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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

 

EP. 5

 


합동북 담담책방

 

 

2021114일 목요일

헌책방은 한파경보, 동네 책방은 흐린 뒤 차차 갬






내가 마지막으로 헌책방에 간 날은 2019년 겨울이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11월 아니면 12월이었을 것이다. 작년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헌책방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시집과 동명 영화가 있다. 나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린 날이면 헌책방에 가야 한다. 그러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


오랜만에 책을 많이 사고 싶어서 현금을 두둑하게 챙겼다. 북구 대현동에 있는 헌책방인 합동북에 가면 최소 2만 원 이상은 쓰는 편이다. 그 정도 가격이면 책 네다섯 권은 너끈히 살 수 있다합동북에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3층에 있었던 책방 공간이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3층 공간은 합동북의 핵(cor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청년센터 사무실이 생겼다. 3층에 있던 수많은 책은 분산되어 1층에 있는 두 개의 공간과 지하실로 옮겨졌다. 맞아, 그랬었지3층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1층에 있는 책방에 가보니 사모님이 계셨다. 책방지기인 남편은 책을 사러 어딘가에 가고 없었다. 책방지기가 있어야 1층에 있는 다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거기에 진짜배기책들이 있다. 사모님이 있던 1층 공간은 문학책, 아동 도서, 실용 서적 등으로 채워져 있고, 그 옆에 있는 공간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가득하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책방지기가 꼭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방지기가 항상 열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사모님은 옆 공간의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드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책방지기가 있어야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다. 맞아, 2019년 겨울에 이곳에 왔을 때도 그랬었지. 책방지기가 올 때까지 한기 가득한 책방 안에서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사모님과 대화를 나눴었지. 또 한 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자 기분이 씁쓸했다. 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나는 책방지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언제 책방에 오는지 물어봤다. 두 시간 뒤에 온다고 했다. 책방지기가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만 없었다. 밖에 날이 따뜻해도 헌책방 내부는 겨울이다책방 안에 계속 있으면 손이 시리니까 사모님은 내게 면장갑을 줬다. 사모님의 일상은 늘 똑같다. 냉동 창고 같은 곳에 계속 앉아 있다가 책방에 온 손님이 오면 일어서서 비켜준다. 책이 너무 많아져서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도 버겁다. 책 탑의 높이는 내 눈높이만 하다(내 신장은 170cm 후반이다). 헌책방에 자주 갔을 땐 책 탑이 경이로워 보였는데, 이제는 녹슬어서 흉물스러운 철탑처럼 보였다. 내가 책 탑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을 때, 사모님은 푸념 섞인 말을 했다.

 


 “책이 너무 많아서 걱정인데, 남편은 책 사러 자꾸 돌아다녀요. 책 사러 온 손님은 안중에도 없고.”


 

책방지기의 모습은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뭐에 홀린 듯이 헌책방에 자주 가서 책을 잔뜩 샀었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가끔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더라.

 

나는 3층 공간에 있었던 책들을 어떻게 1층으로 옮겼는지 궁금해서 사모님에게 질문했다. 용역업체를 불러서 산더미 같은 책들을 옮겼는데, 이때 든 비용이 무려 3천만 원이라고 했다. 사모님과 15분 남짓 대화를 나눈 뒤에 책값을 냈다. 1층을 둘러보면서 구매한 책은 총 네 권, 총 가격은 8,000원이다. 사모님은 책을 잔뜩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내게 미안하다면서 망고 주스 한 병을 줬다. 사모님이 준 망고 주스는 너무 차가웠다. 나는 다음에 올 땐 따뜻한 음료를 사 오겠다고 말하면서 나왔다.

 

헌책방을 나오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헌신(이라고 읽고 희생이라고 쓴다)하면서 헌책방이 운영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모님도 엄연히 말하면 책방지기. 그렇지만 남편이 헌책방 운영에 전권을 가지고 있다. 이게 과연 동등한 운영이라 할 수 있나. 그리고 왜 사모님은 따뜻한 날에 비좁고 추운 책방을 지키고만 있어야 했나.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버스에 올라탔고, 담담으로 향했다.

