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비타북스 출판사(http://blog.naver.com/vita_books) 마케팅부서에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비타북스 500’ 북파우치 500명 구매자 한정으로 사은품을 만든다면 출판사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처럼 보여도 한정판 북파우치가 나온다면 이걸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알라딘에서 특별 사은품을 사면 덤으로 책을 주니까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피북 2015-04-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사진 페북에서 보긴 했는데 북파우치는 이해가되는데 이게 왜 3000만원인지는 이해를 못했어요ㅠㅠ 패러디인가요? 정치계의?

cyrus 2015-04-18 15:27   좋아요 0 | URL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비타500 박스에 3천만원을 담아서 이완구 총리에게 건넸다고 합니다. 이걸 출판사가 패러디한 겁니다. ^^

소금창고 2015-04-1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고 이런 패러디에 쓴웃음만 지어야하다니 국민들에겐 정말 정경유착의 비타오백이 쓴맛일 뿐입니다
 

 

 

 

 

 

 

 

 

 

 

 

 

 

 

 

 

4월 14일 오전 4시 7분(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 경기장에서 리버풀과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가 치렀다. 특이한 점은 경기가 열리는 시각이다. 혹시 이 글의 첫 문장을 유심히 읽어본 독자라면 축구 경기가 정시가 아닌 7분 늦게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할 것이다. 대개 축구 경기는 정시 또는 30분에 맞춰 킥오프 휘슬이 울린다. 그렇지만, 이날만큼은 7분 뒤로 시계가 미뤄진다. 4시 7분에 킥오프 휘슬이 불기 전에 안필드에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리버풀과 뉴캐슬의 모든 선수가 6분 동안 그라운드 안에 미리 입장했고, 1분 동안 묵념했다.

 

 

 

 

 

 

 

 

 

안필드는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리버풀의 전용 구장이다. 적지 않은 리버풀 팬들은 묵념하는 동안 ‘Justice’라는 단어나 ‘96’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문구가 적힌 응원 머플러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4월 15일이 다가오는 날에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치러지면 안필드뿐만 아니라 영국 내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도 7분 늦게 시작한다. 1989년 4월 15일에 발생한 ‘힐스버러 참사 (Hillsboroufh Disaster)’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모든 경기장 입구가 개방되자 관중들은 계속 관중석으로 들어왔고,

펜스 앞에 있는 관중들은 압사당한 위험에 노출되었음에도 탈출하지 못했다.

(힐스버러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촬영된 사진)

 

 

 

힐스버러 참사는 세계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고다. 1989년 4월 15일은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FA컵은 프리미어리그 소속팀뿐만 아니라 2부, 3부 리그 축구팀들 모두 참여할 정도로 영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인기 있는 축구 대회다. 준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2만 여 명이 넘는 리버풀 팬이 힐스버러 경기장을 찾았다. 이 수많은 관중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좁은 경기장 안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기장 수용 인원이 초과되면 경찰 또는 경기장 직원이 입구를 막아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을 다른 입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날에 경찰은 많은 관중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나머지 입구도 개방했다. 관중들이 더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이미 경기장 펜스 앞 관중석에 사람들이 매우 빽빽하게 몰려 있어서 압사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관중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경기는 중단되었다. 다치지 않은 팬들은 부상당한 관중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경찰은 이들의 행동을 경기장에 침입하여 노팅엄 프레스트 관중들과 맞서려는 훌리건의 소행으로 여겼고, 그들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저지선을 쳤다. 관중들의 소란을 막으려는 경찰의 대응으로 인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구급차는 고작 1대뿐이었다. 병원에 후송된 환자는 단 14명뿐이었고, 경기장 안에 죽어가는 관중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이날 사고 당일에 94명의 관중들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2백 명이 넘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며칠 후에 14살의 소년이 사망했고, 이 사고로 인해 4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관중까지 죽게 됨으로써 공식 사망자 수는 96명이 되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리버풀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축구선수 스티븐 제라드의 사촌 형도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영국 경찰은 사고의 원인을 허술한 안전 관리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안전 수칙을 무시한 일부 리버풀 팬들 또한 사고의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책임을 관중과 그 희생자들에게 돌렸던 영국 경찰은 이번 사고에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희생자들을 공격하는 언론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 리버풀 관중들의 책임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조작했다. 경찰의 프레임에 속아 넘어간 언론들도 리버풀 관중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언론지 「더 선」은 힐스버러 참사 관련 기사에 부상을 당하지 않은 관중들은 다치거나 죽은 관중들의 지갑을 훔쳤으며, 경찰과 구조대원을 공격하는 훌리건에 가까운 광란적 행동을 보였다고 썼다. 「더 선」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면서도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일간지로 알려졌다. 힐스버러 경기장을 찾은 리버풀 팬들을 악의적으로 겨냥했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힐스버러 참사를 왜곡 보도를 했다. 여기에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도 공격에 가세했다. 보수당 입장에서는 노동계급이 많이 거주했던 리버풀을 중상모략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동시에 보수당의 입지를 굳히려고 했다. 이런 기사가 나간 지 15년이 지나서야 더 선은 거짓 보도에 공식 사과를 했지만, 지금도 리버풀을 주도(主都)로 둔 머지사이드 주 사람들은 더 선에 반감을 보여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힐스버러 참사는 각 분야에서 재난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학습효과를 남겼다. 인명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는 재난대응 원칙 덕분에 영국의 축구장 안전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게 된다. 이 사고는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성과 진상 규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0년에 결성된 힐스버러 참사 진상조사위는 고위 경찰이 목격자의 진술 중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사실을 밝혀냈다. 2012년에 영국 보수당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경찰의 은폐에 대하여 공식 사과를 했다.

