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10






담담책방에 이어서 서재를 탐하다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연재 기사에 소개되었다. 기사가 나온 날은 지난 달 15일이다.

 

 

* [문득 동네책방] <7>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곳서재를 탐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88&aid=0000688261




<문득 동네책방>은 총 아홉 군데의 책방을 소개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책방은 고스트북스. 연재 순서대로 나열하면 가일서가(안동에 있는 한옥 책방)’, ‘더 폴락’, ‘담담책방’, ‘심플레이스’, ‘치우친 취향’, ‘서재를 탐하다’, ‘책빵 고스란히’, ‘물레책방이 소개되었가일서가를 제외한 나머지 책방 모두 대구에 있다. <문득 동네책방>에 소개되어야 할 대구의 책방이 몇 군데 더 있다.



오늘 대구KBS1라디오(주파수 101.3) <생생매거진 오늘>읽다 익다책방지기가 출현한다. 오전 115분부터 방송이 시작되는데, 책방지기가 나오는 시간은 1120이다.








읽다 익다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곳에 책방의 마스코트 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인데 토리는 매일 책방에 출근(?)하지 않을 것 같다. 매일 토리를 보고 싶어서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있을 것이다. 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개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책방이 굉장히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일단 오늘 책방에 가서 토리의 입장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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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04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노동의 최전선의 토리! 저는 이런경우 되도록 눈으로만 예뻐해요^^

cyrus 2021-03-04 08:40   좋아요 1 | URL
오늘 만나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면 되도록 쓰담쓰담하지 말고 눈으로 보기만 해야겠어요. 토리가 사람을 엄청 좋아하면 자주 쓰담쓰담 해주고요. ^^
 

 



전망 좋은 []

 

EP. 9



담담책방


2021년 1월 22일, 1월 26일 ~ 2021년 1월 30일 






지난주에 담담책방을 소개한 신문 기사가 나왔다. 블로그에 기사 전문을 옮겨 적을 수 없어서 링크를 올린다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책방지기와 나(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

 






[문득 동네책방] <4>고민상담소로 변신하기도 하는 담담책방

https://news.imaeil.com/Literature/2021010722512062117#









2주 전인 금요일(122)책방지기의 명함을 받았다. 명함 디자인은 책방지기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금요일에 책방지기가 주문한 명함이 책방에 도착했는데, 마침 그때 나는 책방에 있었다. 나는 책방지기의 명함을 받은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







수요일(127)에 책방에 와보니 새로운 물건이 눈에 띄었다. 책방지기가 LP 턴테이블이 있는 라디오를 샀다. 책방지기는 재즈를 좋아하고, 책방지기 아들의 취미가 LP 음악 감상이라서 겸사겸사 라디오를 주문했다고 한다. 책방지기는 ‘KBS 클래식 FM’을 틀어놓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클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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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2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님 명함이 깔끔하고 이쁘네요^^ 감각이 있으신듯! 사진 분위기는 컨셉을 잡으신걸까요?ㅋㅋ

cyrus 2021-02-02 16:01   좋아요 1 | URL
책방에 있을 때 평소 모습입니다... ㅎㅎㅎㅎ

박균호 2021-02-02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엥...저 턴테이블 우리 집 사람이 지난 달에 딸아이에게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네요 ...요새 저게 홧 아이팀인가 봅니다.

cyrus 2021-02-02 16:02   좋아요 1 | URL
그런가 봐요. 다른 책방에도 클래식풍의 라디오가 있었어요. 책방 몇 군데 가보면 책방지기가 선호하는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요. ^^

얄라알라 2021-02-02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cyrus님, 책 읽으시는, 작업 자세 최고세요!!! 저 요새 [백년 목] [백년 허리] 다시 읽으며 온통 자세에 꽂히는데!! 완전 프로페셔널함 뚝뚝 흐르는 분위기와 척추와 목 건강 챙기는 좋은 자세까지!!

