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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평점 :
인류의 등장으로부터 현재까지의 기나긴 여정 동안에 벌어진 수많은 일들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는
책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은 두 가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먼저 성장의
수수께끼로, 인류는 19세기 이전까지 정체된 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가 19세기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그 변화의 원인을 탐구한다. 다음으론 급격한 성장 가운데서도 지역별로 거대한 불평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불평등의 수수께끼를 인류의 제도, 문화, 지리, 사회 측면의 요인을 두루 고려해
살펴본다.
성장의 수수께끼와 관련해선, 다른 책들과 비슷하게 인류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검토하는데 역시나
인류를 다른 종과 구별하게 해준 핵심 동력은 뇌의 진화와 손이었다. 농업혁명 등으로 기술 변혁이
인구 증가를 야기하지만 늘어난 인구는 다시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인류의
생활수준이 대체로 정체되었다고 얘기하는데 '빈곤의 덫'에 빠졌다며 이렇게 최근의 생활수준의 약진을
이루기 전의 인류사 전체를 '멜서스 연대'라고 한다. 이러한 '빈곤의 덫'에서 탈출시킨 원동력은 산업
혁명으로, 기술혁신의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졌고, 대중교육이 도입됐으며, 아동노동이 사라지면서
여성과 가족, 출산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투자를 늘리면서 출산율이 줄고,
성별 임금 격차의 축소는 자녀 양육 기회비용 증대로 소가족이 가족의 기본 형태가 되면서 인구 증가로
인한 상쇄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술 향상이 불러온 번영이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인 개선이 되었다.
이렇게 인류가 '빈곤의 덫'에선 벗어난 것 같지만 '불평등의 늪'에선 헤어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나라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되는데 이 책에선 중요한 사례로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비교한다. 너무 많이 본 한반도의 야간 사진을 등장시키며 기본적인 조건이 동일함에도
체제(제도)의 차이가 현재의 삶의 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성장의 문화'도 한몫
하는데 여기에 지리적 조건과 인적 다양성까지 현재의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언급한다. 흥미로운 건 인류의 기원인 아프리카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신체적, 문화적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점이었다. 물론 불평등의 뿌리의 표층에는 세계화와 식민지화가 낳은
비대칭적 효과가 있음을 간과하진 않지만 이는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한 것일 뿐이고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불균등한 발전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