 

 

왼쪽은 리버풀 공식 엠블럼, 오른쪽은 던킨 도너츠가 만든 리버풀 엠블럼

 

 

안필드 경기장과 힐스버러 경기장에 96명의 사망자를 기리는 추모 비석이 세워져 있다. 리버풀 엠블럼에는 힐스버러 참사를 기리기 위한 횃불(성화)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그려져 있다. 리버풀의 공식 후원사 던킨 도너츠는 두 개의 횃불 대신 아이스커피를 대체한 새 리버풀 엠블럼 디자인을 공개했다가 리버풀 팬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었다. 2009년에 리버풀 소속 백업 골키퍼 샤를 이탕주는 경기 전 힐스버러 참사 추모 행사 도중 환한 미소로 춤을 추는 행동을 하여 물의를 빚어 다른 팀으로 옮겨야만 했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4월 15일이 다가오면 힐스버러 참사를 추모한다. 이 사고는 영국의 가슴을 관통하는 가슴 아픈 날로 기억한다. 단순히 9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끔찍한 사고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이 오랫동안 은폐되었던 최악의 사건으로 말이다. 영국인들이 이 사고로 얻은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언제까지 정의와 진실을 숨길 수 없다는 점. 실추된 명예를 되찾으려는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들의 노력이 없었고, 진상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힐스버러 참사는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만 남았을 것이다.

 

 

 

 

 

 

4월 15일이 영국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날이라면, 4월 16일은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가슴 아픈 날이다. 힐스버러 참사는 어제 25주기를 맞았고, 세월호 사고는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있다. 두 사고는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영국 경찰은 힐스버러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목격자의 진술을 은폐했고, 우리나라 해경은 기본적 구조 매뉴얼을 지키지 못해 구조작업 상황 일지를 조작했다. 그러나 영국은 사고의 책임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은 96명의 희생자를 잊지 않으려고 경기장 주변에 추모비를 세웠고, 경기가 열리면 묵념 행사를 한다. 창단 2년 만에 올해 V리그 챔피언에 오른 OK저축은행 배구팀은 안산 유니폼에는 'We Ansan!(우리는 안산!)'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We(위)’와 ‘An(안)’은 붉은색으로 칠했는데 비통에 빠진 안산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우리 사회에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공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늘 팽목항에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여 위령제를 지냈다. 아직 세월호의 바다에 남아있는 상처는 여전한데 대통령과 장관은 해외 일정이나 국회 일정 때문에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국민은 세월호 추모에 반감을 보인다. 희생자 유가족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대중의 시선은 이제 냉담한 시선으로 변했다. 심지어 일베 회원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비하하기에 이른다.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 마크에 일베를 인증하는 마크를 넣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정치인들도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을 내뱉는다.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유가족의 항의를 ‘선동꾼’이라고 폄훼하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아냥대는 현실이다. 여당은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 항의를 ‘종북’과 연관 지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려고 한다. 1989년 영국의 보수당처럼 대형 사고를 진영논리에 치우쳐 바라보는 여당의 태도는 희생자를 향한 애도를 무색하게 만든다.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사소한 추모마저 정의와 거리가 먼 불순한 행동으로 보는 듯하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는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올바른 것이다.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세월호 선장에 사형을 구형했다고 해서 사고 수사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세월호 선장을 사고의 원흉으로 지목하게 하여 “자! 이것으로 세월호 사고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자!”라고 한다면 세월호 사고는 최악의 해상 사고로만 기억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과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한다면 어쩌면 우리 사회는 힐스러버 참사 이후의 영국처럼 정의가 무용한 암흑의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방관한 해경의 책임을 명명백백 밝힐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사고 진상 규명을 소홀히 여기고 추모를 하지 않는다면 세월호는 망각의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공감과 연대가 없는 사회에 희생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정의를 인양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과연 사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을 위한 정의가 밝혀지는 날은 올 수 있을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04-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공감을 더 누를 수 있게 한다면 밤새도록 누르고 싶네요. 한마디 한마디가 반성도 되었어요 내일을 잊고 지날뻔했는데 이웃님들 덕분에 망각했던 정신을 일으켰습니다

