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다 읽으면 마지막으로 하는 개인 작업이 있다. 책의 참고문헌이나 제목으로만 언급된 문헌이 번역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책 속의 책’을 찾아서 읽는다. 책 제목을 검색해서 찾아보는 과정이 번거로워도 새로운 책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에 안 나왔을 같은 무명의 책이 몇 년 전에 출간된 사실을 확인하면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인기가 없어서 절판되는 경우가 많다. 절판된 책이더라도 일단 ‘책 속의 책’ 목록에 포함한다. 헌책방에 갈 때 이 목록이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전설의 땅 이야기》 한 권에서 추려낸 참고문헌의 수를 어느 정도인지 세어보지 않았지만, 적은 양은 아니다.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책의 목차 순으로 인용문의 참고문헌, 제목만 언급된 문헌을 정리했다. 책 제목, 저자, 출판사명 순으로 썼다. 번역본이 많은 책은 출판사명을 적지 않았다. 번역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문헌도 있다. 정보가 새로 발견하는 대로 수정할 생각이다. 《전설의 땅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1. 평평한 지구와 대척지

 

※ 인용문 참고문헌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 까치
《파이돈》 플라톤 / 이제이북스
《그리스 철학자 열전》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 동서문화사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 / 나남출판, 이제이북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 아카넷
《신국론》 성 아우구스티누스 / 현대지성사(절판), 동서문화사
《최초의 세계 일주》 안토니오 피가페타 / 바움

 

 

 

2. 성서 속의 땅

 

※ 인용문 참고 문헌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 사계절

 

 

 

3. 호메로스와 7대 불가사의의 땅

 

※ 인용문 참고 문헌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 도서출판 숲
《내전기》 율리우스 카이사르 / 사이, 동서문화사

 

 

 

4. 동방의 신비, 알렉산드로스부터 사제왕 요한까지

 

※ 인용문 참고 문헌
《역사》 헤로도토스 / 도서출판 숲
《맨더빌 여행기》 존 맨더빌 / 오롯

 

 

 

5. 지상 낙원, 축복받은 자들의 섬, 엘도라도

 

※ 인용문 참고 문헌
‘일과 날’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에 수록, 출판사는 ‘도서출판 숲’)
《아이네이스》 베르길리우스 / 도서출판 숲
《광란의 오를란도》 루도비코 아리오스토 / 아카넷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 열린책들, 문학동네

 

 

 

6. 아틀란티스, 뮤, 레무리아

 

※ 본문에 언급된 문헌
《마라코트 심해》 아서 코난 도일 / 행복한책읽기
《그녀》 헨리 라이더 해거드 / 황금가지

(《동굴의 여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으나 절판)

 

※ 인용문 참고 문헌
《크리티아스》 플라톤 / 이제이북스
《새로운 아틀란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 에코리브르
《수상록》 '식인종에 대하여' 미셸 드 몽테뉴 / 동서문화사
《해저 2만리》 쥘 베른 / 열림원
《포 시선》 '바닷속 도시' 에드거 앨런 포 / 지만지

 

 

 

7. 울티마 툴레와 히페르보레아

 

※ 인용문 참고 문헌
《안티크리스트》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아카넷

 

 

 

8. 성배의 이동

 

※ 인용문 참고 문헌
《그라알 이야기》 크레티앵 드 크루아 / 문학동네
《파르치팔》 볼프람 폰 에셴바흐 / 나남출판
《아서 왕의 죽음》 토머스 말로리 / 나남출판
《테니슨 시선》 '섈롯의 숙녀' 앨프리드 테니슨 / 지만지

 

 

 

9. 알라무트, 산상의 노인, 아사신파

 

※ 인용문 참고 문헌
《동방 견문록》 마르코 폴로 / 사계절

 

 

 

10. 코케인의 땅

 

※ 인용문 참고 문헌
《진실한 이야기》 루키아노스 / 아모르문디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피노키오》 카를로 콜로디 / 창비
《그림 동화집》 '뒤집힌 코케인' 그림 형제 (여러 권의 판본 목차를 확인한 결과, 비슷한 제목을 찾지 못했음. 더 찾아보고 발견하는 대로 수정하겠음)

 

 

 

11. 유토피아 섬

 

※ 본문에 언급된 문헌
《다른 세상》 ('달나라 이야기', '해나라 이야기')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 에코리브르
《新 죽은자들의 대화》 ('철학자 공화국 또는 아자오이엔 이야기') 베르나르 드 퐁트넬 / 케이시 (절판)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1984》 조지 오웰
《로봇》 카렐 차페크 ('R.U.R') / 모비딕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문예출판사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 황금가지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단편) / 폴라북스
'일곱 번째 희생자' 로버트 셰클리 (단편, 국내 미번역)

 

※ 인용문 참고문헌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 펭귄클래식코리아, 을유문화사
《태양의 나라》 토마소 캄파넬라 / 이가서
《새로운 아틀란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 에코리브르
《픽션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민음사

 

 


12. 솔로몬의 섬과 테라 아우스트랄리스

 

※ 본문에 언급된 문헌
《플랫랜드》 에드윈 애벗 / 늘봄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이라는 제목의 번역본도 있음, 출판사는 ‘경문사’)

 

 

 

13. 지구의 내부, 북극 신화, 아가르타

 

※ 본문에 언급된 문헌
《지구 속 여행》 쥘 베른 / 열림원
《펠루시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새파란상상
《페르시아 원정기》('아나바시스') 크세노폰 / 도서출판 숲 
《잃어버린 지평선》 제임스 힐턴 / 문예출판사, 뿔(절판)

 

※ 인용문 참고문헌
《북극너머 지구 속 비행일지》 리처드 E. 버드 / 대원기획출판 (절판)

 

 


14. 렌르샤토의 발명

 

※ 인용문 참고문헌
《기암성》 모리스 르블랑 / 까치
《성혈과 성배》 마이클 베이전트, 리처드 레이머, 헨리 링컨 / 자음과모음

 


 

15. 허구적 장소와 그 진실

 

※ 인용문 참고문헌
《아라비안 나이트》 '신드바드 이야기' (두 번째 항해) / 동서문화사, 열린책들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프랑수아 라블레 / 문학과지성사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 열린책들
《콜리지 시선》 '쿠블라 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 지만지
《보이지 않는 도시》 이탈로 칼비노 / 민음사
《알레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민음사
《하버드에서 한 문학 강의》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신곡》(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 / 열린책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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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읽을 때 참고문헌을 유심히 보는데, 읽은 책 얘기 나오면 엄청 반갑고 아직 안 읽은 책 얘기 나오면 낭패감에 빠지고 독서목록 롤러 코스터에 빠져요^^;;

cyrus 2015-12-27 17:31   좋아요 0 | URL
목록 만드는 일은 좋아하고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예요. ^^

AgalmA 2015-12-27 17:32   좋아요 0 | URL
님 정도면 실천 상위 클래스입니다. 누가 믿으라고 그런 말씀을ㅎㅎ

cyrus 2015-12-27 17:42   좋아요 0 | URL
제가 책을 계획적으로 읽는 일을 하지 못해요. 그냥 기분에 맞춰 책을 읽는 편입니다. ^^;;

