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절대로 모를 리 없다. K-1, 프라이드 FC, UFC 등 입식과 종합격투기를 오가면 종횡무진 활약하여 '육식 두더지'라는 별명으로 팬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창 절정기에 오르던 2011에 약물 복용이 적발되면서 '약물 두더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오브레임은 9개월 출장 정지 이후 UFC에 복귀전을 치렀으나 '육식 두더지'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근육질 몸매와 폭발적인 펀치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결국, 복귀전에서 상대 선수의 공격에 실신 당하는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았다.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예전의 기량은 나오지 않았다. 속사포 펀치로 초반에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은 좋았으나 결국 체력이 떨어져서 일격을 당해 KO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예전보다 약해진 오브레임의 모습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과거 라이트헤비급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오브레임의 체격은 헤비급 선수에 가까운 근육질 몸매가 아니었다. 원래는 헤비급 선수 옆에 서면 왜소하게 보이는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프라이드 FC 미들급(UFC 기준에서는 라이트헤비급) 디비전에 데뷔했는데, 이때 그가 상대한 선수들은 마우리시오 쇼군, 퀸튼 잭슨,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등이었다. 당시 프라이드 FC 미들급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반더레이 실바의 호적수로 평가받았지만, 오브레임은 챔피언이 되기에 2%가 부족했다. 어떤 강자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초반 페이스와 달리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체력이 고갈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상대의 펀치에 등을 돌리고 도망을 가는 장면을 연출한 적도 있다. 국내 이종격투기 팬들은 5분이면 바닥나는 오브레임의 저질 체력을 조롱하는 의미로 '5분의 힘', '5분계왕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5분의 힘'은 오브레임이라는 이름에서('오브레임'을 빠르게 발음해보라), '5분계왕권'은 만화 <드래곤볼>에서 따왔다. 계왕권의 위력은 강하지만 쓸수록 에너지를 과하게 소모하는 단점이 있다.

 

필자는 2권 이상의 책을 완독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초반에 1권을 읽기 시작할 때는 좋다. 1권은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그런데 2권을 읽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1권을 읽었을 때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엉뚱하게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진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도 마찬가지다. 300쪽 이상 읽고 난 다음부터 후달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필자가 속독 능력이 좋아서, 한 달에 십 권 정도는 거뜬히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한 달에 십 권 이상의 책을 덤비듯이 읽기 시작하지만, 정작 다 읽어본 책은 고작 두세 권에 불과하다. 2권을 읽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필자의 독서 패턴은 '2권계왕권'이다. 그래서 2권 이상의 대하소설이나 600쪽 이상의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는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에 남자아이들은 이문열 삼국지를 즐겨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자는 《삼국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등학교 친구 중에 《삼국지》를 정말 열심히 읽었던 녀석이 있었다. 입만 열면 삼국지 내용과 각종 인물을 줄줄이 소환해내는, 대단한 친구였다. 그런데 필자는 《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친구가 하는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면 친구는 필자에게 삼국지 마니아라면 정말 질리게 들어본 말로 훈계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자와는 이야기하지 말고, 삼국지를 열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필자는 그 친구와 정말 친했지만, 삼국지를 읽지 않는 필자를 무시하면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삼국지》를 읽어야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그 거만한 자세. 정말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삼국지 마니아 친구와 단 한 번도 주먹 다툼을 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삼국지》를 안 읽은 사실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를 꺼리게 되면서 필자에게 《삼국지》라는 책은 감히 오를 수 없는 거대한 산맥처럼 여겨졌다. 중학생 때 이문열 삼국지 1권을 읽어봤지만,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삼국지》가 재미없다고 해서 책의 가치를 절대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책을 읽을 때 별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면 억지로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삼국지》를 어린이 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은 단골 도서라서 그런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삼국지》를 무조건 읽으라고 권한다. 필자는 '아 몰랑, 사람들이 이 책이 좋다니까 너는 닥치고 읽기나 해!'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독서를 명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의 부모님도 책을 잔뜩 사서 필자에게 읽으라고 떠미는 스타일이었는데 다행히 《삼국지》를 읽으라고는 하지 않았다. 필자의 서재에는 이문열 삼국지가 없다. 삼국지에 관련된 책으로 이마니 리츠코의 《삼국지 깊이 읽기》(작가정신, 2007)만 소장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필자도 삼국지를 읽게 되는 날이 올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리츠코의 책을 구입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2권계왕권'을 극복했던 책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열린책들)가 유일하다. 이야기의 전개가 얼마나 흥미진진했으면 《개미》를 3주 만에 다 읽는 데 성공했다. 완독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구판)을 4권까지는 읽은 적이 있다. 이때 당시에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동명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남학생들이 얼마나 《불멸의 이순신》을 즐겨 읽었느냐면 학교 도서실에서 빌린 《불멸의 이순신》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읽을 정도였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기 위해서 도서실에 가면 2권은 항상 '대출 중'이었다. 이 책을 고등학생 1학년 때 읽기 시작했다면 완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생 2년은 수능시험의 압박감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고등학생 1년처럼 느긋하게 책 읽을 여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불멸의 이순신》을 완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학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끝까지 다 읽었고, '2권계왕권'을 극복한 최고의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처음부터 《불멸의 이순신》을 읽으려고 해도 예전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 아, 슬프도다!

