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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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제목때문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후도 아니고 저녁도 아니고 아침이다. 가장 진취적이고 뭔가를 하겠다는 각오가 투철한 시간이 아침이다. 죽음을 딱히 생각해야 할 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런 시간이 따로 있다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간은 누가 뭐래도 아침아닐까. 바로 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제목으로 정하다니 말이다.

어그로라는 표현처럼 제대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을 생각한다면 약간 병 아닐까.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물고 늘어진다는 뜻이 된다. 어느 누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단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여러 생각 중에 분명히 그 날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떠오르는 고민은 대체적으로 그 날 당장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대부분인데도 죽음을 생각한다고.



정말로 죽음에 대한 진지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이렇게까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길게 쓰는 이유다. 죽음과 아침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저자가 썰을 풀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심리학책이라고 날 오판하게 만들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저 에세이었다. 그저라는 표현에는 다소 도발적인 의미가 담겼다. 에세이가 그저라는 표현을 받을만큼 가치가 낮지 않다. 에세이는 어려운 내용부터 아주 친근하고 친숙하며 쉬운 내용까지 다 아우르게 된다.

막상 해당 에세이를 읽으면 꽤 진지하고 거창한 내용이다.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회공동체까지 아우르는 다소 문명사회철학적이다. 읽다보니 오늘은 어제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 보지 못하는 하루라는 개념도 떠올랐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누구나 죽는다. 탄생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죽음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내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련지. 극히 드물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분명히 주워졌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또한 죽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라 아무도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언제나 생각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으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추석이란 무엇인가'이지 않을까한다. 해당 내용이 워낙 화제가 되어 뉴스 마지막 코멘트로도 쓰였고 여러 SNS에서도 펌으로 돌아다녔다고 한다. 칼럼이었는데 뒤 늦게 화제가 되어 역주행까지 했단다.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회포를 푸는 날이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느낌인지 몰라도 명절을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기피하는 듯하다.

어른이 된 나도 아직도 그저 그렇다. 좀 더 나이가 먹어 노인이 되면 다를까라는 생각도 든다.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응원이면 좋은데 오히려 화가 되고 울화통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관련되어 에피소드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대부분 이런 명절에 만나 하는 이야기는 근황이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돈은 잘 버는지 궁금해 한다. 결혼할 사람은 있는지 궁금해한다. 취직은 했는지 궁금해 한다. 공부는 잘하는지 궁금해 한다.



하등 물어서 득이 될 것도 없는데도 질문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지 몰라도 일단 물어본다. 할 말이 없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될텐데 어색한 시간과 공간이 주는 무게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오히려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된다. 차라리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발상을 한다. 근황이 아닌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그런 순간에 모든 말문이 막힐 듯하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밥을 먹다 입안에 음식을 가득 품고 한 마디를 외친다. '나는 누구인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정적이 흐를것이다. 대신에 분명한 것은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누구나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원적인 질문이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서 말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신나 왁자지껄하며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다들 침묵을 지키고 어색한 공기만 맴돌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다.



절대로 이를 외친 나에게 누구도 더이상 질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니.... 도대체 뭐라 대답한단 말인가. '지랄하네. 헛소리 말고 밥이나 쳐먹어.' 과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도 역시나 그 때뿐이지 더이상 질문은 안할테다. 저자는 어떤 글은 일부러 현학적으로 어렵게 쓰고, 어떤 글은 유머러스럽게 쓴 듯하다. 더럽게 재미없는 글도 있다. 이번 리뷰는 저자가 쓴 스타일을 참고해서 썼다. 책 내용이 별로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정말로 제목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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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이 뭐가 중요하죠? -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5가지 키워드
잇첼(Itzel) 지음 / 시대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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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무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그만두려면 평생 못한다. 대략적으로 어느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그만둘 때 곧장 텀없이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 무척이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투자도 하고, 사업도 하고, 여행도 하고, 글도 쓰면서 멀티로 다양한 일을 한다. 최근 유행인 디지털 노마드다. 나는 다소 삐딱하게 바라보는 편이긴 한데 컴퓨터 하나만 갖고 아주 우아하고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노마드도 다 똑같이 힘들고 어렵고 일을 해야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업가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이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데 저자는 오히려 이런 걸 아주 잘 해냈다. 무엇보다 책을 읽어보니 상당히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 자신과 잘 맞았던 듯하다. 책의 꽤 많은 부분에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세계여행이다. 무려 55개국을 다녔다고 한다. 일을 그만두고 그렇게 돌아다녔는지 알았는데 대학생때부터 꾸준히 다녔다고 한다. 그것도 1인 여행으로 무작정 떠나 현지에서 며칠동안 생활하는 여행이다.

