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책을 특별히 읽고 싶어서 주문한 게 아닙니다. 동생이 보고 싶은 책입니다. 책 제목이 《작은 아씨들》이었습니다. 메이자 루이 올콧이 쓴 유명한 소설이죠. 몇 주 전부터 동생이 갑자기 《작은 아씨들》이 보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도 사야 할 책이 몇 권 있어서 피땀 흘리면서 모은 책 구입비를 동생을 위해 써야 하는 상황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왜 제가 책을 살 때마다 동생이 책을 사달라고 조르는 걸까요? 동생이 고른 책이 저도 마음에 들어서 하는 수 없이 주문했습니다.

 

 

 

 

 

 

 

 

 

 

 

 

 

 

 

 

 

* 《작은 아씨들》 (공경희 역, 시공주니어, 2007년)

 

 

원래는 《작은 아씨들》 1부 번역본만 살려고 했었습니다. 저처럼 광적일 정도(?)로 독서를 하지 않는 동생의 독서 습관을 봐서는 2부를 읽을 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마침 알라딘 중고서점에 ‘시공 주니어’ 판본이 있는 걸 확인해서 그걸 살까 고민했습니다. 중고가가 괜찮아서 책 상태가 좋으면 그 책을 살 생각이었습니다만...

 

 

 

 

 

 

 

 

 

 

 

 

 

 

 

 

 

 

* 《작은 아씨들》 (유수아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년)

 

 

 

결국은 1부, 2부를 번역한 펭귄클래식 번역본을 주문했습니다. 제대로 된 《작은 아씨들》 완역본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에 책 두 권을 골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기로 찜해둔 책은 못 사고 말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동생이 말하더군요. 굳이 2부까지 살 필요가 있냐면서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품 하나를 제대로 읽으려면 책이 완역본이어야 하고, 속편까지 읽어줘야 한다.” 저는 저의 독서관을 아주 자신 있게 어필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씨가 될 줄이야...

 

 

 

 

 

오늘 오전에 올콧과 《작은 아씨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하던 차에 중대한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작은 아씨들》이 2부까지만 있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속편이 4부까지 있었던 겁니다!

 

1부는 1868년에 발표되었고,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듬해에 2부 『Good Wives』(착한 아내들) 가 나왔습니다. 3부는 『Little Men: Life at Plumfield with Jo's Boys』(작은 신사들)이라는 제목으로 1871년에, 4부 『Jo's Boys and How They Turned Out』(조의 소년들)은 188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4부는 1부의 속편이라기보다는 3부의 속편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은 올콧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나왔습니다.

 

 

 

 

 

 

 

 

 

 

 

 

 

 

 

 

 

* 《작은 아씨들》 (박유경 역, 중원문화, 2012년)

* 《작은 아씨들》 (우진주 역, 동서문화사, 2014년)

 

 

3부와 4부는 다른 출판사가 번역했습니다. 중원문화 출판사는 3부까지 번역했고, 동서문화사는 1부부터 4부까지 모두 한 권에 담아 번역했습니다.

 

제가 카톡 메시지로 동생에게 《작은 아씨들》이 4부까지 나왔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동생은 우스갯소리로 작가가 작품을 4부까지 쓰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장삿속’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1부와 2부가 연달아 독자들의 호응을 받게 돼서 올콧이 후속작을 써냈으니까요. 3부와 4부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동생이 나머지 후속작은 사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3부는 꼭 사서 읽고 싶습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후속작까지 모조리 읽어야 제대로 작품을 읽은 듯한 만족감이 들어요. 후속 작을 읽지 않거나 사지 못하면 작품을 덜 읽은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집착은 정말 무섭기만 합니다. 책에 눈이 멀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못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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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책을 자주 사줬던 모양입니다..^^..

cyrus 2017-02-15 14:35   좋아요 2 | URL
작년에도 여기 서재에 언급한 적 있었어요, 동생이 매달 회사에서 주는 독서 장려금으로 책을 사는데, 몇 번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보답의 의미로 동생이 읽고 싶은 책을 사주곤 합니다. ^^

