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방 <직립보행>이 있는 삼덕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다가 우연히 보도에 있는 공익광고를 발견했다. 광고는 경북 사대 부설초등학교 쪽으로 가는 보도 위에 있다. 가까이 보지 않아서 무슨 광고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눈길이 간 곳은 광고 속의 그림이었다







림을 그린 화가는 렘브란트 반 레인이며 이름 바로 밑에 ‘coffee(커피)’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도 그림 제목일 것이다. ‘coffee’ 옆에 있는 문구는 크기가 작아서 사진상 확인이 어렵다.






























* 크리스토퍼 화이트 렘브란트: 영혼을 비추는 빛의 화가(시공아트, 2011)

* 스테파노 추피 렘브란트: 네덜란드 미술의 거장(마로니에북스, 2008)

* 미하엘 보케뮐 렘브란트 반 레인(마로니에북스, 2006)

* 마리에트 베스테르만 렘브란트(한길아트, 2003)

* [절판] 파스칼 보나푸렘브란트: 빛과 혼의 화가(시공사, 1996)

   



그런데 저 광고를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다. 저 그림을 렘브란트가 그렸다고?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치고는 색상이 너무 밝은데‥….”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이 대비되는 효과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렘브란트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그런데 광고에 나온 커피라는 그림에는 렘브란트 그림 특유의 어두운 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구글에 ‘Rembrandt coffee(렘브란트 커피)’로 입력해서 검색해봤다.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은 나오지 않고, 미국에 있는 <Rembrandt’s Coffee House>라는 카페 사진만 수두룩이 나온다. 일단 나는 ‘<Coffee>라는 제목의 그림은 렘브란트의 작품이 아니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창비, 2016)


* 이일 엮음 와토(서문당, 1989)



 

밝고 화려한 분위기에다가 정원에서 사치스러운 연회를 즐기는 귀족들을 묘사한 그림은 18세기 프랑스에 유행한 로코코(Rococo) 양식에 가깝다. 서양미술사에 자주 언급될 정도로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화가는 장 앙투안 와토(Jean-Antoine Watteau)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나는 두 번째 가설을 세웠다. <Coffee>를 그린 화가는 로코코 미술의 대가다. 유력한 후보는 와토와 프라고나르다.








이번에 구글 검색창에 ‘Watteau coffee(와토 커피)’를 입력했다. 와토의 작품뿐만 아니라 커피잔 사진도 꽤 많이 나왔다. 사진들을 쭉 훑어보다가 드디어 내가 찾으려고 했던 <Coffee>를 발견했다! <Coffee>를 소개한 글의 제목은 ‘The Age of Watteau, Chardin, and Fragonard: Masterpieces of French Genre Painting previous slide’. 우리말로 번역하면 와토, 샤르댕, 프라고나르의 시대: 프랑스 장르 회화의 걸작이다. 글은 워싱턴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공식 홈페이지에 있다.

 

<Coffee>의 원제는 ‘A Lady in a Garden Taking Coffee with Some Children’, 1742년에 제작되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니콜라 랑크레(Nicolas Lancret). 와토와 동시대에 살았던 랑크레는 와토처럼 화려하게 그리는 솜씨가 있어서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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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0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ㅋ cyrus님 대박이네요~! 저런 짧은 순간에 저걸 발견하고 의문을 가지시다니~!!
일단 저 광고를 만드신 분은 잘 확인안하고 만드신게 맞군.

램브란트는 빛과 어둠 잘 기억해 놓겠습니다~!!

cyrus 2023-05-10 22:19   좋아요 1 | URL
이때는 책이 아닌 구글에 의존했어요.. ㅎㅎㅎ

yamoo 2023-05-1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서양미술가들 보단 한국미술가들이 더 관심이 갑니다. 몰라서 그렇지 이름 모르는 나름 유명 작가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서양미술가는 대체로 명작을 남긴 화가들이고 대부분 유명화가들이죠. 이젠 서양미술사 책 보단 한국미술가들 책에 더 많은 관심이 가요. 김환기, 장욱진, 하인두..등등..ㅎ

cyrus 2023-05-10 22:22   좋아요 0 | URL
제가 서양미술을 편애해서 우리나라를 물론 동양미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아요. 알라딘 서점이나 헌책방에서 읽어볼 만한 동양미술 관련 책을 발견하면 일단 구매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사놓고 읽진 않아요... ^^;;
 
양자 역학이란 무엇인가 - 원자부터 우주까지 밝히는 완전한 이론, 개정판
마이클 워커 지음, 조진혁 옮김, 이강영 감수 / 처음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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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1점   ★   F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은 양자역학의 악명 높은 난해함을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파인먼이 누구인가?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 dynamics, QED)을 만든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그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다음으로 물리학을 가지고 논[주1]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힌다. 누군가는 생전에 괴짜다운 면모를 뽐냈던 파인먼 씨가 농담을 잘한다[주2]라고 생각할 것이다.

