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구판절판


키티야, 눈송이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 들리지? 정말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소리야! 꼭 저 바깥에서 누군가가 창문에 입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눈이 나무랑 들판을 사랑해서 저렇게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건 아닐까? 하얀 이불을 포근히 덮어 주면서, ‘얘들아, 여름이 다시 올 때까지 푹 자렴."하고 속삭이는 것인지도 모르지. 키티야, 여름이 되면 나무랑 들판은 깨어나서 온통 초록으로 단장하고, 바람이 불때마다 춤을 춘단다. 그땐 정말 멋지단다.!-17쪽

"느려터진 나라로군! 이제 너도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곱은 빨리 달려야 하고."-48쪽

"나는 곤충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곤충들, 적어도 커다란 곤충들은 무섭거든. 하지만 곤충 이름 몇 개는 알아." 모기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럼,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겠네?", "그건 모르겠는데." 모기가 말했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려면 이름은 있어서 뭐해?" 앨리스가 말했다. "곤충들에게는 아무 소용 없지.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름이란 게 왜 있겠지?"-60쪽

"난 바다코끼리가 가장 좋아요. 가엾은 굴들을 조금이나마 불쌍히 여겼으니까요." 트위들디가 말했다. "하지만 먹긴 목수보다 더 많이 먹었잖아. 바다코끼리는 앞에다 손수건을 대고 있었어. 자기가 몇 개 먹었는지를 목수가 세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니까 그 반대지." 앨리스는 발끈해서 말했다. "정말 치사했군요! 그럼 난 목수가 가장 좋아요. 바다코끼리만큼 많이 먹지 않았으니까." 투위들덤이 말했다. "하지만 목수도 잡는 족족 엄청 먹었잖아." 그건 헷갈리는 문제였다. 앨리스는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그래야! 둘 다 정말 불쾌한 인물들……."-84쪽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늘 더 멀리 있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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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품절


앨리스는 한참 뒤에 이 일을 곱씹어 보고서야 이상한 일을 평범하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모든 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12쪽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래?"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있어.", "난 어디든 상관 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길로나 가도 돼." 앨리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디든 도착만 한다면." 고양이가 말했다. "아, 넌 틀림없이 도착하게 되어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되거든!"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87-88쪽

"그건 조금도 똑같지 않지! 그건 ‘나는 내가 먹는 것을 본다’와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먹는다’가 같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야!"-95쪽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있다는 것을 반쯤은 믿었다. 하지만 눈만 뜨면 이 모든 것이 단조로운 현실로 바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것은 바람 때문일테고, 웅덩이가 물결을 일으킨 것은 갈대의 흔들림 때문일 터였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양들의 방울 소리로, 여왕의 고함 소리는 목동들의 외침으로바뀔 터였다. (앨리스의 언니가 알기로는) 아기의 재채기 소리, 그리펀이 외치는 소리, 그리고 그 밖의 별난 소리들은 모두 바쁜 농장에서 들려 오는 시끄러운 소리로 바뀔 터였다. 가짜 거북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멀리서 들려 오는 소들의 울음소리로 바뀔 터였다. 앨리스의 언니는 마지막으로, 이 조그만 어린 동생이 이 다음에 어떻게 성숙한 여자가 될지를, 원숙한 나이가 되어도 어떻게 어린 시절의 순진하고 다정한 마음을 간직할 것인지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오래 전에 꿈 속에서 보았던 이상한 나라이야기 같은 갖가지 이상한 이야기로 어떻게 아이들의 눈을 초롱초롱 빛나게 할지를, 어린 시절과 행복한 여름날을 기억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의 순수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의 순수한 기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낼지를 그려 보았다.-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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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를 꼭 한 점 먹고 싶구나 - 소설가 황석영이 곱씹어내는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4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5월
구판절판


