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파티아(Hypatia)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수학자이자 철학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양한 학문을 교육받은 수재였다. 성인이 된 히파티아는 학생들에게 기하학과 철학, 천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수학 교과서의 주석을 썼다. 이 주석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히파티아 혼자 수학자 디오판토스(Diophantos)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책에 대한 주석서를 썼지만, 안타깝게도 온전한 상태의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

 

히파티아는 뛰어난 학자였지만, 많은 사람은 그의 끔찍한 최후를 생전 활동보다 더 많이 기억한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히파티아를 그리스 최후의 여성 수학자 또는 기독교에 희생당한 학문의 순교자로 평가한다. 알렉산드리아는 과학이나 철학, 기하학 등의 학문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있는 학문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불만을 느낀 기독교인들은 히파티아의 지적 활동을 이교도의 소행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키릴로스(Kyrillos)는 기독교의 교리를 보호하기 위해 철학과 수학을 이교도의 학문으로 규정하여 배격했다키릴로스를 추종한 기독교 광신도들은 마차에 타고 있던 히파티아를 습격해 폭행을 가했다. 그들은 히파티아를 발가벗긴 다음 굴 껍데기로 피부를 벗기는 고문을 자행했다(어떤 고대의 역사가는 히파티아가 키릴로스의 사주를 받은 광신도들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히파티아의 피부를 벗길 때 사용한 도구가 날카로운 도자기 파편이라고 기록한 문헌이 있다). 잔인한 고문을 당한 히파티아는 산 채로 불에 태워졌다.
















*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4(민음사, 2009)

* 칼 세이건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후대의 학자들, 특히 계몽주의자와 과학사학자들은 히파티아의 죽음을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모든 학문이 기독교의 영향력에 의해 매몰된 암흑시대’의 시작으로 봤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로마제국 쇠망사에서 히파티아의 죽음을 성인으로 추대된 키릴로스의 품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고 평가했다(447519). 칼 세이건(Carl Sagan)코스모스에서 히파티아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58)’으로 소개했고, 그 역시 히파티아의 죽음 이후를 고대 과학이 쇠퇴하기 시작한 암흑시대’였다고 주장했(662).


작가와 예술가들은 히파티아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비운의 천재로 묘사했다. 히파티아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아고라>는 기독교가 지배한 비이성적인 시대에 맞서다가 희생된 천재 학자의 모습을 재현했다.




















































* 김정희 수학 아라비안나이트(RHK, 2009)

 

* 김형근 아테네 학당: 인류의 위대한 거인들과의 만남(영림카디널, 2011)

 

* 클리퍼드 픽오버 수학의 파노라마: 피타고라스에서 57차원까지 수학의 역사를 만든 250개의 아이디어(사이언스북스, 2015)

 

* 김홍식 세상의 모든 지식(서해문집, 2015)

 

* 마이클 J. 브래들리 달콤한 수학사 1: 탈레스의 증명부터 피보나치의 수열까지(Gbrain, 2016)

 

* 김진용 수학과 문명의 스케치(2, 경문사, 2016)

 

* 이만근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경문사, 2016)

 

* 줄리아 피어폰트, 만지프 타트 페미니스트 99(민음사, 2018)

 

* 차길영 교실 밖으로 꺼낸 수학이 보이는 세계사(지식의숲, 2019)

 

* 신기영 수학은 자유이다(수정증보판, 북스힐, 2020)

 



