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고전 - 날마다 내공이 쌓이는 고전 일력 365
이상민 지음 / 라이온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고전은 알고 있다.

누구도 고전을 읽지는 않는다.

고전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좋은 말이다.

어느 정도는 우리 일상에도 고전은 침투(?)해 있다.

깊지는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고전 명언을 내뱉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나도 모르게 보고 들은 것들이 있어 그렇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숙하게 고전은 나와 함께 있다.

막상 고전을 제대로 배우려고 하면 그 즉시 질려버린다.

일단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한자다.

한자로 구성되어 있어 봐도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른다.

그나마 해석하는 책들이 있지만 그마저도 어렵다.

짧다고 하면 상당히 짧은 문구를 갖고 해석을 해준다.

책으로 이런 걸 접하려면 꽤 어렵다.

많은 페이지를 읽어내려면 그것 자체가 뭔가 안 맞다.

하나의 문구만으로도 몇 분만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루까지는 아니라도 붙들고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는 문장이다.

최근에 일력이 다양하게 나온다.

그 중에 하나로 이번에 나온 책이 <하루 고전>이다.

하루에 하나씩 고전에 나온 문구를 읽을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도 한데 그렇지는 않다.

일력에서 소개하는 문장이 매일 다르다.

어떤 내용은 금방 이해가 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어떤 내용은 얼핏봐도 한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한다.

그만큼 일력을 통해 다양한 고전을 접할 수 있다.

다행히도 모든 고전에 따로 해석이 있다.

고전 문장을 보자마자 이해 되는 건 상관없다.

그렇지 않은 건 해석을 읽으면 이해가 조금 올라간다.

일력에는 꽤 많은 고전이 담겨있다.

너무 익숙한 사서삼경은 물론이고 다른 것도 많다.

이걸 일일히 찾아 정리하고 선택한 것도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너무 방대하기에 어떤 걸 선택할지는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작가가 취사선택 한걸 우리는 읽는다.

일력이라 1월 1일부터 시작할 필요없이 오늘부터 해도 된다.

어차피 1년 동안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닌 두고두고 봐야 할테니.

여기에 있는 일력만 제대로 숙지해도 젠체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뭔가 어려운 표현으로 누군가에게 말하면 괜히 날 달리볼테니 말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전히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는 기욤 뮈소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 작가나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후속작을 금방 내지 않는다. 표현상 못한다가 맞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작의 명성을 이어가야 하는 스트레스는 무척이나 크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올랐을테고 이를 뒷받침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갈수록 후속작이 늦게 나오는 이유다. 그렇게 볼 때 기욤 뮈소는 해마다 신작을 들고 독자를 찾아오는 것 자체로 위대하다.

수많은 작가가 이게 잘 안 된다. 그렇게 볼 때 기욤 뮈소는 무척이나 성실한 작가다. 여러 곳에서 초대도 받고 유명한 작가라 바쁠텐데도 분명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원고를 쓸 것이라 추측된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신작이 나오긴 힘들다. 매 신작마다 두꺼운 팬 층이 있기에 인기도 좋다 초창기에 엄청나게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다. 패턴이 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대중 소설이라 할 수 있으니 재미가 없다면 독자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다.

초기에는 주로 로맨스가 주를 이룬 후 추리 형식이 연결되었다. 또한 분명히 소설인데도 영상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 소설을 일지 않다 이번에 나온 <안젤리크>를 읽게 되었다. 어떤 내용일지는 단 1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읽었다. 무엇보다 먼저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기욤 뮈소의 책에서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결국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나오는데 그렇다.

읽다보면 연인 간의 사랑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더구나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꽤 스피드있게 교차되니 재미있다. 이번에는 내용이 일단 추리형식이다. 로맨스보다는 형사 시리즈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건을 맡아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책 제목을 막상 읽은 후 잊고 있다보니 사람 이름이라는 걸 두번째 챕터에서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챕터 1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니 안젤리크가 제목인데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루이즈가 마티아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마티아스는 현재 건강이 안 좋은 상황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 형사도 이제는 못하고 있었는데 루이즈가 부탁을 한다. 자신의 엄마가 자살했다고 결론이 났다. 경찰은 그렇게 결론냈지만 자신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누군가 엄마를 살해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마티아스에게 이 사건을 맡아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곧 사건을 맡아 차근차근 사건에 접근한다.

