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 나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책을 정하고 나서 카톡 메시지로 보내겠다고 했다. 동생이 일하는 회사는 복리 후생 차원으로 직원에게 도서상품권 2만 원을 준다. 직원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었으면 독후감을 작성해서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에 제출해야 한다. 동생은 나보다 책을 덜 좋아하는 편이다. 졸업 이후로 독후감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동생 대신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동생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신간 도서를 살 수 있었다. 그 책이 바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21세기북스)였다. 그 회사는 특이하게 독후감 작성 원칙이 정해져 있다. 주제, 책을 읽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느낀 점, 그리고 현업에 적용할 점 등 총 다섯 항목의 글을 최소 250자 이상 최다 3,000자 이내로 써야 한다. 제일 쓰기 힘들었던 것이 현업에 적용할 점을 썼을 때였다.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재벌과 정부 친재벌 정책을 비판하는 책이다. 내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재벌 비판적인 어조로 글을 써서 제출했다가는 어렵게 얻은 동생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 내가 이 사실을 동생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괜찮다고 말했다. 글을 열심히 써봤자 보는 사람이 없다나 뭐라나. 그래도 동생에게 민폐를 주고 싶지 않았다. 정부와 재벌을 거세게 비판하는 표현을 자제했다.

 

내 친구도 직원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이 친구는 오랫동안 책과 담쌓은 녀석이다. 그래서 내가 친구 대신에 독후감을 썼다. 그런데 이 회사의 독후감 작성 원칙이 동생 회사보다 특이하다. 회사가 책을 선정하고, 무조건 A4 5장 이상 분량으로 독후감을 써야 했다. 독후감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업무성과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다. 친구가 그 회사에 일하는 동안, 내가 독후감으로 쓴 책은 《논어》(홍익출판사)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이었다. 두 권 모두 가지고 있던 터라 나는 친구에게 받은 책을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아 새 책 구매비용을 충당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일상적인 생활이라서 친구의 부탁이 귀찮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는 강압적으로 독서를 권하는 회사에 불만이 많았다. 아쉽게도 친구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두 가지 경험을 겪은 나는 독서 문화 장려에 힘쓰는 기업의 노력이 잘못 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첫 번째 문제는 업무와 관련된 독서를 강요하는 기업이 많다. 책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투적 표현이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이 독서라는 말이다. 언론과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성공한 사람 곁에 항상 책이 있었다. 독서로 인생을 달라져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를 소개할 때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가 특별 출연한다. 이 세 사람은 독서로 통찰력을 얻은 대표적인 부자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인들은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가 성공하기 위한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지도자는 부하 직원들 앞에서 성공의 지름길을 향해 손짓한다. 부하들아, 나를 따르라. 지도자(leader)는 리더(reader)가 된다. 그런데 이런 지도자 밑에 일하는 직원들이 고생한다. 그들의 임무는 책 속에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이건 백사장에 떨어진 진주 한 알을 찾는 격이다. 성공하고 싶은 지도자는 책을 성공이 부화하는 황금알로 여긴다. 책을 품은 부하 직원들은 최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품종 개량한 존재들이다.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지도자는 강압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책을 품도록 지시한다. 직원들은 불만이 있어도 꾹 참는다. 나의 승진을 위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을 들여다본다. 직원이 바라는 성공이란 승진과 연봉 상승이다. 이런 목적의 독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독서가 부담스러운 직원들은 책 알레르기에 걸린다. 이 증상에 걸리면 책이 원수처럼 보인다. 재미로 읽어야 할 책을 업무 때문에 읽게 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오직 일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일의 노예처럼 산다.

 

두 번째 문제는 독서만능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다. 독서는 최고의 지적 행위다! 맞다, 자명한 사실이다. 애서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독서의 장점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래서 독서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독서를 해야 인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책은 정적인 지식 도구다. 지식은 문자가 되어 책 속에 남는다. 반면 책 밖에 떠도는 세상의 지식은 동적이다. 대학 강연, 세미나, 그리고 개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는 협력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한다. 상호 협동적인 참여와 소통이 집단지성이라는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집단지성에 참여한 인간은 스스로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책에 없는 생생한 지식을 몸으로 체득한다.

 

 

 

 

사진출처: 서울경제신문 (네이버 포스트)

 

 

어떤 신문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답시고 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세계적 부호는 집 안에 책을 쌓아두고 읽으면서 배우지만, 중산층은 대학이나 세미나에서 배우려고 한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책으로 배우는 지식과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에 무리가 있다. 대학이 ‘취준생 양성소’로 변하는 바람에 쫄딱 망했어도 책 밖에서 배우는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집 안에 갇혀 책 읽는 부호야말로 성공하기가 어렵다. 기업인들은 비싼 돈을 내면서 특별 인문학 강의를 신청한다. 그들은 책에서만 정보를 얻는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정보는 달라진다. 급속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응해야 할 세계적 부호가 책만 붙잡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독서만능주의자들은 ‘책뽕’에 단단히 취해 있다. 그들은 독서를 멀리하는 사람을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과 비교한다. 독서만능주의자의 눈에는 독서를 안 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무능력자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부자들은 다독가라는 말이 성립된다. 재산 많은 빌 게이츠가 다독가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1%의 부자의 삶과 완전히 거리가 먼 평범한 중산층에서도 다독가가 많이 있다. 살림살이가 여유롭지 않음에도 책이 좋아 꾸준히 사 모으거나 틈틈이 시간을 쪼개 책 읽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힘들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할 뿐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서가요, 다독가다. 독서만능주의자들아! 알라딘 서재 구경 한 번 해보시라.