2017-02-15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5 17:3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이번 달은 2월이니까 2부까지 구입한 셈이군요. 제가 갑자기 서재 활동이 한 달 이상 뜸해지기 시작했으면 연예를 하고 있다거나 심각한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galmA 2017-02-15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넌지시 알려주기만 해도 낚이는 독서가의 비애ㅎㅎ; 그러나 그렇게 읽고 성장하는 것도 독서가의 힘^^

cyrus 2017-02-15 17: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실패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거죠. ^^


블랑코 2017-02-1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권은 읽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는데 가끔 장삿속으로 펴낸 속편 때문에 본편 이미지까지 망치는 경우가 있어서 읽기 꺼려질 때도 있더라고요.

cyrus 2017-02-15 17:35   좋아요 0 | URL
요즘은 그렇지 않은데, 예전에는 원작의 속편으로 속인 번역본이 참 많았어요. 헌책방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 속편이라는 문구가 적힌 책을 산 적이 있는데, 그 문구에 속아 넘어갔어요. ^^;;


transient-guest 2017-02-1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그 기분...제가 모르면 또 누가 알겠습니까...ㅎㅎㅎㅎ

cyrus 2017-02-16 11:42   좋아요 0 | URL
어느 누구도 속편을 안 읽었거나 모를 경우, 내가 그걸 읽으면 처음으로 속편을 알게 된 유일한 독자가 된 (착각의) 기분이 들어요.. ㅎㅎㅎ

카스피 2017-02-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작은 아씨들이 4부까지 나온것은 처음 알았네요.그나저나 동서에서 4부까지 나왔다니 다행이네요.제가 갖고 있는 반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겨우 12권중에 11권이)는 출판사마다 제 각각 나와서 참 책장에 올려놔도 뽀대(?)가 나질 않아요ㅜ.ㅜ

cyrus 2017-02-17 09:28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시리즈를 모으고 싶은데, 출판사가 다르면 난감합니다. ^^;;
 

 

 

 

 

 

 

 

 

 

 

 

 

 

 

 

 

 

 

 

 

로버트 T. 캐롤의 《회의주의자 사전》(잎파랑이, 2007년)은 대체의학, 뉴에이지, UFO, 심령 등 400항목이 넘는 초자연적이고 초과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설명과 상식에 근거한 비판을 사전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터넷사이트 ‘스켑딕(skepdic)’의 운영자로 여기에 올렸던 글을 선별해 《회의주의자 사전》을 펴냈다.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엄밀한 과학적 실험과 조사로 규명되지 않은 채 과학으로 행세하는 현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회의주의자 사전》의 항목 중에 ‘속독’이 포함되어 있다. 혹시 속독법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책 675쪽을 보면 된다. 속독법을 어린이와 성인들을 위한 학습법으로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부분 이렇다. 속독법은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사람을 단시간만에 ‘책읽기 천재’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속독법을 익히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책을 빨리 읽으면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속독법 하나로 천재가 되려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속독법의 효과에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소위 분당 1만 개의 단어를 읽는 사람들은 문장 하나하나 빨리 읽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는 게 아니라 훑어본다. 이들은 읽는 문장 속 단어와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더 높다. 속독법을 배워도 어휘 독해력이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보통 사람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빠르게 읽으면 분당 250~300개 단어 정도 속도로 읽을 수 있다. 이게 최대 속도다.

