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번역된 에드거 앨런 포의 유일한 단편소설 전집 『우울과 몽상』을 읽으면, 무성의에 가까운 번역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포가 발표한 모든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장점만 아니었다면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포 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몇 몇 서평에 책의 번역에 대한 지적 사항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으로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다.

 

몇 달 전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중단편소설과 에세이를 수록한 『꿈을 빌려드립니다』가 새로운 표지를 입고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의 출판사는 『우울과 몽상』펴낸 ‘하늘연못’이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1996년에 처음 출판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올해 나온 개정판은 다시 한 번 번역을 새롭게 교정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1997년에 나온, 녹색 바탕색으로 된 개정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알라딘 서지정보에 소개된 초판 출간 시기가 제각각이다. 올해 개정판에는 1996년, 2006년에 나온 개정판은 2001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개정판이 1997년, 2006년 그리고 올해 이렇게 세 번 나온 것이다.

 

이 정도 열정적인 출판 자세라면 『우울과 몽상』도 개정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미국문학을 전공한 번역자가 새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포의 대표작 ‘모르그 가의 살인’에 휘스트라는 체스 게임이 언급되는 부분을 완전히 누락한 점은 지금도 이 책에 있어서 최악의 번역으로 회자되고 있다. 두 세 번 이상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번역체는 독서의 몰입감을 방해한다. 번역자는 포의 소설전집이 환상소설과 풍자소설이라는 보석이 빛을 발하기를 바라지만, 보석은커녕 오역의 불순물이 섞인 모조품이 되고 말았다.

 

며칠 전에 『우울과 몽상』을 다시 읽다가 의아스럽게 생각되는 문장을 발견했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 제목으로도 유명한 ‘아른하임의 영토’라는 작품에 나오는 문제의 문장을 인용해본다.

 

실제 세계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화폭 위에서 빛을 발하는 낙원을 발견할 수 없다. 자연 경치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풍경에도, 언제나 결함이나 과도함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예술가들은 그러한 결함이나 과도함을 기술로 극복해 왔으며, 그 배열 방식은 점점 더 진보해 왔다. (100쪽)

 

다음 문장 중에서 어색한 내용을 찾아보라. 잘못된 문법에 의한 어색한 문장을 고르라는 건 아니다. 포의 작품이라면 절대로 언급될 수 없는 인물이 언급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클로드 모네’다. 클로드 모네라면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하다. 내가 인용한 문장은 화려한 낙원 풍경을 모네의 정원 그림에 비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내용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포는 1809년 미국에서 태어나 1849년에 사망했다. 모네는 1840년에 태어났다. 생전에 포가 펴낸 단편소설집은 총 두 권이다. 1839년에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에 관한 이야기>, 1845년에 <이야기들>이다. ‘아른하임의 영토’가 두 권의 단편소설집 중 한 권에 수록되어 있다면 집필 시기는 처음으로 포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1830년에서 1845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모네가 1840년 이전에 태어나 화가로 활동하지 않는 이상, 소설 속에 그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포가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9년 전에 태어난 어린 모네를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어째서 이 소설에는 클로드 모네라는 이름이 버젓이 언급될 수 있을까? 정말 작품의 원문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출판사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일까, 아니면 번역자의 실수일까? 포의 소설에서 엉뚱하게 모네가 언급되는 이 문제의 문장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색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다. 다시 한 번 새로운 번역과 편집교정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클로드 로랭  「나르키소스와 에코가 있는 풍경」  1644년

 

 

 

작품의 원문을 읽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내 생각으로선 ‘아른하임의 영토’의 화자가 언급하려는 화가는 혹시 클로드 모네가 아니라 ‘클로드 로랭’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클로드 로랭(1600~1682)은 17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풍경화가다. 로랭의 풍경화는 광활한 자연을 이상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 속 화자가 말한 ‘빛을 발하는 낙원’에 가까운 그림이라면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가 적합하다. 화자의 친구 앨리슨이 소유하고 있는 비밀스럽고도 원초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른하임의 영토와 잘 어울린다.