cyrus 2015-04-16 15:06   좋아요 0 | URL
이틀 전 새벽에 축구 경기를 보면서 영국인들의 성숙한 자세가 부러웠습니다. 이제 사고 1주년 지났는데 추모 열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국민들의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cocomi 2015-04-1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u cannot find peace by avoiding life! 매번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아니면 최소한의 예의나 공감을 보이지 않고 도망가는 것처럼 일단 피하고 보자는 태도 정말 비겁해요. 정말 ˝외교무능˝ ˝공감무능˝ 정부예요.

cyrus 2015-04-16 15:10   좋아요 0 | URL
오늘 팽목항에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하던데 세월호 결정 발언을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공감 무능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에게 또 한 번 가슴 아픈 상처를 줍니다.

transient-guest 2015-04-16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니까, 더욱 힘든거죠. 도대체 아이들이 죽어서 슬픈 부모들이 왜 `종북`이라는 소릴 들어야하며 경찰이 진압할 대상이 되는건지 알 수가 없어요. 정말 나쁜 놈들인거죠.

cyrus 2015-04-16 15:12   좋아요 0 | URL
세월호 사고를 진영논리로 바라보면 갈등과 진실 왜곡만 생길 뿐입니다. 여기에 가담하는 나쁜 놈들 때문에 엄숙해야 할 1주기 추모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다 읽은 뒤에 조이스 문학의 참고서라고 할 수 있는 김종건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 문학 읽기》(어문학사, 2015)을 읽었다. 김종건 교수는 조이스 연구의 권위자로 유명하다. 《율리시스》보다 더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피네간의 경야》를 처음으로 번역한 사람이 김종건 교수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 《피네간의 경야》를 번역한 국가가 되었다. 김종건 교수는 조이스의 주요 작품을 비롯한 시, 희곡, 비평문, 서간문까지 조이스가 남긴 모든 텍스트를 번역했고, 이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정리한 책이 바로 《제임스 조이스 문학 읽기》다. 《더블린 사람들》은 총 열다섯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김종건 교수는 이야기 하나하나 해설했고, 《더블린 사람들》과 관련된 서간문도 꼼꼼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오자가 많이 보이는 것이 《제임스 조이스 문학 읽기》의 단점이다. 고작 《더블린 사람들》을 해설한 내용만 봤을 뿐인데 교정해야 할 문장이 다섯 개가 넘는다. 게다가 두세 번 읽을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도 몇 개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인데 교정이 시급하다.

 

 

 

* 1906년에 『더블린 사람들』을 출판하기로 동의했던 출판자 그랜드 리차즈는 이 단편 속의 "꾀자 노인(a queer old josser)"의 이야기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이를 생략한 의도였다. (103쪽)

 

⇒ '꾀자'를 '괴짜'로 고쳐야 한다.

 

 

* 그러자 이들 두 소년은 "피전 하우스"까지의 모험을 포기하고, 귀로에 그들이 들판에서 한 괴짜 영감을 만나는데, 그는 이때 그들에게 자신들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해 댄다. (103쪽)

 

⇒ 이 문장은 《더블린 사람들》에 있는 단편 「뜻밖의 만남」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내용의 일부다. 괴짜 영감이 두 소년에게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여러 명의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들의 여자 친구'가 아니라 '자신의 여자 친구들'이라고 해야 한다.

 

 

* 그는 지신의 말에 스스로 도취 된 듯 ... (104쪽)

 

⇒ '지신'을 '자신'으로 고쳐야 한다.

 

 

* 그는 난간 너머로 달려가며 그에게 따라오라고 소리쳤다. 사람들이 발리 앞으로 나아가라고 고함을 질렀으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110쪽)

 

⇒ '발리'를 '빨리'로 고쳐야 한다.

 

 

* 그는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적응시키는 카메론적 능력 및 외견상 아첨의 무한한 자질을 전시하면서 ... (116쪽)

 

⇒ '카메론적 능력'은 무슨 의미일까?