 

파인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 세상 모든 과학자가 양자역학을 모른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파인먼은 과학자들의 무능함을 비아냥거리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양자역학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고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미시적인 양자 세계는 우리의 직관을 완전히 뛰어넘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평소에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물리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을 배워서 익히기는 했지만, 양자 세계를 모르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양자역학이 난해하다고 해서 그냥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다. 우리는 양자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양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양자역학은 세상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원자로 이루어진 모든 물질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양자역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우선 이 세상이 양자 세계가 아니라고 상상해보자.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원제: Quantum Fuzz: The Strange True Makeup of Everything Around Us) 서문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양자 세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원자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다. () 양자 세계 속에 있는 원자는 지금의 원자와 다른 특성과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원자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비 양자 세계에 우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생명체가 탄생하지도 못했다. 우리로선 그저 상상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비 양자 세계야말로 양자 세계보다 더 이상하고 기묘하다. 우리는 양자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2018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입자물리학 관련 도서를 집필했고, 번역했던 이강영 교수가 이 책의 감수를 맡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개정판인 척하는 구판이다. 구판에 있는 오자는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역자와 감수자는 과학계의 최근 동향과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 21


 이 세상은 양자 세계이지만 수십 년간의 실험과 이론을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1900년부터 원소의 화학적 성질, 주기율표, 원자의 크기, 우리의 크기가 현재와 같은 이유, 그리고 당시까지 존재한 인습적이고 고전적인 시각(예를 들면 사과의 낙하와 행성의 궤도를 설명하는 뉴턴 운동의 법칙)에 어긋나는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급진적이고도 새로운 이론이 전개되었다.

 새로운 견해를 대개 양자론이라고 지칭하며, 이러한 견해를 설명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계산법으로 통합한 수학적 접근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뉴턴 고전역학(이 책에서는 고전 뉴턴 물리학이라고 표기되어 있다)의 핵심은 운동법칙(1 법칙: 관성의 법칙, 2 법칙: 가속도의 법칙, 3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그런데 이 책에 고전역학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없다


과학을 이해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고전역학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양자역학을 선뜻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운동법칙 등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이론이다. 고전역학은 원인과 결과가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다르게 확률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양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움직이는 양자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




* 46





 러더퍼드는 뉴질랜드의 노동자층 가정에서 열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으로 자라났다.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 나가던 러더퍼드는 1895년 케임브리지에 들어가 톰슨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중략]

1898년에는 톰슨의 강력한 추천으로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교수로 임용된다. 그곳에서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를 연구했다. 1901년 동료 교수인 프레더릭 소디와 함께, 하나의 방사능 원소는 (나중에 헬륨 핵으로 확인된) 알파 입자를 방사하며 다른 원소로 변형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한 원소가 그 방사성의 절반을 잃는 시간을 말하는 반감기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바로 러더퍼드다). 이 연구로 그는 190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맨체스터대학교 교수직으로 승격 제안을 받았다. 소디는 2년 뒤 수상했다.


[원문, 41]


 Rutherford was one of twelve children raised in a working-class family in New Zealand. Through a series of scholarships Rutherford had come to Cambridge in 1895 to study under Thomson. [중략]

With Thomson’s high recommendation, he was appointed in 1898 to professor at McGill University in Montreal. There he worked with radioactive elements. In 1901 with fellow professor Frederick Soddy he discovered that one radioactive element could transform into another through the radiation of alpha particles, later recognized as helium nuclei. (It was Rutherford who coined the term half-life to describe the time over which an element would lose half of its radioactive.) For this work he would in 1908 be recognized with a Novel Prize in Chemistry and the offer of a promotion to professorship at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Soddy would get the Prize two years later.