AgalmA 2015-12-27 17:46   좋아요 0 | URL
가열찬 발자크 전작독파 행렬을 저는 보았는데....음, cyrus님이 그렇다고 하시면 그렇다고 해야죠ㅎㅎ; cyrus님 기분의 기준이 무서울 따름;
농담으로 이런다는 거 아시죠 :)

cyrus 2015-12-27 17: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억해주셔서 부끄럽습니다. 독파 완료는 달성하지 못했어요.

csp 2015-12-2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참고문헌을 아주 유심히 읽는 편입니다. 저자가 참고문헌을 성실히 정리해 둘 수록 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 대략의 독서계획을 짤 수 있어 매우 유용하더군요. 참고문헌 목록을 그냥 넘기는 분들이 많던데 역시 cyrus님은 참 꼼꼼히 독서하시는 분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cyrus 2015-12-27 17:3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떤 책을 읽은 뒤에 2차 도서로 참고문헌을 읽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가끔 서로 배치되는 내용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참고문헌 확인을 그냥 넘길 수 없게 되요. ^^

초딩 2015-12-27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속의 책의 경우 한국에 없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 좀 찾아보다 잘 안해지더라구여.
ㅎㅎ 사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것도 다 보기 힘들지만 저는 ㅎㅎ :-)
언제나 엄지척입니다.

cyrus 2015-12-27 17:37   좋아요 0 | URL
미발간 책은 시간이 지난 뒤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잊고 지내면 책이 나온 소식을 몰라요. 목록 하나 작성하면 정기적으로 다시 확인하는 일이 번거로워요. ^^;;

살리미 2015-12-2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참고문헌들을 살펴보기는 하는데 대충대충 보거든요. 역시나 내공있으신 분들은 다르다니까!! 그나저나 책 한권에서 이렇게 많은 책들이 언급된다면... Agalma님 말씀처럼 독서목록 롤러코스터에 빠질듯 하네여 ㅎㅎ

cyrus 2015-12-27 17:39   좋아요 0 | URL
목록을 열심히 만들어놓고 나중에 다시 찾아보지 않아요. 쓰다만 목록들이 제 컴퓨터 파일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겁니다. ^^

alummii 2016-01-2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이 책 읽다말았는데 ..정리해놓으신 참고문헌들을보니 다시 꺼내 읽고싶어지네요^^

cyrus 2016-01-21 20:17   좋아요 0 | URL
alummii님이 마음에 드시니까 제가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분들의 독서에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어셔 가의 몰락』에서 우울한 주인공 어셔는 자작시 ‘유령의 궁전’을 읊는다. 소설에서는 어셔가 직접 쓴 시로 나오지만, 사실은 포가 썼다. 이 시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해서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들을 확인해봤다. 책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서로 다른 출판사에 나온 두 종의 번역본에서 문장이 겹친 부분이 보였다. 문제의 책은 《더 레이븐》(더클래식, 2012년), 《어셔 가의 몰락 외》(지식의 숲, 2013년)이다. 재미있게도 이 두 종의 번역본은 공통점이 있다. 번역본을 만든 두 개의 출판사는 집단 번역으로 세계문학전집을 만들어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출판사들은 가독성 좋은 번역으로 고전작품들을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음사나 문학동네 같은 세계문학전집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출판사들은 문학전집을 헐값에 판매하는 행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수준 낮은 번역물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다.

 

지금까지 현재 더클래식 출판사는 ‘더클래식 도네이션 세계문학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9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이번 달에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 1권이 세계문학 컬렉션 91번째로 나왔다. 지식의 숲 출판사는 3개월 사이에 50권이나 되는 문학작품을 출간했다. 2013년 3월에 10권, 4월에 20권, 6월에 20권.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더클래식 출판사가 집단 번역을 동원해서 어마어마한 수의 책을 펴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알라딘에 검색해서 확인해보면 단독 번역자의 책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단 번역으로 만들어진 책은 다음과 같다. 두 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베스트트랜스’가 번역했다.

 

 

 

 

※ 베스트트랜스가 번역한 책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인 조르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기 드 모파상의 《벨 아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에드거 앨런 포의 《더 레이븐》
(김미란, 김희정, 권지은 공동 번역. 책에서는 이 세 사람 모두 ‘바른번역’ 소속으로 되어 있으나, 현재 바른번역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소속 번역자 명단을 보면 김미란 씨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나머지 두 사람은 탈퇴한 것으로 추측된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신윤진, 이수진 공동 번역. 이수진 씨만 ‘바른번역’ 소속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바른번역 소속 번역자 명단에 이수진 씨의 이름이 없다)

 

 

 

지식의 숲 ‘세계문학산책’을 구성하는 50권의 책 모두 ‘붉은여우’라는 번역가 모임 단체가 맡았다. 베스트트랜스와 붉은여우. 알라딘 소개에 의하면 베스트트랜스는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붉은여우는 ‘세계 고전 문학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번역하려는 번역가들의 모임’이다. 베스트트랜스는 더클래식 출판사와 손을 잡아 셜록 홈즈 전집을 번역했고, 붉은여우는 지식의 숲 출판사를 만나 아르센 뤼팽 전집을 번역했다. 역시 한 단체에 여러 명의 번역가가 활동해서 그런지 단시간 내에 엄청난 양의 번역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며, 소속된 번역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전무하다.

 

 

아 참! ‘바른번역’ 소개를 빠뜨릴 뻔했다.

 

 

바른번역은 전문 번역가들이 소속된 출판 번역 전문 기업으로 알려졌다. 일반 독자도 접근이 가능한 공식 홈페이지(http://www.translators.co.kr)가 있다. 여기에 들어가면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 독자들의 의견이나 질문사항을 보낼 수 있는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번역 전공자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것 같다. 이제 막 번역을 시작하려는 초보 번역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코너스톤 출판사와 손을 잡아 셜록 홈즈 전집, 뤼팽 전집, 포 전집 심지어 데일 카네기 자기계발서 시리즈까지 번역했다. 2012년에 나온 홈즈 전집이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되었다. 코너스톤 출판사가 아닌 타 출판사 번역본으로는 더클래식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두 권의 책(위의 번역본 목록 참고)과 2009년에 나온 비즈니스 경영 서적 시리즈이다.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경영, 인문 관련 서적도 번역했으며, 전문 번역가 양성을 목적으로 ‘글밥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전자책 번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트랜스베스트, 붉은여우, 그리고 바른번역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다. 최대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아 정리했다. 여전히 트랜스베스트, 붉은여우의 정체를 모르겠다. 열심히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트랜스베스트, 붉은여우, 바른번역이 서로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확실한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 또는 더 추가할 정보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다.

 

앞서 말하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줄이겠다.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은 《더 레이븐》과 《어셔 가의 몰락 외》, 이 두 권의 책을 대조하다가 발견한 것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더 레이븐》의 『어셔 가의 몰락』을 번역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람이 붉은여우에 소속된 번역자이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집단 번역가들의 능력을 의심해야 하고, 문제 있는 책을 단기간 내에 만드는 출판사의 태도에 생각해봐야 한다. 번역물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번역 수준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  시 ‘유령의 궁전’ 전문 1 (더클래식 《더 레이븐》, 103~105쪽)

 

 

‘유령의 궁전’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다.

