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혐짤이라는 은어가 있다. ‘혐오을 합친 말인데, ‘짤림 방지의 준말이다. 인터넷 게시물이나 블로그 등에 첨부된 사진이나 그림을 뜻한다. ‘혐짤을 쉬운 말로 풀어쓰면 혐오스러운 사진이다. 이 글에서는 혐짤이라는 표현 대신에 혐오 사진이라고 사용하겠다.

 

혐오 사진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장난치는 누리꾼들이 많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상관없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대개는 음란한 사진을 올려 게시판 이용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또 혐오 사진을 올려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좀 오래된 일이긴 한데 7, 8년 전만 해도 알라딘 서재에 광고성 음란 게시물만 올리는 회원들이 있었다. 누리꾼들이 주로 공개하는 혐오 사진은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이다. 그 밖에 희소병에 걸려 신체가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환자, 대변이나 토사물을 찍은 것도 혐오 사진이다. 혐오 사진 게시물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온라인 공간의 테러라고 보면 된다. 혐오 사진을 볼 경우 정신적인 충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절한(?) 누리꾼은 게시물 제목 앞에 혐짤 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혐짤 주의가 적힌 게시물을 발견하면 못 본 척 지나치면 된다. 그런데 혐짤 주의가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하게 한다. 궁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마우스를 클릭하면…‥. 그다음 상황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혐오 사진이 나름 컬트적인 인기가 있다 보니 악명 높은 혐오 사진 또는 게시물을 따로 모아서 목록으로 만든 것도 있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2ch’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될 검색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있다. 이 목록에 나온 검색어를 구글(Google)에 검색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받는다.

 

 

 

 

 

2ch 유저들은 검색어의 위험성을 측정(객관적이지 않다)해서 숫자로 매겼는데, 위험도 7’은 제일 위험한 수준이다. 검색 한 번으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덤으로 악성 바이러스까지 얻는 상황이다.

 

미술의 세계에서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에 충격을 주는 괴상하고 무서운 그림들이 있다. 미술의 세계에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게 무슨 예술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한 그림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될 그림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제 공개할 그림들은 유명 전시관에 소장되어 있거나예술로 인정받은 것들이다글의 제목은 재미있으라고 만든 패러디(parody). 그렇지만, 깜짝 놀라게 하거나 불쾌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니 심장이 약한 분은 자신의 소중한 심장 꽉 부여잡고 보시길. 심장이 놀라 도망가면 책임 못 진다.

 

 

 

 

* 작가 미상 구상시회권(九相詩繪卷)위험도 : 2~6

 

구상(九相)인간의 시체가 부패되는 아홉 단계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불교 경전에 나오며, 중국의 시인 소동파(苏东坡)는 이를 주제로 한 구상시(九相詩)’를 남기기도 했다. 구상시회권은 구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의 일부를 어디서 볼 수 있느냐면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세종서적, 2005) 2217~218이다. 그림 전체를 보려면 구글에 九相詩繪卷을 검색해야 한다. 그런데 검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들개와 새가 부패가 심한 시체를 뜯어 먹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나오는데, 살이 뜯어져 나가고 사지가 절단된 시체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위험도 : 1, 2

 

 

 

 

 

 

 

 

 

 

 

 

오딜롱 르동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 중간에 서 있는 프랑스의 화가다. 르동은 꿈의 화가. 그가 첫 번째로 제작한 석판화집 제목이 <꿈속에서>였다. 그의 그림에는 현미경에 통해 볼 수 있는 생명체, 고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 목만 남은 사람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꿈속에 갇힌 존재가 되어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하는 꿈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서기원 씨는 르동의 웃음 짓는 거미를 오마주한 작품을 제작했다. 르동이 그린 거미는 어두컴컴한 곳에서만 사는 음흉한 괴물에 가깝다면, 서기원 씨가 그린 거미는 정말 해괴한 형태의 괴물이다. 화려한 색채에 얼굴을 과장되게 그렸기 때문에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위험도 5’. 어떤 그림인지 궁금한 분은 여기 링크로 보면 된다. 링크 주소를 클릭한 순간, 서기원 씨의 그림이 나오므로, 깜놀 주의.