 

금태섭 변호사는 『우울과 몽상』 서평에서 이 책이 원문과 반대되는 해석을 했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소설 원문에 ‘클로드 로랭’이 맞는다면(혹은 다른 화가의 이름이라도) 번역자와 편집인이 생소한 이름이라는 이유로 대중적으로 친숙한 풍경화가 ‘클로드 모네’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 솔직히 원문을 읽지 않더라도 포의 작품에 절대로 ‘클로드 모네’가 언급될 수가 없다. 번역자와 해당 출판사 편집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단순한 실수로 그냥 받아들이면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런 엉터리 번역으로 십 년이나 넘은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개정을 하지 않은 출판사가 유감스럽다. 금태섭 변화사의 『우울과 몽상』 서평 제목처럼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알 것 같다.

 

서지정보가 있는 책 뒤편 맨 끝에 ‘잘못 만들어진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우울과 몽상』은 번역자와 출판사에 의해서 잘못 만들어진 책이다. 더 나은 번역과 교정을 통해서 잘못 만들어진 책을 스스로 바꿔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E-9 2014-09-0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나도 이거 격하게 공감해요. 아주 오래전 함정과 진자 때문에 샀다가 번역 때문에 그냥 찢어버리고 싶더군요. 중고로 샀기에 망정이지. 생각해보니 알라딘 중고샵에서 처음 산 책이로군요.ㅠ ㅠ
아무튼 사이러스님 추석 잘 보내요~^ ^

cyrus 2014-09-06 20: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헤르메스님.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몇 년 전에 반값할인으로 구입했어요. 포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냥 꾹 참고 읽습니다. ㅋㅋㅋ 헤르메스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
 

 

 

 

 

 

 

 

뿌리서점 지하 내부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붙여진 故 장영희 교수의 칼럼. 뿌리서점 주인 어르신께서 필독을 추천한 ‘책에 대한 최고의 예찬’이다. 하지만 이 글의 핵심은 ‘책’이 아니다. 장 교수가 말한 '세 명의 왕자'는 이제 강력한 권력을 가진 황제가 되었다. 그것은 창조교육을 강조한답시고 문학과 예술, 심지어 실용성과 거리가 먼 진짜 인문학을 소위 ‘돈 안 되는 학문’이라는 이유로 쫓아버리는 오늘날의 대학가 모습이기도 하다.

 

 

이 글이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에 수록되어 있는지 확인해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 글을 발견했다. 정말 좋은 내용의 칼럼인데 단행본에 소개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세 명의 공주, 세 명의 왕자]

 

가끔 TV에 스타들의 멋진 집이 나온다. 으리으리하고 전망 좋고 아름다운 집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런데 거실은 물론 침실까지 구석구석 보여 주는데 집집마다 옷방은 있어도 서재는 없다. 서재는커녕 아주 작은 책꽂이나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삶의 풍경 안에 책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이다. 사방 벽에 책이 가득 꽂혀 있다면 아무리 비싼 가구나 대형 TV라도 비할 바가 아니다. 읽지 않을 책이라면 뭐 하러 꽂아 놓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윈스턴 처칠은 ‘책을 읽지 않으려면 그냥 냄새 맡고 만지고 쓰다듬기라도 하라’고 했다. 책을 읽지 않고 단지 제목만 보아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 속에 책이 존재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데 책을 읽는다 쳐도 요즈음은 실용서만 나돌고 인문학 서적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인문학’ 다음에 꼭 따라 나오는 말이 있다. 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느냐 돈이 나오느냐.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고 돈이 나온다. 아니, 요새는 문학을 해야 밥도 나오고 돈도 나온다.

 

 

문학을 하면 밥과 돈이 나온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인 빌 게이츠는 말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 졸업장도 아니고(그는 하버드대를 스스로 중퇴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아니고 내 어머니도 아니다.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거장인 그가 재미있는 말을 덧붙인다.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결코 컴퓨터가 책을 대체할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최고경영자(CEO) 중 70% 이상이 학부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왔다. 요즈음은 우리나라 CEO들도 스스로 독서광이거나 책을 많이 읽는 사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금 정보시대를 지나 생각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누가 더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누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느냐가 성패를 가름한다. 이제는 다섯 살짜리 꼬마도 컴퓨터 키 하나만 클릭하면 정보는 물밀듯이 쏟아진다. 정보 자체로 남는 정보는 전혀 쓸모가 없다. 누가 더 그 정보를 창의적으로 조합하고 디자인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즉 누가 ‘플러스알파’의 생각을 더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요즈음 학생들은 ‘영상세대’이다. 그만큼 책, 즉 종이라는 매개체를 거북해하고 무엇이든 스크린을 통해 해결하려고 든다. 하지만 TV나 인터넷 정보는 비판력을 기르기보다 두뇌의 수용성만을 조장할 뿐이다. 책을 읽다가 밑줄 긋고 한 번 생각해 보고 아까 읽었던 부분 다시 찾아보고, 중간에 피곤하면 졸기도 하고…. 그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우리 학생들은 영어를 참 잘한다. 미국에서 살던 학생, 어학연수 갔다 온 학생은 물론이고, 영어권 나라 근처에도 가 보지 않았어도 완벽한 발음으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참 이상한 것은 말은 잘하는데 글쓰기는 못한다. 아니, 글은 쓰는데 영 생각이 없다. 작품 분석을 하라면 줄거리만 얘기한다. 나도 영어 가르치는 사람 중 하나지만, 영어 능력은 단지 의사소통 기술일 뿐,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라면 미국 거지들은 왜 거지이겠는가.

