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의 법칙 - 왜? 직원 수가 늘어도 성과는 늘지 않을까
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김광웅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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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다진 이후로는 공무원 채용 인원 모집과 채용 증가에 대한 소식과 관련된 뉴스를 하나도 지나치지 않은 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 전에 접한 정보에 의하면 올해 2012년도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은 총 10,330명으로 전년 대비 436명이 증가되었는데 지방공무원 직종별 채용규모면에서 살펴보자면 이번 채용 인원 증가는 사상 최대 파격적인 규모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에 맞춰 공무원 고시학원에서는 공개채용시험 일정에 맞게 빠르게 시험을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공시족이 되려는 젋은 청춘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달 전에 대구에서 알아주는 유명 공무원 고시 학원에 상담 차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상담원에게 듣은 적이 있었다. 올해에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이 증가했기 때문에 대구 본적으로 되어 있는 내가 대구 등의 지방에 위치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공무원 채용 인원 수가 늘어났다고 해도 공무원이 되는 길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2, 30대들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무원 시험에 40대 이상 고령자들은 대거 몰리고 있는 추세다. 고용 불안이 가중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20대부터 40대 이후까지 전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공직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72.1대 1이다.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해 보다 경쟁률이 소폭 완환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 증가는 비단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공시족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공무원 채용 인원의 수가 과다하게 되면 신규 인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공무원 집단에서도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자동차가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면 질주본능에 빠지기 쉽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됐든 기업이 됐든 조직은 끊임없이 커지려는 확장본능을 갖고 있다. 조직이론에서는 '관료제의 폐해'나 '대기업병'을 조직의 병리현상으로 다룬다. 조직이 거대화하고 전문화하면서 관료화와 분업화, 공식화, 집권화의 늪에 함몰하곤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규모를 무한히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움을 설명할 때 단골로 나오는 것이 '파킨슨의 법칙'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였던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관료제의 본질을 꿰뚫는 이 법칙을 창안했는데 제1법칙과 제2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1914년 영국 해군의 병력은 15만 명이었고, 군함 수리창 관리와 사무원이 3천 200명이었다. 여기에 근로자가 5만 7천 명 가량 딸려 있었다. 그런데 14년 뒤인 1928년에는 해군 병력이 10만 명으로 감축되고 군함 역시 62척에서 20척으로 줄었음에도 수리창 관리와 사무원은 1천200명이 오히려 더 늘었다. 해군본부의 관리자 또한 2천 명에서 3천560여 명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발표 당시엔 흥미로운 사회생태학적 가설 정도로 인식되던 이 법칙은 이후 큰 정부의 비효율성을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공직사회엔 출세기회 확대와 조직 보호를 위해 부하를 늘리려는 경향이 있어 일의 유무나 경중과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밝혀낸 그의 통찰력은 지금 봐도 놀랍다.

 

국내에 번역된『파킨슨의 법칙』이 알라딘에서는 '경영' 분야의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러한 법칙이 꼭 경영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공무원 신규 채용 현황을 비추어 본다면 역시나 조직으로 이루어진 공직 사회에서도 파킨슨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학도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이 법칙을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정치인들과 납세자들은 공무원 수가 많아지는 만큼 업무량도 당연히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에 의문을 품은 냉소주의자들은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 반드시 빈둥거리는 사람이 생기거나 아니면 근무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양측의 믿음과 의심은 모두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체 공무원 수의 증가는 파킨슨의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그 수는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혹은 업무가 아예 없어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 노스코프 파킨슨 『파킨슨의 법칙』에서, 21세기북스, pp 25 -

 

 


파킨슨의 법칙은 '조직이란 주어진 역할이나 업무와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을 증가시키려는 속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관료제에 적용시켜 본다면, 공무원의 수는 업무 양에 무관하게 증가하고 출세를 위해서는 부하가 많아야 하므로 숫자를 자꾸 늘린다. 이것을 파킨슨의 제1법칙 또는 부하배증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업무가 과중할 때 부하의 수를 늘리긴 원하지만 라이벌은 원하지 않는다거나 공무원은 서로 자기들을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것이 파킨슨의 제2법칙 또는 업무배증의 법칙이다. 부하가 배증되면 과거 혼자서 일하던 때와는 달리 지시, 보고, 승인, 감독 등의 파생적 업무가 창조되어 본질적 업무의 증가 없이 불필요한 업무량만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파킨슨의 법칙은 기업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효율성 추구와 이윤 극대화를 최대목표로 삼는 기업일수록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어 내실을 뒤로 미룬 채 규모 확대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성장지상주의에 몰입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조직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대기업병'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내부의 경고와 대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조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돈을 들여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요란을 떨지만 2~3년이 지나면 혁신은 사라지고 별다른 내용의 변화없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직을 설계할 때는 오로지 기능과 업무량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존의 조직을 참조하거나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많다. 그 결과 거듭되는 개편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체질은 그 나물에 그 밥마냥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 사회에서는 아직 파킨슨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 참여정부 시절 말기 때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공무원이 마구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넌 여론으로부터 '공공기관 몸집 불리기'라는 지적을 받곤 했었는데 참여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취직자리 늘리는 사회복지 개념에서 접근한 것이 오히려 조직 관료제의 문제점을 낳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의 저주는 과거 참여 정부 시절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경기가 장기적으로 불황기를 겪게 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게 된다. 특히 안정적인 공무원 직종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신규 채용을 늘리면 늘릴수록 취업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기회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인한 공직 채용 증가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모습이 전 정부가 했던 것을 그대로 절차를 밟게 되는 우려가 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성장에 있어서 숨가쁘게 달려왔다. 개인에겐 출세와 부가 공통의 지상과제처럼 여겨졌다. 근면 성실 이데올로기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조직을 다그친 결과 이만큼이나마 잘 살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세이지만 '더 크게, 더 빠르게'에 너무 경도돼왔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성찰의 눈길을 주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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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3-0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저는 지금은 공무원 숫자를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꼭 일자리창출을 위한 차원에서 보다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상당수 늘려야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물론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요. 조직이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프로세스의 문제이지, 숫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cyrus 2012-03-03 01:01   좋아요 0 | URL
사실 공무원 인원 증원에 대해서 파킨슨의 법칙을 들어서 반대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늘어야 한다는 찬성론도 있답니다. 맥거핀님 말씀처럼
조직의 비효율성은 그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업무 프로세서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어떻게 본다면 좋은 의도로 일자리를 늘리면
좋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대한 문제점도 같이 발생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2-03-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킨슨 법칙을 설명한 책도 있네요! 시루스님은 행정학과라서 별 걸 다 알아요^^