 

책방이지만, ‘동네 책방이라고 불리는 그곳. 담담은 여전히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 전에 갔다 온 냉동 헌책방과 무척 비교되었다. 나는 담담 책방지기에게 헌책방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고, 거기서 느꼈던 감정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책방지기님, 헌책방에 갔다 오고 나니 기분이 착잡해요. 과연 이 상태로 운영하면 헌책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담담 책방지기도 헌책방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그렇지만 나와 책방지기는 이러면 헌책방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았다. 헌책방이든 동네 책방이든 책을 판매하는 곳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헌책방이 동네 책방보다 먼저 망할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천만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동네 책방 몇 군데 문 닫았다. 그곳들은 길게 가지 못했다. 헌책방과 동네 책방의 운명은 책방지기들도 모른다. 그들은 오직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책방 문을 열어 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책방에 가야 한다. 책이 있는 곳 어디든. 책 좋아하는 손님이 있어야 책방이 살고, 책방이 있어야 손님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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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1-18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뽀? ㅎㅎㅎㅎㅎㅎ

cyrus 2021-01-18 16:30   좋아요 0 | URL
하루에 일어난 일들과 대화를 글로 정리하는 게 힘드네요. 책방에 가면 이야깃거리가 자꾸 생겨요.. ㅎㅎㅎ

기억의집 2021-0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 남편분이 책 호더 아닌가요? 저 정도면.. 책이 잘 팔리면 그나마 덜 힘드실텐데.. 알라딘도 굿즈까지 껴서 책 판매를 생각해 낼 정도면 헌책방의 미래가 암울하긴 하죠..

cyrus 2021-01-18 16:32   좋아요 0 | URL
책방지기가 값어치 있는 고서나 희귀본을 찾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은근히 팔리거든요. 그런데 정작 고서나 희귀본으로 분류되지 못한, 평범하거나 그 이하 수준의 책들은 잘 팔리지 않죠.

blanca 2021-01-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 추운 헌책방 이야기에 마음이 스산해지네요. 일본 헌책방 르포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게 헌책방을 다 하나로 모아서 무언가 재정비를 한 얘긴데 가물가물하네요. 자꾸 사라지고 초라해져 가는 것들에 괜히 마음이 같이 추워집니다. 잘 읽고 가요. 대구도 눈이 오나요?

cyrus 2021-01-18 16:33   좋아요 0 | URL
오늘 대구에 눈이 내렸어요. 눈이 내려서 그런지 유독 날씨가 추웠어요.

페넬로페 2021-01-18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은 예술인데 뭔가 먹먹하네요~~
시대의 변화에 좀 맞춰야하지 않을까요?
잠실에 ‘서울 책보고‘ 가 있어요
청계천 헌책방들을 여기로 옮겼다고 하더라구요~~
널찍하니 잘 정돈되어 있는데도
사실 건질 책은 별로 없더라구요^^

cyrus 2021-01-18 16:37   좋아요 0 | URL
합동북은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어요. 검색창에 ‘합동북’이라는 이름을 입력하면 웹사이트가 나와요. 그런데 사모님이 말씀하시길 웹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책들이 엄청 많다고 해요. 손님이 직접 책방에 가지 않는 이상 이런 미등록된 책은 책방 안에 계속 보관되고 있어요. 이러니 손님 입장에서는 헌책방에 건질 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하죠. ^^;;

레삭매냐 2021-01-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서 헌책방이 사라져 가는 건
아쉬우나.... 그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레코드샵, CD가게 등이 그랬죠.

종이책도 만약 이북으로 주도권이 넘어
가다면, 헌책방 역시 미디엄의 변화에
따른 소멸의 수순을 벗어날 수 없을 거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종이책은 소수 마
니아들을 위한 컬렉션의 대상이 될 지
도 모르겠네요.

cyrus 2021-01-18 16:3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살아남은 헌책방과 그 운영자들이 대단해요. 헌책방 운영자들의 나이가 고령이라서 이 분들이 몸져눕거나 고인이 되면 헌책방은 사라져요. 이런 식으로 헌책방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듯합니다.

stella.K 2021-01-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지? 그런 얘기는 30년전부터 있어왔는데도
헌책방은 없어지지 않고 있어. 줄어들지언정.
책방지기 아저씨 같은 분이 계신 이상 앞으로도 없어질 것 같진
않은데 정말 사모님 너무 고생하신다.
네 권에 8천원이면 거젼데 그거 들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힘들었겠다. 아날로그 땐 당연했던 건데...
사람은 너처럼 마음 둘 곳이 한 두 권데쯤 있어야 하는데 부럽다.
담담 잘 다녀라.^^

cyrus 2021-01-18 16:43   좋아요 0 | URL
3층에 있던 책들을 1층으로 옮겼을 때 사모님은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어서 엄청 고생했어요. 사모님의 사연을 듣다 보니 마음이 착잡했어요.

