읽다 보면 원문을 직역한 듯한 긴 문장도 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