맥거핀님 말이 맞아요. 선진국 그러니까 OECD 국가 중에서 공무원 1인당 국민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에요. 그래도 자꾸 공무원 줄이자고 나서는데, 이것저것 다 이해는 되지만 분명한 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씀대로 조직 내의 '번문욕례' 같은 문제가 행정비용을 더 상승시키는 거죠. 정작 책상놀음으로 일하는 데에는 공무원수가 분명 많지만 직접 발로 뛰어다니게 되면 분명히 모자란 숫자이기도 하거든요.

이 책 흥미로워요.^-^

cyrus 2012-03-03 14:51   좋아요 0 | URL
OECD 통계는 저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에요. 번문욕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

이 책에는 파킨슨의 법칙에 대한 사례가 많아요, 이 법칙을 강의시간에
가르쳤을 때 교수님들이 이런 책을 소개하면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훨씬 쉬웠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저처럼 이제 3학년이 행정학과 학생들 중에서
파킨슨의 법칙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공부를 제대로 안 하니까요 ^^;;
 
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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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4.0의 등장    

요즘 조선일보에서 특집기사로 연재하고 있는 '자본주의 4.0' 이 화제다.  '자본주의4.0' 이란 소프트웨어 버전처럼 진화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자본주의라는 뜻이다.   

자본주의 1.0은 '보이지 않는 손' 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 시대를,  자본주의 2.0은 1930년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 자본주의 3.0은 1970년대 시장의 자율을 강조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의 모순과 병페적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대안이 바로 '자본주의 4.0' 이다. 

자본주의 4.0은 그동안 빈부격차를 등한시한 이전 구식 자본주의 버전(?)들과 차원이 다르다.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고 선두에 선 대기업이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가도록 하되, 중소기업에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조선일보의 자본주의 4.0 특집 연재 이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본주의 4.0의 실체와 자본주의 시대 규정에 대해서 많은 찬반 논란의 양상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시장경제주의를 옹호하던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가 진보 성향의 언론에서나 언급할 수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특집 편성을 하면서까지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에게는 '자본주의 4.0' 의 정체성과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 그냥 짚고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4.0' 이 이전의 자본주의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겉멋든 보수 언론의 '위선' 에 불과한 관념적인 이론으로 남게 될지 전문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경제주의 기능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의 병폐적 현상을 극복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자본주의 4.0에서 강조되는 내용들은 자본주의 극복방안으로 대안으로 그동안 줄곧 제시되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자본주의 4.0' 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강조하는 것은 시기상조인거 같다.   그리고 숫자를 붙여서 '게임 시리즈 버전' 처럼 구분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자본주의 시대 구분 방법은 기존에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자본주의 분류 방식을 답습하고 있을 뿐 전혀 새롭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중, 고등학교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본주의→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라는 형식으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도식적 분류에 근거한 자본주의 4.0을 홍보하기 전에 따뜻하지 않은, 특히 빈곤층이나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냉소적' 으로 대하는 한국 특유의 자본주의 사회 현상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먼저 진단하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인거 같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기능이야말로 개인들의 욕망을 보듬어서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선택을 이끌어내 풍요로운 부를 가져다분다는 시장지상주의자들의 달콤한 속삭임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 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유토피아적 망상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 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이다. 그런 제도는 아주 잠시도 존재할 수가 없으며, 만에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예 씨를 말려버리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야말로 신체적으로 파괴당할 것이며 삶의 환경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94쪽)  

 

자기조정 기능으로 작동되는 시장자본주의는 오로지 시장가격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경제다. 그러나 폴라니는 시장자본주의가 말하는 자기조정 기능이라는 것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에 의해서는 절대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곧 국가 개입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없는 경제란 있을 수 없고, 또 그런 경제는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애담 스미스가 언급한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가설에도 반기를 든다.  폴라니는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1776년을 자본주의의 원년으로 보지 않는다. 1834년의 스피넘랜드법(빈민구제법)의 폐지에 따라 인민들이 먹고 살 길은 임금노동으로만 가능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형성과 함께 ‘자기조정 시장 ’ 이 완성돼 현재의 자본주의가 도래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가 결코 시장경제 자체를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아담 스미스가 제창한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한 시장의 합리적 질서 또는 하이에크의 자기조정적 시장 기능에 동의하지 않고, 시장경제란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유토피아' 일 뿐이라고 갈파한다.  또한 그는 화폐, 토지, 노동 등을 다른 생산물과는 다른 허구적 재화라고 칭하면서, 이들 재화가 지나치게 그 힘을 발휘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위기를 촉발한다고 보았다.  마르크스나 케인즈처럼 시장경제의 비인간성, 비합리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시장경제 자체가 현실과 괴리된 망상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이른바 자기조정적 시장의 논리는 국가를 배제할 뿐더러 시장이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국가와 사회는 시장에 복속된다고 보았다. 이는 결국 인간의 자유와 이상, 희망을 파괴하고 그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고 간파하였다.   

폴라니는 이런 현상을 피하려면 마르크스식의 시장 부정도 아니요, 케인즈식의 국가 개입도 적절치 않으며 '사회'라는 실체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즉 국가나 시장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역할에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시장 확장은 국가의 의도적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고, 국가 역시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생성된 것이어서 ‘사회’ 가 더 높은 차원의 제도라는 의미이다.  