 

필자는 '2권 계왕권'을 극복하고 싶다. 《삼국지》뿐만 아니라 《수호지》, 《태백산맥》, 《토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대망》 등 죽기 전에 대하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죽을 때까지는 고질적인 편식 독서를 쉽게 고치지 못할 듯하다. 한 달 전에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라비안나이트》를 열심히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고 일어나면 읽고 싶은 책이 필자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 안에 있는 악마의 유혹도 물리쳐야 한다. 이 악마는 똑똑한 척 하고 싶어한다. 제목만 아는 책을 읽은 척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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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7-2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그만 두셨어요?ㅠㅠ 제 주변 그 책 읽었다는 분 딱 한명라도 모시고 싶었는데ㅠㅠ 다시 도전 의향 정말 없으세요?

cyrus 2015-07-22 13:22   좋아요 0 | URL
다시 도전해야죠. 절반 정도 읽었는데 완전 포기하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해요 ㅎㅎㅎ

소금창고 2015-07-2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삼국지 1권뿐이 못읽었어요
왜 좋은지 모르고 넘들이 좋다고하니까 읽어봐야지하고 시작하긴했는데
재미없어서 그만뒀어요
필독서라는건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별 아쉬움은 안남았지요
태백산맥은 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우리집 여섯식구가 돌아가며 읽고 반납하면서 10권을 완독했었어요
그땐 한권 끝나고 다음권이 대출중이면 왜그렇게 다음이야기가 궁금하던지요
결국은 다 읽었는데 아버지가 이런책은 사놔야한다면서 사놓으셨지요
4남매중 누가 냉큼 가져가버려서
또 한질 사셨었는데 ㅎㅎ
cyrus님 글보면서 옛날일 생각해요
꼽아보니 30년전

cyrus 2015-07-22 13:24   좋아요 0 | URL
<태백산맥>을 도서관 책으로 읽는 소금창고님이 대단합니다. 저는 도서관 책으로는 대하소설을 끝까지 못 읽겠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1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국지> 1권에서 아웃됐어요. 근래 아롱이가 아빠 꾀임(?)에 빠져서 만화삼국지를 재미있게 읽고는 셋이서 삼국지 이야기하는데 저만 소외된다지요...

근데, 죄송한데, 저 이 페이퍼에 위로받네요. cyrus님은 다방면의 어려운 책들을 엄청 많이 읽으시는데 위의 몇 가지 시리즈들은 아직 못 읽으셨구나~~~ 저는 <토지>, <태백산맥>을 다 읽었다지요. 크하핫!!*^^*

cyrus 2015-07-22 13:26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을 하나도 안 읽었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하니까 기분이 홀가분해요. 죄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ㅎㅎㅎ

에이바 2015-07-21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러고보니 율리시스 글이 없었군요! 재도전해주세요 ㅠㅠ 저는 삼국지 읽으려고 김구용 삼국지 사놨는데 안 읽었답니다 1권보다 말았어요 ^^;;

단발머리 2015-07-21 21:24   좋아요 1 | URL
에이바님! 하이바이브요^^

에이바 2015-07-21 22:01   좋아요 0 | URL
하이파이브! 근데 만화삼국지 그림이 다 똑같지 않던가요ㅋㅋ 만화도 도전했는데 수염 때문에 실패.. 기억나는건 금마초인가 남매가 잘생기고 예쁘다는 것 밖에 없네요

단발머리 2015-07-21 22:11   좋아요 1 | URL
아롱이는 이문열, 이희재의 만화삼국지 10권짜리 독파하고 진유동의 만화삼국지 20권짜리 읽고 있어요. 그림이 쪼금은 다른 것 같구요. 금마초 남매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대체로 잘 생겼더라는... ㅋㅎㅎ

cyrus 2015-07-22 13:26   좋아요 0 | URL
만화 삼국지라도 읽을 걸 그랬어요. ㅠㅠ

fledgling 2015-07-2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삼국지 매니아입니다. 만화 버전, 컴퓨터 게임때문에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죠! 저는 어릴 때 책을 등한시하는 학생이었습니다만, 이문열 삼국지는 10권까지 어쩌다보니 읽었네요. 만화책빼고, 판타지 소설빼고, 10권이상의 장편소설을 읽은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줄거리를 이미 알았던 것과 삼국지를 사랑했기때문에 가능했던것 같아요.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부터 읽고 있었는데 멈춰있다는... 그나마 쉽다는 더블린도 만만치않네요.ㅠ 종건 교수꺼 말고 다른 출판사로 볼까 생각중... 같이 보면 더 좋겠네요.

cyrus 2015-07-22 13:30   좋아요 0 | URL
책 안 읽는 남자도 삼국지의 이야기 전개에 제대로 꽂힌다면 삼국지 10권을 독파하더라고요. 또 게임으로 삼국지 줄거리와 인물을 아는 친구도 있었어요. ㅎㅎㅎ

김종건 교수가 국내 조이스 전문가 일순위로 꼽히지만, 번역 문체가 딱딱하게 사실이에요. 다른 번역본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분의 힘이라...ㅎㅎㅎㅎㅎ 제가 그래서 대하소설을 못 읽습니다. 태백산맥 10권 집에 있으나 읽을 엄두가 안 나네요.. 이거 쪽팔려서리....

cyrus 2015-07-22 13:32   좋아요 0 | URL
대하소설을 사서 끝까지 읽으려고 해도 쉽지 않겠군요. 저도 책만 사놓고 안 읽는 성격입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7-2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편 넘어가는 책 못 읽어요.. 유일한 작품이 태백산맥이에요~ 어떻게 읽었는지.. 지금은 어림도 없어요~
삼국지는 물론.. 혼불. 토지도 사놓고 장식용으로 모셔두고 있지요 ㅎ ㅎ

cyrus 2015-07-22 13:33   좋아요 0 | URL
역시 <태백산맥>을 완독하신 분이 많군요. 저도 행복하자님처럼 <삼국지>, <태백산맥>, <토지>, <혼불> 이렇게 세트로 장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독서 목적이 아닌 장식용으로요. ㅎㅎㅎ

해피북 2015-07-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리 재밌는 시리즈 책을 읽어두 읽다보면 질리는 부분이 생겨서 한꺼번에 도전하지 않는편이예요 ㅋㅂㅋ, 시간도 많이 걸리구 앞부분이 생각나지 않을때도 있지만 한 달에 한 권정도로 계획해놓고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랍니다.