 

 

 

 

 

 

이름만 들어도 넉넉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사람’도 책을 사랑해서 열심히 읽는다. 어찌 감히 서민이 책 안 읽는 무능력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독서만능주의자들의 궤변은 진짜 애서가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항상 이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책을 읽어야 인생이 성공한다’라고 주장하는 독서만능주의자. 이들은 기업인들의 앞잡이가 되어 책 안 읽는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독서 예찬론을 설파한다. 이 인간들은 ‘책부심’이 강하다. 자신이 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한다. 많이 읽는 게 전부가 아니다. 독서가 좋다는 식의 같은 말만 반복하지 말고, 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능력을 직접 보여주시라. 빌 게이츠처럼 부지런하게 서평을 남겨보라는 말이다. 독서만능주의자들이 독자들이 읽기에 좋은 책과 읽으면 좋지 않은 책을 확실히 선별해준다면 나는 그들의 독서 능력을 인정하고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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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1-13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복리후생비로 책값을 내주다니 부럽네요. 근데 독후감 작성원칙은 진짜 영 아닌데요. 책값을 내줄테니 독후감을 쓰라는 자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네요. 노동자들의 복지혜택에 조건을 걸다니! 기본이 안 된 회사들이군요

cyrus 2016-01-14 18:10   좋아요 1 | URL
작성 원칙까지 정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직원들의 글을 검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몰래 볼 겁니다. 꼼꼼하게 읽진 않겠지만요. 이 회사가 치사한 게 책 구입하고 남은 거스름돈을 직원들에게 주지 않습니다. 2만 원 이내 가격의 책 한 권 구입하면 끝입니다.

찔레꽃 2016-01-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과 출세와 독서를 연결짓는 자기 계발류의 책들 -- 리딩으로 리드하라 류의-- 에 대해 회의가 많았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동지를 얻은 듯 하여 기쁘네요. 그러나, 한 때는 저도 그런 유의 책에 환호했었다는 사실. 부끄.

cyrus 2016-01-14 18:12   좋아요 0 | URL
저도 과거에 자기계발서의 헛된 꿈을 믿었습니다. 부끄부끄. 군 복무를 하고 나서야 진짜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1년 반 개월 동안 젊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지만, 나름 부대 안에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 좋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책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6-01-13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정말 말 그대로 취미일뿐인데 과도평가하는 분위기죠 ^^ / 저도 대장님께 복리 후생비로 책 값은 자유롭게 받고 있죠. 술담배 그리고 다른 취미가 없는 관계로요ㅋㅋ

cyrus 2016-01-14 18:13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사람을 너무 과하게 띄우니까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싫어해요 ㅋㅋㅋㅋ

살리미 2016-01-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의 회사는 연차 하루당 교보문고 도서쿠폰 하나가 지급되는데 도서쿠폰으로는 아무리 비싼 책이라도 쿠폰 하나당 한권이더라고요. 그리고 독후감을 올려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도 없고요. 다만 도서쿠폰이 기한이 있으니 책 안사고 있으면 쿠폰 기한이 다되어간다고 연락이 와요.
업무에 관련된 책들은 최신간까지도 회사에 비치되어 있으니까 도서쿠폰으론 정말 자기가 원하는 책을 사 볼 수 있어요. 저희집은 주로 제가 베고 잘 만한 책들을 사는데 씁니다만 ㅋㅋ
요즘 직장인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으니까 도서요약본들을 애용하는 것 같아요. 회사의 도서 사이트에도 보면 요약본들이 엄청 올라와서 안 읽어도 읽은 척 하기 좋겠더라고요. 물론 요약본을 보고 대강의 내용을 본 후에 보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근데 독후감을 써내라거나 인터넷에 올리라는 건 정말 너무하네요!

cyrus 2016-01-14 18:16   좋아요 0 | URL
제 동생 회사보다 조건이 좋은데요. 이상하게 제가 아는 회사만 독후감을 쓰라고 시키는지 참... ㅎㅎㅎ 독후감을 읽지도 않고, 잘 써도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서 왜 이걸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01-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냥 읽어야합니다. 목적도 없고 심심할때는 자연스럽게 책으로 손이 가게 해 주면 되는데... 쩝!!
초등학생들 하는 독서마라톤이 성인들에게 까지 ..

cyrus 2016-01-14 18:17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를 아주 잘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진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장하고, 정부는 억지로 독서를 권장하니까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어요. 세상 잘 돌아갑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6-01-1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도둑이 되었던 독서왕 사건이 떠오르네요 ㅋㅋ 저희 신랑회사는 몇년 전 아내 생일에 이십만원 상당에 물건을 사고 청구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더랬죠. 어떤 가정은 아내의 가방을 사기도 했고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했는데 저희 집은 못샀던 책을 왕창사며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납니다. 하지만 한 두번 만에 없어지구 요즘은 외식문화상품권으로 나와서 무지 슬펐던 기억이나네요 ㅋ

cyrus 2016-01-14 18:19   좋아요 0 | URL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회사가 쪼달리기 시작하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어요. 서글픕니다. ㅠㅠ