 


프레더릭 소디(Frederick Soddy) ‘2년 뒤 수상했다(Soddy would get the Prize two years later)라는 내용은 오류다. 소디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연도는 1921이다. 191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독일의 오토 발라흐(Otto Wallach)저자는 소디의 노벨상 수상 연도를 착각했고, 역자와 감수자는 저자의 오류를 확인하지 못했다.




* 233





 블랙홀은 이론에서 먼저 발견되었다. 별과 같이 질량이 어마어마한 물체가 자신의 중력 때문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러시아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1916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 질량이 충분히 크다면 크기가 무한정 쪼그라들고 밀도는 점점 더 높아지다가 결국 시공간의 특이점에 다다르게 된다고 계산했다.

 


슈바르츠실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 235~236


 블랙홀이라 생각되는 것은 발견했으나 사실 블랙홀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한 것뿐이다. ‘블랙(, 어떤 빛이나 물질도 발산, 반사하지 않음)’이 되려면 물체가 보여서는 안 된다. 이들이 함유하는 에너지와 물질의 질량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들을 찾아낸다. [중략]

 블랙홀이 있다는 가장 강렬한 시각적인 증거는 아마도 근처의 별에서 빼앗아 삼키거나 블랙홀 궤도에 흡수되는 물질에서 발산되는 빛일 것이다.



2019410일에 세계 최초로 촬영한 M87* 블랙홀(처녀자리 A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었다. 사진에 나온 검은 부분은 사건의 지평선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빛은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의 별칭은 포웨이(Pōwehi)’






M87* 블랙홀 사진 (2019년)







궁수자리 A* 블랙홀 사진 (2022년)




2022년에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Sgr A*, 궁수자리 A*)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2년 후에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증거들이 나왔다(참고 도서: 하이노 팔케 & 외르크 뢰머 공저, 김용기 & 정경숙 공역,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 천문학의 역사와 블랙홀 관측 여정, 에코리브르, 2023년)




* 340





 이러한 굽은 구조는 70년 전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 화학적 결합의 본성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처음으로 설명했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원서가 출간된 해는 2017이다. 이 책이 나온 연도를 기준으로 70년 전은 1947이다. 라이너스 폴링이 노벨화학상을 받은 해는 1954이다. 따라서 사실에 맞게 고쳐 쓰면 ‘63년 전이다. 194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로버트 로빈슨(Robert Robinson)이다.




* 361





 초전도성을 흥미롭게 상업적으로 이용한 부문은 자기부상열차다. 영구자석과 전자기 기술을 사용한 열차를 개발해 왔고, 일부는 이미 가동 중이다.

 일본은 유명한 신칸센(탄환 열차)의 후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이다. 야마나시 시험 철로에 있는 자기부상열차 한 대가 그림 19.1에 보인다. 또 다른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361마일(581km/h)로 달리는 고속열차로서 (2003년에) 세계기록을 세웠다.



2015 421일에 일본의 야마나시 시험 철로를 주행한 L0 시리즈(L0 Series)의 속도가 시속 375마일(603km/h)에 도달함으로써 2003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림 19.1의 설명문에 있는 ‘2103‘2013의 오자.




* 28





아이작 뉴튼 아이작 뉴턴



83, 154에도 뉴튼이 나온다.





* 142





매리 메리(Mary)





* 157





베자민 슈마허 베냐민(벤저민, Benjamin) 슈마허





* 185





보스톤 보스턴(Boston)





* 199





카톨릭 가톨릭






* 230





 중심에서 갑자기 추가로 융합되aus 열이 나 둘러싸고 있는 수소 껍질까지 융합한다.



융합되면의 오자. 컴퓨터 자판의 한글 자모 은 알파벳 A, U, S에 해당한다. 영문으로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을 입력하면 ‘aus’가 나온다.





* 281





이와 관련해선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 읽어보길 다시금 제안한다.





* 346





챨스 찰스(Charles)






[1] 존 그리빈 & 메리 그리빈 공저, 김희봉 옮김,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사이언스북스, 2004, 절판

 

[2] 리처드 파인먼, 김희봉 옮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사이언스북스, 2000년, 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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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3-05-08 21:23   좋아요 0 | URL
캐런 바라드 때문에 최근에 읽은 게 아니고요.. ㅋㅋㅋㅋ 이 책이 1월에 나왔는데, 그때 이미 다 읽었어요. 서평 쓰기를 미루다가 이제야 쓴 거예요... ^^;;

테오리아 2023-11-2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슈바르츠실트는 러시아 사람이 맞습니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유명한데 1차 세계대전에 러시아군으로 징집되어 전선에서 연구한 결과였죠. 그러나, 전선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전투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cyrus 2023-11-28 09: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테오리아님.

