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 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 / 세로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점   ★★★★   A-





개 코’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별명이.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그렇지만 개 코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다.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개코같다라는 말도 있다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이 말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상태를 뜻한다


개 코라는 단어에 후각을 낮잡아 보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인간은 개 코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후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개 코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코같은 별명 때문에 자신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이다남들보다 유별난 후각 능력이 부끄러운 사람은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약칭 냄새’)을 읽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냄새는 인류가 그동안 홀대했던 후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시각, 청각, 미각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이다. 201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22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냄새141~142). 후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면받은 감각이다.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후각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냄새는 실체가 없는 속성이다. 그래서 후각과 관련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후각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감각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자 후각 연구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후각 연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는 1991년에 두 명의 과학자가 발견한 후각 수용체 유전자다.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약 1,000종이나 된다. 각각의 수용체는 서로 다른 냄새를 감지한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후각에 대한 부정적인 가설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모든 맛은 입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코의 후각 수용체를 지나 뇌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눈 가리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 비범한 능력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즉 후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그리고 후각을 상실하면 냄새를 맡아야 알 수 있는 유독 가스에 쉽게 노출된다


 

냄새의 저자이자 과학철학자인 A. S. 바위치(A. S. Barwich) 후각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고 긴 탐구의 여정에 오른 과학자들의 노력과 후각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연구 성과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뇌과학과 관련된 용어가 생소한 독자는 책에 나온 모든 후각 연구의 성과들을 이해하는 데 버거울 수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한다면 4장까지 읽으면 된다. 이 정도까지만 읽어도 후각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Mini 미주알고주알

 

 

책의 역자는 생물학 관련 책을 몇 권 썼던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씨. 그런데 그가 쓴 역주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





1

 



* 133쪽 역주

 

 retronasal smelling. 침을 삼킬 때 입속의 공기가 코로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냄새.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번역한[1] 강석기가 들숨 냄새, 날숨 냄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꿀꺽 한 입의 과학의 역자인 최가영은 비전방후각, 비후방후각이란 표현을 썼다.

 


[1]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MID, 2014)는 <동아사이언스>에 칼럼 강석기의 과학 카페를 연재하고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 겸 작가 강석기 씨가 직접 쓴 책이다.






2

 



* 185쪽 역주

 

 이형석의 번역을 따랐다(마르셀 프루스트, 이형석[2] 옮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2] 역자가 이름을 잘못 썼다. 이형식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하라 2021-02-0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후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감과 사지 통털어 그 중에서 하나를 잃어야만 한다고 선택하라고 하면 그 중에선 후각 부터 선택할 것 같거든요. 후각에 대한 연구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cyrus 2021-02-04 13:31   좋아요 0 | URL
후각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기 위한 연구는 대단히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학자들은 후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당연히 후각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죠. ‘착시 효과’ 하나만 예를 들어도 시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시각이 후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바람돌이 2021-02-0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각이 없으면 밥맛이 없어져요. 맛을 느낄수가 없어요. 그럼 사는 즐거움의 80%정도가 사라지는거예요. 재미없는 세상이 와요. 안돼요. 후각은 정말 중요해요. ^^

cyrus 2021-02-04 1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할 때 조심해야겠어요. 코로나에 걸리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잖아요. ^^;;
 
브로카의 뇌 -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36
칼 세이건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점   ★★★★   A-





