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가 반 고흐의 생일이다. 그림은 한 점당 몇 십,몇 백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그는 생전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하고 가난과 병마와 싸우다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오죽했으면 그는 누가 빵과 물감을 살 돈을 준다면 자기 그림을 다 주겠다고 했겠는가. 

 

모딜리아니 역시 영양실조와 폐결핵으로 길거리에서 죽었다. 이중섭은 생활고에 못 이겨 처자를 일본 처가로 보내고 부산, 통영, 제주 등을 전전하며 부두 노동을 해야 했다. 그의 유명한 은박지 그림은 이 당시 재료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린 것이다. 그는 고독과 궁핍 속에 살다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받는 예술가들 중에는 그들이 이루어낸 예술적 업적에 비해 너무나 불우한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그것은 예술에 대한 완전한 몰두와 일상적인 삶과의 비타협적 태도이다. 그들은 기존의 제도와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거부와 저항을 예술로 실천했으며 예술적 가치를 위하여 일상적 가치를 돌보지 않았다. 자신의 예술 세계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느꼈을 땐 그 절망감으로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다. 이때 그들의 자살은 예술 행위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간적 조건과 생명마저 희생하며 탄생된 그들의 예술은 그래서 빛을 더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고독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인들 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건강하고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며 사회적 명성과 권력을 얻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들도 인간이기에 일상적 삶에 대한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일상적 욕구를 버려야하는 그들은 예술과 삶 사이의 분열적 상황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예술과 삶 사이의 분열은 그들을 괴롭힌다. 소설가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이러한 예술적 욕구와 일상적 욕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잘 묘파한 바 있다. 소설가 구보는 '황금광 시대'를 추종하여 경제적 귀족이 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의 속물성을 경멸하며 소설가로서의 진정한 길을 찾고자 한다. 마르쿠제는 예술가는 '이상과 현실, 예술과 생활, 주관과 객관이 험악하게 대립된 채 분리되어 있는 문화의 저주를 경험한다'고 하고 그는 고독하게 현실적 가치와 맞선다고 하였다.

 

앨버트로스란 새가 있다. 신천옹이라고 하는 그 새는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나는 새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끝없이 하늘을 날 뿐 결코 땅에 내려앉는 법이 없다고 한다. 땅에 닿는 순간 그 새는 잘 걷지도 못해 사람들이나 짐승의 먹이가 된다는 것이다. 무릇 참 예술가는 바로 그 새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예술적 가치를 위하여 끝없이 비상할 때 살아있을 수 있으며 일상적 가치에 안주할 때 그는 죽는다.

 

사이비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사이비 예술가는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예술을 자신을 치장하는 교양쯤으로 파악하는 부류가 그 하나이고, 예술적 성취보다는 예술가들의 낭만적 행태만을 흉내 내며 예술가인 체하는 부류가 그 두 번째이고,세 번째는 절대로 일상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또한 예술적 성취도 없이 예술적 명성을 얻고자 하는 부류이다. 이 중 세 번째가 가장 질이 나쁘다. 그들은 예술가란 이름으로 권력과 명성을 탐하면서 가장 비예술적인 행태를 보이는 축들이다. 이들의 특성은 상(賞)을 좋아하고 금전을 밝힌다. 그들은 한 번도 날아보지 못했으면서 가장 멀리 나는 체하는 가짜 앨버트로스이며 사기꾼이자 정치꾼이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사이비인 줄을 모를 만큼 뻔뻔하다는 것이다.

 

예술이란 '눈물 속에 피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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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분명히 말해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에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4~25쪽 -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시인처럼 온통 책과 문자의 세계에 빠져 살아왔다. 그러다가 특별한 기회로 처음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몇 몇 지역을 4박 5일 동안 여행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여행이라고 해봤자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이 고작이었다. 특히 제주도는 정말 좋았다. 워낙에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 곳에 가본 횟수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제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겠지만, 역시 사람들이 왜 제주도를 찾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그 곳 날씨가 따뜻하고 풍경이 좋아서만 찾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안다. 여행이라는 삶의 행위 자체가 자유라는 것을. 자유로운 경유 과정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풍경은 여행자를 자유 그 자체다. 4박 5일의 여행은 도시의 속박을 잊게 만들며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행복하다. 제주도의 사진을 다시 보면서 푸른 하늘과 대기가 충만했던 자유로운 시간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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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3-2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져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제주 바다인가요?

cyrus 2014-03-28 21:03   좋아요 0 | URL
네, 우도에서 찍은 겁니다. 제주도 중에서 가장 경치 좋고, 구경거리 많은 곳을 고르라면 우도를 최고로 꼽고 싶어요. ^^
 

 

 

 

 

 

 

 

 

 

 

 

 

 

 

 

 

지구에 ‘쿵’ 하고 운석이 떨어진다. 직경 70m에 이르는 거대한 운석을 인간은 “우주의 배설물”이라고 했다. 큰 운석에서 나오는 지독한 냄새 때문이었다. 이것을 옮기거나 파괴하는 게 불가능하자 사람들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석고를 차례로 덮고 마침내 유리를 씌운다. 운석은 너무나 예쁜 축구공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예쁘게 만들어졌던 큰 운석이 갑자기 없어졌다. 외계인이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는 그 예쁜 것을 다른 외계인 손님에게 팔았다. 그리고는 이 외계인은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다른 곳에도 운석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인간들은 또 그 큰 운석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려고 같은 방법으로 예쁜 유리막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외계인들은 하나의 거대한 진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에 수록된 단편 ‘냄새’의 내용이다.

