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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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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 인사들과 만난 회동 자리에서 무상급식을 자신의 임기 내에 전면 실시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여. 야당 간의 설전과 갈등을 빚어왔던 무상급식 도입 찬반 문제가 이제서야 ' 타협 ' 이라는 답을 찾게 되는 것일까?  

민주당 및 진보 진영 측에서는 저소득층 자녀 위주의 선별적인 무상급식은 어린 학생들에게 빈부 격차의 위화감을 줄 수 있으며 전면 무상급식은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하는 보편적인 복지정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및 보수 진영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은 경제 사정이 넉넉한 가정의 자녀까지 포함되는 `부자급식' 이며 다른 교육정책 예산 책정에 불가피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은 '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 이라고 주장하면서 거부하고 나섰다.    

무상급식을 두고 여. 야당 간의 대립은 갈수록 심화되어만 갔고, 오 시장은 주요 일간지를 통해서 무상급식 반대 내용을 담은 문제의 광고사진를 게제하기에 이른다.  광고사진이 실린 이후, 여당에서는 약 3억 8천만원 정도의 서울시 예산을 무상급식 반대 광고비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 거센 비난을 하였다. 차라리, 그 광고비로 20만 명의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는 무상급식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런 뜨거운 여론 속에서 누리꾼들은 오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패러디한 서울시장 반대 광고를 만들기도 하였다.   

무상급식 광고 패러디의 등장은 무상급식 전면 실시 검토에 관한 오 시장의 발언이 있는 오늘부로 불과 사흘 전 일이다.  한 달동안 무상급식 때문에 여,야당간 서로 얼굴을 붉힌채 감정의 골을 깊어가게 했었고, 우리 사회 전체로도 적지않은 혼란과 갈등을 만들었다. 오늘 오 시장의 무상급식 전면 실시 검토안 발언은 그동안의 감정싸움이 낳은 갈등을 청산할 수 있는 희소식이지만, 이렇게 맥풀리게 문제가 해결되어서 약간 황당하기도 하다. (그리고, 오 시장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이번 무상급식 문제와 같은 경우에는 복지정책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거기에다가, 앞으로 다가오게 될 차기 대선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사회는 도덕보다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사회처럼 여길 수도 있지만 여전히 대중은 도덕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마이클 샌델<왜 도덕인가?>라는 책을 통해서 도덕적 가치는 개인이 공동체와 뗄 수 없다는 점에서 공동체적 삶을 증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동선이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공동체적 삶을 증진한다는 말 속에는 경제적 번영 속에서도 개인의 권리를 공정하게 존중해야한다는 명제가 숨어 있다. 개인의 특정한 권리는 공공의 선보다 중요하다. 모든 개인의 권리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개인의 권리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하나의 사회문제가 줄 수 있는 공정성의 영역에 대한 논쟁이 항상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도덕적 딜레마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직면해서 고민하는 것이 곧 '정의' 라고 역설하고 있다.  오늘날의 무상급식 문제는 여.야당 서로에게 감정의 상처를 남겨준 사회적인 논쟁 문제로 남게 되었지만 이번 문제를 통해서 도덕적 딜레마로서의 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측 입장의 이유에도 알 수 있듯이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복지제도로서의 의미가 무색하게 된다. 전면 무상급식이 정말로 ' 부자급식 ' 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면 무상급식은 '부자급식' 이라는 동등의 의미로 과장 해석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이클 샌델은 부유층들은 공공서비스를 덜 사용하게 되며 그것을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세금을 납부하려는 의지가 낮아지기 때문에 공공서비스로서의 복지제도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말이 전면 무상급식이지 저소득층 자녀들이 의존하는 이전의 무상급식의 의미와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 열심히 일하며 규칙을 따르는 '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자신이 흘리는 땀에 대한 조롱으로 느껴진다. '   (p 78) 

이번 무상급식 광고 패러디는 무상급식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복지에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예산 3억 8천만원이 엉뚱하게 광고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분노의 의미를 보여주는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겠지만, 무상급식을 원하는 저소득층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심장에 두 번이나 대못이 박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마이클 샌델의 사례를 빗대어 표현하자면, 돈을 내고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사람도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밥 한 끼를 먹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 죽도록 일하는 사람이 얻는 혜택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상급식 제도에 대해 합의점을 모색해야 할 여. 야당들은 도덕적 공정성의 기준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사진 출처: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647    

 

  

* 쓰잘데 없는 뱀다리 

올해들어서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어렵게 읽었던 책이면서도 리뷰 쓰기가 힘들었던 책인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한 인기가 워낙 대단하기에 처음에는 신간평가 선정도서가 되었을 때 쾌재를 불렀지만 , , ,  막상 읽어보니 능력의 한계를 깨달았습니다. (일반 대중들을 겨냥한 정치철학 도서라는데 , , ,  중간에 롤즈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읽는데 무척 애먹었습니다)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쓰고보니,  생각대로 적어놓은 페이퍼가 되어버렸네요.  (내용이 많이 빈약할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좀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베스트셀러라면 으레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흠인데,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인문학 도서가 마이클 샌델의 책이라던데 , , ,  이번 ' 마이클 샌델 ' 열풍이 단순히 대한민국 냄비 근성의 한 예가 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앞으로의 이 사람의 활약이 기대가 되네요. ^^

그런데 , , , 이번 12월 신간평가 선정도서인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걱정이 드네요.  한 번,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봤는데 , , ,  쉽게 읽혀지는 책이 아니더군요.  신간도서 리스트 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점 읽는 것도 힘들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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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부동 2010-12-2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추상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 서평 쓰기가 영 어렵더군요. 차라리 구체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책이 서평 쓰긴 더 쉬운데… 저 역시 이 책에서는 주로 제가 관심 있던 부분에 집중해서 서평을 쓴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서재 방명록에 크리스마스 축하 메세지 남겨 주셨는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지금에야 확인했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기를 바라고 2010년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cyrus 2010-12-27 17:47   좋아요 0 | URL
어제 이거 쓰면서 <시크릿가든>을 제대로 못 봐서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방금 부동님 서재에 들려서 알게 되었는데 많이 바쁘셨군요.
부동님도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새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

saint236 2010-12-2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무상급식을 생각하셨군요. 공동체와 정의, 도덕 그리고 정치. 샌델이 끊임없이 하는 말이 그것이죠. 정의란 무엇인가가 그렇게 히트했는데 왜 책과 다른 이야기들이 넘칠까요. 세훈이 성님은 이 책을 읽지 않으셨나 봅니다.

cyrus 2010-12-27 17:48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도 한 번쯤은 이런 책을 읽어봐야할텐데 말이죠. ^^;;

마녀고양이 2010-12-27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 책을 못 읽었지만, 요즘
장하준 교수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인간은 합리적이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주어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정보도 있고
결과 예측도 어렵다는 말이지요. 말 그대로 사회에서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최약자에 대한 것들, 아이들에 대한 것들은
토론으로 따지기 보다는 무조건 사회 복지 차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규칙을 생각해봅니다. 따지다 보면, 약자의 자존심도 헤치고 따라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그리고 별별 희안한 논리가 다 등장하니까요.