페크pek0501 2021-01-1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 갈 수 있음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왜 열쇠를 안사람에게 안 주는 건가요? 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책 옮기는 데 3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그만큼 책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저는... 책을 버리며 구매하겠습니다. 다짐!!!합니다.

cyrus 2021-01-18 17:06   좋아요 0 | URL
이유가 궁금했는데,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사모님에게 묻지 않았어요.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뇌피셜이라서 이 글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전망 좋은 []

 

EP. 4

 

 

2021113일 수요일, 햇살 좋은 날





오후에 글을 쓰고 싶어서 담담(책방)에 갔다. 계단이 있는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책방지기였다. 입구 주변에 빗자루를 쓸면서 청소하고 있었다. 그분이 뒤돌아볼 때까지 나는 청소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책방지기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지만, 무례한 행동일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책방지기가 뒤돌아서자 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책방지기는 먼저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다.


책방지기는 책방에 오는 택배 기사들에게 호박 진액(호박 즙)을 준다. 3층에 오는 택배 기사에게 늘 미안한 감정을 느껴서 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게 호박 진액과 같은 건강보조식품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박 진액이 상당히 좋은 거라면서 내게 하나 마셔보라고 줬다책방지기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많이 달지 않아서 호박 그대로의 맛이 났다.  


책방에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비밀 공간이 있다. 손님은 이곳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비밀 공간은 책방지기의 아들들이 쓰는 방이다. 책방지기의 아들은 두 명이다. 책방에 있으면 아들들이 비밀 공간을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담담을 이용하려는 분들에게 이 사실을 꼭 알리고 싶다. 앳돼 보이고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가 책방에 들락날락한다면 당황하지 마시라. 책방지기의 아들이다. 아니면, 그 사람은 나일 수도 있다책방지기의 아들들은 채식을 선호한다. 작년에 책방지기의 아들 한 명이 전역했다. 책방지기와 터놓고 대화를 하게 되니까 아들들에 대한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책방지기를 만나려는 남자 한 분이 책방에 왔다. 남자가 오기 전에 책방지기는 잠깐 어디 나갔다. 아들이 대신 책방지기의 개인 사무실(책방지기가 개인 업무를 볼 때 이용하는 작은 방)을 지키고 있었고,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손님에게 책방지기가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이 날 보자마자 이런 말을 했다. , 네가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이구나. 축하한다.” 나는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은 사무실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손님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게 나와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은 안경을 쓰고 있다. 여기에 내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손님이 나를 책방지기의 아들로 오해하는 건 당연했다.


밖에 나갔던 책방지기가 돌아왔고, 그분은 간식으로 크루아상을 사 왔다. 책방 근처에 빵집이 있다. 예전에 내가 책방을 가기 전에 빵을 샀던 곳이기도 하다(‘전망 좋은 []두 번째 이야기 참조). 책방지기는 밖에 나갔다가 출출해서 빵을 샀다고 했다. 그러고는 같이 먹자고 했다. 책방에서 간식과 마실 것을 얻어먹게 될 줄이야‥….



















* 그림 형제, 김열규 옮김 그림형제 동화전집(현대지성, 2015)

 

* 그림 형제, 홍성광 옮김 그림 동화집 1, 2(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 《그림 동화집 1헨젤과 그레텔이 수록되었음. 





그 순간 책방이 그림(Grimm)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느껴졌다부모에게 버림받은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을 떠돌다가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한다. 남매는 그곳에서 집주인을 만난다. 하지만 그 집주인은 알고 보니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였다. 헨젤은 우리 안에 갇히게 되고, 마녀는 헨젤을 포동포동하게 살찌우기 위해 그레텔을 하녀처럼 부린다.


간식과 음료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책방이 동화에 나온 과자로 만든 집이라면 책방에서 안락함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이기적인 욕심으로 변질할 수 있다. 자꾸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이러다가 서재를 탐하다가 아니라 담담을 탐하다가 되겠군그런데도 책방지기는 항상 내게 얼마든지 책방에 와서 편안하게 이용하라고 말한다. 장난스러운 표현이지만, 이런 책방지기의 모습은 마녀와 같다. 책방을 마음껏 이용한 대가로 책방지기가 나에게 계단이 있는 입구나 책방 내부를 청소하는 일을 맡길 수도 있다. 만약에 책방지기가 나에게 무급으로 청소를 부탁한다면 기꺼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책방을 아늑한 내 방처럼 편안하게 이용했다. 내 방을 스스로 청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커피를 마셨으면 빈 찻잔을 흐르는 물로 씻어서 찬장에 넣을 수 있다. 이건 어려운 일도, 귀찮은 일도 아니다. 책방을 편안하게 이용했으면 당연히 뒷정리를 해야 한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책방지기는 나를 배웅한다. 나는 항상 그분에게 오늘 하루도 책방을 잘 이용했고,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한다. 빈말이 아니다. 책방에서 책방지기와 주고받은 대화들, 책방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 이 모든 게 나한테는 특별해 보인다. 그리고 그냥 흘러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일부로 여기고 싶지 않다. 기억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결국 책방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려면 기록해야 한다기록은 기억을 낳는다항상 이 말을 명심하면서 책방에 관한 기록을 꼭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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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15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기록도 기대합니다!!!