망고林 2016-01-1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조차도 그저 즐기지 못하고 뭔가 효용을 찾아내고 이용하려 드는 게 참 안타깝네요ㅠ 퇴근 후에 업무에 써먹을 책을 읽어오라니 그건 그냥 업무의 연장 아닌가요ㅋㅋㅋ
그리고 카드뉴스는 두번째 슬라이드도 어불성설이네요ㅋㅋ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의 독서량 차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텐데 말이죠...
그리고 요즘은 읽어서 독이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고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책 맹신은 이런 면에서도 많이 위험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6-01-14 18:22   좋아요 0 | URL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잠잘 시간에 독후감을 써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애잔합니다. 이런 걸 요구하면 소설 같은 책을 고를 수가 없어요. 어떤 기업 인사 직원은 신입사원 뽑은 면접에서 소설 책을 즐겨 읽는다는 지원자의 말을 듣고,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한심하게 말했다고 해요. 예전에 이런 사연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요.

stella.K 2016-01-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이직도 독서 의식이 후진성을 못 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
우리나라가 책을 안 읽는 국민이라는 것도 솔직히 다 믿을 건 못되는 것 같고.
우리나라 사람들 뭐 좋다면 쏠리는 현상이 있는데
그 좋은 독서를 아주 안 한다고? 평균치가 낮아서 그렇지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 뭐든 평균적으로 높으면 좋은데 말야.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2만원 얘기하니까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이나 좀 늘리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들어.>.<;;

cyrus 2016-01-14 18:24   좋아요 0 | URL
매년 독서 통계 뉴스를 보면 이해가 안 돼요. 십년동안 달라진 게 없고, 독서 인원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통계 결과를 완전히 믿지 않아요. ^^;;

서니데이 2016-01-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어제 공익광고 관련 글을 쓰면서 불필요한 내용 하나를 빼버렸다. 원래는 보는 사람을 불길하게 만드는 광고 한 편 더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지면 북플로 접속하는 독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어제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우젠 광고를 소개한 글 대신에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을 썼어야 했다. 어제 Agalma님이 광고 영상이 있는 인터넷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글감으로 재활용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제에 이어서 문제의 광고 영상 한 편 소개해본다. 1985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크리넥스 티슈 광고 영상이다. 불그스름한 배경에 붉은 오니(인터넷에 떠도는 크리넥스 광고 괴담에 관한 글 대다수가 ‘도깨비’라고 써있다. 그러나 ‘오니’라고 쓰는 게 맞다.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일본 전통 요괴 오니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로 분한 아이와 흰옷의 여자가 나온다. 꼬마 오니는 뽀로통한 상태로 앉아 있다. 그녀는 티슈를 뽑다가 갑자기 오니의 볼에 뽀뽀하려고 한다. 그녀가 뽑은 티슈 한 장이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흰옷의 여자는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마쓰자카 게이코라는 여배우다. 흰옷을 입은 청순한 여배우를 섭외하여 티슈의 청결한 느낌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광고가 전파되자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첫 번째 괴담. 오니로 분장한 아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두 번째, 광고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세 번째, 여배우는 아이의 몸에 들어간 오니에 의해 임신했으며, 정신적 충격에 시달려 병원에 입원했다. 네 번째, 광고 배경음악은 악마의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가 흐르는 광고를 여러 번 보는 사람은 악마의 저주에 걸려 자살했다. 이러한 괴담들이 널리 알려지자 사람들은 '크리넥스 광고의 저주'라고 불렀다.

 

 

 

그러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광고 탓에 대중들은 괴상한 헛소문을 만들었다. 여배우는 중견 배우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광고 때문에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배경 음악은 악마의 저주와 전혀 관련 없다. 시인 겸 작곡가인 에드워드 바튼이 만든 노래 ‘It's fine a day’를 아카펠라 버전으로 편곡된 것이다. 천천히 돌아가는 화면에 아카펠라 음악이 더해지면서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 크리넥스 회사는 무슨 마약 하길래 이런 광고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다른 크리넥스 광고 영상 하나 더 있다. 꼬마 오니가 나오는 광고의 전작이다. 이 광고에는 천사로 분장한 아이만 등장한다. 여러 장의 티슈가 공중에 흩날리는데 배경 음악이 음산하다. 광고 중간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두 번 나온다. 정체불명의 소리 때문에 공포심이 배가된다. 광고 영상을 볼 때 의문의 소리에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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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1-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다 으스스하네요. 지상의 것이 아닌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은데, 배경음악이 스시를 저미는 서슬퍼런 칼날같이 섬뜩합니다.
아, 그리고, 노래 제목에 a가 날아갔네요^^

cyrus 2016-01-15 19:47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북플로 나비종님의 댓글을 확인했는데 동영상 사진이 생각보다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글을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
 

 

 

 

요즘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도깨비다. 이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에 있냐고? 스마트폰 안에 산다. 이 도깨비는 지옥에서 왔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만 괴롭힌다.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할 때, 이를 안 닦을 때 도깨비가 스마트폰 화면에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무서운 목소리로 아이를 혼낸다. “이놈! 말을 안 들으면 아주아주 뜨거운 냄비에 삶아서 잡아먹을 테다!” 아이는 도깨비 목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얌전해진다. 이 도깨비의 정체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그러니까 말 안 듣는 아이를 위해 일본에서 개발한 훈육(?)용 어플이다. 메뉴를 선택하면 전화벨이 울린다. 도깨비가 왔다는 신호다. 아이가 전화를 받으면 도깨비 얼굴이 튀어나와 무서운 목소리를 낸다. 아이는 도깨비가 오는 전화벨 소리만 듣고도 무서워한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까지 한다. 부모들은 아이를 타이르는 데 효과적인 도깨비 어플을 선호한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도깨비 어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어른인 내가 봐도 스마트폰 화면의 도깨비 얼굴이 무섭게 느껴진다. 도깨비 얼굴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시길. 도깨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지 마시라.