폴라니가 원하는 '사회' 는 인간의 자유와 가치를 분명히 하고, 국가와 시장을 인간의 존엄에 복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이다.  국가와 시장이 아닌 사회 속의 노동조합, 지자체, 소비자·생산자 조합 등 다양한 인간 집단 사이의 내부적 의사소통과 연대를 강조한다. 이들 사이의 대화와 이해, 관계망은 핵심요소다.

  

  '악마의 맷돌' 로 작동되는 시장경제

폴라니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 이라고 불렀다.  시장경제의 거짓 신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시장의 미신에 빠져 타인에 대한 보살핌을 저버릴 때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보여준다.  가령 노동력을 기업을 이끄는 부르주아 마음대로 처리하면 그것을 담고 있는 인간의 육체적, 심리적 실체마저 하나의 소유물로 사회변화에 노출되어 희생되고, 자연은 오염되고 파괴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이익에만 찾으라고 가르치는 우리의 자녀 교육법은 '신자유주의' 가 만들어낸 시장경제의 주술이 빚어낸 서글픈 환각이다. 상품이 될 수 없는 것,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분별력을 차츰 잃어가면서 우리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부터 자꾸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제약에 좌우됐다고 보는 칼라니는 시장경제의 재앙 또한 경제를 다시 사회적 통제 안에 가두어 둠으로써만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근의 세계경제는 경제위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풍전등화로 치닫는 형국이다.  그런데 아직 경제적 이윤을 따지기 좋아하는 몇몇 호모 에코노미쿠스들은 '악마의 맷돌'을 내던지기보다 보다 더 잘 돌릴 수 준비에만 여념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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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9-24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의 '자본주의 4.0'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말씀하신 바가 전부라면 기존에 늘상 해오던 얘기와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것처럼 보여지네요. 대기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두게 하되, 중소기업에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라...사실 그런건 지금까지도 늘 해오던거니까. 다만 문제는 그들 나름으로 정의한 '공정한 기회'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그저 4.0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현혹시키는 것으로 일단은 보이네요. 대기업들 옹호하는 기사나 안쓰면서, 그리고 혹은 삼성 문제와 관련된 기사나 쓰면서 그런 얘기를 하면, 그래도 일단은 관심가지고 들어라도 볼텐데..

cyrus 2011-09-24 20:24   좋아요 0 | URL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잠깐 조선일보의 자본주의 4.0에 대해서
언급하셔서 요즘 주의깊게 보고 있는 내용입니다. 취지는 분명 좋긴 하나
과연 대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을지 실현성에
의문이 들긴 해요. 그리고 자본주의 4.0이라는 제목으로
외국 학자의 책도 국내에 번역되기도 했는데 아직 이 책은 읽지 못했어요.

맥거핀 2011-09-24 21:10   좋아요 1 | URL
일단 이름부터가 좀...cyrus님이 잘 정리하셨지만, 고전자본주의, 수정자본주의, 신자유주의라는 이미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름들이 있어요. 근데 그걸 1.0이니 2.0이니 해대면서, 마치 소프트웨어 새로운 버전 붙는 식대로,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것처럼 현혹을 시켜놨네요.(자본주의는 오류 수정의 역사이지, 그것을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기존에 잘 하던 식이긴 합니다. 외국학자 하나가 어디서 뭐 하나 만들어내면 이때다 싶어서 가지고 와서 써먹는거죠. cyrus님이 말씀하신 칼 폴라니 책은 그래도 검증된 책이니까 많이 다르겠지요.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며, 경제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서 경제학 책을 여러 권 사다놨는데 읽지 못하고 있네요. 암튼 좋은 서평에 이런 댓글이라 죄송..-_-)

cyrus 2011-09-24 23:01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죄송해하실거 없어요 ^^;;
자본주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본주의가
조선일보가 표현한대로 발전하는 순으로 오해하기 쉬울 우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리시스 2011-09-24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마의 맷돌. 완전 쏙 들어오는 비유네요. 예전에 다른 서점 블로그에서 한창 이 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길래 리뷰들이 좋아서 그때 찜해뒀어요. 그때도 다들 평이 좋았던 걸로 기억이 나요. 저는 맨날 이 책 볼 때마다 <제3의 길>을 먼저 읽어야겠다 하는데.

어쨌거나 4.0이든 4.5든 명칭이 문제는 아니겠죠. 이론은 이론, 현실은 현실이듯. 시루스님 언급처럼 마르크스도 부정하고, 케인즈도 부정하면서 '사회'를 주목하면 될텐데, 다양한 이익세력이 충돌하는 사회야말로 정말 실체로 정의하기가 힘들잖아요. 누구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잖아요. 부자가 웃으면 빈자는 울고, 빈자가 웃으면 부자는 울겠죠.

어제 네이버 메인뉴스에 신자유주의가 싫으면 탈북하라는 식의 제목이 떴던데 기사내용은 못 읽었지만 사회가 이미 이렇게 극단적이니 무섭더라고요. 신자유주의의 반대는 북한인가.. 한참 생각했어요.^^;

cyrus 2011-09-24 23: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역사교과서 개정안과 관련된 자유민주주의 표기 때문에
오히려 표기를 반대하는 학자들을 종북 인사로 규정하고 있으니,,
아이리시스님 말씀대로 이러다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까닥하나
반대하다가는 빨갱이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네요 ^^;;

아이리시스 2011-09-25 00:11   좋아요 2 | URL
그런데 탈북 아니고 월북인가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1-09-24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연히 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 하면서 심한 경쟁, 탐욕, 상업화 등등 상투적인 이야기나 하는 이들이 많죠.하지만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기원했는가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탐구하려면 역시 경제사의 고전을 읽어야 하며 칼 폴라니 책도 그런 시각에서 필요합니다.그리고 이 문제를 다루려면 역시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공부해야죠.특히 자본주의를 막연히 상업화라고 여기는 통념을 치밀하게 비판하는 논문들이 빛나고 있습니다.이런 공부를 안 해놓은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이 식민지근대화론을 대하면 친일파니 뭐니 인신공격이나 해대고 논쟁은 산으로 가버립니다.

