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 - 동양문학 7
이인직 지음, 권영민 교열해제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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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소설, 최초의 근대 소설이라기에 한번 읽어봤습니다. 70여쪽 남짓한 분량인데, 책장을 덮으니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롭다' 는 경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새롭지 않은' 소설을 좀 더 읽어두었어야 했는데요.

- 결국, 교열을 맡은 권영민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형식적인 면과 내용적인 면 모두에서 차별이 되더군요. 우선, 형식적인 면을 보자면, 말하는 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인데요, 대화체나 '~하더라' 라는 방식의 서술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형식은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주인공의 주체적 태도로 표현됩니다.

- 신소설의 새로움이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설명입니다.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자 했던 일본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죠. 일본의 생산양식과 문화에 대한 강조는 곧 조선의 그것에 대한 비하였습니다. 따라서, 신소설 주인공들의 주체적 태도란, 기존 조선사회의 가치들을 부정하는 것으로 표현되구요. 아예 노골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 참고로 저자 이인직은 적지 않은 나이에 일본에서 유학하고, 조선에 돌아와 송병준 이용구의 도움으로 신문사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이 신문사들의 논조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인데, <혈의 누> 역시 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입니다. 친일의 이데올로기 내지 계몽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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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과의 대화
김경환 지음 / 일빛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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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이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인 권영길씨가 주인공입니다. 월간 <말>의 김경환 기자가 권씨의 얘기를 빌어, 때로는 동행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그의 일대기입니다.

- 그가 서울신문의 기자 출신이자 프랑스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모종의 비밀결사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프랑스 행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그는 기자의 신분으로 74년 동아투위를 지켜보면서도, '대중운동 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는군요.

- 민주노동당의 세력화를 통해 마치 평균을 내듯 정치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나,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자 만의 계급정당 대신 대중정당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의 정치적 지향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는 "변혁운동의 논리를 곧이곧대로 노동운동에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어지죠. 마치 변혁운동을 지지 혹은 포용하는 듯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권씨의 주장은 반대로 변혁운동을 구부리는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변혁운동은 노동대중 앞에서 숨기거나 변형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문에 따르자면, 변혁운동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 그는 어두운 전망의 세계 자본주의와 소위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인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강령이, 그가 말하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탐색'의 결과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변혁운동을 포용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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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 [초특가판]
올리버 스톤 감독, 앤소니 홉킨스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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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주워듣길, 책을 읽으면 (작위적이라 한들)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머리 속에 한폭의 그림이 나타나야 하거늘,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모양입니다. 일년에 고작 서너편 볼 뿐인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줄곧 읽어온 역사책에서 얻지 못한 그것을 대체하기 위함입니다.

- 주인공은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하원의원과 두 차례의 부통령을 역임했고, 한번의 대통령 선거와 주지사 선거에서 떨어져 정계 은퇴. 케네디 암살 이후 정계에 복귀한 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공산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캄보디아에 엄청난 폭탄세례를 퍼부었으며, 중국 마오쩌둥과의 정상회담을 위시해 '닉슨독트린'을 선포했습니다. 재선 이후에는 야당(민주당)의 선거사무소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혐의를 받은채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가, 결국 스스로 사임하고 말았죠.

- 영화는 그의 재임기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지만, 닉슨 개인에게도 충분히 할애되어 있습니다. 낙선한 대통령 선거 이래로 케네디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국회와 여론으로부터 궁지에 몰리며 드러나는 그의 심리가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닉슨> 외에도 여러 편의 역사영화(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감독했더군요. 엘살바도르 내전을 다룬 <살바도르>, 베트남전을 다룬 <플래툰>, 록 그룹 '도어즈'의 짐 모리슨을 다룬 <도어즈>, 케네디의 암살을 다룬 〈JFK〉, 미국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다룬 <맥마틴 소송 사건>,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을 다룬 <에비타>, 그 외에도 <레이건 저격 사건>, <알렉산더>,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모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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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비타도 올리버 스톤 감독 작품이군요. 오옷!JFK는 제목이 빠졌어요.

sb 2006-10-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알란 파커와 공동으로 감독했더군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사마천 2006-10-2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 표현은 잘 못된것 아닌가요? 전쟁은 후임 포드때 종식되고 닉슨은 확대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sb 2006-10-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슨 사임 전에 강화회의가 열리지 않았나요?
 