 

 

‘생각의 시대’ 창의력 교육 절실

 

그래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영어마을은 많이 생기는데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독서마을은 안 생긴다. 모두 다 공유하고 있는 정보에 창의적인 ‘플러스알파’를 더해서 정말 밥 나오고 돈 나오는 길을 찾는 법을 우리는 가르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세 명의 늙은 공주(문학, 사학, 철학)가 세운 나라를 이제는 세 명의 젊은 왕자(경영, 과학, 기계공학)가 통치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늙은 공주들을 무조건 늙었다고 쫓아낼 게 아니라 젊은 왕자들이 그들에게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미래가 있는 좋은 나라이다.

 

 

 

* 출처: 동아일보, 2007년 4월 2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와같다면 2015-02-1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영희 교수님이 그립네요....
 

 

 

 

 

빠르면 이번 달 말에 MID출판사에서 정말 흥미로운 책이 출간된다. 아마도 그 책 제목에는 ‘젖가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여성 독자라면 “어머나!”라고 살짝 얼굴이 붉어지면서 놀라고, 남자 독자는 벌써부터 어떤 내용이 있을지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다. 그러나 제목만 가지고 야한 내용이거나 여성 가슴을 크고 아름답게 돋보이기 위한 미용 관련 도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젖가슴을 음란한 시선이 아닌 과학, 특히 진화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익한(?) 과학도서다.

 

처음으로 출판사 프리뷰어(Previewer) 활동을 하게 되었다. 프리뷰어란 책이 최종 형태로 나오기 전 상태, 즉 가제본을 읽고 원고, 편집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독자를 의미한다. 내가 읽어야 할 가제본이 바로 ‘젖가슴’에 관한 책이다. 제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가제 또한 ‘젖가슴’이다.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한데 오늘 가제본을 택배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아! 혹시 가제본 속에 ‘사진’이 있는지 궁금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 독자라면 이 책 속에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제일 궁금했을 것이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동지들이여. 사진은 있다. 내가 받은 가제본은 흑백 사진으로 나왔는데 정식으로 출간될 때는 ‘올컬러’로 나온다. 기대하시라.

 

이 책 <젖가슴>은 사진만 좋은 건 아니다. 내용도 상당히 믿을 만하고, 남녀 독자 모두 알아두어야 할 가슴에 대한 최신 정보들이 가득하다. 일단 이 책의 주요 내용 중에 특히 눈여겨 볼 것이 바로 ‘모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모유는 신생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이 가득한 최고 물질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믿었던 상식을 반박한다. 이 책의 저자는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이름의 여성 과학자인데 자신이 키운 자식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유럽에 자란 아이들이 영양소 가득한 모유가 아닌 ‘독’을 먹고 자랐다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여성의 진화학적 용도와 그 과정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내세우는데, 젖가슴이 성적 기능을 위해서 진화했다는 남성 중심적 가설을 반박한다. 남성 중심적 가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데즈먼드 모리스가 있다.

 

사실 프리뷰어를 신청할 때부터 나는 무조건 선정될 것 같은 자신감에 가슴에 관한 책을 알아보고 읽기 시작했다. 엉큼한 마음으로 읽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정말 가슴을 과학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젖가슴을 알기 위한 독서를 지적으로 돋보이려고 ‘공부’라는 단어를 써봤는데 어감이 이상하다. 젖가슴을 공부한다?)