cyrus 2021-01-15 18:13   좋아요 2 | URL
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대구에 있는 책방에 가보는 거예요. ^^

페넬로페 2021-01-15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꾸 담담에 가고 싶어요~~
cyrus님
‘아무튼, 책방‘~~
책 내셔요^^

붕붕툐툐 2021-01-15 15:25   좋아요 2 | URL
와~ 찬성찬성!!

cyrus 2021-01-15 18:15   좋아요 2 | URL
이미 책방에 관한 책을 쓰신 분들이 계시고, 사실 책방 일기는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저는 나태해지지 않고 기록하는 것에 만족합니다. ^^

수이 2021-01-15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져 기록도 책방지기님두 크로와상 먹고싶어진다

cyrus 2021-01-15 18:17   좋아요 2 | URL
최근에 비건 빵의 맛을 알게 돼서 그 빵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

blanca 2021-01-15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방 오래오래 흥하기를...

cyrus 2021-01-15 18:18   좋아요 2 | URL
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대구에 책방이 더 생겼으면 좋겠고요. ^^

미미 2021-01-15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번도 직접 뵌적 없는데 담담책방지기님 이젠 익숙하고 친근해요ㅋ. 저에게도 다닐만한 저런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cyrus 2021-01-15 18:19   좋아요 2 | URL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책방을 알고 있는 저는 행운아 같습니다. 책방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

붕붕툐툐 2021-01-15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자로 만든 집에서 글 잘 쓰셨습니까? 어떤 글을 쓰셨는지 궁금하네요~ 전 왠지 이 글이 ‘나는 앳돼 보이고 대학생처럼 보여요~‘하는 자랑의 글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건 나뿐인가..훗...)

페넬로페 2021-01-15 16:08   좋아요 2 | URL
와! 저도 비슷한 생각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cyrus님이 제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어리신건 아닌지?

cyrus 2021-01-15 18:21   좋아요 1 | URL
어제 블로그에 등록된 글 중에 한 편입니다. 생각보다 금방 글이 써지더라고요. 책방의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ㅎㅎㅎ

제가 아직도 대학생 같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

cyrus 2021-01-15 18:22   좋아요 2 | URL
To. 페넬로페 님 / 제 나이 숫자 앞자리는 3입니다. ^^

stella.K 2021-01-15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너도 이제 숫자 앞자리가 바뀌었구나.
그래도 그런 소릴 들을 정도면 아직 한창으로 보이나 보다.ㅎㅎ
훈훈해. 광에서 인심 난다고 역시 책도 좋지만 먹을 게 있어야 해.^^
 

 





전망 좋은 []

 

EP. 3

 


202119일 토요일, 수성못이 얼 정도로 추웠음.







책방에 오실 때 사진기 꼭 챙겨오세요. 오랜만에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담담 책방(담담)에서 특별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그분을 안 본 지 거의 일 년 조금 넘었다. 나는 책방에 먼저 가서 지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인은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판매하는 케냐 AA 커피 원두 가루를 챙겨왔다. 연말에 서·탐 책방지기가 케냐 AA 원두 가루를 담은 작은 봉투 세 개를 선물로 줬다. 갈색 종이 봉투를 열면 그 안에 종이 주머니(티백)가 있다. 종이 주머니를 연 다음, 그것을 찻잔 안에 고정한다. 뜨거운 물을 종이 주머니에 붓는다. 그러면 종이 주머니에서 우러나온 커피가 찻잔을 채운다.


담담에 오면 책방지기가 커피를 대접했다. 이번에는 내가 대접할 차례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기분이 들떴던 것일까.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종이 주머니를 열지 않은 채 그냥 뜨거운 물을 부었다. 책방지기는 실제로 녹차를 마시듯이 종이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그분은 커피 향과 맛이 좋다고 했다. 다행이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뒤에 지인’을 드디어 책방에서 만났다. 이 분이 누구냐면‥…






사진 에세이를 낸 작가이자 알라딘 블로거인 유레카(yureka01) 이다사진 에세이를 낸 작가이자 알라딘 블로거인 유레카 님이다. 그분의 한 손에 소리 없는 빛의 노래 다섯 권이 들려 있었다.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만인사, 2015)



 

유레카 님은 책방에 오자마자 사진기를 꺼냈다. 책방 내부를 쭉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유레카 님은 작년에 어떻게 지내셨을까? 유레카 님은 이직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독서와 사진 찍기는 물론 블로그 활동도 하지 못했다유레카 님은 뒤늦게 경제와 투자에 눈을 떴다고 했다. 노후 보장을 위해서 틈틈이 경제 및 투자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책방지기, 유레카 님, 그리고 나, 이 세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유레카 님과 나는 알라딘 블로거라서 알라딘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책방지기는 책과 쓰기 마니아들이 모인 알라딘 서재에 흥미를 보였다유레카 님은 알라딘 서재의 좋은 점을 주로 얘기했지만, 반대로 나는 알라딘 서재의 문제점과 한계 들을 언급했다삼자 대화를 할 땐 나 같은 악당(villain) 한 명은 있어야 한다.