 

진한 초록으로 물든 골짜기에

선한 천사들과 함께

한때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궁전

빛나는 궁전이

우뚝 솟아 있도다.

‘사색’의 군주 영토에

궁전이 솟아 있도다!

제일 높은 천사도 그토록 아름다운 궁전 위로

날개를 펼쳐 본 적 없으리.

 

황금빛으로 빛나는 노란 깃발

궁전 지붕 위에 나부꼈도다.

(이는 모두 먼 옛날 일이니)

행복했던 날에

깃털이 나부끼는 창백한 성벽을 다라

스쳐 가는 부드러운 바람이

향기로운 깃을 타고 살며시 스쳤노라.

 

행복의 골짜기를 헤매는 방랑자들

빛나는 두 개의 창을 통해

아름다운 비파 선율에 맞춰

옥좌를 돌며 춤을 추는 요정들

(황제 포오피로진!)

그 명예에 어울리는 당당한 위엄을 갖춘

이 나라를 지배하는 자이도다.

 

아름다운 궁전의 문은

진주와 루비로 빛나고

그 문을 통해 흐르고 흘러

끊임없이 반짝이며

무리로 뛰어 들어온 메아리는

천상의 목소리로

왕의 재기와 지혜를 노래하는 것이

그들의 즐거운 임무였도다

 

그러나 슬픔의 옷을 두른 악마들이

왕의 높은 자리를 습격했으니

(아아 애통하도다.

이제는 다시 왕의 모습을 영영 보지 못할 것이니)

궁전 터에 떠도는

붉게 빛나던 영광도

이제는 묻혀 버린 먼 옛날의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도다.

 

이제 골짜기를 여행하는 자들은

붉은 등불이 켜진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불협화음에 맞춰

기이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형상들을

광폭하게 흐르는 급류처럼

창백한 문을 지나

사악한 무리가 끊임없이 뛰쳐나와

큰 소리로 웃어 대지만

더 이상 그 옛날의 미소는 볼 수가 없도다.

 

 

 

 

※ 시 ‘유령의 궁전’ 전문 2 (지식의 숲 《어셔 가의 몰락 외》, 25~28쪽)

 

 

'유령의 궁전'이라고 제목 붙인 그 시는 다소 부정확할지는 모르지만 대략 다음과 같다.

 

초록빛이 짙은 골짜기에
천사들이 깃들어 살던
아름답고 웅장한 궁전,
위엄 있고 빛나는 궁전이
우뚝 솟아 있도다!
‘사색’이라는 왕의 영토 위에
궁전이 솟아 있도다!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노란 깃발
지붕 위에 펄럭였도다.
'이것은 모두가 먼 옛날의 일'
그 즐겁고 행복했던 날에
엄숙하고 창백한 성벽에 불어오는
온갖 부드러운 바람이
향기로운 깃을 달고 살며시 스쳤도다.

 

행복한 골짜기를 헤매는 사람들은
빛나는 두 개의 창을 통해
아름다운 비파 소리에 맞춰
옥좌를 돌면서 춤을 추는
신들을 바라본다네.
'황제 포오피로진!'
그 영광에 어울리는 위엄을 갖춘
이 나라를 지배하는 자였다네.

 

아름다운 궁전의 문은
진주와 루비로 빛나고
그 문을 통해 산울림의 무리가
흐르고 흘러 부딪혀 왔다네.
세상에서 드물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의 크신 공덕을 노래하는 것이
산울림의 즐거운 임무였도다.

 

그러나 슬픔의 옷을 입은 악마들이
왕의 용상을 습격했다네.
'아아, 슬프도다.
이제는 영영 왕의 모습을 보지 못할 이로다.'
궁전 터에 떠도는
붉게 피어오르던 영광도
지금은 묻힌 그 옛날의
허무한 추억일 뿐이도다.

 

이제 골짜기를 찾는 여행자들은
붉은빛이 비치는 창문을 통해,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기이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그림자를 볼 뿐.
무서운 급류와도 같이
창백한 문을 지나
부정한 것들의 무리가 끊임없이 뛰쳐나와
소리 높여 웃어 대지만,
그 옛날의 미소는 더 이상 찾아 수가 없었다네.

 

 

 

 

※ 더클래식 《더 레이븐》, 113쪽

 

 이 구절을 읽자마자, 마치 그 순간에 놋쇠 방패가 실제로 은 마루 위로 둔탁하게 떨어진 것처럼, 희미하지만 또렷한 금속성 소리가, 그러면서도 무언가에 짓눌린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완전히 겁먹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어셔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 지식의 숲 《어셔 가의 몰락 외》, 42쪽)

 

 이 구절이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 놋쇠 방패가 은이 깔린 마룻바닥 위에 큰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기나 한 것처럼  - 뚜렷하면서도 공허한, 금속성의 물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울리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무겁게 누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이 빠져서 뛸 듯이 놀라며 벌떡 일어섰는데, 어셔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 더클래식 《더 레이븐》, 114~115쪽 (소설 마지막 부분,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인용문을 읽을 때 유의하세요)

 

 

어셔가 초인간적인 기세로 내뱉은 절규 속에 마치 주술의 힘이라도 있었던 마냥 그가 가리킨 거대하고 낡은 벽판의 육중한 흑단이 별안간 서서히 벌어졌다. 그것은 밖에서 불어닥친 폭풍 때문이었지만, 때마침 문 밖에는 매들린 양이 수의로 완전히 감싸진 채 꼿꼿이 서 있었다. 그녀가 입은 흰 옷에는 피가 배어 있었고, 수척한 전체에처절하게 몸부림 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잠시 문턱에 선 채 몸을 떨며 이리저리 비틀대더니,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방 안에 있던 자신의 오빠 위로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죽기 전 격렬한 짧은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오빠를 마룻바닥에 쓰러뜨렸다. 어셔는 자신이 예견한 대로 공포의 희생양이 되어 이제는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중략)

 

 거센 파도 소리 같은 거친 고함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더니 내 발 밑에 있는 깊고 음침한 늪이 ‘어셔 가’의 잔해를 소리 없이 천천히 집어삼겼다.

 

 

※ 지식의 숲 《어셔 가의 몰락 외》, 44쪽

 

 어셔가 초인간적인 기세로 내뱉는 절규 속에 마력이라도 숨겨져 있었던 것처럼, 흑단 나무로 된 입구에서 그가 가리킨 거대하고 낡은 문이 별안간 뒤로 물러나는가 싶더니 서서히 뒤쪽으로 열어젖혀졌다.
 그것은 불어닥친 폭풍 때문이었지만, 이미 문밖에는 수의를 입은 매들린이 창백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가 입은 흰옷에는 피가 배어 있었고, 그 여윈 몸 전체에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문지방 근처에서 일순간 부들부들 떨면서 이리저리 흐느적거리고 있었는데, 잠시 뒤 낮은 신음 소리를 지르면서 방안에 있던 오빠의 몸 위로 풀썩 쓰러졌다. 그녀는 격렬하게, 그때야말로 단말마의 괴로움을 토해 내며 오빠를 마룻바닥 위로 밀어 쓰러뜨린 것이다.
 어셔도 이제는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그가 예기한 대로 격렬한 공포에 희생되어 쓰러진 것이다.

