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쓰고 제주로 왔습니다 - 두 아이 아빠의 육아휴직 일기
이희성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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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쓰고 제주로 왔습니다>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직업 군인도 1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육아 휴직은 과거와 달리 꽤 많이 쓸 수 있다. 아직도 관공서나 대기업 위주이긴 해도 과거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주변에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도 많이 봤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육하 휴직보다는 아이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다고 한다. 1년 육아 휴직으로 쉬는 것보다 일하면서 아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더 필요한 건 맞는 듯하다.

직업 군인도 육아휴직을 1년이나 쓸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눈치 보여 쓸 수 없다고 한다. 직업 군인 특성상 1년을 휴직한다는 게 더욱 쉽지 않을 듯도 하다. 뭔가 군인이 육아휴직이라니 누구나 가져야 할 권리지만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다. 이 책의 작가는 직업군인데도 과감히 육아휴직을 했다. 그것도 제주도로 가기로 결정했다. 직업 군인은 수시로 지역을 옮겨가며 이동을 한다. 근무지가 변경되면 1~2년 만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건 비일비재한 걸로 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근무지인 대전에서 제주도로 1년 살기를 결정한 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1년동안 살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도 혼자가 아닌 온 가족이 함께 한다. 1년 동안 아무런 수입도 없이 했다는 뜻이다.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다. 한 두푼으로 결정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이 나가는데 말이다. 온 가족이 함께 제주에서 살게 되니 다시 오지 않을 경험이긴 해도. 제주로 갈 때도 일부러 비행기가 아닌 배로 갔다고 한다.

여유있게 가고 싶었다고 한다. 여유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이동 방법이다. 군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상당히 외향적인 듯하다. 제주도에 가서도 새로운 사람과 많이 사귀고 친해진 듯하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니 좀 더 쉬운 건 있다. 주변 사람들도 아이가 있으면 좀 더 쉽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다해도 내 생각에는 금방 주변 사람들을 사귄 듯하다. 나같으면 아마도 1년 살이를 했어도 친해진 사람은 거의 없이 조용히 있다 왔을 듯하다.

사실 책제목에 육아 휴직은 있지만 유명한 유튜브 제목이 떠올랐다. 육아 휴직은 핑계고. 진자로 단순히 온 가족이 제주로 가서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다. 부담없이 편하게 읽는 에세이가 아니었다. 굳이 말하면 좀 TMT에 가까웠다.어떤 내용이든 좀 작정하고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가볍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내용도 상당히 조사를 많이 해서 알려주는 듯했다. 육아 책보다는 사회,정치, 경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많이 풀어낸 책이다.

직업 군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그런지 몰라도 엄청나게 꼼꼼하게 관련된 정보를 알려준다. 덕분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읽으려 했던 건 아니라서 좀 낯설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경험한 이야기나, 제주도 여러 곳을 다니며 사람 만나 이야기가 주일지 알았다. 조금이라도 어떤 단초가 있으면 그걸 상당히 물고 늘어지며 설명한다. 에세이보다는 전문서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데이터를 통해 숫자까지 자세히 설명하니 허투루 쓰지 않은건 확실하다.

워낙 자주 이동을 하는 직업인지라 아이를 홈스쿨링을 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도 그런 면은 장점이 되었다. 1년 동안 살면서 학교를 가야 하는 아이는 부담이 된다. 단절효과가 있을테니까. 홈스쿨링을 했기에 결정하는데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한다. 대신에 제주도에서 부모로써 항상 즐겁게 놀았던 듯하니 충분하지 않았을까한다. 여러 에피소드 중 당근마켓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에는 한달 살기나 1년 살기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보니 물건 처치 문제가 대두된다.

살고 다시 육지로 가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걸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당근마켓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걸 읽으니 혹시나 제주도에 한달살기를 결정하면 나도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억지로 가져가려 하기보다는. 책 말미에 분명히 1년 살기였는데 반전이 나온다. 읽다가 어~~ 하게 된다. 제주도에 가본지 상당히 오래 되었는데 읽다보니 가고 싶었다. 언제 갈지는 나도 모르겠만. 아이들을 데리고 1년 살기를 실천하게 대단해 보인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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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인생 공부 -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강원국 지음 / 디플롯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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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작가를 알게 된 건 글쓰기와 관련되어서다. 한국에 글쓰기와 관련되어 책을 펴 낸 인물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강원국은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할 정도였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다는 건 나라를 대표하는 글을 썼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나 다른 국가에게 전달해야 한다. 설득력이 없다면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 글을 썼던 작가라 꽤 흥미롭게 예전에 책을 읽었고 재미도 있었다.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여러 에피소드도 함께 있어 더 재미있었다. 그 후로도 여러 책을 펴 냈는데 읽지 못하다 이번에 새롭게 <강원국의 인생공부>를 읽게 되었다. 책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번에도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으로 알았다. 읽어보니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인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에 출연했던 인물들과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출연자들이 전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다.

