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는 분(알라딘 또는 북플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회원), 또는 현재 저와 북플 ‘친구’인 이웃 블로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북플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제 블로그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플로 저를 ‘친구신청’ 하는 분들, 저의 부족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익명의 상대방이 저에게 먼저 ‘친구’ 요청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락합니다. 일면도 없는 사람에게 먼저 친분을 표시하는 건 정말 용기 있는 일입니다. 저는 페이스북, 북플 계정을 만들면서 상대방에게 ‘친구’ 요청한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만난 분들을 SNS에서 만나면 제가 반가워서 먼저 ‘친구’ 하자고 달려듭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직접 ‘친구’ 요청하는 건 간단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어려워합니다.

 

상대방의 ‘친구’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먼저 파악합니다. 상대방이 평소 SNS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확인합니다. 북플 같은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 ‘읽은 책’ 목록이나 서평을 확인합니다.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죠. 북플 친구로 맺은 이웃들의 관심사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클래식을 즐겨 듣는 분도 있고, 어린이 동화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독서 취향과 완전히 다르더라도 친구 요청을 수락합니다. 평소에 제가 잘 몰랐던 분야의 책을 알 수 있으니까요.

 

북플에 처음 가입하신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기 전에 제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확인해주세요. 블로그에 있는 글이 너무 많아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힘드실 거예요. 사실 저도 몰라요. 그냥 책 자체를 좋아해요.

 

 

제 블로그의 특징을 알려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일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쓸 때가 많지만, 대부분 책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웬만하면 일상과 관련된 글은 안 쓰려고 합니다. 사진도 올리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가 인스타그램처럼 되는 걸 싫어합니다. 제 블로그는 재미없어요. 책 이야기뿐이에요. 짧고 재미있는 글, 사진 위주의 글에 익숙한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2. 신간도서에 관한 글이 많지 않아요. 저는 로자님처럼 책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로자님처럼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글은 적지 않습니다. 신간도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도 새 책 엄청나게 좋아해요. 알라딘에 로자님 이외에도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블로거가 많습니다. 저를 이런 유형의 블로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착각한 겁니다. 저는 ‘안 읽은 책’, ‘읽어보고 싶은 책’에 관한 글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무조건 ‘읽은 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신간도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3. 앞서 언급했지만, 저는 아무 책이나 다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도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한국소설’ 같은 분야의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들뢰즈나 지젝 같은 철학자의 이름만 들어도 저는 벌써 겁이 납니다. 책을 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수준 높은 책 또한 안 읽습니다. 편식 독서, 잡식성 독서가 심해서 제대로 읽은 책이 많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는 ‘속 빈 강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대단한 놈으로 생각하고 ‘친구신청’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인 겁니다. 글 한 편 쓰면 A4 2장을 채웁니다. 좀 더 많이 쓰면 A4 3장이 됩니다. A4 1장 채우는 분량의 글을 쓸 때가 있지만, 드뭅니다. 내용이 긴 글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져요. 시력 보호가 우선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긴 글을 5분 이상 읽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가끔 제게 먼저 ‘친구신청’ 한 분들이 갑자기 ‘친구’ 관계를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 실망해서 ‘친구’ 관계를 끊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저를 ‘친구신청’하기 전에 제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살펴봐 주세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저와 ‘친구’ 관계인 이웃분들도 1번부터 4번까지의 소개문을 읽고,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친구’ 관계를 끊으셔도 됩니다. 억지로 제 글을 읽는다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의 논지가 어긋나면 비판해도 좋습니다. 저는 근거 있는 비판과 지적을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댓글을 단 한 번도 삭제한 적도 없고, 상대방의 비판 의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면 허점이 많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독서모임 아니면 책 이야기 할 때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책 한 권으로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루한 잡문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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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2-0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거고 보고싶은 것을 봅니다.
길어도 호기심이 이끄는 것은 읽기마련이고요 .

cyrus 2015-12-08 18:26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겸손해져야겠습니다. ^^

[그장소] 2015-12-08 18:31   좋아요 1 | URL
지금도 충분하십니다..^^
어디까지 땅굴을 파실 요량이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네요. 바로 그 점에 사이러스 님의 장점입니다. 신간 위주로 책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아까운 책을 소개하는 쪽이 더 유익하죠...

cyrus 2015-12-08 18:2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실 제 글의 장점이 뭔지 진짜 몰랐어요.

saint236 2015-12-07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이러스님 답습니다

cyrus 2015-12-08 18:28   좋아요 1 | URL
오늘 이 글을 다시 보니까 부끄럽네요. ^^;;

양철나무꾼 2015-12-07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좋아요 누르고 부추겨 주시는 분 대환영입니다여~^^

cyrus 2015-12-08 18:29   좋아요 2 | URL
고마운 분들이에요.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제가 적립금 못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

서니데이 2015-12-0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읽고, 친구신청 하지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했답니다.
cyrus님 서재에 대한 설명문이었네요. ^^;

cyrus 2015-12-08 18:30   좋아요 1 | URL
이미 했잖습니까? ㅎㅎㅎ

물고기자리 2015-12-07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글의 길이는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짧아도 의사전달이 잘 되는 글이 있고, 충분한 설명이나 감상 덕분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cyrus 님 글의 장점은 사회책을 읽는 것 같은 건조한 서술에 있는데(제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칭찬입니다^^), 저처럼 스스로가 다소 감정 과잉인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글을 기분 좋게 읽거든요ㅎ cyrus 님의 글은 지적인 호기심이나 관심 때문 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읽기에 수월한 형식이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cyrus 2015-12-08 18:32   좋아요 0 | URL
진지하게 제 글을 평가해주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십시오. ^^