 

 (중략)

 

 파도 소리같이 길고 거친 고함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것 같더니, 내 발밑에 있던 깊고 음침한 늪이 '어셔 가'의 잔해를 아무 소리 없이 천천히 삼켜 버렸다.

 

 

 * '예기한' : 1판 1쇄에 있는 오자, 설마 '예견한'을 잘못 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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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3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cyrus 2015-12-24 19:31   좋아요 0 | URL
요즘 번역 문제에 신경 써서 그런지 이런 거 또 발견하면 헛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12-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을 읽고 싶은 충동이 확~~ 드는군요......

cyrus 2015-12-24 19:33   좋아요 0 | URL
제가 독해 실력이 부족해서 원문 읽을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

초딩 2015-12-2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을 내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꼭 사고 전파 할 것이에요 ㅎㅎㅎ

cyrus 2015-12-24 19:33   좋아요 1 | URL
제가 책을 펴낼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남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
 

 

 

 

 

 

 

 

 

 

 

 

 

 

 

 

 

 

 

어셔 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은 음울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포의 대표작이다. 어셔 저택에 사는 로더릭 어셔는 병적으로 신경 증세를 보이는 젊은 귀족이다. 이 귀족은 자신의 친구인 소설의 화자를 어셔 저택에 초대한다. 로더릭 어셔는 화자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자신의 집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면서 두려움을 떤다. 자신은 제정신이 아닌 채 죽게 될 것이라는 말도 한다. 이 집에 같이 사는 어셔의 여동생은 병을 앓고 있다. 초대한 친구를 위해 어셔는 자신이 쓴 시를 가사로 붙여 노래를 부른다. 시의 제목은 유령의 왕궁(The Haunted Palace)’이다.

 

 

우리의 계곡 가장 짙푸른 곳에

착한 천사들이 사는 성 하나,

한때 아름답고 장엄하며

찬란했던 궁전 하나 고개 들고 서 있었네.

사유대왕의 왕국

성은 바로 그곳에 서 있었네.

치품천사조차 그렇게 아름다운 궁전 위를

날아 본 적 없을지니.

 

황금빛에 물든 노란 영광의 깃발들,

지붕 위에서 펄럭이고 퍼덕이네.

(아아, 그러나 이 모든 건 멀고도 먼 태곳적 얘기)

달콤했던 그 시절

천사들을 희롱하던 산들바람도,

깃털 장식의 창백한 누벽을 따라 떠돌던

천사들의 향기도 떠나 갔네.

 

행복한 계곡의 방랑자들은

두 개의 빛나는 창문을 통해,

류트의 잘 조율된 리듬에 맞춰

(, 포피로제니투스여!)

그대가 앉아 있는 옥좌를 돌며

춤을 추듯 움직이는 정령들을 보았네.

영광에 어울리는 위엄으로

옥좌에 앉은 지배자도 보았네.

 

아름다운 성문은 온통

반짝이는 진주와 루비로 장식했네.

성문을 통해 달리고, 달리고,

영원히 빛을 발하며 달리나니,

그대 메아리의 군대여,

그대들의 감미로운 임무는 오직 노래뿐이로다.

그러니, 노래하라,

주군의 기지와 지혜를 능가하는 목소리로.

 

아아, 슬픔의 갑옷으로 무장한 악귀들이

군주의 드높은 궁전을 공격했네.

(, 통곡하라. 내일은 결코 그대에게 없을 지어다. 불쌍한 왕이여!)

한때 궁전을 온통 장식하며

찬란한 붉은 꽃을 피우던 영광이여,

지금은 무덤 속에 묻힌 옛 시절의

아련한 향수에 불과할지니.

 

이제 계곡의 여행자들은

붉은 빛의 창문을 통해

거대한 그림자들을 보네.

불협화음에 맞추어 기이하게 움직이는 존재들.

한편 어슴푸레한 문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흙빛의 강물처럼

공포의 무리가 영원히 쏟아져 나오네.

그리고 웃네. 허나 더 이상 미소는 없으리니.

    

 

(‘유령의 왕궁전문,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어셔 가의 몰락중에서, 160~162, 번역: 조영학)

    

    

 

당연히 이 시는 포가 직접 쓴 것이다. 포의 시와 소설이 늘 그렇듯 글의 화자는 아름답고 행복했던 왕국(지상 낙원)을 회상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러 왕국의 영광은 사라지고, 그곳에 악귀들이 지배한다. 화자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뒤로 한 채 악귀가 점령한 왕국을 떠나 방랑자가 된다. 찬란한 왕국이 서 있던 계곡이 어딘지, 궁전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무시무시한 악의 세력에 점령당한 왕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불안해하는 어셔의 심리상태를 상징한다. 이 시는 어셔 가의 몰락이 임박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유령의 왕궁을 원문으로 읽을 때 눈여겨 볼 단어가 있다. 바로 3연에 나오는 ‘Porphyrogene’이다. 번역자들은 ‘Porphyrogene’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겨 써야할지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Porphyrogene’은 영어사전에 없는 단어다.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어셔 가의 몰락을 옮기는 번역자들은 제각각 다른 의미로 ‘Porphyrogene’를 해석했다. 이렇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시의 전체적 분위기에 어긋난 오역이 나오기도 한다.

 

 

Wanderers in that happy valley

Through two luminous windows saw

Spirits moving musically

To a lute’s well-tunéd law,

Round about a throne, where sitting

(Porphyrogene!)

In state his glory well befitting,

The sovereign of the realm was seen.

 

 

행복한 골짜기는 나그네를 불렀네

반짝이는 두 창이 그를 유혹하네

류트의 연주는 아름다웠지

춤추는 영혼이 왕좌를 도네

(프로피로게니투스여, 황태자여)

제왕의 영광, 제왕의 풍모

왕국의 지배자를 보네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어셔 가의 몰락중에서, 38, 번역: 바른번역)

 

 

원문을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건 좋으나, 마치 사람 이름처럼 쓴 것이 아쉽다. 그냥 황태자여!’라고 쓰면 좋을 텐데. 프로피로게니투스황태자를 같이 쓰는 바람에 같은 의미의 단어가 반복되는 구절이 되고 말았다.