또한, 4대강의 로봇 물고기가 아이들 무상급식보다 중한 존재인지 생각합니다.
(오세훈..... 정말 거론할 값어치도 없는 뭐같은 놈입니다. 아하하.)

cyrus 2010-12-27 17:49   좋아요 1 | URL
저는 장하준 씨의 신간도서를 아직 안 읽었습니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항상 마고님의 댓글을 봤지만
오늘은 무척 멋있습니다. ^^

꽃도둑 2010-12-27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잣대는 자주 딜레마에 빠지나 봅니다. 옳음이 좋음에 우선한다고 한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무상급식을 하는 게 옳은 건지...무상급식을 하면 좋은 건지... 그걸 누가 정해야 하는지?...4대강도 밀고 나갔는데 무상급식 반대 그걸 못 밀고 나가겠어요?,,,, 저는 이 나라의 도덕성을 믿습니다.

cyrus 2010-12-27 18:02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향후 무상급식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모르겠지만,,,
아직 이 나라에도 도덕성이 살아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조금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굿바이 2010-12-27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쁜 성탄 보내셨나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정치를 말하다>라는 책이 있는데, 미국 정치현실,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잣대를 잘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 더 좋은 독서가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무상급식 문제는,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간장게장으로 몰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밥도둑은 진짜 간장게장이면 충분하니까요!

cyrus 2010-12-27 18:03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책 읽어봤는데,,, 저에게는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굿바이님께서 소개하신 댓글을 보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서로 다른 저자의 글을 비교하면서 읽는게 참 좋은거 같습니다.^^

2010-12-27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11-01-04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은 이래저래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리뷰까지 엉망으로 써놓고 보니 좀 더 책임감있게 도서를 선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cyrus 2011-01-04 22:25   좋아요 1 | URL
저두요 ^^;; 이번에 조국 교수의 책을 미리 읽고 리뷰를 써서
다행이지 푸코와 촘스키에 대한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막막하네요.
이 책 역시 도서관에 있는 걸 보고 선 독서를 해봤는데,,,
포기했었답니다. 내용이 어려워도 차근차근 읽어야겠습니다.
 
엥겔스 평전 -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트리스트럼 헌트 지음, 이광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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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겔스의 러브스토리  

컴퓨터를 켜면 항상 찾는 곳이 있다. 알라딘 서재와 가입되어 있는 출판사 공식 카페 두 군데.  

이런 온라인 공간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이라기보다는 적지 않은,,, ;;;;) 사람들 덕분에 인생 공부를 하게 되고 이전에 접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알라딘 서재와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거기에다가, 인생 선배인 동시에 독서 선배인 분들을 통해서 좋은 책을 알게 되는 횡재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13929 

 

W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카페 매니저분께서 쓰신 목수정의 <야성의 사랑학> 리뷰를 읽게 되었다.  매니저님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엥겔스의 러브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엥겔스가 참 멋지다고 적으셨다.   

       ' 엥겔스의 러브 스토리 , , , ? '

엥겔스라면, 마르크스와 함께 세계 흐름의 판도를 뒤바꾼 저서 <공산당 선언>을 쓴 사상가 아닌가.  유명 인사들의 러브 스토리는 그들의 사상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회주의 사상을 부르짖은 혁명가답게 불꽃 같은 열정의 사랑을 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리뷰를 읽은 것에 대한 댓글을 적으면서 엥겔스의 러브 스토리에 대해 살짝 궁금하다고 적었을 뿐인데, 매니저님은 친절하게, 그것도 너무 상세하게 엥겔스의 러브 스토리를 답글로 무려 4개나 달아주셨다.  (<야성의 사랑학>의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 , 이 글에 소개되는 엥겔스 이야기는 <엥겔스 평전>의 내용을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젊은 엥겔스는 영국의 맨체스터에 위치한 방적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메리 번즈라는 여성을 보고 한 눈에 반해 교제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엥겔스와 메리 번즈의 교제는 당시 사회로서는 성립할 수 없는 관계였다. 엥겔스는 방적공장의 사장인 부르주아였으며 메리 번즈는 그 방적공장 안에서 방적 기계나 다름 없었던 노동자, 프롤레타리아였던 것 이었다.  이들의 만남에 대해서 기성 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엥겔스는 부르주아들의 모임에 간혹 메리 번즈를 대동하기도 했었는데, 주위 부르주아들 입장에선는 심기가 불편했다.  돈 많은 자본가가 거지나 다름없는 노동자와 사귀고 있으니 , 당연히 좋게 볼리가 없었다.  설상가상,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에서도 이들의 교제는 환영받지 못했다. 엥겔스는 사회주의자들이 적대시하는 부르주아의 위치에 서 있기도 하였다. 이렇다보니 이전부터 부르주아 방적 사장이 프롤레타리아 여성 노동자를 꼬셔서 사랑 놀음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의 절친한 동지인 마르크스마저도 엥겔스와 메리 번즈의 교제를 무척 껄끄러워 하였다.  유대인의 피에서 흐르고 있는 도덕적 엄격성을 지닌 마르크스 입장에서는 엥겔스가 여자친구를 대동한다는 것은 격식에 어긋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눈치에 엥겔스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결국, 메리 번즈가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따로 마련하여 밤에만 몰래 그녀를 만났다. 그러나, 엥겔스는 단지 그녀를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그녀의 교제를 통해 부르주아 자본가들에 의해 비참하게 착취당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리 역시, 엥겔스의 사상에 동조하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였다.  

 

 

  엥겔스의 이중생활  

이 분의 엥겔스에 대한 댓글을 읽고나서 그런지, 이번에 나온 트리스트럼 헌트의 <엥겔스 평전> 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때마침, <엥겔스 평전>이 출간하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다.  목수정의 에세이집 <야성의 사랑학>에서는 엥겔스의 러브 스토리만 소개되어 있지만 (이 책을 아직 안 읽어봐서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번에 나온 에는 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사상가에 대한 자질구레한 삶의 기록들이 세밀하게 공개하고 있다.  엥겔스라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마르크스이다보니, 이 책에서는 엥겔스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의 실생활 역시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사실, 내가 이 600페이지 정도 되는 엥겔스의 일대기를 읽어보고 싶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엥겔스는 사회주의 사상을 주장하면서도 왜 부르주아 자본가 생활을 해야했던 것일까?' 

앞에서 소개된 엥겔스의 러브스토리를 읽어보신 분들도 한 번 이런 궁금중이 일어났을 것이다. 메리 번즈와의 교제가 부르주아와 사회주의자들의 모임, 둘 다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만 했을까?   역사적인 인물의 은밀하고도 이중생활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적인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대상이 아닐 수가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야누스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존경하고 선호하던 위인이 알고보면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렇다보니, 어느 위대한 인물을 그린 ' 평전 ' 이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 장르이기도 하다.  ' 평전 ' 이라는 장르에는 한 인물의 일생에 대한 저자 자신의 평론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은 지 100년이나 지난 역사적인 인물들의 일생을 가지고,  ' 좋다, 나쁘다' 는 식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며 그들처럼 우리 역시 이중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전에 대한 평가는 우리 스스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똥 묻은 개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사실, 엥겔스는 부유한 자본가 출신이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환경은 무시할 수가 없는 법이다. 화려하고 풍족한 부르주아 생활의 매력을 엥겔스라는 사람 역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르주아들의 모임에 가서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과 당구를 즐겼고, 그가 제일 좋아했던 놀이가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체셔 여우사냥 대회였다. 마르크스의 사위인 폴 라파르그의 기록에는 엥겔스가 얼마나 여우사냥을 즐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보인다. 