이런 기사가 온라인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21-02-02 16:04   좋아요 1 | URL
저도 거북목일 거예요. 가끔 목 뒷부분이 쑤실 때가 있어요. ^^;;

수이 2021-02-02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책 읽는 폼 봐봐 귀여워~ 근데 왜 이렇게 살 빠졌어?! 다이어트하는 거야???!!!!!!

cyrus 2021-02-02 16:06   좋아요 1 | URL
작년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부터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요, 이때부터 술을 마시지 못했어요. 집에 어머니가 계시니 술을 마실 수 없거든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금주를 하게 됐네요. 혼술 횟수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살이 빠진 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21-02-02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저 턴테이블 ^^
처음에는 사이러스님 완전 귀여우셔, 각잡고 계셔 이러고 읽는데 턴테이블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다른 건 눈에 안들어와요. 우와 저 턴 테이블 너무 멋지다. 근데 요새 lp판은 구할 수 있나요? ㅠ.ㅠ

cyrus 2021-02-02 16:08   좋아요 1 | URL
요즘에 젊은 사람들이 LP판을 모으더라고요. LP판을 모으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2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캬, 자세 조오오오좋고 ~ ㅎㅎㅎㅎㅎ

cyrus 2021-02-02 16:10   좋아요 1 | URL
사진을 보면 볼수록 웃기네요...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인 줄 알겠어요... ㅎㅎㅎㅎ 기자가 취재하러 책방에 왔을 때 손님이 저 혼자뿐이었어요. ^^;;

stella.K 2021-02-02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짜 직원 같다.
손님이 다가와 멋 모르고 책 좀 알아봐 달라고 할 때
저 여기 직원 아닌데요 하면 얼마나 무안할까?
거기 명예직원으로 써 달라고 해.ㅋㅋ

근데 저 라디오 탐난다.

cyrus 2021-02-02 16:13   좋아요 1 | URL
그러면 저는 “직원이 아닙니다만, 손님이 원하는 책을 찾아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거예요... ㅎㅎㅎㅎ 책방에 오면 귀가 호강합니다... ^^

감은빛 2021-02-02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시루스님 사진이군요.
사진 찍힐줄알고 저렇게 정색하고 앉아 계신건가요?
평소 자세가 저렇게 바르다면 정말 바른생활 시루스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 ㅎㅎ


cyrus 2021-02-03 08:58   좋아요 0 | URL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지 몰라서 글을 쓰는 척하면서 똑바로 앉았어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2-02 1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쳇, 웬만함 아니라고 할랬는데, 대학생 같은 거 인정이다~😁

cyrus 2021-02-03 09:00   좋아요 0 | URL
저는 정직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1-02-0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공간은 글로 소통하는 곳이라 친구분들의 글을 읽고 살짝 성격이나 외모를 상상하거든요~~
cyrus님은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정말 비슷해요 ㅎㅎ
책방이 아담하고 정갈해서 그곳에서 책 읽고 싶네요^^

cyrus 2021-02-03 09:01   좋아요 1 | URL
책방에 있으면 글이 잘 써져요. 정말 좋은 곳이에요. ^^

psyche 2021-02-03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서점이 근처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럽습니다. cyrus님.

cyrus 2021-02-03 09:02   좋아요 1 | URL
욕심이지만, 동네에 책방 두 군데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전망 좋은 []

 

EP. 8

 


베지로운 담담책방

 


2021123일 토요일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담담책방에 가기 전에 먼저 비건 빵집 베지로운(vegeloun)’에 들렀다. 베지로운에 있는 빵들이 먹고 싶었고, 담담 책방지기에게 빵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책방지기의 아들은 채식을 선호한다. 나는 비건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 있는 비건 지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계란, 버터, 우유를 먹지 않지만 빵은 도저히 끊지 못한 비건이 있다. 책방지기의 아들이 빵을 좋아하는 비건인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빵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책방지기의 아들이 좋아할 만한 빵(콩으로 만든 햄이 들어간 피자 빵)도 샀다.








 

작년 12월에 나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베지로운에 갔다. 빵집은 정오에 여는데, 그 시간에 맞춰서 일찍 나섰다. 살면서 빵 한 번 먹으려고 밖에서 기다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심하게 춥지 않았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베지로운이 만든 빵 전부 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은 아주 좋다. 한 번 먹으면 맛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사지 못한 다른 빵의 맛도 궁금해진다. 아직 먹어보지 빵 중의 하나가 통밀캄파뉴인데 그걸 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누군가가 이 빵을 사줬으면 좋을련만‥…. 베지로운의 대표 메뉴인 케이크도 먹어보지 않았다. 이건 특별한 날에 맞춰 주문해야지.