다들 유명인이라 좀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한 측면도 있다. 한 편으로는 너무 알려진 인물들이라 어느 정도는 예측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터뷰한 사람들이 전부 책까지 펴 낸 사람이니 어느 정도 해당 인물에 대해 알려졌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사실 인터뷰어다. 상대방에게 좋은 답을 얻기 위해 좋은 질문을 해야한다.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했느냐에 따라 다른 답을 들을 수 있다. 똑같은 사람인데도 인터뷰어에 따라 완전히 다른 걸 끄집어 낼 수 있는 이유다.

뻔한 질문을 하면 뻔한 대답이 나온다. 진짜 좋은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이 오히려 즐거워한다. 평소라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걸 질문할 때 사람은 각성하기도 한다. 특히나 유명인이라면 여러 곳에 출연하며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질문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툭하고 나오게 된다. 이미 틀에 박힌 대답이 정해질 정도다. 그렇게 볼 때 강원국이라는 사람이 어떤 질문을 했느냐에 따라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덕분에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었다.

무려 300명이나 되는 인물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 책에는 15명이 선정되었다. 그만큼 엄선 된 인물이니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처음에 유시민부터 시작한다. 워낙 유시민은 유명하고 말도 너무 잘한다. 자신이 생각한 바를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설명한다. 호불호가 많을지라도 그건 분명하다. 유시민이 한 여러 말 중에 내게 와 닿은 게 있었다. 유시민 자신이 워낙 여러 일을 하고 있다. 정치도 했었으니 무척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게 직업이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여러 수입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인세였다고 한다. 자신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게 당연한 데 말이다. 내 경우에도 워낙 다양한 수입이 있었는데 그 인터뷰를 읽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보니 괴리감이 크다는 것도 깨달았다. 유시민 작가는 또한 과학에 대한 책을 서서 출연한 듯했다. 다소 자의식 과잉이 느껴지기도 했다. 김동식 작가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매일 썼던 글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책으로 펴 내자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며 내 일처럼 즐거워했단다. 원래도 그런 스토리를 알고는 있었다. 공장에서 일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보다 글쓰는게 즐겁다고 한다. 지금도 거의 매일 소설을 쓰는 듯하다. 그런 상황에서 매일 글 쓰는게 즐겁다고 한다. 솔직히 그 말을 읽고 부럽다기 보다는 곧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것이든 직업이 되었을 때 무조건 즐거울 수 없다.

서장훈이 한 말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단순히 그런 마음으로 될 수 없다. 하기 싫을 때도 너무 많지만 그래도 해내는 게 프로다. 김동식 작가는 여전히 즐겁게 글 쓴다는 점이 대단하지만 엉뚱하게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책에서 소개 된 모든 사람에게 전부 해당되지 않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글을 쓴다는 점이다. 전업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글을 쓴 덕분에 자신이 한단계 도약했다.

유현준같은 경우에도 건축가로 성공보다는 먼저 글을 써 기고했던 것이 인기를 끌고 주목을 받았다. 그 후에 여러 곳에서 유현준이 널리 알려지며 건축가로 삶을 살게 되었다. 아무 것도 안 될 때 글쓰지 않았다면 지금의 유현준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외에도 나름 공통점은 남과 달리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개척해서 해 냈다. 주변 시선을 감내하고 이겨낼 때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해가 된다.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다들 걸었기에 인터뷰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어떤 인물을 좀 짧게 느껴졌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나 누군가 이야기를 듣는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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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떠나는 여행 - 여행 마음 안내서 - 부부 여행 편
김유미 지음 / 두사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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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은 크게 두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순수하게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보고 느낀 걸 알려주는 책이다. 또 하나는 여행은 살짝 핑계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여행이 매개체가 된다는 점은 둘 다 동일하다. 여행이 주는 장점이 그 점 아닐까한다. 어쩌면 책을 썼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여행을 갔다 왔다면 단순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걸 책으로 쓰려니 여행에 관한 내용이 아닌 나도 모르게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된다.

많은 여행 책이 후자에 좀 더 방점이 찍힌 듯하다. 내가 읽었던 여행 책이 대부분 그렇다. 어떤 장소를 가기 위한 택한 여행 책이 아니다보니 더욱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해당 장소에 대해 미리 알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다. 이런 책은 사진도 많다. 해당 장소에 알려주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 책은 사진이 많은 건 아니다. 사진이 중요한 요소긴 해도 굳이 꼭 넣지 않아도 읽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책을 쓴 작가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할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반추라는 표현은 다소 거창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한다. 여행 책을 펴 낸 사람이 나이가 어떠하든 되돌아 본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떠올린다. 신기하게도 이게 왜 여행을 가야 떠올리는 것일까.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여행이란 그런 면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매일 똑같이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하루다. 여행을 가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가 펼쳐진다.