그리구 삼국지는 저역시도 5권 까지 읽다가 내팽게쳐버렸답니다 ㅠㅠ 5권 이후부터가 재밌다는데 그 산을 넘지 못했어요.ㅋㅂㅋ 저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cyrus 2015-07-22 13:35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은 대하소설 읽기에 성공하실 겁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완독한 경험이 있으니 삼국지 독서도 끝까지 잘 하실 거예요. ^^

페크pek0501 2015-07-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긴 게 싫어서 머리 써서 6권짜리 삼국지를 읽었어요 오래전에요...
정비석의 <삼국지>인데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여섯 권을 다 읽었죠.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알고 읽었는데... 읽고 나서 생각은...
꼭 읽을 필요가 없다, 였어요. ㅋㅋ

cyrus 2015-07-30 20:47   좋아요 0 | URL
지금도 정비석 삼국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삼국지를 다 안 읽어도 삼국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이나 관련 일화 몇 개는 알고 있어요. 삼국지의 한 장면이나 고사를 인용하는 신문 칼럼을 읽어서 기억할 수 있어요. ^^
 

 

 

헌책방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흔적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또 한 번 뜬금없이 헌책방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휴가철이나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신문과 TV에서 책방골목이 여행 명소로 추천된다. 오늘 아침에 생각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다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책방골목을 소개한 인터넷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책방골목 관련 기사를 발견하면 끝까지 읽는다. 책방골목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글로나마 책방골목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읽은 기사는 교통, 숙소, 식당뿐만 아니라 책방골목 전체 약도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그런데 책방골목을 다룬 기사에는 항상 책방골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의 댓글이 가장 많다. 부정적인 댓글 대부분은 책방골목을 방문하면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었다. 인터넷 서점 중고샵에서 파는 5000원짜리 책을 보수동 책방에서는 10000원에 샀다는 사람이 있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책을 싼 가격으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불친절한 책방 주인의 태도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책을 천천히 살피면서 고르려고 하면 책방 주인의 쌀쌀한 핀잔에 못 이겨 그냥 가게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책방에 가면 읽어 볼만한 책도 없다는 내용의 댓글도 있다. 보수동 책방을 안 좋게 보는 댓글이 넘쳐나는 사이에서도 책방을 좋게 보는 댓글이 몇 개 있었다. 마치 성을 공격하는 수많은 적에 대항하는 외로운 전사를 보는 것 같았다. 마음씨 좋은 주인이 운영하는 책방이 있다고 말하면서, 안 좋은 경험만 가지고 보수동 책방 전체를 나쁘게 보지 말라고 호소하는 댓글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헌책방은 지식인과 학생들에게 지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오아시스다. 오아시스 주변에 사람들이 터를 잡아 작은 마을이 생기듯이 보수동 책방골목도 하나의 책방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50여 개의 책방이 모여 있는 특별한 골목이 되었다. 여기에 거리가 새 단장하면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북 카페까지 세워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책방골목이 문화 명소로 알려지는 것이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을 관광 명소로 생각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책방골목을 찾는 손님 중에는 과연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에 필자가 책방골목에 가게 되어 책방 주인과 대화를 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책방골목에 사진 찍으러 오는 여행객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책을 사기 위해서 오는 손님들은 몇이나 됩니까?” 필자는 헌책방에 가서 주인과 대화를 나누면 무조건 이런 질문을 한다. 장사 수완이 좋지 않은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의 질문이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책방의 현실에 좀 더 제대로 알아보고 싶고, 주인의 심정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물어보는 것이다. 책만 사러 오는 손님이지만, 돈 안 되는 책방을 외롭게 운영하는 분들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골 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이나 외상을 한 적이 없고, 책값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힌 적도 없다.

 

관광은 특정 지역의 풍경을 구경하는 행위다. 헌책방이 점점 사라지는 추억의 장소라고 해서 관광 장소로 소개되는 미디어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본다. 헌책방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좋다. 하지만 헌책방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는 대중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 필자의 눈에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책방골목이 책을 사려는 애서가들을 위한 골목이 아니라 여행객들을 위한 골목으로 보일 뿐이다. 책을 사고 싶은 손님들을 맞이해야 할 헌책방이 여행객들의 사진 배경 장소로 전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화 관광 장소로 만들려는 보수동 책방 주인들의 노력이 과연 독서 문화에 이바지하는 것인지 반신반의한다. 손님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서 파는 일보다 책 가게 주변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만 치중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이러다가 몇 년 뒤에 필자가 가게 될 책방골목이 책 떼로 남은 애서가들의 손길보다는 여행객들의 발길만 가득한 곳으로 변하는 건 아닌지. 부디 책방골목이 여행 관광 장소가 아닌 독서 문화 관광 장소가 되어 애서가의 성지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마음껏 읽고, 먹고, 보면서 즐기는 도심의 오아시스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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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관광지화 시켜버리는 것이 현실이죠~~ 겉으로만 보고 사진한장을 위해 다니게 되는...
특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그렇게 되어버린것을 보면 맘이 더 씁쓸해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자고 시작했던일인데 막상 사람은 없어지고 사람들 마저 관광상품화 되어있는걸 보면 더 그렇고요~
차라리 불친절한 그 분들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5-07-18 15:54   좋아요 0 | URL
사실 책 파는 주인 입장에서는 책 사지 않는 손님들만 부쩍 늘어나는 상황에 신경이 예민하죠. 며칠 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을 관광장소로 정하자는 바보 같은 구청장이 있었어요. 가난 체험마저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무섭기만 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5-07-1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인터넷 댓글은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네요^^;;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cyrus 2015-07-18 15: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맞는 말씀을 하셨어요. 거짓과 왜곡만 일삼는 허언증에 가까운 댓글이 수두룩합니다. 댓글을 너무 믿어선 안 되고, 너무 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7-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들어서 댓글 남겨요~^^
전 언젠가 부산 헌책방 거리를 갔다가 완전 깜놀이었어요. 아니 더 최근에는 텔레비젼에서 동묘 벼룩시장이 너무 근사하게 나와서 갔다가 완전 실망한 기억이 있어요. 책이 먼지도 한가득, 읽기도 전에 부숴져 버릴것 같이 낡았더라구요. 책의 용도는 보관이 아니라 읽기위한 것인데 말이죠~--;