 

한 달 만에 베지로운에 갔는데, 제빵사님이 나를 기억해주셨다. 이제 두 번째 방문인데 벌써 단골손님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제빵사님이 덤으로 채소동그리라는 빵도 주셨다제빵사님의 말에 따르면 조금 타서 판매 불가능한 빵이라던데, 맛있는 것에 사족을 못 쓰는 내 입에 그저 맛있는 빵이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은 크림빵이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림은 유기농코코넛 크림이다. 빵 속에 가득한, 부드럽고 하얀 코코넛크림의 맛이 일품이다. 오늘 구매한 현미초코타르트는 크림빵 다음으로 좋아하는 메뉴이다책방지기는 초코크림빵을 먹었고, 정말 맛있다고 감탄했다. 나머지 빵들이 책방지기의 아들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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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1-2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맛있겠네요. 저는 단골까진 아니었는데 그래도 종종 가던 빵집에서 갑자기 주인 청년이 제가 좋아하는 빵을 공짜로 네 개 더 주는 거예요. 그런데 ... 다음에 가보니 그 빵집이 문을 닫았더라고요. 문 닫는다고 얘기하는 대신 빵을 공짜로 더 준 마음이 참...cyrus님 페이퍼 보니 갑자기 그 빵집이 떠오르네요.

cyrus 2021-01-29 10:00   좋아요 0 | URL
blanca님 입장에서는 정말 잊지 못할 빵집이네요. 작은 가게라도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용해야겠어요.

얄라알라 2021-01-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빵 시리즈, 먹는 시리즈 글 또 써주세요. 읽으며 행복해요^^

cyrus 2021-01-29 10:02   좋아요 0 | URL
아직 안 먹어본 빵이 많아요... ㅎㅎㅎㅎ 요즘에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살면서 겪은 일을 기록하려고 해요. 평범한 먹방 후기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균호 2021-01-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치를 보아하니 제가 남산동 영남중학교 다니던 시절 살던 동네 근처네요 ^^ 서문시장, 달성공원 , 보석 가게 거리, 모두 아련하네요 ^^

cyrus 2021-01-29 10:05   좋아요 0 | URL
대구에 재개발 지역이 몇 군데 생겨서 대구 도심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이제는 과거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에요. ^^;;

서니데이 2021-01-2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빵집은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한참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있는 가게인가봅니다.
코코넛크림빵도 초코타르트도 색감이 참 예쁜데, 정말 맛있다고 하시니까요.
cyrus님,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cyrus 2021-01-29 10:0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비건 베이커리가 있을 거예요. ^^

바람돌이 2021-01-26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맛있겠다.... 저도 주기적으로 빵을 먹어줘야 하는 1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빵집들 왜 이렇게 맛있는 곳이 많을까요? ^^ 저는 비건 빵도 안비건 빵도 모두 다 좋아합니다. ^^

cyrus 2021-01-29 10:08   좋아요 0 | URL
저도 빵을 좋아해요. 건강을 위해서 예전보다 덜 먹는 편이지만, 비건 빵은 정말 계속 먹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21-01-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얘기는 사진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

cyrus 2021-01-29 10:09   좋아요 0 | URL
제가 올린 빵 사진만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전망 좋은 []

 

EP. 7

 


 대구두류도서관 → 영 우동 → 담담책방 → 카페 스몰토크


2021122일 금요일, 흐리지만 춥지 않은 날씨







영 우동은 무슨 뜻일까. 망자의 넋을 뜻하는 ()’은 분명히 아닐 테고, 숫자 ‘0’도 아닐 것이다영 우동은 이월드 정문 건너편강남닭칼국수송정초밥사이로 난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중식당이다이곳에 가면 중식뿐만 아니라 곧 후술할 떡볶이와 김밥, 라면, 돈가스 등도 맛볼 수 있다.

 

 

 



 

식당은 작고 오래됐다외관은 허름해 보여도 가격이 싸고 적지 않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식당의 문이 열린다. 오후 3~5시는 휴식 시간이며 저녁 8시에 식당의 문이 닫힌다. 영업 종료 30분 전까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나는 1057분에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식당의 첫 손님이었다. 식당지기 부부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사모님은 “(음식) 만드는 데 오래 걸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식당에 오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영 우동에 가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면 10분 만이라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권한다.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자리에 일어나 가게 전체를 둘러보자. 그러면 한쪽 유리벽에 붙여진 손글씨가 보일 것이다. 아마도 식당지기 부부 중 한 분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인다. 종이에 시와 명언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중에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Sartre)의 명언이 눈에 띈다.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가 인생이.”


계산대 밑에 책들이 꽂혀 있다. 사르트르의 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이방인. 페스트》(혜원출판사)는 있었다. 한때 친했으나 끝내 갈라서버린 실존주의 문학의 두 거장을 중식당에서 만날 줄이야.