저는 서평을 쓸 때 외국 인명 이름 옆에 원어명도 함께 씁니다. 카를 슈바르츠실트를 독일어로 표기하면 ‘Karl Schwarzschild’입니다. 슈바르츠실트의 러시아어 이름을 본 적이 없어요. 혹시 러시아어로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위키피디아 영문판
‘칼 슈바르츠실트’ 항목(https://en.wikipedia.org/wiki/Karl_Schwarzschild) 내용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위키피디아 항목 내용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만 참고하세요. 영어 공부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인용문 번역이 어색하거나 오역이 있을 거예요.

Karl Schwarzschild was born on 9 October 1873 in Frankfurt on Main, the eldest of six boys and one girl, to Jewish parents.

칼 슈바르츠실트는 1873년 10월 9일 프랑크푸르트 마인에서 유대인 부모의 9남 10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At the outbreak of World War I in 1914 Schwarzschild volunteered for service in the German army, despite being over 40 years old. He served on both the western and eastern fronts, specifically helping with ballistic calculations and rising to the rank of second lieutenant in the artillery.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슈바르츠실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에 자원입대했다. 그는 서부 전선과 동부 전선에서 복무했으며, 특히 탄도 계산하는 임무를 인정받아 포병 중위로 진급했다.

While serving on the front in Russia in 1915, he began to suffer from pemphigus, a rare and painful autoimmune skin-disease.

러시아 전선에서 복무 중이던 1915년에 그는 희소병(희귀병)인 자가면역성 피부병인 천포창에 걸려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In March 1916 Schwarzschild left military service because of his illness and returned to Göttingen.

1916년 11월, 슈바르츠실트는 병으로 인해 군 복무를 그만두고 괴팅겐으로 돌아왔다.

슈바르츠실트는 물리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주제로 한 책에 꼭 한 번은 언급되는 과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를 비중 있게 다룬 책은 전무합니다. 국내 출간된 책 중에 유일하게도 《슈바르츠실트가 들려주는 블랙홀 이야기》(송은영, 자음과모음, 2010년)가 있습니다. 이 책에 슈바르츠실트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 있어요. 인용해보겠습니다.

나, 슈바르츠실트는 독일의 천체 물리학자입니다. 나는 얼마든지 병역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쌓은 학문적인 업적이 화려했거든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나는 고치기 어려운 피부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피부에 물집이 생겼다가 터지면서 출혈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었지요. 병은 점점 악화되었고, 나는 병가 처리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나는 요절한 천재 학자인 셈입니다. (《슈바르츠실트가 들려주는 블랙홀 이야기》 <첫 번째 수업-블랙홀의 탄생> 중에서)

답글이 길어졌군요. 슈바르츠실트가 독일인이라는 제 견해의 근거들을 제시했습니다. 테오리아님이 제 답글을 확인하셨으면 슈바르츠실트가 러시아 사람인 근거를 알려주세요. 그 근거가 타당하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슈바르츠실트는 독일인’이라는 제 견해가 틀렸음을 공개 글을 쓰겠습니다. 블로그 글에 적힌 오류가 고쳐지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되잖습니까?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독감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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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  A+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 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 이문세 5집 수록곡 <시를 위한 >(1988) 중에서 -





책은 물건이 아니다. 책은 생명 그 자체다. 최초의 책은 미생물들의 보금자리인 흙으로 빚어져서 만들어졌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미생물들은 책의 일부가 되었다.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야기를 활짝 피우게 하는 토양이다인류는 기름진 책을 펜으로 경작(culture)했고, 책 위에서 자란 교양(culture)을 먹으면서 자라왔다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로 책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갈대를 파피루스(papyrus)’라고 부른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은 파피루스 밭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건져낸다. 공주는 그 아기를 아들로 삼아 모세(Moses)’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모세의 목숨만 건지지 않았다. 갓난아기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까지 만들어지게 될 한 편의 이야기까지도 건져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려면 우선 그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이야기가 남아 있어야 한다.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청년 윤동주는 가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헤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이름까지. 동주가 언급한 소중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그렇지만 이네들의 이야기는 동주의 가슴 가까이에 있다. 불행하게도 동주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일찍 눈 감았고 바람이 되었다. 그가 원고지에 띄운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었다.