루이즈의 엄마인 스텔라는 집에서 술에 취해 그만 밖으로 떨어지고 말아 죽고 말았다.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다. 그렇다고 딱히 유서도 없다. 그러니 결론은 사고로 결론이 났다. 마티아스는 마지못해 집에 가지만 딱히 다른 점도 없다. 그저 이상한 것은 바로 윗 집에 살던 화가도 함께 사망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로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일 뿐 의심할 것은 전혀 없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한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소설 전면에 나온다는 점이 신선했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이 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작품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스크는 나오지 않는다. 소설은 많이 읽지 못했지만 이제 20년이나 21년이 나올 때면 마스크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거짓이 된다. 그러다보니 소설에서도 마스크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도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들다는 등의 묘사가 나온다. 또한 내 기억에도 있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물에 잠겼던 것이 소설에서 묘사되어 괜히 친숙하고 반가웠다.

소설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지 못한 반전이 나온다. 그것도 단순히 안젤리크가 출현할 때부터 급반전 하던 내용이 뒤에 가서는 인연이 없는 인연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보면 기욤 뮈소 소설의 특징인데 그걸 잘 엮어 마지막에 연결하는 것이 놀랍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고민을 하고 책을 쓰기 전부터 미리 설정을 했어야 할텐데 말이다. 막판에 지금까지 숨겨졌던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끝이난다. 그런 점에 기욤뮈소 소설의 특징이자 재미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뒷 부분 이해를 위해 한 번 더 해당 페이지를 읽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 기욤 뮈소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리의 역습 -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 사람들이 최근 몇 개월만큼 금리에 대해 크게 와닿은 적이 없을 듯하다. 금리를 거의 무시하며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금리가 직접적으로 내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올라간다고 해도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된다고 믿었다. 전문가들도 금리 상승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심각한 어조는 아니었다. 금리가 올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금리를 거의 무시하고 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금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낮았다. 금리때문에 뭔가를 결정할 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금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저금리로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데도 자신이 있었다. 이런 자신감이 팽배했다. 낮은 금리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처럼 보일 정도였다. 코로나와 함께 더욱 금리는 낮아졌다. 더이상 낮아지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코로나 직전에는 한국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금리까지 갈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러던 금리가 22년 봄에서 여름이 될 정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른다는 건 그럴 수 있다.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금리가 1년도 안 되는 사에 2%p이상 상승을 했다. 전혀 체감하지 못했던 금리가 내 생활을 급습했다. 별로 부담없이 쓰던 낮은 금리가 갑자기 올랐다. 1~2번 오를 때는 이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 매월마다 오르니 체감되기 시작했다. 내야 할 이자가 2배가 되었다. 수익은 변하지 않았는데 지출이 갑자기 2배로 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금리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금리라는 것이 우습게 보면 안 되는구나. 금리를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많은 사람들이 몸소 경험하면서 공포마저 들었다. 금리는 실제로 세상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게 배웠지만 이를 직접 경험할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다들 이론과 상관없이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이 최근에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잊거나 무시하면서 경제활동을 했을 뿐이다.