2015-12-08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5-12-08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이런 글만 봐도 cyrus님이 참으로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아..그리고 저는 긴 글을 좋아해요.^^

cyrus 2015-12-08 18:40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이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데, 칭찬을 제가 받으니 조금 낯선데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2-08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도 친절하신 cyrus님이라니요.ㅎㅎ 저는 초기에 초딩이 다는 듯한 이상한 댓글을 보면 그냥 지워버리곤 했습니다.ㅎㅎ 그러다가 이제는 회원이 아니면 댓글남기지 못하게 막았구요. 엊그제 어떤 서친글에 일베초딩의 댓글스러운 글이 달린걸 보면 여기도 일베청정구역은 아닌 듯 합니다.ㅎ

cyrus 2015-12-08 18:43   좋아요 0 | URL
네, 가끔 답 없는 친구들이 장난식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달 때가 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을 생각하면 알라딘은 청청구역이에요.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일단 상대방을 깔려면 그 상대방이 쓴 글을 먹잇감으로 삼아서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합니다. 말 그대로 전쟁을 하자고 신청하는 동시에 아군들(페친)에게 선포하는 거죠.

transient-guest 2015-12-09 08:07   좋아요 0 | URL
제가 페북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라서 잘은 모르는데, 그렇게 악용되기도 하는군요. 정말 피곤한 세상입니다. 키베를 뜨기에는 너무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원체 실시간으로 누구랑 싸우는걸 싫어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2-08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절교선언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 호호

그런데 정말 어느날 친구 숫자가 줄었을 때는
왜 친구관계를 끊었을까 궁금하긴 궁금해요...무언가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 ^^

cyrus 2015-12-08 18:44   좋아요 0 | URL
떠나려는 사람 붙잡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5-12-0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글 너무 좋아요.

사이러스님이 책과 관련된 페이퍼만 주로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이런 글을 올릴 때는 친밀감이 들어서 더욱 좋으니, 이걸 어쩌죠... ㅋㅋ

cyrus 2015-12-08 18:46   좋아요 0 | URL
일상적인 소재의 글도 써주고 해야 하는데, 책 이야기가 없으면 어색해요. 서평을 쓰는 게 편해요. 이래서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해요. ㅠㅠ 지금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니까 민망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현실과 주관의 끝없는 넘 나듬인 것 같습니다. 제 북플 시작은 온전히 사이러스님 때문인데, 모르셨죠? ㅎㅎ

cyrus 2015-12-08 20:15   좋아요 1 | URL
감동 받았습니다. ㅠㅠ 다이제스터님 같은 분들을 위해서 글을 잘 써야겠습니다.

감은빛 2015-12-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일상에 대한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저 쓸데없이 긴 일상을 계속 올립니다.

2. 신간도서를 간혹 들먹입니다. 주로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변명과 핑계가 대부분입니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가끔 씁니다.

3.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등은 잘 읽지 않습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내용도 별로 없으면서 쓸데없이 길어요.

시루스님 서재와 제 서재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네요.

정말 재치가 넘치시네요! ^^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나이, 성별 불문 없이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

단발머리 2015-12-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골고루 읽으시는 님의 독서취향에 `좋아요~~` 합니다.

친구 취소,는 진짜 별로죠. 이름바꿨으면 좋겠어요.
너무 쉽게 친구되고, 너무 쉽게 친구관계가 끊어지니까요.

적당한 말이.... 뭐가 있을까요? ㅎㅎㅎ

cyrus 2015-12-10 18:48   좋아요 0 | URL
예전 시절이 좋았어요. ‘좋아요’를 한 ‘친구’ 닉네임까지 공개되니까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웃’이라고 씁니다. 이 호칭도 계속 쓰면 어색하긴 해요. ㅎㅎㅎ

게으른독서가 2015-12-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SNS에서 친구 신청해주세요, 좋아요 좀 눌러주세요,란 글만 보다가 친구 신청하지 말아달라는 cyrus님의 글을 읽으면서 괜히 읏음이 났어요. 이렇게 정중하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말이죠. 비결이 뭔가요? ㅎㅎ

cyrus 2015-12-10 18:51   좋아요 0 | URL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ㅎㅎㅎ 그냥 솔직하게 밝혔을 뿐이에요. 예전에 페이스북에 한창 빠졌을 때, 상대방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서 답답했어요. 항상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나의 모습이 뭔지 몰랐어요. 가끔 ‘나는 이렇다’라고 허점까지 솔직하게 알리면 속이 시원합니다. ^^

2015-12-0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서치 2015-12-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전 님의 글을 읽지 않고 친구 신청을 한 케이스 인데요.. 친구 신청 후 올라온 책들을 보면서 제가 잘 안보는 책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들에 관심 있으시구나.. 하면서 하나둘씩 글을 읽었던 것 같아요. 전 님의 글이 좋아서 좋아요를 누르싶고요 또 계속 친구하고 싶어요~~~

cyrus 2015-12-10 20:23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많은 이웃분들 덕분에 제 독서 편식의 심각성을 알게 됩니다. 간서치님도 책 소개 많이 해주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할 때 올려도 좋아요. ^^

인디언밥 2015-12-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놓치지 않을 거에염~~~ ㅋㅋㅋ

cyrus 2015-12-24 21: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풀꽃놀이 2015-1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이 글을 읽고.. 친구 신청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북플을 책계부 정도로 이용하고 있는 처지라 부끄럽습니다만...cyrus님의 글이 몹시 사랑스럽네요~~(아! 오글!)

cyrus 2015-12-24 21:1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풀꽃놀이님도 좋은 책 많이 알려주세요. 제 글에 싫증이 나면 조용히 친구설정 해제하면 됩니다. ^^

블랑코 2016-07-07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방금 친구 신청한 회원인데요. 사이러스님 여러 글 읽어보고 신청했습니다. 전 친구 신청이란 말이 좀 어색해요. 제 경우 읽고픈 글이 많은 분, 제가 좋아하는 장르 책 많이 읽는 분 위주로 팔로잉한다고 생각하고 신청합니다. rss 구독처럼 잊지 않고 올리신 글들 받아보고 싶어서요. 사이러스님 글도 받아보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

cyrus 2016-07-07 08:3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랑코님. 장르문학 전자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저도 장르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블랑코님만큼 많이 읽지 않습니다. 장르문학에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독자입니다. 재미있는 장르소설 많이 알려주세요. ^^
 

 

 

 

 

 

 

 

 

 

 

 

 

 

 

 

 

 

미국의 소설가 앰브로즈 비어스는 수천 개 이상의 단어들을 기발하게 비틀어 정의했다. 가령 의사는 병으로 번창하고 건강으로 망하는 사람’, 병원은 의사의 의술과 관리자의 학대라는 두 가지 치료를 받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비어스는 책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거침없는 독설과 신랄한 야유를 늘어놓았다. 비어스가 새로 만든 단어사전의 제목은 <냉소주의자 단어집>. 우리나라에서는 악마의 사전으로 알려졌다.