 

킴 피크라는 사람은 7천 권이 넘는 책을 전부 기억하면서 빨리 읽는 능력을 보유했다. 그런데 그는 선천적으로 좌우의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腦梁, 뇌들보)가 없다. 킴 피크처럼 뇌량 없는 사람은 실독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실독증은 시각 능력이 정상이어도 글자를 읽지 못하는 증상이다. 킴 피크의 속독 능력은 정말 확률적으로 나오기 힘든 희귀한 사례이다.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청어람미디어, 2001년)

 

 

다치바나 다카시는 독서를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책 읽는 자체를 즐거워하는 ‘목적으로서의 독서’와 다른 하나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책을 읽는 ‘수단으로서의 독서’이다. 후자의 독서를 하려면 속독법을 활용해야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신문에 연재되는 서평 작성이나 취재 준비 그리고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책을 빨리 읽는다. 그는 바쁜 상황 속에 책을 읽는 방법으로 속독 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면서도 자신만의 속독법이 ‘대충 훑어본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책을 엄청 많이 읽고, 가장 똑똑하다던 다치바나 다카시도 속독을 ‘훑어보기’와 동일한 의미로 언급했다. 속독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내가 알고 싶지 않거나 한두 번 봐도 모르는 내용을 만난다. 이럴 때 과감히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는 것이 낫다. 비록 대충 넘긴 쪽수가 많더라도 책의 핵심 내용이나 가능한 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읽었다면, 책의 절반을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대충 훑어보는 속독법이다.

 

그런데 일부 다독가와 속독 학습법을 개발한 교육 전문가들은 속독이 천재들이 가진 남다른 습관이며 일반인도 속독법을 훈련하면 천재처럼 속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속독법이 잠재적인 천재성을 끄집어낸다는 말을 믿고, 꽤 적지 않은 수강료를 내면서 속독법을 배운다.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속독법 교육에 투자하는 건 돈 낭비다. 특히 ‘과학적’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며 분당 1천 개 이상 단어를 읽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속독법이라고 과장 홍보하면 그냥 무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책과 담 쌓은 사람이 검증되지 않은 속독법에 돈을 쳐바르거나 그거 하나쯤 익혔다고 은근히 우월감을 과시하는 경우이다. ‘목적으로서의 독서’를 하는 사람은 정독을 선호한다. 속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정독의 가치를 낮게 본다. 심지어 정독하기에 적합한 책으로 문학 작품을 예로 들면서 문학 작품을 재미로 읽는 독자들을 한심한 존재로 여긴다. 여기서부터 지적 우월감이 드러내는 지점이다. 애서가의 지적 우월감은 책 읽는 사람들 간의 정서적 위화감을 만들어낸다. 책 읽는 권수나 독서 능력, 심지어 관심 있는 책의 분야마저 하나의 경쟁 대상이 되어 우열을 가리려고 한다. 천재들의 속독법대로 책을 읽었는데도 천재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잘못은 독자의 책임이 아니다. 독서 자체를 좋아한다면, 그냥 완독하는 데 오래 걸리든 말든 속 편하게 책을 읽으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속독은 ‘속 편하게 읽는 독서’이다.

 

독서로 천재가 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책 읽는 척’하면 된다. 자신이 일 년에 책 1천 권을 독파했으며 오래전부터 알려진 온갖 독서법의 에센스만 가려 뽑아서 ‘천재 속독법’을 만든다. 어때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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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2-14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책은 오래 읽어도, 여러 번 읽어도 새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방법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책을 읽는가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참, 박근혜 자서전 같은 경우에는 속독법으로 읽지 않으면 짜증이 납니다.

cyrus 2017-02-15 11:3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과감히 속독하거나 아예 책을 덮어버리는 게 낫습니다. ㅎㅎㅎ

코발트그린 2017-02-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x하면 속독이 된다는 얘기들 참 달콤 하죠ㅎ

cyrus 2017-02-15 11:37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그 말에 잘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의지가 부족해서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어요. 제 생각인데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저절로 속독 능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을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생각하고 나서 속독하면 되니까요. ^^

qualia 2017-02-14 2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래엔 인간이 인공지능/로봇과 융합·진화하게 되면 새로운 형태의 진짜 속독이 나타나겠네요. 즉 온갖 정보와 지식을 순식간에 ‘업로드(Uploading)’하고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인출하고 최적 지식으로 재가공해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건 지금도 기업적 수준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활용되고 있죠.