뇌졸중의 가장 큰 후유증은 언어장애다. 뇌졸증으로 뇌가 손상되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실어증이 나타난다. 대뇌피질의 왼쪽 반구에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이 있다. 브로카 영역은 뇌에서 처리된 언어 정보를 입으로 표현하도록 주관하는 역할을 한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의 외과 의사 폴 브로카(Paul Broca)1861년에 자신이 몇 년 동안 진료해오던 환자의 뇌를 부검했다. 뇌를 부검한 결과 대뇌피질 왼쪽 반구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브로카는 실어증 환자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들이 죽은 후 뇌를 부검했는데, 모두 뇌의 비슷한 부위가 손상되어 있었다. 브로카는 대뇌피질 왼쪽 반구의 특정 영역이 말하는 능력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카의 또 다른 직업은 인류학자였다. 이 사람도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뇌의 크기에 따라 인간을 서열화하려고 했다. 브로카는 남성이 여성보다, 백인이 흑인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머리가 크면 똑똑하다는 믿음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하지만 19세기의 학자들은 검증 절차를 하지 않은 채 비과학적인 것을 그대로 믿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1979년에 발표한 책 브로카의 뇌과학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오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는 자유로운 탐구를 하는 과학자라면 자신들이 하는 일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소홀하게 하면, 대중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이러면 오용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과학에 친숙하지 않은 대중은 과학적이지 않은 속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세이건은 경계 과학(borderline science)에 관심을 가졌고, 경계 과학의 허점을 비판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경계 과학과 종교(학교에서 지적 설계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 근본주의자)에 허울뿐인 내용이나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경계 과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학교에서 배워온 과학 이론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견해가 비판받거나 검증받는 상황이 오면 침묵한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계 과학의 등장은 ‘자유로운 과학 탐구의 오용에서 비롯된 위험한 현상이다.


그는 회의적인 정밀 조사가 이루어져야만 학문으로 위장한 난해한 허튼소리를 가려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학자가 되려면 호기심만 있어서는 안 된다. 오래된 도그마에 기꺼이 도전하려는 마음가짐, 즉 전통적인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32).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 그리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낡은 지식과 사이비 지식에 도전하는 용기. 이 모든 것은 과학자들만 가지는 특별한 무기가 아니다. 세이건은 사물의 핵심을 파고드는 지적인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학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는다.



 만약 당신이 그럴듯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이 타당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지식들과 합치하는지 검토하면서, 또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당신은 과학을 하는 중이다. 이러한 생각 습관을 더 많이 실천할수록 당신은 과학을 더 잘하게 된다. 사물의 핵심을 파고드는 일은 아마도 이 행성 위에 사는 모든 존재들 중 오직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희열을 안겨 준다. 우리는 지적인 종이고 지능의 사용은 우리에게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뇌는 근육과 같다. 생각이 잘될 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해는 일종의 황홀경이다.

 


(2우리가 우주를 알 수 있을까? 소금 한 톨에 대하여중에서, 33~34)

 


과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분명히 똑똑하다. 하지만 세이건이 지적했듯이 보통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비판적인 사고의 체계적인 훈련이다(85).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어수룩하다. 자신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던 지식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허점이 드러나게 되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설을 검증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자들도 새로운 지식이 나타나면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는다. 세이건은 과학의 자기 수정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 동료 학자 또는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과학도들에게 뼈 있는 충언을 한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증거나 주장이 제시되면 자신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5몽유병자들과 미스터리를 퍼뜨리는 사람들중에서, 103)



브로카의 뇌에 수록된 몇 편의 글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회의주의자의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자세는 새로운 지식에 접근하려는 개방적인 태도이다. 두 번째 자세는 새로운 지식을 냉철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마지막 세 번째 자세는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될 낡은 지식을 기꺼이 포기하는 용기이다. 회의주의자는 자신의 오점을 순순히 인정할 줄 안다자신의 오점을 인정하는 용기가 부족한 사람은 회의주의자가 아니라 아집이 많은 사람이다. 아집은 회의주의의 정신이 아니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9

 

 고대 그리스에서 프로크루테스[1]의 침대나 야만적인 행위로 여행자와 시골 사람 등을 공포에 떨게 했던, 노상강도와 멧돼지를 연상시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잡아다가[2] 침대에 눕힌 후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다리를 늘이고 크면 다리를 잘라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옮긴이)

 

 

[1] [2]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오식. 판본에 따라 이야기의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게 나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자기 집에 초대하여 극진하게 대접했다(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나그네가 방심했을 때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를 제공했다. 그 침대가 바로 그 유명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다. 어떤 판본에 따르면 프로크루스테스는 두 개의 침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신장이 작은 사람에게 크기가 큰 침대를, 신장이 큰 사람에게 크기가 작은 침대를 내주었다.