 

 

 

 

 

 

 

 

 

 

 

 

 

 

 

 

 

 

스마트폰이 없었던 옛날에는 그림이 아닌 말로 아이들을 혼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시끄럽게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겁을 줬다. 호랑이 그림을 보여주지 않아도 아이는 호랑이 소리에 울음을 뚝 그친다. 아이는 실체가 없는 대상에 두려운 반응을 보인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잔인한 표현이 들어간 동요가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아이의 정서에 부적합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 수위가 세다. 예를 들어 영국 전래 동요 모음집 《마더 구스》(Mother Goose, 원제는 ‘마더 구스의 노래’)에 수록된 ‘고자질쟁이 팃 (Tell Tale Tit)’이라는 동요의 노랫말은 이렇다.

 

 

 

네 혓바닥을 찢어서
온 동네 개들이
조금씩 잘라 먹을 거야.

 

Your tongue shall be slit,
And all the dogs in the town,
Shall have a little bit.

 

 

 

‘Tell Tale’은 다른 아이의 잘못을 어른에게 고자질하는 아이를 뜻하는 단어다. 입이 가볍고 친구들 뒤통수 잘 치는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서 어른들은 ‘Tell Tale Tit’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노랫말을 따라 불렀다. 《마더 구스》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요집이다. 처음 노랫말을 들었을 땐 몸을 벌벌 떨 정도로 겁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요를 자주 듣거나 반복해서 부를수록 순진한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다음부턴 고자질하지 말아야지. 내 혓바닥은 소중하니까.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전래 동화, 동요의 시대가 저물었다. 생생한 화면과 음성이 흘러나오는 텔레비전은 인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나 텔레비전 자체를 신기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은 기분 나쁜 화면과 음성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텔레비전 화면이다. 특히 초기 공익광고는 문제 많은 어른보다는 죄 없는 순진한 아이들이 더 무섭게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공익광고협의회가 제작한 광고 두 편을 보자. 첫 번째 광고는 1989년에 만들어진 폭력 근절 광고다. 여자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잘 놀던 여자아이 쪽으로 갑자기 돌멩이가 튀어나온다. 아이는 날아오르는 돌멩이에 겁에 질려 도망간다. 장난감이 망가지고, 연이어 폭발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폭력추방’이라는 문자가 나타난다. 이 광고를 본 아이들은 장난감이 부서지면서 망가지는 장면에 놀란다. 자신도 저 광고 속 아이처럼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이른다. 여자아이가 불에 그슬린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울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과거에 공익광고 영상이 끝나면, 특유의 BGM(배경음악)이 등장했다. 어떤 음인지 궁금하면 광고 동영상 끝 장면에 집중해서 들어보시라. 70,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공익광고 관련 게시판에 이 배경음악이 무서웠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이 배경음악이 무서웠다. 이 배경음악은 슈만의 교향곡 제2번 2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기괴하게 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역대 공익광고 중에서 제일 무서운 광고로 알려졌다. 1991년에 만들어졌으며 마약 근절을 강조한 광고다. 마약을 올가미로 표현했다. 음침한 분위기의 배경화면에 올가미들이 휙휙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올가미에 걸린 남자가 기괴한 비명을 지른다. 공익광고협의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옛날 공익광고를 볼 수 있다. 거기에 감상평을 남길 수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 마약 근절 광고를 보면 무서웠다고 글을 남겼다. 남자의 비명소리는 아이들을 겁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은 이 광고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 광고가 나간 이후에 마약 관련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날까지 공포감을 조성하는 공익광고로 회자할 정도면 광고 제작자가 광고 한 편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광고는 전 세계 광고들과 작품성으로 경쟁을 펼치는 뉴욕광고페스티벌에 출품되어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초기 공익광고는 경고성 메시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고 일부러 무섭고, 과장되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은 공익광고의 한 장면만 봐도 겁을 냈다. 아이들의 눈에는 공익광고가 30초짜리 공포 영상처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초기 공익광고협의회 공식 로고가 해골 형상처럼 보여서 무섭다고 말한 사람도 있더라.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또한 마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음악(혹은 소음)이나 화면을 싫어한다. 광고 제작자는 의도하지 않게 광고를 잘못 만들어 무지하게 욕먹는다. 그러나 일부러 이 효과를 노이즈 마케팅 식으로 이용해 광고를 만든 회사도 있다. 2005년에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하였던 하우젠 세탁기 광고는 '최악의 광고', '쓰레기 광고'로 비난받았다. 광고에 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마치 흐느끼는 처녀 귀신 소리처럼 들린다. 모르는 광고라면 일단 한 번 보시라. 그러나 당신의 귀를 책임 못 진다.

 

 

 

                

 

 

 

'살↗균↘세탁 하셨나요 하↗우↘젠↗'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들은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에 친숙했던 대상이 한순간 낯설게 느껴지면 공포가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 것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는 어른보다 감성이 예민해서 낯선 상황에 두려움을 잘 느낀다. 심하면 트라우마까지 남는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부짖는 모습을 그저 귀엽다고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는 가학적으로 느껴진다. 부모들의 행동이 아이에게 위협감을 줄 때가 있다.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 하지 마시라. 아이들은 사납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매서운 목소리를 내뱉는 부모의 모습을 무서워한다. 사소한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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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깨비, 공포, 광고...이걸 연결하니 전 이 광고가~
http://youtu.be/_r7yKaDxGvc
무려 아름답기 까지 하죠!

cyrus 2016-01-08 18:42   좋아요 0 | URL
광고 보고나서 감상평을 답글에 달겠습니다. ^^

cyrus 2016-01-08 19:01   좋아요 1 | URL
Agalma님,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광고를 또 보네요. ㅎㅎㅎㅎㅎ

이 광고 때문에 크리넥스 광고의 저주라는 도시괴담이 생겼어요. 이 도깨비 광고 전에 아기가 등장하는 크리넥스 광고도 있습니다. 그 광고 배경음악이 음산해요.