 

 

 

 

 

 

 

 

 

 

 

 

 

 

 

 

그런데 ‘공부’의 의미로 독서를 시작한 것은 내 손을 가슴에 얹고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프리뷰어 선정 발표가 나기 전부터 데즈먼드 모리스의 <벌거벗은 여자>(휴먼앤북스, 2004년, 절판)와 나탈리 앤지어의 <여자: 그 내밀한 지리학>(문예출판사, 2004년)를 읽기 시작했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책은 현재 절판되는 바람에 전자북으로 구입해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알라딘ebook' 앱으로 읽기 시작했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여성 가슴을 양육과 성, 두 가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그러나 ‘가슴’을 설명하는 장을 끝까지 쭉 읽게 되면, 그의 주장은 어느새 양육이 아닌 성적 기능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여성 가슴이 수유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점을 내세워 이를 진화 과정의 결함으로 본다. <젖가슴>의 저자 플로렌스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일부 여성 독자들에게는 모리스의 주장이 여성의 양육 기능을 폄하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젖가슴>의 1장에 모리스와 나탈리 앤지어의 책이 잠깐 언급된다. 혹시 <젖가슴>이 정식으로 출간될 때 두 저자의 책을 같이 읽어보면 여성 가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

 

이제 읽기 시작한 상태지만, 정말 <젖가슴>은 남녀 독자 모두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가 프리뷰어라고 해서 출간 예정인 책을 벌써부터 대놓고 홍보한다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제본을 끝까지 읽어보고, 저자의 주장에 의문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서평에서 확실하게 언급할 것이다. 내 이견이 잘못되었으면 스스로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출판사로부터 부탁받고 서평을 쓰는 것처럼 프리뷰어 활동에 관련된 글도 대충 쓰고 싶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 미흡한 내용이 있으면 서평을 통해 둘 다 균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독자들이 좋은 책을 선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너무 책의 장점만 부각시켜도, 그렇다고 악의적인 의도만 가지고 단점만 부각시켜도 좋지 않다. 전자는 홍보성 짙은 서평에 가깝고, 후자는 몰상식에 가까운 서평이다. 그만큼 서평 쓰기가 쉽지 않다. 서평이 일차적으로 책을 읽은 나 자신만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이 곳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공개된다면 책에 관한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특수적인 목적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서평 쓰기가 많이 활성화되어야 독자들이 저절로 책을 찾으러 서점으로 향한다.

 

<젖가슴>이 정식 출간되면 책 앞면에 프리뷰어로 활동한 30명의 이름이 나온다고 한다. 그 중에 내 실명도 있다. 내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게 좋은 책을 만들고,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열혈 독자가 되도록 열심히 ‘젖가슴’을 공부하겠다. 으흐흐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기세덱 2014-09-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가슴을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 선천적으로 학습되어 있는거 아니가? 그런 거라면 저도 같이 공부하고 싶네요.

cyrus 2014-09-04 13: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멜기세덱님. 저도 여성 가슴 정말 좋아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가슴을 (남성들을 위한) 성적 기능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어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어요. 모유에 아기에게 좋은 성분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요. MID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게 되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stella.K 2014-09-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항상 널 보면 생각하는 거지만
아무래도 넌 출판 일을 업으로 하게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언제 또 프리뷰어까지..!ㅎ
난 가제본 별로라 프리뷰어는 좀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가제본이 저렇게 나오나 보지?
껍데기 누런 거 아니었나? 괜찮네...

여자 젖가슴 갖고 뭔 할 말이 많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남자고 학자라 할 말이 많은가 보군.
하여간 학자들은 별 것 다 연구해. 그지?ㅋㅋ



cyrus 2014-09-05 23:21   좋아요 0 | URL
페이스북에 출판사 공식 페이지가 많아요. 인터넷 카페처럼 비슷하게 신간도서를 홍보하고 있어요. 페이스북 접속이 시간 낭비일 때가 많지만, 최고의 장점이라면 알라딘보다 빠른 신간도서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요. 가끔 이런 활동도 알리곤 하죠.