금리 이전에 먼저 이자가 있다. 이자는 최근에 생긴 게 아니다. 고대부터 이자 개념이 있었다. 화폐가 있은 다음에 이자라는 개념이 생겼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다. 노예도 사실 이자를 갚지 못해 되었다. 물건을 빌리고 제 때에 갚지 못하면 이자로 자신이 갖고 있는 소중한 걸 빼앗겼다. 이런 것이 바로 이자 개념이다. 이자는 시간의 개념이다. 시간이 결부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누군가 빌린 후 갚을 때는 꼭 기한이 정해져 있다. 기한이 없다면 빌려주지도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자를 제한 할 때는 오히려 부자만 좋다.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이자를 제할 때가 역사를 돌이킬 때 몇 번 있었다. 이자를 제한하면 좋은 일이라 여기지만 아니다. 돈을 갖고 있는 사람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신용을 봐야 한다. 신용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긴 힘들다. 당연히 신용이라는 건 상대방의 자산과 관련이 있다. 자산이 있다면 좀 더 저리의 이자를 줘도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자를 제한하면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과 똑같은 조건으로 이자를 받을 수는 없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자를 제한하면 가난한 사람이 더 힘들어진다. 이렇게 이자는 시간의 개념이 결부된다. 금리라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싸움이 있었다. 물가와 관련이 있느냐 여부도 아직까지 명확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금리의 역습>은 저자가 코로나 이후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집필했다. 코로나와 함께 저금리가 시작되면서 자산시장이 폭등했다.

분명히 이렇게 저금리에 따른 자산시장 폭등은 역효과가 나올텐데 이에 대해서 그다지 경고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저자는 그런 인식으로 책을 썼다. 과거부터 금리의 역사에 따라 하나씩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준다. 현재는 금리를 물가와 연동하는데 물가 2%가 기준이 되었다. 폴볼커 때만 하더라도 2%는 신경쓰지 않던 숫자였다. 오히려 폴 볼커는 무시했다고 한다. 지금은 물가 2%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역사를 볼 때 생각지 못한 걸 알게 된다.

다행히도 책은 생각보다는 덜 어렵다. 이런 책이 대부분 어려운 편인데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주고 있어 녹록치 않지만 읽을만 하다. 사실 이 책을 꼭 읽지 않아도 이제 사람들은 알고 있다. 금리가 어떤 역할을 시장에 하고 있는지 크게 깨달았다. 분명히 누군가는 잊어먹는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지금의 상황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 책 제목처럼 지금은 금리의 역습시기다. 금리가 낮을 때 무리했던 사람이 누군였는지 드러나는 시기다. 이런 책을 읽으며 잊지 말아야 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읽기 어렵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금리는 경제의 중심.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확실히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면 놓치는 게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책의 반 이상 읽은 후에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읽고 있는 소설 속 인물이 2명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총 4명이 주인공이었다. 덕분에 좀 중간에 혼동되었다. 주요 인물이자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은 토마시와 테레사다. 처음에는 토마시가 남자 주인공이고 테레사와 사비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했다. 여기에 역사적 맥락으로 체코에서 벌어진 일을 함께 알려주는 소설로 생각했다.

읽다보니 프란츠란 인물이 나온다. 토마시에 이름을 변경한 것이 아닌가했다. 프란츠와 있을 때 쓰는 예명식으로.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걸 중반 이후에 앍았으니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해야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토마시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대단한다고 생각했다. 외과의사라는 다소 좋은 직업을 갖고 다양한 여자를 만난다고 봤다. 여러 여인을 지속적으로 교체하면서 만난다. 그 와중에 테레사와 관계는 유지한다. 테레사는 이 점을 늘 불안하게 생각한다.

다소 쿨하게 받아들이려 하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다. 그런 여자 중에 사비나는 테레사도 만나기도 한다. 토마시는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추구한다. 그가 추구하는 삶은 단순히 연애관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인생 전체를 관통해서 자기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여자에게 정착하기보다 마음가는대로 만나고 헤어진다. 그럴 수 있는 이유 증 하나는 의사기 때문이라고 본다. 꼭 그게 전부는 될 수 없어도 상당히 중요한 존재 이유가 된다. 스스로 자신의 몸 하나는 얼마든지 지켜낼 수 있으니까.