cyrus 2015-07-18 15:56   좋아요 0 | URL
항상 TV에 나오는 관광지에 실제로 가보면 실망만 잔뜩 느끼는 것 같습니다. ^^

BEGE 2015-07-1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사는 사람으로써 보수동에 책사는 사람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는 데 공감합니다ㅠ 좀 더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드나들었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7-18 15:57   좋아요 0 | URL
책방골목 관련 기사 댓글 중에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책방 주인이 여행객만 받아들이고, 허름한 옷차림의 주민들에게는 냉담하게 대한다고요. 이게 진실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AgalmA 2015-07-18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모범이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중고책을 파는 게 아니라 동네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돋보였어요. 주인장 윤성근 씨가 IT계를 다녔던 덕분인지 그런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알았던 거 같아요. 각종 문화인들과 연계해 공연과 낭송회 등도 열고 예전에 한 달에 한번 24시간 문을 열어 밤새 책을 읽는 아이디어(장사는 필시 안 되었겠지만ㅎ)좋았죠. 요즘은 어찌 되었나 모르겠네요ㅎ;
헌책방도 시대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손님이 띄엄띄엄 오가는 고즈넉한 풍경은 사실 우리가 헌책방에 바라는 아날로그 감성이죠. 어느 서점이 그런 식의 적막강산 영업을 원하겠습니까. 다들 너무 영세하지만 헌책방도 서로 연계해 콘텐츠를 만들어주면 싶어요.
위즈덤과 빨간 책방 덕에 팟캐스트와 북카페 혹은 출판사와 북카페가 인기가 끄는 것도 시대를 읽기 때문이니까요.

cyrus 2015-07-18 16:18   좋아요 0 | URL
어제 글을 쓰면서 이상북을 생각했었습니다. 지금도 이상북에 각종 공연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이상북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가게 근황을 확인합니다. 아갈마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너무 낡은 가게 분위기을 젊은 고객들은 선호하지 않으니까요. 책방에 음료수를 팔아도 좋으니까 주인분들이 책을 고르는 손님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 책방의 얼굴은 간판도, 책이 아니라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

2015-07-18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향 2015-07-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헌책방에서 온라인으로 `설레어함`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3권 15,000원에 다섯 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고르면 그에 맞는 책을 골라서 보내준다고 합니다. 어떤 책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서 설레기도 하면서, 헌책방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보탬이 되는 것이라 좋은 취지의 행사 같았습니다. 이런 다양한 행사를 하면서 책을 즐기면서 읽는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cyrus 2015-07-20 18:57   좋아요 0 | URL
‘설레어함’이라면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했던 이벤트 맞죠? 그 이벤트, SNS에서 봤는데 정말 신선했습니다. ^^
 

 

 

 

 

 

 

15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나온다. 올해로는 세 번째. 시리즈가 3개월 마다 출간되기 때문에 16차 시리즈는 10월에 나올 것이다. 이번에 나오는 고전 작품은 오승은의 《서유기》와 현장의 《대당서역기》다. 《서유기》는 《삼국지연의》, 《수호지》, 《금병매》와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알려졌다. 《수호지》는 작년 7월 올재 클래식스 11차 시리즈로 총 4권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이 정도 출판하는 기세라면 언젠가는 《삼국지연의》마저 올재 클래식스 버전으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왕이면 《금병매》, 특히 한 곳이라도 삭제가 되지 않은 완역본으로 재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총 10권으로 된 솔출판사의 《금병매》가 절판되는 바람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나온 10권 세트의 가격이 10만이 넘는다.

 

 

각설하고, 《서유기》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삼장법사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야기로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로 구법 여행을 떠나면서 기록한 《대당서역기》를 명나라 사람 오승은이 허구와 환상적 분위기를 가미해 지금의 소설로 완성했다. 《대당서역기》는 현장이 16년 동안의 수도 여행 중 보고 들은 것을 귀국한 후 쓴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나라의 수는 137개국이나 된다. 각 나라의 풍속, 절과 승려의 수 및 불탑과 그 유래 등이 서술되어 있다. 《서유기》 또한 《삼국지연의》처럼 판본이 다양하다. 원래 지금의 《서유기》가 완성되기 전까지 현장의 여행기는 무대 공연을 위한 희곡으로 각색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서 여러 가지 판본이 나오게 되었다. 《서유기》는 통쾌한 유머와 함께 현실 세계의 추악함과 타락상을 반영한 작품이기도 해서 해학의 재미를 더 하고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LA 다저스에서 뛰던 해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합성 사진, 일명 'LA 서유기'

 

왼쪽부터 류현진(저팔계), 삼장법사(돈 매팅리  감독),

사오정(잭 그레인키), 손오공(클레이튼 커쇼)

 

 

 

《서유기》 원전을 읽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삼장법사 일행의 이름은 기억한다. 나 같은 8090세대는 허영만 원작의 TV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를 보면서 손오공을 기억했다. 만화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서유기》의 손오공이 여의봉을 사용한다는 것을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전까지는 손오공의 무기 아이템이 쌍절곤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쌍절곤의 진짜 주인은 이소룡이었다. '드래곤볼'의 주인공 이름도 손오공이다. 《서유기》라는 작품 자체를 완전히 몰랐던 꼬꼬마 시절에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과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지 혼자 상상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손오공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사오정, 저팔계, 삼장법사도 마찬가지다. 한때 사오정이 손오공보다 인기 많았던 적이 있었다. 기억하시는가. 1998년에 최불암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었던 사오정 시리즈를.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특성을 빗대어 유머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했다. 오랜만에 추억의 사오정 시리즈 하나를 소개해본다.

