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사랑 이야기 거장의 클래식 2
찬쉐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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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 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중국 소설이라고 하면 솔직히 중국 무협 소설을 꽤 읽었다. 워낙 유명한 김용 무협소설을 탐독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읽긴 했다. 그 외에는 중국 관련 책은 중국인이 아닌 다른 국가 사람이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다. 중국인이 쓴 책은 거의 읽은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살짝 중국인이 쓴 책에 대해 신뢰가 크지 않다. 지식과 정보 측면에서 읽는 책은 팩트가 좀 애매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다.

그걸 제외하면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고전은 워낙 오래되었는데 굳이 읽어야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더구나 한국에도 사서삼경 등에 대해 해석한 책은 많다. 의외로 소설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도 중국 소설을 근거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한국보다 노벨문학상에 더 언급이 많은 게 중국으로 알고 있다. 최소한 순수 문학 소설만큼은 상당히 인정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찬쉐가 쓴 소설이다. 본명은 덩샤오화라고 한다.

중국 작가 중 해외에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라고 한다. 그 덕분인지 노벨문학상에도 해마다 언급된다고 한다. 그런 작가가 쓴 책이라 저절로 관심을 갖고 읽었다. 막상 책을 펼치니 무려 500페이지 되는 분량에 살짝 당황은 했다. 순수문학 소설은 그 정도 길이면 읽는게 만만치 않다는 게 당연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의아했다. 중국도 대도시는 한국에 비해서 별로 떨어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시골은 살짝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책에서 나온 배경은 옛날인 듯했다.

중국 시골에 있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알았다. 흔한 핸드폰 이야기도 안 나오고 현재는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부분에 대해 전혀 나오질 않았다. 다 읽고 출판 년도를 보니 2013년도였고, 작가가 쓴 년도는 2012년이었다. 이러다본 아무래도 내가 읽고 있는 2023년을 생각했더니 잘 와딯지 않는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대 배경이 2012년일테니 그에 맞게 책을 읽으며 상상해야 하니 말이다.

주인공은 뉴추이란과 웨이보라 생각했다. 첫장 제목으로 나오는 인물이기도 했다. 보통 소설에서는 분명히 주인공이 있다. 여러 인물이 나와도 남녀주인공이 전체를 관통하며 이끌고 간다. 그러니 뉴추이란과 웨이보가 그런 인물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둘은 지속적으로 소설에서 나오긴 한다. 대하소설을 읽어도 엄청나게 많은 인물이 나와도 결국에는 주인공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그런 듯 아닌 듯한 내용으로 전개되면서 주인공인 듯 아니다.

굳이 말하면 좀 더 분량이 많은 출연자 느낌이 강했다. 두 사람으로 시작해서 연결된 사람이 새로운 장에서 주인공이 된다. 한 마디로 다양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 계속 연결되면서 보여준다. 분명히 책에서 소개된 사람은 그다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특출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람인데 읽다보면 다들 무척이나 특이한 사람이다. 특이하다는 점이 좀 자유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들 어떤 관습에 얽메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소개된 인물이 출발점은 공장이다. 공장에서 일하다 좀 더 편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이걸 정확히 어떻게 한국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창가 여인이 된다. 이걸 책을 읽을 때는 그저 직업인으로 볼 뿐이다. 그 일을 하는 여성들도 직업으로 생각하며 남자를 받는다. 남자들도 찾아갈 때는 직업 여성으로 찾아간다. 그렇지 않을 때는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일 뿐이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게 아닐까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 풍경 말이다.