 

 

※ 관련 링크 (깜놀 주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7601553

 

 

 

 

 

 

*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위험도 : 1, 2

 

 

 

 

 

 

 

 

 

 

 

 

앙소르의 그림에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는 가면해골이다. 그는 인간과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과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 가면과 해골이라는 어두운 도상을 이용했다. 비통한 남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 오토 딕스(Otto Dix) 위험도 : 2

 

 

 

 

 

 

 

 

 

 

 

 

오토 딕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하여 참전했다. 철없는 조국애에 도취한 군인 딕스는 빗발치는 포탄 소리를 듣고 전몽(戰夢)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비참함에 치를 떤다. 전쟁이 끝난 후 화가가 된 딕스는 삼면제단화 형태의 전쟁을 제작했다. 제단화의 가운데 그림에 총탄 구멍으로 너덜너덜해진 병사들의 시체가 참호 속에 널브러져 있다. 서경식 선생은 딕스의 전쟁그림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철저하게 깨뜨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독일인의 우수함을 내세우고 싶었던 나치 정부에 그의 그림은 희생 장병을 모독한 매국노의 퇴폐 그림으로 비난받았다. 2010년 서울대 미술관에 오토 딕스 전이 열린 적이 있다.

 

 

 

 

 

*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위험도 : 2, 3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고기가 어는 과정을 알고 싶어서 실험했다면, 동명의 화가는 고기를 이용해 고통받는 인간이 변형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으로 실험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제목에 습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화가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고통을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었던가. 베이컨의 그림 속에는 화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의 농도가 확연하게 보인다. 극도의 불안함은 역동적으로 온몸을 휘감아 원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의 그림은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미술에서는 모든 것이 잔인해 보입니다. 실재가 잔인하기 때문이죠.”(프랜시스 베이컨,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 H. R. 기거(Hans ‘Ruedi’ Giger) 위험도 : 2, 3

 

 

 

 

 

 

 

기거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기거가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에이리언(Alien)’을 창조한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대단하다면서 엄지를 올렸을 것이다. 반대로 기거의 이력을 알려주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보여주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그린 그림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기거가 괴팍한 성격이긴 하지만,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 기거는 한 인터뷰에서 만일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창조적인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미쳤거나라고 말했다. 미치지 않은 사람도, 창조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기거의 그림을 좋아할 수 있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들의 기괴한 분위기를 거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극단적 상상력이 동원된 어두운 본성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즈지스와프 벡신스키(Zdzisław Beksiński) 위험도 : 2~6

 

벡신스키의 그림은 기거의 그림보다 더 오싹하다. 벡신스키는 자신이 제작한 그림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고, 자신의 그림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 무용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냉소적인 태도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유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의 그림이 와전되어 전해졌고, 세 번 보면 죽는다는 저주의 그림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 그림에도 섬뜩한 벡신스키의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땅 한가운데에 거울이 달린 거대한 의자가 있다. 의자 위에 창백한 여성의 목이 놓여 있다. 여성의 목이 거울에서 스르르 나타난 것처럼 느껴진다. 벡신스키가 무슨 의도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없다. 도무지 봐도 알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 이게 바로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어두운 아우라(Aura). 벡신스키의 그림들은 위키아트(Wikiart)’벡신스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무서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보는 게 낫다.

 

 

위키아트 https://www.wikiart.org/en/zdislav-beksinski

공식 홈페이지 http://www.dmochowskigallery.net/

https://beks.pl/zdzislaw-beksinski-grafiki/

 

 

 

 

 

 

 

 

 

벡신스키의 그림은 책표지로 사용된 적이 있다. 동서문화사의 책 두 권의 표지로 사용된 어둡고 쓸쓸한 풍경화가 바로 벡신스키의 그림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그림을 제작한 벡신스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두 권의 책 모두 2003년에 나왔고, 벡신스키는 2005년에 사망했다. 과연 출판사는 화가에게 허락받고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을까? 저작권을 무시했던 출판사의 행적을 봐서는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0%. 이익에 눈멀어 저작권법을 무시하면서 책을 만들다간 언젠가 화를 입게 된다. 이 글과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지난달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동서문화사 대표가 불구속기소 되었다.