 

 

* 레너헌이 루트랜드 관장 건너의 간이 바에서 뭘 먹기 위해 자신의 순례를 멈출 때, 그의 상황이 분명해진다. (116쪽)

 

⇒ '관장'을 '광장'으로 고쳐야 한다.

 

 

* 서술의 그리고 레너헌의 동작의 템포는 콜리가 젊은 여인과 함께 도회로 되돌아올 때 속력을 더한다. (116쪽)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딱 봐도 어색한 문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거기 매거진 힐(유명한 군수물 창고 벽으로, 『핀네간의 경야』의 중요한 배경 중의 하나)의 꼭대기에 서서, 그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132쪽)

 

⇒ 다른 글에는 '피네간의 경야'라고 썼는데 132쪽에서는 '핀네간의 경야'라고 썼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병통치약 2015-04-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론 은 키메라가 아닐까요? 서술과 레너헌의 동작템포는 이 자연스럽네요 ㅎ

cyrus 2015-04-13 09:48   좋아요 0 | URL
해설이 원작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에요. 저도 키메라라고 생각했어요. 원작을 다시 읽어본 뒤에 단어의 의미를 알아볼려고 합니다. 모르면 해당 출판사에 문의할려고요. ^^

AgalmA 2015-04-12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어렵다는 작품들 내용보다 이런 번역과 교정의 미스들이 더 문제더라고요.
꾀자 노인ㅋㅋㅋ 웃다가 숨넘어 갈뻔; 아, 어디가서 꼭 써먹고 싶네요.
만병통치약님 말씀처럼 카메론은 키메라 맞는 듯. 유전 생물학에서 생물체 속에 다른 세포들끼리 공존하는 성질을 그렇게 말하니까 `자신의 행동을 적응시키는` 수식에 어울리려면 키메라적 능력이어야 말이 되네요. 조이스가 신화에도 탁월하니 신화적 키메라 의미도 같이 있겠죠.

cyrus 2015-04-13 09:50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키메라가 맞는 것 같습니다. ^^

2015-04-1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comi 2015-04-1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읽고 오자/오역 수정해주는 독자라니 김종건 교수님은 좋겠네요. 근데 두 번째 문장 두 번째 줄에 있는 ˝그들이˝는 빼는 게 더 자연스럽네요. 책을 안 읽어봐서 확실하진 않지만 너무 직역을 하려고 하신 듯?
카메론적 능력은 혹시 카멜레온적 능력을 말하는 건 아닐까요?

cyrus 2015-04-13 09:58   좋아요 0 | URL
한 문장에 쉼표와 `-의`를 너무 많이 사용했어요. 원서를 우리말로 옮긴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

transient-guest 2015-04-16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자의 태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네요. 대학때 Ireland에 빠져서 졸업때 마이클 콜린스로 논문도 썼고, 제임스 조이스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이 책이 나타나주어 반갑네요. 사실 너무 어렵거든요 조이스 양반..ㅎㅎ

cyrus 2015-04-16 15:27   좋아요 0 | URL
<더블린 사람들>을 다 읽고 나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조이스 관련 책을 찾아보니까 그리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 아니더군요. 특히 <더블린 사람들> 첫 번째 단편 ‘자매들’에 조이스가 종교 상징을 교묘히 집어넣었더군요. 솔직히 저는 이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결말도 이상하고.. ㅎㅎㅎ 제가 이 소설을 대충 읽은 것 같습니다. 김종건 교수 번역본도 훑어봐야겠어요. ^^;;
 

 

 

 

 

 

 

‘올재 클래식스’ 14번째 시리즈가 출간된다. 내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인터넷 교보문고에,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 판매된다. 올해 1월에 13번째 시리즈로 《장자》, 《열자》, 《바가바드 기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되었고, 이번 14번째 시리즈로 나올 책은 《산해경》, 《박물지》, 《춘추좌전 1, 2》다.

 

 

 

 

 

 

《산해경》은 상상력으로 무장한 고대 동양의 백과사전이다.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후에 나온 것으로 추정하면 이 책을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하나라 우왕 또는 백익이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리, 역사, 문학, 동물, 의학 등을 포괄하는 방대한 문헌을 담고 있지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도 있다. 책에 나오는 내용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면, 생김새가 말의 몸에 새의 날개, 사람의 얼굴에 뱀의 꼬리를 한 짐승이 소개된다. 이 짐승은 사람을 안아 들기를 좋아하며 이름을 숙호(孰湖)라고 한다. 《산해경》은 이미지를 중심에 맞춘 텍스트다. 괴이한 짐승들을 묘사한 그림이 실려 있는데 이번에 나올 《박물지》에도 도판을 수록했다.