심지어 해당 국가에서 생판 모르는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친해질 정도니 확실히 성격이 적극적이라 할 수 있다. 현지에 있는 한국인도 아닌 현지인이라 대화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런 여행을 통해 저자는 자신을 객관화하고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된 듯하다. 책은 에세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보면 다소 두서없이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이 현재까지 했던 모든 것에 대해 시시콜콜 전부 알려주고 있다.

자기계발적인 내용도 있고, 여행에 대한 팁도 있고,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독서와 관련된 것도 말한다. 그 모든 것이 전부 합쳐져서 지금의 삶을 살고 있으니 단 하나라도 빼놓기가 힘들었을 듯하다. 저자의 닉네임이 '잇첼'이라고 하는 데 무지개여신이라는 뜻이란다. 현재 저자가 하고 있는 다양한 것과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다.끝으로 저자가 말하는 5가지 균형 방법이다. 1인 자립력, 재테크, 건강, 자아실현, 관계. 이런 것들을 저자는 잘 해나가고 있으니 부럽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렇다고 실행이 쉬운 건 아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해본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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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기가 세요 - 유쾌한 여자 둘의 비혼 라이프
하말넘많 지음 / 포르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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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찬성하지는 않는다. 비혼을 주장하거나 페미니스트라고 외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결혼을 안 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다. 굳이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혼이라고 외치는 것은 아마도 스스로 결혼이라는 것에 나도 모르게 함몰되고 에너지를 쏟는 것이 싫어 그럴 수도 있다. 페미니스트도 역시나 비슷하다. 그저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된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적이지만 역지사지 입장에서 다를 수 있다.

나는 남자라서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 측면도 있다. 여자로 살아가는 삶과 남자로 살아가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 남자가 좀 더 편하고 득을 보는 것도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내가 자랄 때는 별 의식없이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녀 구분을 그에 따른 차별을 인식하게 되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인식해다기 보다는 누군가 설명한 걸 듣고 맞다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개선하거나 인식을 전환한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교육은 참 중요하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했고 타당한 생각이 들었다. 인식의 전환을 해 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꼭 페미니스트 덕분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 덕분이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더 많았을테다. 그걸 굳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내세우며 이야기하는 것에 찬성을 하지 않을뿐이다. 이런 점은 꼭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똑같다. 사회에서 살아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한다.

이 책인 <따님이 기가 세요>에서도 굳이 부모를 모부라고 표현한다. 단어는 하나의 개념을 설정하고 나도 모르는 무의식을 건드릴 수 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런 단어부터 내 정체성을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결정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는 부모보다는 모부라고 쓰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건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여부까지는 잘 모르겠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에서 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똑같다. 나와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라는 거.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채널인 '하말넘많'을 운영하고 있는 강민지와 서솔이 쓴 책이다. 둘이 번갈아가며 지금까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유튜브를 시작했고 지금은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서술한다. 굳이 꼭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책 내용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도 나오고, 어려웠던 삶의 이야기도 나온다. 여성으로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에 대한 자각과 함께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로 한 내용도 나온다.

책에 의하면 운영하는 채널도 꼭 페미니스트 관점의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고 먹방도 나오는 등 다양하게 영상을 올리나 보다. 둘 다 영화과인지를 나와 남들보다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좀 더 수월했던 듯하다. 무엇보다 편집은 익숙하니 말이다. 유튜브 촬영하고 편집한 이야기를 읽으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확실히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유튜브를 열심히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더구나 시작하자마자 첫번째 올린 영상이 알신이 도와줘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다만 명확한 인식과 개념을 잡고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영상을 올리다보니 꽤 많은 공격도 받나보다. 반대로 볼 때 그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그걸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 된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가친판단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반론을 펼치면 된다. 다짜고짜 욕을 하고 조롱하는 것은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굳이 말하자면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이 더욱 강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콘서트도 개최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여성만 모였는지 잘 모르겠으나 자신들이 응어리진 이야기를 마음것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어떤 분이 자살을 생각했는데 유튜브를 보고 살자로 마음을 바꿨다고 하니 채널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한다. 돈에 대해서 초반에 욜로로 생각하기에 좀 안타깝다고 봤는데 돈에 대한 걸 촬영했다. 의외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많은 여성이 두 저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았고 자산을 불리고 있었다.