 

 

수업시간에 사오정이 손을 들더니 말했다.

 

사오정 : 선생님, 칠판 글씨가 안 보이는 데요.

선생님 : 너, 눈이 몇이냐?사

오정 : 제 눈은 둘이죠.

선생님 : 그게 아니고, 눈이 얼마냐고?

 

선생님은 사오정의 황당한 대답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사오정 : 예? 제 눈은 안 파는데요.

 

 

아차차, 추억에 젖으면서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올재 클래식스의 《서유기》의 번역은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번역팀이 맡았다. 2004년에 10권으로 나온 현암사판 《서유기》를 그대로 옮겨서 재출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번역팀의 《서유기》는 명나라 금릉 세덕당(世德堂) 판본, 명나라 양민재 판본, 명나라 때 출간된 이탁오 판본, 청나라에 나온 판본 등을 참고했다. 원래 현암사판에는 중국 화가의 삽화도 실려 있다. 일단 직접 책을 사서 확인해봐야겠지만.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에서는 삽화가 수록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만약에 삽화까지 포함했다면 올재 클래식스의 《서유기》가 총 4권의 분량으로 나올 수가 없다. 아무튼 10권으로 이루어진 완역본을 그대로 옮기되, 분량을 대폭 줄여서 재출간하는 올재의 출판 능력이 대단하다. 글자 크기를 작게 인쇄했기 때문에 4권의 책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했다.

 

 

책은 오는 17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교보문고(인터넷, 광화문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다. 그 다음날인 18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서 책을 찾아볼 수 있다. 한 권당 2900원, 《서유기》 전 4권과 《대당서역기》의 가격을 모두 합산하면 14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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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1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충격이네요... 지난 올재 클래식스 산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시간 빨리 갑니다. 살지 말지 좀 고민되네요. 삼국지연의는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ㅎㅎ

cyrus 2015-07-16 16:59   좋아요 0 | URL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신간 소식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리즈가 나오는 달이 되면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만약에 제가 북 스탠드에 혹해서 5만 원을 책 사는데 썼으면,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를 사지 못했을 겁니다. ㅎㅎㅎ

돌궐 2015-07-15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출판사에서 나왔던 대당서역기가 권덕주 선생 번역인데, 이 책이 올재에서 다시 나오는 거군요. 절판된 책인데 잘됐네요.

cyrus 2015-07-16 17: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입니다. 올재가 절판된 책을 다시 펴내는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

양철나무꾼 2015-07-1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에 서유요원전을 만화로 읽다말았는데, 그림체가 너무 안예쁘고 답답하니까 재미가 반감되더라구요. 어린시절 동화책에 나오던 그 귀여운 삼장법사랑 손오공은 어디가서 찾아야 하려나~(,.)
제가 성이 서가라서 그런지 서유기하면 왠지 한번 더 돌아보게 돼요, ㅋ~.

cyrus 2015-07-16 17:03   좋아요 0 | URL
저는 서유기를 모티프로 만든 만화 ‘최유기 시리즈’를 봤어요. 원래 ‘환상마전 최유기’부터 봤으면 좋았을 텐데 ‘최유기 리로드’부터 보는 바람에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보다 말았어요. ㅎㅎㅎ

킹하데스 2015-07-1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암사판 서유기,솔출판사 서유기 문학과 지성사 서유기 이 셋중에 문학과지성사 서유기가 번역이 훨씬 좋더군요.......

cyrus 2015-07-17 17:30   좋아요 0 | URL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국내 서유기 번역본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하데스님의 의견을 참고하겠습니다.

붉은돼지 2015-07-1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저도 어제 대구교보에서 15차분 구입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사모을 작정입니다
혹시 모르니 10월에도 페이퍼 함 올려주세요~~^^

cyrus 2015-07-19 19:54   좋아요 0 | URL
잘 됐군요. 올재 출판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면 붉은돼지님 폰으로 출판 소식이 문자로 날려 옵니다. ^^

붉은돼지 2015-07-19 19: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나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다. 일 년 동안 봤던 영화를 세어보면 가까스로 10편을 넘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집에서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고양이의 서재》(유유출판사, 2015)의 저자 장샤오위안은 영화 DVD를 모으는 영화광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 감상법을 ‘디스크파’라고 말한다. 디스크파의 장점은 보고 싶은 영화 장면을 되돌려 보는 것이다. 비록 나는 장샤오위안처럼 영화 DVD를 모으지 않지만,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본다. 이쯤 되면 나는 ‘다운로드파’다. 한 번은 영화 서평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3년 전에 알라딘 블로그에 영화 서평 한 편을 작성하려면 내려받은 영화의 특정 장면을 두세 번 이상 돌려 봤다. 영화를 한 번만 봤는데도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다. 이런 방식이 익숙해지다 보니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편해졌다. 그러나 영화 서평 작성을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무척 지루한 일이다. 봤던 영화 장면을 여러 번 돌려 보는 것도 귀찮다. 서평을 작성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영화는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영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영화 서평을 쓰지 않아서 이제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흥행 영화 감상문을 종종 보곤 한다. 내가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글이라면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영화를 본 척하려고 감상문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지 않다. 댓글에 짤막한 의견도 남기지 않는다. 술자리 대화를 하다가 영화 얘기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가 대화의 소재가 된다면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그냥 듣기만 할 뿐이다. 괜히 아는 척하려고 대화에 끼어들다가 밑천이 드러나면 쪽팔린다. 그래서 영화를 좀 봤다는 사람의 영화평에 반박하지 않는다.