폴라니의 시장론을 한국사에 적용한 것으로 부르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제 1부 일제하 사회경제적 변동이 있습니다.경제사 공부로 한국사를 접근하는 이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소재가 많습니다.폴라니 외에 경제사의 고전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으니 참고문헌도 꼼꼼이 살펴보면 좋습니다.

cyrus 2011-09-24 23:12   좋아요 1 | URL
<거대한 전환>을 번역한 홍기빈 씨의 <자본주의>를 읽어보니깐
노자님 말씀대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 중에는 정작 '자본' 의
정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
그리고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요.

맥거핀 2011-09-25 00:2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읽어보려고 서점을 뒤져보니, 거의 절판이고, 헌책방에만 몇 권이 보이네요. 그런데, 1984년판이 있고, 1997년판이 있는데 그 차이가 있나요? 혹시 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외에 <자본주의 이행논쟁의 새로운 전개>라는 책도 있는데, 이 책 다음에 읽어야할 책인가요? 아니면 다른 별개의 논의인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09-25 15:39   좋아요 1 | URL
맥거핀 님 서재를 방문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휴버먼의 자본론 -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리오 휴버먼 지음, 김영배 옮김 / 어바웃어북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비춰주는 오래된 거울

책을 읽다보면 어떤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분명 해외의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시감을 보이며 나타나는데, 이상하게도 좋은 사례보다는 나쁜 사례의 유사성일 때가 많다.  특히 리오 휴버먼의 <자본론>를 읽을 때 그랬다.    

'휴버먼' 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책 제목에 달지 않았더라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만 다를 뿐 내용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는 내재적 모순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오 휴버먼의 <자본론>은 노동자에게는 악순환일 수밖에 없는 자본가의 생산수단 소유와 더 많은 이윤 추구, 더 많은 자본축적의 과정을 여러 문헌과 증언들을 통해서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비록 60여 년 전의 미국 사회를 분석한 책이지만 '자본주의' 가 전 국민적 종교가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첫번째 거울:  자본가 vs 노동자,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다 

 

출처: 미디어오늘  

 

노동소득 분배율이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임금 인상률도 하락 또는 정체 상태고 임금 격차와 불평등도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3일 발표한 이슈 페이퍼에 따르면 기업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국민가처분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 증가율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외환위기 이전 1996년 62.6%까지 올라갔으나 2000년에는 58.1%까지 내려갔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2006년 61.4%까지 회복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추락, 지난해에는 59.2%까지 떨어졌다. 기업의 영업이익과 비교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하 생략)

- [성장의 과실, 노동자에게 안 돌아온다] 미디어오늘  2011.8.3 -

 

' 자본가들은 돈 벌 기회를 포착했을 때 투자를 한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 작동 방식이다. '  

휴버먼의 <자본론>에 인용된 미국의 정치평론가 월터 리프만의 지적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자본가들을 이익에만 집착하는 속물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작동 방식' 은 생전에 리프먼이 살았던 1930년대랑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랑 별반 다를게 없다.  

자본가들은 자신이 투자한 이윤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것이 바로 노동자들의 대가로 지불하는 '임금' 이다.  자본가에게 노동자는 그저 일을 해야 하는 기계체일 뿐이다.   노동자들은 편안하면서도 건강에 무리가 오지 않는 좋은 노동조건 및 시간 그리고 이에 걸맞은 임금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입장과 다르다.  이들에게는 기업의 성장, 이윤을 올리는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성공은 ‘얼마나 더 많은 이윤을 얻었는가’ 로 가려지게 된다.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재료를 더 싸게 구하고 상품을 더 넓은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의 행위를 정당화하게 만든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좋다고해도 팔리지 않는 상품은 고스란히 빚이 되어 경기 불황이 찾아오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본가들은 임시방편으로나마 돈을 더 들여가며 추가로 사람을 고용하지 않지만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취직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은 점점 더 쪼들리게 된다.   이렇다보니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풀타임으로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근로 빈곤층, 즉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가진 자(부르주아지)와 못 가진 자 (프롤레타리아) 간의 갈등 관계 즉, '계급투쟁의 역사' 라고 지칭하면서 부르주아지를 ' 종교적인 외경심, 기사도의 열정, 속물적인 감상주의도 몽땅 이기적인 계산이라는 얼음물 속에 처박은 ' 존재로 냉담하게 비판을 했다. 

하지만 리오 휴버먼은 자본가를 노동자들과 비교해 탐욕스로운 존재로 매도하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가들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다.  단지 자본가와 노동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인과적인 문제로 이해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본가와 노동자들 간의 대립 관계를 서로 ' 목에 칼을 겨눈 ' 관계라고 비유하고 있다.   단지 자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상호이해와 조화보다는 대립과 갈등이라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거울 :  노동조합과 투쟁의 필요성      

 

    

사진 출처: 프레시안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 농성하던 530여 명의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근무제를 주간 연속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고, 시급제 대신 월급제를 시행하라" 면서 회사 측에 대항하다가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조그마한 공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연행된 셈이다. 그동안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가 주야 맞교대제와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 연속2교대를 시행하자고 요구하던 상태여서 이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철폐투쟁은 노동자들의 오랜 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현재 전 세계 노동인구의 약 20%가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이래 계속 24시간 맞교대제를 하던 철도노동자들은 2004년에서야 비로소 3교대제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조립 공장들과 거기에 딸린 수많은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들, 조선업을 비롯한 많은 대규모 제조업체들에서는 아직도 주야 맞교대 근무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략)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도입된 이래, 교대제가 계속 지속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가 계급의 이윤추구에 있다. 자본가계급이 교대제를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첫째, 불변자본의 절약을 위해서이고, 둘째, 교대제로 야간노동시간을 증대시켜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연장해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 [" 야갼노동은 발암물질이다! "]  프레시안  2011년 6월 15일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상반된 이해관계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셤히 일을 해도 최저 생계비 수준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품(goods)을 만들기보다는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상품(commodities)을 생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리오 휴버먼 <자본론> pp 30)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많은 노동자와 노동시간이다.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는 노동자는 그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에 고용되어 임금을 받으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최저 생활비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최저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 결성과 투쟁이다.   리오 휴버먼은 노동조합 결성과 같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투쟁을 임금을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자본가들이 만들어낸 경제적 법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같은 책, pp 35)