위 시나리오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속독이 이론과 실천의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속독이 되려면 최소한 다음의 5가지 핵심 사항은 갖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⑴ 빠른 속도
⑵ 완벽한 저장/기억 능력
⑶ 저장 내용의 빠른 검색/인출 능력
⑷ 최적 지식 재구성 혹은 지식 융합 능력
⑸ 현실 문제 해결에의 활용 능력

현단계 인간적 수준에서 속독 개념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다시 말해 말뿐인 사기성 속독이 아닌 실용적 가치가 아주 큰 진정한 속독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위 핵심 조건들을 조금은 완화된 형태로나마 반드시 만족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위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속독의 가치나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즉 그런 속독에 귀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속독에 관심 있는 분들은 위 5가지 조건들을 자신의 능력에 비춰 조목조목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가벼운 소설이나 뉴스 기사, 한번 읽고 말 것들을 처리하는 속독이라면 위 5가지 요건들을 갖추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귀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속독을 익힌다면 그 속독 기술로써 가져올 ‘생산성’ 여부에 대해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해서 뭔가 상상력 깊고, 독창적이고, 심층적/분석적이고, 남한테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글을 쓰길 원하다면 시중의 속독 개념은 좀 아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7-02-15 11:43   좋아요 2 | URL
결국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글을 쓰려면 정독할 수밖에 없군요. 인터넷이나 SNS의 글을 많이 접할수록 속독이라기보다는 훑어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처럼 A4 용지 한 장 채우는 글의 분량이 그리 많은 편 아닌데,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 상당히 길게 느껴져요. 그래서 정독하지 않고, 대충 훑어보게 됩니다. 저도 북플로 글을 보면 정독과 훑어보기를 동시에 하는데,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가 많습니다.

AgalmA 2017-02-14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차니스트이자 게으름쟁이라 독서 천재는 달나라 얘기~
위에 quaila님 말씀이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이 단번에 지식을 주입받는 식의 기술 발전이 된다면 속독 얘기도 옛날에 그랬대가 되겠죠^^

cyrus 2017-02-15 11:47   좋아요 1 | URL
만약에 종이책이나 종이에 적힌 텍스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미래 시대가 온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을 겁니다. 그러면 특별히 분량이 긴 텍스트를 빨리 읽을 수 있는 속독법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

transient-guest 2017-02-16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와 research를 다르게 보는데요. 요즘은 독서 = research를 같은 개념으로 상정하고 1만권을 읽었다는 둥, 3년 동안 3000권을 읽었다는 둥 하면서 장사를 하네요. 독서/자계강의업계에서 한 5년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현상 같아요. 자료조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독서라고 보기 어렵고, 당연히 책 한 권을 다 읽을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이 개념으로 모든 책을 대하고, 읽다 만 책은 ‘필요가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과감히 닫은 책‘이지만 그래도 ‘읽은 권수에‘는 포함시켜버리고 연간 천 권씩 읽었다고 하네요...사람마다,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이런 건 좀 싫습니다.

cyrus 2017-02-16 11:45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읽은 책 권수를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제가 ‘읽은 책’들 중에는 ‘다 읽은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읽다가 만 책’도 포함되어 있어요. 책 한 권 한 권 빠짐없이 완독했으면 자랑할 만한 일이죠. 하지만 읽다만 책을 다 읽은 척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권을 읽어보신 독자라면 그 책에 인용된 프랑수아 비용(Francois Villon)의 시구를 봤을 것이다.