그런 걸 본 후에 지금은 저축도 하고 노력한다고 하니 그런 점은 좋았다. 이런 건 사실 페미와 전혀 상관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며 동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왜 그런지에 대해 상대방의 주장을 읽어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자세가 아닐까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보다 더 강한 페미니스트 책도 읽었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아주 소프트하게 그저 두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굳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할 필요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주장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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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 모계사회

점점 갈수록 여권(?)신장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편해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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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 아킬레스건 완파 이후 4,300㎞의 PCT 횡단기
정성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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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여행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굳이 가지도 않지만 갈 기회를 거절하지도 않는다. 1년에 1번 정도 여행을 가긴 했는데 매년 그런 것은 또 아니다. 혼자 여행을 해 본적은 없긴 하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딘가에서 1박을 한다는 의미라면 그렇다. 반면에 1박이 아닌 당일 치기로는 이곳 저곳을 꽤 많이 다녔다. 거의 대부분 동네나 도시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을 비롯한 주변을 혼자서도 잘 가서 보는 편이긴 하다. 그게 나름 내가 즐기는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대신에 뭔가 신기함이나 새로움은 다소 적긴 하다. 불편하지 않게 당일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니. 걷는 것도 좋아는 하는 편이다. 엄청나게 걷는 것은 아니지만 30분에서 1시간 거리는 어지간해서는 전부 걷는다.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택시를 타지도 않는다. 많이 걷는 분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한다고 하면 정확할 듯하다. 그런 나에게 참 신기하게도 여행이나 걷기와 관련된 책이 자주 온다. 더 신기하게도 저자가 직접 보낸다.



출판사도 아닌 저자가 보내서 보게 된 책이 많다. 그런 책들이 단순히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고 도보와 곁들여져 있다.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며칠을 넘어 몇 달동안 걸으면서 여행하는 책을 꽤 읽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이곳은 순례길이라는 표현처럼 꽤 의미가 있고 상징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 갔다 온 사람 이야기도 들은 적은 있다. 굳이 꼭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도 솔직히 있긴 하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는 의미는 있겠지만.

이번에는 <워킹>이라고 하여 미국의 PCT를 횡단하는 이야기를 저자가 보내준다고 하여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데 초반에 곧장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 왜 시작했는지와 PCT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읽다보면 나오겠지하면서 읽었는데 결국에는 끝까지 PCT의 의미는 나오지 않아 마지막 장을 읽기 직전에 찾아봤다. 'Pacific Crest Trail'이라는 뜻의 약자로 멕시코 국경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서부를 관통해서 캐나다 국경까지 횡단하는 걸 말한다.



저자는 여자친구와 함께 도보여행을 떠났다. 저자 자신은 <와일드>라는 영화를 보고 PCT를 알게 되어 하자는 마음을 먹었단다. 나는 그걸 책으로 읽고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혼자 갈 생각에 여자 친구와 헤어지자는 이야기까지 한다. 이 코스가 짧은 것이 아닌 무려 6개월 정도 되는 대장정이다. 그 기간동안 연락하기도 힘들고 만나지도 못할 듯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랬는데 혹시나 하며 이야기를 했더니 함께 하겠다고 하여 고생을 같이 한다.

총 길이가 무려 4,300km가 된다. 하루에 많이 걸으면 50~60km도 걷지만 자연 등의 여러 환경이 안 좋으면 20~30km 밖에 못 걸을 때도 있다. 이러다보니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PCT를 접하게 되었는데 정작 미국에서도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PCT코스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횡단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면서 알긴 해도. 저자가 이곳저곳을 가면서 마을에 가기도 하는데 그런 마을은 하나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그런 마을이 아닐 때는 그런게 있냐는 반응도 있는 걸 보면 대중적인건 아닌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지도 아니고 매일 밤에는 편안한 숙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이 넘게 마을이 나오지 않아 텐트를 갖고 다니면서 잠을 자기도 해야 한다. 어떤 곳은 오래 걸어도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없다. 1리터짜리 물을 몇 개 갖고 다녀도 다 마시면 물이 말라 엄청 힘들어 할 때도 있다. 단순한 길이 아닌 사막이라서 쉽지 않다.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물이나 먹을 것은 무료로 넣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점이 신기했다. 그들도 이 코스를 완주하거나 가 본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걸 한다고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데도 그런 호혜를 베푼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닌 약 20kg 정도되는 짐을 지고 매일같이 걸어야 하니 그 고생은 보지 않아도 알 듯하다. 글로만 접해도 사서 고생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였다. 그 과정을 저자는 끝내 완주한다.

걷는 와중에 여자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중단한 후에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저자와 합류하기도 하면서 완주를 한다. 도보 중에 만난 사람들은 서로 동지의식이 있어 서로 스스럼없이 만나면 간단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다시 만나거나 숙식하는 곳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친해진다. 그 와중에 친해지는 사람도 있고 서로 남녀가 만나 연인이 되는 케이스도 책에서 소개된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기에 서로가 완전히 바닥까지 보여주는 도보다.