 

 

 

 

 

 

 

 

 

 

 

 

 

 

 

 

 

사마천은 《산해경》을 괴상한 기서(奇書)라고 말하면서 감히 손댈 수 없는 책이라고 말했다. 진시황제는 이 책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깊숙이 감추고 열람하지 못하게 했다. 신화에 투영된 중국고대 문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最高)의 문헌이다.《산해경》은 총 23권이었으나 이를 전한 말기 사람 유흠 또는 진나라 사람 곽박이 권수를 줄여 주석을 붙이고 재정리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도 몇 가지 번역서들이 나와 있고, 가장 널리 알려진 판본은 정재서 교수가 옮긴 것이다.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에 나올 《산해경》은 연변인민출판사 편집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장수철이 옮겼다. 장수철 역의 《산해경》은 2005년에 현암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으나 절판되었다. 10년 만에 재출간한 셈이다.

 

고대 동양의 상상력 백과사전이 《산해경》이라면, 서양은 플리니우스의 《박물지》가 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국내에 번역된 적이 없는데 ‘박물지’라는 제목만 보면 《산해경》과 짝을 맞추어 나온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올래 클래식스의《박물지》는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산문집 제목이다. 르나르는 어린이용 문학전집 단골 작품인 《홍당무》를 쓴 작가이다. 《홍당무》는 아이용, 어른용 등등 해서 수십 종의 버전이 출판되어 르나르의 유일한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물지》도 초판 출간 당시 큰 인기를 얻은 명작이다. 《박물지》는 르나르가 온갖 동물들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기록한 짤막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지》를 잘 모르거나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면 이 문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박물지》중 뱀에 관한 내용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번역의 차이가 있겠지만, 르나르가 보는 뱀은 이렇다.

 

 

 

너무 길다 (원문: Trop long)

 

 

달랑 저 한마디다. 개미를 표현한 르나르의 문장을 보자. 땅바닥에 기어가는 개미의 행렬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한 마리 한 마리가 3이란 숫자를 닮았다.
참 많기도 하다.
얼마나 되나?
3, 3, 3, 3, 3, 3, 3. 3, 3 .....
끝이 없다.

 

('나태주 명시여행 102'에서 인용)

 

 

이처럼 르나르의 문장은 시적인 정의와 재치 있는 유머가 적절하게 섞인 재미있는 산문집이다. 여기에 르나르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박물지》는 이미 《뱀 너무 길다》(바다출판사, 1997 / 품절),《자연의 아이들》(문학동네, 2008)에서 출간된 적이 있으며 동서문화사는 《박물지》를 《홍당무》와 《일기》 그리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 3편까지 포함하여 출간했다. 르나르의 작품들을 한 권에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춘추좌전》은 2백 년 넘는 춘추열국의 역사가 기록된 책이다. 춘추열국의 사회현실과 그 당시 활동했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작자에 대하여 많은 의견이 있지만, 공자가 지은 《춘추》에 좌구명이 해설하는 방식으로 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춘추좌전》은 원래 ‘좌씨춘추’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전하는 춘추의 해석서는 '춘추좌전',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의 이른바 '춘추 3전'이다. 이 가운데 《춘추좌전》은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책으로 조선 시대 왕과 선비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춘추좌전》의 역자는 올재 클래식스 13번째 시리즈로 나온 《장자》를 번역한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이다. 올재출판사의 소개에 의하면 2006년, 한길그레이트북스로 세 권짜리로 나온 《춘추좌전》의 기존 번역을 바로 잡은 판본이라고 한다. 한길사의 《춘추좌전》 세 권을 모두 합한 가격에 알라딘 10% 할인을 적용하면 7만 2000원이다. 적지 않은 《춘추좌전》의 분량을 두 권으로 축소하여 58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참고로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한 권당 가격은 2900원이다. 적은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활자가 작은 것이 단점이다. 작은 활자를 장시간 읽으면 눈이 쉽게 피로할 수 있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만드는 올재 클래식스 출판사의 행보에 대해 타 출판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안 그래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 책 사는 이가 점점 줄어지는 판국에 일부 출판업자들은 싼 가격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는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를 못마땅해 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 판매되자마자 하루에 몇 백 부 이상은 팔린다니, 출판사들의 시기와 우려(가 있다면)를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렇지만, 올재 클래식스는 비영리 사단법인체로 독자의 후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연간 기부금 및 모금액수와 활용실적을 공개한다. 시리즈 한 종당 4000권을 찍어 6개월 동안 한정 판매되며 1000권은 시골 공공도서관, 공부방, 군 부대 등에 기증한다. 독자도 자신이 구입한 책을 기부할 수 있다. 그래서 수준 높은 고전작품과 역자를 선정하고, 공익에 초점을 맞춘 올재의 출판 사업을 긍정적으로 본다.