 

바다에서 나는 굴을 비어스는 이렇게 정의했다. 문명사회에서도 내장을 빼내지 않고 그냥 통째로 먹는 미끈미끈한 조개. 그리고 이 굴 껍데기는 때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고 덧붙여 썼다. 언뜻 봐서는 단순하게 굴의 식용 방법을 설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용을 잘 읽어보면 비어스가 굴 하나로 빈곤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래전부터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면서 귀한 음식재료로 대접받았다. 굴에는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다. 특히 남성호르몬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아연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굴 요리는 돈 많은 정력가가 많이 찾는 특별 보양식이었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까지 여자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굴 또한 많이 사랑했다. 굴과 관련된 상식으로 카사노바의 굴 사랑은 너무나도 잘 알려졌다. 카사노바는 굴이 자연이 주는 합법적최음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카사노바는 신선한 굴을 먹는 것을 좋아했고, 하루에 굴 50개는 거뜬히 먹어치웠다고 한다. (미식가이자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역시 하루에 엄청난 양의 굴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굴이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맞으나, 직접 성욕을 유발한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얀 스테인 굴을 먹는 소녀

 

 

굴이 연인들이 선호하는 음식재료로 알려지다 보니 굴 먹는 행위가 사랑의 유희를 떠올리는 음탕한 상징이 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화가 얀 스테인의 굴을 먹는 소녀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림이다. 그림 속 소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면을 응시한다. 그녀는 굴 속살을 먹으려는 중이다. 굴을 먹는 여자가 그려진 그림은 남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소재였다. 소녀가 굴을 먹는다는 것은 자신도 이제 알만큼 안다는 것을 남자들에게 보여주는 은밀한 신호다. 이제 곧 어른의 세계에 접하려는 처녀의 도발이다. 소녀의 눈빛과 마주치면 앞으로 펼쳐지게 될 야릇한 애정 행각이 떠올리게 된다.

 

뽀얀 흰 빛깔의 굴 속살이 상류층 사람들의 입안으로 들어갈 때, 버려진 굴 껍데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다. 굴 껍데기는 상당히 딱딱하다. 가끔 생굴을 먹다가 아주 작은 굴 껍데기 조각이 입안에서 씹힐 때가 있다. 딱딱한 것을 씹을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면, 열심히 움직이던 입이 멈춰진다. 쌀밥을 먹다가 모래알을 씹을 때만큼이나 음식 맛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굴을 먹을 기회가 없다고 해서 딱딱한 굴 껍데기를 먹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굴을 먹는 방법을 몰라서 굴 껍데기까지 씹어 먹는 불상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굴 맛을 아는 부자들은 굴 껍데기를 먹으려는 빈자를 우습게 봤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은 굴 하나 때문에 비참한 상황으로 이르는 장면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 이 소설의 화자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런데 그 회상 장면이 너무 비참하고 암울하다. 화자가 아홉 살이었을 때,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가 구걸한다. 굶주린 어린 화자는 아사 직전 상태까지 갈 정도로 기력을 잃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화자는 주점 간판에 적힌 이라는 글자를 본다.

    

 

.....”

나는 간판에 쓰인 글자를 읽는다.

이상한 말이다! 이 땅에서 8년하고도 3개월을 살았건만 이런 낱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무슨 뜻일까? 혹시 주점 주인의 성일까? 하지만 주인의 성을 쓴 간판은 보통 문 앞에 내걸지 벽에 걸지 않는다!

 

(<> 중에서, 12~13)

    

 

가난한 소년은 아빠에게 굴의 정체를 물어보고 나서야 굴이 음식재료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허기를 참고 있었던 소년은 굴이라는 단어를 듣고, 굴의 모습부터 굴이 들어간 음식들을 먹는 자신의 모습까지 상상한다. 황홀한 상상에 빠진 소년의 모습과 아버지가 추위에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나오는 체호프의 묘사가 그들의 비참한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연출한다. 소년의 가슴에는 굴을 먹고 싶은 열망이 솟아났다. 소년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굴을 달라고 구걸한다. 아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도 구걸에 동참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굴을 먹을 줄 아느냐고 비웃는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소년을 주점으로 데리고 와서 굴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소년 앞에 굴 음식이 차려지고, 주점 손님들은 굴을 먹으려는 소년 주위로 몰려든다. 소년은 생소한 냄새를 풍기는 굴 음식을 맛보는데, 굴 껍데기마저 씹어 먹고 만다. 주점 손님들은 우스꽝스러운 소년의 모습에 박장대소하고, 소년을 바보라고 놀려댄다.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된 아들을 바라보면서 자책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다. 굴 하나로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만드는 체호프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 이상한 사람이야..... 병신이라고..... 그 사람들이 굴 값으로 10루블을 내는 걸 보고도 왜 다가서서 몇 루블만..... 빌려달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아마 빌려줬을 텐데.”

