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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철학 -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세련된 감각
지바 마사야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추천 / 베가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센스라는 말은 참 애매하다. 무척이나 주관적인 단어로 보인다. 객관이라고는 단 1도 없게 느껴진다. 누구에게 우리가 센스라는 표현을 한다. 이럴 때 객관성은 전혀 담보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참 센스가 있다. 그 사람은 참 센스가 없다. 이런 표현을 들었을 때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도 있다. 말도 안 된다면서 저게 무슨 센스냐고 할 사람도 있다. 센스라는 걸 정확히 표현하기도 힘들다. 뭘 근거로 센스가 있다고 하는지도 명확히 말하기 힘들다.
그저 센스가 있다고 한다. 센스가 있다는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다. 누군가를 보고 옷을 참 센스 있게 입는다. 사람이 참 일을 센스있게 하네. 이런 식으로 센스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정확히 모른다. 신기하게도 다들 정확히 모르면서도 서로 대화가 완벽히 이뤄진다. 어떤 걸 두고 센스가 있다고 하는지 알아 듣는다. 참 놀라운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읽고도 센스있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겟다. 이렇게 볼 수 있다. 센스가 없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패션 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센스도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는 센스있다는 말을 듣다가 어느 날부터 센스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도 듣는다. 지금까지 별 생각없이 센스라는 표현을 했다. 센스가 이렇게 심오할 수 있다는 걸 <센스의 철학>을 통해 알았다. 역시나 철학자는 별 것도 아닌 걸 꺼내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재능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센스가 좋아지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센스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분야에 따라 센스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센스는 타고난 건 아니다. 어느 정도는 센스도 타고난 건 맞다. 세상 모든 건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그러니 얼마든지 노력으로 센스가 늘 수 있다. 일머리가 있다는 표현을 한다. 처음부터 일머리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일을 하다보면 생기는 감각이다. 일머리를 센스라는 용어로 업무에서는 쓸 수 있으니 얼마든지 개발 가능한 영역이다.
센스에 대해 저자는 예술과 연결한다. 예술과 삶을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센스라는 건 그렇게 볼 때 감각이다. 예술 영역은 사실 타고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에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 다 잘 할 수 없다. 그건 인정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영역은 분명히 다르다. 센스를 예술과 삶까지 연결되는 건 꽤 심오하게 느껴진다. 센스가 그렇게 거창할 지는 미처 몰랐다.
책에서 정의하는 센스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직관이란 표현이 들어가는 것부터 이미 주관이다. 사람마다 직관이 다르다. 직관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총합이 아닐까한다. 직관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꽤 많은 시간동안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을 때 생기는 감각이다. 그러니 센스라는 표현을 하거나 듣는 사람은 그 정도의 감각을 축적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예술 감각이 결부된다. 예술은 엄청난 경험이 축적된 후에 감각이 생긴다.
피아노를 매일같이 기계처럼 연습해도 일정 수준 이상을 가지 못하는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똑같은 피아노를 쳐도 다르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그만큼 나도 피아노를 많이 들어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센스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나도 그 정도의 센스를 갖춰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 위해 리듬을 말한다. 리듬은 고정적인 것이 있고, 안정적인 것도 있다. 여기에 변주를 통해 일반적이지 않은 리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기본적인 걸 닦았을 때 해낼 수 있다.
또한 0과 1이라는 개념도 쓴다. 저자는 0이라는 개념을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1에서 2를 만드는 것보다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내가 볼 때 0에서 1이 되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센스를 갖추기 위해 그렇다는 개념일 수도 있다. 나는 0에서 1을 만들려고 노력한 적이 거의 없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센스가 다소 부족한가라는 생각도 든다.책에서는 0을 무라고 생각하진 않는 듯하다.
센스에 대해 책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센스라는 표현을 듣는다는 건 칭찬이다. 센스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정이지만. 센스가 있으려면 쉽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리듬을 잘 만들어야 한다. 엄청나게 센스있는 사람은 리듬마저도 이상하게 비틀지만 사람들에게 칭찬받는다. 모든 분야에서 센스를 갖추긴 힘들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센스있다는 표현을 듣고 싶다. 내 리듬이 어떨 지, 0에서 1을 만들 수 있는지. 핵심 아닐까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리뷰가 재미없으면 센스가 없는 거.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센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