책 표지는 아직 정해진 건 아니에요. 지금 표지안이 세 개인데 그 중 하나랍니다. 뒷표지는 여백이고요. 참고로 저 책의 저자는 여자랍니다. 그래서 가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어요. ㅋㅋㅋㅋ

saint236 2014-09-0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감이 이상하기는 버자이너 문화사도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가제본 판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더라고요...

cyrus 2014-09-05 23:2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세인트님. 다음번에 그 책도 읽어봐야겠군요. ㅎㅎㅎ 사실 그 책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뜨거웠던 햇빛의 열기가 가을비에 식혀가던 8월의 마지막 날. 국립중앙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전’을 보러 가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 두 달 전에 알라딘으로 오르세미술관 전 도록을 주문했는데 책 안에 전시회 입장권도 있었다. 성인의 경우, 입장권 가격 12000원이다. 박물관 현장에서 도록, 특히 대형을 구입하면 정가 2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전시회 보러 가면 꼭 대형 도록 한 권을 구입하는 편이다. 서울을 왕래하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지불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다행히 알라딘에서 대형 도록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덤으로 도록을 구입하면 전시회 입장권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울에 가기 위한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입장권으로 평일에만 사용하는 것인데 유효기간은 8월 29일까지였다. 몇 달 동안 시험 준비하고, 서울에 갈 여비를 마련할 상황이 아니라서 하마터면 도록을 구입해놓고 무료로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뻔했다. 그 유명한 오르세미술관의 그림들을 보지 못한다면 왠지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평일 입장권을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8월 29일 금요일에 서울에 가기로 결심했다.

 

오후 2시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는데 평일이라서 관람객이 많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전시회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전시회가 종료되는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평일인데도 시간을 내서 관람객들이 찾아 온 것 같다. 전시회 내부에도 그림을 찬찬히 보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여유롭게 그림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밤에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보고 싶은 작품들만 보고 얼른 전시회 밖으로 나와야 했다.

 

달랑 전시회만 보고 다시 대구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깝다. 내가 서울에서 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비록 혼자지만 일단 서울에 오면 내가 최대한 즐겁게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생활을 하기 위해 미리 계획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를 다 보고 나면 용산역 근처에 위치한 헌책방 뿌리서점에 갈 예정이었다.

 

뿌리서점이라면 헌책방마니아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헌책방의 성지(城地) 중 한 곳이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뿌리서점을 알게 된 이후부터 언젠가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결심을 반복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뿌리서점에 가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400, 502번 버스를 타면 20분 내로 뿌리서점이 위치하고 있는 ‘용사의 집’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요즘 구글, 네이버 지도의 성능이 무척 좋아서 간단하게 ‘뿌리서점’을 검색하면 위치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만 봤던 뿌리서점 간판이 보였다. 간판 밑에 걸린 ‘책이 주인을 기다립니다!’라는 저 문구가 무척 반가웠다. 그동안 나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던가. 입구 앞에 나이기 지긋이 든 어르신 세 분이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헌책방에 자주 방문하는 손님인 줄 알았는데 그 중 한 분이 뿌리서점을 운영하는 주인 어르신이었다.

 

 

 

 

 

 

역시 지하 헌책방 내부로 통하는 계단에서부터 수많은 책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좁은 공간 속에 책이 거대한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여기 헌책방에 있는 책들도 한때 주인의 손을 많이 타던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주인의 손길이 뚝 끊기는 순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오랫동안 잠든 화석(化石)이 되어버렸다. 헌책방에 찾는 손님은 헌책 화석이 가득한 지식의 지층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고고학자가 된다.

 

 

 

 

 

 

지식의 지층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는 상당히 비좁다. 바닥에 위치한 지층 밑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고, 서서 책 읽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헌책방 고고학자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용산역 주변에 퍼지는 시끌벅적한 속세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집중력이 생긴다. 그리고 주인 어르신이 직접 타서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북카페가 부럽지 않다.

 

주인 어르신은 헌책방에 처음 방문한 젊은 손님이 신기했던가 보다. 커피를 주면서 어디서 왔냐고 먼저 물어봤다. 대구에서 왔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온 사실에 무척 놀라워했다. 나는 평소에 헌책방 가는 것을 좋아해서 인터넷에서 뿌리서점의 명성을 알게 되어 여기 왔다고 하자 주인 어르신은 무척 쑥스러워했다. 그러자 옆에 책을 고르던,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손님이 “여기 뿌리서점을 모르면 간첩이야.”라고 치켜세웠다. 헌책방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주인 어르신보다 뿌리서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주인 어르신과 몇 분 간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대구에도 헌책방이 많이 있는지 물어봤다. 내가 예전에 비해 많지 않다고 대답하자 주인 어르신은 헌책방이 점점 사라져만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대구에 살아남은 헌책방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대구시청 주변, 남문시장, 대구역 굴다리 밑. 이 세 군데뿐이다. 대구에 헌책방이 생기게 된 것은 한국전쟁 직후 좌판에서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1970~1980년대 전성기를 지나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 등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전성기 때만 해도 헌책방 150여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거의 10여 곳 정도만 남아있다.