 

 

 

 

 

인터뷰 전문은 '여기'에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다르다. 영화를 좀 본다는 강신주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모 남성패션잡지에 강신주의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어는 영화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취향이 대중의 평균적인 수준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서 강신주는 <어벤져스>를 보는 것은 생각 없이 술집에서 여자랑 노는 것과 같고,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은 연애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뷰어의 진행이 만족스럽지 않다. ‘대중의 평균적인 수준’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개인적 감정을 전체의 감정과 동등하게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인터뷰어의 말 같지 않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영화에 관한 입장을 피력하는 강신주의 모습도 답답하다. 강신주가 생각하는 ‘영화를 제대로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벤져스>의 어떤 장면이 강신주의 마음에 안 든 것일까?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미가 모호하다. <어벤져스>를 보는 것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를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은근슬쩍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을 무시한다. 혹시 ‘영화를 제대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신 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그리고 ‘술집 가서 여자랑 노는 것’의 의미도 명확하지 않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노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의 줄임말, 연인 관계가 아닌 친구 사이로 지내는 여자)과 술집에서 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강신주는 전자의 의미에 염두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 술집에서 노는 일은 생각 없이 시간을 허투루 쓰는 부정적 행동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벤져스>를 보는 것도 생각 없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과 동등한 의미가 된다. 영화 한 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영화 관람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신주 본인이 <어벤져스>를 안 좋게 봤더라도,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타인의 감정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수준 이하의 취향으로 말해선 안 된다. <어벤져스>를 한 번도 보지 않은 나조차도 불쾌하게 만드는 독선적인 발언이다.

 

강신주가 후자의 의미를 생각해서 말했어도 논리성이 떨어진다. 학창 시절 동창이었던 여사친과 오랜만에 술집에서 만나서 놀 수 있다. 사소한 만남을 연애와 거리가 먼 저급한 만남으로 보는 것은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워 상대방을 비난하는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연애를 하면 생각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단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자신이 마치 ‘생각하는 철학자’라도 된 것처럼 여긴다. 인터뷰 전문을 보면 강신주는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 같다. 결국, 이 인터뷰는 젠체하는 바보들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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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1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군요. 남자 강신주. 인간 강신주이면 좋았을건데..
어벤져스 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취향의 문제이니까요~~ 그것도 여자를 예를 들어서..... 굳이 왜 저런 비유를 했을까요~

cyrus 2015-07-12 21:11   좋아요 0 | URL
작년인가요? 강신주가 칼럼에 노숙자를 ‘좀비’라고 비유해서 비인격적 존재로 표현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죠. 강신주는 비유하는 표현 능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도 문장 하나를 쓸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파트라슈 2015-07-13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벤저스 보더라도 연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텐데요..