 


 

※ 사진은 올재 클래식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올재 클래식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olje.or.kr/) 에 확인하세요.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바 2015-04-0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나오는군요. 산해경과 박물지에 관심이 가네요. 올재 클래식스는 금방 다 팔리지 않나요? 매번 시기를 놓쳤는데 내일은 저도 참전(?)해야겠어요.

cyrus 2015-04-08 12:13   좋아요 1 | URL
오늘 마우스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돌궐 2015-04-08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5-04-08 12:14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다음에도 시리즈 출간 소식이 나오면 블로그를 통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

마욤 2015-04-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랫만이예요. 저를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ㅎㅎ
예전 펭클 시학 강의 때 한번 뵙긴 했는데 달궁 모임은 안하시나 봅니다~
헤르메스님도 여기서 꾸준히 활동하는 걸 보긴 했는데 사이러스님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꾸준히 활동도 하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하니 보기 좋네요.
달궁 독서모임에서 기회가 닿는대로 한번 봐요~

그나저나 올재는 이번 세트 꽤 치열한데요.
저야 구판이나 다른 판본으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올재는 구입하는데 한때 접속지연이 있을 정도로 ㅎㅎ 산해경은 장수철 역은 절판된 것이고 도판도 그대로 수록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득템이고 춘추좌전또한 놓칠 수 없는~ 박물지는 을유문고판이 재간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네요 ^^

올재가 100권 정도 예정하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57권째이니 이제 절반 정도네요. 대권을 위해(?) 꾸준히 정진하시는 홍님께 어쨌든 감사를~

cyrus 2015-04-08 22:24   좋아요 0 | URL
마욤님! 반갑습니다. 당연히 기억하죠. 달궁 모임은 2년 전에 참석했는데 그 날 마욤님이 안 계셔서 너무 아쉬웠어요. 요즘 취업 준비하느라 예전처럼 서울에 왕래할 여건이 되지 못하네요. 취직이 되면 달궁 모임에 다시 참석하고 싶어요.

저는 내일 교보 매장에 가서 구입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을 선호해서 그런지 매장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에요. 앞으로 나오게 될 올재 클래식스 작품이 기대됩니다. ^^

책탐 2015-04-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3시 인터넷 구매가 안되더군요. 결국 교보문고로 달려가야합니다.ㅜㅜ

cyrus 2015-04-08 22:27   좋아요 0 | URL
온라인 주문을 하려면 판매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하는 것이 낫습니다. 올재 클래식스가 나오는 날에는 남들보다 신속한 접속과 클릭이 중요하거든요. 저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온라인 주문보다는 직접 매장에 가서 삽니다.

세상틈에 2015-04-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올재 시리즈 책이 두권(국가, 논어)있는데 그건 표지가 흰색이거든요. 저건 표지 색이 다른데 무슨 차이인가요??

cyrus 2015-04-08 22:54   좋아요 0 | URL
흰 표지의 책은 올재 셀력션즈 시리즈입니다. 기존의 시리즈는 한정판이지만 셀렉션즈 시리즈는 재발간 요청이 많은 책만 따로 펴낸 것입니다. ^^

세상틈에 2015-04-0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올재시리즈란 걸 알게 되었네요.^^ 사이트 들어가서 살펴봐야겠어요.ㅎㅎ

cyrus 2015-04-08 23:01   좋아요 0 | URL
회원가입을 하면 출간예정 소식을 문자나 메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4-0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기획도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산해경이라....

cyrus 2015-04-09 14:56   좋아요 0 | URL
얼른 구입해야 됩니다. 한정판이라서 금방 절판됩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 얼른 접속해서 확인해보세요. ^^
 

 

 

 

 

 

 

 

 

 

 

 

 

 

 

 

 

 

 

1660년 5월 29일. 찰스 스튜어트가 런던에 입성하여 국왕 찰스 2세가 됨으로써 영국의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아버지인 찰스 1세가 의회군에게 처형된 뒤 스코틀랜드로 피신, 스스로 왕위에 올라 군사를 일으켰으나 패배를 맛보고 망명을 택한 지 9년 만이었다. 찰스 2세는 왕정을 폐지했던 크롬웰의 시체를 무덤에서 파내 참수하여 거리에 내걸었다. 1660년은 영국의 국운을 한순간에 바꾸게 된 특별한 해이다. 그러나 청교도를 제외한 영국인들은 왕정복고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서 찰스 2세의 재위를 센세이션한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영국 신사들은 윌스 커피하우스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앞으로 펼쳐질 찰스 2세 시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윌스 커피하우스는 1660년에 세워진 카페다. 가게 이름은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의 이름 윌을 따서 지었다.