 

 

 

 

원래 헌책방에 책 고르면 많아야 세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그 날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 때문에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 밖에 없었다. 그래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이었기에 책방 내부 하나하나 살펴봤고, 주인 어르신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사진으로 담았다. 시간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책방 내부로 향하는 계단의 왼쪽 벽에 붙여 있는 故 장영희 교수의 글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다음에 여기 오게 되면 이 글을 꼭 읽어보리라.

 

 

 

 

 

 

 

뿌리서점에서 처음 고른 책은 콜린 윌슨의 <우주의 역사>(범우사) 1986년판, 2007년 국내에 사진전을 열리기도 했던 프랑스의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랑의 방>(마음산책, 2003년, 품절),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열린책들, 2001년, 절판)이다. 생각보다 책 상태가 좋았다.

 

콜린 윌슨은 예전 독서모임에서 만난 헌책방 마니아로부터 알게 된 저자다. 처녀작 <아웃사이더>로 무척 젊은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고, 문학 이외에 미스터리, 살인 등 어두운 지식의 분야까지 섭렵하여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하다가 작년 12월 5일에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주의 역사>는 요즘에 나오는 이런 비슷한 분야의 도서와 비교하면 전혀 새롭지 않는 낡은 정보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요즘 콜린 윌슨의 책들이 절판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어서 <우주의 역사>가 아직 절판된 지 않은 게 신기하다. 읽다 보면 책 속에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머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집, 폴 오스터의 영화 시나리오는 이제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책값을 계산하면서 주인 어르신은 책을 많이 읽는 내가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칭찬하셨다. 그리고 변변치 않은 서점을 찾아줘서 너무나도 고맙다고 했다.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만큼 리더십은 없지만, 독서 문화가 널리 알려져서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뿌리서점과 같은 헌책방이 절대로 사라져서 안 되며 점점 희미해져만 가는 이 지식의 보고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한다. 헌책방 속에 잠들어 있는 지식의 화석(化石)은 새로운 주인에 의해 만나는 순간, 책표지 속에 갇힌 지식이 활짝 열리면서 살아있는 화석(花石)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도 살아있는 화석(花石)을 찾기 위해 지식의 지층이 가득한 헌책방으로 향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4-09-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대륙서점이라는 아름다운 헌책방도 있고,
경북대 뒷문에 합동서적도 있지요

cyrus 2014-09-03 23:1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함께살기님. 사실 뿌리서점 주인 어르신과 대화하면서 대륙서점, 합동서적을 언급했습니다. 이 두 곳은 제가 많이 들리는 헌책방이거든요. 함께살기님의 블로그에 있는 책방에 관한 글,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9-0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콜린 윌슨 아웃사이더는 제 애독서입니다.특히 도스토예프스키와 앙리 바르뷔스 항목을 정독하는 편이죠.

2.폴 오스터에 관심이 많으시더니 절판본을 구했네요.

3.타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광주 헌책방 골목은 1990년대 중반부터 없어지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경까지 집중적으로 없어졌습니다.그 후에도 나이 드신 주인들은 돌아가시기도 하고...제가 자주 가던 곳들도 없어진 곳이 몇 개 있죠.

cyrus 2014-09-04 12:39   좋아요 0 | URL
1. 그렇군요.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땐 내용이 어려웠어요.. ^^;;
2. 폴 오스터도 국내에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고,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다음으로 내세우는 작가라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3. 혹시 광주에 가볼만한 헌책방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

2014-09-04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4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4-09-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대통령 같이 생겼구나.ㅎㅎ
콜린 윌슨은 참 안 알려진 작가야. 그 명성에 비하면 말이지.
내가 10대 때 아웃사이더란 책을 범우사에서 샀는데
어려워서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과연 읽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 출판사의 입담만으로는 잘 모르겠더라구.
주위에서 읽었다는 사람도 드물고.