2

 

 

 




카미유 플라마리옹(Camille Flammarion)은 프랑스의 천문학자다. 그의 책 대중 천문학(Astronomie populaire)1880년에 발표되었다. 1894년 미국에 출간된 ‘Popular Astronomy’대중 천문학의 영문판이다. 책의 발표연도 ‘19841894년의 오식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1-02-0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자세 시리즈구나.ㅎㅎ
우리의 칼 아저씨가 뇌에 관해서도 썼구나.
1979년이면 비슷한 시기에 코스모스가 나온 걸로 아는데
이 아저씨 똑똑하긴 엄청 똑똑한가 부다.

cyrus 2021-02-03 08:55   좋아요 0 | URL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뇌과학 책’으로 착각한 분들이 있더라고요... ㅎㅎㅎ <브로카의 뇌>는 칼럼 형식의 글을 모은 책이에요. ^^;;

감은빛 2021-02-0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도 미니 미주알 고주알이 있었군요. 발행년도 오타를 찾아내는 시루스님은 정말......

제가 책임 편집을 맡았던 책들을 시루스님께서 읽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시루스님께서 제가 편집했던 책을 읽기 전에 제가 편집 일을 그만둬서 다행입니다. ㅎㅎ

독자일때는 저도 오탈자나 시시콜콜한 오류들을 잘 찾아내는데, 편집자가 되면 이상하게 안 보이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구요.

참고로 저는 미래에서 온 책을 내기도 했고(발행일을 몇 년 후로 적어놓아서), 처음 맡았던 책 초판본으로 교정을 다시 봤더니, 책 절반 가까이 빨갛게 물이 들기도 했어요. ㅠㅠ

cyrus 2021-02-04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블로그에 남기는 글을 쓰는 사람 역시 ‘편집자’라고 생각해요. 퇴고하는 일은 편집자의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쓴 글도 잘 보면 오자와 비문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저는 전날에 쓴 글을 다시 읽어요. 그러면 전날에 보이지 않았던 오자와 비문 한 두 개가 보여요.

지난달에 11년 전에 알라딘 서재 블로그에 남긴 글 한 편을 다시 읽어봤어요. 봤는데 오자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비문이 너무 많아서 부끄러웠어요. 다시 고쳐 썼는데, 고칠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시간 나면 이 글(밑에 링크 첨부)을 보세요. ㅎㅎㅎ

https://blog.aladin.co.kr/haesung/12274094
 
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점   ★★★★   A-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전시회를 간 적이 있다. 빈센트는 유화물감을 찍어 바르듯이 그렸다. 빈센트의 그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거친 붓질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딱지가 돼버린 붓질의 흔적을 손으로 만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은 눈으로 봐야 한다. 손에 묻은 이물질이 캔버스에 칠해진 유화물감을 변색시키거나 갈라지게 만들 수 있다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그림을 감상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도판 형태의 그림이라면 만질 수 있다. 손가락으로 선을 그어가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을 쓴 미술사 연구가 아키타 마사코(秋田麻早子)2009년부터 그림 보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회화를 감상하는 행위를 시각 정보를 언어 정보로 교환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으로 이해한다(저자 후기, 333). 저자의 말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기 위해 진부한 표현을 쓰자면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눈으로 읽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과 관련된 배경지식과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아도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한 그림 보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그림을 관찰하면 된다. 그림을 관찰하는 일은 보는 행위와 다르다. 그림을 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 즉 스킴(scheme)이 있어야 그림을 관찰할 수 있다. 스킴을 확인하지 않고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계속 봐도 그림 속에 숨은 화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림을 능동적으로 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이나 인터넷에 있는 회화 관련 정보에 의존한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을 동원해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스킴은 다음과 같다. 초점, 그림을 볼 때 움직이는 눈의 경로, 균형, , 구도와 비례이다. 초점은 그림을 보는 출발 지점이다. 저자는 초점을 그림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화가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라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림 보는 사람은 그림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는 경로는 선의 형태로 나오는데, 이를 리딩 라인(leading line)”이라고 한다. 리딩 라인은 그림의 초점으로 유도하게 만드는 선이다저자는 눈으로 차분하게 그림을 바라보면 다양한 형태(직선, 사선, 원, 곡선 등)의 리딩 라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리딩 라인을 찾는 일이 서투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을 위해 내가 생각해낸 그림 감상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손가락을 이용하자. 도판 형태의 그림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려가면서 보면 리딩 라인을 찾을 수 있다