 

(<> 중에서, 16)

    

 

굴은 남자를 위한 맛 좋은 음식재료가 아니다. 원래 귀족의 힘이 컸던 시절에 굴은 지배 계급만 누릴 수 있는 값비싼 음식재료였다. 귀족 대접을 받으려면 특유의 비릿한 굴 맛과 굴을 먹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오늘날의 굴은 우리들의 밥 도둑이었지만, 과거에는 귀족들의 밥 도둑이었고, 최음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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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7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스타일 좋군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검토하는 방식.. ㅎㅎ. 악마의 사전도 저도 가지고 있는데 화장실에 배치했습니다. 화장실에서 톨스토이 전쟁과병화를 읽을 수는 없잖습니까. 굴 하면 말씀하셨다 시피 카사 형이죠... ㅎㅎㅎㅎㅎㅎ....

cyrus 2015-11-27 22:23   좋아요 0 | URL
굴의 정의를 보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체호프의 단편소설이 생각났어요. 소년이 굴 껍질 먹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ㅎㅎㅎ

보슬비 2015-11-2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cyrus님의 글을 읽으니 팀버튼의`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지금은 김장철이라 굴값이 많이 올라서... 빨리 김장철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ㅎㅎ

cyrus 2015-11-28 09:41   좋아요 0 | URL
김장배춧값도 올랐다죠? 굴이 들어있는 김치를 맛보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붉은돼지 2015-11-2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체흐프 `굴`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보다는 무척 짧은 소설이었다는 기억이...ㅜㅜ
보슬비님이 말씀하신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도 생각나요...옛날에 읽은 듯 안 읽은 듯 알듯말듯....^^

cyrus 2015-11-29 19:45   좋아요 0 | URL
네.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줄거리와 주요 장면이 지금도 생각 나는 것 같아요. ^^
 

 

 

 

 

 

 

 

 

오늘 중앙일보 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제목의 칼럼이 눈에 띄었다. 칼럼 제목은 이렇다. <‘응팔’은 왜 실패했나> ‘응팔’은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줄임말이다. 시청자들을 과거의 향수에 젖게 만들었던 ‘응칠(응답하라 1997)’과 ‘응사(응답하라 1994)’를 이은 세 번째 시리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88년에 유행했던 패션, 물건, 유행어 그리고 대중가요들까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응팔’을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드라마에 벌써 실패 운운하는 글쓴이가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글쓴이는 드라마가 고증에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실패의 원인을 1980년대 관련 유물 및 데이터베이스 정리가 미흡한 사회 현실에서 찾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진은 시중에 구하기 힘든 과거의 소품들을 모조리 찾아내거나 복원하는 등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썼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그 때 그 시절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1980년대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80년대의 소품들이 많지 않은 데다가, 그 당시를 기억하는 세대의 증언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한두 개씩 시대적 오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응팔’의 신원호 PD는 ‘응칠’, ‘응사’보다 고증을 준비하는 데 상당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칼럼의 글쓴이는 ‘응팔’ 제작진의 교훈을 통해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응팔’을 시청하면서 제작진의 노력에 몇 번 감탄한 적이 있었다. 제일 찾기 힘들었을 소품을 거의 완벽하게 새것처럼 복원했기 때문이다. ‘응팔’을 챙겨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만약 당신이 드라마 제작진 중의 한 사람이라면 어떤 소품이 제일 찾기 힘들었을 것 같은가. 금성 텔레비전? 연탄보일러 온수통? 다이얼로 돌리는 전화기? 아니면 덕선(혜리 분)이 선우(고경표 분)에게 선물로 준 변진섭의 1집 카세트테이프?

 

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1988년에 나온 책들이 뭐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드라마의 복고 열풍 덕분에 언론에서 8, 90년대 베스트셀러를 조명한 기사를 선보인 적 있었으나 그때 나온 책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헌책방 주인들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책들의 존재감이 점점 잊힌다. 나온 지 오래된 책들은 종이가 변색하고, 찢어지기 쉽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생기고, 피부에 주름이 생기듯이 책도 사람처럼 늙어간다. 젊은 책들의 등장으로 인해 자리를 잃고만 늙은 책은 박스 안에 갇힌 신세가 된다. 오랫동안 책 주인의 손길을 그리워하다가 폐품처리장에서 생을 마친다. 한 번도 주인과 눈 마주쳐보지 못하고 폐지로 전락하는 늙은 책의 신세가 처량하다. 더 슬픈 사실은 주인이 책을 버린 일을 까맣게 잊고, 그 책을 다시 찾으려고 하는 점이다. 책은 우리 곁에 더 가까이 있으면서도 쉽게 잊어버리는 물건이다. 오래 보관하기가 어려운 물건이기도 하다. 물, 불, 습기에 약하다. 

 

 

 

 

 

 

 

 

 

 

 

 

 

 

 

 

 

 

오늘날에는 관심 있는 책이 있으면 인터넷 서점 독자 서평, 출판사 서평을 참고할 수 있다. 서평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이해시키기 위한 객관적 정보를 담고 있다. 독자를 염두에 둔 서평도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책에 서평이 많이 달리는 횟수로 그 책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독자 서평 한 편도 없는 책은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절판된다. 요즘은 독자 서평의 반응에 따라 책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지만, 80년대에는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책이 많았다. 그때는 독자 서평이라는 개념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80년대에 나온 책들에 관한 공식적인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수천 권의 책들의 정보를 구축한 인터넷 서점에 종종 80년대 출간 서적이 검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목과 저자명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데도 표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책도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80년대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헤맸던 헌책 마니아 1세대들이 존경스럽다. 그들 중 일부는 잊혀간 헌책들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거나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운영자 윤성근의 《심야책방》(이매진, 2011)과 박균호의 《오래된 새 책》(바이북스, 2011)은 우리 기억 속에 사라져버린 책들의 그리움을 담은 소중한 기록들이다. 애서가들의 기록이 없었다면 절판본이 재출간되는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심심찮게 나오는 흔한 서평 집도 다음 세대 독자들을 위한 기록이 된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많이 받는 서평 블로거들의 기록 또한 소중하다. 특히 추리소설 전문 서평을 많이 썼던 故 홍윤 씨(닉네임 물만두)의 활동을 잊어선 안 된다. 장르문학이 잘 안 팔리던 시절에 홍윤 씨는 다양한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겼다. 홍윤 씨의 기록 덕분에 과거에 출판되었던 유명 추리소설 작품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서평 집에 소개된 책들이 십 년이 지나 절판이 되어도 서평가들의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평 집이 절판되더라도 그 속에 있는 기록들은 인터넷으로 공유된다.