" 그는 말을 정말 잘 탔고, 여우사냥용 말을 따로 갖고 있었다. 지역 신사와 귀족들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습에 따라 기수 전원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그는 한 번 도 빠진 적이 없었다. " 

 - <마르스크 평전> p 347 -

   

 

  마르크스라는 인물을 빛나게 해준 2인자 엥겔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엥겔스는 ' 방적공장 사장 엥겔스 ' 로 죽지 않았다. 부르주아적 유흥과 술,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심장 한가운데에는 프롤레타리아가 주체가 되는 계급혁명의 사회 건설에 대한 염원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가 영국의 방적공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급진적인 아들의 성격을 고치기 위한 방편이었다. 보수적이면서도 엄격한 프로테스탄트적인 삶을 강조하는 아버지로서는 아들이 자신처럼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엥겔스 역시 한 때, 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가업에 대한 수련을 쌓았지만 아버지 몰래 사회 개혁에 대한 사상의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짓눌리고 있는 억압적이면서도 엄격한 가풍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오죽했으면, 아버지에 대한 엥겔스의 기록에는 아버지를 돈만 밝히는 속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유년시절의 엥겔스의 모습은 단란한 분위기로 기록되어 있지만, 정작 엥겔스 본인의 기록에서는 아버지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영국의 맨체스터로 건너가 방적공장을 운영하게 되었지만, 이 방편은 아이러니하게도 엥겔스의 사회개혁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다. 방적공장 사장으로서의 엥겔스는 부르주아 세계의 매력을 헤어나지 못했지만 자신의 수입을 마르크스의 학문 연구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의 가족을 재정 지원해주었다.   엥겔스의 든든한 재정지원 덕분에 마르크스는 <자본론>이라는 명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엥겔스는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인정해주었고, 그의 사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였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와의 관계에 대한 은밀한 사실(?)들은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학문적인 동지 이상정도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엥겔스에게는 마르크스는 친척이나 다름 없었으며 마르크스의 딸들 역시 엥겔스를 천사표 '둘째 아버지 ' 라고 표현할 정도로 엥겔스와 마르크스와의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마르크스에 대한 엥겔스의 우정도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하다.  마르크스에게는 자신의 가정부와의 불륜이라는 좋지 않은 과거와 자신의 사생아를 냉정하게 홀대한 좋지 않은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서 자신이 사생아의 친부임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해줘야만 했으며 숨을 거두기 전에 마르크스의 친딸에게 숨겨왔던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만약에,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만나지 못했더라면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라는 이름 역시 세계사 교과서에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마르크스보다는 인지도가 낮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마르크스라는 존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엥겔스의 노고 덕분이었다. 

 

  엥겔스의 은밀한 매력

여타 인물들의 평전을 읽고난 뒤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엥겔스와 같은 훌륭한 인물도 결국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를 밝힌데다가 부르주아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며 여우 사냥을 엄청 좋아하는 엥겔스의 모습은 그 역시 남성적인 본능에 충실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엥겔스를 자신의 사상과 이율배반적인 삶을 산 속물이라고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인생을 즐길줄 아는 멋진 속물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꼭 이런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면서도, 성적만큼은 우수한 학생말이다.  이런 학생은 놀 땐 놀 줄 알고, 공부할 때는 확실히 공부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런 ' 멀티플레이어' 학생들을 보면 무척 얄밉게 생각한다.

엥겔스의 인생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멀리플레이어' 와 같은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앵겔스는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결국, 꾸준한 노력은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의 틀을 확립한 사상가로 자리잡았다.  마르크스는 평생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연구에 몰두하였지만, 엥겔스는 밤새도록 놀면서도 자신이 해야하는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였다.  나름 터프한 성격의 마르스크 입장에서는 엥겔스의 이런 모습이 속으로 무척 얄미웠지도 모른다. 우리가 ' 멀티플레이어' 학생을 은근히 질투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엥겔스의 이런 이중적이고 은밀했던 삶을 질투한다거나 혹은 생각했던 것만큼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엥겔스가 참으로 멋진 인간이라고 생각된다.  낮에는 유흥을 즐기줄 아는 플레이보이, 밤에는 사회개혁을 위한 사상 연구에도 전념할 줄 아는 모범생이 될 줄 알았으며 자신의 능력을 겸손히 여기줄 아는 엥겔스는 참으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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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이건 뭐 700여쪽에 달하는 평전을 다 읽은 듯합니다. 재미있군요.

cyrus 2010-12-26 20:21   좋아요 0 | URL
저만큼이나 반딧불이님도 많이 관심이 가는 책이었는데,,
제 글이 반딧불이님에게 스포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직접 읽어보시면 이 글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으실겁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평으로 미루어 보건대 헌트는 엥겔스에게 반한 모양입니다.

소련 맑스 레닌주의 연구소의 엥겔스 전기는 국역본으로 두 권 합해서 750쪽이 넘습니다(이건 구하기 힘듭니다.저는 운좋게도 10년 전 헌책방에서 구했습니다만).그래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마르크스 전기보다는 읽기가 더 낫더군요. 맑스 엥겔스 공동전기로 동독의 하인리히 겜코브가 쓴 <두 사람>은 지금도 구할 수 있을 겁니다.냉전시대의 공산권에서 나온 전기와 냉전 이후 서방국가에서 나온 전기의 차이점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는군요.

cyrus 2010-12-26 20:21   좋아요 0 | URL
저자가 대체적으로 엥겔스는 좋게 보고 있어서, 자이트님 말씀대로
반한 것일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 전기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헌책방에 가보면 심심찮게 8, 90년대에 번역된 마르크스와 엥겔스
저작이 눈에 띄던데 이들의 사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하네요.
사실, 프랜시스 윈과 자크 아탈리의 <마르크스 평전>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 책에서 마르크스 평전 내용의 에센스를 소개하고 있어서 맥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사야 벌린의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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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게, 젊은이들 잘 들어 두게나.
 우리 늙은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 러시아 노래, 알렉산드르 뿌쉬낀 <대위의 딸>에서 인용 -  

  

  

  양치기 소년의 네 번째 거짓말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양치기를 하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이 사는 마을에는 방목으로 양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을의 넓은 초원에는 수많은 양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소년 역시 수많은 양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마을 내에서 나이가 어린 편이라서 마을사람들의 양까지 돌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르르 몰려 있는 양들을 지키는 것뿐이었습니다.  양을 잡아 먹기 위해서 종종 마을에 내려오는 늑대 때문이었습니다. 양 한 마리라도 늑대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마을사람들이 서로서로 돌아가면서 양을 지키기로 하였던 것이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양치기 소년이 초원에 있는 양들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양을 돌보는 날에는 늑대가 내려온 적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년은 점점 늑대에 대한 긴장감이 풀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 떼들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초원 위에서 딴 짓거리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이 일에 대해서도 지겨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년은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싶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한 끝에  마을사람들에게 늑대가 온다고 거짓 신호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소년은 마을사람들이 있는 밭을 향해 아주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 " 

밭을 갈다가 때마침 멀리서 소년의 외침을 들은 농부들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괭이와 몽둥이를 둘고 양 목장 쪽으로 허겁지겁 올라왔습니다.  늑대를 잡지 않으면 자신들의 양이 죽임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년의 외침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놀란 표정으로 목장 쪽으로 왔지만 소년이 말한 늑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양들은 아무 일 없다는듯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요. 마을의 농부들은 소년의 외침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이 소년 때문에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에 당황하였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어른들의 멍한 표정에 속으로 낄낄거리면서 웃었습니다.  어른들은 다음부터는 이런 쓸데없는 거짓말이나 하지 말고, 양들이나 잘 지키라고 엄중히 경고만 하고 다시 밭으로 내려갔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거짓말 한 마디로 많은 어른들을 속아넘어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거짓말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소동을 일으킨지 얼마 안 되어 소년은 또 다시 외쳤습니다.  