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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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의 여성작가, 그라시엘라 몬테스의 동화입니다. 젖이 열개 밖에 없는 어미에게서 열한번째 막내로 태어난 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개의 삶을 굳이 '인생역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좁은 의미에서는 '사람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며, 넓은 의미에서는 '카시페로의 시각에서' 씌여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생각을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묘사하는 '의인화'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개라면 되도록 빨리 일자리를 얻는게 좋다."라는 넋두리로 시작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이란, 애완견, 서커스단원, 장난감 모델, 실험대상, 때로는 방랑자로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카시페로의 이름을 제 멋대로 바꾸고 불편하기 그지 없는 귀싸개며 인조꼬리를 달아주는 애완견 분양자, 관객들의 만족을 위해서 단원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서커스 단장, 그럴싸한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억지 행동을 강제하는 장난감 제조업자, 영원한 아름다움을 절대 가치로 삼는 연구원들이야 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대화 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대화에 열중하는 어른들,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자본가들, 삶의 기쁨과 가치를 '젊음'이라는 외양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죠. 심지어 "드럼통은 꼭대기까지 맛있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라는 카시페로의 재치있는 표현 역시도, 음식쓰레기를 버렸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감추고 있습니다.

- 우리의 카시페로가 (안정이 아닌) 안식을 찾게 되는 이는 바로, 머리없는 인간입니다. 카시페로에게 '토토'나 '로드', '트룩스'와 같은 이름이 아닌 '귀돌이 신사, 배고픈 카시페로 공작'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는, 하필이면 겉옷을 머리께 까지 잔뜩 올려입은, '머리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열이면 아홉이 해로운 생각을 할 뿐인 인간들에게, 카시페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 힘껏 되는대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카로(picaro, 악한)로서의 그것을 가르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 아이를 갖는 순간, 중년의 나이에 이르는 순간, 너무 많은 순간이 내 인생을 조여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기로, 아이 만은 절대 갖지 않기로, 중년의 나이에 이르기 전에 꿈을 찾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카시페로가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 또한 '뒤집어진 집착'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죠. 배우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면, 작아보이는 아이의 세계를 존중할 수 있다면, 죽음 역시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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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 - 할인행사
바즈 루어만 감독, 니콜 키드만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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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즈 루어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입니다. 그는 일전에 <댄싱 히어로>와 <로미오와 줄리엣>(1996)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외국 음악 일부(가사)를 번역된 한국어로 들어야 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죠. 더군다나, 음악이 중심에 놓인 뮤지컬 영화인 바에야. 언어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는, 외국어 공부의 오래된 조언을 새삼스럽게 되내여 봅니다.

- 영화의 배경이 되는 클럽 '물랑루즈'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현존한다고 하는군요. 영화에서처럼 대형 뮤지컬 극장으로 개조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입니다. 뒤이어 읽은 몇몇 네티즌들의 후기에서 의상이 많은 주목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지만, 제 짧은 시선이 거기까지 미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줄거리를 쫓아가기에도 무척 벅찼지요.

- 한편의 연극을 하기 위해 돈 많은 백작의 투자를 끌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연극의 줄거리를 묻는 백작에게 즉석에서 내용을 꾸며내고, 새틴을 사이에 둔 극작가 크리스티앙과 백작 사이의 갈등은, '극의 결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격화됩니다. '진실'과 '사랑'을 믿는 보헤미안 혁명가(?) 크리스티앙의 친구들과 사랑을 쫓을 뿐인 크리스티앙은, 결국 원작대로 극을 결말짓고 맙니다.

- 짧게 덧붙인다면, 제게 있어서 돈도 사랑도 절대적인 가치는 아닙니다. '황홀하게 결혼하여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야 말로, '당장 배가 고픈데, 사랑이 무슨 필요 있어.'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머물러 있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설령 그렇게 못한다 하더라도, 오늘의 배부른 사랑 보다는 적당한 인간관계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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