 

 

 

 

 

 

나는 드라마를 시청할 때 책 소품이 나오는 1초의 장면도 유심히 바라본다. ‘응팔’을 시청하면서도 책 소품이 나오는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덕선이 자신이 짝사랑하는 선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4화)에서 덕선의 귀여운 표정보다는 책장에 꽂힌 책에 더 눈이 가더라. 그 장면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책등에 찍힌 책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 《밤 열차》, 《한 아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보인다.

 

 

 

 

 

 

 

 

 

 

 

 

 

 

 

 

 

《한 아이》는 특수 교육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여덟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문제아로 특수학급에 배치돼 말썽을 일으키지만, 여교사가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아동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한 아이》는 1984년에 샘터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너무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수필가 전혜린의 책으로 추정된다. 독일의 작가 하인리히 뵐이 쓴 소설 제목이 전혜린의 수필집 제목과 같다. 이 소설은 1987년에 학원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번역되었다.

 

 

 

 

 

 

 

마지막으로 소개될 《밤 열차》는 정체가 궁금한 미지의 책이다. ‘밤 열차’라는 제목이 흔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 1천 권이 넘는 책이 나온다. 이 많은 책들 중에 《밤 열차》를 찾기란 모래밭에 진주 한 알을 찾는 일이다. ‘응팔’에서 소품으로 나온 《밤 열차》는 문예출판사에서 펴낸 책일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기라고르스. 출판 연도는 1985년.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기타 나라 소설’로 분류했을 뿐 이 책의 줄거리에 대한 소개가 없다. 물론, 이 책을 짧게 언급한 서평 또한 나오지 않는다. 놀랍게도 문예출판사 공식 출판사 홈페이지에 《밤 열차》를 검색하면 ‘없는 책’으로 나온다. 하지만, 문예출판사는 분명히 이 책을 출판했다. 이듬해에 《밤 열차》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다.

 

 

 

출판사에 일하는 분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어려운 일을 바라는 건 아니다. 앞으로 책 한 권을 펴낼 때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기록하고, 그 기록들이 오랫동안 보존했으면 좋겠다. 자사가 펴낸 책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책의 출생일을 신고하는 일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출생증명서와 비슷하다. 지금은 책을 알리는 홍보의 목적으로 기록하는 것이지만, 나중에 다음 세대 독자들이 참고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신간 도서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 나온 책들도 소중히 여겨 꼼꼼하게 알아보는 애정도 필요하다. 출간된 책이 있는지도 모른다면, 출판사의 역사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잊힌 책도 한때 출판 노동자의 땀이 맺힌 노력의 결실이다.

 

유행을 돌고 돈다. 십 년이 지난 후에 우리는 2015년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컬러링북도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되고, 한동안 잊다가 또 한 번 유행할 수 있다.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항상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내서 응답하기만 바랄 수 없다. 우리의 뇌와 수명은 몸으로 기억한 과거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지 못한다. 사람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 그 기억들도 사라져버린다.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과거의 나를 불러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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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1-27 14:26   좋아요 0 | URL
제가 태어나고 한 달 후에 서울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ㅎㅎㅎ

syo 2015-11-2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든 길든,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전적으로 개인적이지도 심지어 공시적인 것만도 아니었다는 걸, 알려면 알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간 몰랐을까요.
책에 대한 기록 알차게 남겨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cyrus 2015-11-27 14:30   좋아요 0 | URL
책의 줄거리는 일년만 지나도 잊어버립니다. 그럴 때 책을 다시 읽으면 되지만, 하루에 수십 권 넘는 신간도서에 관심을 쏟게 되다보니 재독하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 읽고난 뒤에 짤막한 감상을 글로 남겨두면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볼 수 있어요.

북다이제스터 2015-11-24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기사 보셨습니다. 응8년도에는 도정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과 같은 시집들이 대유행이었단 다른 기사도 보았습니다. ^^

cyrus 2015-11-27 14:32   좋아요 0 | URL
응답 시리즈 덕분에 과거 베스트셀러가 재조명된 적이 있어요. ^^

살리미 2015-11-24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중앙일보의 그 칼럼 읽고 너무 화가나서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응팔` 팬이라서요 ㅋㅋ 저는 응사나 응칠은 보지 못해서 응팔이 전작에 비해 고증에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저도 드라마보다가 주인공들이 들고 있는 책을 눈여겨 보았는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성자가 된 청소부를 읽고 있는 걸 보면서 옛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책장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꽂혀있었던 건 몰랐네요^^
지금 cyrus님 글을 읽으니 데이터베이스 정리와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구나 이제서야 깨달아요 ㅎㅎ
그래도 응팔 덕분에 내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소품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그래도 실패라는건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에요 ㅠㅠ 제가 딱 그세대라서 전 이 드라마가 너무 재밌습니다!

cyrus 2015-11-27 14:34   좋아요 0 | URL
<성자가 된 청소부>! 맞습니다. 그 책도 응팔 에피소드 장면에 잠깐 나왔습니다. 응팔 다시보기 기능이 있었으면 그 장면을 캡처할려고 했어요. ^^

AgalmA 2015-11-2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때 배로 풍성해졌지만, 소외받는 책도 많고, 그렇다고 다들 내실있는 독서를 하고 있는가...하는 점도 우려스럽죠. .