 

 

[, ‘대망개정판 무단발간한 동서문화사 대표 기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3875857

 

 

 

 

 

 

 

 

참고도서

 

 

1. 오딜롱 르동

 

 

 

 

 

 

 

 

 

 

 

 

 

 

 

 

*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상징주의 미술(열화당, 1987)

* 질 장티 상징주의와 아르누보(창해, 2002)

* 김형구 르동(서문당, 2004)

* 르동(재원, 2004)

 

 

 

 

2. 제임스 앙소르

 

 

 

 

 

 

 

 

 

 

 

 

 

 

 

 

* 울리케 베크스 말로르니 제임스 앙소르(마로니에북스, 2006)

*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 3(세미콜론, 2010)

 

 

 

 

3. 구상시회권, 오토 딕스

 

 

 

 

 

 

 

 

 

 

 

 

 

 

* 서경식 고뇌의 원근법(창비, 2002)

* 진중권 춤추는 죽음 2(돌베개, 2009)

 

 

 

 

4. 프랜시스 베이컨

 

 

 

 

 

 

 

 

 

 

 

 

 

 

 

 

 

 

 

 

 

 

 

 

 

 

* 크리스토프 도미노 프랜시스 베이컨(시공사, 1998)

* 루이지 피카치 프랜시스 베이컨(마로니에북스, 2006)

* 안나 마리아 빌란트 프랜시스 베이컨(예경, 2010)

* 데이비드 실베스터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디자인하우스, 2015)

 

 

 

 

 

5. H. R. 기거

 

 

 

 

 

 

 

 

 

 

 

 

 

 

* 기거(아트앤북스, 2003)

* H. R. 기거 HR 기거(마로니에북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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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09-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네요. 하긴, 인류의 진화과정이 돌연변이의 역사이지요. 이렇게 자판 두들기는 손가락도 앞 지느러미가 변형된 거고, 발가락은 뒷지느러미의 변형에 불과하니...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런지.. 돌연변이의 역사!

cyrus 2017-09-01 20:31   좋아요 0 | URL
르동이라는 화가가 괴물 묘사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의 하나가 진화론이었습니다. ^^

sprenown 2017-09-0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네요..하긴, 인류 진화의 역사가 돌연변이의 역사죠..앞으로 어떻게 진화할련지.. 희귀병도 많이 생기고, 별 희한한 일들도 많이 생기는 호모사피엔스의 삶이죠.

cyrus 2017-09-01 20:32   좋아요 0 | URL
인류가 진화할수록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

qualia 2017-09-02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 ‘혐짤’이란 용어 설명 부분하고 혐오 사진 구경에 대한 경고 부분까지만 읽었습니다. 중간 혐오 사진 부분은 재빨리 내려서 안 봤습니다. ㅎㅎㅎ 근데 맨 아래 부분 H. R. 기거 작품 사진은 살짝 봤습니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외계 우주선과 외계인을 H. R. 기거가 디자인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 외계 우주선과 그 조종사인 스페이스 쟈키(space jockey)의 괴기함(혐오감과는 다른 느낌이죠)과 공포유발감은 정말 영화 사상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계 우주선 안에서 알을 까고 나와 변태 과정을 거치는 에일리언 디자인도 역대 최고의 괴물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능가하는 건 아직까진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한 가수의 실황(라이브) 공연 무대도 H. R. 기거가 디자인한 것이 있어요. 그건 그러나 정말 웅장하면서도 어떤 경외감이 들게 하는 명작이었습니다. 전혀 혐오감 같은 건 들지 않는, 그 가수와 그 가수의 노래와 이미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뭐랄까 신의 자애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거대 인물상(혹은 신인상)이었죠. 그러나 저는 H. R. 기거의 전모에 대해선 거의 전혀 모릅니다. 서점에서 그의 작품집을 훑어보았던 적이 있는데요. 제 취향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후루룩 넘기면서 보고 말았더랬습니다. 아무튼 깊이 탐구할 만한 문제적 예술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공포스럽고 괴기스럽고 혐오스러운 작품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외계 우주선과 외계인은 일종의 순화된 공포와 괴기스러움으로서 얼마든지 영화적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사례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보면 볼수록 온갖 호기심과 상상력이 샘솟는 느낌입니다. 첨언하자면 《에일리언》 유형 이외의 다른 공포 영화는 거의 본 적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저 또한 트라우마에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하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cyrus 님의 경고를 받아들여 윗글 중간을 건너뛴 것이죠. ㅎㅎ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유형의 영화가 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영화 주제는 매우 철학적이고 의미심장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다시 보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보다 더 수위가 높은 공포물들은 아예 본 적도 없고 볼 생각도 없고 말이죠. 다른 분들은 공포 감각, 괴기 감각, 혐오 감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수용할 수 있는 그 수위나 임계점은 많이 다를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cyrus 님의 감각 수위는 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ㅎㅎㅎ ^^