 

 

 

원문에는 ‘Porphyrogene’인데 보통 번역자들은 포피로제니투스’, ‘프로피로게니투스’, ‘포오피로진등으로 썼다. ‘Porphyrogene’이 영어사전에 없어도, 이와 비슷한 단어로 ‘porphyrogenite’가 있다. 왕후귀족, 황태자, 왕자를 뜻한다. ‘porphyrogenite’의 복수형이 ‘porphyrogenitus’. 그래서 시에 나오는 ‘porphyrogenite!’를 직역하면 황태자들이여!’라고 쓸 수 있다. 복수형 대신에 단수형으로 황태자여!’라고 써도 충분하다.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RHK, 2012)의 번역자는 시의 원문을 어색하지 않게 우리말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문맥이 아주 자연스럽다. 다만, 아쉬운 점은 포피로제니투스에 대한 역주이다. 번역자는 포피로제니투스의 역주를 너무 간단하게 콘스탄티노플을 지배한 라틴 왕. 1261년 퇴위이라고 썼다. 번거롭지만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1261년에 퇴위한 라틴 왕이 누군지 찾을 수 있다. 역주를 따르면 포피로제니투스요한네스 4(1250~1305, 재위 1258~1261)가 된다.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세워진 라틴 제국은 니케아 제국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요한네스 4세는 니케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이 ‘Porphyrogene’은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정말 포가 실존 인물을 염두에 두고 시 유령의 왕궁을 썼을까. 그러면 시에 나오는 왕국은 니케아 제국이며, ‘악귀는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여 비잔티움 제국을 다시 세운 미카엘 8(1224? ~ 1282)가 된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원작의 의미에 완전히 벗어난 해석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용도가 부적합한 수정 망치와 같다. 이러한 수정 망치는 원작의 본래 의미를 훼손한다.

 

‘Porphyrogene’을 특정 인물로 해석하는 방식은 오히려 시의 의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번역자의 논리대로 해석하면 포피로제니투스혹은 프로피로게니투스가 동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7(905~959)로 볼 수 있다. 그의 별명이 포르피로게니투스(Porphyrogenitus)’. 이처럼 원작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현학적인 해석은 위험하다. 시도는 좋으나, 너무 앞서갔다. 포는 소설을 집필할 때, 자신의 유식한 지식을 뽐내고 싶어 했다. 그의 소설을 읽어보면 고대 라틴 어로 쓰인 책의 문장을 인용한 구절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유령의 궁전을 쓰려고 비잔티움 제국을 소재로 한 역사책까지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번역자의 실수는 새 발의 피다. 이것보다 더 심한 오역이 있다. 역시 유령의 궁전’ 3연을 번역한 문장이다. 이 문장을 원문과 같이 비교해서 읽은 당신은 ‘Oh! My God!’이라고 말할 것이다.

 

 

두 개의 빛나는 창으로부터

은은하게 들려오는 비파 소리에 맞춰

춤추며 옥좌를 돌고 도는

파란 옷 입은 예수 그리스도,

옥좌에 앉아 그럴듯한 위엄을 띠고

나라의 왕 임함이 보이도다.

    

 

(에드거 앨런 포 대표 단편선218, 번역: 이경숙)

    

 

 번역자님, 저는 (원문에) ‘예수를 보지 않았습니다.

 

    

 

 

 

 

 

 

 

 

 

 

 

 

 

 

 

 

 

 

꽤 많은 영문학 작품을 번역한 김병철 선생은 ‘Porphyrogene’남빛 옷을 입은 천자(天子)’로 옮겼다. 동서문화사 책 대부분은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한 선례가 많으므로 아마도 김병철 선생도 일본식 번역을 그대로 따른 듯하다. 일본은 덴노(てんのう, 天皇)가 지배하는 나라여서 그런지, 이 나라의 번역자들은 황태자를 덴노의 대리자로 이해했을 것이다.

 

 

행복의 골짜기를 헤매는 방랑의 무리들

빛나는 두 개의 창으로부터

은은히 들리는 비파 소리에 따라

춤추며 옥좌를 돌고 도는

신들을 보네

옥좌에는 남빛 옷 입은 천자(天子)!

그럴듯한 위엄을 띠고

나라의 제왕 계신 것이 보인다.

    

 

(황금 벌레34, 번역: 김병철)

    

 

 

 

 

 

 

 

 

 

 

 

 

 

 

 

  

  

 

유령의 궁전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궁금해서 일단 구할 수 있는 대로 여러 권의 번역본을 참조했다. 역량이 부족한 번역자가 쓴 책을 만나면 책값과 시간을 낭비할뿐더러, 나처럼 진지한 사람들은 이것저것 자료를 찾느라 개고생한다. 그래도 가끔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두 개의 인용문을 비교해보시라. 다른 출판사의 책인데 문장 구조가 비슷하다. 어셔 가의 몰락 외2013 지식의 숲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고,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작품 해설을 맡았다. 붉은 여우는 코너스톤 포 전집을 번역한 바른 번역처럼 번역가 모임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더 레이븐 - 더클래식 도네이션 세계문학 컬렉션 5는 세 명의 번역자가 참여한 번역본이다. 더클래식 출판사의 번역본이 2012년에 먼저 나왔고, 이듬해에 지식의 숲 출판사 번역본이 나왔다. 이 두 책의 문장을 같이 보면 유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중에 시의 전문을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이 행복한 골짜기를 헤매는 사람들은

빛나는 두 개의 창을 통해

아름다운 비파 소리에 맞추어

옥좌를 돌면서 춤을 추는

신들을 바라본다네.

황제 포오피로진!’

그 영광에 어울리는 위엄을 갖춘

이 나라를 지배하는 자였다네.

 

(어셔 가의 몰락 외26, 번역: 붉은 여우)

 

      

행복의 골짜기를 헤매는 방랑자들

빛나는 두 개의 창을 통해

아름다운 비판 선율에 맞춰

옥좌를 돌며 춤을 추는 요정들

(황제 포오피로진!)

그 명예에 어울리는 당당한 위엄을 갖춘

이 나라를 지배하는 자이도다.

 

(더 레이븐 - 더클래식 도네이션 세계문학 컬렉션 5104, 번역: 김미란, 김희정, 권지은)

    

 

 

 번역자님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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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12-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제겐 넘사벽의 영역 입니다...^^

cyrus 2015-12-22 22:50   좋아요 0 | URL
단어 한 개 때문에 번역본 여러 권 찾아다니느라 힘들었습니다. ^^;;

초딩 2015-12-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도서정가제 덕에 턱 없이 모자라지만 원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ㅎㅎ 물론 지금은 ㅠㅠ iBook 키즈의 책을 보긴합니다만 ㅎㅎㅎ

cyrus 2015-12-22 22:53   좋아요 0 | URL
포의 문장이 긴데다가 고어가 많습니다. 라틴어 문장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포의 소설이 전문 번역가들이 난감해하는 텍스트일 것 같습니다. ^^

hnine 2015-12-22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번역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Porphyrogene은 나비목 곤충에 속하는 종 이름 (genus name)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셔가 그런 뜻으로 쓴 것은 설마 아니겠지만 철자는 정확히 일치하네요. 골짜기를 이리 저리 배회하는 모습을 나비가 비행하는 모습 (wanderers in that happy valley) 으로 비유하여 일종의 메타포로 쓰인걸까요?