cyrus 2015-11-27 14:4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현재 출판시장이 안습이지만, 인지도 높은 대형출판사는 중소출판사, 1인 독립출판사의 사정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대형출판사 마케팅 공세가 많아질수록 베스트셀러에 편중된 독서 성향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세실 2015-11-24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알라디너 몇명만 섭외했어도 ㅎㅎ
응팔! 제 세대라 그런지 재미있네요^^

cyrus 2015-11-27 14:44   좋아요 0 | URL
과거 책 소품 고증 작업을 박균호님, 윤성근님이 직접 참여하시면 거의 완벽하게 과거를 복원했을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5-11-25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응사가 딱 제 시대에 맞았고 응팔은 국민학교 때라서 잘 와닿지는 않네요. 특히 무리해서 펼치는 `따뜻한 그 시절` 향수는 역시 제 취향과는 멉니다. 그냥 80년대를 보는 재미, 90년대 초반까지는 유지된 마을 공동체의 이미지. 이런 것들만 눈에 들어오네요.

cyrus 2015-11-27 14:46   좋아요 0 | URL
시청자 의견 대다수가 guest님의 생각과 비슷해요. 저도 드라마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

stella.K 2015-11-2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시리즈는 패턴이 비슷해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본다면 그 시대 문화 코드와 배우들의 코믹과 진지를 왔다갔다하는 게
볼만 한 거지.
그런데 88은 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복고란 느낌이 들긴 해.
배경이 70년 대 후반 내지는 80년 대 초반은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

그래서 가면 갈수록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 같아.
오늘 우리가 쓰는 글들이 훗날 어떻게 쓰일지 누가 알겠니?ㅋ

cyrus 2015-11-27 14:50   좋아요 0 | URL
누님 말씀처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응팔이 너무 복고 느낌이 짙다는 의견이 많아요. 드라마 배경 장소인 쌍문동 골목길 세트 무대를 처음 봤을 때 70년대에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015-11-27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11-2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좋은 책은 너무 쉽게 절판되고 중고책 구하기도 힘들어요....

cyrus 2015-11-29 19:49   좋아요 0 | URL
희귀한 중고책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바로 구매하기가 어려워요.

clavis 2016-01-2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지만 응팔이 응답하라 1988..인줄 여기서 처음 알았어요ㅠ

cyrus 2016-01-22 16:28   좋아요 1 | URL
드라마를 안 본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 보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입니다. 드라마 결말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 말이 많아요. ㅎㅎㅎ
 

 

 

최근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발언이 인터넷 뉴스로 알려진 적이 있다. 호킹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침입하여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놀랍지 않다. 호킹의 외계인 존재 발언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킹은 강연에 나설 때마다 외계인 존재 여부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다만, 이번 발언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외계 생명체를 지구를 침략할 힘을 가진 ‘지적인 존재’로 표현한 것이다. 2000년에 호킹은 방한했을 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었으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지 못한 원시적 수준으로 봤다. (관련기사) 외계인의 인간 피랍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관련기사)

 

 

 

 

경기도 가평에서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

 

 

 

우리나라도 한때 ‘UFO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1995년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과 로즈웰 외계인 해부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매스컴에 소개되어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록 로즈웰 외계인 해부 동영상은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UFO의 출현과 목격담이 나온다.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구역 51(Area 51)’은 ‘미스터리 덕후’의 성지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군사기지 주변에 비행하는 UFO를 목격한 사람들이 생기자, 구역 51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었다. 외계인과 UFO에 관한 화제가 나오면 시큰둥해지는 우리나라의 반응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 아니라 북한의 무력 도발이다.

 

 

 

 

 

 

 

 

 

 

 

 

 

 

 

 

 

 

UFO와 외계인이 대중의 기억에서 점점 잊히는 지금,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와 신학자 지영해 교수가 이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나누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책 제목이 거창하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지영해 교수는 서양 신학과 동양철학에 박식하면서도 UFO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래서 지 교수의 입을 통해서 전 세계 UFO 연구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에 중점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학자가 데이비드 제이컵스다. 제이컵스는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도 피랍 사건을 다룬 자료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지 교수도 10년 동안 피랍 사건을 조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담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반대론자들은 UFO 목격과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을 주관적 허상, 허위 기억이 만들어 낸 현상으로 본다. 나 또한 반대론자의 위치에 서 있는데, 지 교수가 진지하게 설명하는 가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 교수도 지 교수의 가설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지만, UFO와 외계인 부정론에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최 교수도 UFO와 외계인 목격 현상을 비상식적 문제로만 규정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지 교수는 UFO와 외계인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나타난다는 가정을 내세운다. 이 가설을 설명하는 개념이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이다.

 

지 교수의 비유는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닷가에 사는 물고기가 인간이 탑승한 잠수함과 마주쳤다. 이 물고기는 잠수함의 존재를 낯설어한다.  그러면서 잠수함을 아주 먼 곳에서 온 특이한 물고기로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잠수함)가 바다에 절대로 등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특이한 물고기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신이 본 경험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물고기를 인간으로 바꿔보자. 인간은 세상에 적용되는 물질계 법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존재(UFO, 외계인)를 만나면 믿지 못한다. 그래서 UFO 존재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부정해버리고 만다.

 

 

 

 

 

 

 

 

 

 

 

 

 

 

 

 

 

 

UFO와 외계인 존재 여부에 관한 다양한 가설이나 각종 목격담, 경험담을 더 알고 싶으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열린책들’이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출판사를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따왔다. 원제는 ‘Le Livre secret des Aliens’, 우리말로 풀이하면 ‘외계인의 비밀 책’이다. 참고로 《외계인 백과사전》이 출간되기 전에 이미 열린책들 출판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을 연이어 펴내기도 했다.