cyrus 2015-07-13 2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벤져스> 나 <매트릭스 >같은 SF 영화도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 개썅마이리딩(개썅+My reading) : 남들이 뭐라 건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책을 읽겠다. 단어의 원본은 ‘개썅마이웨이’(남들이 뭐라 건 내 갈 길을 가겠다).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에 가면 바닥에 앉아 그 자리에서 책을 읽는 손님들을 볼 수 있다. 책값 부담이 커지면서 서점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요즘은 나도 교모문고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그 자리에 책 한 권을 읽는다. 물론 꼭 필요한 책은 산다. 식당에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있어도 서점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이 늘어나서 ‘1인 식당’이 생겨나고 있지만, 다른 손님들의 눈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밥 먹는 일이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식당 내부보다 손님이 더 많이 드나드는 대형 서점 바닥에 앉아서 책 읽는 일은 여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청결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손님의 발자국이 남은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책을 읽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한 번쯤은 대형 서점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원에서 혼자 책을 읽어본 적은 있는가. 공원도 책 읽기에 적합한 장소다. 요즘 같은 활동하기 좋은 날씨에 그늘이 적당히 져 있고, 너무 과하지 않은 햇살이 내려오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나는 원래 사방에 책으로 둘러싼 밀폐된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을 선호했다. 개인 서재에서 책을 읽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요즘은 밖에서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한다. 하루를 거의 독서실에서 지내다 보니 이제는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서재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서재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창문을 꼭 열어 둔다. 더운 날씨에 웬만하면 선풍기를 틀지 않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책을 읽어도 충분히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창문 밖에는 우리 집 건물과 맞은편 건물 사이의 경계선이 되는 좁은 면적의 공터가 있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공터라서 조용하다. 그런데 작년부터 공터에 찾는 고양이의 수가 늘어났다. 한 마리가 아니라 두세 마리를 무리 지어 공터에 와서 일광욕한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고요한 공터의 분위기를 흩뜨린다. 특히 밤에 고양이가 발정기 때 나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치 억울한 누명으로 원한의 통곡을 하는 노인의 울음소리가 떠올린다. 간혹 갓난아기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밤중에 사람 우는 소리와 유사한 발정기 고양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다행히 수면 방해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새벽에 책을 읽기가 곤란하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안 들으려고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이런 독서를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폰으로 음악을 많이 들어서 청각이 좋지 않은 바람에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원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자동차 소리가 독서를 방해하는 소음이 되지만, 집 근처에 나는 공사장 소리나 고양이 울음소리에 비하면 참을 만하다. 햇빛과 그늘 그리고 시원한 여름 바람이 소음을 막아주는 것 같다. 공원에 가면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벤치가 있다. 그래서 책 읽으러 공원에 가면 내가 찜을 해둔 벤치 한두 군데만 찾는다. 2, 3주 정도 지속해서 공원을 찾게 되니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더라. 공원에서 책 읽기의 큰 장점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덥다고 무조건 선풍기,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방 안에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나처럼 몸이 냉한 사람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적당량의 햇빛에 비타민 D가 있어서 최소 10분 이상 햇빛에 노출되면 좋다. 비타민 D는 천연 칼슘 보충제다. 비록 그 효과는 미미하지만, 운동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야외 노출 횟수가 적을수록 비타민 D가 결핍되기 쉽다. 비타민 D 결핍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공원에서 책 읽기를 방해하는 것도 있다. 어떻게 보면 공원에서 책 읽기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공원의 자연 상태가 좋다 보니 야산에서 볼 수 있는 벌레들을 만난다. 한 번은 주말에 여유롭게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책 가운데에 풍뎅이 한 마리가 날아와서 크게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서 읽고 있던 책을 휙 던질 뻔했다. 길바닥에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도 책에 몰입하는 데 방해한다. 벤치에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면 내 옷으로 들어갈까 봐 자꾸 시선이 개미한테로 향한다. 아직은 개미가 옷에 들어가서 피부를 무는 일은 없었다. 한 번은 책을 읽다가 목덜미에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손으로 목덜미를 만지니까 개미 한 마리가 잡혔다. 벌레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공원 독서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공원에도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혼자 다니는 사람은 매우 접근하기 쉬운 상대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기독교를 전도하는 목사가 책 읽는 나에게 다가와서 10분 동안 하느님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하셨다. 나는 무교이지만, 질서 있게 전도를 진행하는 신자나 목사의 행동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의 개인 시간을 방해하고, 상대방 배려도 없이 교리를 강요하는 것은 반대한다. 특히 지하철과 시장에서 시끄럽게 ‘불신 지옥 예수 천당’을 외치면서 전도하거나 10분 이상이나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하정듣(하느님의 말씀은 정해져 있고 넌 듣기만 하면 돼)’ 식 전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지 낯선 사람이 갑자기 접근하면 일단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공원 독서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한 달 동안 공원 독서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공원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책 안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가 될수록 공원에서 책 읽는 사람은 특이한 부류로 취급될 것이다. 작년 독서 커뮤니티 게시판에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다가 서너 명의 중학생들에게 방해를 받은 사연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모욕감을 받았다. 이래서 책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겠나. 바쁜 시간에 틈틈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그들은 시간에 쫓기어 살았으니 개인 시간의 중요성을 알 리가 없다. 책 읽는 사람들을 무조건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시간 부자’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는다. 이 불쌍한 SNS의 노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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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7-08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딸아이랑 놀이터 갈때 책을 들고 갑니다. 그런데 정말 책 읽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이상한 사람으로 느껴져요 ~~ 공원에서 책 읽는 사람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7-09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공원에서 아이와 책 읽는 부모를 저도 본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만 가지고 놀게 되니까 공원에 찾는 가족을 보는 일도 드물어졌어요.

북다이제스터 2015-07-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처에 대학 캠퍼스 있다면, 그곳도 추천 드립니다.^^ 전 애용합니다. ^^

cyrus 2015-07-09 17:42   좋아요 0 | URL
제가 다녔던 대구대 캠퍼스가 땅이 넓고 광경이 좋은 데가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캠퍼스 전체가 조용해서 벤치에 앉아서 책 읽기에 딱 좋습니다. 사람들 신경 안 써도 되고요. 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듣게 되니 학부생 때 술 먹고 놀았던 것이 후회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거든요.

해피북 2015-07-0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밥먹지 못하는 일인 추가요~~ㅋㅂㅋ,

cyrus님 벌레에 당황하셨다는 글에 큭큭 거리게됩니다 저도 벌레라면 식겁을 하지만, 공원에서 책읽는건 꼭해보고 싶어요 ^~^

cyrus 2015-07-09 17:44   좋아요 0 | URL
의외로 그늘이 있는 공원 벤치에 앉으면 시원해요.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쐴 일 없고,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어요. 진짜 벌레나 말 걸어오는 사람만 아니면 공원에서 혼자 책 읽는 것도 좋습니다.

간서치 2015-07-08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원에서 책 읽는 사람 없죠.. 책 읽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정말.. 걱정이에요.. 앞으로가..

cyrus 2015-07-09 17:47   좋아요 0 | URL
교실에서 고등학생이 책을 읽으면 공부 안 하고, 성적에 관심 없는 무사태평한 아이로 취급합니다. 그 얼마 안 되는 학생의 자유로운 개인 시간을 무시하는 거죠.