구조선은 그림을 균형 있게 보이게 만드는 가상의 선이 있다. 구조선은 그림의 척추에 해당한다. 색상(색의 종류), 채도(색의 선명도), 명도(색의 밝기)도 그림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스킴이다. 그러나 그림의 색을 분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림의 색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변색하여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봐야 한다. 그림의 구도와 비례는 그림 속에 묘사된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스킴이다.


이 책의 저자는 회의적인 자세로 그림을 감상한다. 그전까지 수많은 회화 전문가들이 그림 감상법을 제시했는데, 그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색에 부여된 의미를 분석하는 색채심리학적 감상법과 황금비. 저자는 이 두 가지 감상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앞서 저자는 그림의 색을 감상할 때 변색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색채심리학자들의 해석을 따르면서 색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황금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가들이 좋아하는 수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금비에 지나치게 매료된 학자들은 정확한 황금비(1.618 : 1)를 회화에 적용하기 위해 임의로 조작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아키타 마사코의 그림 보는 기술은 모든 회화를 감상할 때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저자의 그림 감상법은 비례와 구도를 중요하게 여긴 시대(르네상스 시대, 17~18세기)에 나온 회화나 전통적인 기법의 영향이 조금 남아 있는 근현대 회화에만 적용할 수 있다. 저자가 그림을 보는 기술의 후속작을 구상하고 있다면,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현대 회화현대 미술이 그림이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선지 오래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상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83, 337(참고 문헌)





 

 

[]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미국으로 귀화한 독일 출신의 예술심리학자다. 그의 저서 미술과 시지각(Art and Visual Perception)의 일역본 제목은 美術視覺이다(337, ‘참고 문헌참조). 우리말로 직역하면 미술과 시각이다. 정확한 제목은 미술과 시지각이다.






2

 




* 119


 선의 균형을 보는 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러면[] 먼저 그림의 척추에 해당하는 구조선을 찾아야 합니다.

 

 

[] 그러려면의 오자.

 

 

 

 

 

3

 


* 162


 레핀(1844~1930)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는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이 쓴 오네긴(Onegin)[]의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 정확한 제목은 예브게니 오네긴(Evgeniy Onegin, Eugene Onegin)’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2-01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의 방법도 있겠네요. 하지만 역시 현대미술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cyrus 2021-02-02 10:40   좋아요 0 | URL
현대미술은 알다가도 모르는 분야에요.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이 있어요. ^^;;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
원형원 옮김, 오시마 켄이치 외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평점