갈대 속의 영원책을 애지중지해 온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기리는 책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책들은 아주 연약했고 수명이 짧은 편이었다. 자유로운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 권력자에 의해 파손되거나 망각의 시간에 흠뻑 젖어버린 책들은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책들은 제목만 전해질 뿐이다. 책은 죽어서 제목만 남긴다. 다행히 운이 좋으면 내용 일부만 살아남는다. 책을 사랑한 사람들은 단순히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독자로 살지 않았다. 책을 보존하는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들은 책이 사라지면 그 속에 있는 지식과 이야기도 같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3(Ptolemaeos III)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왕은 자신이 모은 책들을 보관할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개인 서재는 도서관이 되었다. 하지만 튼튼하게 도서관을 지었어도 연약한 책들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도서관은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책을 사랑하지 않은 권력자는 도서관을 파괴하거나 폐허가 된 도서관을 재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책을 두려워한다. 용감한 독자는 책을 학살하는 권력자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책을 경작할 때 사용된 펜은 권력에 저항하는 무기가 된다.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Achilles)가 나오는 호메로스(Homer)일리아스를 가장 좋아했다. 이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린 왕은 아킬레우스처럼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길 원했다. 그의 야망은 한 권의 위대한 책이 되는 것이었다책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류를 영원히 기억되고 완벽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 책 덕분에 세상을 살다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을 순 없다. 책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로운 이야기를 걸러내지 못한다. 부당한 권위를 두 눈 똑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키는 책은 영원히 덮을 수 없다. 오히려 최악의 세상 한가운데에 펼쳐져 힘차게 펄럭거린다. 반면에 진실을 짓밟고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종이책이 아니다. 못된 권력자와 불한당 앞에서 딸랑거리는 요란한 종(bell/servant)이다.


우리의 몸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으며 한 편의 글로 기록한다. 내 삶을 기록해야 기억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을 잊지 않은 책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cyrus의 주석



* 25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 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주1]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주1]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일화는 과장된 전설이다. 식초에 든 진주는 녹긴 하지만, 순식간에 녹지 않는다. 진주가 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클레오파트라는 완전히 녹지 않은 진주를 삼켜야 한다. (참고: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클레오파트라, 진주 숨은 비밀?, 200578일 작성)






* 415



 

 고대의 두루마리가 교체되면서 우리는 시, 연대기, 모험, 허구, 사상의 보물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수 세기 동안 부주의와 망각은 검열이나 광기로 인한 파괴보다 훨씬 많은 책을 파괴해갔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유산을 구하기 위한 큰 노력을 알고 있다.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없는)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획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하나하[2] 모두 복사하는 참을성 있는 작업에 착수했다.


[2] 하나하나의 오자.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하나하나 읽는 참을성이 있어야 오자 한 개 정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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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서사의 꿈이야말로
모든 닝겡들이 희망사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스칸다르
는 자신의 위대한 페르시아
원정을 시로 표현해줄 호메
로스가 같은 이가 없음을
레알 한탄했다는 믿거나 말
거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stella.K 2023-04-16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 같다.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일기도 써야한다고 생각해. ㅎㅎ
암튼 너의 리뷰도 멋지고
책도 멋질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읽어봐야겠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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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1점  ★  F





 모든 작가는 믿을 만한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동감하고 작품을 가능한 훌륭하게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렇지만 독자는 솔직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독자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자격입니다.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거짓으로 위로해서도 안 되며, 칭찬받을 만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절대로 칭찬을 해서도 안 됩니다

 

(폴 오스터, 작가란 무엇인가 1중에서, 181~182쪽)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구매한다. 가끔은 잘 만든 책인지, 아닌지를 내 눈과 머리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살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에 꽤 많은 책을 샀다. 3월에 주문한 책들의 목록에 감각의 박물학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어서라기보다 꼼꼼하게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문했다.