  " 늑대가 나타났다!  이번엔 진짜 늑대다! "  

' 늑대 ' 라는 단어에 민감해진 농부들은 어김없이 목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년이 또 한 번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부들이 온 모습을 본 소년은 그저 배를 잡고 구르며 웃고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소년의 장난에 또 다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소년에게 다시 한 번 경고를 했습니다.

  " 이번에도 이런 거짓말을 하기만 해봐라. 그랬다간 크게 혼날줄 알아라. "  

분을 삭히지 못한 채 농부들은 다시 밭으로 내려갔습니다. 소년은 두 번이나 어른들한테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늑대가 왔다' 는 거짓말로 외쳤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거짓말에 재미들린 것이거죠.  소년의 외침을 듣게 된 농부들은 속는 셈 치고 다시 목장으로 냉큼 달려왔지만 소년이 또 거짓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보다 어린 소년에게 세 번이나 속은 농부들은 이번에도 화가 난 채 밭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년은 다음부터는 이런 거짓말은 안 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고 예전처럼 양 떼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무시무시한 늑대 한 마리가 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번엔 진짜 늑대가 나타난 것입니다!   

소년은 생전 처음 보는 늑대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고는 양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능적으로 밭 쪽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 이번엔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 

그러나, 농부들은 소년의 외침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있던 밭 일을 계속 했습니다. 

   ' 저 녀석, 또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네. 우리가 또 속을 줄 알아? '  

 ' 지금 식구 먹여 살리기 바쁜 마당에 저 녀석은 거짓말이나 하고 있다니,, '

하지만, 소년의 네 번째 외침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굶주려 있던 늑대는 배 터지도록 양들을 잡아 먹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년은 간신히 숨어서 늑대의 포식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배부를 정도로 제대로 포식한 늑대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 사라졌으며 소년은 선혈이 낭자한 초원을 보면서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이런 비참한 일이 발생했다고 후회를 하였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밭일을 마무리하고 자신들이 키운 양을 확인하러 농부들은 소년이 지키고 있던 목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들은 죽은 양들의 사체와 핏빛으로 물든 초원을 보면서 아연실색하였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농부들에게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세 번의 거짓말을 하고 난 뒤에 얼마 안 가 진짜 늑대가 나타나서 진짜로 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있으며 그 전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로는 소년은 잃어버린 신뢰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년은 평생 '거짓말 하는 양치기 소년'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답니다.  

  

 

 

  ' 진보 주치의' 조국, 몸살 앓는 조국(祖國)의 병세를 진단하다  

나는 지금까지 20년 정도를 살면서 ' 정책 ' 이니 ' 진보 ' , ' 보수 ' 니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신문을 즐겨 보기는 하지만,  국정에 관한 기사 부문을 진지하게 읽어본 적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 꼴통 보수' 니 ' 빨갱이 좌파 ' 라고 서로 육두문자까지 나오면서 으르렁거리는 걸 보게 되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작태를 보면서 한심하다는듯이 혀를 차고 눈살을 찌푸렸으면서도 나는 한 번도 '진보' 와 '보수' 의 정의 그리고 침을 튀겨가며 주장하는 그들의 생각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들이 왜 싸우는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신문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기도 하였다. 하루에 배달되는 신문을 꼬박꼬박 읽어도 국내 사회의 흐름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시간만 낭비인 셈이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고 싶었지만 정치적인 색깔이 없는, 입장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어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무척 간절했다.   

운이 좋게도,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책이 나옴으로써 우리나라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진보집권플랜'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이름이 범상치 않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인터넷뉴스 <오마이뉴스> 소속 기자인 오연호 씨가 만나 지금 현재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는 동시에 진보가 다시 한 번 정권을 탈환하는(?) 방법에 대해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제목부터 두 사람의 대담의 주제를 명확히 밝혀주고 있다. 진보가 대한민국을 집권하기 위해서 준비해야할 플랜(Plan).  그래서 이들의 대담을 읽게 되면 현 정권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해서 진보측 정당에 대해서 정말 노골적으로(?) 까대고 있다.  이전부터 쭉 진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으며 더 나은 진보를 위해서라면 비판도 서슴치 않았던 조국 교수의 경력이 그의 대담에 묻어나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조국 교수와 오 기자의 대담이 그렇게 딱딱하지가 않았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의 대담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질문에 대해서 핵심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말발은 환자에게 병명에 대해서 요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친철한 의사와 같았다.  오랫동안 병들어 골골거리고 있던 '대한민국'이 앓고 있던 병명을 진단하여 이를 나을 수 있는 치유법과 함께 예방법마저 제시하는 '진보' 주치의였다.  

  

 

  '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 이 되어버린 현 정부  

조국 교수는 진보를 먼저 비판하기 전에 현재 정부의 실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 세력이 지지를 받는 MB 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는 중도적인 정책에 대해서 조국 교수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시로 친서민, 중도실용, 관용과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행동이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친서민이라는 구호 아래 실제 어떠한 정책이 이루어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 <진보집권플랜> 조국 & 오연호, 오마이북, p 30 -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 사례들까지 열거하면서 그토록 강조했던 친서민 정책을 정부는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 ‘보금자리 주택’,  ‘미소금융’ , ‘전문계 고교의 교육비 전액지원’  등 지금까지 친서민들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보금자리 주택' 의 경우, 서민보다는 건설회사를 위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의 여론이 생기고 있으며 '미소금융' 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여전히 빈곤과 금융채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나름 친서민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여러 개 도입을 했지만, 도리어 서민들 입장에서는 정책의 효과를 접하지 못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하나같이 체계적이지도 않고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쉽게 믿어버리는 마을사람들' 이 된 진보 세력 

조국 교수는 진보 세력이 허무하게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 점,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차갑게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을 현 정부의 문제점과 결부시켜서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비현실적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입장에 서 있는 진보 세력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점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진보 세력 입장에서는 화려하고 달콤했던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0년 집권은 오히려 독(毒)이 되어버린 것이다. 

진보 집권 시기의 말기였던 2007년 대선 시즌에는 진보 세력이 한 번 더 집권을 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자신들이 스스로 차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너무 안일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였다. 대선 시즌 도중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과 관련된 BBK 비리가 터지게 되면서 진보 집권 세력은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희망적인 예상을 뒤엎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말았다.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과 현재 걷고 있는 정당의 노선 등이 부족한 점 투성이고, 실제적이지 않음을 알면서도 너무 착한(?) 진보 세력은 눈꼴사나운 장면을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나기 시작난다거나 혹은 눈에 보이는 허점이 드러나면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언성만 높은 비난을 할 뿐이었다.  

조국 교수는 현재의 진보 세력은 과거의 김대중, 노무현 집권 세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말로만 진보 집권 세력을 비판을 가하면서도 이를 대응할만한 혁신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소년에게 세 번이나 거짓말에 속아넘었지만, 자신에게 피해를 준 소년을 제대로 꾸짖지 못하고 소또 다시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마을사람들의 안일한 대응방식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병명 : 뭐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는, 신종 복합 질병

 

 희망으로 가득찬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TV에서 전파되는 어느 공익광고의 문구이다. 문구 앞에 있는 '희망으로 가득찬' 이라는 부분을 빼버리고 읽어보자. (아니면 그 부분을 손으로 가리든지...) 