[처음 댓글 올린 시각 : 2017-09-01 21:53]
[오타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9-02 00:55]

cyrus 2017-09-02 12:30   좋아요 0 | URL
qualia님은 기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기거의 그림을 보면 과거 낭만주의자들이 느꼈던 숭고, 경외감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기거의 디자인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

2017-09-01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02 12:32   좋아요 0 | URL
혐오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혐오 사진을 보면서 느꼈던 정신적 충격을 상대방도 느껴보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즉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 이런 심리인거죠.. ^^;;

AgalmA 2017-09-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딜롱 르동 그림은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그림도 많은데 혐오로 많이들 분류하는 게 오딜롱 르동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못마땅합니다ㅜ 그런데 이상하게 혐오쪽을 깊게 건드리면 종교적이기까지 하다는 게 참 아이러니!

cyrus 2017-09-02 20:35   좋아요 1 | URL
르동의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분석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르동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
 
제국과 낭만 - 19세기 화가는 무엇을 그렸을까?
정진국 지음 / 깊은나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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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22, 나폴레옹 1(Napoléon I)의 대관식이 열렸다. 여기에 당대 최고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가 동원됐다. 대관식 장면을 꼼꼼히 지켜보고, 하객들의 얼굴과 장신구도 일일이 확인한 끝에 1년이 넘어서야 그림을 완성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면을 이렇게 해서 우리도 볼 수 있게 됐다. 황제는 대관식이 끝난 후 다비드에게 최고의 화가라는 영예를 수여했고, 다비드는 그의 그림을 통해 나폴레옹을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영웅으로 만들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을 선전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특히 미술을 잘 이용했다. 당시 그림은 현실의 인물을 이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였다. ‘나폴레옹 영웅 만들기의 주역은 물론 다비드이다. 그러나 주연에 가까운 조연도 있었다. 그가 바로 궁내부대신 탈레랑(Talleyrand)이다. 탈레랑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격변기에 활약한 탁월한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다. 그는 코르시카(Corsica island)의 하급 장교인 나폴레옹을 왕좌에 앉히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다비드와 탈레랑. 이 두 사람은 한때 프랑스 혁명의 지지자였고, 나폴레옹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 그들은 권력의 곁에 착 달라붙을 줄 아는 처세의 달인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권력의 앞잡이가 된 미술이 좋은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제국과 낭만(깊은나무, 2017)을 참고해도 좋다. 미술작품은 지배자들의 정치적 권력을 그대로 반영한다. 권력의 장식품이 된 그림은 시각적인 정치 선전 도구이다. 이런 그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고,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권력을 미화한 그림을 보면서 그 속에 숨겨진 사실을 읽어낼 수 있다. 제국과 낭만은 화가들이 주목했던 18~19세기 유럽의 모순과 부조리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프랑스 혁명으로 촉발된 자유와 평등의 정신이 반혁명 분위기와 정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역으로 서서히 퍼져 나갔다. 시민들은 왕권의 몰락으로 점차 무너져 내리는 현재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상상 속의 미래 사이의 간격으로 인하여 불안하기도 하였으나, 그들 내부에는 새로운 문화의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구체제를 그리워하는 권력자들은 보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신성동맹을 준비했고, 시민들은 급속히 보수화되고 있었다. 혁명과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보수적인 소시민들은 전쟁의 고통을 잊기 위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선호했다. 문화사에서 이른바 비더마이어 시대(Biedermeier Zeit)가 열린 것이다.