 

나는 절판된 감각의 박물학이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의 명성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저자가 쓴 다른 책 새벽의 인문학: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반비, 2015, 절판)이 좋았다. 감각의 박물학은 다이앤 애커먼에게 많은 상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글 잘 쓰는 저자로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준 책이다. 이 책은 다이앤 애커먼의 대표작이다.

 

저자의 대표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갑자기 왜 이 책이 나온 거지?” 감각의 박물학1990에 출간되었다. 이 책이 나온 지 삼십여 년이 지났다. 대부분 사람은 유명한 저자가 썼고, 연세가 지긋한 책을 고전이라 부르면서 우대한다. 이 책의 분홍색 띠지에 독보적인 고전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나는 이 문구를 떼어내고 싶다. 출판사는 감각의 박물학고전으로 과대 포장했다.

 

나는 번역서를 사기 전에 제일 먼저 원서의 출판 연도를 확인한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일수록 철 지난 낡은 지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런 책에서 신선한 지식을 찾는 일은 시간 낭비다. 물론 과거의 지식이 무조건 틀린 건 아니다. 그렇지만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은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는 복잡한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옳다고 확신했던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로 판명될 때도 있다.

 

출판사는 감각의 박물학개정판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 출판사는 책 표지를 싹 다 바꾸고, 책값을 조금 높게 책정해서 개정판을 낸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개정판의 의미는 겉뿐만 아니라 그 안의 내용에도 변화를 준 책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책을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독자들 앞에서 감각의 박물학을 개정판이라고 홍보하는 출판사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감각의 박물학2004년에 나온 구판과 비교해서 읽어봤. 개정판에 인명 표기가 달라진 부분이 있었고, 구판에 없었던 옮긴이 주가 개정판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겨우 이것만 가지고 개정판이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감각의 박물학을 정가로 절대로 팔지 않겠다. 책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오류와 고쳐지지 않은 역자의 오역감각의 박물학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책 내용에 변화를 준 개정판이라면 몰라도 고작 겉만 바꾼 책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다. 저자가 책을 다시 쓰지 않는다면 역자가 그 일을 대신해야 한다. 개정판을 출간하려는 역자는 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 원서 속에 남아 있는 오류와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주석을 달아서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줘야 한다.




* 53~54

 

 그 잔인한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어린 갈까마귀 한 마리를 둥지에서 꺼내 완숙 달걀을 40일 동안 먹인 다음 잡는다. 그리고 은매화 잎새와 화장 분, 아몬드 오일을 넣고 증류한다.” 더할 나위 없다. 그 악취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를 인용하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빼면, 그 향수를 뿌린 이들은 분명 영원의 처마 위에 앉은 탐욕스러운 미인이 될 것이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26]

 

 Here is the ghoulish recipe: “Take a young raven from its nest, feed it on hard-boiled eggs for forty days, kill it, then distill it with myrtle leaves, talcum powder, and almond oil.” Splendid. Except for the stench, and an overwhelming desire to quote Poe, you’ll surely be a ravenous beauty perching on the eaves of forever.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시 <The Raven> 갈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제목은 까마귀


‘raven’은 국내에 서식하지 않은 큰까마귀이며, 갈까마귀의 영문명은 ‘Daurian jackdaw’. 큰까마귀는 까마귀 중에서 가장 큰 종이라면, 갈까마귀는 가장 작은 종이다.

 




* 56


 동물들에게 사냥꾼의 냄새는 경고가 된다. 사냥꾼에게 동물의 냄새는 유혹적이다. 일종의 자기방어로 냄새를 흘려보내는 동물도 있다. 얼룩 스컹크는 앞다리로 서서 지독한 악취를 공격적으로 쏘아 보낸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27]


 For an animal who is prey, the odor of its hunter will warn it; for the hunter, the odor of its prey will lure it. Of course, some animals exude an odor as a form of defense. Spotted skunks do a handstand and squirt would-be attackers with a horrible stench.

 

스컹크는 악취를 내뿜지 않는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분비물을 내뿜는다.




* 107


 피라미드 모양의 바벨탑은 죽음이 예정된 존재가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이, 신들 가까이로 뻗어 올라갔고, 사제들은 그 꼭대기에 향을 지폈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56]


 Atop the famous ziggurat-shaped Tower of Babel, which stretched closer to the gods than mortals could reach, priests lit pyres of incense.