우리나라는 70년대부터 전태일을 필두로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민주적인 노동조합 투쟁을 끊임없이 지속시켰다. 그러나 자본가와 정권은 그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성과 투쟁성을 무력화하고자 해 왔으며 그 목표가 노동조합을 경제적 투쟁에 가두려고 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자본가에게 파는데 그것은 결코 공정한 거래일 수 없다는 것과 이 불합리한 거래를 그만두기 위해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힘은 다수라는 점이지만, 이 힘도 단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리오 휴버먼의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번째 거울 :   살림살이 좀 나아 지셨습니까?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저소득층 엥겔계수가 8년 만에 최고치로 높아졌다.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소득하위 10%(1분위)의 올 1분기 엥겔계수는 전년동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17.9%로 조사됐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지난 2003년 1분기의 18.3%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분위 엥겔계수(1분기 기준)는 지난 2008년 16.4%까지 하락했으나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대란이 발발하면서 2009년 17.5%까지 올랐다. 2010년에는 17.0%로 소폭 하락세를 타는 듯하다가 구제역 사태와 국제원자재값 폭등으로 올해 8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악화됐다.

1분위 도시 근로자의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소비지출은 물가폭등으로 2.2% 증가하면서 엥겔지수가 높아졌다.

전체 도시 근로자의 1분기 엥겔계수는 12.6%로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물가대란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삶이 팍팍해졌다.  

- [저소득층 엥겔지수, 8년 만에 최악으로 급등]  뷰스앤뉴스 경제  2011년 5월 23일 -

 

언론과 방송에서는 경제 관련 지수와 코스피 지수 등을 통해서 경제성장의 낙관론을 끊임없이 거론되곤 한다.  게다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한발짝 앞선 것처럼 한껏 고무된 내용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의 허영심은 휴버먼이 생존하고 있었던 1920년대의 미국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로 풍요로운 경제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지만 1929년, 미국 역사상 가중 부유했다던 그 해에 경제 대공황을 맞아야했다.  하지만 심각한 대공황의 현실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경제회복과 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죽 했으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풍요로운 사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허한 인식, 즉 '거짓말의 안개' 를 걷어내려고 했을까?       

나는 풍부한 자연 자원의 축복을 받은 거대한 대륙에 자리한 위대한 나라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 가운데 3분의 1은 열악한 주거와 의복 및 영양 상태에 빠져 있음을 나는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 1937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 연설문 중에서, <휴버먼의 자본론> pp 87~88 -

경제 수준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부 모습과는 상반된다.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업률과 무섭게 치솟아오르는 물가상승 앞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와 태도만 보일 뿐 실체적인 문제의 이면을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거짓말의 안개' 를 만들어내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신뢰성을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짓말의 안개' 를 걷어내고 보면 우리나라 경제 수준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올해 집계된 엥겔지수 측정의 결과는 경제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보도문일수도 있지만 이번 수치 결과가 8년 만에 나온 수치들 중 최악이라면 물가 상승 문제가 사뭇 심각한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료품은 필수품으로서 소득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반드시 얼마만큼은 소비하여야 하며, 동시에 어느 수준 이상은 소비할 필요가 없는 재화이다. 그러므로 저소득 가계라도 반드시 일정한 금액의 식료품비 지출은 부담하여야 하며, 소득이 증가 하더라도 식료품비는 그보다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까닭에 식료품비가 가계의 총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즉 엥겔계수는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엥겔지수는 높아지면 이는 저소득층 가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단순히 식료품비 비율만 높다고 해서 심각한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데 식료품비만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 의복, 의료비, 교육비 등 가족 구성원들을 먹여살리는데 지출되는 비용 역시 많기 때문에 저소득층 가계의 생활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물가는 끊임없이 치솟고 있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 마당에 정부가 시행한 성형수술 및 애완동물병원비 부가세 도입은 도리어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키시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불된 비용 항목 중에 '플라자 동물병원' 에 쓰인게 125달러였다.  '글로리아' 의 애완 고양이를 돌보느라 11월부터 그 다음 해 1월 사이에 들어간 돈이었다.  

- [뉴욕타임스] 1936년 1월 28일자, 같은 책 pp 99 -   

  

시대마다 화폐의 가치가 다르지만 오늘날 환율 수준에서 따져보면 125달러는 우리 돈으로 1천 3백 51만 2천 500원(=1,35,125,00)이다.   실제로 세 달동안 반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지출한 비용이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심각한 사실은 글로리아라는 고양이한테 들인 비용이 온 가족의 옷을 장만하는데 쓴 돈보다 15달러 더 많았다는 점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어느 20대가 지신의 블로그에 반려견 치료비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었는데 대략 이렇다.

하루 입원비 5만원, 진료비 5천원, 약값 5천원, 골절 수술비 100만원대, 주기적인 엑스레이 2만원, 2차 수술비 80만원대 정도.

거기에다가 앞으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면 비용과 부가세를 더 부담해야 될 것이다. 휴버먼의 표현대로 반려 고양이 글로리아나 변려견은 서민들보다 높은 경제적 사라디의 꼭대기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고 난 뒤:  자본주의의 나르키소스는 되지 말자 

 

 

카라바조 <나르키소스>  1594~1596년

 

자본주의의 맹점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는 휴버먼의 분석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본과 권력 그리고 노동 상황에 대입해 읽어도 좋을 정도로 자본의 속성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역시 마르크스처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이윤 동기로 이루어진 자본주의는 음울한 종말을 맞을 운명이라고 진단하고 대안으로 사회주의로서의 대체를 예견하고 있다.  그에게 사회주의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즉 이전의 문제를 해결된 새로운 체제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사회주의적 접근 방법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휴버먼은 책의 제목을 처음부터 '사회주의의 ABC' 라고 지으려고 생각할 정도로 그동안 곡해되었던 사회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소개하려고 하였다.    

