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진록이 엮은 ‘선유문(선한 일을 권유하는 문장, 善誘文)’은 총 24칙의 경구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이 딱 하나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된다(爽口味多須作疾).” 이 말은 사자성어로 줄이면 ‘상구작질(爽口作疾)’이 된다.
5월 초에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로 식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단 술을 마실 수 없게 됐다. 평소에 맥주,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그런데 맥주에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purine)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퓨린 함량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맥주 100g 당 2995.7㎎이나 나왔다. 소주, 막걸리, 와인 등의 술과 비교해서 퓨린 농도를 측정해보면 맥주가 가장 많고, 소주와 와인은 퓨린이 검출되지 않거나 아주 적은 편이었다. 소주에 퓨린 성분이 적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당연히 지나친 음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생기게 만드는 원인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무렵에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는 일이 낙이었는데, 이제 그런 호사를 마음껏 누리기 힘들어졌다. 매주 한 번씩 맥주를 마시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 몸속에 있는 퓨린은 요산으로 변하는데, 문제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젖산이 요산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아버린다. 이 상황을 모르고, 매일 또는 매주 습관적으로 맥주를 마셨다고 하자. 그러면 요산 결절이 관절 부위에 생성되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한다.
육류도 많이 먹지 못한다. 고기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기에도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간, 곱창은 고퓨린 식품이다. 치킨과 맥주는 통풍 환자가 먹어서는 안 될 최악의 궁합 음식이다. 외식으로 치킨을 자주 먹는 사람은 유의해야한다.
자, 지금까지 내 입에 맞는 음식 중에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정리해본다.
맥주, 곱창, 치킨, 그 밖의 육류.
통풍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분은 딱 여기까지만 보고, 육식과 술을 피하면 통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퓨린이 많은 생선도 있다. 참치 살코기, 꽁치, 고등어, 정어리, 멸치는 고퓨린 식품이다. 흔히 참치와 고등어에 오메가-3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건강에 좋고 맛 좋은 식품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악화시킨다. 예전에 맥주를 마시면 안주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통풍 진단 이후로 멸치 고추장 볶음 같은 반찬도 많이 먹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통풍 환자가 조심해야 할 음식 목록에 참치, 꽁치, 고등어, 멸치도 포함해야 된다.
건강을 위해서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채소 섭취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통풍 환자가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채소도 있다. 시금치, 버섯이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시금치가 철분 함유량이 많아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과 다르다. 독일의 어느 화학자가 실수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을 실수로 10배나 많이 적은 바람에 철분이 많은 채소로 잘못 알려졌다. 삼겹살의 단짝인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은 고퓨린 채소다. 버섯을 말려서 오래 보관해서 먹기도 하는데, 말린 버섯도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으면 가장 먼저 ‘상구작질’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끊는 일은 제일 어렵다. 다만 고퓨린 음식이나 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먹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게 되고,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적당히’ 먹으면 된다. 그런데 ‘적당히’ 먹으려는 절제가 어디 쉬운 일인가. 고퓨린 음식을 먹되 요산이 배출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리고 체내 독소를 배출하게 만드는 음식도 먹으면 좋다. 몸속에 있는 요산이 배출되어야 통풍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