그러면 '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 라는 문구의 반이 남게 된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정말 이상한 나라이다. 국민들은 현 정부 집권 전부터 터진 이명박 후보의 불법비리에 화를 냈으면서도 표심은 이명박 후보로 향했다.  그러고는 집권한 지금, MB 정부에 대해서 한층 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은 여당인 진보 세력으로 민심이 향하기 마련이지만, 진보 세력 역시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이들을 추모하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진보 세력은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독재 정권 시절에 이루어낸 민주화운동의 족적을 내세워 대중들에게 어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는 진보, 자신들의 정치적 어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대중들을 무턱대고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중들이 왜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지, 그리고 대중들이 혹할 수 있는 생각들을 내놓고 있는지 과거의 집권 시절을 비추어 진보 스스로 반성해야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진보집권플랜이라는 나무를 자라기 위한 한 개의 씨앗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진보 세력 스스로 DJ와 盧가 남긴 영광을 쿨하게 이별해야만 한다.  

대중들은 지금 자신들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  어느 누가 가만히 앉아서 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끝까지 듣겠는가?   대중들에게 필요하는 것은 경제적인 안정,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취업이 우선이다.  보수든 진보든 대중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내세운다고해도 대중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막상 그들의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거라는 거짓에 불과하다는 과거의 경험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에 바쁜데 정치인들의 허무맹랑한 목소리에 들어줄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양치기 소년이 진실의 목소리를 외쳤음에도 세 번이나 속은 농부들이 소년의 외침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농부의 무관심이 재산이나 다름없던 양들의 희생으로 이어진 것처럼 대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훗날 좋은 정책에도 큰 호응을 낳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대중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진보 세력이 다시 집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대중들이 피부로 공감할 수 있는 핵심 정책안을 구상하고 있어야 한다.  

집권 예상 하에 정책 플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를 꼭 바꿔야 한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한다.  그런 간절함이 언젠가는 대중들도 통할 날이 오리라. 

조국 교수는 진보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된다면 이미 처음부터 대중들에게 깊이 확신을 주는 동시에 세력을 공고히 하게 만드는 '제도적 말뚝' 을 박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비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중과 보다 나은 국정 개선을 위한 '제도적 말뚝' 이 필요한 시점인 마당에 지금 진보 세력은 정당의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주먹' 부터 내밀고 있으니..... 

'진보 주치의'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이 그냥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구상된 희망적인 '시나리오' 로 남게 될지, 아니면 훗날 새로운 집권을 통해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극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 P.S  서문의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기본적인 이솝 우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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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1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과격한가 봐요.
진보로는 심심해서 거짓말 하는 양치기의 마인드를 바꿔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양도 잃어 보고, 목숨이 위태로워 보기도 하고,
그러고 나서 마인드를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cyrus 2010-12-14 21:46   좋아요 0 | URL
현재 집권하고 있는 보수나 권력을 재탈환하려는 진보 입장이 지금
필요한 것이 우리나라 국정의 현실이나 민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제가 아직 사회 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 터라 나무꾼님 댓글에 대한 답글로는 부족한거 같네요.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맥거핀 2010-12-1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MB정권의 연이은 삽질이 진보를 결집하도록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실제로 진보 정권(그런데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책에서 말하는 '진보 세력'이란 어느 범위를 지칭하는지..)이 집권에 이르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벽이 많아 보입니다. 진보 세력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안을 구성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유연성에만 휘둘려 핵심을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0-12-14 21:46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조국 교수가 언급하는 진보 세력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진보 입장의 정당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막 쓰다보니
중요한 정의를 빼먹어버렸네요..^^;;

마녀고양이 2010-12-1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으려 했는데,
양철나무꾼님, 아이리시스님에 이어 사이러스님의 리뷰까지 읽고 나니,
봐야겠어요. 그리고 진보의 순수한 이상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좀더 현실적일 필요와 영악해질 필요는 있는거죠.
또한 카리스마나 능력이란게 조금 구리다 할지라고,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진보는 중도 성향이 맞죠. 우리나라 보수가 엉터리거든요. ^^

cyrus 2010-12-14 21:24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조국 교수도 마고님처럼 현재 진보의 모습을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수가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나 삼성 재벌 특권 같은
문제에 대해서 비난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요. 그래서 지금의 진보는 본의 아니게 보수에게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다고 해야되나요? 신자유주의의 장점을 진보 세력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진보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거 같습니다. ^^

다이조부 2010-12-15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프가 이 책을 읽고 했던 감상이 너무 쎄게 다가와서 패스할라고요~

친구도 너까지 굳이 읽을 필요는 없겠다고 하네요 ㅎ

근데 제 친구는 심드렁했던 책인데 알라딘에서 평은 상당히 호의적이네요.
진보 와 보수 프레임 설정에서 국민참여당이 진보로 분류될수 있는가? 의문이 드네요 쩝

cyrus 2010-12-15 09:31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막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 알고 있느 걸음마 수준이라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진보와 보수와 관련된 정치 도서를
자주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책에서 조국 교수가 유시민에 대한 평이 흥미로운데,
유시민을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대권주자라고 평가하면서도
단점이라면 남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는, 유시민 특유의 비판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아직도 노무현에 대한 애착이 큰 것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cyrus 2010-12-15 09:39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혹시 이번 주 토요일 시간 되신다면
제가 소개한 <시학> 강연에 참석해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저 지금,,, 어떻게든 강연회 한 번 가보려고
변명거리를 모색하고 있답니다...^^;;

지금, 알라딘 문화초대석 서재에 가보면 <시학> 강연 참여 댓글다는
곳이 있을 겁니다. 참고로, 강연 참여 댓글을 다신 분들 중에서
펭귄클래식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 분들도 좀 있어서,,,


cyrus 2010-12-15 09:39   좋아요 0 | URL
강연이 끝나고 나면 카페 가입한 분들끼리 다과회도 할 예정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 입장에서는
서먹하실 수 있을겁니다. 강연회 참가하는 이유 역시
그동안 온라인 공간에서 친분을 쌓아왔던 회원분들을
만나기 위한 것도 있거든요.

혹시 강연에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가 올렸던 강연 관련 페이퍼에 꼭 댓글로 남겨주세요.^^

2010-12-1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16 20:48   좋아요 0 | URL
아,, 서울 물가 좀 쌔다고 들었는데,,,
왠만하면 소소한 곳이면 좋을거 같아요^^

다이조부 2010-12-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만 춥지 않으면 노상 까는것도 나쁘지 않을 듯 ㅋㅋㅋ

아 진짜 나도 큰일이다 ㅎㅎ

cyrus 2010-12-17 00:23   좋아요 0 | URL
아,, 이거 큰일났네요. 이제와서야 안 간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인데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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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 민태원 <청춘 예찬> 중에서 -  


 

 세상은 눈이 부시도록 넓고 환하고
 젊은 나는 내 젊음을 절망하네.

 . . . 일월의 태양처럼 무기력한 내 청춘이요.
 . . .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별을 늘 나는 갈망한다.


       - 자우림의 노래 <청춘 예찬> 중에서 -   

  

 

  지금 20대들의 '청춘' 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며칠 전에 평소에 자주 드나드는 알라디너의 글 중에 이 책을 소개한 내용을 읽게 되었다.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이라는 부제의 제목을 달고 있다. 대한민국 20대이면서도 88만원 세대라는 썩 좋지 않은 이름까지 달고 있는 나로서는 무척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다운 그림과 스케치가 어울려져 있는 글에서 이 책을 보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그 마음을 댓글로 표현하였다. 다음 날에 글을 작성하신 알라디너가 나의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셨다. 이 분은 엄기호 씨의 신작을 관심 있게 읽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 다음에는 요즘 20대들에 대한 코멘트도 남겼다. 역시, 내가 드나드는 알라디너 중에서도 글을 잘 쓰는 분답게 댓글 표현도 무척 인상 깊었다.   