4.5점   ★★★★☆   A





고대의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탈레스(Thales)는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으며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 , 공기가 혼합해서 만물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4원소설).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물질을 계속해서 쪼개면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입자에 그리스어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원자(atomos)’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모크리토스가 제안한 원자설은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John Dalton)에 의해 부활했다. 화학자들이 실험이라는 객관적인 자연 탐구 방식을 따르게 되면서 4원소설은 사라졌다. 화학자들은 화학 반응 실험을 해서 원소의 존재를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했다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물을 한데 모아 화학이라는 학문이 완성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업적은 멘델레예프(Mendeleev)의 주기율표였다. 주기율표가 나오면서 이 세상에 흩어져 있던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화학의 발전은 주기율표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재까지 주기율표에 등록된 원소는 총 118종이다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은 총 118종의 원소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은 입문서다. 이 책은 2018년에 나온 아름다운 원소 118의 개정판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인데 특이하게도 저자 이름은 없고, 일본인 감수자 이름만 나와 있다. 번역 감수는 과학 도서 저자와 역자로 잘 알려진 곽영직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 책의 장점은 본문보다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색상 도판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어렵고 딱딱한 화학책이라는 생각을 접게 된다색상 도판을 보면서 원소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이 책의 구성은 화학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고등학생 시절 이후로 원소에 대한 지식이 멈춰버린 성인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원소의 구() 명칭과 현재 명칭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8,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성인들은 과학 시간에 원소 기호 ‘Na’을 나트륨, ‘K’를 칼륨, ‘I’를 요오드라고 외우면서 배웠다. 혹시 기회가 되면 요즘에 나오는 과학 교과서를 아무나 골라서 살펴보시라. 나트륨, 칼륨, 요오드가 보이지 않은 교과서가 있을 것이다. 이 세 원소가 주기율표에 제외된 건 아니다. 지금도 원소 기호 ‘Na’, ‘K’, ‘I’는 쓰고 있다. 다만 원소 이름이 달라졌다.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 요오드는 아이오딘으로 변경되었다1998년에 대한화학회가 원소 이름을 포함한 화학 용어를 개편했다. 개정된 명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교과 과정에 반영되었다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게르마늄 팔찌의 게르마늄(Ge)도 구 명칭이다. 요즘 학생들은 ‘Ge’저마늄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총 여덟 편의 칼럼이 수록되었다. 칼럼의 주요 내용은 우리 몸에 있는 필수원소가 너무 많아지면 생기는 부작용희귀 금속 소유를 둘러싼 국제 분쟁 등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일본에서 나온 책이므로 일본 위주로 서술된 내용이 많이 나온다. 113번째로 발견된 원소는 일본인 학자가 발견했는데, 원소 이름은 국명 ‘일본의 자국어 발음 니혼에서 따온 니호늄(Nh)’이다그래도 이 책을 쓴 일본인 감수자는 과학 강국이 된 자국의 수준을 과하게 내세우지 않았다. 감수자는 우리 일상을 편하게 해주는 원소의 이로운 점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원소의 단점도 언급한다. 일본에서 발생한 공해병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의 원인은 각각 카드뮴과 수은이다. 감수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언급하면서 방사성 원소의 위력을 각인시켜준다


원소는 좋든 나쁘든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물질이다. 원소의 기본 성질이 변하지 않는 한 인류는 그 성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원소를 신중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원소가 살아 있는 존재라면 인류를 곤란하게 만든 위험천만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인류가 방심하면 원소 속에 간직된 위험한 사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재현될 수 있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37




 


[] 대류권에 있는 오존은 독성물질이다. 피부에 접촉하면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장시간 흡입하면 호흡기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오존의 해로운 점도 반드시 언급해줘야 한다. 오존의 살균 효과를 과장해서 오존을 건강에 좋은 물질로 소개하는 유사 의학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오존의학협회는 오존 테라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 66


 바나듐은 인간의 필수원소이나, 그 양은 성인 남성의 경우[0.11mg이라는 극히 적은 양이어서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 과거의 의학 연구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삼아 실험이 진행되었다.






3

 


* 71





 

[띄어쓰기] 인체의 필수원소인 철은






4

 


* 158

 




 

[] 1845년에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Urbain Le Verrier)가 해왕성 궤도를 처음으로 계산했고, 이듬해에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갈레(Johann G. Galle)는 르베리에가 계산한 것을 이용해 해왕성을 관측했다. 영국의 존 애덤스(John C. Adams)가 르베리에보다 2년 먼저 독자적인 계산 방식을 이용해 해왕성의 존재와 위치를 예측했다. 그러나 그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계는 애덤스의 계산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과학도서 저자는 해왕성 발견자로 애덤스, 르베리에, 갈레, 이 세 사람을 함께 언급한다. 하지만 어떤 저자는 르베리에와 갈레를 해왕성 발견자로 언급하기도 한다.