히파티아의 죽음은 기독교가 학문의 자유를 탄압한 사례 중 하나로 알려졌다. 과학 또는 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을 쓴 저자들은 히파티아의 최후에 관한 전설을 인용하면서 그녀를 종교의 광기에 희생당한 학자로 묘사했다(수학과 문명의 스케치, 수학은 자유다, 수학의 파노라마, 달콤한 수학사 1,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아테네 학당, 세상의 모든 지식, 페미니스트 99). 몇몇 저자는 히파티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았고, 결국 마녀로 몰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고 썼다(교실 밖으로 꺼낸 수학이 보이는 세계사, 수학 아라비안나이트).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히파티아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와 이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히파티아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모두 가진 특별한 여성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반기독교주의자들은 기독교의 종교적 광신을 비판할 때 히파티아를 거론했다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전설은 기독교를 비판한 계몽주의 사상가와 반기독교주의자의 입맛에 맞게 윤색되었다. 미화된 전설을 그대로 받아들인 학자들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학문적 유산을 가차 없이 파괴하여 유럽 지성사를 후퇴시킨 원인으로 과학과 철학을 거부한 기독교를 지목했다지식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비판하는 회의주의자로 알려진 칼 세이건도 전설을 인용하면서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편파적인 해석을 고수했다.

















* [품절] 마리아 드스지엘스카 히파티아: 고대 그리스가 사랑한 여인(우물이있는집, 2002)




체코의 역사가 마리아 드스지엘스카(Maria Dzielska) 히파티아 기독교를 공격할 때마다 거론된 히파티아 신화에 가려진 진실을 밝힌 책이다. 마리아는 히파티아를 종교적 광신의 희생자가 아니라 키릴로스와 히파티아의 친구인 로마 제국의 제독 오레스테스(Orestes) 사이에 일어난 정치적 대립에 휘말린 희생자였다고 주장한다. 오레스테스는 기독교인이었다. 히파티아는 기독교인들을 호의적으로 대했으며 관직에 등용된 기독교인들에게 존경받는 학자였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싶었던 키릴로스는 히파티아와 친하게 지내는 오레스테스가 거슬렸고, 이를 빌미로 히파티아를 이교도로 몰아세워 탄압했다. 히파티아가 죽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된 이후에도 고대 과학과 철학은 발전했다그리고 마리아가 쓴 히파티아 전기에 따르면 죽음을 맞이한 히파티아의 실제 나이는 60세였다. 소설과 그림 속에 묘사된 ‘젊고 아름다운(관능적인) 여성히파티아는 왜곡된 전설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 [절판] 로널드 L. 넘버스 엮음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뜨인돌, 2010)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는 과학을 배척한 기독교라는 오래된 통념을 반박하는 학자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이 책에 히파티아의 죽음을 고대 학문이 쇠퇴하는 시점으로 보는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의 글쓴이는 마리아의 히파티아 전기를 인용했다.
















* 김용관 수냐의 수학 영화관: 영화로 수학 읽기, 수학으로 세상 읽기(궁리, 2013)




영화의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거나 간접적으로 묘사된 수학과 수학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은 수냐의 수학 영화관에 히파티아의 생애와 학문적 성과를 소개한 내용이 나오는데, 저자는 히파티아가 기독교인들과 원만하게 지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의 죽음을 기독교에 의한 희생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163). 국내에 출간된 교양 과학도서의 저자들은 히파티아 전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인용했다. 하지만 수냐의 수학 영화관의 저자(자신을 수학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했으며 수냐는 저자의 별칭이며 비어 있음’, 0을 뜻하는 인도어다)는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과장된 해석에 의해 부풀려진 전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히파티아의 최후과 관련된 전설이 너무 많이 알려지다 보니 일부 페미니스트는 히파티아를 남성 중심 기독교의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 히파티아는 젊은 학생들의 스승이었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 줄을 섰다고 한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고위직 관리나 성직자가 되었고, 히파티아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물론 히파티아를 남성 중심의 학계에 침범한 여성으로 보거나 그의 재능을 받아들이지 못한 기독교인 남성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아닌 현자로 살아온 히파티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료들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히파티아를 단순히 성차별을 받으면서 살아온 여성으로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히파티아 전설과 그의 죽음을 바라본 학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젊은 여성’, ‘순교’, ‘희생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 작가와 예술가들은 히파티아의 여성성과 관능적인 매력을 부각했다면, 학문의 자유를 중시한 학자와 사상가들은 히파티아를 기독교에 맞서다가 희생당한 최후의 천재로 만들었다. 그들은 곳곳에 비어 있는 형태로 전해져온 알렉산드리아 현자의 생애에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들을 채워 넣었다. 결국 히파티아의 생애에 대한 진실은 완전히 잊혔다. 역사적 진실과 정당한 평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가공된 전설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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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보고싶어하는 것만을 보는 것은 너무 흔히 저질러지는 일이고 경계해야 할 일이에요. 히파티아의 죽음이 이렇게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당해 온 것은 오늘 또 처음 알았네요. 항상 cyrus님 글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