 

데뷔작 『개미』에서 베르베르는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발밑에도 독립된 우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가끔씩 등장하는 인간의 손길은 이들에게 불가사의한, 또는 전지전능한 것으로 비쳤다. 한편 『나무』에서는 ‘개미’적 상상력을 정반대로 뒤집는다. 인간세계는 사람보다 더 우월한 존재의 관찰이나 놀림감이 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세계 밖으로 나온’ 작가는 그것이 어느 정도 ‘아이의 시선’ 과도 같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았기에, 인간의 세계는 오히려 인류 문명의 미숙성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낯선 눈으로 본 우리 종(種)은 확실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만약에 베르베르의 단편 ‘냄새’처럼 외계인이 별 부스러기를 찾으려는 지구인, 아니 한국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튼튼한 유리막 안에 보관된 별 부스러기를 몰래 가져가거나 혹은 UFO를 타고 지구로 내려와 찾으러 올 수도 있는 상상도 해본다.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티끌 한 점 없는 보자기처럼 펼쳐진 사막" 위에 뿌려진 새까만 조약돌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의 대지』에서 "사과나무 아래 보자기를 펴놓으면 사과가 떨어진다. 별 밑에 펴놓은 보자기에는 별 부스러기들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운석도 이만큼 확실하게 자기 출신을 증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당시의 인상을 전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들은 지상의 돌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지구상의 암석보다 철 함유량이 높고 단단하며 뜨거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표면이 녹아 떨어진 후 만들어진 검은 막(융용각)이 있으며, 대개 자석에 들러붙는다.

 

 

 

 

 

 

 

 

 

 

 

 

 

 

 

 

사실 운석이 지구인들한테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운석의 실체를 몰랐던 과거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신(神)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205년의 일이다.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 군대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로마 공화국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때 하늘에서 유성우가 내렸다. 로마 원로들은 신탁을 구했고, 그 결과 '어머니 돌'을 로마로 옮겨오면 한니발을 무찌를 수 있다는 예언이 나왔다. 그 돌은 당연히 운석이었다. 로마군은 돌을 옮긴 뒤 카르타고로 진격했고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돌은 이후 500년 동안 로마에 모셔졌다."(『하늘의 불』 31쪽)

 

한니발이 로마를 침공할 때 퍼붓던 유성우는 로마가 카르타고를 막는 '어머니돌'로 사용했다. 1976년 중국 지린성에 전체 잔해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그중 한 개는 무게가 무려 1천800㎏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마오쩌둥이 하늘의 신임을 잃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해 9월 마오쩌둥이 사망했다.

 

운석 사냥꾼은 20g도 채 넘지 않은 부스러기라도 찾기 위해서 자석을 동원한다. 자석이 없다면 별 부스러기인지 그냥 돌 부스러기인지 눈으로 판별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리고 운석 사냥꾼이 아닌 이상 이 별 부스러기의 경제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 소속 과학자인 장 피에르 뤼미네의 경험담처럼 아무리 우주에서 온 돌이라고 해도 지구에 있는 다이아몬드 보석과 비교 당하고 무시받기도 한다.

 

"13g짜리 아옌데 구립운석 조각을 구입해 여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는 진주나 다이아몬드 같은 지구 보석을 더 원하는 듯했다. 얼마 뒤 그 운석을 돌려받았다. 여자친구는 아옌데 운석이 지구보다 훨씬 더 오래된 우주의 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하늘의 불』 73쪽)

 

천문학자다운 선물이다. 별 부스러기 하나 찾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여자친구에 선물로 주다니. 정말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천문학자 남자친구가 준 운석 조각이 다이아몬드만큼 값비싼 가격으로 매겨질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니, 한 번도 쓰지 않은 로또를 거절한 셈이다. 그걸 받았더라면 다이아몬드 몇 개는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운석의 가치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로 매겨지겠지만, 참고로 작년 초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우에서 나온 작은 운석 조각의 가격이 한화로 1천만원이다. 이번에 운석의 경제적 가치가 매스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니 운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최고 일등 신랑감 순위 1위로 단숨에 급부상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진주에 발견된 운석 소식 이후로 해외 운석 사냥꾼부터 시작해서 운석의 가치를 알고 몰려드는 일명 초짜 운석 사냥꾼들까지 가세해 별 부스러기를 찾는데 혈안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황금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골드러쉬’가 있다면 지금은 ‘운석러쉬’ 열풍이다.