AgalmA 2016-01-08 21:11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괴담에 관심이 많아서 이 전작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요^^

공익광고 모아보니 또 새롭더라고요. 이 시리즈 계속 이어주세요. 재밌습니다^^

살리미 2016-01-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은나노스팀 광고 너무 하네요. 왜 저런 목소리를... 저렇게 잼난 광고가 난 왜 기억이 안나는지...
전 요즘 정부홍보광고들이 죄다 무섭던데요.. 유관순 광고도 그렇고 후두암 하나 주세요.. 하는 광고도 그렇고 ㅎㅎ

cyrus 2016-01-08 18:43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인터넷 검색창에 `대한민국 최악의 광고`라고 입력하면 재미있는(?) 광고를 더 볼 수 있습니다. ㅎㅎㅎ

나비종 2016-01-08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론 : 광고에 대한 짧은 책을 한 권 읽은 것 같습니다. 리뷰를 적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본론 :
1. 도깨비 어플 : 영상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서 그런지 그닥 무섭지 않았습니다. 도깨비가 모가지를 조금씩 돌릴 때마다 심호흡을 하면서 봤거든요. 여기서 저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공포도 극복하게 한다는...
2. <마더 구스> : 잔혹 동화를 연상케 하는군요.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가 나오는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3. 폭력 근절 : 초기의 광고는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주네요. 예전에 봤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 . 폭.력.추.방. 글씨도 너무나 정직한 신명조~ㅎ
4. 마약 근절 : 무섭진 않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합니다. 요즘 나오는 `후두암 하나 주세요~`가 생각나네요. 점점 표현 방식이 세련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5. 하우젠 : 다시 듣고 빵 터졌습니다ㅎㅎ 흐느끼는 처녀 귀신~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십니다^^ 잠시 딴지를 걸자면, 살균세탁하..까지 음이 똑같습디다. 표시하신 화살표 방향을 살짝 바꾸고 싶어졌다는==33
6. 사소한 어른의 행동 :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했습니다. 지금 중2가 초1때, 아이의 언니에게 큰소리로 혼냈던 제 모습을 언젠가 기억하며 얘기하더군요^^;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는 예전부터 좋아했었습니다. 저는 광고 카피가 마음에 들어오더라구요. 커피 광고 비슷했던 것 같은데, `세월은 강물을 따라 흐르고, 사람은 그리움을 따라 깊어간다.`라는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이라 저 문구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략 저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가끔 광고를 보려고 TV를 볼 때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광고 카피를요.

결론 : 아이를 주제로 한 이 페이퍼 내용이 마음에 듭니다. 공익광고처럼~~ 제 글 쓰려 들어왔다가 댓글만 쓰고 간다는ㅎㅎ

cyrus 2016-01-08 18:54   좋아요 0 | URL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제가 오늘은 너무 길게 썼어요. 더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참았어요. 정성이 느껴지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마더 구스》에 잔인한 노랫말의 동요가 몇 개 더 있습니다. 국역본이 어린이용이라서 이런 동요들은 삭제되었습니다. 다음 번에 이 부분에 대해서 글로 정리하겠습니다. 생각보다 흥미있는 텍스트입니다.

어렸을 때 혼자 밤에 TV에서 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의 공익광고를 보는데 섬뜩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광고영상 장면이 떠올려서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ㅎㅎㅎ

요즘은 다시 봐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멋진 광고를 보기가 힘들어졌어요.

살리미 2016-01-08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났는데 요즘 쓱~ 광고 혹시 보셨어요? 신세계 ssg.com 광고인데 괜찮지 않나요?? 분위기가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연상하게 하더라고요.

서니데이 2016-01-08 19:56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봤는데, 약간 그 생각이 들던데요.

cyrus 2016-01-09 16:23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눈썰미가 좋은데요. 호퍼의 그림에 영감을 얻어서 만든 것 맞습니다. ^^

1004ajo 2016-01-09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일상에서 우리가 중독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조심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저로 살고 우리 아이들도 그러했으면 좋겠네요.

cyrus 2016-01-09 16:26   좋아요 0 | URL
중독을 스스로 고치거나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의존하면서 고치는 방법도 완벽한 해결 방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잘못 하면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서니데이 2016-01-09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1-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소재로 글 쓰시는 것, 응원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나비종 님의 댓글도 좋았습니다.
 

