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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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헤어지는 건 대체로 힘든 일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어느 정도 준비된 헤어짐은 그나마 괜찮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헤어진다면 어떨까. 사고가 생겨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만나지 못하게 된다. 엄청난 후회와 아쉬움과 전하지 못할 말들이 가슴에 쌓여 응어리가 되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전달할 대상자가 없다. 어떤 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자기 고백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 버린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간절하게 바라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 못한 말은 평생 응어리 진채로 가슴에 남아 맴돌게 된다. 그나마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글로 쓰는 것도 있다. 비록 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겠지만 나라도 뱉어내면서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라고 본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잘 벌어지지는 않는다. 보통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가 헤어질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정한다. 질병에 걸려도 어느 정도는 서로가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헤어진다. 거의 유일하게 사고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느 누구도 평정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 사고를 알게 되는 즉시 할 말을 잃고 앞이 깜깜해진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사고가 나도 그럴진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평생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슴 한 가운데 또아리를 틀고 나를 안 놔줄지도 모른다. 나를 안 놔주는 건 바로 나라고 해야겠지만. 바로 그렇게 가슴에 누군가를 묻고 살아가게 된 사람의 이야기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다.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단순히 뉴스로 보지만 각자 삶이 분명히 있다. 당사자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사연이 있다. 사소한 것은 절대로 없다. 전부 엄청난 사연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그곳에는 있다.




기차가 탈선을 하면서 타고 있던 사람도 함께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히 사고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끈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심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어느 정도 기억이 희미해질 수는 있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감정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당 장소나 해당 날짜가 된다면 기억은 되살아나고 감정은 부풀어올라 나를 지배한다.


책에는 총 4명의 사연이 나온다. 뭐랄까. 일본 특유의 내향적인 면이라고할까. 책에 나온 주인공은 전부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지 못한 사람들이다. 조용히 자기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못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차마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는 그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상대방을 오해하거나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다.


우리는 누구나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인생을 산다. 그걸 알고 있어도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온다고 달라질 것은 그다지 없다. 내가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이야기를 한다는 걸 꺼려하고 익숙해지면서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다. 그렇게 살다 상대방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고가 난 기차를 다시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신에 조건이 있다. 기차에 탈 수 있는데 절대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억지로 사고났던 사람과 함께 내려도 안 된다. 사고가 났던 장소 전 역에서 내리지 않으면 나도 죽는다. 이런 조건을 알고 기차를 탄다. 기차를 탄 사람은 사랑했던 사람이다. 연인, 부모, 짝사랑, 배우자. 이들에게 미처 내 진심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헤어졌다. 이대로 살아간다는 건 내 삶도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 마음만이라도 전달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기차를 탄다.


네 가지 사연 중 세 번째 사연이 있다. 평생을 짝사랑하던 누나가 있었다. 반에서 왕따였고 집에서도 엄마가 나가서 새롭게 결혼하고 아빠는 바빠서 늘 늦게 온다. 아주 우연히 한 누나를 알게 된다. 비가 오는 날 자신을 봐주던 누나.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봐주던 누나. 늘 주변을 맴돌았지만 고백할 수 없었다. 타이밍도 놓쳤고, 고백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포기했는데 몇 년 후에 다시 학교를 가던 기차에서 만나게 되었다. 오래도록 또다시 지켜보면서 고백하려 했다.