사회주의적 이상향이 건설되기를 믿었던 마르크스의 예언이 그렇듯이 그의 예언 역시 현실적으로 빗나가버린 사상적 유물로 전락되었지만 또 다시 전 세계가 경제 위기의 가시밭길에 걷고 있으며 전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목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의 종말이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겠다.     

 

거울은 우리의 겉모습인 표면만 보여줄뿐 우리의 내면 속에 감춰진 자아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외부적인 표면에만 집착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의 화려한 이면만 볼 수 있는 자본주의의 거울 앞에 서 있다.  자본주의의 거울만 보다가는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버린 나머지 탈진해 죽어버린 나르키소스처럼 언젠가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에 사로잡혀 휴버먼의 예언대로 경제의 종말이라는 재앙을 맞이할지도 로른다.

휴버먼의 <자본론>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허영을 그대로 비춰주는 가장 불온한 거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결함을 역설한 휴버먼의 분석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방대한 분량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휴버먼의 <자본론>을 통해서 자본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본주의의 나르키소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의 불편한 속성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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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8-1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보니 결국 마르크스와 휴버먼의 진단이 같군요. 자본주의는 말기암환자라는 것. 곧 종말을 맞게 되리라는 점. 그러나 또 거기에는 '어떻게'의 문제도 있겠지요. 과연 '혁명'이 도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인가.
웃..이거 조금은 위험한 포스트군요. 여기에 제가 혁명 운운하는 댓글까지 달았으니 더 위험해졌군요. (웃..농담입니다.^^;)

cyrus 2011-08-12 20: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휴버먼의 책 같은 경우에는 확실한 형태로 자리잡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어서 분석면에서는 지금도 봐도 유효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휴버만과 폴 스위지는 모두 자본주의를 상업이나 유통 방향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경제사 분야에선 유통주의자라고 하지요.자본주의의 개념정의를 둘러싼 논쟁을 공부하는 쪽으로 나아가면 사회과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cyrus 2011-08-15 16:36   좋아요 0 | URL
유통주의자라는 단어 처음 들어봅니다. 군 복무 시절에
휴버먼의 <자본주의 바로 알기>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쉽게 잘 안 읽혀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 책이 내무반 책장에 꽂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그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해서 그런데 그 책에도
자본주의를 비판한 내용이 있을거라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나온 <자본론> 같은 경우에는 사회주의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고 있어서 좋았어요. 공상적 사회주의에서부터 마르크스와
엥겔스까지, 이 책 덕분에 사회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8-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스 베버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관을 비교하는 것도 좋고,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국사책에서 배우는 조선후기 상업의 발달(이것을 강조하면 유통주의자가 됨)이 과연 자본주의의 맹아냐 아니냐 하는 논쟁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깊이있게 공부할 만합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몰락하는가
짐 콜린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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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운명은 짧고 기술은 길다

부불삼세, 빈불삼세 (富不三世, 貧不三世) 

부자는 3대를 못가고, 가난도 3대를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의 변화는 수백 년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 속도는 그렇지 않다. 불과 몇 년, 몇 달 아니 자고 나면 세상이 뒤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기업의 수명도 과거보다 훨씬 짧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이라는 것이라는 통설이 자리잡고 있지만 현재의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끊임없이 변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은 기업은 성장이 가능했지만 성공에 대한 지나친 오만(Hubris)에 빠진 기업들은 역사의 무덤 속에 묻혀 버리게 된다.

세계 카메라시장을 장악했던 코닥의 흥망성쇠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기업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코닥의 몰락    

 

코닥의 역사는 18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유리판 필름은 대단한 기술이었다.   코닥은 그 후 카메라를 시판하기 시작했고 이처럼 코닥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싼 가격으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자 소비자들은 열광하였다. 추억을 현실속의 기록으로 남겨주는 기업으로, 카메라는 세계인들이 꼭 지녀야 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코닥은 잊혀진 기업이 되었다. 더 이상 과거처럼 필름의 대명사 역할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변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닥은 디지털 시대가 되면 플라스틱 필름이 필요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서야 자신의 발등에 불똥이 튄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코닥은 뒤늦게 디지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여전기 코닥은 전성기의 영광과 추억에 집착했다. 디지털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해오던 기존의 필름 카메라 사업 투자 비중은 오히려 확대했다.

신기술의 디지털 제품을 내놓으면 기존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아날로그식 필름 재고가 소진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일까?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가 그렇게 빨리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현실에 안주하며 대세를 읽지 못한 대가는 의외로 컸다. 시장의 반응은 혹독했다. 일본의 캐논이 디지털 시장을 석권하며 번성하고 있는 동안, 코닥은그렇게 몰락의 길을 걸어나갔다.  

  

 

  기업 몰락의 5단계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언젠가는 몰락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해 다시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코닥이나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해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사례를 통해서 기업의 몰락을 실증적으로 증명하여 몰락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경영 구루 짐 콜린스는 수많은 자료검증을 토대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 잘 나가던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몰락 1단계는 성공을 당연시하고 진정한 성공의 근본요인을 잊을 때다.  성공에 취해 뭐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사업에는 운도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망해가는 기업은 행운으로 얻은 성공마저도 실력으로 거뒀다고 착각해 버린다. 경기가 좋아 물건이 잘 팔려도, 제품이 훌륭해서 판매가 늘었다며 좋아하는 식이다. 그러곤 앞으로 사업이 더 뻗어나가리라 믿는다.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그간의 승리를 바탕으로 여기저기로 사업을 넓혀 나가게 되며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원래의 사업에 소홀해진다.  

3단계는 위험 가능성과 위기 경고를 부정한다.  그동안 쌓여왔던 문제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업 판매 성적이 예전만큼 좋지 못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뭔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테다. 그럼에도 임직원들은 상황 탓만 한다.  이때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매달리기도 한다. 인원을 떨구고 비용을 줄인다며 법석을 떤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기업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4단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을 찾아 헤매는 시기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기업은 어려움을 한번에 날려줄 인재를 찾아 헤맨다. 여기저기서 변화와 혁신을 외쳐댄다. 이들은 그동안 다져왔던 기업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느라 힘을 쏟아보지만 반짝 성과가 날 뿐 오래 가지 못한다.