 


지구라트(Ziggurat)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세워진 신전이다. 지구라트는 높이 솟은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아카드어에서 유래되었다. 하늘에 있는 신을 지상과 연결하기 위해 탑과 같은 형태의 지구라트가 만들어졌는데, 구약성서》 「창세기에 묘사된 바벨 탑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에 있는 우르의 지구라트(Ziggurat at Ur)’는 보존 상태가 아주 좋은 유명한 지구라트다. 역자는 지구라트를 피라미드와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로 착각했다.




* 140

 

 자이레의 피그미족 아기는 적어도 하루의 절반은 다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한다.

 

자이르(Zaire)1971년부터 1997년까지 존재했던 국가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옛 국명이다.




* 151


 옛날 남자 지도자들은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머리를 길게 길러 늘어뜨렸다(사실 카이저차르긴 머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카이저(kaiser)차르(tsar)의 어원을 긴 머리라고 주장한다. 그 견해의 출처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 책에 저자가 글을 쓰면서 참고한 문헌 목록이 없다


카이저와 차르의 어원은 로마의 지도자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카이사르는 대머리로 유명하다. 따라서 카이저와 차르의 의미가 정말로 긴 머리와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남성 군주의 강인한 남성성을 상징하는 신체적 기호인 건 확실하다. 유럽의 귀족과 군주들은 치렁치렁한 가발을 착용했다독일의 황제 빌헬름 2(Wilhelm II)의 수염카이저라는 용어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했다. 당대 남성들과 지도자들은 빌헬름 2세처럼 수염을 길렀다.



* 160


 공상과학소설에서는 우주비행사의 체온을 떨어뜨려, 유리집 속에서 잠자는 벌거숭이 곰처럼 장기간 수면 상태에 들게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가족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죽은 후 사체를 동결시켰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마법의 얼음 왕국에 누워 재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저온학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트랜스타임주식회사에서는 사망 직후의 사체를 동결 처리하는 일을 한다. 죽음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병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미래가 오면, 그때 생명을 되찾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90]


 Science-fiction stories often involve an astronaut whose body temperature has been lowered, sleeping in suspended animation like a naked bear in a glass den. Walt Disney’s family swears it isn’t true, but a popular folk myth for some time now has it that Walt arranged to be frozen when he died and is lying in a magic kingdom of ice, awaiting his rebirth. Trans Time, Inc., a member of the American Cryogenics Society, does freeze people right after death, promising to bring them back to life in a later era, when the mysteries of death are scrutable and the carnage of their diseases.

 


자신을 냉동으로 보존해달라는 디즈니의 유언은 낭설이다.




* 229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짜낸 젖은 은하수가 되었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131]


 A mythic Gaia poured milk from her breasts and they became the galaxies.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은하수의 유래는 헤라(Hera)의 가슴에서 나온 모유로 알려져 있다. 제우스(Zeus)는 자기가 바람을 피워서 태어난 헤라클레스(Heracles)에게 젖을 주기 위해 자고 있던 헤라 몰래 젖을 물렸다. 헤라클레스가 젖을 빠는 순간, 그의 강력한 힘을 느낀 헤라가 잠에서 깨어났다. 헤라의 가슴에 뿜어져 나온 모유가 하늘에 퍼지면서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 245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나면 향기로운 소변을 보고(프루스트가 지나간 것들의 기억에서 묘사한 대로), 아티초크를 먹으면 심지어 물도 달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프루스트가 쓴 소설 중에 저런 제목이 있었어? 아니면 프루스트의 단편소설 제목일까? 지나간 것들의 기억으로 번역된 원문은 ‘Remembrance of Things Past’. ‘Remembrance of Things Past’최초로 출간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의 영문판 제목이다.  




* 249


 입은 육체라는 감옥을 단단히 봉하고 있다. 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치지 못하고,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입이 제일 먼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굼벵이, 곤충 등 모든 하등동물에게도 입이 있다.

 


하루살이, 누에나방, 깔따구 등과 같이 입이 퇴화한 곤충들도 있다.




* 322






 

아서 클라크의 2001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344





 수컷 두꺼비고기(조기어류의 하나옮긴이) 저음의 소리를 지른다.



구판(293)에 없는 옮긴이 주가 개정판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자가 생겼다.