cyrus 2021-05-23 17:44   좋아요 0 | URL
역사를 공부해보면 전설이 진실로 잘못 알려진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저도 히파티아에 대한 진실을 최근에 알았어요. ^^

2021-05-20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5-23 17:50   좋아요 1 | URL
히파티아의 죽음을 ‘마녀사냥’의 예로 언급하는 저자들이 있어요. ‘마녀사냥’ 하면 중세의 어두운 역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마녀사냥과 마녀 재판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있었어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어렸을 때 저는 뜨거운 쇳물에 아기를 넣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의 전설을 실제로 믿었답니다. 에밀레종의 인신공양 전설은 1920년대에 나온,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

mini74 2021-05-2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이렇게 왜곡되고 이용강하다니 ㅠㅠ

cyrus 2021-05-23 17:51   좋아요 1 | URL
히파티아의 삶과 업적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괜히 제가 부끄럽더라고요. 저도 히파티아를 그저 끔찍한 최후를 맞은 여성 천재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

초딩 2021-06-04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행복한 금요일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04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6-04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1-06-0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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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외국 문학에 대한 관심의 범위가 넓은 독자라면 체코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작가로 카렐 차페크(Karel Capek)를 언급할 것이다체코의 유명한 음악가는 드보르자크(Dvořák)스메타나(Smetana). 그렇다면 체코의 유명한 화가는 누굴까? 동화 작가로도 활동한 삽화가 요제프 라다(Josef Lada)는 체코인이 사랑하는 화가이지만,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자면, 카렐 차페크의 형 요제프 차페크는 화가 겸 삽화가다. 요제프는 카렐의 책에 실린 삽화를 그렸다)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도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체코의 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그동안 무하는 화가 또는 예술가가 아닌 장식 미술가’, ‘포스터 제작자로 알려졌다그는 프랑스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가 출연한 연극들의 포스터를 제작해 유명해졌다파리의 대중은 우아한 모습으로 포스터에 그려진 인기 배우에 열광했다. 무하가 묘사한 여성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간결한 곡선과 화려한 무늬를 더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하의 장식 디자인19세기 말 파리에서 유행한 예술 양식인 아르누보(Art Nouveau) 운동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사실 무하가 아르누보 운동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하의 장식 예술은 아르누보 양식의 흔한 소재 중 하나인 구불구불한 덩굴처럼 뻗어 나가 장신구와 실내 장식품에까지 확장되었다하지만 아르누보 열풍이 식으면서 무하의 장식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들었고, 그의 작품들은 순수 미술을 선호하는 미술사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포스터가 워낙 유명해서 무하는 당대의 유행을 잘 따른 장식 예술가나 디자이너로만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그가 장식 미술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화가로 활동했고, 말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역사화를 제작한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식 예술가로서의 무하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예술을 일상으로 스며들게 만든 화가 무하의 재능에 주목한다세기말의 유럽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예술 그 자체를 최우선의 가치로 보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했다. 그렇지만 무하는 사람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으며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그림과 디자인을 제작했다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대중, 특히 무하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에 한 눈에 반하는 순간 좋아하게 된다. 이미 무하의 그림을 좋아하고 있었던 마니아들은 무하가 널리 알려진 추세에 기분이 좋아서 무하호!(Mucha+좋을 호 )’를 외치고 싶을 것이다. 무하는 주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고국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체코로 돌아온 그는 계속 창착열을 발산했으며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담은 슬라브 서사시제작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2012년에 출간된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17년에 매혹적인 선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알폰스 무하라는 책을 펴냈는데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책과 비슷해 보인다그런데 개정판답지 않게 오류와 어색한 문장이 있다. 책의 주제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저자가 구판의 문장을 손보지 않고, 책 제목과 표지만 바꾼 채 그대로 출판했다면 책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55