 

내가 주문한 음식은 볶음밥과 스페셜 떡볶이. 내가 이 음식들을 주문하자 사모님은 혼자서?’라고 말했다. 스페셜 떡볶이는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떡볶이에 납작 만두와 라면 사리도 들어가 있다. 


음식을 기다릴 때 식당지기 아저씨의 칼질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그분이 천천히 칼질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칼질 소리가 아주 정직하다. 또각또각규칙적인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대부분 중식당에 가면 요리사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칼질을 한다. 따다닥. 식당에 온 손님과 전화나 배달 앱으로 주문한 손님들의 음식을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 우동의 식당지기 부부는 음식을 천천히 만든다.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영 우동에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볶음밥만 먹으면 배가 안 찰 것 같아서 반찬(!)으로 스페셜 떡볶이를 같이 주문했다. 내 선택이 옳았다. 민경 장군이 이런 말을 했었지. “고민될 땐 그냥 둘 다 시켜라.”

 


 

 

 

 

  

 



떡볶이의 고추장 소스는 맵지 않고, 매콤하다. 볶음밥의 자장 소스가 부족해서 나는 숟가락으로 떡볶이 소스를 퍼서 밥에 비볐다백반 한 그릇 더 주문하고 싶었을 정도로 떡볶이 소스가 내 입맛에 맞았다싱거운 계란탕은 기름진 음식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위장을 달래준다.

 

 

 

 

 


 

나는 두류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제야 영 우동의 존재를 알았다. 확실히 나 같은 책 바보는 정말 바보다. 영 우동은 그저 오래되고 작은 노포가 아니다. 그곳에 다른 식당에서 볼 수 없는 느림의 미학(味學)’이 있다. 천천히 만들어진 음식에 나오는 평범하면서도 담박한 맛과 손글씨에 묻어 난 올곧은 지성은 영 우동’만의 매력이다. 내 생각에 영 우동은 식당에 온 손님들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밝은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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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01-25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oung~ 우동집인가 봅니다. 가격이 진짜 착하군요.
음식도 정성이 들어가는 듯. 대구가면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네요...

cyrus 2021-01-26 09:34   좋아요 0 | URL
네, 우동도 팝니다. 식당에 방문한 분들의 후기를 봤는데 ‘영’이 ‘젊음(young)’을 뜻할 것이라고 추측하더군요. 다음에 오면 식당 이름의 의미를 여쭤봐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1-01-25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영식당에 가면 야끼우동을 시키고 싶네요~~ cyrus님의 글로 식당이 음식을 먹는 곳과 더불어 미학의 장소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사군!
좀 ‘위‘ ‘대‘ 하시네요**

cyrus 2021-01-26 09:35   좋아요 1 | URL
위가 좀 큽니다... ㅎㅎㅎ 위가 조금 더 크고, 말빨이 좋았으면 먹방을 찍고 있었을 겁니다... ^^;;

syo 2021-01-25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영역의 무한확장!

cyrus 2021-01-26 09:36   좋아요 0 | URL
사람이 책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어 보이잖아요.. ㅎㅎㅎㅎ

이하라 2021-01-2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 될 때는 그냥 둘 다 시켜라.. 양이 적은 사람들에겐 넘치는 선택지네요. 두 개 시켜본 적이 없는 제게는 진짜 장군급 조언이에요.

cyrus 2021-01-26 09:41   좋아요 0 | URL
식당의 인기 메뉴가 울면, 볶음밥, 떡볶이에요. 사실 울면과 볶음밥, 둘 중에 뭘 먹을지 고민했어요. 금요일 날씨가 흐려서 면 요리가 댕기긴 했거든요. 세 가지 음식을 다 먹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볶음밥을 주문했어요. ^^

막시무스 2021-01-2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메뉴판만 봐도 내공이 느껴졌는데, 담은 접시랑 비운 접시에서 폭발하네요! 대구 가면 방문해 볼께요!ㅎ

cyrus 2021-01-26 09:42   좋아요 1 | URL
제가 책도 잘 먹고, 음식도 잘 먹습니다.. ^^;;

stella.K 2021-01-2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이 제법 많아 보이는데 괜찮았나?
저 붓글씨 마음에 든다. 그렇지.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을!ㅎㅎ

cyrus 2021-01-26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ㅎㅎㅎ 지금 비가 내리는데, 울면과 야끼 우동을 먹고 싶네요.