마지막 5단계는 기업의 생명력이 소멸되는 최종적인 단계이다. 기업은 부도 절차를 밝게 되지만 모든 기업이 몰락의 성적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 기사회생하는 기업들도 있다.   

   

 

  위대한 기업이란...?

짐 콜린스는 기업이 위대해지는 과정보다 몰락하는 길이 더 다양하다고 말한다. 기업의 몰락 과정이 반드시 책에서 제시되는 5단계 순서대로 거치는 것이 아니며  한 두 단계 빠르게 거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수십 년동안 거치는 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과정이 어떻든간에 몰락한 기업의 공통점은 위기의 길로 인도하는 관습이 몰락을 자초하게 만들었으며 기업 스스로 성공의 덫에 걸려버렸다는 점이다.  성공에의 도취가 바로 몰락의 덫으로 바뀌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전에 저자가 출간했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통해서 대표적인 성공 기업의 사례로 소개된 모토로라, HP 역시 몰락의 5단계 과정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흥망성쇠 방정식은 무척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스스로 유도하여 새로운 강점을 끊임없이 창출해내면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짐 콜린스는 현실 안주보다는 성장의 욕심에 눈이 먼 과도한 변화와 혁신 역시 스스로 기업의 몰락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무모한 도전 역시 실패의 서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공의 공식이 확실한만큼 성공의 덫을 피하기도 어렵다. 로마의 흥망성쇠가 그랬고,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시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짐 콜린스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며 경영인들에게 현실을 냉철하게, 해법은 착실하게 찾아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생존전략 상의 오류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각의 기업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아갈 것인가를 제시해주고 있다.  

경영 현장에 상존하는 위기와 위험신호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읽어내느냐에 따라서 그 기업의 진가를 결정짓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기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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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0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아주 좋군요!
코닥이 망한 건 여기서 첨 알았네요. 헉.
그렇죠. 문제는 욕심. 이기주의 입니다. 큰일났습니다.ㅜ
짐콜린스는 꽤 괜춘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ㅋㅋ

cyrus 2011-08-07 00:0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기전만 해도 한 번 망한 기업은 회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덕분에 기업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경영 도서치고는 분량이 얇고 어렵지 않아서 괜찮았어요.
다음 학기 때부터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경영햑을 복수전공하게 되었거든요.
아마도 당분간은 경영학에 대해 알기 위해서 경영 도서도 읽어야할거 같아요.
^^;;

마녀고양이 2011-08-0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는 방법은 하나이나, 죽는 방법은 수천가지다 와 비슷하군요.
흥한 것은 언젠가는 망한다죠... 이는 하나의 교훈같아요, 겸손하라는.
(음.. 우리나라 누군가들에게 들려주고 싶군요. ^^)

cyrus 2011-08-07 00:06   좋아요 0 | URL
짐 콜린스는 점점 파산에 치닫고 있는 기업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부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소수의 기업에만 적용될 뿐 나머지는
CEO의 역량이나 그 밖의 외부 조건들 때문에 살아남기가 불가능할거 같아요,
결국에는 흥망성쇠의 진리는 부정할 수 없을듯합니다.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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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 ♪  


  - 남진 <님과 함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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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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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같은 집 ' 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  

남진이 부른 노래 '님과 함께' 에서는 사랑하는 님과 함께 사는 인생이야말로 그 어떤 삶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예찬하고 있다.  ' 멋쟁이 높은 빌딩' 에 사는 어떤 이들은 자신이 더 잘 산다고 떵떵거리고 으시대고 있지만 노래 속 화자는 허름한 ' 반딧불 초가집 ' 이라도 사랑하는 그대, 님과 함께 산다면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초원 위에 지어진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그림 같은 집을.    

이 노래가 발표되자마자 남진은 대한민국 명실상부한 톱 스타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남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 님과 함께 ' 이다. 노래가 나온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흥겨운 멜로디 덕분에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부르고 있는 국민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몇 주전에 올해엔터테이너계에서 많은 핫 이슈를 몰고 온 대국민 오디션 프로젝트 ' 슈퍼스타 K 시즌 2' 에서 장재인이 오디션 본선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됨으로써 그녀의 소름돋는 가창력이 화제가 된 것뿐만 아니라 장재인이 태어나기 전에 나온 남진의 노래는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들은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흥겨운 멜로디를 좋아할 뿐, 노래가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가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백년해로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망하는 지향점은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남진의 노래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에 유념하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하면 빈곤에 쪼들리지 않고 잘 살아야할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님과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살림보다는 윤택한 살림이 우선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배우자 선택 조건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집' 이다.  하긴, 집은 옷과 음식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요소이다.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으며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바로 집인 것이다.    

집의 기본적인 의미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한민국에서의 '집' 은 ' 잘 사냐 못 사냐' 식의 기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통과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곳에 넓디넓은 정원이 있으며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거실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궁전 같은 집이라면 모든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이다.  하지만, 이런 집을 사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을 모은다하더라도 부족하기만 하다. 그리고 화려한 내부와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집들은 일명 ' 돈 많고 잘 사는 사람 ' 들이 모여 산다는 서울 강남 쪽으로 몰려있기도 하다. 그래서 강남에 세워져 있는 타워팰리스 가격만해도 정말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수억 정도에 달한다.  

사랑하는 님과 가족들이 함께 오손도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야말로 ' 그림 같은 집' 이라고 남진은 흥이 넘치도록 불렀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강남의 멋쟁이들이 으시댈 수 있는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집이 대한민국 사람들이 바라는 '그림 같은 집' 이 되고 말았다. 