 

한편 유럽인들은 바다 건너세계에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바다 건너에 있는 유럽의 식민지는 관광지로 전락했다. 식민지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문화를 향유하는 풍토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문화재들을 약탈했다. 프랑스인과 영국인 들은 각각 루브르 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을 인류문화의 보고라고 치켜세우지만, 과거 문화재 약탈행위를 합리화하는 변명일 뿐이다. 유럽 정부는 이집트, 인도, 아프리카 대륙 등 식민지 정벌에 나설 때마다 종군화가를 반드시 파견했다. 종군화가는 식민지를 정복하는 군인들의 용감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의 이국적 풍경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종군화가의 이국적인 그림은 유럽인들에게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비더마이어 시대,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급속한 팽창으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모든 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황금기를 구가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터지게 될 제1차 세계대전을 생각한다면, 유럽의 아름다운 시대는 부풀려진 풍요의 열정에 도취한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시대였다. 19세기의 풍요는 새로운 차원의 예술과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풍요로운 시대의 이면에는 개인을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검열이 행해졌다. 정복의 야욕을 부추기는 제국주의의 향수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무색무취의 전운(戰雲)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 제국주의의 풍요에 도취할수록 전쟁의 위험성은 자신과 별개 문제로 간주한다. 제국과 낭만에 나오는 비더마이어 시대의 그림들을 보면 배부른 자의 권태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시대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서 칙칙해진 세상을 좋게 보려고 애썼다. 시대를 미화한 그림 속에는 급변하는 정세 속에 상실감을 숨기려는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름다운 시대의 맨얼굴은 결국 공허의 시대였다.

 

 

 

 

 

Trivia

 

* 이 책에 수록된 도판 목록은 있으나 정작 제일 중요한 색인이 없다.

 

* 105쪽에 빈 회의(나폴레옹 실각 이후 유럽 질서 재편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회의)를 이끈 오스트리아 정치가를 메테르니히(Metternich) 왕자라고 적혀 있다. 메테르니히는 왕족 출신이 아니다. 저자는 왜 그를 왕자라고 불렀을까.

 

* 217: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프로스트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 “만찬 자리는 정책을 선전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문인들이 단골 초대손님이었고 페니실린으로 인류를 구한 파스퇴르 박사도 단골이었다.” (223)

페니실린을 발견한 사람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한 공로로 1945년에 노벨 생리 · 의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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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8-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 좋아요 후 감상입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제국주의 본질을 숨길 수가 있나요 그래.

cyrus 2017-08-19 17:21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레삭매냐님이 읽었던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제국과 낭만》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 즈느비에브 라캉브르 외 《밀레》 (창해, 2000)

* 노성두 외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 (아트북스, 2005)

* 김성진 엮음 《인물로 보는 서양미술사 : 바르비종 미술》 (서림당, 2016)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는 ‘농민 화가’로 알려질 정도로 농민 생활을 즐겨 그렸다. 『만종』『이삭줍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명작으로 꼽힌다. 밀레는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 바르비종(Barbizon)에 정착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농민의 삶과 노동의 신성함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아주 평화스럽고 신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밀레가 『이삭줍기』를 선보였을 때 극성스러운 비평가들은 확대 해석을 하면서까지 비난했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올랭피아』를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던 보수적인 평론가 폴 드 생 빅토르(Paul de Saint- Victor)는 그림 속 여인들을 ‘빈곤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어떤 비평가들은 그림 속에서 민중 폭동의 분위기를 감지했다면서 떠벌리기도 했다. 밀레와 비평가들의 악연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보수주의(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시대, 즉 왕정복고 체제를 지향하는 세력), 사회주의 진영의 비평가들은 『이삭줍기』 이전에 완성된 『씨 뿌리는 사람』을 놓고 저마다의 해석과 반응을 보였다. 보수주의자들은 농부를 ‘폭동을 일으키는 건달’의 모습이라고 해석했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밀레를 ‘진정한 사회주의자’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정작 밀레는 정치에 무관심했고, 그림에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넣지 않았다.

 

 

 

 

 

 

 

 

 

 

 

 

 

 

 

 

* 알프레드 상시에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곰, 2014)

 

 

 

밀레의 그림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비난하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알프레드 상시에(Alfred Sensier)는 밀레 전기(傳記) 집필 작업에 착수했다. 상시에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다. 그는 밀레뿐만 아니라 바르비종파에 속하는 화가들도 옹호했다. 상시에가 쓴 밀레 전기는 밀레의 삶과 예술 세계가 집약된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시에는 전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미술사가 폴 망츠(Paul Mantz)는 상시에가 남긴 초고와 각종 자료를 참고하여 전기를 완성했다.