커피숍에 마추친 20대들을 보면서 그들의 얼굴이 어두운 갈색이라고 하였다. 

종종 인터넷 기사에는 자신들의 몰상식함을 만천하에 드러나는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이 있다. 꼭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젊은 20대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알라디너의 댓글을 보게 된다면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악의적인 내용의 답글을 남길 것이다. 자기가 뭘 안다고 20대들의 얼굴을, 하필 어둡고 칙칙한 갈색으로 표현하냐고 따졌을지도 모른다.   

 

 

  10원짜리 동전 같은 20대들의 청춘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 20대들의 청춘을 한 가지 색깔로 표현하라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 역시 밝은 색깔로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 우리 20대들의 청춘은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1930년에 쓴 민태원의 유명한 수필 <청춘 예찬>에서는 청춘은 ' 인생의 황금 시대 ' 라고 하였다. 민태원은 이 마지막 구절에서 빛이 나는 황금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젋은 독자들에게 강건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청춘이 되기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황금이라고 표현하는 청춘은 이제 옛 말이다. 지금의 20대들의 청춘은 번쩍번쩍 빛이 나는 황금이 아니다. 칙칙한 갈색을 띄고 있는 구리로 만들어진 10원짜리 동전이다.  이 또한 역시 적절치 못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의 10원짜리 동전을 향한 인식과 대한민국 20대들의 삶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동전 서열화, 대학교 서열화

우리나라에 나온 동전 중에서 제일 낮은 원화는 10원이다. 그리고 제일 높은 가격은 500원이며 그 중간에는 100원, 그리고 이보다 낮은 50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지폐까지 포함하면 10원은 제일 낮은 가격이다. 옛날에는 5원짜리 동전이 제일 낮은 가격의 화폐였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만약에 길거리에 10원짜리 동전 5개가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신은 그 동전을 주울 것인가, 말 것인가?   요즘에는 알뜰히 모아야 한다는 검약 정신이 강조되는 세상이다보니 10원짜리 동전 5개가 눈에 보이면 주울지도 모르겠다. 동전의 가격을 합하면 50원이니까.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10원짜리 동전을 잘 줍지 않는다. (10원 동전이 10개라면 사람들이 주울라나?) 

유독 10원짜리를 잘 안 줍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일 낮은 가격의 화폐라는 인식이 강한 탓일거다.  나도 길을 가다가 간혹 10원짜리 동전이 한 개 또는 두 세 개 떨어지는 것을 보면 잘 안 줍는다. 100원이나 500원이라면 줍는데 말이다.  그리고 한 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10원짜리 한 푼 한 푼 모으면 돈이 될 수 있다는 검약 정신을 가지고 있었을 때 길거리에 떨어진 10원짜리 세 개를 주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친구 왈, 

  " 야, 그 10원짜리 동전 세 개를 주워서 뭐 할려고?  주워봤자 돈도 안 되는데 . . . " 

이렇듯, 우리는 자연스럽게 10원 동전을 가볍게 평가한다. 인간에는 높은 가격의 수치에 집착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 욕구 뒤에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으며 이를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20대에 접어들게 되면 사회 생활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도 어른처럼 되려고 행동한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안정된 생활을 꿈꾸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 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잘 벌고,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은 높은 연봉을 주는 대기업이다. 그 곳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학력이 좋아야한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꿈꾸는 최고의 목표는 'in 서울' 에 있는 대학교, 또는 일명 SKY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명문대라고 치켜세우는 대학교를 가는 것이다.  

500원, 100원, 50원, 10원의 동전 중에서 500원, 100원 동전을 선호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대학을 서열화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 아니 주위 사람들에게 학교 이름만 대면 '명문대' 라고 선망하는 대학교에 가려고 한다. 동전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대학이 길바닥에 발견하면 '횡재' 라는 쾌재를 부르게 하는 500원이라면, 이름을 들으면 모르거나 지방에 위치하는 대학은 10원, 50원이다.   

이렇다보니, 지방대 입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집이 멀더라도, 타지에서 자취 생활을 할 정도로 수도권에 위치한 학교로 무조건 입학하려고 고등학생 3년동안 죽도록 공부만 한다. 그 3년동안의 노고를 단 한 번으로 결정짓게 되는 수능시험의 성적 결과에 따라 자신이 다녀야 할 대학교가 결정이 된다. in 서울 대학교에 들어갈 수 없으며 간신히 지방대 4년제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라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실망하게 된다. 4년제 대학교에 다녀도 '지방대' 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서울에 위치하는 명문대 소속의 지방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마저도 자신의 소속에 대해서 자괴감에 빠지며 학교 생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이들이 다니는 대학교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장소가 아닌,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스펙을 꾸며주는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대학교 내의 교육 역시 질적 가치를 바라기가 어려워졌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의 내용은 단지 취업을 위한 것들뿐이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대학교는 기업과 손을 잡기도 한다.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상실된 대한민국의 20대들  

20대들의 삶에 대한 자기비하는 대학교 입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20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 간의 극명한 괴리감을 인식한다.  우리나라 모든 20대들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때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교에 가게 되면 너네들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애도 할 수 있고, 마음대로 놀 수가 있다. 그만큼 대학교에 다니면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 

아직 사회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몰랐었고, 철들지 않은 학창시절에는 나는 너무 순진하게도 이 말을 믿어버린다. 세상 살기가 그리 쉽지만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대학교만큼은 자유를 즐겁게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교의 생활 그리고 젊음의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다. 중고등학생 때는 교복만 있으면 옷 입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는 옷 입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대학교에서는 이상하게도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옷을 입는다해도 주위의 시선은 날카롭기만 하다. 복장이 촌스럽다고 냉담한 평가를 하기도 하며 특히, 군대를 갔다온 뒤 복학하는 예비군 남학생들에게는 '아저씨' , '복학생' 소리를 듣기 싫을 정도로 옷에 대해서 예민해지게 된다. 남들이 많이 입는 옷들은 최신 유행의 옷들이다. 유행이니만큼 남들이 하는 유행에 따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유행에 동참하지 않은 자신이 사회에 점차 낙오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엄기호 씨는 이런 20대들의 사회를 ' 전시회 ' 라고 비유하고 있다. 20대들은 자신을 드러내야하는 주체이면서도 동시에 남들에 대해서 전문가인마냥 평을 하는 주체들이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상품이 되어 남들의 시선에 노출이 되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20대들의 의사소통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감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여전하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대들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모아 먼저 쓰는 곳이 성형외과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얼굴을 바꾸기까지 한다. 지금보다 더 예뻐지기 위해서 코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몇 천만원을 내면서 코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벌기에 바쁜 20대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가난하면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모으기에도 빠듯한 상황에서 자신이 번 돈을 사랑하는 이성 친구와 함께하는 데이트 비용으로 쓰기에 아까워한다. 연애에도 '돈' 은 땔래야 땔 수 없다. 데이트를 하면서 그 적지 않은 비용을 자기 혼자 부담하는 것을 꺼려한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인 <크리스마스 선물> 속에 등장하는 가난한 신혼부부인 짐과 델라의 애틋한 사랑은 이제는 소설 속 내용일뿐이다. 서로 자신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짐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시계를, 델라는 소중히 길러왔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팔아버린다. 그러고는 짐은 델라를 위한 머리빗을, 델라는 시계에 다는 금 시곗줄을 구입한다. 비록 시계와 머리카락을 팔아버린 이들에게는 서로 전해준 선물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의 힘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을 귀한 상품을 등가교환하면서까지 서로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빈곤 역시 배려하게 된다.  