5

 

 

* 167






 

 

[] 시보시보귬(Seaborgium)’의 오자. 시보귬의 은 한글 프로그램에 없는 글자라서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사용하는 한글 프로그램은 한글 2014’인데, ‘을 입력하면 ‘rba’로 나온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2-01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마늄 팔찌하나 장만해야겠어요~ㅋㅋㅋㅋ
진짜 꼼꼼히 읽어주시는 멋진 독자~👍

cyrus 2021-02-01 18:38   좋아요 1 | URL
저마늄... 마치 비속어처럼 들립니다. 발음을 잘 해야겠어요.. 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mini74 2021-02-01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아름다운 원소 118을 갖고 있는데, 이것도 갖고 깊어요 ㅎㅎ 그런데 내용이 많이 겹치네요 ㅠㅠ

cyrus 2021-02-01 18:38   좋아요 2 | URL
구판을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을 거예요. ^^;;

감은빛 2021-02-0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개정된 명칭이라는 거, 아무리 봐도 영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사실 언제나 변화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법이죠. 국민학교가 어느날 갑자기 초등학교로 바뀌었어도 제 입에선 늘 국민학교인 것처럼.

cyrus 2021-02-02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나트륨’이 익숙해서 ‘소듐’이라는 단어가 딱 떠오르지 않아요. ^^;;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평점


4점  ★★★★  A-





I’m askin is for a little respect.

 

내가 바라는 건 작은 존중이에요.


 

-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노래 <Respect> 중에서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의 원제는 ‘respect’. ‘respect’존중또는 존경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예전에 리스펙이라는 은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찬사를 보낼 때 리스펙!’이라는(감탄하거나 환호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리스펙뒤에 느낌표를 붙여줘야 한다) 단어를 사용하거나 말할 땐 짧고 굵게 외친다.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인티 차베즈 페레즈(Inti Chavez Perez) 스웨덴 정부 성평등 고문으로 활동한 성교육 전문가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만족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만남은 인간관계를 맺는 기본이고, 우정과 결혼은 이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상호 존중이 없다면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저자는 남학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섹스를 좀 더 멋지게 즐기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그럴 때 저자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서로의 성적 취향을 이해하게 되며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대답한다섹스는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육체적 행위이다. 하지만 섹스를 삽입하는 행위로만 인식하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강압적인 섹스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포르노를 보면서 섹스를 배운 사람, 특히 남자들은 포르노 배우처럼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체위를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이들은 이런 체위를 하면 여자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이런 남자들의 단순한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상대 여성의 성적 취향이 뭔지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삽입을 시도하려는 남자는 섹스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섹스를 잘 모르는 남자를 만난 여자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섹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역자와 감수자가 성교육 현장에 통용되고 있는 성차별 언어를 성평등 언어로 바꿔 표현했다는 점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디지털 성범죄처녀막은 질 주름으로, ‘자궁’은 포궁(胞宮)으로 대체되었다저자는 섹스를 그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행위로 간주하는 반응을 경계한다. 섹스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우리 자신이 정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육체적 · 정신적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을 전제로 한 섹스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이 책을 보다가 어떤 대목이 너무 나갔다 싶으면 그냥 책을 덮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문제의 대목을 다시 보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말한 어떤 대목섹스에 대한 저자의 과감한 견해를 말한다. 사실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몇 개 보인다그래도 저자의 견해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내가 인용한 문장은 여러 가지 자위 방법을 소개한 내용의 일부이다.



* 46

 

 포르노 영화에서 몸에 정액을 맞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게 어떤 기분일까 궁금할지도 모릅니다. 한번 실험해보세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로 사정을 하면 배나 상반신에 정액이 튈 테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엉덩이에 쿠션을 받치고 벽에 머리를 기대면 얼굴이나 입에 정액을 맞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포르노 속 장면을 따라 하는 자위 방법은 청소년에게 권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자위는 위험하다. 정액이 눈에 들어가면 안구가 충혈되어 따가울 수 있다. 정액 알레르기(semen allergy)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정액 알레르기 증세는 주로 여성에게 나타난다. 성관계 이후에 음부가 가렵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면 두드러기, 호흡 곤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성 쇼크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은 성관계와 임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정액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남자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연구 결과가 있는데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피부)에 정액을 맞는 자위를 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면 안 하는 것이 좋다.