 

특이한 사실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심지어 책 뒤편에 있어야 할 저자 사진도 없다. 저자 이름은 기욤 페이에. 재미있는 점은 이 사람도 UFO를 세 차례나 목격했다. 책에 자신의 목격담을 ‘개인적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뭘까? 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UFO와 흡사한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니! 책 구성방식은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다. 가나다순 항목으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책이 나온 지 무려 십여 년이 지난 터라 최신 이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외계인 목격담, 맨 인 블랙, 외계인의 인간 납치, 로즈웰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이 책에도 지 교수의 견해와 유사한 가설이 언급된다. 외계인이 인간의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하지만 지 교수의 가설보다 더 황당하고 파격적인 것이 상당히 많다. 영국의 UFO 전문가는 외계인을 지하 세계에 숨어서 지내는 아틀란티스 인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목격담 및 경험담 같은 경우, 참고문헌을 밝히지 않아서 신빙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도 양심은 있다. 저자는 UFO와 외계인 연구하기에 앞서서 지켜야 할 생각실험 방법을 강조했다. 첫 번째, 편견 없이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한다. 두 번째, 수집한 사실들이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반대론자의 입장에 서서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세 번째,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반대 실험으로 허점을 보강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명제를 수립한다. 그리고 종파적 광신주의와 비이성적 접근으로 UFO를 연구하는 사이비 학문을 경계한다. 이러면 이 책의 내용 절반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참으로 난감한 책이다. 미스터리에 한창 관심이 많은 나이였다면 이런 책을 재미있게 봤을 텐데, 이제는 나름 회의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계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파져 온다. 귀찮지만,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이런 단계를 그냥 지나쳐버리면 진짜 같은 가짜 논리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사실 외계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다.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도록 거짓과 조작을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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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10-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UFO의 존재는 구라내지는 착오로 봐요. 귀신 유령 다 상상속의 산물이겠죠. 그런데 외계인이나 생명의 정의는 생각해 봐야겠네요.

cyrus 2015-10-24 22:23   좋아요 0 | URL
어려운 문제에요. UFO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실질적인 증거와 없어서 가설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게 불편해요.

마립간 2015-10-2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편견 없이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한다. 두 번째, 수집한 사실들이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반대론자의 입장에 서서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세 번째,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반대 실험으로 허점을 보강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명제를 수립한다. ; 이 글은 `과학적 방법`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 지성체`에 대한 저의 의견은 `그 가설을 명제로 인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 자료가 충분히 않다`입니다. 아마 이 의견은 많은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이라 생각되고. 또한 `외계 지성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도 아닙니다. (외계 지성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cyrus 2015-10-24 22:2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저도 마립간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UFO 전문 연구가 이루어져도 확실하게 해결해줄 단서가 많지 않아요.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양철나무꾼 2015-10-2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SF를 많이 본 고로 긍정적으로 기우는 편입니다.

제가 언젠가 그런 말을 농담처럼 한적이 있는데,
우리 아들 세대에서는 외국인과의 결혼은 아주 일반적이어서,
매트릭스처럼 외계인과의 결혼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요.
오픈 마인드, 좋잖아요~?^^

cyrus 2015-10-29 17:09   좋아요 0 | URL
SF영화 속 외계인은 인간을 괴롭히고, 지구를 점령하는 나쁜 무리로 묘사되는 편이라서 이러한 영향 탓에 외계인을 두렵고 미지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외계인과의 결혼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찾아온다면, 이런 영화 속 외계인의 나쁜 이미지를 줄여야 합니다. ^^

yamoo 2015-10-28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에프 오를 봤기 땜에 유에프오가 있다고 확실히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부터 지구는 유에프오에 의해 체크 받아 왔다는 설이 저는 신빙성 있게 들리구요...7대 불가사이 등 일부가 외계인에 의해 지어졌다는 설도 지지하는 편입니다~

통치약 님은 유에프오를 믿지 않으시는 거 같은데....이건 개인의 체험 유무가 아주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때 동네 아이들하고 제 동생하고 모두 비행접시를 봤지요. 이후 저는 유에프 오의 존재를 확신합니다.ㅎ

cyrus 2015-10-29 17:11   좋아요 1 | URL
UFO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환각’ 상태에 빠졌다거나 사기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고도 잘못된 태도입니다.
 

 

 

 

 

 

 

올해 마지막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내일 출간된다. 시리즈 횟수로는 16차다. 내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매장, 온라인 교모문고 주문이 가능하고, 토요일부터는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 판매된다. 권당 가격 2900원.

 

이번에 공개된 16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모두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 오기의 《오자병법》, 마키아벨리의 《전술론》,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모두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이 번역했다. 임용한 소장은 전쟁사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저술 활동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쓴 책의 종류가 대중을 위한 역사서부터 학술 전문서적까지 실로 다양하다. 올해 6월에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을 펴냈다. 전쟁과 경영을 접목하는 글을 많이 썼고,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선 이력이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채널A <뉴스 와이드>의 ‘역사&정치’, ‘역사로 보는 이슈’ 패널로 출연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오늘날에도 군사학도들이 반드시 필독해야 할 명저로 남아있다. 가장 뛰어난 두 권의 책을 함께 지칭해서 ‘손오병법’이라고 부른다. ‘손오병법’을 안 읽어도 손무와 오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손무가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재상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나게 된다. 합려는 손무의 용병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손무에게 무기를 한 번도 잡지 못한 궁녀 180명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한다. 손무는 합려의 애첩이나 다름없는 궁녀 두 명을 대장으로 삼아 훈련을 시키도록 했다. 얼떨결에 대장이 된 궁녀 두 명은 그저 웃기만 했을 뿐, 손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손무의 지시를 왕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장난으로 여겼다. 손무는 궁녀 두 명이 군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즉시 처형하도록 했다. 합려는 용서를 부탁했으나 손무는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책임이라며 처형을 시행했다. 궁녀 두 명을 새로운 대장으로 선출하여 훈련을 재개하자, 180명의 궁녀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손무는 처벌만으로 군령을 바로 잡는 능력을 보여줬다.