소설 배경이 되는 체코는 소련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된다. 그럴 때 자유롭게 살면서 살아도 되었는데 딱 하나의 일을 한다. 독자 투고로 현 상황에 대한 글이었다. 자유에는 권리 뿐만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함께 따른다. 이걸 할 것인지 여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거 편집되어 언론에 실렸다. 별 문제 없이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던 글은 두고 두고 토마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워낙 확고한 직업을 갖고, 재능도 좋았던 토마시였다.

그런 토마시에게 누군가 접근한다. 글을 쓴 것 자체는 문제삼지 않는다. 다만, 그 글을 쓴 후에 발표할 때에 도와 준 사람들을 문제 삼는다. 아무 생각없이 대화를 하다 이건 취조라고 느낀 후 어떤 누구도 발설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던 그에게 벌어진 일은 숙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이 안 생길 수도 있었다. 토마시는 체코를 떠났었다. 다시 돌아온 것은 테레사 때문이었다. 그렇게 볼 때 자유를 추구하던 토마시의 선택은 사랑이었을까, 책임이었을까.

테레사는 사진을 찍었는데 그가 한 사진은 소련 탱크를 찍고 그 앞에서 자유롭게 춤추던 청춘을 찍는다. 그가 찍은 사진을 잡지사에서는 좋게 보지만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돈이 되는 사진을 제안하지만 테레사는 때려치운다. 자신의 자아를 추구하기보다는 사랑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택하지 않은 삶에는 토마시는 없었을 듯하다. 크게 부담갖지도, 고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소련이 들어온 후 자신의 사진이 문제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감추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테레사는 토마시의 머리카락에서 다른 여성의 성기 냄새를 맡는다. 토마시가 몸 구석을 닦고 향수를 써도 머리카락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걸 기막히게 테레사는 안다. 솔직히 읽으면서 그 외에 다른 작품에서도 가끔 이런 메타포가 나올 때는 의아하다. 어떻게 해야 머리카락에서 그 냄새가 날 수 있는지 지극히 호기심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 식으로 테레사는 토마시가 여전히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지낸다.

토마시의 또 다른 연인인 사비나는 화가다. 사비나 역시도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토마시와 사비나의 만남은 그렇기에 서로 부담없이 만나고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하지 않았을까. 사비나에게 테레사가 와도 별로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비나는 테레사를 모델로 그림까지 그리려 한다. 테레사만 부담스러워 하지만 그마저도 사비나의 태도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사비나는 자신이 했던 모든 그림을 키치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달리 본다.

사비나가 미국에서 작품을 선보일 때 사람들은 소련에 대한 항거로 받아들인다. 자신은 그저 키치라고 생각했던 걸. 전체적으로 사비나는 굳이 꼭 소련이 아닌 자신의 작품 자체를 키치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작품이 좁게 해석되는 걸 경계했다. 사비나가 이야기 중 베트남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베트남을 경유해야 하는데 베트콩이 숨어 있는 곳을 지나야 한다. 아무리 외쳐도 숨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사비나는 죽음의 충동마저 들면서 뛰쳐나가고 싶어한다.

어떻게 보면 그게 바로 질식할 것같은 억압을 싫어하는 자유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한다. 누군가는 그런 상황에서 체제에 순응하고 가만히 있으려 한다. 그걸 참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어느 순간 뛰쳐나간다.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행한다. 프란츠의 이야기는 내가 토마시와 혼동해서 그런지 딱히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는다. 토마시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시골에 들어가 테레사와 살아가는 삶을 택한다. 의사도 할 수 없어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며 하루를 보낸다.