유레카 님과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그분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담담이 잠들 때까지 계속 책방에 있었다. 나만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담담 책방 안에 있는 히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책방 내부는 냉기로 가득했다. 책방지기는 히터를 고치기 위해 정비업체 직원을 불렀다. 히터 고장의 원인을 자세하게 알지 못했지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주말 첫날이라서 그런지 그날은 책방지기가 바빠 보였다. 유레카 님이 가고 난 후에 대구 녹색당원으로 활동 중인 부부가 책방에 왔다. 책방지기는 그분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커피를 대접했다.

 

부부가 가고 난 후에 책방지기는 자신의 작은 사무실(책방 안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개인 업무를 봤다. 나는 부부가 앉은 탁상 위에 놓은 두 개의 찻잔을 치웠다. 책방지기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커피를 다 마셨으면 빈 찻잔을 스스로 치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책방지기가 바쁘면 책방에 있는 손님이 책방 정리를 해야 한다


책방지기는 기회가 되면 서·탐과 같은 동네 책방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담담 책방지기와 서·탐 책방지기가 만날 수 있게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각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책방지기 두 분이 서로 만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제발 그 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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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11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성못이 얼었군요. 삼자 대화뿐 아니라 알라딘서재에도 꼭 필요한 악당이십니다 *^^*

cyrus 2021-01-12 10:24   좋아요 1 | URL
책의 오자를 잡는 빌런이 되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1-01-11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소식이 궁금했는데, cyrus님의 서재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cyrus님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1-01-12 10:25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날씨가 조금 풀린다고 해요. 밖에 나가 햇빛을 받아야겠어요. 서니데이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1-01-11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줄 알았다. 유레카님이 고생이 많으신가 보다.
벌써 서재를 떠나신지가 꽤 되는 것 같은데
서재는 고사하고 그 좋아하시는 사진도 여태 못 찍고 계시다니.ㅠ

근데 너 참 용감하다. 수성못이 얼 정도면 집에 있지.
2008년인가 9년도 겨울이 무척 추웠지.
하필 그렇게 추운데 시나리오 학원 동기들이 모인다는 거야.
추우면 웬만해서 안 나가는데 만날 때야 반갑지만
오가는 버스안에서 무슨 열일인가 싶더군.
그나마 눈이 안 오니까 나갔지 눈 왔으면 나 죽었소 하고 안 나갔을 거다. ㅋ

cyrus 2021-01-12 10:28   좋아요 1 | URL
집에서 책방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추워도 걸어 다닐 수 있어요. 문제는 집으로 돌아갈 때가 힘들죠. 책방이 잠들 시간이면 해가 져서 날씨가 춥거든요.. ^^;;

얄라알라 2021-01-1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유레카님을 뵈었네요. 저도 가끔씩 들러서 사진보며 감탄하는 분이신데, 근사한 커피 포장과 깊은 커피 향 그리고 아마도 우아한 대화로 행복하셨겠어요. 어른 사람과 대화다운 대화 나눠본지 언제인지^^

cyrus 2021-01-12 10:30   좋아요 1 | URL
책방에 오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1-1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운 유레카 님....
저도 요즘 알라딘 시스템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난 상태.

cyrus 2021-01-12 10:32   좋아요 2 | URL
알라딘 서재의 수준과 비슷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중인데, 그런 데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독서와 서평 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지금 눈여겨보는 온라인 플랫폼은 브런치입니다.

붕붕툐툐 2021-01-1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레카님께 마음의 빚이 있어서.. 언젠간 꼭 갚아야 할텐데요... 죄송스럽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유레카님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의 오작교(?)도 꼭 성공하시길!!^^😊

cyrus 2021-01-12 10:33   좋아요 1 | URL
책방지기 두 분은 기혼자라서, 우정의 오작교가 어울리네요. ^^;;
 




전망 좋은 []

 

EP. 2

 


20211월 7일 목요일

어제처럼 대구에 엄청 추웠던 날이 있었던가?