 

 

저는 가난하고 늙은 여인입니다

아주 무식해서 읽을 수도 없어요

그들은 저희 마을 교회에

하프가 울려 퍼지는 천국과

저주받은 영혼들이 불타는 지옥을 그려서 보여주었어요

하나는 내게 기쁨을 주지만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줍니다

(《미학 오디세이 1》 150쪽)

 

 

이 시의 제목이 『어머니를 위한 발라드』로 되어 있다. 발라드(ballade)란 유럽 중세에 유행한 자유로운 형식의 담시(譚詩)다. 《미학 오디세이 1》에 인용된 시구는 전체 내용의 일부이며 비용이 1461년에 발표한 <유언의 노래(Le Testament)>에 수록되었다. 발라드의 원제는 ‘Ballade pour prier Nostre Dame’이다. 이 제목은 ‘성모에게 기도하기 위한 발라드(송면, 《유언시》)’, ‘성모에게 기도하는 발라드(송면, 《프랑수아 비용 : 그 생애와 시 세계》)’, ‘성모에게 기도드리는 발라드(김준현, 《유언의 노래》)’로 번역되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불쌍한 늙은 여자외다.

제가 속하고 있는 성당에는

수금(竪琴)과 비파(琵琶)가 그려진 천국의 그림과

죄인들이 업화에 타는 지옥의 그림이 있는데

하나는 저를 무섭게 하고 하나는 저를 기쁘고 즐겁게 하나니

 

(『성모에게 기도하는 발라드』 중에서, 《유언시》 128쪽)

 

저는 늙고 불쌍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글자 한 자 읽을 수 없는 여인입니다.

제가 속한 교구의 교회에서, 저는 봅니다,

하프와 류트가 있는, 그림으로 묘사된 천국을,

그리고 단죄받은 죄인들을 불길에 끓이는 지옥을,

하나는 저를 두렵게 하며, 다른 하나는 기쁨과 즐거움을 줍니다.

 

(『성모에게 기도드리는 발라드』 중에서, 《유언의 노래》 53쪽)

 

 

그런데 《유언의 노래》에서는 원제가 ‘Ballade pour prier Notre Dame’으로 되어 있다. ‘Nostre’에서 ‘s’가 빠졌다. 오자로 보일 수 있으나 ‘Notre Dame’도 ‘성모’를 뜻하기 때문에 인쇄상 오류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아마도 ‘Nostre Dame’은 중세 시대에 사용했던 고어(古語)였을 것이다. 그런데 ‘Nostre Dame’을 인터넷 불어사전에 검색하면 ‘성모’가 아닌 생각지 못한 단어가 나온다.

 

‘Nostre Dame’은 예언가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의 본명과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이름은 라틴어고, 그의 프랑스어 본명은 ‘미셸 드 노스트르담(Michel de Nostredame)’이다. 그래서 시의 제목을 ‘노스트르담에게 기도하는 발라드’로 읽을 수 있다. 이것만 가지고 비용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전혀 관련이 없다. 비용은 1431년에 태어나서 1463년(추정)에 사망했고, 노스트라다무스는 그보다 훨씬 늦은 1503년에 태어났다. 굳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시를 쓴 사실 그것 하나뿐이다. 비용은 8행시로 구성된 시를 남겼고, 노스트라다무스는 4행시로 이루어진 예언 시를 남겼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시는 세기말에 다시 주목받았고, 지구 종말론을 언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떡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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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2017-02-0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심오합니다

cyrus 2017-02-08 11:01   좋아요 0 | URL
비용의 시 중에 심오한 분위기를 내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기독교의 구원 의식이 반영된 것도 있어서 지금 보기에는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헌책 팔아 빌딩 짓는다는 시절 있었는데..."] 오마이뉴스, 20172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47&aid=0002140306

 

 

 