mini74 2021-01-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류 도서관 ㅎㅎ 반가운 곳이네요

cyrus 2021-01-26 09:46   좋아요 0 | URL
미니님은 대구에 살아보신 적이 있으신가 보군요. ^^

mini74 2021-01-26 10:34   좋아요 1 | URL
친정이 대구랍니다. 저는 주로 중도와 학원서림이 주무대였지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1-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브이로 운동하는 걸 보고 민경 장군의 팬이 되었습니당~~

느림의 미학.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cyrus 2021-01-29 10:11   좋아요 0 | URL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제일 먼저 쓴 사람이 누군지 갑자기 궁금하네요. ^^;;
 




전망 좋은 []

 

EP. 6


 

고스트북스(115), 담담책방(116)

 


2021115일 금요일, 오래 걸으면 더울 정도로 날씨가 좋았음

116일 토요일,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음






금요일에 고스트북스라는 책방에 갔다. 그곳에 가면 전기가오리라는 철학 도서 전문 출판사(1인 출판사이기도 하다)에서 펴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에 그 출판사의 신간도서가 나왔다. 책 제목이 헬레니즘 철학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 판매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을 사고 싶어서 고스트북스에 가게 됐다.

 

고스트북스는 독립 출판물과 각종 굿즈뿐만 아니라 음료도 판매한다. 이 책방은 대구 중구 경삼감영길에 있는데, 카페 스몰토크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 건물은 3층에 있다(담담3층에 있는 책방이다). 책방에서 주문한 음료를 책을 보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치로 인해 음료 주문만 할 수 있었다(어제부터 방역 조치가 조금 완화되어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다음 날에는 담담에 갔다. 책방에 가보니 작년에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이 있었고, 여자 손님 두 명이 있었다. 나는 책방에 들어오자마자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실 준비를 했다. 그러자 책방지기의 아들이 직접 차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접받는 것을 사양했다. 그날 책방지기는 사모님과 함께 외출했고, 아들이 대신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책방 공식 인스탄그램에 책방 홍보용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왜 혼자 책방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바람에 결국 자기 혼자 책방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 괜히 물어봤군.


평소와 다름없이 나는 책방에서 글을 썼다. 여자 손님들은 몇 권의 책을 산 뒤 30분 정도 책방에 앉아 있다가 나갔다. 오후 5시경에 외출했던 책방지기 부부가 돌아왔다. 이날 처음으로 사모님을 뵈었다.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악의가 없을 정도로 순수하지만, 그래도 당돌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내게 귀띔을 한 적이 있었다. 17일에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전망 좋은 책방두 번째 이야기 참조)도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부부가 책방 알바를 한 아들을 위해 붕어빵을 샀다. 나는 붕어빵 한 개를 얻어먹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합천에 있는 해인사에 갔다 왔다책방지기와 한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오늘 새벽에 썼다새벽 글쓰기가 왜 좋은지 알겠구먼토요일의 책방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날에 있었던 일들은 내겐 특별해 보인다. 기록하는 일을 자꾸 미루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다 잊어버린다책방 이야기를 쓸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왜냐하면 그날 있었던 일들, 살면서 느낀 것들을 꾸밈없이 쓸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조금 과장되게 쓴 것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꾸미지 않았으며 절대로 그렇게 쓰고 싶지도 않다. 책방에 있으면서 느낀 희로애락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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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19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혼자 책방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바람에 결국 자기 혼자 책방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 괜히 물어봤군. - 저는 이런 게 재밌어요. ㅋ

cyrus 2021-01-19 15:2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막내’와 ‘솔로’의 이중 슬픔을 희화화하려고 썼던 문장인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신중하지 못한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책방지기의 아드님이 자발적으로 책방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면 ‘막내’로서 짊어야 할 서글픈 행위로 보기 어려워요. 제가 너무 주관적으로 책방지기의 아드님의 감정을 판단하고 문장을 썼어요. 제가 봐도 문제가 있는 문장입니다. 페크님 아니었으면 글의 오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식의 문장을 쓰면 안 되겠어요. 잘못된 문장은 지워야겠지만, 그대로 놔두겠습니다. 제가 저지른 오점과 실수를 박제해야 다음에도 확인할 수 있거든요. ^^

Angela 2021-01-1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네요. cyrus님이 그곳에서 글을 쓸 정도면 정말 친하신가봐요^^

cyrus 2021-01-20 17:44   좋아요 1 | URL
제 입으로 책방지기님과 친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제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표현한 이유는 그분은 책방에 오는 손님을 친구처럼 대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은 말 그대로 손님이니까요.), 확실히 책방은 저 혼자 작업하기에 편한 장소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