오늘 담담 책방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친구가 연락이 와서 오늘 오후에 만나자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약속을 수락했다. 일정 계획이 바뀌게 되면서 어제 담담에 갔다. 책방에 가기 전에 빵집을 들렀다. 항상 책방에 오면 책방지기가 커피와 빵을 대접했다. 만날 얻어먹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간식을 직접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와 어울리는 롤 케이크 형태의 빵을 넉넉히 샀다. 책방에 올 손님들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여기에 내가 먹고 싶은 마카롱 세 개도 샀다.


책방에 들어가니 책방지기가 안 보였다. 잠깐 어디 나가셨나? 외출했으면 책방 문을 잠갔을 텐데‥…. “아무도 안 계십니까?” 책방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찰나에 마침 화장실에서 책방지기가 나왔다. 책방에 계셔서 다행이다. 구입한 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는 다음에 올 땐 아무것도 사 들고 오지 말라고 하셨다.


담담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방지기와의 대화다. 책방지기가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 시간이 즐겁다.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그분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분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책에서 얻을 수 없는 현실적인 것이다아무래도 대화 장소가 책방이라서 책방과 관련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책방지기는 내게 담담 책방의 지향점을 솔직하게 밝혔다. 책방지기의 직업은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다. 그분의 목표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쉼터 같은 책방, 비종교적인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책방지기는 목사라는 직함이 스스로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책방지기에게 질문했다.

 


 “책방지기님은 책방지기목사중에 어느 호칭을 더 좋아하세요? 책방지기님이 목사호칭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제가 앞으로는 목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그러자 책방지기님은 자신을 책방지기또는 사장님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책방지기라는 말이 생각보다 입에 잘 붙지 않는다. 한때 이 호칭을 줄일 수 없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책방지기를 대체할 호칭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다음부터는 그분을 책방지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책방지기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책방지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대구 및 경북 사람이라면 알만한 지역 언론사 기자였다. 그 기자는 대구의 책방과 동네 서점을 취재하기 위해서 SNS를 통해 여러 군데 사전 조사를 했다. 그러던 중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아가 책방 담담이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자 책방지기는 기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나는 인터뷰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평소에 나한테 얘기했던 대로 담담의 지향점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고 했다.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은 지 한 시간 지난 후에 기자가 책방에 왔다. 책방지기는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천천히 책방 내부를 둘러보라고 말했다. 기자는 책방 내부를 꼼꼼하게 살폈다. 나는 서평을 쓰기 위해서 내가 챙겨온 책을 살펴봤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뒤에 책방지기와 기자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본의 아니게 인터뷰를 엿듣게 되었다. 생각보다 인터뷰 내용이 재미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듣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마스크를 안 썼으면 내 웃음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렸으리라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에 기자는 책방 내부 전체를 담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당연히 내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기자가 돌아간 뒤에 책방지기는 오늘 책방에 와줘서 정말로 고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책방지기는 한 명의 손님이 있는 책방 내부의 사진을 원했던 것 같다. 나는 책방지기에게 아주 재미있는 인터뷰를 듣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까 벌써 시간이 6시를 향하고 있었다. 담담이 잠들 시간이 왔다. 담담에 오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갈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책방지기에게 내일 토요일에 특별한 지인과 함께 책방에 오겠다고 말했다. 그 전에 책방지기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특별한 지인이 풍경 사진을 잘 찍는 분이라고 하니까 책방지기도 그분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토요일에 세 사람이 책방에 만나면 어떤 대화를 주고받게 될까? 벌써 내일의 담담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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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8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왕성하게 책 모임을 하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독서 모임(달궁 말고!)에서 김경욱 작가님의
<위험한 독서>로 모임을 한 적이 있답니다.

그 때 어느 방송에서 취재를 나왔었는데
저는 아예 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배역을 맡
아 함께 자리했던 모르는 분하고 연기도 했
답니다. 까라면 깐다, 세상에나... 뭐 그런거죠.

오래 전에 길에서 인터뷰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난 다음에는 인터
뷰 거절하지 않습니다. 동업자 마인드로!!!

cyrus 2021-01-09 08:44   좋아요 2 | URL
만약에 제가 거기에 있었으면 거절했을 거예요. 절대로 못하겠다고요...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1-08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망좋은 책방]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는 건가요?^^

cyrus 2021-01-09 08:45   좋아요 1 | URL
일기에요. 책방에 갈 때마다 그 날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려고요. 안 쓰니까 나중에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그럴 때 너무 서글퍼요. ^^;;

blanca 2021-01-08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기사 보고 싶네요.