 

 

 

 

 

 

바다님, 아니다. 네가 먼저 반말로 댓글에 남겼으니 나도 똑같이 반말로 대답할게. 바다야. 난 네가 무슨 생각으로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쓴 포르노 소설의 서평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그 마음, 글을 쓰기 전부터 나도 예상했었다. 만약에 네가 알라딘 계정이 있고,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댓글(혹은 비밀 댓글)을 남겼으면 군말 없이 받아들이려고 했어. 그런데 비회원 계정으로 들어와서 반말로 댓글을 남겼구나. 페이스북이나 알라딘 블로그에 무례한 댓글을 몇 번 봤던 일이라 너의 시비가 그리 놀랍지 않다. 네가 내 답글을 봤는지 안 봤는지 잘 모르겠어. 어차피 보지 않겠지. 답글에 너를 향해 실컷 욕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그래서 비계정 회원으로 댓글을 다는 게 문제점이 있어.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블로거의 글에 돌을 던지고 숨을 수 있거든. 정작 던진 돌은 있는데, 돌을 던진 사람이 누군지 몰라. 이래서 비회원 계정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알라딘 기능은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바다야, 네가 뭔데 날 판단해. 븅신아! 넌 내 글을 제대로 읽어 봤니? 눈은 똑바로 달려 있어? 너, 난독증 있니? 내가 포르노 소설이 좋다고 말하든? 내가 이 책의 평점에 별 두 개 준 건 봤어? 네 말대로 내가 문학에 ‘문’ 자도 모르는 븅신이라면 별점 다섯 개를 줬다. 나도 제정신은 있다. 그런데 초면에 반말로 문학을 아냐고 시비를 거느냐. 너야말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내 글 내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댓글을 다는 분들, ‘좋아요’를 누른 분들까지 싸잡아서 욕하지 마. ‘좋아요’ 누른 분들이 포르노 소설이 좋아서 누른 줄 아니? 이분들은 쓰레기 문학을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한 분들이시다. 감히 뭣도 모르고 븅신이라고 판단하지 마.

 

내 글에 불만이 있거나 비판하고 싶으면 직접 회원 계정으로 접속해서 댓글을 남겨라. 네가 논리적으로 비판했으면 순순히 인정하고, 그 댓글을 삭제하지 않는다. 만약에 네가 내 서평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댓글을 삭제하지 않았다. 너처럼 예의 없게 쓴 댓글은 지운다. 그러나 오늘 특별히 네 댓글을 지우지 않겠다. 네가 남긴 소중한 댓글 하나가 2016년 서재 결산에 반영되니까.

 

이렇게 길게 써봤자 네가 이 글을 보지 않겠지. 아니면 비겁하게 이 글을 눈팅만 하겠지. 바다야, 그렇게 쪼잔하게 살지 마라. 나는 내 친한 분의 블로그라도 오자나 잘못된 내용이 하나라도 있으면 알라딘 정식 계정으로 댓글을 남긴다. 내 성격상 상대방의 잘못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친다. 오히려 상대방의 잘못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 내 지적이 잘못되었으면 공손하게 사과한다. 정말 미운 사람이 있어도 너처럼 겁보들이나 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바다 너는 남을 지적하는 용기가 없는가보다. 그런 용기가 없으면서 ‘바다’라는 가짜 닉네임을 쓰는 모습이 한심하다. 바다야, 널 위한 새해 덕담이다. 내년에 나처럼 담대한 용기를 가져라.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바다야.

 

 


※ 제가 겨냥한 ‘바다’는 비회원 계정으로 사용한 가짜 닉네임입니다. 실제로 ‘바다’가 들어간 닉네임을 사용하는 알라딘 회원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니까 큰 오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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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3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이버 블러그 하다가 비난 섞인 글을 받아본적 있는데 그때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글이었거든요. 신문기사문를 발췌해서 썼는데 전자담배 애용하신 분이 화가나신 모양이더라고요. 아니면 전자담배 판매하시던 분이실까 하는 생각이 ㅎ 블러그 하다보면 예기치 않게 이런 속상한 댓글을 만나기도 해서 저는 그럴때 의기소침해지는데 참 멋진 대처방법 입니다. 으하핫~^~^

cyrus 2015-12-31 13:02   좋아요 0 | URL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무작정 깝니다. 지들이 잘못했는데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뭔 이렇게 예의를 갖추십니까 ?
야, 오호츠크 시밤바. 명란 젓 같은.....

cyrus 2015-12-31 13:04   좋아요 0 | URL
곰발님처럼 재미있게 쓰려다가 실패했습니다. ㅎㅎㅎ  차라리 욕이라도 쓸 것 그랬습니다.

해피북 2015-12-3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알라진 댓글 설정 할 수 있지 않나요? 로그인한 회원만 말이죵 ㅎ

cyrus 2015-12-31 13:06   좋아요 0 | URL
댓글 허용 설정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비회원 계정 댓글을 못 쓰도록 설정했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12-3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사이다입니다~^^

cyrus 2015-12-31 13:06   좋아요 0 | URL
저와 행복하자님은 서로 좋은 사입니다. ^^

AgalmA 2015-12-31 0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로그인으로 좋은 글 달 정도면 자기글에 욕심과 긍지가 있는 셈이라 로그인 활동을 충분히 할 것이므로, 비로그인 댓글 허락은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 하에 저는 비로그인 댓글 금지로 바꿨어요.
여러 가지를 다루는 cyrus님은 비로그인 댓글 참여자를 기대하실 만 하죠.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여러 모로 에너지 소모되는 일이라 비로그인 금지 설정 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cyrus님이 얕보이진 않아 배틀보단 저런 단발 멘트가 주로 이겠지만, 기분 상하는 건 상하는 거니깐.

암튼 서재 청정도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cyrus 2015-12-31 13:13   좋아요 0 | URL
아갈마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저 또한 비회원 댓글의 득을 많이 못봤습니다. 비회원 댓글을 못 쓰도록 설정했습니다.