 

상시에는 농촌을 주제로 한 밀레의 그림들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밀레가 바르비종에 정착하기 이전에 파리에서 그린 초기작들을 상시에는 ‘새로운 화풍’이라고 크게 칭찬했다. 밀레 전기 번역본인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곰, 2014)를 처음부터 10장까지 읽어보면(11장부터 폴 망츠가 집필했음) 밀레의 그림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상시에의 의견을 단 하나라도 찾아볼 수 없다. 상시에는 전기를 통해 밀레를 ‘명실상부한 농촌화가’로 알리려고 했다. 밀레 전기 번역본에 보면 상시에를 ‘미술사가, 미술평론가’라고 소개했는데, 사실 상시에는 전문적으로 미술 평론을 썼던 사람이 아니라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을 좋아하는 수집가다. 그의 원래 직업은 관료였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들을 가치를 알아볼 정도로 상시에가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시에는 ‘미술과 자본’의 밀접한 관계를 파악한 화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수집하는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밀레와 테오도르 루소(Théodore Rousseau) 전기를 썼다.

 

루소는 밀레와 친분을 맺은 바르비종파 화가이다. 그는 여러 번 살롱전(Salon de Paris)에 그림을 출품했으나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래서 동료 화가들은 그를 ‘낙선 대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상시에는 ‘뜰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뜨지 못하는’ 밀레와 루소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사람들은 밀레가 소박한 농촌 풍경을 좋아해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밀레는 고단하고 궁핍한 상황 속에서 그림을 그렸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생활했다. 밀레는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믿을 만한 친구에게만 표현했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보게, 제발 내 그림으로 돈 좀 융통해보게나. 값을 따지지 말고 팔아보게. 100프랑이든, 50프랑이든 정 안 되면 30프랑이라도 보내주게.”

 

(밀레가 상시에에게 보낸 편지 일부,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165쪽)

 

 

상시에는 밀레를 돕기 위해 파리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수집가들을 만나 그림을 팔았다. 밀레의 궁핍한 처지를 잘 알고 있던 상시에는 자본의 논리를 순순히 따랐다. 상시에의 노력은 끝내 빛을 보게 되었다. 밀레 사후에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기 시작했고, 소박한 농촌 풍경을 묘사한 밀레의 그림은 자본을 가진 자들이 선호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되었다.

 

상시에는 밀레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밀레는 없었다. 물론, 밀레를 도와주고 지지해준 상시에의 활약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점이 몇 가지 있다. 상시에의 전기는 밀레를 ‘농촌 화가’라는 인식에 갇히게 했다. 실제로 상시에는 밀레의 농촌 그림이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그림이라는 걸 알고, 밀레에게 농촌 그림을 그려 달라고 재촉했다. 밀레의 또 다른 작품들(특히 판화)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밀레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가’로 오해할 수 있다. 상시에는 밀레 전기 머리글에 ‘아무것도 지어내거나 꾸미지 않았다’고 썼다. 글쎄, 독자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밀레 전기를 다시 읽었을 때 예전에 썼던 리뷰도 봤다. 나는 2014년에 작성한 밀레 전기 번역본 리뷰에서 이 책을 ‘밀레의 그림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라고 썼다.

 

 

※ [파리의 미생, 밀레] (2014년 11월 30일)

http://blog.aladin.co.kr/haesung/7238764

 

 

최근 밀레 전기와 밀레의 예술 세계를 객관적으로 소개한 책들을 동시에 읽고 난 후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밀레 전기는 밀레의 그림을 홍보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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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스와 뭉크 - 남자와 여자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이 열렸다. 뭉크(Munch), 그의 이름을 몰라도 그가 그린 『절규』는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뭉크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의 운명 주변에 배회하는 것을 느꼈다. 뭉크의 어머니는 다섯 살 때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 역시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특히 여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병든 소녀』는 폐결핵으로 고생하는 여동생을 지켜봤던 이모의 기억을 되살려 그린 작품이다. 이런 그의 생애를 알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의 그림들이 왜 어둡고 쓸쓸한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뭉크는 불행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펠리시앙 롭스(Félicien Rops)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이름이다. 롭스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이자 판화가다. 롭스의 그림은 에로틱하고 음습하다. 롭스는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 여성을 악녀로 설정하여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다. 세기말 예술가들은 퇴폐적인 미적 이상에 집착했다. 이 주제에 맞춰 등장한 것이 팜므 파탈이었다. 팜므 파탈은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한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남성의 반발이자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시집 《악의 꽃》을 발표하여 물의를 일으킨 샤를 보들레르가 팜므 파탈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와 교류한 롭스는 관능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끌어당기는 여성을 다양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는 악마와의 섹스에 빠져 몸을 떨면서 황홀경을 느끼는 여성이나 음탕하기로 악명 높은 목신 상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 등을 그렸다. 그의 그림들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불경스러운 그림으로 남았을 것이다.