cyrus 2021-01-09 08:46   좋아요 2 | URL
기사가 나오면 블로그에 소개하겠습니다. ^^

stella.K 2021-01-08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터뷰 내용이 뭐길래 재밌다는 건지 좀 밝혀도 좋지 않을까?
인터뷰 기사 나갔을 것 아냐?
어차피 모든 사람이 다 알 수도 없으니 너도 알려주면 더 많은 사람이
알게되는 거 잖아.
내일 특별한 지인을 모시고 올 건데 그분이 풍경사진을 잘 찍는다면
유레카님 아니니?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나?
가끔 궁금하더라구. 잘 지내시는지. 한번쯤 알라딘에 오실만도 할 텐데
통 발을 끊으시니.
암튼 오늘도 재밌게 읽었다. 건실 청년!ㅋㅋ

cyrus 2021-01-09 08:49   좋아요 1 | URL
기사가 아직 안 나왔어요.. ㅎㅎㅎ 아마도 다음 주에 나올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기사가 나오면 담담 책방지기님이 인스타에 링크 올릴 거예요. 제가 인터뷰를 엿듣고 있었던 터라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개인 블로그에 함부로 올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언급을 생략했어요. 이해해주세요. ^^;;

연말에 제가 유레카님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그분 요즘 많이 바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책도 못 읽고,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지 못했대요.

붕붕툐툐 2021-01-0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모델계까지 섭렵 하시는 건가요? 기사 꼭 올려주실거죵?(사실 처음 글을 읽고는 빵을 사갈거면 미리 알려줬어야 시간 맞춰 가지 않겠냐 뭐 이런 얘길 쓰고 싶었는데, 갈수록 흥미진진해서 빵 욕심이 줄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빵 욕심은 여전하네요~ㅋㅋㅋ)

cyrus 2021-01-09 08:50   좋아요 1 | URL
모델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소품입니다.. ㅎㅎㅎㅎ 담담 책방지기님이 인스타그램에 기사 링크를 올릴 거예요. 제 블로그에도 기사 공유할게요. ^^

transient-guest 2021-01-09 0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골책방이 있다는 건, 그리고 규모가 적절해서 사장님과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친분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부러운 일입니다. 제가 이곳에서는 그런 책방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아마 90년대 중반까지였고 대형화에 밀려서 작은 책방들이 사라진 후 아마존에 밀려 대형서점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시골이나 작은 주의 중소도시가 아니면 여간해서 그런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cyrus 2021-01-09 08:54   좋아요 2 | URL
동네책방이 오래 유지되려면 책방지기님의 친화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당연히 동네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책방에 찾는 동네 주민들을 환대해야 합니다. 저는 동네 책방이 누구나 수다를 떨 수 있는 쉼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얄라알라 2021-01-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언젠가 국제도서전 작은 책방 부스에서 서점지기님 뵈었고, 그분 쓰신 책도 읽었는데^^

cyrus 2021-01-11 10:40   좋아요 0 | URL
‘이상북’에 가서 거기에 파는 책을 사는 일이 십 년 전에(!) 제가 세운 목표 중 하나였어요. ^^;;
 

 




전망 좋은 []

 


EP. 1


202115일 화요일, 날씨는 맑았지만 추웠음.






서재를 탐하다(·)’담담 책방(담담)’은 화요일에 첫 주를 시작한다. 나는 어느 책방에 먼저 갈까 고민했다. 화요일은 집에서 가까운 담담에 먼저 가고, 수요일에 서·탐에 가려고 했다. 담담은 오후 1시에 일어난다. 1시가 조금 지난 뒤에 담담에 도착했다. 책방 입구는 3층에 있다. 투명한 미닫이문이 있는 책방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발길을 멈췄다. 책방 안에 네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책방지기였고, 그 분은 탁자에 앉아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세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세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책방에 들어가면 책방 안의 평화가 깨진다. 나 한 사람 때문에 인터뷰 진행이 끊기게 되며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 방역 조치까지 어기게 된다. 결국 나는 입구에 있는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내려와야만 했다.


나는 울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고, 지나가는 이별 택시를 잡았다. 택시 운전사에게 물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그러자 택시 운전사가 대답했다. ·탐에 가면 되죠.” 나는 울음을 그치고 ·탐에 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택시비가 아까워서 그냥 걸어갔다.

 





 