표맥(漂麥) 2015-12-22 12:44   좋아요 0 | URL
오호~ 나비 즈음의 비행체가 들어가니 해석이 딱 들어맞아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집단지성의 장점을 봅니다)

cyrus 2015-12-22 23:03   좋아요 0 | URL
좋은 의견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Porphyrogene의 뜻을 알고 있는 hnine님이 대단합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아셨는지요? ㅎㅎㅎ

오늘도 `유령의 궁전` 원문 텍스트에 관련된 주석을 찾아봤어요. 제가 영어 독해 실력이 좋지 않아서 Porphyrogene의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hnine님의 독창적인 해석에 저도 동의합니다. ^^

만병통치약 2015-12-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님들, 판사님! 이 글에 접속한 것은 제가 아니고 고양이입니다. 저는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 / 와우 !

cyrus 2015-12-22 23:02   좋아요 0 | URL
판사님 드립을 알아보셨군요. 이 글의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5-12-23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5-12-23 20: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마음을 아십니까?] 프레시안, 2010년 10월 1일 (링크)

 

 

 

2010년 10월 첫날. 이 한 편의 글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독자들은 영원히 속을 뻔했다. 금태섭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프레시안’에 서평을 게재했다. 한 권의 책을 칭찬의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주례사 서평은 아니었다. 여러 권의 책의 번역에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었다. 그중에 가장 화제가 된 내용이 《우울과 몽상》(약칭 ‘우몽’) 번역 비판이었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선집으로 출간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서점에 판매되고 있다. 대표작을 포함한 포의 단편소설 58편을 한 권에 모은 장점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성의 없는 번역 때문에 포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최악의 책’으로 낙인찍혔다. 금태섭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에 내용 일부가 빠진 사실을 지적했다. 이 글이 공개된 이후로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번역 누락은 《우몽》의 대표적 오역 사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우몽》에 오역으로 지적되는 사례가 더 있다. 금태섭은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을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우몽》 번역에 대한 금태섭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문장만 봐도 충분히 느껴진다. (놀랍게도 이 책을 추천하는 유명인들이 꽤 많다)

 

 

 

 

 

 

 

 

 

 

 

 

 

 

 

 

 

 

 

나 또한 똑같은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지난주에 《우몽》과 코너스톤 출판사의 ‘포 소설 전집’을 같이 읽어보고 있다. 올해 선보인 포 소설 전집을 향한 독자의 반응이 아주 좋아서 번역이 어떤지 궁금했다. 출판 번역 전문 기업인 ‘바른번역’이 포 소설 전집 번역을 맡았다. 한 작품에 여러 명의 번역가가 참여하는 ‘집단번역’을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책의 옳고 그름을 분별 있게 판단하기 위해서 집단번역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 책을 읽는 방식은 이렇다. 《우몽》과 코너스톤 번역본을 같이 읽는다. 두 권을 책을 읽다가 의미의 차이가 확연히 나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원문을 대조해본다. 소설 원문은 포의 공식 사이트 ‘The Edgar Allan Poe Society of Baltimore’(http://www.eapoe.or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포 소설은 원문으로 읽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역시 《우몽》은 한마디로 번역이 ‘개판’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題詞)를 삭제했고, 원문의 의미와 상반되는 의역을 감행했다. 또한, 인명이나 지역명 같은 외래어 고유명사를 잘못 쓰기도 했다.

 

최근 《우몽》을 읽으면서 발견한 가장 어이없는 오역을 하나 알려주겠다. 지금 생각하면 화가 난다. 내가 여태까지 사소한 오역 때문에 이야기의 결말을 잘못 알고 있었다. 다음 문장은 ‘함정과 진자(Pit And The Pendulum)’ 원문의 마지막 문장이다.

 

 

There was a discordant hum of human voices! There was a loud blast as of many trumpets! There was a harsh grating as of a thousand thunders! The fiery walls rushed back! An outstretched arm caught my own as I fell, fainting, into the abyss. It was that of General Lasalle. The French army had entered Toledo. The Inquisition was in the hands of its enemies.

 

엄청난 군중의 떠들썩하고 수선스런 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트럼펫이 한꺼번에 울려 퍼지는 소리도 들렸다. 수천 개의 천둥이 한 번에 몰아치는 듯한, 거친 쇠창살이 삐꺽거리는 굉음도 들렸다. 공포의 벽이 물러나고 있었다! 정신을 잃고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나를 붙들어 준 팔이 있었다. 라살레 장군이었다. 프랑스 군대가 톨레도에 입성한 것이다! 종교 재판소는 이제 적군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함정과 진자’ 중에서, 209쪽)

 

어울리지 않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트럼펫 합주 같은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수천의 천둥이 울리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불타는 벽은 뒤로 물러갔다! 기절해서 나락으로 떨어지자 어떤 손이 나를 붙잡았다. (《우몽》 ‘저승과 진자’ 중에서, 749쪽)

 

 

‘Inquisition(종교 재판)’을 제외하면 나 같은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이다. 《우몽》의 역자는 라살레 장군이 지휘한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 종교 재판소를 점령했다는 문장을 번역하지 않았다. ‘함정과 진자’는 거대한 고문 기구의 위협 속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주인공은 운 좋게 공포의 방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주인공을 구해준 ‘어떤 손’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처음에 《우몽》의 번역으로 읽었을 때 주인공이 극적으로 살아남는 결말이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그 생각은 틀렸다. 오역으로 인해 생긴 오해였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읽고 나서야 ‘진짜 결말’을 알았다. 번역자에게 농락당한 느낌이 들었다.

 

코너스톤 번역본의 장점은 가격이 싸고, 들고 다니기 좋은 판형이다. 출판사는 책의 앞표지에 ‘현대인을 위한 최신 원전 완역본’이라고 소개했다. ‘원전 번역’을 최고로 여기는 독자들의 취향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코너스톤 번역본에 대체로 만족하는 독자 서평이 상당히 많다. 《우몽》과 비교하면 가독성이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독자님들아, 또 속나!)

 

 

《우몽》 번역자도 하지 않는 오역을 저질렀다. 다음 원문은 ‘모르그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의 오귀스트 뒤팽이 친구(화자)의 생각을 추리하는 장면에서 인용했다.

 

 

Here your countenance brightened up, and, perceiving your lips move, I could not doubt that you murmured to yourself the word ‘stereotomic.’ You continued the same inaudible murmur, with a knit brow, as is the custom of a man tasking his memory, until I considered that you sought the Greek derivation of the work ‘stereotomy.’ I knew that you could not find this without being brought to think of atomies, and thus of the theories of Epicurus.

 

여기에서 자네 표정이 밝아졌고 이런 종류의 도로포장을 일컫는 용어인 ‘스테레오토미’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는 것을 자네의 입 모양으로 읽어 알아냈어. 스테레오토미(stereotomy)를 떠올리다가 해골(atomies)을 연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에피쿠로스의 학설로 생각이 흘러간 거지.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모르그가의 살인’ 중에서, 18~19쪽)

 

 

‘stereotomy’는 돌을 특정 모양으로 절단하는 건축기술이다. ‘atomy’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원자와 해골. 뒤팽은 돌을 절단하는 기술에서 원자를 연상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는 과정을 반복하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atom) 상태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계승한 철학자가 에피쿠로스다. 그러므로 ‘atomies’를 ‘해골’이 아닌 ‘원자’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다른 포 소설 번역본들도 ‘atomies’를 '원자'로 번역했다.