그런 과정에서 저자와 여자친구는 함께 완주를 하면서 더욱 돈둑해진다. 책을 다 읽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하고 저자의 블로그를 가보니 얼마전에 둘은 결혼을 했고 임신까지 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다. PCT코스가 정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 사막도 있지만 조망이 너무 좋은 곳도 있고, 산을 타야하는 것이 있다. 불이 나서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걸 통과도 해야 하고 철제 다리 바닥이 없어 옆을 잡고 건너기도 한다. 사계절을 다 만나기도 하는 엄청난 코스로 보였다. 이런 코스를 완주한 저자니 무엇을 해도 잘 할 듯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는 못 할 듯.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6개월동안 걸을 수 있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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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이석원 지음 / 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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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이라는 그룹은 알지만 노래를 들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 바로 그 그룹을 만들었던 사람이 이석원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다지 큰 관심이 있던 건 아니다. 유일한 관심이라면 인기작가라는 점이었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인기가 좋다는 것만 알았다. 처음으로 그가 쓴 책을 읽었다. <2인조>는 읽자마자 든 생각은 이 사람은 완전히 'too much talker'라는 점이었다. 어찌나 쉬지 않고 말을 하는지 청산유수라는 표현이 딱일 정도였다.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한편으로 막상 만나면 숫기없어서 거의 말도 못할 스타일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다보니 본인은 실생활에서 그렇다고 말해준다. 억눌려있던 모든 걸 글로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싶었다. 미주알 고주알 별 것도 아닌 걸 어찌나 청산유수로 말을 하는지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통 이런 에세이는 자간도 다소 넓고 페이지도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꽉꽉 눌러 쓴 글에 무려 350페이지도 넘는다.



책의 제목인 2인조는 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나를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다. 혼자라는 이야기는 한가지 모습만 갖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외면의 나와 내면의 나는 다르다.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다른 경우도 많다. 내 안에는 여러 인물이 있다. 다중인격이라고는 말도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어떨 때는 외로워하고 어떨 때는 기뻐하는 바로 그 놈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그런 걸 의미하기는 하는데 다소 좀 뜬금없게 나오긴 한다.

내용이 전개되다 갑자기 2인조라고 하면서 의미를 부여한 후에 내용이 나혼다. 본인이 혼자 살기로 작정했고 외로움 등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뜻하지 않아도 누군가와 살아간다고 해도 독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이 아닌 주체와 객체로서 독립한 존재를 말한다. 다소 어렵게 썼지만 책에서는 부담없이 가볍게 썼다. 저자가 워낙 편집증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썼던 모든 내용을 전부 갈아엎고 다시 썼다고 한다. 나는 도저히 시도도 못하겠다. 지금까지 썼던 내용이 아까워서.

1월부터 12월까지 내용은 이어지는데 딱히 그런 구분을 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딘지 월은 계절과 연결이 되는데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다. 대신에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내용이 좀 더 발전적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은 있다. 초반에는 다소 생활관련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본인 스스로 작가라는 자의식이 강해서 그런지 풀어내는 방법이 재미있었다. 글을 읽는 재미라는 의미에서 연결이 좋았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하게 하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이끌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에 속으로 아니 이게 더 궁금한데 왜 안 알려주는거야.. 라고 생각하니 다시 그 에피소드로 돌아오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중간에 창작자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알려주는데 무척이나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여러 책을 쓴 사람으로 동질감 비슷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하듯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찍었을 정도였고 그 이전과 이후로 좋았던 것도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베스트셀러 1위라니.



그것도 잠시도 아닌 꽤 긴 기간동안 달성했다. 나랑은 그런 면에서 좀 차원이 다르다면 다른 판매량의 보유한 작가라 동질감보다는 부러움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인기가 있다는 걸 블로그 가서 깨달았다. 글은 일주일에 1~2번 정도 올리는데 나보다 이웃숫자나 조회수는 적었다. 글 하나하나에 공감이 평균 500개는 되는 듯하고 어떤 것은 3000개 정도도 있었다. 심지어 거의 전적으로 지금은 작가로만 먹고 살고 있다고 하니 일단 나에게는 넘사벽이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마지막 내용이 좀 더 와 닿았다. 나도 그다지 지인이나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경조사를 그다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번잡한 걸 다소 싫어한다고 할까. 작가도 거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관련된 내용이라 이 부분도 꽤 공감을 하며 읽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대부분 옷과 관련되어 있었다. 자신에게 최대로 보상하는 의미로 옷을 어느날부터 사기 시작했는데 고가의 옷도 구입했다.



그러면서 특정 매장의 매니저와 알게된 에피소드도 있고, 수선을 하는 에피소드는 더 재미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투명스럽게 대해서 복수를 꿈꾸고 갔는데 오히려 자신이 졌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3전 3패를 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읽다가 마지막 결론부분에 피식하면서 웃었다. 옷과 괸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마지막에 가서는 이제는 하지 않게 된 에피소드까지 이어진다. 책은 그렇게 자신의 거의 1년에 걸친 이야기처럼 써져있다. 그러면 1~12월까지 맞다는 이야기가 되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말로 말 많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있게 읽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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