게다가 소설 속 나온 인물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 둘이 사랑한다는 점이 확고한 경우도 있지만 엇갈릴 때도 많다. 더구나 이게 꼭 사회 통념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결혼 유무와 전혀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고 이를 인정한다. 굳이 본다면 그다지 꺼림낌없이 상대방에게 감정을 말한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이유는 여자들 직업 때문인 듯도 하다. 남자에게 구속되려고 하지 않고 사귀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가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해서 함께 동거도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척이나 쿨하다면 쿨한 관계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웨이보는 부인이 있지만 뉴추이란을 사랑한다. 뉴추이란을 사랑해서 일부러 생각하기 위해 교도소도 간다. 웨이보 아내는 아내대로 웨이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살 길을 찾아 간다. 뉴추이란도 웨이보를 사랑하면서 다른 남자와도 만난다. 뭔가 제목답게 새로운 세기 사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하다. 뭔가 제도와 시스템에 구속받지 않는다. 이런 내용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쓴 책이라는 점도 신기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뒤로 가면 주인공이 거의 나오질 않는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랑이라는 감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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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세계문학 77
이디스 워튼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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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 순수가 들어갔다. 순수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다는 뜻도 갖고 있다. 그만큼 <순수의 시대>가 제목이라 궁금했다. 뭐가 그렇게 순수할까라는 의문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전혀 인식하지 못하다가 거의 마지막이 되었을 때 깨달았다. 정말로 순수하구나. 지금 관점에서 보니 순수한 것인지, 당시 관점에서도 순수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제목이 <순수의 시대>니 당시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소설은 실제로 2명이 핵심이다. 뉴랜드 아처와 엘렌 올렌스카다. 나는 2명을 위주로 소설을 읽었는데 3명을 중요하게 본다. 뉴랜드 아처의 아내인 메이 웰랜드까지 3명이다. 이것도 똑같이 소설의 끝에 가서야 2명이 아닌 3명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볼 쌔 작가인 이디스 워튼이 얼마나 구조를 잘 짰는지 감탄하게 된다. 배경은 19세기 후반 뉴욕이다. 뉴욕에서도 상류 사회 출신 인물들이다. 뭔가 예의를 차리고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여전히 유럽의 영향이 컸기에 백작 등도 있지만 뉴욕만의 개방적인 문화도 있다. 유럽에서 어떤 가문이었는지가 여전히 뉴욕에서 영향을 미쳤다. 상류 사회가 다른 점은 문화 생활이다. 극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이뤄진다. 이들은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인물들이다. 이런 곳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누군가 파티를 열었을 때 참가하는 것도 예의다. 파티를 개최하기 위해 사람들을 초청하는데 거절한다면 큰 결례다. 누군가를 왕따시키기 위해서 거절한다.

소설 속에 그런 사례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초청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으려 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상류 사회에서도 탑급인 존재다. 이마저도 유럽에서 넘어 온 사람이 역할을 한다. 오히려 파티에 자주 참여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더욱 높게 한다. 아무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파티에 참여 의사를 밝히자마자 모든 사람이 동참한다. 이런 식으로 소설에는 19세기 후반의 뉴욕 상류 사회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보여준다. 실용적이지 못하고 허례의식이 크다.

이런 배경에서 뉴랜드 아처는 메이에게 청혼으로 약혼을 발표한다. 모든 사람이 축하하는데 뉴랜드는 오히려 주춤한다. 자신이 메이와 결혼하고 살아간다는 점에 대해 물 흐르듯이 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엘렌 올렌스카 문제가 대두된다. 엘렌은 이혼을 하려 한다. 이 당시에 이혼한다는 건 분명히 쉬운 선택은 아니다. 더구나 엘렌은 백작 부인이다. 남편은 뉴욕이 아닌 유럽에 살고 있다. 생각보다 이미 이 당시에 이혼에 대한 생각이 닫혀있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이혼에 대해 찬성하지 않지만 배척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가문을 중시하려는 문화로 볼 때 엘렌의 이혼은 탐탐치 않은 일이다. 될 수 있으면 이혼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변호사인 뉴랜드가 엘렌을 찾아가기로 한다. 여기서 다소 놀랐다. 뉴랜드와 엘렌의 어떤 접점을 그다지 발견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둘은 만나자 마자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한 것일까. 이해할 수 없지만 뉴랜드의 태도가 막판에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즉시 뉴랜드는 엘렌에게 직접적인 고백은 아니지만 함께 하자는 말을 한다. 엘렌도 그 말에 흔들리는 듯하지만 남자인 뉴랜드와 달리 엘렌은 좀 더 신중하다. 뉴랜드는 좀 더 급진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편이다. 어떻게 보면 뒤를 생각하지 않고 실행하려 한다. 아마도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롭게 출발했어야 한다. 이미 이혼을 결심했던 엘렌 입장에서는 오히려 찬성할 일이기도 했다. 엘렌은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가문과 여러 평판까지 전부 고려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런 전개와 함께 1부가 끝난다. 조금이라도 둘의 관계가 연결될 것이라는 눈치를 챘으면 모르겠다.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둘이 연결되니 놀랐다. 그것도 뉴랜드는 이제 막 약혼을 발표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둘이 대화할 때도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 다소 차분하게 서로 할 말을 하고 헤어진다. 뉴랜드 마음속에는 엘렌이 차지하고 있지만 딱히 행동하는 건 없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뉴랜드 입장에서 바라보고 설명을 한다.