결국에는 고백도 하지 못했는데 기차사고가 났다. 사실 해당 기차에는 둘 다 타고 있었지만 운 좋게 나는 다른 차량에 있어 살아남았다. 고백을 하려던 바로 그 날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렇게 유령 열차에 타 누나에게 드디어 고백하려고 하던 그 순간에 진실을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책에는 나와서 감수성이 아주 풍부한 사람은 계속 울면서 읽을수도 있을 듯하다. 정말로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더이상 늦지 않고 고백하는 게 좋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듯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들 왜 그리 말을 못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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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인분만 할게요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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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계속 착각했다. 책 제목이 <딱 1인분만 할게요>의 저자가 책 날개에 보면 공무원이라고 써 있다. 작가 직업이 9급 공무원이라고 써 있는데 책 내용도 공무원 이야기다. 이러다보니 해당 내용이 본인의 실화인지 아닌지 여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더구나 작가 이름이 이서기인데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 이름도 이서기다. 이서기인데 노운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본인의 모든 걸 전부 다 공개한 게 아닐까 했다. 분명히 소설이니 전부 진짜는 아닐 듯했지만.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계속해서 어디까지 본인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MZ세대라는 표현이 들어갔는데 진짜 MZ세대는 자신이 왜 MZ세대라고 불리는 지 모른다고 한다. 관심도 없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짜 MZ세대는 20대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20대 중반 이하를 말하는 게 아닐까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인공이 20대라고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주인공은 30대 중반이었다. 여기에 결혼을 한 상태지만 중요한 건 부속품으로 살아간다는 뜻 아닐까했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공무원이 배경이지만 일반 회사로 해도 차이는 없을 듯하다.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에 대해서는 무조건 찬성한다. 분명히 정해져 있는 시간인데도 그걸 지키지 않는 곳이 회사뿐만은 아닌 듯했다. 공무원도 그랬나 보다. 나도 회사를 다닐 때에는 과감히 그랬다. 초반부터 그렇게 행동했더니 나중에 뭐라 하긴 했지만. 책 목차 중 첫번째가 조직 부적응자인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듯하다. 늘 정시 퇴근을 하니 부장이 불렀던 걸 보면 말이다.

자신의 일을 똑부러지게 하진 못한다. 여기에 스스로도 부족한 점을 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분명히 노력을 하긴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렇기에 조직 부적응자라고 표현한 듯하다. 사회라는 곳은 냉정하다면 냉정한 곳이다.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가 있다. 신입일 때는 그렇지만 그 이후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본인이 하지 못한만큼 조직 구성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결과라서 아주 싫어하고 배타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책의 주인공은 시간이 갈수록 그런 대접을 받는다. 나름 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은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복된다. 점점 주인공을 다소 꺼려하고 부담스러워한다.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를 한다.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한다. 이 정도면 내가 없는 자라에서는 뒷담화를 반드시 한다는 강박증이 생기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주인공은 오히려 더욱 움추려들고 함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금방 누군가에게 뒷담화 꺼리가 될테니 말이다.

원래는 글쓰는 삶을 원했다. 삼수도 하고, 공무원 시험도 세번을 떨어진 후 합격했다. 이게 와전되어 무려 6번이나 시험 친 후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문이 돈다. 이 부분에 대해 부정을 해도 이미 사람들의 인식에는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험은 잘 봤다는 소리를 하지만 그렇기에 공무원 일을 제대로 못하는 일머리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시험과 일 잘하는 것은 별개라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조직 부적응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되었다.

주인공은 적응을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조직이라는 시스템에 잘하는 사람이 있고, 노력해도 힘든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일을 할 때는 놀랍도록 잘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굳이 말하면 조직 생활은 잘하지 못했다. 그나마 하는 일이 조직이 함께 해야 하는 업무는 아니라 영향이 적었을 뿐이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었다면 나도 금방 따돌림 당했을 듯도 하다. 그렇게 볼 때 이서기도 조직에 맞지 않을 뿐 일머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난 본다.

그렇게 볼 때 여기서 주인공이 힘들어 하는 건 젊거나 MZ세대라서 그런건 아니라고 본다. 세대 구분을 해서 지금 세대는 이러하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20대나 30대는 그러했다. 똑같이 40대나 50대도 그러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어느 정도 해야 할 것들이 달라진 건 있겠지만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언제나 조식에서 적응하고 잘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책의 주인공처럼 다소 내향적이면서 예술적 본능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혼자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조직에 적응을 하든지, 정말로 때려치던지 말이다. 퇴사가 잘 못된 건 아닌데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볼 때 아쉽다.  의외로 이렇게 힘들어 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경우도 꽤 있다. 사람마다 어떤 일을 적응하는데 시차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좀 더 시간이 지나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노련해질 수 있다. 아마도 소설에 나온 선배와 상사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처음은 있고, 감추고 싶은 과거는 있을테니. 그렇다고 부서 전체가 한 명을 그렇게 다뤄야 했을까.