 

포르노에 자주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의 얼굴이나 복부에 사정하는 행위다. 저자는 포르노에 나오는 사정 행위 장면에 호기심을 느끼면 한번 실험해보라고 주장하면서도(43) 현실의 섹스를 포르노 배우가 하는 것처럼 따라 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55). 이러한 저자의 발언은 모순이다. 질외 사정은 상대 여성 입장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이다. 특히 정액 알레르기가 심한 여성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관계를 할 땐 콘돔을 사용하자






Mini 미주알고주알

 

 

* 쪽수 미확인

 

 섹스에서 부정적 신호는 부정적 신호일 뿐이고, 싫다고 했으면 싫은 겁니다! 예외는 없다는 것을 똑독히[] 알아두세요. 한쪽이 흥분했거나, 술에 취했거나, 이미 커플 사이라는 이유로 성적 유린을 눈감아줄 수는 없습니다.

 

 

[] 똑똑히의 오자.

 

 

 

* 253

 

 세이프 섹스로 예방할 수 없는 성생활의 다른 문제들을 지적해두고 싶네요. 첫째, 사면발이[]는 음모에 붙어사는 미세한 벌레로 가려움증을 유발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약국에 가면 효과 좋은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을 거예요.

 

 

[] 표준어는 사면발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21-01-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호기심을 느끼면 한번 실험해보라는 주장과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모순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게 모순이 되려면 ˝필요가 없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라는 전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성관계를 할때는 콘돔을 사용하자˝라는 문장으로 보아 사이러스님은 피임법(?)으로서의 질외사정과 몸에 정액을 뿌리는 행위를 같다고 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콘돔을 사용해서 성관계를 하다가 사정시 콘돔을 제거하고 정액을 복부나 얼굴에 사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콘돔 사용과 복부나 얼굴에 정액을 사정하는 행위도 택일은 아니죠.

말씀하신대로 이 책의 원제는 <존중>이잖아요. 제가 읽은 이 책은 진짜 ‘합의‘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걸 강조하던 기억인데요.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이나 정액을 뿌리는 행위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는 여성에게 저런 행동을 하거나 억지로 동의를 요청하는 건 옳지 않지만, 무리없이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얼굴이나 복부에 정액을 뿌리는 행위가 권력적/정복적 욕망을 투사하는 행위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섹스 중 일어나는 행동들에 관한 사람의 욕망은 굉장히 다종다양해서, 저런 걸 좋아한다고? 싶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잔뜩 있고.....

cyrus 2021-01-19 15:22   좋아요 0 | URL
제가 동정남인데다가 여전히 성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이 있고 무지해서(솔직히 말해 저의 성적 취향이 구체적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레드스타킹 멤버들과 각자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진짜 몰라서 대답을 못했어요) 그런지 저자가 언급한 자위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어요. 제가 표현한 ‘모순’이라는 단어가 syo님이 지적하신대로 문맥상 맞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의 두 상반된 입장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질외사정을 완벽한 피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질외사정을 피임법의 한 방법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어요. 진짜로 이렇게 썼다간 왜곡된 성 지식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글 마지막에 강조한 콘돔 착용의 중요성은 뜬금없는 문장일 수 있지만, 성교육 책에서 반드시 나오는 내용이라서 언급해봤어요.. ㅎㅎㅎ

사정 후 정액을 여자의 몸에 뿌리고 싶다는 남자의 요구에 상대 여성이 분명히 동의한다면 문제없다고 봅니다. 성적 취향이나 욕망의 형태는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니까요. 남자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하는 여성이 있겠죠..? ㅎㅎㅎ 잘 모르겠어요. ^^;;

카스피 2021-01-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모쏠들은 끼기 힘든 주제같네요^^;;;

cyrus 2021-01-21 07:27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사람 인생은 알 수 없으니(연애와 결혼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가진다면)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