 그는 파리에 와서야 비로소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베를렌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1886장 모레아(Jean Moréas) 발표한 상징주의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후에 나비파(Les Nabis, 형제애라는 히브리어에서 유래)를 형성한 보나르(Pierre Bonnard), 드니(Maurice Denis), 랑송(Pail Ranson)과 같은 젊은 화가들과의 교류는 신비주의적이며, 비의적인 관심을 고조시켜, 원래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무하의 작품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게 된다.

 

 

장 모레아가 발표한 상징주의장 모레아스가 발표한 상징주의 선언이라고 써야 한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모레아스는 1886년에 상징주의 선언(Le Symbolisme)<피가로>에 기고하면서 상징주의의 예술적 정의를 처음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나비파나비(Nabi)’예언자를 뜻하는 히브리어다. ‘Pail’‘Paul()’의 오자.

 


 

* 172

 

 무하의 보석 디자인은 간소하고 기능적이기보다는 복잡하고 화려하고 이국적이다. 그는 보석 디자인은 보석 자체의 세공보다는 상아나 색깔이 있는 보석과 돌, 에나멜, 혹은 직접 그린 그림 등의 다양한 재료를 금테에 둘러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데 주목했다. 그것은 새로운 보석 디자인의 개념이었다.

 

 

보석 디자인은이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 294

 

 1866 장 모레아의 상징주의 선언 이후 젊은 세대들은 말라르메와 보들레르, 베를렌과 빌리에 드 릴아당의 시에 열광했고 다들 집단 신경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냉소주의와 비관주의에 빠져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징주의 선언이 발표된 해는 1886이다.

 

 


* 319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동백꽃 부인의 마르그리트는 퇴폐를 상징하는 자유분방한 미인이었고 [중략]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도 작가다. 동백() 아가씨로 번역되기도 하는 춘희를 썼는데, 아버지와 아들 모두 이름이 같다. 그래서 아버지 뒤마를 뒤마 페레(Alexandre Dumas père)’ 또는 () 뒤마, 아들 뒤마를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 또는 () 뒤마로 표기한다. ‘대 뒤마소 뒤마는 일본식 표기다. 춘희’는 원작의 일본어 제목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의 작가를 알렉상드르 뒤마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춘희의 작가 이름을 뒤마 피스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춘희의 우리말 제목은 동백꽃 부인이 아니라 동백꽃 아가씨. 파리 사교계에 동백꽃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마르그리트는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들을 애인으로 만났을 뿐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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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7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도 읽었는데 지적해주신 부분 하나도 모르고 읽었어요. ㅠ.ㅠ
무하의 그림 스타일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책의 서술 자체도 그렇게 공감이 가지는 않더라구요. 그랟 무하의 그림을 한꺼번에 엄청 많이 도판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좋았던 거 같아요.

cyrus 2021-05-19 20:38   좋아요 0 | URL
저도 무하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지만(말년에 그가 그린 역사화는 그냥 묻히기 아까운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화가인데다가 국내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 노동, 노동자, 노동권을 이해하는 첫걸음
김철식 외 지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획 / 오월의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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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노가다는 온종일 거칠고 험한 막일을 일컫는 속어다. 이 단어는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 도카타(土方)’에서 유래되었다. 단순 반복적인 허드렛일도 막일의 의미에 가깝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은 막일, 허드렛일, 노가다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심지어 어떤 국어사전에는 노가다의 의미를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때로는 노가다가 막노동꾼, 3D 직종 노동자, 단순 업무 노동자 등을 비하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이와 반대로 근로 또는 근로자라고 하면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일해서 얻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노동자이면서도 근로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노동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단어다. 노동도 엄연히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행위인데도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은 우리와 아주 가깝지만,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단어이다그동안 노동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노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노동자로 살아왔다.