좀 분개를 하면서 읽기는 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만 두었을 듯하다. 돈을 생각한다면 버텨야 하겠지만 그게 꼭 정답은 아닌 시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위해 과감히 퇴사를 하는 것도 젊음의 특권이자 상징이 아닐까한다. 책에서는 MZ세대의 생생하게 근무하면서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게 꼭 세대를 대변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마도 같은 세대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그 세대가 아닌 사람에게는 이해를 주고. MZ 세대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 잘못은 아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공감하고 이해하려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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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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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책이다. 헤밍웨이는 널리 알려진 책을 많이 쓴 작가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노인과 바다>등은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아도 제목을 알 정도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무명일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헤밍웨이가 아직까지 소설가로 명성을 얻기 전 이야기다. 헤밍웨이 자신이 직접 쓴 에세이다. 파리에서 머물며 집필하던 때에 벌어진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작품을 선 보이지 못할 때라 경제적으로도 다소 궁핍했다. 다양한 곳에 기고를 해서 받은 원고료로 먹고 살 때다. 신문사 특파원으로 있었기에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먹고 살았다. 아직까지 장편을 써 본 적이 없어 주로 단편 위주로 집필하던 때라는 걸 읽으면 알 수 있게 해준다. 파리는 어딘지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기본적으로 프랑스어가 갖는 나근나근함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한다. 정작 프랑스어는 많이 쓰지 않는데 말이다.


파리는 워낙 문화와 관련된 것들도 많다.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을 내가 이용하고 활용해서 감상하는 등의 행동을 해야만 의미가 있다. 헤밍웨이도 분명히 그런 문화활동을 한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헤밍웨이 주변 인물과 자신의 집필 활동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알려준다. 그 중에서도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건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한 에피소드다. 책에서 둘이 함께 한 경험이 분량상 꽤 많이 차지할 정도인데 이미 스콧은 유명한 때였다.


아직까지 헤밍웨이는 본인이 쓴 작품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은 주변에서 인정한 듯하다. 스콧은 이미 쓴 소설인 <위대한 게츠비>가 유명해져서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때였다. 아마도 그런 점 때문에 어느 정도는 헤밍웨이가 자격지심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나오는 스콧은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안고 다소 이상하게 그려진다. 특히나 스콧의 부인은 더욱 그렇게 그려진다. 언제나 술을 즐기는 부인이고 스콧의 집필을 방해한다.


스콧이 집필하는 것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는 게 아닌가한다는 게 헤밍웨이의 판단처럼 보였다. 스콧이 집필만 하려하면 못되게 굴면서 방해한다. 스콧도 역시나 다소 이상한 성격을 갖고 있다. 둘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헤밍웨이 먼저 기차를 타고 떠난다. 뒤늦게 온 스콧은 그다지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여행에서도 몸이 안 좋아 해열제 등을 찾아야 하는데 헤밍웨이에게 가져오라고 한다. 프런트에 말했느냐는 이야기도 계속 묻고 말이다.