* 390

 

 예술가들은 예술의 유기적 형식을 항상 자연에서 구해왔으므로 펄서’(규칙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천체의 하나.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로 추측된다옮긴이)라는 폭발음의 곡조를 발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펄서가 중성자별이라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와 관측을 통해 밝혀졌다.




* 487~488

 

 태양계의 행성 중 절반 정도가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견은 얼마나 즐거운 충격이었던가. 토성뿐 아니라 목성, 천왕성, 해왕성, 어쩌면 명왕성에도 고리가 있다. 그리고 그 고리들은 서로 다르다.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분류했다.


전문 용어에 대중에게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의미가 반영되었다면 바뀔 수가 있다. 그런데 개정판에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전문 용어가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 75

정신분열증 환자들 조현병 환자들

 

* 161

온혈동물 정온동물 또는 항온동물

냉혈동물 변온동물

 

* 313

간질 뇌전증


* 434쪽 

할로윈[비표준어] 핼러윈

 



책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더 있지만, 글의 분량이 길어져서 따로 쓰려고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 책을 비판한 내 견해가 틀릴 수 있다. 틀린 견해나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시라. 내 글에 대한 정오표를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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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 2023-05-05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인상깊은 후기는 처음봐요!
혹시 블로그는 안하시나요? 블로그를 하신다면 구독해 보고 싶을만큼 좋은 분석이네요

cyrus 2023-05-05 09:05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서평을 등록하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등록하는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네이버 블로그에 눈길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

다은이즈 2023-08-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나왔다길레 살려다가 이 글보고 그냥 구판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cyrus 2023-08-15 15:27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 ^^

-두부공자 2023-11-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서평이 더 감명이 깊습니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는 고향으로 향하는 긴 항해 중에 여러 난관을 통과한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를 난관이라고 말하지만, 이 단어에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도 있다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12권에 그 유명한 세이렌(Siren) 자매가 등장한다. 세이렌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존재다. 키르케(Kirke)는 오디세우스 일행의 귀향을 돕기 위해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밀랍으로 귀를 막고 재빨리 지나칠 것. 그런데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용맹함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한다.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으세요.”[주] 산전수전 겪은 오디세우스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난관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는 아내도 자식도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부하들은 귀를 막고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묶은 채 귀를 열어 두도록 했다.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디세우스의 무모한 행동이 지적 호기심또는 알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서 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거나 낯선 존재를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심리. 그것은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오디세우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오디세우스를 신에게 사랑받는 영웅이 아닌 우리와 어느 정도 비슷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우리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마르지 않는 호기심은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몸과 머리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다. 호기심을 충족하려면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서 경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스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23)




감각의 박물학은 감각을 이용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면서 살다 간 과거 오디세우스들, 그리고 떠나고 없는 오디세우스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지구에서 모험을 시작한 현재 오디세우스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쓴 이야기꾼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인문학과 과학을 주제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감각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레이더망이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각자만의 레이더망을 내민 채 모험하고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는 난관이 산적한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오디세우스요, 모험가다


후각을 선호하는 오디세우스는 향수에 관심이 많다. 미식가 오디세우스에게 식당은 그들이 꼭 거쳐야 하는 섬이다.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섬과 같은 식당을 어디든지 경유한다. 대담한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맛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맛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오물처럼 보이는 괴상한 음식까지도 먹는다. 그들에게는 별미가 보물이다
















* 올리버 색스, 장호연 옮김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알마, 2012)




호메로스가 묘사한 오디세우스의 후예들은 좋은 노래를 듣기 위해 남들보다 귀가 더 크게 여는 모험가다. 우연히 듣게 된 멜로디를 잊지 못하면 그 멜로디가 나오는 곡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더 나아가 그 곡을 부르거나 만든 가수 또는 음악가의 또 다른 곡까지 듣는다. 음악은 쉴 틈이 없는 인생 모험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수많은 오디세우스를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말한 대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음악을 사랑하는(Musicophilia) 본능이 있다.

 

감각은 지구에 거주하는 오디세우스들의 동반자다. 하지만 이 동반자에게도 약점이 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때론 엉뚱한 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때가 있다(착시, 환청, 기억 왜곡 등). 심하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중독).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감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오디세우스가 된 우리는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즐기듯이 모험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험하지 않는다. 인생 모험의 궁극적 목적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성장하면서 확장하는 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것이다. 감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 오뒷세이아1249, 천병희 옮김,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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