 

오기는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장군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창 계급이 낮은 부하 병사가 종기를 앓자 오기가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했다.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일인데 우는 어머니의 모습에 의아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병사였던 자신 남편의 종기도 오기 장군이 빨아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동한 남편은 죽을 각오로 전쟁에 참천하다가 전사했다. 병사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 또한 오기 장군을 위해서 전쟁터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싸울까봐 걱정되어 울었다. 오기는 부하를 극진히 사랑하는 장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데, 내가 군에 복무할 때 사용했던 수양록(군대 일기)에 이 일화를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전술론》은 대화 형식으로 서술된 책이다. 마키아벨리 생전에 나왔다. 이미 범우사에서 《군주론》과 함께 묶어서 처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일부 내용만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완역본은 2011년 스카이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이 2011년 완역본을 개정해서 나온 책이 바로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이다. 당연히 역자는 동일 인물. 역자 이영남 씨는 군인 출신으로 마키아벨리 비전공자다. 걸프전에 참전했으며 합동참모본부, 제1사령부 등에 근무했다. 역자는 백마부대 포병연대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는데, 백마부대 포병연대는 28연대, 29연대, 30연대, 사단연대 총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30연대 포병부대에 복무했다. 이름을 들어본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역한 지 꽤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술론》도 《군주론》, 《로마사 논고》와 함께 마키아벨리의 대표 저작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독자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얼른 읽고 내가 먼저 써야지!) 동서문화사에서 《군주론. 정략론》을 펴낸 적이 있는데, ‘정략론’은 《로마사 논고》다. 마키아벨리가 쓴 책을 구입할 때 유사 제목을 주의할 것. 올재 클래식스 책의 활자는 상당히 작다. 그래서 활자를 작게 하는 인쇄 작업으로 두 권으로 나온 분량의 책을 단 한 권으로 만드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루소의 《에밀》, 열 권짜리 《서유기》를 총 네 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은 정가 25000원에 총 408쪽이다.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은 정가 2900원에 쪽수는 272쪽이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에 진지와 보병대대 전투대형을 기호로 표시한 부록이 실려 있는데, (부록까지 그대로 실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에서도 부록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앞에서 소개된 세 권의 책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Le feu)다. 앙리 바르뷔스는 초기에 당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남겨 1908년에 《지옥》(L'enfer)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16년에 발표한《포화》는 자신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 체험을 토대로 쓴 작품으로 그해 공쿠르상을 받는 명예를 안았다. 이때부터 바르뷔스는 반전 운동에 힘썼다. 말년에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을 가졌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레닌과 스탈린에 관한 책을 남겼다.

 

《지옥》은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시작되면서도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배경과 상황이 어둡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자신이 머문 하숙집 방에서 옆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옆방에 사는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품게 된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옆방을 훔쳐본다. 주인공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그리 밝지만 않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소설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본 걸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파격적인 작품이다. 콜린 윌슨은 자신의 출세작 《아웃사이더》에서 《지옥》의 주인공에서 ‘아웃사이더’의 전형적인 특징을 포착했고, 이 소설을 훗날 카뮈와 사르트르의 실존철학 등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포화》는 1961년에 출간된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총 100권으로 구성) 84번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이때 같이 수록된 작품이 역시 바르뷔스가 쓴 《광명》(Clarté, 1919년 작)이다. 역자는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지낸 손석린 씨다. 올재 클래식스의 《포화》의 역자는 불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고, 수필집도 쓴 적 있는 故 정봉구 씨다. 올재 출판사가 고인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거로 봐서는 정봉구 번역의 《포화》가 과거에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번역본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 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일 책을 주문해서 확인할 수밖에. 《광명》은 《지옥》, 《포화》와 함께 바르뷔스 대표 삼부작인데, 이 작품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가의 인지도가 낮아서 재출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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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22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키아벨리가 <전술론>이란 책도 썼군요. 몰랐습니다. <군주론>만큼 재미 있나요?

cyrus 2015-10-23 15:35   좋아요 0 | URL
스카이출판사 번역본 앞부분만 읽어봤는데, 내용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

AgalmA 2015-10-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내가 먼저 써야지!)에서 빵ㅋㅋ 서재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듯 :)

저도 앙리 바르뷔스 기대되네요. <지옥> 좋아하는 소설이거든요!
궁녀 이야기들으니 `하버드 컴퓨터스` 생각납니다. 구두쇠 플레밍이 돈 아끼려고 자기 집안 청소부를 천체 사진 관리자로 고용ㅎ;; 그러나 그렇게 고용된 여성 속에서 위대한 천문학자가 나왔다는!

cyrus 2015-10-23 15:36   좋아요 0 | URL
막상 이렇게 생각해놓고 다른 책에 관심 가지면 잊어버리고 말아요. 사실 마키아벨리의 책보다는 바르뷔스의 소설이 더 궁금합니다. ^^

붉은돼지 2015-10-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전에 cyrus 님 말씀대로 올재클래식 회원가입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오늘 11시에 일단 인터넷 교보에서 구입해보고 매진되었으면 대구교보에서 구입할 생각입니다.^^

cyrus 2015-10-23 15:38   좋아요 0 | URL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저는 내일 매장에 가서 책을 사려고 합니다. 매장에 이 책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정오 넘어서도 재고가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10-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재 클래식스는 교보문고에서만 파는 거였구나.
어쩐지 알라딘엔 검색이 안 된다 했더니.
그나저나 난 글씨가 작다고 별로 해당사항은 없을 것 같다.ㅋ

cyrus 2015-10-23 15:40   좋아요 0 | URL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땐 알라딘에서도 판매했었는데, 늦게 책을 검색하면 재고가 없었어요.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나오긴한데, 가격이 비싸요. 그냥 책이 나오는 날 바로 주문하는 것이 좋아요. ^^

제이 2015-10-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올재중 포화 궁금했는데 글 잘 읽고가요 ^^

cyrus 2015-10-23 21:29   좋아요 0 | URL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yamoo 2015-10-2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제 가서 사왔지요. 그리고서는 올재 서재로 직행...뜯어볼 수도 없이 직행..ㅋㅋ

boooo 2015-10-2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인데, 저는 너무 늦었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