 

그러나 탐사객들이 자주 오게 되면 그 곳에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조용했던 시골 동네에서 운석 하나 때문에 외지인들이 몰려오면 거주민의 본업인 농사일이나 치안에 좋지 않은 민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석에 눈이 먼 사람들도 문제지만, 운석 소식 이후로 우주의 돌이 한순간에 ‘로또’, '보물'로 돈이 되는 물건으로 소개하는 언론도 ‘운석러쉬’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 베르베르의 단편처럼 운석에 고약한 냄새가 났더라면 지금의 ‘운석러쉬’가 있었을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이 될 수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하는 탐욕을 가진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냄새를 막는 유리막에 담긴 운석 조각을 진주처럼 여기는 외계인처럼 지금도 진주에는 운석 사냥꾼들은 ‘돌이 아니라 돈’ 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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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알베르토 자코메티」

 

 

거의 철사처럼 된 자코메티의 조각을 보면, 마른 나무 막대기 하나로도 인간을 말할 수 있는 그 소통의 힘과 명쾌한 시각적 표현에 마음이 와 닿는다. 부피도 무게도 없는 유령 같은 그의 조각에서 진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1901년 스위스의 유명한 화가 아들로 태어난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차세계대전 전후의 정신적 위기상황에서 희망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인간의 고뇌와 불안을 그만의 섬세한 감각과 통찰력으로 표현해 낸 20세기 조형미술의 대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종종 실존주의 문학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특히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들고 나온 사르트르는 자코메티의 작품을 ‘부정의 시작이며 무(無)로 가는 여정'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굳이 실존주의 운운하지 않더라도 수척한 자코메티의 인물조각을 한번쯤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볼륨을 상실한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서 상처받고 부서지기 쉬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쉽게 겹쳐 볼 수 있게 된다.

 

자코메티는 말했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그들은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부지불식간에 가는 실루엣처럼 다듬어 보여 주려는 것이 그것이다. 그 가벼움 말이다.'라고. 모든 사물이 지니고 있는 덩어리(Mass)와 양감(volume)에서 존재의 무게감을 덜어내 버린 유령과도 같은 그의 조각들은 존재의 가벼움’이며 ‘소통의 부재’에 관한 것이다. 예술을 통한 작가의 시선은 종종 우리를 재구성해주고 비밀스러운 상처를 찾아서 아물게 해준다.

 

만약 삶이 어느 날 쓸쓸함과 덧없음에 절망하고 있다면, 불안과 고독을 시각적인 비움과 절제로 해석해낸 자코메티처럼 한번쯤은 인생의 해묵고 질펀한 부분들을 과감히 잘라 무게감을 덜어본다.

 

“아! 우리의 존재는 아주 가볍구나“ 낮은 한숨과 함께 새털같이 날아가 버릴 우리 존재의 우연성을 실감할 때 우리는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진정한 희망을 불현듯 감각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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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들어 있다. 어릴 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던 그는 도서관에서 사서에게 별(star)에 관한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참 후 사서는 한 권의 책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의 손에 들려진 책은 클라크 케이블, 진 하로 등 당대 최고의 스타(star) 사진이 실린 책이었다. 하늘의 스타가 아닌 땅의 스타를 갖고 온 것이다.

 

밤에는 별이 빛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공해로 찌든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지금도 우리들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별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별과 학문적인 의미의 별이 그것이다. 보통 밤하늘에 빛나는 것, 모두를 별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일반적인(또는 넓은) 의미의 별이다.

 

그러나 밤하늘에 빛나는 것 모두 별은 아니다. 학문적인(또는 좁은) 의미의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만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별이 다름 아닌 우리가 365일 대하는 태양이다. 태양은 지구로부터 1억5천만㎞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이다. 밤에는 희미하게, 낮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볼 수 없도록 빛나는 태양이지만 수십, 수백 광년 거리에 가져다 놓으면 그저 평범한 밤하늘의 별에 불과하다.

 

밤하늘에 빛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별이지만 아닌 것도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밤하늘에서 상대적인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들 항성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별이 있다. 바로 행성이다.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해 9개의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지구에서 보면 마치 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행성은 항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 채 항성인 태양의 빛을 반사하여 빛날 뿐이다.

 

‘별부스러기’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주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이나 구리 등의 원소는 거의 없고, 대부분 수소와 헬륨뿐이다. 그렇다면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철이나 구리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곳은 단 한곳, 별 내부밖에는 없다.

 

별이 폭발하며 최후를 맞을 때, 별의 잔해들이 우주 공간에 뿌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뿌려진 별부스러기는 다시 모여 태양을, 지구를, 그리고 사람을 만들었다. 즉 우리 몸은 별부스러기인 셈이다. 옛날부터 인간이 별을 보며, 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오늘밤에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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