엘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독자가 알지 못한다. 엘렌이 하는 말을 통해 뉴랜드와 똑같이 유추해 낼 뿐이다. 둘이 서로 사랑했을까라는 생각마저도 솔직히 든다. 뉴랜드가 엘렌을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그마저도 조심했다. 자신이 엘렌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노력한다. 심지어 지레짐작으로 누가 알까봐 스스로 조심한다. 엘렌을 몇 번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뉴랜드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다지 직접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엘렌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대부분 차분하게 대처한다. 뉴랜드를 엘렌이 좋아하는 건 같지만 그게 사랑까지 일까라는 생각은 든다. 엘렌의 선택은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같지는 않았다. 사랑이 무서운 건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이기에 자신의 상황이나 그 외 모든 걸 전부 뒤로 돌려버린다. 이성적인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랑은 무조건 감정적이다. 뉴랜드도 언제나 항상 젠틀하고 순수하다. 엘렌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였다.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스킨십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책 제목인 순수의 시대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둘은 서로 현 상황에서 도망가자는 암묵적인 의견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 부분마저도 엘렌이 동의했는지, 뉴랜드의 감정적인 착각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은 든다. 여기까지 둘 만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메이는 다소 한 발 떨어진 존재로 보였다. 거의 대부분 뉴랜드 관점이기 때문이었다. 메이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메이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했는지 깨닫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엘렌의 결정에 대해 뉴랜드는 절망하고 좌절한다. 메이 입을 통해 엘렌의 결정을 들을 때 더욱 그렇다. 여전히 엘렌에 대해 마음을 접지 못했지만 메이의 한 마디에 그는 책임을 택한다. 책임져야 할 일을 택한 후 아주 평범하게 산다. 소설은 연애 소설일 수 있다. 당시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감정이냐, 이성이냐에 어떤 식으로 결정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용기가 없던 걸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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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 / 문학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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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는 평생 아이라고 한다. 성인이 된다고 철없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달라지는 듯하다. 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남자끼리 모여있으면 똑같다. 과연 이사람들이 다 큰 성인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남자는 아마 노인이 되어도 마음 내부에는 철부지가 살고 있지 않을까한다. 그걸 다들 숨기고 점잖은 척 살아가고 있다. 겉모습과 달리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게 바로 남자다.

그런 남자의 속마음을 아주 솔직하게 안다면 어떨까. 아마도 깜짝놀라지 않을까. 속마음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 자체도 그렇다면 어떨까. 좋게 본다면 아주 투명하다.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다 보여주니 말이다.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하이 피델리티>를 읽어보면 된다. 바로 롭이 그런 친구다. 롭은 덜 자란 성인이라고 해도 된다. 딱 하나의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앨범 판매하는 레코드샵을 운영할 정도니 말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레코드샵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대책은 없다. 분명히 사장과 종업원 입장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종업원이 사장을 사장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랄까지 할 정도다. 롭도 직원을 쓸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월급을 주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앨범에 대한 지식은 롭에 못지 않다. 레코드 샵이 잘 나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갈수록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려준 월급을 내릴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롭의 속마음과 달리 자신이 너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니 똑같은 놈들이다. 레코드 샵의 앨범 구성도 사장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마음들지 않으면 앨범마저도 없애버린다. 이런 사람들과 아무런 불편함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유유상종이다. 롭은 최근 연인인 롭과 헤어진 상태다. 오래도록 사귄 사이라 그런지 자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롭이 자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탑 5를 뽑아 평가를 내린다.

로라와 헤어진 롭은 다시 한 번 자신 인생의 애인 탑 5를 뽑는다. 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샘질을 하며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나 따져본다. 여기서부터 롭이 얼마나 철부지 없는 친구인지 드러난다. 사춘기 소년에겐 너무 당연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그건 바로 애인을 만나 스킨십을 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섹스까지 한다면 너무 황활하다. 단순히 이 목적만이 롭에게는 중요했다. 자신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 여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들 모두의 특징은 자신이 채였다는 점이다. 오래도록 사귄 것도 아니다. 아주 짧게 며칠만 사귄 여자도 있다. 그들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 남녀간의 이별은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맞겠지만 이 부분도 참 찌질하다.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한다고? 거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기억하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전부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이용당한 적도 있다. 일부러 자신과 사귀면서 다른 남자에게 가기위한 징검다리정도로. 그렇게 볼 때 롭이 모를 뿐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매력없는 남자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위한 용도로 쓸 리는 없을테니까.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너무 과분했던 애인은 지금도 기억한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보기로 한다. 대단한 것이 연락한다. 연락처를 모르니 부모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했을 때 물러나긴 해도. 평범한 성격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롭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과 행동을 한 후에 로라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주 잠시동안만.