뿌리서점이 유명한 줄은 알지만 강남역만 나가도 중고샵이 있으니
나 같은 귀차니스트는 일부러는 안 가게되는 것 같아.
중고샵은 싸게 매입해서 매입한 가격에 비하면 넘 비싸게
판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게 장사겠지만.
헌책방도 그럴까? ㅋ

cyrus 2014-09-05 23:29   좋아요 0 | URL
누님, 답글을 길게 썼는데 이상하게 입력이 안 되네요.. ^^;; 헌책방 가격은 주인 맘대로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헌책방이 어떻게 매입하고, 책에 가격을 매기는지 잘 몰라요. 헌책방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헌책방 주인이랑 친해지면 거래 방식을 꿰뚫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고 싶지 않아요. 괜히 가격 때문에 주인이랑 얼굴 붉히기 싫고, 제가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4-09-0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인시장에서 광주고등학교 가는 도로변에 헌책방들이 있는데 이제 10개도 안 남았죠.1킬로미터 정도 걸어가면서 들르면 됩니다.

요즘엔 알라딘헌책방과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방도 가끔 가는 편입니다.10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책들을 구입하는 편이죠.찾아만 보면 그런 책들이 꽤 있어요.

cyrus 2014-09-05 23:30   좋아요 0 | URL
대구의 헌책방 수와 거의 같군요. 그래도 헌책방이 모여 있는 그 곳에 가보고 싶어요.

카스피 2014-09-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리서점에 다녀오셨군요.서울에도 헌책방이 많이 없어지는데 이곳은 아직까지 건재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헌책방따라 전국을 유랑하던 시절 대구에도 가봤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진것 같더군요^^;;;

cyrus 2014-09-25 17:11   좋아요 0 | URL
네, 대구도 서울만큼 헌책방이 몇 군데 많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요. 가끔 책 읽다가 서울에 있는 헌책방 순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듭니다. 학생이였을 때 한 번 시도해볼 걸 그랬어요.. ㅠㅠ
 

 

 

몇 년 전만해도 한창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서 혈기왕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장소에서 내딛는 발걸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나에게 서울은 지금도 미지의 땅이나 다름없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나가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나 혼자 들떠 있곤 했다. 지금까지 삶의 절반(파주에서 지낸 군 생활 제외)을 거의 대구에서 지냈으니 서울 촌놈인 건 확실하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서울 왕래를 최소 열 번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서울 촌놈 인상을 벗어내기가 힘들다. 누군가가 서울 촌놈 같다고 말해도 좋다. 서울 촌놈이 맞으니까. 오히려 영원히 멈추지 못하는 호기심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서울을 더욱 새롭게 보이도록 만든다.

 

 

서울 왕래하는 동안 가장 기억남은 일이라면 독서모임을 절대로 빠질 수 없다. 2010년 말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를 알게 되어 출판사 공식 온라인 카페회원들 중심으로 펭귄클래식 시리즈 중 한 권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 달에 둘째, 넷째 주 토요일마다 모임이 이루어졌는데 출판사에서 지원해준 책을 읽은 모임 회원은 그 날 모여서책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모임이 참석하는 회원은 서평을 의무적으로 써야 했다. 사정상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서평은 꼭 써야 했다. 5개월 혹은 6개월 동안 독서모임이 진행되었다. 그 기간에 진행된 독서모임은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1기’였다. 이 기간 동안 진행된 독서모임의 횟수는 10~12회인데 사실 학생 신분인 나로서는 모든 모임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모임 초반기에는 자주 참석하다가 복학하면서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결석이 잦았다. 그리고 서울을 왕래할 경제적 비용이 부담되어 하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서평 쓰기는 미루지 않았다. 1기 독서모임 활동하는 동안 출판사에서 공짜로 받은 책을 무조건 읽었고, 서평은 꼭 작성했다. 절대로 단 한 권도 서평을 안 쓴 것이 없다.

 

 

2011년에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1기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 만남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달의 궁전’이라는 이름의 독서 커뮤니티였다. ‘달의 궁전’은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재미있게도 나와 친분이 있는 독서모임 회원 중에는 폴 오스터 애독자가 꽤 있다. ‘달의 궁전’ 독서 커뮤니티를 이끄는 주인장 누님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폴 오스터 애독자다. 사실 원래 ‘달의 궁전’은 그냥 평범한 독서모임 커뮤니티라기보다는 폴 오스터 팬클럽 같은 마니아 성향의 독서모임으로 시작되었다. 즉,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폴 오스터 사랑은 펭귄클래식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모임이 진행되면 항상 지정도서에 대한 것만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가끔 열띤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주제가 다른 작가나 그의 작품으로 바뀔 때가 있었다. 그 분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를 열광적으로 설명할 때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왜냐하면 폴 오스터의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뒷풀이에서도 폴 오스터 예찬은 계속되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어본 그 분들에게는 폴 오스터에 관한 대화 주제가 흥미로운 문학적 안주거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문학적 안주거리에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아니,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새로운 안주 메뉴가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나도 직접 호기심의 손을 내밀어 집어보지만, 그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일단 작품을 읽어야지 오스터라는 이 새로운 문학 메뉴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워낙 한 권이 아닌 두 세 권 이상 다독하는 무척 산만한 독서 습관 탓에 오스터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꼭 읽어볼 것이라고 다짐을 했건만, 아직 제대로 읽기 시작하지 않았다.