노동절(근로자의 날) 전날에 나온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노동, 노동자, 노동권의 의미를 알려준다이 책을 기획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노동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 소속된 일곱 명의 활동가를 포함한 총 아홉 명의 집필진은 노동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 노동의 참된 의미와 노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규교육에서 노동과 노동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노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답습하면서 자란다. 학력이 낮은 사람은 노가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임금 · 장시간 · 고강도 노동을 해야하는 직업을 기피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노동적 인식 탓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지 않은 채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그리고 일하지 않고 돈을 한 번에 많이 벌 수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더 관심을 보인다노동권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청소년은 고용주로부터 받은 부당한 처우를 참고 넘기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노동문제를 직접 해결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잘못된 관행이나 노동법을 위배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노동권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면서 일할 수 있게 만든 권리다. 임금 인상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려면 여러 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파업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합법적으로 결성된 노동조합과 파업을 불법 단체집단이기주의로 이해한다. 노동법상에 명시된 노동조합파업의 의미를 가르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친기업 정책을 선호하는 정치권과 언론은 노동조합과 파업을 비난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노동은 우리에게 점점 더 멀어지는 단어로 남게 될 것이며 우리가 누려야 할 노동권의 위상도 낮아진다.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나온 비정규직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에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노동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문제도 다룬다. 학습지 교사, 화물 운송 지입차주, 골프장 캐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면 특수고용 노동으로 분류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노동권을 누리지 못한다.


공적 영역의 노동/사적 영역의 노동, 남자만 할 수 있는 노동/여자만 할 수 있는 노동,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노동자/이주노동자, 장애인의 노동/비장애인의 노동,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구분된 이분법적 위계 구조는 차별을 양산한다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노동 문제에 작동되는 이분법적 위계 구조를 해체하여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를 확장한다노동권은 일하는 인간이 가져야 하는 권리다. 여기서 말하는 일하는 인간은 국적, 성별, 나이, 신체적 조건을 불문한다. 이주노동자,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 성소수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고령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는 일하는 인간이다.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를 넓게 본다면 일하는 모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하게 노동권을 가져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 154~155쪽


 문재인 대통령 당선 첫 해인 2017년에는 2018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16.4퍼센트로 인상된 7,530원으로, 2018년에는 2019년 최저임금을 10.9퍼센트 인상된 8,350원으로 정해 큰 폭의 인상이 이루어졌다. [주]



[주]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전년 대비 2.9% 인상), 올해 최저임금은 8,720(전년 대비 1.5% 인상)이다.





[주2]


* 203

 



 

 초기 노동자들은 주로 피해 노동자를 중심으로 생존권 확보 투쟁과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투쟁을 진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결정적 계기를 형성한 것은 1988년 급성 수은중독에 걸려 사망한 15[] 소년 문송면 사건과 원진레이온 집단 직업병 발병 사건이었다.


 

 

[] 문송면은 1971214에 태어났으며 향년 17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문 씨의 호적상 생년은 1973년이다. 문 씨의 호적을 참고한 언론은 향년 15로 표기했고, 이로 인해 문 씨가 15세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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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11 09: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떤 의미에서 모든 이들은 다
노동자인데, 노가다니 하는 말로
폄하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영업하는 친구는 최저임금을
너무 올렸다고 뭐라 하던데,
제 눈에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덜 주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겠
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마르크스 이래 모두가 요구해온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평가받는 날은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cyrus 2021-05-17 05:45   좋아요 0 | URL
저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지만,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나 사업자가 있다면 이들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입장도 들어봐야죠. 물론 이 문제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됩니다.
 



체코의 작가 레오 페루츠(Leo Perutz)의 재능을 눈여겨본 어느 비평가는 그를 환상소설의 만능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루츠의 주된 관심사는 작중 인물을 교란하게 만들거나 광기로 몰아넣는 초자연성이다. 페루츠가 1936년에 발표한 스웨덴 기사는 환상소설의 형식을 갖춘 역사소설이다.
