로라가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열려있다. 우연히 미국 여자를 만나 하룻밤까지 지낸다. 아주 개방적이고 매력적인 여자라 롭은 오늘 이후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롭의 찌질함은 사실 약과였다. 로라와 다시 연락한 후부터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찐이다. 로라가 남은 짐 때문에 연락을 했다. 여전히 로라를 잊지 못하는 롭은 계속 말을 이어가고 로라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로라가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윗집 남자 집이었다.

롭은 그 남자가 밤일을 엄청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초조해진다. 로라에게 묻고 싶다. 로라에게 잤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유치한 롭이 참을리가 없다. 결국에는 로라에게 묻는다. 이런 내용이 전개될 때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하면 안 된다. 나도 함께 찌질해질 수 있다. 솔직히 이해는 된다. 솔직히 너무 궁금하다. 내가 사귀었던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잤는지 나보다 좋았는지. 이런 건 대부분 사람이 묻지 않겠지만 솔직히 궁금한 건 사실일테다.

소설에서는 가감없이 전부 다 오픈한다. 롭이 이토록 찌질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성인 남자라도 이토록 찌질할 수 있구나. 이것보다는 모든 남자는 다 그렇다는 걸 여자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 내가 이렇게 설명을 해도 여자는 이해 못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 로라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찌질하게 굴어도 로라는 다 이해한다. 그게 바로 롭이라는 남자라는 걸. 이런 로라를 롭이 잃는다면 그건 바보 멍청이나 다름 없을 정도다.

소설은 이렇게 찌질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음반과 노래가 소개된다. 여기서도 상황에 맞는 노래나 앨범 탑5를 꼽는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렇게 탑5를 뽑는 습관은 재미있을 듯하다.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롭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자의 원초적인 모습이 아닐까한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성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 남자끼리 있을 때는 서로가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그 모습 말이다. 그걸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롭이 대단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남자는 인기 없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진짜 남자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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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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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헤어지는 건 대체로 힘든 일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어느 정도 준비된 헤어짐은 그나마 괜찮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헤어진다면 어떨까. 사고가 생겨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만나지 못하게 된다. 엄청난 후회와 아쉬움과 전하지 못할 말들이 가슴에 쌓여 응어리가 되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전달할 대상자가 없다. 어떤 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자기 고백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 버린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간절하게 바라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 못한 말은 평생 응어리 진채로 가슴에 남아 맴돌게 된다. 그나마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글로 쓰는 것도 있다. 비록 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겠지만 나라도 뱉어내면서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라고 본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잘 벌어지지는 않는다. 보통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가 헤어질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정한다. 질병에 걸려도 어느 정도는 서로가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헤어진다. 거의 유일하게 사고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느 누구도 평정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 사고를 알게 되는 즉시 할 말을 잃고 앞이 깜깜해진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사고가 나도 그럴진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평생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슴 한 가운데 또아리를 틀고 나를 안 놔줄지도 모른다. 나를 안 놔주는 건 바로 나라고 해야겠지만. 바로 그렇게 가슴에 누군가를 묻고 살아가게 된 사람의 이야기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다.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단순히 뉴스로 보지만 각자 삶이 분명히 있다. 당사자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사연이 있다. 사소한 것은 절대로 없다. 전부 엄청난 사연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그곳에는 있다.




기차가 탈선을 하면서 타고 있던 사람도 함께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히 사고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끈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심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어느 정도 기억이 희미해질 수는 있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감정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당 장소나 해당 날짜가 된다면 기억은 되살아나고 감정은 부풀어올라 나를 지배한다.


책에는 총 4명의 사연이 나온다. 뭐랄까. 일본 특유의 내향적인 면이라고할까. 책에 나온 주인공은 전부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지 못한 사람들이다. 조용히 자기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못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차마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는 그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상대방을 오해하거나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다.


우리는 누구나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인생을 산다. 그걸 알고 있어도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온다고 달라질 것은 그다지 없다. 내가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이야기를 한다는 걸 꺼려하고 익숙해지면서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다. 그렇게 살다 상대방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고가 난 기차를 다시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신에 조건이 있다. 기차에 탈 수 있는데 절대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억지로 사고났던 사람과 함께 내려도 안 된다. 사고가 났던 장소 전 역에서 내리지 않으면 나도 죽는다. 이런 조건을 알고 기차를 탄다. 기차를 탄 사람은 사랑했던 사람이다. 연인, 부모, 짝사랑, 배우자. 이들에게 미처 내 진심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헤어졌다. 이대로 살아간다는 건 내 삶도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 마음만이라도 전달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기차를 탄다.