더구나 더 신기했던 것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서양 사람과 차이가 아닐까 한다. 스콧이 어느 날 헤밍웨이에게 묻는다.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불만을 부인이 갖고 있다고. 부인이 자신의 물건이 작다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카페에서 둘이 한다는 점도 신기했다. 더 신기했던 건 그 다음 장면이었다. 둘은 함께 화장실에 갔다 온다. 그 후에 헤밍웨이가 스콧에게 너는 정상이라고 말한다. 둘이 함께 화장실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하고 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부인이 스콧에게 기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알려준다. 여전히 스콧이 아니라고 우긴다. 헤밍웨이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면서. 그러자 헤밍웨이는 파리에 있는 조각상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조각상에 묘사한 것과 크기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아니라고 하자 둘이 함께 파리에 있는 유명 조각상을 직접 가서 확인한다. 이 에피소드는 다소 신기하고 한국 정서로는 거의 없는 일이라서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책 전반에 걸쳐 헤밍웨이 부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나온다. 둘이 함께 자주 여행도 다니고 돈이 없는 상태에서도 아껴 다닌다. 어디를 갈 지 함께 의논도 한다. 그랬는데 책 후반부에는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묘사가 또 나온다. 내가 읽은 책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 자신의 직접 다 겪은 경험을 한 내용인데 그런 것도 쓴다는 점이 놀라웠다. 역시나 작가란 무조건 자신의 이야기에서 모든 걸 출발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소재가 없으면 영혼을 끌어서라도 해야하는 숙명같다.


분명히 미국인인데도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미국인이 파리로 넘어와서 집필활동을 한 듯했다. 워낙 파리가 문화의 중심지라서 당시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가들도 파리 등에서 활동할 때이긴 했다. 집필을 할 때는 대체적으로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 책을 읽어보면 각자 자신의 카페가 있어 그곳으로 다른 작가는 서로 노터치였던 듯하다. 어떤 작가가 모 카페에서 집필한다면 그곳을 가지 않는게 에티겟말이다. 그래야 집필하는데 있어 방해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책에서 나온 헤밍웨이는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써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건 담담하게 자신이 해야 할 걸 했다는 점이다. 매일 하루 중 집필하는 시간에는 무조건 집중하고 나름 할당된 양을 채워야만 그 다음 일을 했다는 점이다. 무척이나 근면 성실하다고 할까. 위대한 소설가 헤밍웨이가 되기 전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에세이로 읽으면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없는 에피소드도 많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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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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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러 인종이 다함께 살아가는 국가다. 지금은 많은 국가가 그러하지만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문화가 한국에 다른 국가보다 알려져 있기 때문에 좀 더 친숙하다. 지금도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문제가 뉴스에 나온다. 아마도 개인으로 만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흑인과 백인이라는 집단으로 만날 때 문제가 터지는 듯하다. 서로가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이 있다. 그걸 건드릴 때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미국 전체적으로 들고 일어서면 난리가 난다.



<앵무새 죽이기>는 배경이 아마도 1940~50년대가 아닐까한다. 흑인과 백인은 서로 명확하게 거주공간과 업무가 구분되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으르릉 거리며 못잡아 먹어 난리는 아니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흑인과 백인이라고 딱히 구분하지 않고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사건에 대해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건 자체가 소설의 핵심은 아니라는 점이 또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한다.



책의 주인공은 스카웃으로 변호사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와 젬 오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칼퍼니아는 흑인이다. 스카웃은 늘 오빠와 함께 학교를 가고 오며 논다. 집에서도 늘 오빠와 함께 놀거리를 찾아 다니며 주변 인물에게도 흥미를 갖고 관찰한다. 스카욱은 아이다우면서도 아이답지 않게 당차고 똑똑하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균형잡혔다. 아직까지 누구의 이념에도 젖어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이 책의 주요 핵심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 이미 글자를 보고 말할 줄 아는데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에게 혼난다. 집에 가서 아빠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당한다. 글자는 학교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는 선행학습으로 미리 다 배우고 학교에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시대가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스카웃이 억울한 건 아빠에게 글자를 배우지 않았다.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것이니 말이다. 스카웃의 불만과 달리 선생님에게 혼나기 싫어 침묵해 버린다.



스카웃 주변 사람들은 여자답지 못하다며 못마땅해 한다. 아빠만이 스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아직은 어린 아이라서 걱정을 하지만 스카웃이 하는 것과 관련해서 호불호없이 받아들인다. 책에서 스카웃이 올바르게 자라며 사고를 갖게 된 건 아빠 덕분이 아닐까했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어른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스카웃 주변에 있는 어른들은 자신 입장에서는 이상하다. 늘 뛰어다니고 여러 친구와 만나 노는데 진심인 스카웃과 달리 늘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렇다.