 

코너스톤 번역본은 역주가 적은 편이다. 포는 자신이 관심 있는 철학이나 고대 지식을 소재로 소설을 썼고, 사상가의 문장을 많이 인용한다. 그래서 포의 소설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무리 가독성 좋은 번역이라고 해도,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설명 하나 없이 넘어가는 건 무성의하다. 심지어 ‘마리 로제 미스터리(The Mystery of Marie Rogêt)’에 포가 쓴 원주(소설의 집필 배경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있다)마저 빠뜨렸다.

 

 

현재 《우몽》 추리 편과 공포 편, 코너스톤 포 소설 전집 1권(미스터리 편), 2권(공포 편)을 다 읽었다.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우몽》은 불태워버리고 싶고, 코너스톤 번역본은 던져버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포의 소설을 ‘무서운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이 원전을 축약하고, 무서운 장면을 더 강조한 우리나라 번역에 익숙해진 탓이다. 원문을 직접 읽어보시라.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포의 문장은 대체로 길고, 라틴어나 고어를 자주 사용한다. 원문으로 읽어 보면 포의 작품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번역자의 노력 덕분에 우리 독자들은 무시무시한 ‘검은 고양이’나 추리소설의 원조 격인 ‘모르그가의 살인’ 같은 위대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포의 소설 번역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느새 포도 헤르만 헤세처럼 국내에서 많이 번역된 작품의 작가가 되었다. 이러한 독자의 과분한 관심(?)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나쁜 출판업자는 불량스러운 책을 만들어낸다. 독자를 기만하는 엉터리 책의 양산에 번역자의 책임도 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번역자가 명작을 손대는 순간, ‘망작’이 된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금태섭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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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거금 들여 이 책 산 전 어찌해야 할까요? ㅠㅠ

cyrus 2015-12-15 19:26   좋아요 1 | URL
문제가 많지만, 보관하는 것이 낫습니다. 코너스톤 번역본 다음으로 포의 단편소설을 많이 수록한 책이거든요. ^^;;

보슬비 2015-12-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은 아직 제대로 읽지 않으고 계속 책장에 두고 있는데, 마침 영어책도 구입했겠다(그것도 책장에 장식용이지만....ㅠ.ㅠ) `우몽` 정리해야할때가 왔네요.^^

cyrus 2015-12-15 19:27   좋아요 0 | URL
코너스톤 번역본으로 좋습니다. 가독성 좋은 건 인정합니다. ^^

해피북 2015-12-1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짝짝짝짝~~ 대단하세요^~^. 저는 포의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읽어보지도 못해서 뭐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렇게 조목 조목 비교 분석하셔서 이야기 하시는 부분들이 멋지세요^^

cyrus 2015-12-15 19:28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을 읽다가 강제로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되었네요.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그것도 클래식에 가까운 원서들은 특히나 우리글처럼 읽을 능력은 안되고... 그렇다고 허접한 번역본은 읽기 싫고... 답답하네요~~

cyrus 2015-12-15 19:29   좋아요 0 | URL
원문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우리말로 쉽게 옮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최대한 번역이 잘 된 책을 골라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

2015-12-14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5-12-1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우몽을 진작에 던져 버렸습니다.코너스톤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쓴적이 있는데 익명의 번역집단의 책들은 좀 거시기하단 생각이 듭니다.코너스톤에서 홈즈와 뤼팽 시리즈가 번역되었는데 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번역한 정태원님과 성귀수님의 책을 가지고 있지요^^

cyrus 2015-12-15 19:35   좋아요 0 | URL
지금 코너스톤 번역본 2권까지 읽었는데 잘못된 번역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설명이 잘못된 역주도 있었어요. 나머지 3~5권 읽을 자신이 없어요. 책을 읽다가 강제로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됐습니다. ^^;;

transient-guest 2015-12-15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의 작품을 모아놓았음에 감격하면서 읽었기에 우/몽에 대한 그런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큰 문제네요. 전 개인적으로는 자기 이름이 아닌 번역가집단으로 나오는 번역은 믿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포의 작품번역이 시급하네요.

cyrus 2015-12-15 19:37   좋아요 0 | URL
오역을 인정하고, 개정판을 내면 되는데 요즘 출판시장이 좋지 않아서 이런 절차로 실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단발머리 2015-12-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우몽> 있어요. 근사하다고, 폼 난다고, 꼭 읽고 말거라고 작정하고 있는데....
아... 어쩌지요.
cyrus님 자세한 비교 설명 듣고 나니 더 읽기 싫어집니다요.
그나저나, 저기 비밀댓글 혹시......
<우몽> 출판사에서? ㅎㅎㅎ 아니지요? ㅎㅎㅎ

cyrus 2015-12-15 19:3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알라딘 이웃입니다. 출판사 관계자가 이런 조용한 곳에 찾아올 리 없습니다. ㅎㅎㅎ

2017-11-28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8 09:5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몇 편인지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다음 작품들은 <우울과 몽상>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 3권 : 하나인 네 짐승, 낙타 표범(소설 한 편의 제목입니다)
* 4권 : 오믈렛 공작, 예루살렘 이야기
* 5권 :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그리고 포의 미완성 소설인 ‘등대‘라는 작품은 <우울과 몽상>, 코너스톤 전집 모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결말을 <사이코>의 작가 로버트 블록이 썼습니다.
 

 

 

 

어제 하루 친구의 일을 도와주었다. 친구는 CCTV 카메라, 감지센서 기기를 설치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CCTV 카메라를 설치한 절이나 공공기관에 찾아가서 부품을 정기적으로 점검도 한다. 나는 친구와 같이 점검하는 일을 했다. 친구의 말로는 정기 점검하는 날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하루에 절 두세 곳을 찾아가 혼자 점검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절 내부의 건물이 많고, 절의 구역이 넓을수록 CCTV 카메라 개수가 많아진다. 절 한 곳당 적어도 카메라가 13개다. 13개의 CCTV 카메라 그리고 감지센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 많은 것을 혼자 하면 한 시간 반 걸린다. 점검하는 도중에 기계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간이 지체된다. 가야 할 절이 전국 곳곳에 있어서 회사용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한다.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래서 정기 점검하는 날이 오면 친구가 나에게 부탁한다. 친구의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계를 만질 일이 없다. 그냥 친구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어제는 절 세 군데를 점검했다. 경북 의성에 있는 절 두 곳, 경남 합천에 있는 절 한 곳. 맨 처음 간 절은 의성의 대○사. 절 건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CCTV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는 기계는 종무소에 있다. 제일 먼저 종무소에 가서 화면 상태를 확인한다. 종무소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반가운 것들을 만났다.