네 가지 사연 중 세 번째 사연이 있다. 평생을 짝사랑하던 누나가 있었다. 반에서 왕따였고 집에서도 엄마가 나가서 새롭게 결혼하고 아빠는 바빠서 늘 늦게 온다. 아주 우연히 한 누나를 알게 된다. 비가 오는 날 자신을 봐주던 누나.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봐주던 누나. 늘 주변을 맴돌았지만 고백할 수 없었다. 타이밍도 놓쳤고, 고백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포기했는데 몇 년 후에 다시 학교를 가던 기차에서 만나게 되었다. 오래도록 또다시 지켜보면서 고백하려 했다.


결국에는 고백도 하지 못했는데 기차사고가 났다. 사실 해당 기차에는 둘 다 타고 있었지만 운 좋게 나는 다른 차량에 있어 살아남았다. 고백을 하려던 바로 그 날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렇게 유령 열차에 타 누나에게 드디어 고백하려고 하던 그 순간에 진실을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책에는 나와서 감수성이 아주 풍부한 사람은 계속 울면서 읽을수도 있을 듯하다. 정말로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더이상 늦지 않고 고백하는 게 좋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듯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들 왜 그리 말을 못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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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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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는 기욤 뮈소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 작가나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후속작을 금방 내지 않는다. 표현상 못한다가 맞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야 하는 스트레스는 무척이나 크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올랐을테고 이를 뒷받침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갈수록 후속작이 늦게 나오는 이유다. 그렇게 볼 때 기욤 뮈소는 해마다 신작을 들고 독자를 찾아오는 것 자체로 위대하다.

수많은 작가가 이게 잘 안 된다. 그렇게 볼 때 기욤 뮈소는 무척이나 성실한 작가다. 여러 곳에서 초대도 받고 유명한 작가라 바쁠텐데도 분명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원고를 쓸 것이라 추측된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신작이 나오긴 힘들다. 매 신작마다 두꺼운 팬 층이 있기에 인기도 좋다 초창기에 엄청나게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패턴이 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대중 소설이라 할 수 있으니 재미가 없다면 독자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다.

초기에는 주로 로맨스가 주를 이룬 후 추리 형식이 연결되었다. 또한 분명히 소설인데도 영상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 소설을 일지 않다 이번에 나온 <안젤리크>를 읽게 되었다. 어떤 내용일지는 단 1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읽었다. 무엇보다 먼저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기욤 뮈소의 책에서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결국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나오는데 그렇다.

읽다보면 연인 간의 사랑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더구나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꽤 스피드있게 교차되니 재미있다. 이번에는 내용이 일단 추리형식이다. 로맨스보다는 형사 시리즈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건을 맡아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책 제목을 막상 읽은 후 잊고 있다보니 사람 이름이라는 걸 두번째 챕터에서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챕터 1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니 안젤리크가 제목인데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루이즈가 마티아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마티아스는 현재 건강이 안 좋은 상황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 형사도 이제는 못하고 있었는데 루이즈가 부탁을 한다. 자신의 엄마가 자살했다고 결론이 났다. 경찰은 그렇게 결론냈지만 자신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누군가 엄마를 살해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마티아스에게 이 사건을 맡아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곧 사건을 맡아 차근차근 사건에 접근한다.

루이즈의 엄마인 스텔라는 집에서 술에 취해 그만 밖으로 떨어지고 말아 죽고 말았다.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다. 그렇다고 딱히 유서도 없다. 그러니 결론은 사고로 결론이 났다. 마티아스는 마지못해 집에 가지만 딱히 다른 점도 없다. 그저 이상한 것은 바로 윗 집에 살던 화가도 함께 사망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로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일 뿐 의심할 것은 전혀 없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한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소설 전면에 나온다는 점이 신선했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이 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작품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스크는 나오지 않는다. 소설은 많이 읽지 못했지만 이제 20년이나 21년이 나올 때면 마스크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거짓이 된다. 그러다보니 소설에서도 마스크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도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들다는 등의 묘사가 나온다. 또한 내 기억에도 있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물에 잠겼던 것이 소설에서 묘사되어 괜히 친숙하고 반가웠다.

소설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지 못한 반전이 나온다. 그것도 단순히 안젤리크가 출현할 때부터 급반전 하던 내용이 뒤에 가서는 인연이 없는 인연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보면 기욤 뮈소 소설의 특징인데 그걸 잘 엮어 마지막에 연결하는 것이 놀랍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고민을 하고 책을 쓰기 전부터 미리 설정을 했어야 할텐데 말이다. 막판에 지금까지 숨겨졌던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끝이난다. 그런 점에 기욤뮈소 소설의 특징이자 재미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뒷 부분 이해를 위해 한 번 더 해당 페이지를 읽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 기욤 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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