* 레오 페루츠 스웨덴 기사(열린책들, 2020)


4점  ★★★★  A-




스웨덴 기사는 작가 생전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돋보이는 걸작이다페루츠는 기묘하면서도 그럴듯한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으며 그 속에 환상과 유머를 적절하게 삽입했다


스웨덴 기사의 중심인물인 무명의 도둑은 악한소설(picaresque novel)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도둑은 자신과 동행하게 된 귀족 크리스티안 토르네펠트를 속이고, 그의 인생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신분을 바꾸는 데 성공한 도둑은 스웨덴 기사라는 별명을 가진 영주 크리스티안 토르네펠트’로 살아간타인의 인생을 빼앗는 일은 악행이다. 도둑은 자신의 악행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도둑질하면서 절대로 가난한 사람의 재물을 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고리대금업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페루츠는 유대인 출신이다. 고리대금업자는 천대받은 유대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다. 작가는 왜 도둑의 입을 빌려 고리대금업자를 경멸하는 대사를 넣었을까. ‘고리대금업자=악랄한 유대인이라는 오래된 부정적 인식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 가혹하게 채무자를 대했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작가의 비판으로 봐야 할까? 아무튼 도둑은 악한소설 주인공처럼 사회악에 반감을 드러낸다.


스웨덴 기사》는 처음에 진부한 상황에서 전개되어 조금씩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다가 소설 마지막에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면서 마무리된다. 처음에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 그래라는 무난한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반전이 있는 결말에 이르면 ! 그래!’라고 감탄하게 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마당, 1999)




스웨덴 기사에 있는 작가 연보에 따르면 페루츠의 첫 번째 장편소설 세 번째 탄환(Die dritte Kugel, 1915)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시 코르테스의 병사들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코르테스의 병사들은 브레히트의 시 선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수록되어 있다.






※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 218

 




 어쩌면 주교님은 영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를 수도 있어요. 누군가 그분께 지금 상항을 전달해야 해요.



[주] 상항 상황






[주2]



* 265쪽





비명 소리 듣고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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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0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 네개는 오랜만에 보는거 같아요. 아! 그래! 하셨다니 급관심이~!

cyrus 2021-05-11 06:34   좋아요 1 | URL
이야기 중반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결말에 다다를수록 재미있어집니다. ^^
 
리얼리티 버블
지야 통 지음, 장호연 옮김 / 코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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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3.5점  ★★★☆  B+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는구먼.”

 

(영화 <자토이치>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서 대처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란 게 있다. 대형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 작지만 비슷한 사고가 29건이나 일어나고 사소한 징후는 300건이 발생한다는 법칙이다불길한 조짐을 예의 주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경미한 징후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캐나다의 과학 저널리스트 지야 통(Jiya Tong)은 대형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되는 문제를 미처 보지 못하는 인간을 현실 거품, 리얼리티 버블(reality bubble) 속에 갇힌 존재라고 말한다거품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다. 일상은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거품 속 세계에 익숙한 우리는 일상 너머에 있는 심각한 상황을 보지 못한다거품이 터지면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심각한 상황을 실감한다거품 속에 있는 우리는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거품 밖에 일어난 파국의 징후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종종 외면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서 눈을 뜨고 있어도 나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경미한 문제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맹점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맹점은 현실 거품을 터뜨리는 경고성 징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지야 통의 리얼리티 버블은 우리를 눈만 뜬 바보로 만드는 맹점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규모의 존재나 사건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것들을 눈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기후 온난화 같은 현재 진행형인 전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하다. 또 우리에게 이로운 미생물과 그 역할에 대해 무지하다.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한 존재라고 생각한다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믿는 우리는 주변 세상과 다른 존재와 상호 연결되어 살아가는 방식을 망각한다. 자신이 생물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우월한 존재라고 본다인간만이 감각과 의식을 갖춘 유일한 존재라는 착각은 인간 중심주의의 한 예다. 인간 중심주의는 동물을 인간을 위해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대한다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맹점들이다. 맹점은 개인의 타고난 약점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한 집단 전체나 사회 안에서 작용하는 맹점도 있다


물과 전기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싫다. 우리는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물과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과 전기를 낭비하고,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쓰고 버린다.