 

 

 

 

 

뭉크와 롭스. 이 두 사람은 여성을 관능적인 팜므 파탈로 묘사했다. 『여자에 세 시기 : 스핑크스』는 뭉크의 여성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스핑크스(Sphinx)는 남자를 고통에 빠뜨린 신화 속 악녀의 대명사다. 뭉크는 자신의 실패한 연애 경험을 극복하지 못했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뭉크가 그린 여성도 얼굴은 창백하고 추하고 무섭다. 그렇지만 여성을 악녀로 그리는 두 사람의 의도는 다르다. 롭스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조롱하기 위해서 노골적으로 악녀를 묘사했다면, 뭉크는 살아남은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을 드러내기 위해 여성을 변형되고 왜곡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책은 이 전시회 도록이 유일하다. 십 년 전에 나온 이 도록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있다.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은 뭉크와 롭스가 제작한 판화 작품들 위주로 전시되었다. 뭉크는 생전에 판화 연작을 많이 남겼다. 그는 채색화로 표현됐던 주제와 이미지를 이용해 복제본 형식의 판화를 제작했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은 다소 음울하면서도 난해하다. 게다가 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두 남성 화가의 편견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편견에 갇혀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에는 세기말을 지배했던 문화와 시대적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작품은 세기말의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롭스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대담하게 응시했다면, 뭉크는 생의 한가운데 서성거리면서 죽음을 응시했다. 뭉크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병이었고, 도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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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1 17:17   좋아요 0 | URL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얼굴에서만 나올 수 있는 표정을 잘 묘사한 걸작입니다. ^^

비연 2017-08-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도에 롭스와 뭉크 전시 갔었더랬어요!

cyrus 2017-08-11 17:18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이런 전시회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겁니다. ^^

표맥(漂麥) 2017-08-1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림이 흥미롭습니다. 이미지 사진을 더 올리고 싶어도 선정성이 높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

2017-08-11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날씨가 선선해서 에어컨 켜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며칠 지나면 다시 더워지겠죠. 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시드니 패짓의 삽화가 수록된 번역본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황금가지, 2002년)

* 《배스커빌의 개》 (시간과공간사, 2002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문예춘추사, 2012년)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 (현대문학, 2013년)

* 《배스커빌 가의 개》 (더클래식, 2014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코너스톤, 2016년)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의 스태플턴은 폭력과 고문에 탐닉하는 사디스트일 가능성이 있다.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쾌감을 얻는 변태성욕, 즉 성도착증의 하나다.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태플턴은 그림펜 늪지대를 돌아다니며 곤충을 채집하는 아마추어 박물학자다. 그는 누이동생 베릴 스태플턴과 함께 산다. 스태플턴은 오래전부터 찰스 바스커빌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찰스가 세상을 떠난 후 가문의 상속자로 확정된 헨리 바스커빌 경이 다트무어의 저택으로 오게 되면서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스태플턴은 여동생을 좋아하는 헨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헨리는 베릴을 직접 만나 구애를 시도하지만, 스태플턴에게 걸리고 만다. 스태플턴은 노발대발하면서 헨리에게 욕설한다. 그는 여동생을 끔찍이 아낀다. 헨리와 베릴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그가 여동생을 과잉보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베릴은 박물학자의 여동생이 아니라 아내다. 스태플턴은 로저 바스커빌의 아들이다. 스태플턴은 찰스 바스커빌이 소유한 막대한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지옥 개의 저주’를 이용하여 찰스 바스커빌과 헨리 바스커빌을 죽이는 음모를 꾸몄다. 그의 음모는 홈즈에 의해 밝혀졌고, 스태플턴은 집에 베릴을 결박하고, 도피한다.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홈즈 연구가들은 결박당한 베릴의 상태를 주목했다. 홈즈 일행이 베릴을 구출했을 때 그녀의 목에 벌겋게 부어오른 채찍 자국을 발견했다. 딘 W. 베켄시트이 묘사를 근거로 아내에 대한 스태플턴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베켄시트는 스태플턴이 아내가 헨리 경에게 빼앗길 거로 생각했으며 아내의 외모를 망가뜨리기 위해 아내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문학 주석판 283쪽, 주석 205번 참조) 스태플턴은 아내에 대한 소유욕이 엄청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의처증이 심해졌을 테고,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인 헨리 경이 아내에게 치근덕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스태플턴이 아내를 결박하여 채찍질을 가한 행동에서 사디즘 증상으로 볼 수 있다.