더구나 해외는 한국 사람이나 한국 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곳을 가서 보느라 정신 없고, 먹느라 별 생각이 없다. 신기하게도 당시에는 몰랐는데 뒤늦게 떠올리며 글을 쓰려니 자꾸 다른 게 떠오른다. 만두를 먹었다면 만두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마구 잡이로 떠오른다. 어쩌면 이게 여행이 주는 묘미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며 느꼈던 감정, 여행을 가서 봤던 기억, 여행에서 먹었던 촉감을 통해 느낀 정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어도 묘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이걸 구체적으로 떠올릴 때 드디어 뭉텅이가 되어 다양한 게 떠오른다. 덕분에 여행 책을 쓴 사람이 보여주는 글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걸 알게 된다.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도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신과 떠나는 여행>은 작가가 16년간 19개국 83개 도시를 다닌 걸 알려주는 책으로 알고 읽었다. 읽다보니 어느 국가인지와 도시인지는 아무 상관없었다. 더구나 소개하는 국가와 도시는 몇 개 나오지도 않는다. 중요한 게 그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빙자해서 지속적으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지금까지 부부가 살아왔는지 설명한다. 좋았던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그 모든 걸 이겨낸 건 여행이었다고 알려준다. 아이가 없는 삶에서 여행은 둘 사이 커다란 매개체가 되었다. 처음에는 각자 여행에 대한 준비가 달랐다. 작가가 대부분 여행에 대한 준비를 한다. 남편은 그런 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화를 냈더니 자신이 하더라도 결국에는 작가가 원하는 곳을 가지 않느냐고 했단다. 

생각해보니 그랬다고 한다. 여기에 좀 더 영어를 잘하는 남편을 전적으로 의지했는데 답답한 측면이 많았다고 한다. 빨리 좀 가서 묻거나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서. 이런 것도 둘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좀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해외 여행을 간다고 하니 대단하다. 물질이 아닌 경험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 쪽이 좋지 않을까한다.

물론, 책에는 세계 곳곳으로 여행 다닌 이야기도 함께 있다. 워낙 여러 곳을 다니다보니 흔한 여행지보다는 다양한 곳을 다녔다. 책에서 가장 근사하게 소개하는 곳은 프랑스 남부다. 한국 사람이 잘 안 가는 곳이라고 한다. 여행 책은 아니지만 여러 책에서 프랑스 남부에 대한 소개는 읽긴 했다. 책은 여행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소소한 듯 특별한 삶이다. 남들과 같은 듯 다른 삶이다. 어느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행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어딘지 여행은 핑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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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개정증보판 포레스트 에디션)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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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가장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사람은 시인이다. 시인은 언어가 갖고 있는 여러 의미를 잘 살린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마저 부여한다. 현대에 들어와 여전히 시인이 그 역할을 하지만 좀 달라진 측면이 있다. 바로 작사가들이다. 과거에는 시를 많이 사람들이 낭송했다면 이제는 아니다. 시를 읽는 사람이 드물다. 대신에 어느 누구나 노래 가사는 흥얼거린다. 노래 가사가 이제는 시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외우기도 한다.

곡을 잘 해석하는 작사가 되어야 노래가 대박난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가사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걸 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얼마든지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시를 탓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지. 노래 가사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다소 서사적인 가사가 많았다. 최근에는 좀 더 감각적이다. 단순 가사만 본다면 갸웃하게도 된다. 노래 가사를 만드는 작가사는 한국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그런 작사가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지금은 김이나다. 작가사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더욱 그렇다. 패널이나아 진행할 때 묘사하는 말이 확실히 다르다. 같은 상황이라도 단순히 묘사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로 말한다. 아주 세심하게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말하기도 한다. 작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관찰이 뛰어나야 한다. 노래 가사가 주로 사랑에 대한 것이라도 좀 더 들어가면 감정이다. 감정에 대해 잘 이해하고 관찰해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보통의 언어들>은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여러 상황에 대해 김이나가 알려준 다양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그랬다. 그런 중에서도 나는 '사과하다' 장에서 알려준 내용이 도움 되었다. 사과를 하면 끝이 아니다. 늘 사과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 받아들여야 완성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과를 하기 위해서 기다림도 필요하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과를 전장의 백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선언하고 나면 모든 게 종결되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평화인 경우는 없다.
특히 피해를 입은쪽은 그때부터가 오히려 아픔의 시작이다.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그만큼 사과를 하고 받을만한 일에서 중요한 건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과정인 것 같다.