 

 

  좋은 집을 가지기 위해서는 빚이 늘어나는 대출도 마다하지 않으리 

자신들이 꿈꾸는 '그림 같은 집' 을 가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자신의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정도 살림에 지장이 업없을 정도의 직업을 가진 중산층들에게도 억 소리가 나는 타워팰리스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집도 '돈' 이 되는 시대이기에 중산층들 사이에서는 '집' 은 자신의 부를 축적시키는것뿐만 아니라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부동산 전문가들의 희망적인 조언들은 서민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중산층 서민들은 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함으로써 투기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높은 가격으로 매겨진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과거의 부동산 벼락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 시세를 생각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부동산 업계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든 레밍이었다.  레밍은 나그네쥐라고 불리우는 집단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인데 떼 지어 이동하게 되면 앞에 있는 동료들 따라 바다로 가게 되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특성을 빗대어 인간이 어느 현상에 대해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현상을 ' 레밍 효과 ' 라고 부르고 있다. 중산층 서민들은 단지 희망적인 예상에 불과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과 과거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인 부자들의 비법만을 강조하는 부동산 관련 업체들의 감언에 속아 넘어 가고 말았다.   

전문가의 말과는 반대로 고공으로 치솟아오르게 되는 금리와 주택가격의 폭락은 희망으로 가득찬 삶을 예상했던 중산층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짓밝고 말았다. 최고로 비싼 가격의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중산층들은 화려하고 럭셔리한 삶을 사는 상류층이 되지는 못했다. 과거에 집을 사기 위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하여 생긴 빚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집 그리고 어마어마한 빚이었다.  그리고 집 때문에 상류층으로 상승하려다가 되려 가난에 허덕이는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우스푸어 : 부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아파트투자 5적과의 절묘한 만남

이렇듯, 집이 있으면서도 가난한 중산층 서민들을 경제학적 신조어로 '하우스푸어(House Poor)' 라고 말한다.  최근 통계조사에 의하면 집을 보유하는 직장인들 중 30%는 스스로 하우스푸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평균 월 가계 총소득 326만 원 가운데 74만 원을 주택자금 대출이자로 지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만든 원인에 대해서는 1순위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고 그 다음에는 개인의 투자 욕심이라고 하였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한 통계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작 적은 수준으로 하락한 점으로 분석한 것에 대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허울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정책이 만든 사회적인 문제는 한국경제의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열풍을 동원하여 경제성장에 일시적인 도움이 되었지만 그 뒤에는 서민들의 빈곤 문제와 불안정한 경제 흐름은 여전하였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정부로만 탓할 수 없다.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에 대해서 순위를 매겨서 우선적인 요인만 크게 나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며 하우스푸어는 자본주의 구조가 만들어낸 다차원적인 문제이다. 국가 가계가 안정되기 위해서 정부는 금융기관 및 부동산 정보업체들을 보호해주었으며 이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자신들의 자산 규모를 증식시켜나갔다. 이런 호황에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떡고물 만들기를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아파트 건물을 무수히 세워놓고 분양가를 높게 잡아버렸다. 이런 상황에 서민들이 높은 분양가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에는 금융업체에서 가계대출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밑에서 부동산 정보업체-금융기관-건설업체의 자본주의적 공생 관계는 서민들의 빈곤 문제를 야기시키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언론 역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 각종 일간지에서는 아파트 및 부동산 투자 광고들은 경제의 흐름에 무지한 서민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부동산 업계의 상황이 나쁘면서도 일간지에 소개되는 부동산 관련 전문가의 말이나 광고 문구는 서민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매일 아침, 대문 앞으로 도착되는 일간지들 사이에 하나씩 껴있는 부동산 관련 기사 섹션은 경제적인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투자 오적의 소굴이 된 강남 및 수도권 지역

하우스푸어의 급증은 단순히 고가의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강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 성남의 판교신도시에 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우스푸어는 단순히 부동산 업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중산층들의 몰락을 낳는 심각한 문제이며 상류층 역시 경제적인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 만들어낸 과도한 투기는 안정된 삶을 한순간에 깨뜨릴 수 있다. 결국에는 사회계층의 불균형적인 분포가 형성되게 되며 빈부격차도 늘어지게 된다. 

김지하 시인은 <오적(五賊)>이라는 시에서 '서울' 을 대한민국 사회를 부패하게 만드는 '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서울은 자본 이익에 우선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오적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악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는 지금의 경제 상황와 문제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사람들은 하우스푸어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부동산 투기라는 놀음에 빠져 있다. 남들에게 으시댈 수 있는 화려한 ' 그림 같은 집' 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허황된 정보에 혹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 또다른 하우스푸어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집' 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며 동시에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을 뜻하고 있다. 집이란 단지 우리가 살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 콘크리트 덩어리일뿐이다.  당신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란 남들에게 과시하는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지내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돈보다는 따뜻한 온정과 사랑으로 가득찬 집이야말로 노래가사 속에서 말하는 '그림 같은 집' 이 아닐까?

 

 

  

 

* 인용 관련기사 출처

[직장인 10명중 3명은 ‘하우스 푸어’] 경향신문 2010년 11월 2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011354321&code=920202

['짝퉁 경제대통령'의 허풍] 미디어오늘 2010년 11월 24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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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0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올해의 책 후보로 손색이 없죠 ㅎㅎ

cyrus 2010-12-08 15:14   좋아요 0 | URL
예전에 <워킹푸어>를 진지하게 읽었던터라 이번에 <하우스푸어>를
읽어보니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요즘 이런 사회, 경제 관련 책을
읽고나니 MB정부의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이조부 2010-12-0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좋지만 작년ㅇㅔ 출판된 선대인 위험한경제학 도 만만치 안게 읽을만해요

그 책은 1탄 2탄 있는데 전 1권 만 읽었는데 소장 가치 있을 정도로.....

하우스푸어 이 책은 위험한 경제학에게 빚진 면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뭐 물론 위험한 경제학 기존의 이미 존재했던 자료에게 빚진 면이 분명히 있겠지만

말이죠~ ㅎㅎㅎ

cyrus 2010-12-08 17:02   좋아요 0 | URL
선대인 씨의 책이라면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심도있게
볼 수 있겠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