달걀부인 2015-12-31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븅신.. 이거 맞춤법에 맞지 않는거 아닙니까? 저는 ˝병신˝이라 배웠는데.. 수정 부탁드려요.

cyrus 2015-12-31 13:14   좋아요 0 | URL
병신`이 맞습니다. 일부러 틀리게 썼습니다. ^^

yureka01 2015-12-3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회원?이라는 복면 했군요...ㄷㄷㄷㄷ
밝히지 않는 댓글은 무시하세요....

cyrus 2015-12-31 13:17   좋아요 2 | URL
그럴려고요.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면서 저도 어제 유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글을 쓰는 것보다 책 몇 쪽 더 읽고, 책 이야기 한 편 쓰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달걀부인 2015-12-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농담한건데.. 진담처럼 되어버렸음요.

cyrus 2015-12-31 17: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농담인 거 알고 있어요.

stella.K 2015-12-3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어제 그 댓글 보고 화들짝 놀라긴 했다.
나의 옛 트라우마가 생각이 나서 말야.
그런데 나중에 알았는데 알라딘에 비계정으로 들어와 글 쓰지 못하게 하는
뭔가의 장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처음에 난 그게 있는지도 모르고 속수무책이었다 그 장치하고부터
비계정으로는 못 들어오는 줄 알고 있어.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해.
그래도 넌 내 서재에 가장 많은 댓글을 남겨준 5인 중 한 사람이다.
고맙고, 내년에 더욱 건강하고 변함없이 좋은 글 부탁할께.
새해 복 많이 받아!^^


cyrus 2015-12-31 17:56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비회원 댓글을 못 쓰게 하는 설정으로 변경했어요. 저런 댓글 하나 때문에 크게 기분 나쁘나지 않았어요. 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은빛 2016-01-3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쓰던 블로그에 환경문제, 개발문제 등에 대한 글을 자주 써서 온갖 댓글싸움에 다 휘말려 봤어요. 그래서 저런 댓글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예요. 알라딘에서는 아직 그런 댓글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아마 제 블로그 방문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어쨌거나 이 글 재밌네요. 시루스님이 이런 글도 쓰신다는게 재밌습니다. ^^

cyrus 2016-01-31 18:52   좋아요 0 | URL
그녀석 망신 좀 당해봐라는 식으로 쓴 것인데 쓰고 나니 제 스스로 민망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말이 많아졌습니다. ^^;;
 

 

 

 

 

 

 

 

 

 

 

 

 

 

 

 

 

 

 

 

 

코너스톤 출판사의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을 읽기 시작한 날은 정확히 12월 8일이다. 이번 달 안에 4권까지 다 읽으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현재 3권까지 읽었다. 하늘연못 출판사의 《우울과 몽상》(약칭 ‘우몽’)을 같이 읽다 보니 읽는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책을 읽다 보면 오역이 의심되는 문장을 발견한다. 역시 《우몽》은 명성에 걸맞게 오역이 많았다.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도 오역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장 몇 개 있었다. 이 정도면 코너스톤 번역본은 독자평점 만 점을 받을만한 책이 될 수 없다. 원문을 독해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단어사전을 찾아보면서 문장을 꼼꼼하게 읽으니까 내 눈에 어색한 내용이 보였다. 원문,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우몽》 순으로 인용문을 배열했다. 내 의견이 잘못되었거나 더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도 좋다.

 

 

 

 

 

Scene #1 『병 속의 수기』(MS. Found in a Bottle)

 

이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에 수록되었다. 번역문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내용의 역주가 있어서 이 글에 포함시켰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199쪽 문장에 ‘크라켄’이 나온다. 여기에 대한 역주 설명은 이렇다.

 

 

바다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하는 전설상의 괴물로,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가 베어낸 메두사의 머리로 크라켄을 퇴치하고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함.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199쪽)

 

 

 

크라켄에 대한 설명이 틀렸다. 크라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 아니라 북유럽 지역에 알려진 괴물이다.

 

 

 

 

 

크라켄 (Kraken)

 

 

 

 

피에로 디 코시모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페르세우스」 (1510년경)

그림 중앙에 페르세우스가 케투스의 몸에 올라 타서 괴물을 죽이려고 한다

 

 

 

크라켄(Kraken)은 노르웨이어로 ‘무서운 바다 괴물’이라는 뜻이다. 페르세우스가 퇴치한 괴물은 케투스(혹은 케토스, Cetus)다. 케투스는 고래와 흡사하게 생겼고, 크라켄은 거대한 오징어나 문어와 비슷하다.

 

 

 

 

Scene #2 『생매장』(The Premature Burial, 《우몽》판 제목은 ‘때이른 매장’)

 

 

➡ The "Chirurgical Journal" of Leipsic -- a periodical of high authority and merit, which some American bookseller would do well to translate and republish, records in a late number a very distressing event of the character in question.

 

* 독일 라이프치히의 <의학 전문지>는 권위와 명성이 자자한 정기 간행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매우 비극적인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36쪽)

 

* 높은 권위와 명성을 가진 정기간행물인 <치러지컬>지는 몇몇 미국 서점들이 번역해 출판하는데, 최근호에 아주 비참한 사건의 내역이 실렸다. (《우몽》 624쪽)

 

 

‘Chirurgical’은 ‘Surgical’의 고어(古語)다. ‘의학’보다는 ‘외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 "I have no name in the regions which I inhabit," replied the voice, mournfully; "I was mortal, but am fiend. I was merciless, but am pitiful."