하지만, 20대들에게는 소설 속 짐과 델라처럼 등가교환의 사랑을 할 수 없다. 아니, 그런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빈곤하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하는 20대들의 경제력은 낮기만 하다. 그리고 자기 살기 바쁜 마당에 남을 배려할 여유도 없다. 이렇다보니, 연애라는 활동은 무척 피곤한 일이며, 돈이 있는 사람이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지금의 20대들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자유로움과 다른 존재에 대해서 열렬히 좋아하는 감정에서 얻게 되는 감정적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단 한 번 뿐인 청춘의 시기쯤에 말이다. 

 

  

  갈색 청춘을 황금색의 청춘으로    

엄기호 씨는 자신들이 가르치고 있는 20대들의 학생들과의 토론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 보다 나은 20대들의 청춘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하는 20대들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혹은 아예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어른들의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한때 대한민국의 젋음을 대표했던 386 세대들은 88만원 세대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 세대들의 청춘을 낭만과 자유가 없는 무미건조한 청춘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들에게는 청춘이라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대들의 삶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면서 모독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에게도 청춘은 죽지 않았다. 단지, 어둡고 암울한 색깔을 띄고 있을 뿐이다.

엄기호 씨는 이런 기성 세대의 착각이 발생하는 이유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재구성한 삶' 을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20대들에게도 이전의 세대처럼 자신이 처하고 입는 사회 속의 지위에 대해서 자각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기위해서는 기성세대나 지금의 세대나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면서 질문을 함으로써 서로 다른 세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를 가지게 된다면 기성 세대와 지금의 세대 간끼리 서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진다.

앞에서 20대들의 청춘을 10원 동전으로 표현한 점에서 너무 자기비하적인 표현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쓸모 없어 보이는 10원에도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다. 냉장고나 신발 안에 10원짜리 동전을 몇 개씩 넣어 보관하면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불우 이웃 돕기 목적으로 10원짜리 동전들을 모으는 뜻 깊은 행사도 열리기도 했다. 이 작은 10원 동전 하나 가지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구릿빛의 10원짜리 동전이 여러 개 모으게 되면 황금빛처럼 보이게 되며 황금 못지 않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구릿빛 갈색의 청춘이 화려한 빛이 나는 황금색이 도는 황금 시대의 청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하고 있는 삶의 위치나 세상에 대해서 비관만 하지 말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조금이라도 성찰하려는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것이다. 삶에 대한 성찰이 없고 사회에 대해 무감각한 청춘은 평생 구릿빛 갈색을 띄는 10원짜리 동전과 같은 인생을 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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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글 쏙쏙 들어와서 좋아하는데,cyrus님의 리뷰도 쏙쏙 들어오는걸요~
누군가는 청춘을 잉여라고 표현하던데 말이죠.
제가 들어본 청춘에 대한 표현 중 가장 우울한 표현이었어요~ㅠ.ㅠ

cyrus 2010-11-30 21:17   좋아요 0 | URL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표현이 우울한 것이 있지만,,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엄기호 씨의
책을 읽어보니 너무 공감이 가더라고요. 20대 탐구생활 같다고 해야되나요?
이 책에서도 저자가 청춘을 잉여라고 표현하고 있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동년배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인데,,
워낙에 책을 안 읽은 녀석들이라,,, 안타깝기도 하네요.^^;;

다이조부 2010-11-3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주인장이 술 과는 거리가 먼 사내 일거라고 짐작했어요~

알라딘에서 가장 친밀한(?) 사람이랑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동갑내기 남자는 술 을 안 마신다고 하네요. 뭐 술 안 마셔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말이죠 ㅋ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 같아요 ㅎㅎㅎ


다이조부 2010-11-3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구에서 출생했어요. 외가도 대구에서 가까운 경산이고요~

친구도 대구에 몇 명 있는데, 대구에 갈 일 있으면 주인장 이랑 막창이랑 술 한잔

하고 싶네요 ㅋㅋㅋ

cyrus 2010-12-01 13:2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술이랑 친한 사이인데요^^ 그렇게 술과 거리가
멀지 않는답니다. 신기하게도 저랑 일치하는 부분이 많네요.
제가 다니는 대학교가 경산에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대구대에 다닙니다. 그리고 막창, 제일 좋아합니다.
언젠가 만나게되면 정말 꾸랑님과 막창과 술 한 잔 하고 싶네요^^


다이조부 2010-12-0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대 학생이구나~ 저 그학교 가봤어요. 그 학교 기숙사에서 잠도 잔 기억이 나네요 ㅋ

학교 무진장 크던데 말이죠~ 긴가민가 하는데 친척누나도 그 학교 특수교육과를 나와서

교직에 있어요. 이젠 10년 다 되어가는데 누나가 저랑 동생이랑 데리고 우방랜드 갔던

기억이 나네요. 놀이기구 타면서 아 나도 이제 나이 먹어서 못하겠다 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그때도 했죠 ㅋㅋㅋ

cyrus 2010-12-01 13:52   좋아요 0 | URL
대구대는 특수교육과가 유명하죠^^
정말 소름 돋는게,, 지금까지 온라인 공간에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꾸랑님 포함해서 두 분은 제가 살고 있는 대구와 학교와 관련이 있더군요.

비로그인 2010-12-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뜨끔.. ^^

cyrus님 제가 댓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말씀해주셨네요~ 생각해보니 어쩌면 저는 그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밝은 색에서 저의 20대를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20대 때 읽었더라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편 들고요 ㅎ

읽고 올려주신 내용 보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고 갑니다. 서열화, 대학의 목적, 기성세대들의 간섭과 그들만의 잣대로 보는 시선.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는 것 같아서 반성도 해 보고요 ^^

cyrus 2010-12-02 12:26   좋아요 0 | URL
저는 오히려 바람결님의 표현이 우리나라 20대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의 눈으로 본 시선도
20대들의 청춘을 어둡게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타파하려는 의지도 없이 사는 패배의식 역시 청춘을 우울하게
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다이조부 2010-12-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겨찾기 하는 20대 저자 중의 한 사람은 이 책을 가지고

세대론 종결자 라고 하더군요~

이 책 나름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것 같아요. 저도 지금 밀린 책이 많아서 한숨 돌리고

나면 봐야겠네요. 근데 이 정도 마음먹은 책은 십중팔구 안보게 되더라구요 ㅋ

cyrus 2010-12-02 12:2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답니다. 하지만 꾸랑님이 보내주신 보들레르 시집은
잘 읽고 있습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읽고나니 바로 보들레르의 시가
연결되어서 읽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많이 늦더라도
이 책은 꼭 읽어보시면 좋을겁니다.
 
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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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모니터 안에서 본 용산 

군대에서는 저녁 점호하기 전에 30분동안 뉴스를 시청해야하는 장병들이 지켜야할 생활 규정이 있다. 점호를 하기 시작하는 9시 30분까지동안 모든 소대는 당직 간부들의 통제하에 뉴스를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절대로 그 시간에는 뉴스 이외에는 다른 TV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 사회세상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군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뉴스를 보게 된다. 하지만 말만 간부 통제이지 실제로는 당직 간부가 모든 소대가 뉴스를 보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힘들다. 하루 당직근무를 서는 간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아예 당직실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간부도 있고, 가끔 소대원들 몰래 돌아다니면서 장병들이 뉴스를 보고 있는지 안 보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뉴스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몰래 보다가 재수 없게 간부에게 적발되기도 한다. 