어제 발견한 좋은 기사입니다. 헌책방을 소개한 글을 볼 때마다 반갑고,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2014년 처음으로 뿌리서점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뿌리서점을 상징하는 간판이 된 책이 주인을 기다립니다!’라 문구는 여전했습니다. 만일 저 간판 하나 없어지면 헌책방에 들어설 때 낯설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뿌리서점 사장님의 말씀 속에 한국 현대사 격동의 물결이 남기고 간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거대한 물결 속에서 헌책방 하나만 믿고 치열하게 헤쳐나간 사장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여기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헌책방은 책의 역사가 잠들어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헌책방 주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를 목격했고, 혼자서 묵묵히 지키고 있는 정령입니다. 오늘도 헌책방 주인은 여전히 책의 곁을 떠나지 않고, 책을 만들고 진열합니다. 그리고 무한히 자신과 세계를 향해 책을 접었다가 다시 펴기를 반복합니다. -뤽 낭시는 이러한 서점상의 일을 삼중의 명령이라고 했습니다.[1] 헌책방 주인은 매일 수많은 책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세계 속에 가치가 있을 만한 책들을 건져내고, 새 주인을 만나기를 고대하면서 책장에 꽂아 소중히 보관합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곳은 독자들의 접촉 횟수가 아주 적습니다. 헌책방 주인의 손길을 많이 거친 책들은 새로운 주인, 즉 독자들이 자신을 활짝 펼쳐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책방의 책들 대부분은 출판연도가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저보다 먼저 태어난 책도 있고요, 제가 태어난 해에 나온 책도 있습니다. 그래도 출간된 지 20년 훌쩍 넘긴 책은 나이가 많은 노인과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헌책방은 양로원인 셈이죠. 책들은 여전히 소통에 가담하고 싶어 합니다. “, 안 늙었어. 아직은 팔팔하다네.”라고 말하는 노인의 고집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나이 든 책들보다 한참 늦게 태어난 젊은 독자들은 그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과 귀는 스마트폰으로 향해 있으니까요. 사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헌책방 밖에는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새로 나오는 책들의 등장에 나이 든 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집니다. 가끔 2010년대에 나온 젊은 책들이 간혹 헌책방에 머무를 때가 있습니다. 정말 그들은 먼지가 쌓이기 전에 잠깐 머무릅니다. 오래 머물러봤자 최소 일 년입니다. 젊은 책들은 나이 든 책들보다 새 주인을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헌책방을 예찬해봤자 헌책방을 갑자기 찾는 손님은 없을 겁니다. 헌책방은 직접 가봐야 합니다. 그러면 헌책방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헌책방 내부에는 먼지가 많고, 눅눅한 냄새가 코를 건드립니다. 게다가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습니다. 손님이 찾기에 아주 열악하고, 불편한 공간입니다. 요즘 거대하고, 아늑하고, 음악이 흐르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오프라인 중고서점의 등장으로 헌책방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졌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헌책방에 드나들면서 2, 30대 손님이 한 시간 이상 책을 고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 예외의 경험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젊은 남녀 커플이 헌책방에 와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한 권을 찾느라 3, 40분 머무른 적 있었습니다. 헌책방에 오래 머무르는 손님들의 평균 연령층은 5, 60대입니다. 그런데 이분들 대부분은 책을 사는 목적 때문에 헌책방을 찾는 것이 아니라 헌책방 주인과 친분이 있어서 찾습니다. 이분들은 몇 시간 동안 헌책방 주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곰팡내 나는 헌책방에 이런 분들이 많이 와야 사람 냄새가 나는 헌책방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이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불편하면 헌책방에 방문하기 어렵습니다. 그분들과 같이 나이 먹어가는 헌책방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헌책방 주인의 하루는 노쇠한 체력 하나만 믿고, 헌책방의 문이 닫히지 않기 위해서 버티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그리고 정말 몇 안 되는 단골손님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헌책방을 홀로 지킵니다.