 

 

‘달의 궁전’이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 개설되었을 때 폴 오스터 광팬인 주인장 누님의 초대로 가입하게 됐는데, 거기서도 내가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현재 ‘달의 궁전’은 폴 오스터 작품 읽기뿐만 아니라 원서읽기, 서평단, 기존의 독서모임 활동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오스터에서 비롯된 단절감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시기처럼 그 곳에서 왕성하게 온라인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다. ‘달의 궁전’ 독서모임에 참석한 것은 올해 딱 한 번뿐이다.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때부터 만난 분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과연 재회의 시간은 언제 찾아올까? 지금 현 상황으로서 봐서는 그 시간이 너무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겁도 없이, 어찌 보면 무모해보일 수 있는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원래 ‘달의 궁전’에서 진행되는 서평단 활동을 블로그를 통해 알리기 위한 글을 쓰려고 했는다. 그런데 어떻게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시 기억의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예전 독서활동에 관한 추억을 꺼내 봤다. 그런데 지금까지 흘러 지나가버린 4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많은 세월이 아닌데도 내 기업의 서랍은 과거의 추억을 온전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너무 낡아버리고 망가져버렸다. 새삼 시간 뒤에 숨어서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크로노스의 위력이 느껴진다.

 

 

각설하고, 본론을 들어가자면 이번에 ‘달의 궁전’에서 진행하게 될 서평도서가 최근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펴낸 폴 오스터 인터뷰 모음집이다. 폴 오스터를 사랑하는 주인장 누님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이벤트가 생길 수가 없다. 정말 존경스럽다.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열혈 독자라면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달의 궁전’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면 서펑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서평 활동을 신청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인간사랑 출판사가 지원한 책의 권수는 총 5권. 아마도 신청자 5명이 딱 나오게 되면 이벤트가 종료될 것 같다. 만약에 신청자가 그 이상일 경우에는 ‘달의 궁전’ 온, 오프라인 활동이 많은 분이 우선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5권이면 좀 부족한 개수이지만,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참고로 나는 이번 서평단에 지원하지 않는다. 여전히 폴 오스터는 멀고도 낯선 이름이다. 폴 오스타에 관심이 많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가 서평단으로 활동하는 것이 맞다. 주인장 누님의 뜨거운 열정 덕분인지 이제 정말로 오스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폴 오스터라는 새로운 문학 메뉴에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일단 오스터 문학 코스 메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오스터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쓴 작품 몇 권 읽고 난 뒤에 저랑 대화합시다. 그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꾸벅)

 

 

 

 

 

 

 

 

 

 

 

 

지금 내가 맛 볼 수 있는 오스터 코스 메뉴로는 <스퀴즈 플레이><우연의 음악><뉴욕 3부작><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신탁의 밤>, 총 5권이다. 진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지금까치 출간된 오스터의 일부 작품은 품절 또는 절판되고 말았다. <우연의 음악><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신탁의 밤>은 절판되었고, 특히 주인장 누님이 강력 추천하는, 오스터의 대표작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달의 궁전>마저도 이미 절판으로 영면했다.

 

 

열린책들 출판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보적인 작가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가 쓴 모든 책이 열린책들 출판사 한 곳에서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 오스터도 무시할 수 없다.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 일기, 영화 시나리오까지 오스터가 쓴 작품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국내에 폴 오스터 마니아도 꽤 두텁게 형성되었고, 최근에도 그의 신간을 열린책들에서 단독으로 번역 출간하고 있기에 나머지 일부 작품이 품절, 절판된 것은 유감스럽다. 그런데 오스터 마니아가 아닌 내가 왜 유감스럽게 생각 하냐고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랍스터, 아니 오스터라는 문학 코스 메뉴를 맛보려고 하는데 일부 메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유감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제발 <달의 궁전>만큼은 재판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9-02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3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4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