내가 일병 3호봉이었던 2009년 1월 저녁, 여느 날과 다름없이 소대원들이 생활관 한 곳에 모여 뉴스를 시청하였다. 그 때 소대 왕고였던 K 병장이라는 선임이 있었는데 소대 왕고답게 그의 손에 리모콘이 쥐어지게 되면 짬이 안 되는 소대원들은 아무 군말 없이 K 병장이 보는 TV 채널을 봐야만 했다.  리모콘의 절대권력을 가진 병장들은 뉴스보다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K 병장은 일반 병장들과는 다르게 뉴스를 잘 보는 편이었다.  

그 때도 딱 정확히. 시곗바늘이 9로 향하는 순간, K 병장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리모콘으로 뉴스가 하고 있는 채널로 돌렸다.  

K 병장이 돌려놓은 채널의 뉴스 속 장면에는 옥상 위에는 커다란 불길과 시커먼 연기에 휩싸여있었고, 그 불길을 제거하기 위해서 거대 포크레인에 연결된 컨테이너 박스 안의 경찰 특공대들은 호스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 뭐지?. 사람이 살고 있는 옥상 위에 커다란 화재가 일어난건가? '  

나는 부주의로 인한 단순 화재 사고인줄 알았다. 하지만 뉴스 자막을 본 순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용산 4지구 철거민 망루 농성 화재 진압 중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 1명 사망 

알고보니, 옥상 망루 위에서 용산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의 시위와 그 시위를 진압을 하기 위한 경찰 특공대가 서로 대치를 하다가 큰 화재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 사고로 인해서 망루에 있었던 시위에 참여한 철거민 5명이 사망하였고 시위를 진압하던 경철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그러자, 뉴스를 보고 있던 K 병장은 욕설과 함게 한마디 내뱉었다.  

   " XX, 아무리 자신들이 못산다고 그렇지 경찰 특공대가 투입할 정도로 저렇게 시위를  

   과격하게 하는지 몰라. "

마침 옆에 있던 상병 선임도 K 병장의 말에 한 마디 거들었다. 

  " 그러게 말입니다. 괜히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 특공대 한 명이 죽었다니. 

  그 죽은 경찰 특공대 XX가 불쌍합니다. " 

K 병장은 이런 암울한 뉴스을 못 봐주겠다면서 다른 뉴스 채널로 돌려버렸다. 그러고는 곧 전역하면 저런 시끄럽기만한 세상에서 생활해야한다는 생각에 암울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K 병장 말대로 2009년 1월 20일 이후, 내가 머무르고 있는 부대 밖 대한민국은 무척 시끄러웠다. 특히, 용산에서는 자신들의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한 철거민들의 필사적인 울부짖음과 분노로 들끊었다.   

  

 

  6인의 만화가의 시선으로 본 용산 

군인이라는 신분은 사회에 대한 입장 혹은 정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들을 공공장소에서 밝힐 수 없다. 군법에 어긋난 규정에 입각하여 심하면 가볍게 징계, 심하면 구속 처리까지 갈 수 있다. 점호를 하기 전에 뉴스를 본다고는 하지만, 점호 전의 군인들의 군기를 확립하기 위한 일종의 통제수단에 불과하다.  뉴스에서 FTA  반대 시위 장면이나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장면을 보더라도 군인은 이에 대해서 언급해서는 안 된다. 군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국력을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인 시절에는 용산 참사에 대해서 심도있는 뉴스나 자료를 접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사회문제나 시안은 군 부대에서는 언급을 잘 안하기도 한다. 그래서 군인이었을 때 뉴스 소식을 보게 되면 당연히 뉴스에서 전하고 있는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검찰이 용산 시위와 관련된 철거민들을 구속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철거민들은 졸지에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일반인과 다른 제한되고 특수적인 환경 때문에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의도치 않게 현상을 단면으로만 보게 되고, 그로 인해 형성되는 인식의 폭 역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인식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점은 일방적이면서도 편파적인 언론과 TV의 정보 전달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인식 문제이다. 대중들은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는 정보 매체들을 다루줄 아는 것은 물론이며 스스로 생각하고, 현상의 깊은 의미를 파고들어 볼 줄 아는 고도의 통찰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이 6인의 만화가들은 우리나라 국민들과 정부가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아니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그 사건의 이면까지도 외면하려던 용산 참사와 철거민들의 이야기들을 만화로 재구성하였다.  

만화가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담겨진 서로 다른 6개의 시선들이지만 이들이 보는 시선은 모두 하나같이 한 방향이다. 경찰은 용산 참사에 희생된 5명의 철거민을 사회에 반하는 폭도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용산 시위와 관련된 철거민들을 특수공무집행 방해라는 이유로 구속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올해 11월 11일에는 2009년 용산 시위 당시 참여했으며 그 시위로 인해 사망한 故 이상림 씨의 아들인 이충연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징역 5년 선고를 받게 되었다.  

6명의 만화가는 용산 참사에 희생된 철거민들을 폭도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왜 그들이 폭도가 되었는지 그들의 삶을 한 컷 한 컷에 채워 넣음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용산 참사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처럼 똑같은 이웃이며 아버지였던 그들

자신들이 세웠던 옥상 망루 안에서 세상을 떠난 이상림, 양회성, 이성수, 한대성, 윤용헌 씨는 우리와 다를게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용산 참사를 일으킨 폭도이기전에는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며 가정 살림을 책임져야하는 아버지들이었다. 그리고 비록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항상 친구들이나 가족들 앞에서는 웃음이 가득하며 동료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주위에 볼 수 있는 이웃들이었다. 

고생 끝에 얻은 작은 집과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직장이 있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은 거대한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 되어야 했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적으로 마을을 철거하려는 대기업과 그 밑에서 대기업의 든든한 보호 아래 철거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들을 하루하루 상대해야만 했다. 같은 동병상련의 처지인 동네 철거민들이 모여 자신들의 생존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였지만 이들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결국, 자신들보다 막강한 힘과 권리를 가진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바위 앞에 용산 철거민들의 투쟁은 여지없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심지어 시위 중에 사망한 5명의 철거민에 대한 보상과 위로금을 정부로부터 지급받지도 못하였다. 지금도 용산 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와 정부는 보상과 위로금 문제로 협상중이다. 정부는 그들에게는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 유감과 사과를 표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려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충연 씨의 판결 소식을 접한 어머니 전재숙 씨는 “있는 사람들은 살고, 없는 사람들은 죽는 나라가 된 것 같다” 고 지금까지 마음 속에 쌓아왔던 분노의 심정을 토로하였다. 현재도 용산 철거민들은 일용직에 나서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국제 엠네스티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해서 불법행위다 아니다 규정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느냐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용산 철거민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자세를 비난하며 이들을 위한 배상이 마련될 것을 촉구하였다.  

참사기 일어난지 이제 2년째 접어들어가고 있다.  내년 1월 20일은 용산 참사 희생자 추모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용산 참사의 진상 규명과 희생된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유가족과 철거민들은 지금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단지 그 목적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화마 속에서 쓰러진 5명의 철거민들이 생전에 꿈꿔왔던 것. 지금보다 더 나은 희망적인 삶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살아갈수 있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차가워지고 있는 날씨 속에서도 오늘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 기사 출처 

경향신문 2010년 11월 11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112153395&code=940702 

 

뷰스앤뉴스(아이린 칸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 관련 기사)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5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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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2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 책 읽고 친구한테 선물로 줬는데 반갑네요~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아마 안되겠죠

cyrus 2010-11-29 18: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런 일이 더 이상 생기길 바라고 있지만 세상이 꼭
밝은 면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안타까울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