맹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삶이 지속할수록 지구의 수명은 줄어든다. 지구의 수명이 줄어들면 인류 최후의 날이 앞당겨진다. 맹점을 외면하면서 현실 거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에만 매달릴 수 없다. 터진 거품을 또 만드는 일은 거품 밖의 문제들을 소극적으로 보게 만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저자는 맹점의 오류에서 벗어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 그 도구는 바로 과학이라는 이름의 렌즈. 과학 렌즈는 우리의 현실 인식 범위를 좁게 만든 낡은 세계관에 의문을 품게 만들며 맹점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 말자.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과학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과학도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본과 권력과 결탁한 과학은 정확한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한다. 따라서 과학 렌즈를 최대한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면서 사용하려면 계속 연마해야 한다그러려면 지식을 의심하고 비판할 줄 아는 자세와 회의적인 사고를 늘 유지해야 한다과학 렌즈 연마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가까이 있는 문제를 잘 볼 수 없는 원시(遠視)를 교정할 수 없다.






※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 86






 주기율표에 나오는 118개의 원소 가운데 26개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주1] 가속기나 원자로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핵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 방사선 원소를 인공 원소(artificial element)라고 한다. 자연에 아주 적은 양으로 존재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생기는 원소는 수명이 짧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미량의 천연 원소 역시 인공 원소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공 원소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인공 원소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원소의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주2]


* 87쪽





트리니티는 인류 최초의 핵무기였다.

[원문]


Trinity was the world’s first nuclear weapon.

 


[주2] 인류 최초의 핵무기는 194586, 9일에 각각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다.






[주3]


* 413





발렌타인데이 밸런타인데이






[주4]



* 441





 g[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작았다면 빅뱅의 먼지는 그냥 계속해서 팽창하여 은하, 항성, 행성 그리고 우리로 결코 뭉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력 상수의 값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딱 적당하다.



[주4] 중력 상수(gravitational constant)대문자 G로 표시한다. 소문자 g중력가속도(gravitational acceleration)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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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2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이건 그냥 할수 있는게 아닌~~ 저도 책보면 이런부분을 찾아봐야 겠어요~!!

cyrus 2021-05-05 21:45   좋아요 1 | URL
제 의견이 사실과 맞지 않고, 틀릴 수도 있어요. 다른 분이 제 글의 잘못된 주석을 확인하고, 비판한다면 당연히 오류를 인정하면서 고쳐야 해요. ^^

mini74 2021-05-02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니혼늄 이란 이름에 충격을 받았었지요. 가끔 양옆을 가린 경주마보다 좁은 시야를 가진것처럼 느껴질때가 있지요 ㅠ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 ~

cyrus 2021-05-05 21:49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새로운 원소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하던데, 만약 발견에 성공하면 ‘코리아’가 들어간 원소 이름이 지어질 거예요. 그런데 저는 원소 이름을 지을 때 국명보다는 원소 발견자 이름이 포함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1-05-0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리티 버블이란 말을 새로 알았네요. 무수한 징조들이 있지만 그걸 제대로 통찰해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걸 다시 깨닫습니다.

cyrus 2021-05-05 21:52   좋아요 1 | URL
안목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걸 단기간 안에 시도한다고 해서 안목이 빨리 가지는 건 아니죠. 느리더라도 길게 꾸준히 시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Angela 2021-05-04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예요!!

han22598 2021-05-05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냥 한번 찾아봤는데, 지적하신 것들 중에 trinity는 인류 최초 핵무기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것이었지만 최초로 사용된 device 이름 맞는 것 같아요. 맨하튼 프로젝트일환으로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같은 모델로 1945 년 7월 16일에 뉴멕시코 사막에서 실험 했던 거라고 하네요.

정보출처가 위키피디아라서 좀 그렇긴 하네요 ㅠㅠ
https://en.wikipedia.org/wiki/Trinity_(nuclear_test)

cyrus 2021-05-10 06:22   좋아요 0 | URL
의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