양철나무꾼 2015-07-08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공원이랑 다른 의미의 공원이지만, 전 요즘 공원이라면 경기 들 일이 있어서요.전 공원에서 읽을 책을 따로 나누진 않아요.
요즘은 공원이든 어디든 혼자 앉아 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아서 말이죠~(,.)

cyrus 2015-07-09 17: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보다 더 이상하게 봅니다. ㅎㅎㅎ 여전히 혼자 있는 사람들을 상당히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으로 생각해요.


qualia 2015-07-08 2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형 서점에 가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많이 봅니다. 위에서 cyrus 님도 지적하(시다가 만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셨지만, 서점 바닥에서 완전 통로를 막다시피 하고, 그런 자신의 행동을 전혀 거리낌 없다는 듯이, 오히려 애써 피해가는 사람들을 자기 독서를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 쳐다보듯,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형 서점 바닥에 죽치고 앉아 독서하는 사람들 유형은 남자/여자 가릴 것 없이 한 70~80% 이상은 저런 행태를 보여줍니다. 과연 책 100권 읽어서 어따 쓰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어떤 분들은 아예 진열대 책들 위에 가방과 소지품을 올려놓은 채, 육중한 자기 윗몸까지 신간 서적들 위에 지탱하면서, 필요한 책을 찾는 다른 손님들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잘난 독서 삼매경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개’가 된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한국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만 잡으면 안하무인이 되나 봅니다. 과연 책 100권 읽어서 어따 쓰겠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

또 어떤 아주머니들께서는 책방으로 아이들 나들이 시켜주러 왔는지 자기 아이들이 막 여기저기 휘젖고 다니며 소란을 피워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책만 읽습니다(아저씨들도). 하도 정신 사나워서 누군가 아이한테 살짝 주의라도 줄라치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뉘 집 귀한 아들딸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느냐 하는 표정입니다. 도대체 이런 분들 책 100권 읽어서 어따 쓰겠다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 이성/지성이 마비되는가 봅니다~ ^^

cyrus 2015-07-09 17:5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을 막으면서까지 독서를 하면 꼴불견이에요. 지나가는 점원들이 말려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냥 듣기만 하고 무시해요. 저는 서점 벤치에 자리가 없으면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서서 책을 읽을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횟수가 적은 구역을 찾습니다.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서점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5-07-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의 사진 속 주인공의 배짱이 부러운 걸요.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노라, 잖아요. ㅋ 저 같이 타인을 많이 의식하며 사는 사람은 흉내를 내지 못할 일이에요.
저는 침대에 앉아 스탠드 켜고 책 보는 편한 자세가 정해져 있어요. 등을 기대어 앉아야 편해요.
그런데 가끔 가방에 책 넣어 다닐 때가 있어요. 가방 속에 책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지요. ^^

sojung 2015-07-09 01:02   좋아요 0 | URL
중딩때 제 친구중에 아이큐가 140이 정도(?)되는 애가 있었는데.. 확실히 그런애들은 저같은 애랑은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더군요..
그때 워크맨이 유행해서 귀에 이어폰 꽂고 그냥 고래고래 노래부르며 지나가는 어떤 청년을 보면서 저는 `미쳤네 미쳤어` 그러면서 혀를 찼는데..그 친구는 `왠지.. 꿋꿋해...고집이 있어..멋지지 않아?` 그러더군요..
저런걸 보는 것도..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거 같아요..

qualia 2015-07-09 01:47   좋아요 0 | URL
저 사진은 걍 연출하고 찍은 거 아닌가요???
‘개썅마이웨이/개썅마이리딩’ 세태를 풍자하기 위한 연출극 같은데요.
몰겠습니다. 실제 상황일지도~ㅋ

암튼 cyrus 님 덕분에
‘개썅마이웨이/개썅마이리딩’
‘하정듣’ 등등 따위
세태 풍자 재치 만발 신조어 많이 알게 되네요.
책 100권을 읽어도 요런 고급진 정보는 못 얻을 듣요~ㅋ

페크pek0501 2015-07-09 11:54   좋아요 0 | URL
1.happy^-^girl 님
제가 영광스럽게도 아이큐 140인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입니까?
참고로 저는 아이큐가 높지 않아요. 낮을 거예요 아마...
그냥 제가 가지지 못한 점을 가졌다는 점에서 생각한 것이고
저에게도 저런 배짱이 있다면 세상 살기가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따로 생각할 점이고요. 우선 그 배짱이 부러워요.
좋은 하루 되세요.^^


2. qualia 님
실제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저는 실제 상황인 줄 알았어요.
신조어, 저도 배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cyrus 2015-07-09 17:55   좋아요 0 | URL
pek님 / 사실 저 사진은 아무 곳이나 공부를 하는 모범생을 희화화한 것입니다. 역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인 습관을 하나씩 가지고 있군요. 저도 가방에 읽을 책 한 권 없으면 허전해요.

cyrus 2015-07-09 17:57   좋아요 0 | URL
happy님 / 학창 시절에 꼭 쉬는 시간마다 크게 노래를 부르는 녀석 한 명씩 있었어요.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노래를 못 부르는 친구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불렀다죠. ㅎㅎㅎ


cyrus 2015-07-09 18:01   좋아요 2 | URL
qualia님 / 저 사진이 어디서나 공부만 하는 모범생을 희화화한 것입니다. 연출한 사진일 겁니다. ‘개샹마이웨이’는 포털 사이트 게시판 댓글에 종종 볼 수 있고요, ‘하정듣’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요즘 준말로 된 신조어가 많잖아요. 인터넷에 보면 재치 넘치는 신조어가 널렸습니다. 비록 우리말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있지만, 진짜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

간서치 2015-07-0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학창시절에 책 읽다가 선생님께 책으로 머리 맞았던 기억 나네요.. 학교에서 배운지식 써먹지도 않는데.. ;;

Bluessom 2015-07-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공감합니다! 조용히 책장의 감촉을 느끼며 공원의 풀벌레 소리나 잔디에서 나오는 벌레의 발자국 소리도 듣고, 그때 부드러운 바람이 뒷목에서부터 돌아 책을 잡은 손까지 훑고 지나가면 저엉말 행복해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cyrus 2015-07-12 20:25   좋아요 0 | URL
Bluessom님도 공원 독서의 장점을 잘 아시는군요. 맞아요, 안 해 본 사람은 잘 몰라요. 공원 독서의 느낌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