 

커피하우스는 카페의 원조라고 볼 수는 있으나, 17세기 커피하우스 내부 풍경은 오늘날의 카페와는 거리가 멀다.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영국 신사들만의 사교 장소였다. 영국 여성들도 차를 즐겨 마셨지만, 커피하우스에 출입할 수 없었다. 커피하우스에 가장 많이 찾아온 영국 신사들은 대학생, 지식인, 예술가, 언론인, 상인, 정치가 등 전문적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망중한에 차를 마시려고 커피하우스를 찾기보다는 토론을 하거나 집회를 열기 위해 모여들었다. 영국 신사들은 차를 마시면서 정치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삼삼오오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커피하우스는 ‘페니 대학’으로 불렸다. 커피하우스가 처음 생긴 이래 그와 유사한 곳들이 마른 풀에 불붙듯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번성기에는 런던에만 커피하우스가 3천여 개나 되었다고 하니 실로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커피하우스의 풍경은 늘 목청이 큰 신사들이 붐벼 시끄럽고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지식이나 교양을 이야기했고, 좀 더 나아가 사회비판이나 토론을 했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부비판을 하고, 비판의 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사회전복이나 혁명을 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커피하우스는 정치적 음모를 꾸미거나 불온사상을 전파하는 진원지었다. 공화주의자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찰스 1세의 폐위를 준비했고, 반면 크롬웰 통치 시절에 왕정 주의자들이 커피하우스에서 찰스 2세의 집권을 은밀히 준비했다. 커피하우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았던 찰스 2세는 1675년에 불온사상 유포를 이유로 런던에 있는 모든 커피하우스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권력을 앞세워 강제적으로 커피하우스에 영업정치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영국 신사들은 왕명을 어기고 커피를 몰래 마셨고, 왕명의 명령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지 11일 만에 찰스 2세는 폐쇄령을 철회했다. 차는 영국인들의 식탁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주식(主食)과 같은 존재다. 국왕도 차를 마시는 문화를 함부로 간섭하거나 바꿀 수 없었다.

 

커피하우스는 정치적 집회의 장소였을 뿐만 아니라 영국문학의 꽃이 만발하기 피웠던 최적의 화원(花園)이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작가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클럽을 결성했다.영국 작가들에게 차는 잠재해 있던 감수성에 자극을 주고 숨어있던 창의력을 이끌어냈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글을 썼고, 동료 작가들 앞에서 자신이 쓴 작품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과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윌스 커피하우스에 진을 치고 살았을 정도로 유명한 단골손님이었다. 윌스 커피하우스에 잠깐 들어오기만 해도 영국에 이름 있는 작가들은 한꺼번에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영국의 풍자시인 알렉산더 포프, 《로빈슨 크루소》를 쓴 다니엘 디포, 영어사전을 편찬한 새뮤얼 존슨, 시사 주간지 『스펙테이터』의 공동 창간인 중 한 사람인 조지프 애디슨은 같은 클럽 회원 자격으로 커피하우스를 자주 찾았다. 애디슨은 커피하우스에서 『스펙테이터』 발족을 선언했고, 『스펙테이터』의 독자를 ‘차를 즐기는 사람들(여성을 제외한 영국 신사들)’로 설정했다. 당시 영국의 신문은 전문가나 상류층만 볼 수 있는 미디어였는데, 유일하게 신문을 볼 수 있는 곳이 커피하우스였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새뮤얼 존슨 박사를 회상하며’는 존슨이 활동했던 18세기 영국 런던의 모습을 상상하여 묘사한 단편소설이다. 소설 초반부에 윌스 커피하우스에 앉아있는 영국 문단계 인사들의 모습이 언급된다.

 

어린 시절을 런던에서 보내면서 아이의 눈으로 윌리엄 통치 하의 저명인사들을 많이 보았는데, 많은 시간을 월스 커피하우스에 앉아서 탄식에 젖어 있던 드라이든 씨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애디슨 씨와 스위프트 박사는 나중에 잘 아는 사이가 되었고, 포프 씨와는 절친한 사이로서 나는 그가 죽을 때까지 존경심을 잃지 않았다. (‘새뮤얼 존슨 박사를 회상하며’ 중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4》 55~56쪽)

 