 

-뤽 낭시는 책을 진지하면서도 덧없는 사유라고 했습니다.[2] 아주 멋지면서도 맞는 말입니다. 한편으로 헌책방의 생존기를 생각하면 그 말이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물론, 낭시는 그 말 다음에 우리가 끈질기게 공유하는 사유라고 덧붙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헌책방 안에서 이러한 사유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이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헌책방을 자주 찾는다고 해도 이 진지한 사유의 거래가 얼마나 오래 갈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 10, 제일서점의 예고 없는 폐점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사유의 거래를 했던 그동안의 세월이 덧없음을 느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20161018일 작성)

 

그래도 저는 대구의 모든 헌책방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서 끈질기게 공유하는 사유의 거래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헌책방에서 좋은 책을 찾고, 읽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1] -뤽 낭시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43

[2] 같은 책,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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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2-0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 재미있게 읽었어요
엄청 돈 버셨더군요ㅎ
좁은 공간에 복도까지 쌓여진 책을 보니
과연 손님이 있을까 싶은게 절로 삶의 무게가 느껴지던데 격세지감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이 누군가를 이렇게도 죽여왔구나 싶어요~

cyrus 2017-02-06 22:09   좋아요 1 | URL
세월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좋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상황이 아쉬워요.

해피북 2017-02-06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사도 잘 읽고 글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종종 헌책방 탐방기를 올려주셨던 덕분에 헌책방에 대한 남모를 동경도 생기고 ㅎ 물론 곰팡이냄새는 조금 맡더라도 하루쯤 발품 팔아가며 책들 사이를 누벼보고 싶은 충동도 들게합니다. 작년에 알라딘 중고샵 방문 횟수가 1회라서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는데 글을 읽고나니 막 달려가보고 싶네요 ㅋㅂㅋ

cyrus 2017-02-06 22:11   좋아요 1 | URL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헌책방에 한 번씩 방문해서 연재 형식으로 글을 써볼 생각도 한 적 있었어요. 1년 서재 활동 프로젝트인 거죠. 그런데 현실은.. ㅎㅎㅎ

대학생 때 이런 목적의 여행을 하지 못해서 후회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0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저에게 헌책방은 참고서팔러간 기억밖에 없어요.. 알라딘 중고서점은 헌책방으로 안쳐 주니까요 ㅋㅋ

cyrus 2017-02-06 22:13   좋아요 0 | URL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헌책방의 이미지가 참고서 구하거나 팔 수 있는 곳이죠. 저 어렸을 때 교과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가 직접 헌책방에 가서 똑같은 교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

아무 2017-02-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사는 곳엔 헌책방이 한 곳뿐인데, 책이 워낙 많아 둘러보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봐야 될 것 같네요 ㅎㅎ

cyrus 2017-02-07 16:48   좋아요 0 | URL
혼자서 책을 찾기 힘든 헌책방일수록 좋습니다. 그러면 오기가 생겨서 다음에 또 한 번 가고 싶어져요. ^^

stella.K 2017-02-0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 장사도 무시할 게 아니구나.
난 그거해서 밥은 먹나 싶었거든.
이름난 서점들이 중고샵을 하는 것도 이유는 있겠어.ㅋ

cyrus 2017-02-07 16:51   좋아요 0 | URL
헌책방 사장님이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가 아니라서 하루에 받는 수입이 얼마인지 여쭈어보지 못했어요. 가게 임대료 때문에 푹 쉬지 못하고, 가게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요.
 

 

 

 

 

 

 

 

 

 

이 현상, 저만 그런가요? 어제까지는 중고도서 표지가 보였는데, 오늘은 램프 마크만 보입니다. 일시적인 버그 현상이라고 믿습니다. ‘보관함’에 중고도서가 있는데, 표지가 보이지 않으니까 책 제목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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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7-02-0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근래 계속 알라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저도 얼마 전에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를 보관함에 넣으려고 했는데, 책이 검색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네이버를 경유해서 보관함에 넣었던.. 설 이후로 시스템 문제가 자꾸 생겨서 불만이 조금씩 쌓이네요ㅠ

cyrus 2017-02-05 15:09   좋아요 0 | URL
설 연휴 이후로 서버 개선 작업을 했는데도 여전히 버그가 뜨는군요. 이번에는 책 검색하면 저자 이름이 안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