 

 

 

 

 

 

 

 

 

 

 

 

 

 

 

 

 

*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시공사, 1999년)

* 진중권 《성의 미학》 (세종서적, 2005년)

 

 

 

결박, 즉 본디지(Bondage)는 밧줄이나 사슬로 ‘묶여 있는 대상(남성, 여성)’에게 성적 만족을 얻는 가학적 행위다. 특히 ‘결박당한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본디지 모티브는 남성 화가와 남성 관객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인기 주제였다.

 

 

 

 

 

남성 화가가 묘사한 결박당한 여성은 수동적이다. 탈출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릴 뿐이다. 남성은 결박당한 여성을 구출하는 정의의 사도가 설정된다. 앵그르『안젤리카를 구출하는 로저』는 당시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앵그르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저가 괴물을 물리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이 그림을 보는 남성 관객들은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출하는 로저의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그 감정이 바로 ‘남자다움’과 ‘용기’다. 여성을 구출하는 남성 이미지에 익숙해진 남성 관객은 자신이 여성을 보호하는 수호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출하고, 보호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녀를 ‘소유’하는 것이다. 즉 여성은 남성이 차지하는 전리품이 된다. 괴물의 입을 관통한 로저의 창은 여성을 보호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육체적 보상, 성적 결합을 암시한다.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는 앵그르의 그림에서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읽었고, 진중권은 그림 자체를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첫 경험’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봤다.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은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렸고, 결박당한 베릴의 모습이 인기가 있었는지 1949년에 나온 문고판 표지로 나오기도 했다. 베릴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은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나오는 표정과 유사하다. 스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배스커빌의 개》 표지는 1949년 문고본 표지만큼 에로틱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릴이 묶여 있는 자세, 늑대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흰 원피스에 묻은 혈흔은 성적 의미를 암시하는 어트리뷰트(속성, attribute)로 볼 수 있다. 목을 젖히는 베릴의 모습을 앵그르의 그림 속 안젤리카와 비교해 볼 것. 베릴은 황홀감에 빠져 있다. 늑대는 그녀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스태플턴을 암시한다. 베릴은 스태플턴과 결혼한 사이이기 때문에 그녀를 ‘첫 경험을 한 여성’이라고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원작에 없는 혈흔을 그렸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동서문화사는 간혹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표지 디자인을 만들거나 선택한다. 다카기 아키미쓰《문신 살인사건》(동서문화사, 2005)의 표지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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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33   좋아요 1 | URL
저 책 말고도 19금 딱지가 붙을만한 표지가 있는 동서문화사 책이 더 있습니다. ^^;;

2017-08-10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42   좋아요 0 | URL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을 때 난감했다고 합니다. 표지 때문에.. ㅎㅎㅎ 이 책을 검색하면 작품 내용보다는 표지에 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 독자 서평들을 읽어봤는데 표지 디자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t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표지 디자인의 의미를 알겠습니다. ^^

AgalmA 2017-08-11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어라서 효과가 더 극대화되는군요. 컨셉으로 아예 밀고 나가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하여간 동서문화사에 이런 면도 있었다니ㅎㄷㄷ

cyrus 2017-08-11 17:21   좋아요 0 | URL
의도적으로 고른 것인지 야한 느낌이 나는 표지 디자인의 책이 있어요.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 나이트>, <겐지 이야기> 2권을 확인해보세요. ^^

표맥(漂麥) 2017-08-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황당한, 일본스런 표지군요...^^

cyrus 2017-08-12 17:37   좋아요 0 | URL
일본 원서에 있는 표지일 수도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기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