 

 

 

 

 

방 한쪽에 엄청난 양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절에서 많은 양의 책을 보게 되다니. 책 무더기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책이다!’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책 열 권씩 끈에 묶여 있었다. CCTV 카메라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듯이 내 두 눈도 자연스럽게 책등을 주시하면서 확인하고 있었다. 눈앞에 읽을 만한 책이 하나씩 보였다. 이 많은 책을 소장한 주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큰스님, 주지스님 중 한 분이 차곡차곡 책 탑을 쌓으셨다. 불교 경전이나 불교 관련 서적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온통 불교 서적이었으면 내가 책 탑을 유심히 관찰할 이유가 없다. 스님의 독서 편력이 예사롭지 않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동문선 현대·문예신서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도 있었다.

 

 

 

 

 

 

 

책의 분야가 다양했다. 철학, 종교학, 각종 종교 사상 서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아마도 스님은 불교부터 시작하여 더 나아가 철학, 종교학까지 살피면서 독서로 수행하셨나 보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에는 서양 문학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89번째 책이 《위대한 개츠비 / 롤리타》다. 국내 세계문학 전집 사상 가장 특이한 작품 조합이다. 이 두 편의 작품을 쓴 작가는 정말 유명하다. 그렇지만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정보가 없다. 피츠제럴드와 나보코프는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였으나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 러시아 출신의 나보코프는 1919년에 유럽으로 망명하여 20년 가까이 유럽에서만 생활했다. 1940년에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그 해에 피츠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서로 어색한 두 편의 소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 절에서 보게 되니까 기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스님도 ‘롤리타’를 읽어봤을까. ‘위대한 개츠비’와 ‘롤리타’ 조합보다 ‘롤리타’를 읽는 스님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더 이상하다. 이것이야말로 불심파괴. 동서문화사판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발견했다. 성(性)을 대담하게 표현한 걸작들이 스님한테 걸리면 색에 대한 욕심을 부추기는 잡스러운 책이 된다. 수행에 맞지 않는 책은 불쏘시개가 되어 생을 마감했을 텐데 용케도 살아남았다.

 

절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검하는 날에는 식당, 분식점, 중화 반점에서 점심을 때운다. 우리 같은 외부 손님에게 따뜻한 차나 음료수를 주는 스님은 많았지만, 음식까지 대접하는 건 대○사 주지스님이 처음이다. 대○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원주(院主)님의 요리 실력이 대단했다. 무청 된장국, 김치전, 감자전, 고추 장아찌, 돼지껍질 김치볶음, 파래무침, 배추김치, 냉이 무침 그리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동치미. 어제 먹은 반찬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군침이 생긴다. 주지스님은 우리에게 밥을 더 먹으라고 권했다. 밥 두 공기에 잔반 없이 다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난 뒤에 원주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원주님이 큰스님을 먼저 언급했다. 어제 큰스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큰스님은 특별한 일 때문에 다른 절에 가셨기 때문이었다. 큰스님이 주지스님, 원주님보다 대○사에 가장 오래 머무른 분이다. 큰스님은 37세 때 대○사에 처음 정착해서 14년 동안 쭉 계셨다고 한다. 큰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종무소에 있는 책의 주인이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원주님과의 대화를 오래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서재를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책 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렇게 대○사와 이별했다. 어제 대○사에서 발견한 수수께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 다시 오지 않는 이상, 내 기억 속 미제로 남는다. 책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그가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책의 주인은 자신을 향해 이러쿵저러쿵할 속세의 소리를 멀리하려고 책 탑을 쌓았을 것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이 모든 책을 끌어안을 듯하다. 그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결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깨침을 얻은 책 탑의 주인은 세상 떠날 일을 대비하여 서책을 가지런히 쌓아 놓았다. 올 때부터 몸뚱어리 하나 달랑 가져온 사람이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친 성철 스님의 준엄한 말씀이 내 마음 속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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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5-12-10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니 법정 스님의 글이 생각나네요. 출가 초기 스님은 세속의 책을 잊지 못해 무척 연연해 했었죠. 그러다 무슨 계긴가로 읽던 책을 불태우고 그 연연함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님께서 보신 책의 주인되는 분도 그와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참 특별한 경험을 하셨어요. ^ ^

cyrus 2015-12-11 23:26   좋아요 1 | URL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자신의 책을 신문배달부에게 전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끈으로 묶이지 않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책 주인이 이별을 단단히 준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5-12-1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2-11 23:28   좋아요 1 | URL
모든 책들이 끈으로 묶여 있어서 펼쳐 볼 수 없었어요. 책등만 보여서 사진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12-1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보니까 알라딘 중고샵에 내 놓으실 거네요 ㅋㅋ 차떼기 해오시지 그러셨어요....^^

cyrus 2015-12-11 23:33   좋아요 1 | URL
절에 외부 CCTV 카메라가 있어서 훔치다가는 절도범 되고 맙니다. ㅎㅎㅎ

오후즈음 2015-12-10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참 아름답네요,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로 책을 읽으실 스님이 참 존경스럽기까지합니다

cyrus 2015-12-11 23:35   좋아요 1 | URL
책이 많이 있는 절을 처음 봤습니다. 책 많이 읽는 스님과 친하게 지내면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5-12-1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지가 있는 분이 그정도 책을 읽는다 해서 불심이 흔들릴까..싶네요..^^
좋은 책들 ㅡ입니다.~

cyrus 2015-12-11 23:38   좋아요 1 | URL
불심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책에서 진리를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

[그장소] 2015-12-11 23:53   좋아요 0 | URL
진리만 알아야 하는건 아니죠..
지금 세상은 ...
어쩌면 ..저 책은 그저 공부에 매진하러 왔다가
출가한 사람의 것...?!^^

transient-guest 2015-12-1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리려고 쌓아놨는지 알아보고 맞다면 잭팟맞은 기분으로 다 들고왔을 것 같습니다 탐진치가 문제죠???ㅎㅎ

cyrus 2015-12-11 23:39   좋아요 1 | URL
여쭤볼 거 그랬어요. 혹시 버리는 책인지. 그러면 책 몇 권 챙겨올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럭 몰고 갔을 겁니다. 알짜배기 책만 있네요. 한길사 그레이트북 여유만 된다면 전집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죠....

stella.K 2015-12-1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그냥 내놓으셨을까? 어디 기증을 하거나 중고샵에 넘겨도 됐을 텐데...
다행히 임자찾아 간 것 같고, 스님들도 무소유를 실천하신 거겠지.
난 봤어도 못 가져왔을 거다. 나도 무소유를 실천 하느라.ㅋㅋ
하지만 동서문화사 책은 정말 탐난다.
어쨌든 대박이다. 축하한다!^^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아마도 기증도서로 내놓았을 것 같아요. 어제 일 때문에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려고 했어요. 좋은 책을 만나는 길조로 느꼈거든요. 오늘 사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어요. ㅎㅎㅎ

blanca 2015-12-1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법정 스님 <무소유>에 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싶어요. 법정 스님이 젊은 시절 책을 좋아해서 소설책 사가지고 오셔서 읽는 장면... 가물가물해요.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이 언급한 스님의 이야기를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boooo 2015-12-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네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스님도 계시는군요. ^^

cyrus 2015-12-14 19:54   좋아요 0 | URL
스님 소유의 책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군지 몰라도 독서량이 대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