책의 중반까지 스카웃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을 소개한다. 스카웃이 살고 있는 동네 인물을 비롯해서 어떤 성향이고 가족 상황인지 알려준다. 그 후에 문제가 터진다. 흑인인 톰에게 문제가 터진다. 그가 저지른 사건이 예삿 일이 아니다. 그는 흑인인 상황인데 백인에게 위해를 가했다. 흑인이 흑인에게 위해를 가해도 문제인데 백인에게 한 행동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런 식으로 사건을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흑인이라 국선 변호사가 해야 하지만 판사가 핀치에게 사건을 맡긴다. 비록 백인이지만 피해자 가족이 밥 이웰이기 때문이다. 밥 이웰은 동네에서도 평판이 안 좋고 바닥까지 떨어진 인간이라서다. 밥은 일 자리도 불성실해서 금방 짤리고 동네에서도 기피대상이다. 그 집 아이들도 학교를 학기 첫 날에만 다니고 더이상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톰이 했다는 사건이 진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좀 더 공평하고 확실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핀치에게 맡긴걸로 보인다.



누구나 법을 잘 모르니 대신해서 변론받을 권리가 있다. 동네에서는 누구도 톰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핀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맡았지만 될 수 있는 한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법정 내용은 흥미진지하다. 철저하게 법정에서만 톰과 관련된 내용이 전개된다. 그 전까지는 어떤 일이 생겼는지 힌트도 주지 않는다. 짧다면 짧은 시간 내에 톰의 상황에 대해 핀치가 알려주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만든다.



법정에 있는 사람이 침을 꼴깍 넘기고 숨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손을 놓지 못하고 읽었지만 이런 과정 자체를 스카웃의 눈과 귀와 생각으로 보여준다. 어린 아이인 스카웃이 볼 때 무엇이 정답인지 유추하게 만든다. 특히나 오빠와 함께 티격태격 할 때도 좀 더 공정하게 본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이럴 때 소설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되어 분개하는 사람 위주로 묘사한다. 인간을 탈을 쓰고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점이 다소 위선적이라는 느낌도 들게 만든다.



제목인 앵무새는 원제로 볼 때 앵무새는 아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흉내지빠귀과인 새로 노래만 불러준다. 한국에서 처음 번역할 때 앵무새가 되면서 그냥 굳어지고 말았다.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카웃 입장에서 모든 걸 보여줄 뿐이지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스카웃이 어린 아이라 그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확실히 어른과 다르다. 그런 점이 책을 읽을 때 조금은 균형있게 벌어지는 상황을 보게 만들어준다.



얼마든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몰 수도 있는 사건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건의 전후를 모르는 스카웃 입장에서 묘사된다. 거기서 한 발만 더 들어가면 누군가를 나쁜 놈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소설에서 나쁜 놈이 나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담담하다. 치를 떨며 나쁜 놈이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인 사랑하는 소설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하는 건 역시나 균형있게 흑인과 백인의 관계에 대한 설명 덕분이 아닐까한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 한 번 읽는다면 푹 빠져 읽지 않을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뭔가 뚝 끊어지며 끝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국의 과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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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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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무처이나 중요하다. 언어로 인해 우리는 인식의 한계를 느낀다. 언어 덕분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싫어도 윗 사람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장착해야한다. 영어에도 윗 사람에게 쓰는 말이 있지만 개념 자체는 다르다. 한국어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쓰게 되어 있다. 아주 친한 사람끼리는 살짝 다르긴 해도 그마저도 존댓말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싸울 때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너는 도대체 몇 살이냐는 표현을 한다. 대체로 이건 내가 상대방을 이길 근거로 없을 때 써 먹는 수법이다. 나이를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상대방보다 가진게 많을 때는 꺼내지 않는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는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묘한 부분이 있다. 이걸 내가 갖고 있는 단어의 한계로 인해 깔끔한 묘사는 못하겠다. 어떤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려면 생각 자체를 해당 언어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해당 언어를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꿈을 꿀 때도 국어가 아닌 영어로 꾸게 된다고 하니 말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우리가 쓰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다. 좀 더 좁힌다면 단어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쓰고 있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에 맥락으로 해당 단어의 의미를 파악한다. 언어를 배웠기에 적확한 뜻은 몰라도 대략적으로 눈치채고 넘어간다. 적확이라는 말을 썼는데 적확와 정확이 있다. 이 둘을 우리는 그다지 구분해서 쓰지는 않는다.