차가운 바람을 뚫으면서 걸어갈 때 제일 힘든 것은 추위가 아니다. 안경 렌즈에 서린 김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때다. 걸을 때마다 손수건으로 안경 렌즈를 여러 번 닦아줘야 한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 무렵에 서·탐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내가 쉴 자리는 없었다.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잘못 이해했다. 5인 이상의 사람이 모이지 않고, 음료도 마시지 않으면 착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착석할 수 없다. ·탐은 카페를 겸업하는 책방이라서 방역 조치를 따라야 한다. 책방지기가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책상에 앉을 수 없다면, 서 있으면 된다! 나는 책방지기에 선 채로 책을 읽으면 됩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걸어오느라 이미 체력이 소모된 상태여서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10분 동안 책장에 꽂힌 책 몇 권을 훑어 봤다. 나는 책 한 권을 구입하면서 책방지기에게 읽다 익다 책방의 근황을 물어봤다. ‘읽다 익다 책방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해서(원래 책방이 있던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로 이사했다) 111일에 열 예정이었다. ·탐 책방지기의 말에 따르면 읽다 익다 책방지기가 더 나은 책방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번 달에 읽다 익다 책방을 열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는 111일에 담담 책방지기와 함께 읽다 익다 책방에 가기로 약속했다. 담담 책방지기도 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담담 책방지기에게 읽다 익다 책방 여는 날이 연기된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 때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고, 아직 담담이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담담에 가보기로 했다. ·탐 책방지기가 책방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원래는 책방에서 글을 쓰려고 했었다), 추운 날씨 속에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따뜻한 커피를 포장하여 주셨다. 이번에는 걸어서 가지 않았고, 두 대의 버스를 환승해서 갔다. ·탐 책방지기가 준 커피는 내게 소중한 손난로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가 담긴 컵을 쥔 두 손은 얼지 않았다. 커피 잘 마셨어요. ·탐 책방지기님.


담담에 가보니 마침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다. 담담 책방지기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책방지기는 오후에 월간지 <목회와 신학>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아마도 다음 달에 나올 <목회와 신학>에 담담 책방을 소개한 인터뷰 내용이 실릴 것이다. , 이 글에 처음으로 밝히는 건데(사실은 오늘 정오에 공개한 서평에 담담 책방지기의 정체를 이미 언급했다), 담담 책방지기는 교회를 운영하는 개신교 목사님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이분을 목사님이라고 부르겠다. 본인은 책방을 운영할 땐 목사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는 책방지기보다 목사호칭이 더 부르기 편하다. 그래도 책방지기’ 호칭도 자주 쓸 것이다.  


나는 목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담담은 음료를 팔지 않는 책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목사님께 읽다 익다 책방의 근황을 알려줬다. 그리고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 방역 조치 이후에 책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 코로나 방역 조치를 어긴 일부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실망감, 비건(vegan)으로서 삶의 어려움(목사님은 한때 비건으로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인이 이야기까지. 나와 목사님은 서로 알게 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나는 무교이고, 무신론자다. 그렇지만 종교 자체를 해악이라고 보지 않는다. 어느 종교든 간에 그 속에 배울 점이 있으면 이를 받아들여서 행동으로 실천하고 싶다. 물론 교세 확장을 위해 신자를 이용하고, 재물을 탐하고, 개인의 신념을 포용하지 않고, 자유의 가치와 진리를 짓밟는 종교라는 탈을 쓴 집단은 상종하고 싶지 않다.


두 시간 동안 목사님과 대화를 나눴고, 나는 담담이 잠드는 시간이 될 때까지 글을 썼다. 집에 가려고 하니까 목사님이 다음에 또 책방에 오라고 말씀하신다. 매일 연속으로 오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책방에 올게요, 목사님. 이번 주 토요일에 특별한 지인과 함께 책방에 갈 생각이다. 특별한 지인은 사진을 찍는 일을 좋아한다. 거의 일년 동안 뵙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사진기를 든 그분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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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1-01-0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우 불러야 되나요? 아저씨ㅠㅠ
이번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 아직 모르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cyrus 2021-01-07 10:10   좋아요 1 | URL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아예 모르는 사람과 아는 데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

미미 2021-01-0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하던 일상들이 참 그립네요.
(=´∇`=)눈이 옵니다!

cyrus 2021-01-07 10: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맛있는 음식을 사들고 책방에 오고 싶은데, 책방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요... ㅠㅠ

대구에도 눈이 내렸어요. 아침에 나와 보니 눈이 조금 쌓였어요. 외출할 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syo 2021-01-0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잡지 기사 같아요 ㅎㅎㅎㅎ 재미지다.

cyrus 2021-01-07 10:13   좋아요 1 | URL
조금은 과장된 내용이 있어서 잡지에 실리기에는 부적합한 글입니다... ^^;;

stella.K 2021-01-0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우는 모습 보고 싶구만.
못 보는 사이 능청만 늘었군.ㅋㅋ
아니 음료수 안 된다면 커피는 어떻게 마셨구만.
책방에 앉아 있을 수 없다니. 정말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
언제나 옛날 얘기하며 살아보나.ㅠ

cyrus 2021-01-07 16:41   좋아요 0 | URL
사실은 너무 추워서 눈물이 찔끔 났어요.. ㅎㅎㅎㅎ
제가 어제 마신 커피는 테이크아웃이에요. 원래 테이크아웃 커피를 잘 안 마시는데, 어제는 따뜻한 커피가 제겐 정말 소중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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