 

* "내가 사는 곳에는 이름이 없다. 나는 한때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도 악령도 아니다. 나는 한때 무자비했었지만 지금은 긍휼하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44쪽)

 

* "내가 사는 곳에는 내 이름이 없다. 나는 죽어야 할 운명이지만, 나는 악마이다. 나는 무자비하지만, 불쌍히 여긴다." (《우몽》 630쪽)

 

 

‘I was mortal, but am fiend’, 이 문장만 떼어 내보자. ‘but’은 ‘그러나’, ‘하지만’을 뜻하는 접속사다. 그러면 《우몽》의 번역문이 맞다. 만약에 코너스톤 번역본의 문장을 영문으로 쓰면 이렇게 된다. I was mortal, but ain't[am not] fiend. 참고로 ‘fiend’는 ‘악령’, ‘악마와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 "Hillo! hillo, there!" said a gruff voice, in reply.
"What the devil's the matter now!" said a second.
"Get out o' that!" said a third.
"What do you mean by yowling in that ere kind of style, like a cattymount?" said a fourth.

 

* "이봐요! 어이, 거기!"
걸걸한 음성이 대답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일이지?"
두 번째 음성이 말했다.
"거기서 당장 나와!"
세 번째가 소리쳤다.
"힌두교도 같은 옛날 옷을 입고 뭐라고 떠드는 거야?" 네 번째 음성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50쪽)

 


* "이봐! 이봐, 저기!"
어떤 쉰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두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저기 꺼내자구!"
세 번째가 말했다.
"심술궂은 고양이가 우는 소리인데, 도대체 무슨 말하는 건가?" 네 번째가 말했다.

 

(《우몽》 634쪽)

 

 


코너스톤 전집 번역은 ‘바른번역’이라는 번역가 집단이 맡았다. 그런데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오역이 발견된다.

 

"What do you mean by yowling in that ere kind of style, like a cattymount?"

 

‘cattymount’는 미국 남부 지방에서 사용되는 ‘catamount’의 방언이다. 단어에 ‘cat'이 들어가 있다. ‘cattymount’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이 단어가 ‘고양이’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catamount’는 고양이과의 동물, 즉 퓨마와 스라소니를 의미한다. 이쯤 되면 어느 책의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힌두교도’로 번역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catamount’와 힌두교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그와 관련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네 번째 사람이 "힌두교도 같은 옛날 옷을 입고 뭐라고 떠드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이야기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 무덤 안에 갇힌 소설의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무덤 밖에 있는 사람이 그 소리만 듣고, 힌두교도 옷을 입은 사람이 떠드는 건지 어떻게 아는가. 말이 안 된다.

 

 

 


Scene #3 『모렐라』(Morella)

 

 

➡ Morella’s erudition was profound. As I hope for life her talents also were of no common order — her powers of mind were gigantic. I felt this, and in many matters became her pupil. Rare and rich volumes were opened for my use; but my wife, perhaps influenced by her Presburg education, laid before me, as I took occasion to remark, chiefly those speculative writings which have, from causes to me unknown, been neglected in these latter days, and thrown aside, whether properly or not, among the mass of that German morality which is indeed purely wild, purely vague, and at times purely fantastical.

 

* 모렐라는 학식은 매우 깊이가 있었다. 그녀의 재능은 보통이 아니었고 막대한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이를 느끼고 많은 부분에서 모렐라에게 배움을 얻었다. 하지만 모렐라는 슬로바키아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보통은 초기 독일 문학의 싸구려 작품들로 간주되는 다수의 불가사의한 글을 내 앞에 내놓곤 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55~256쪽)

 

* 그러나 프레스부르크 교육 탓인지, 그녀는 대부분 초기 독일 문학의 졸작으로 간주되는 여러 편의 이상한 글을 내 앞에 내놓았다. (《우몽》 780쪽)

 

 

‘바른번역’ 소속 번역자는 ‘Presburg education’을 ‘슬로바키아에서 받은 교육’이라고 옮겼다. 프레스부르크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의 독일어 이름이다. 1541년부터 1784년까지 프레스부르크는 헝가리의 수도였다. 당시 슬로바키아는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에 편입되어 지방 도시로 전락했다. 동유럽 공산주의가 무너진 1992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프레스부르크는 현재 슬로바키아의 수도가 되었다. ‘Presburg’는 도시 지명이므로 ‘슬로바이카의 수도’라고 써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써도 원문에 나오는 ‘Presburg’의 의미와 완전히 달라지므로 의도치 않은 오역이 나오게 된다. 포가 이 글을 발표했던 시대에 프레스부르크는 수도 지위가 박탈되었으나 여전히 헝가리가 통치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따른다면 ‘헝가리의 도시’라고 쓰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센스 있는 번역자라면 프레스부르크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 역주를 달아줘야 한다.

 

 

 


Scene #4 『베레니스』(Berenice) 

 

 

➡ Of Mademoiselle Sallé it has been well said, “Que tous ses pas etaient des sentiments,”


* 사람들은 프랑스 무용가 마리 살레에 대해 '그녀의 모든 발걸음이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307쪽)

 

* <마드셀 살르>에는 "모든 발걸음이 감상이었다"는 구절이 있다. (《우몽》 829쪽)

 


드디어 《우몽》의 오역 사례를 소개해본다. ‘Mademoiselle Sallé’는 프랑스의 무용수 마리 살레(Marie Sallé, 1707~1756)를 가리킨다. 《우몽》의 번역자는 ‘마드모아젤 살레’를 책 이름으로 옮기는 실수를 했다. 그나저나 ‘Mademoiselle’은 딱 봐도 ‘마드모아젤’로 읽는데 ‘마드셀’이라고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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