나도 이 둘을 굳이 구분해서 쓰는 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정확하다는 표현보다는 적확하다는 표현을 쓴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 책에서는 어떻게 볼 때 둘을 확실히 구분해서 쓴다. 적확하다는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의미다. 정확하다는 '바르고 확실히다'는 뜻이다. 적확하다에는 정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적확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좀 더 분명한 개념이 들어간다. 그렇게 볼 때 오히려 적확하다는 표현이 쉽지 않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적확하다는 단어를 쓸 수 있다.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데 함부로 쓸 수 있을까? 그만큼 내가 쓴 글에 대해 틀리지 않다는 표현이 된다. 아마도 나는 그런 이유로 적확하다는 표현을 거의 안 하고 정확하다는 표현을 한 듯하다. 이 책에서는 정확이라는 단어보다는 적확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책의 저자인 유영만은 아마도 한국에서 단어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가장 적확하게 파악하는 인물이 아닐까한다.

유영만을 알게 된 건 아마도 전자신문의 칼럼을 통해서다. 신기했던 건 한국어나 영어의 단어를 갖고 무엇인가 논다는 느낌이었다. 단어를 해체하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개념을 제시했다. 그 이후로 블로그 이웃을 신청해서 꾸준히 보고는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작업은 쉬지 않고 있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쓰는 수많은 단어를 사전을 찾아가며 뜻을 찾아 헤맨다. 심지어 단어를 뒤집어도 보면서 색다른 의미를 도출해낸다.

이를 위해서 한자를 많이 알아아 할 부분도 있다. 한자로 구성된 단어가 많다. 한자는 글자 하나에 의미를 갖고 있다. 글자 2개가 합쳐져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가 나온다. 독립된 1글자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2 글자를 서로 앞뒤 배치를 달리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말 장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볍지 않고 무겁다. 생각지 못한 개념이 나오기도 한다. 뇌가 말랑말랑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맛있는 걸 먹고 표현하고 싶은데 단어를 모르니 표현이 안 된다. 특히나 한국어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다. 맛을 표현할 때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 아는 의성어 등이 없으니 표현이 딸린다. 많이 알면 표현이 풍부해지고 내가 갖고 있는 의식이 넓어진다.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독서를 하면 내가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와 표현을 저절로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사전을 찾아가며 습득한다면 최고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무리다. 그럼에도 계속 읽다보면 익숙해진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런 단어 중에는 입에서 튀어나온다. 나에게도 가끔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지 표현이나 단어로 좀 다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진 것이다. 내가 인식을 못하니 무엇때문이지는 모른다. 그런 이유로 모르는 단어를 많이 익히면 익힐수록 내가 아는 세상은 넓어진다. 한국어를 넘어 다른 국가 언어까지 익힌다면 더욱 생각지 못한 인식과 사고의 개념이 넓어지게 된다.

책에서는 자신만의 신념 사전, 관점 사전, 연상 사전, 감성 사전, 은유 사전, 어원 사전, 가치 사전을 만들라고 한다. 단어를 갖고 나만의 개념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있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나만이 내린 정의이자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예전에 단어를 쓰고 나만의 정의를 쓴 적이 있기는 한데 하다 말긴 했다. 책에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내 생각과 좀 달랐다.  그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원하는 게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삐딱하게 보면 언어 유희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언어는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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