자유롭게 살다 아주 좁은 시골에서 누가 사는지도 알고 할 것도 없는 곳이다. 토마시가 어떤 생각으로 그곳에서 살았는지 소설을 알려주지 않는다. 테레사에게 집중해서 테레사의 고뇌 등을 알려줄 뿐이다. 정작 그런 삶을 살아갈 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리 선택할 것이 없는 삶이었는데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했다. 읽었을 때 체념은 아니었던 듯하다. 소설의 마지막을 볼 때 테레사와 토마시는 차라리 잘 된게 아닐까도 싶다. 그 후의 삶이 어떨지는 시간일 갈수록 자유를 마음 속에 품었던 사람에게 다가오는 게 달라졌을테니.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자유를 허하라.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누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는 소설인지 여부를 언제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별 건 아니고 소설이 시작하는 첫 문장이다. 첫 문장에서 얼마나 흡인력있게 날 끌어들이냐가 핵심이다. 대부분 히트한 소설이나 오래도록 사랑받는 소설의 특징이다. 그걸 알게 된 건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라의 법칙이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한 소설은 전부 첫 문장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흥미가 동하면서 읽고 싶어졌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소설이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아버지가 죽었다. 여기까지는 약간 호기심이 가는 정도다. 어떤 작품이든 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로는 아주 약간의 호기심만 생긴다.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고 결국에는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을 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호기심 그대로 소설은 초반 3분의 1까지는 꽤 흥미진지하게 내용이 이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소개다. 특히나 이제는 다소 낡았다고 하면 낡은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이야기다. 다소 억울한 생각도 들 수 있겠다.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엄연히 사회주의자다. 남들이 볼 때는 그놈이 그놈이겠지만 엄연히 이데올로기로 볼 때 완전히 다르다. 사회주의자가 그렇다고 사회 전복세력도 분명히 아니지만 한국에서 어쩔 수 없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딸이 장례식장에 오는 하객들과 함께 과거를 떠올리는 소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사회주의 동료로 함께 숨어있다 나와 구례라는 마을에 정착해 살았다. 아버지의 고향이다. 그리고보니 이 소설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위주라서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아버지 고향인데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없다. 딸이 자신이 들은 이야기와 본 것을 적었다. 아버지는 빨갱이로 낙인이 찍혔고 실제로 감옥까지 갔다 오면서 관련된 가족이 함께 고초를 겪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연좌제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족들에게 숨기고 싶은 인물이 되었다. 한 때는 자랑스럽게 아는 것도 많은 가족이었지만 그 이후 모든 가족에게는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게 만든 인물이 되었다. 이러다보니 아버지도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에서 살았다. 고향에서 딱히 반기진 않는다. 다만 워낙 작은 마을이니 거기서는 이데올로기보다는 더 중요한게 있다. 서로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아온 정이라고 해야할까.

빨갱이든 일제 앞잡이가 되었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았다. 누군가 외부 세력이 들어와 뭐라해도 그들은 차마 아무것도 못한다. 소설을 읽다 빵 터진 부분이 있다. 사회주의자라 어떻게 보면 밑바닥에서부터 민중을 위해 투쟁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적응을 하기 힘들다. 특히나 자본가 아들이었던 사람이 결국 자기때문에 폐가망신해서 노동을 해야 했다. 그랬더니 노동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한다. 그런 이유로 노동을 때려치운다.

그 고백에서 읽자마자 난 너무 재미있게 웃었다. 누구도 노동이 좋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걸 노동이 아닌 자신의 어떤 숭고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나마 열심히 한다. 이를테면 미술작품을 만드는 건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건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소설에서는 그런 장면이 초반에 꽤 많았다. 중후반부터는 좀 더 아버지와 주변 인물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재미가 덜했다. 사회주의자로 한국사회에서 산다는 것의 아이러니.

그런 모습이 책에 꽤 자주 나와 그걸 읽는 재미가 있었다. 대신에 아버지는 어떤 편견도 없이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학생에게도 예의없이 담배를 사람들 앞에서 피지 말라고 할 뿐이다. 그런 후에는 함께 맞담배를 핀다. 그 외에 어떤 사람과도 편견없이 대한다. 아버지를 좋아했던 딸은 시간이 지나 다소 대면대면 해졌지만 장례식을 계기로 아버지와의 추억과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하나씩 알아가는 내용이다. 소재가 특이해서 좀 더 재미있고 신기하게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뒷 부분에도 웃는게 있었다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베셀인 이유가 있다.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