작가뿐 아니라 정치가, 언론인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여들었던 이 커피하우스를 통해 대중들은 처음으로 평등하게 토론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상류 계층에만 단골주제로 등장했던 예술에 대한 여러 논의가 교양 있는 평민들의 담론으로 대체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홍차 문화의 기반이 됐다. 그런데 특이한 사실이 있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즐겨 마시는 곳을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는 점이다. 이유는 분명하게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추측은 해볼 수 있다. 1630년대부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영국에 차를 전파했다. 이때부터 영국에서 홍차 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했다. 커피하우스가 성행했던 시절에 분명히 영국인들도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커피는 영국인들에게 생소한 음료였다. 시커먼 커피보다는 투명한 고운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는 홍차가 차갑고 과묵한 영국인들의 마음에 평온함을 주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병통치약 2015-04-0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로 컨셉가져다가 책을 쓴다면 우리역사는 어디일까요? 다방, 포장마차, 대학가 술집? 이런거 모아서 책을 써도 재미있겠네요.

cyrus 2015-04-04 16:42   좋아요 0 | URL
다방은 유명하고 오래된 곳을 제외하면 조사 범위가 좁고, 대학가 술집은 너무 많아서 조사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5-04-04 0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축가 이상이 명동에 차렸다는 다방이 제대로 된 고증으로 남아있었다면 좋았을텐데요. 제비다방(1차) 망함. 맥(2차)도 인테리어만 하고 바로 넘겨줬다 그러고...시인이 장사를 잘하는 것도 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ㅎ
언젠가 그당시 미술들 전시했을 때 비스므레 재현한 제비다방 앉아보았는데...우중충 귀신나올 듯한 분위기ㅎ;;
명동에 .가무.라는 42년 전통의 커피집 정도는 남아있네요. 이러다 커피벙개 될라ㅋㅋ
작가 이태준의 고택을 사용하는 성북동 수연산방 같은 곳이 많으면 좋겠지만 이눔의 별다방, 콩다방, 맥심믹스들 때문에 앞으로도 점점 힘들 듯...
아, 맞다. 대학로 학림다방이 가장 오래되고, 성격도 비슷한 장소겠네요! 문인들과 지식인들이 시대를 고민하고 토론하던 곳.
프랑스에 위고, 나폴레옹, 헤밍웨이, 베를렌, 랭보, 디드로, 로베스피에르, 당통, 볼테르 등이 잘 갔다는 카페 르 프로코프 같은 곳.
다음엔 혹시 프랑스 카페 소개하실 거 아닙니까ㅎ? 드 플로르, 마고 등 할 말 많은 카페들 많잖아요. 우디 앨런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도 있고^^

만병통치약 2015-04-03 23:28   좋아요 2 | URL
Agalma님 오실 것 같은 글에서는 절대 아는척하면 안됩니다. ㅋㅋ 세상에 다방의 역사도 꿰고 있는 분이라니..

cyrus 2015-04-04 16:47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오래된 다방이 많군요. 제가 아는 건 제비다방, 학림다방입니다. 제가 사는 대구에도 문인들이 모인 다방이 있는 걸로 아는데 나중에 알아봐야겠어요. 이곳이 대구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던데 관심 좀 가져야겠어요. 그런데 판이 커지는데요. 프랑스 카페를 알려면 커피의 역사도 공부해야 되거든요. ㅎㅎㅎ

stella.K 2015-04-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영국도 그렇구나.
우리나라엔 학림다방이 있잖아.ㅋㅋ
그런데 학림다방 여전히 하나?
지금은 우리나라 문화 예술인들은 어디 모이는지 모르겠네.

러브크래프트 전집 꽤 괜찮은 모양이다. 니가 심심찮게 인용하는 걸 보면
당대의 문화를 자기 책속에 그려넣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

cyrus 2015-04-04 16:51   좋아요 0 | URL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내용이에요. 괴물이 나오지 않거든요. 장르를 구분하자면 픽션이 가미된 역사소설로 볼 수 있어요. ^^

달걀부인 2016-09-03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차 관련 책 찾다가 아쉬운대로 ˝홍차이야기˝읽었는데 정보는 그냥 그런다 치더라도 글맛이 없어서 하품몇번하믄서 읽었네요. 그리고 cyrus님 후기 읽고 마무리. ^^

cyrus 2016-09-03 14:08   좋아요 0 | URL
<홍차 이야기>는 참고자료 보듯이 읽었고요,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과 <홍차 강의>가 재미있었습니다. 두 권의 책은 그림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어요. 그림이 별로 없고 강의 노트처럼 정리된 홍차 이야기는 지루하게 느껴져요. ^^

2019-03-22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22 18:02   좋아요 0 | URL
오류를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다시 글을 읽어보니 제가 혼동을 했네요. 간혹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이름을 헷갈릴 때가 있어요... ^^;;

국내에 스위프트의 생애를 조명한 책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로쟈 님께 여쭤보는 게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