사과를 받을 입장일 때를 떠올려보자. 상대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마치 끓는 냄비가 올라간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 것과도 같다. 더 끓일 의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식지는 못한다.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때, 흔들리는 동공으로 잔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미안한 줄 알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등등이 단골 대사다. 물론,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베스트다. 그러나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화해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호시절에 잘해주는 건 쉽고도 당연한 일이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거리가 가깝고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다. 그러니 이 갈등을 어떻게 어루만져 다음 단계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잘 마무리된 다툼만큼 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건 없다.

사과는 A/S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보다 사과할 일이 많다. 사과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가볍게 써 있지만 공감하거나 생각할 꺼리가 많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2번째 읽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다고 할 때 어지간하면 2번이나 읽을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보통의 언어들>은 다시 읽기로 했다. 다시 읽었더니 좋은 내용이 역시나 많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개정 증보판이 아니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에 나온 내용을 참고할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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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이유 있는 반란 - 내가 백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김미성 외 지음 / 북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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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엄마는 여성이기도 하다.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모든 여성이 딸이 될 수는 있다. 딸이 되는 건 내 선택이 아니겠지만 엄마가 되는 건 좀 다르다. 엄마도 내 선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될 때도 있지만 결이 다소 다르다. 엄마가 된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만 인간으로 볼 때 다른 점도 있다. 나라는 한 개인의 자아정체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건 뭐가 더 좋은지 여부와는 상관없다. 한국만의 특수성이라고 하기는 힘들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 듯하다.

시스템을 통해 엄마가 되어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그 정도 단계는 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한 개인보다는 엄마의 삶을 택하는 경우가 꽤 많다. 다행히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긴 하다. 달라진다고 엄마라는 또 다른 정체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한 번 엄마가 되면 평생 엄마다. 엄마도 의미있는 삶이지만 자녀가 어릴 때는 힘든 건 사실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그동안 갖고 있던게 사라지면서 경단녀가 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나 아주 묘하게도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일을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인데 다른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엄마 스스로 자책하며 이게 맞나라는 죄책감도 갖는다. 아직 어린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는 것도 딱히 문제는 없다고 들었다. 1살이 안 되어 어린이 집을 가도 정서 등의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살다 어느 날 내가 엄마라는 거 말고 다른 삶도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엄마들의 이유있는 반란>은 그런 책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엄마들.

엄마라는 이름이 아닌. 이를테면 어느 순간부터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누구누구 엄마라고 불린다. 이걸 당연하게 여기고 별 생각없이 살아간다. 갑자기 내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당황하기도 한다. 나도 지금까지 내 경력을 살려 일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누구의 엄마라는 정체성만 갖는다. 한국 사회에서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누군가는 좀 더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집안일을 치중하며 내가 뒷전이 된다.

꼭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자기 계발이나 다양하게 자신의 또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책은 총 10명의 작가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4번에 걸쳐서 한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쓴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아무래도 10명이나 참여한 책이라면 아주 짧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끝낼 경우가 많다. 책을 읽는 목적이 여러가지겠지만 너무 짧은 건 인터넷 등에서 읽으면 되니까. 이번에 읽게 된 건 책의 작가 중 한 명인 김형희씨가 내게 보내주겠다고 해서다.

예전에는 이런 책은 대부분 10명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한 챕터씩 했던 걸로 안다. 최근 유행이 변한 것인지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각 꼭지마다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3~4페이지 정도에 걸쳐 나온다. 사연을 읽으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서 본격적으로 뭔가 읽으려 하니 끝난다.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람에게 적응할 틈도 없이 다른 사람 이야기가 나오니 누가 누군지 알기 힘들다.

그나마 내게 책을 준 분은 쫓아가며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도 그렇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의 이야기 위주로 말이다. 그 외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참여하니 반대로 임팩트있게 한 명씩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솔직히 개인 편차가 있다보니 몇 몇 분의 이야기는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첫 장인 '나를 위한 삶이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에 다 나왔다. 가장 중요하고 할 말을 했던 장으로 보인다.

책 표지 뒤에 있는 '가족을 위한 희생은 이제 그만, 내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이 부분은 내가 쓴 <천천히가도 괜찮아>에도 비슷하게 나온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당신만을 생각하세요. 당신이라도 행복하도록 말이죠. 당신을 희생하지 마세요.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 마세요. 자신을 위해 희생하세요. 당신이 먼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합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식으로 썼다. 맞다. 이 책을 쓴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각자가 다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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