프로이드 선생의 말씀을 들지 않더라도 성욕과 식욕은 어릴 적부터 잠재되어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지배한다. 남녀가 함께 밥을 먹으면 '정든다'는 우리네 속담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영혼의 집>으로 유명한 칠레의 작가 이자벨 아옌데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같이 먹었던 요리에 대한 얘기로 책 한권을 쓸 정도였다. 어는 먼 산골이나 바닷가 어촌에서 두 사람이 먹던 음식의 맛은, 지금 아무데서나 다시 찾아 먹을 수 있는 흔한 먹거리라 할지라도 다시는 되살려 낼 수가 없다. 또한 그네가 가끔씩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준비하던 달그락거리는 그릇 부딪는 소리와, 식탁 맞은편에서 따뜻한 눈빛으로 이편을 건너다보던 날의 맛을 어디서 되살려 낼 것인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물처럼 지나간 시간은 자취도 없지만 그 감각만은 생생하다. (흘러간 사랑)-13-14쪽

내가 전화에다 대고 그네에게 말했을 것이다. "나 많이 늙었어"하니까 그쪽에서 "그건 나두 그래"하고 대답했다. (흘러간 사랑)

-39쪽

개개인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신성한 의무라는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는 젊은 꿈을 유보시키고 일정 기간 국가 권력의 군율로 족쇄를 채우는 악몽임에는 틀림없다. 지나고 보면 늘 사람 사는 곳의 그럴듯한 ‘인정’으로 달리 채색되어 있지 않던가. (유배지의 한 끼니)

-98-99쪽

"도둑질, 그거 부지런해야 먹구 삽니다. 미리미리 털 집을 봐 둬야죠, 시간 맞춰 현장 도착해 망봐야죠. 숨어서 기다려야죠, 직접 털어야지요, 무거운 짐 지고 도망가야죠, 장물아비 찾아서 처분해야지…… 한두 가집니까? 그애들 여기오면 참 양순한 애들입니다. 부지런하고 순하고 아주 소지로 맞춤이지요." (유배지의 한 끼니)

-119쪽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먹을 수 없다거나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때의 맛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이 변했든지 세월이 변했든지 했을 터이기에. (잃어버린 그 맛)-192쪽

하여튼 입맛이란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과 노동을 한 뒤의 것이 훨씬 맛있고, 풍성한 자연 속에서는 더욱 살아나기 마련이다. (잃어버린 그 맛)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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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2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절판


‘빨갱이’라는 말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라는 말과는 그 색깔이나 냄새가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건 극악한 범죄자의 대명사였고 극형의 죄목이었다. 그 말은 해방 이후 수삼 년에 걸쳐 그 어떤 말보다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 느낌이 그렇게 살벌하거나 증오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익승의 입에 오른 그 말은 처형의 상기를 뿜고 있었다. 그 말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선택의 자유권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생존권까지 좌우하게 된 상황임을 새삼스레 확인해야 했다.-20쪽

염상구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따라 일어섰다. 단순해서 다루기 편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위험하기 그지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김범우는 염상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26쪽

시상이 다 알대끼 좌익으로 몰아때리지 않더라고? 누가 좌익이 되고 잡아 좌익이 되간디? 옳은 소리 혀도 좌익, 바른 소리 혀도 좌익, 다 좌익으로 몰아쳐서 꼼지락달싹 못허게 맹그는 판잉께, 좌익질도 한분 똑바라지게 못혀보고 경찰이 맹근 대로 좌익죄 받느니 진짜배기 좌익질이나 한판 해뿔고 보다 허고 남정네덜 맘이 서로 통헌 것 아니겄능가.-44쪽

모든 인간은 역사의 중심에 있고자 한다.그것은 곧 지배의 욕구다. 그러나 그 누구도 역사의 중심에 있을 수 없다. 역사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역사의 생리는 수은주 이하의 냉철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86쪽

강동식은 어금니를 물었다. 지금 우리가 수행할 일은 그런 사소한 개인 감정에 좌우되는 보복이 아니라 더욱 과감한 혁명투쟁을 위한 준비기간이라는 대장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족이 상하고 있는 것이 어찌 소사한 일일 수 있는가. 우선 내 가족, 내 피붙이부터 잘살아보자고 혁명도 하는 것이고 고생도 하는 것이지 처자식 맞아죽어 없어지거나 골병들어 병신이 되어버리면 누구 좋자고 혁명이고 투쟁이고 할 것인가.-89쪽

공산당의 합법활동은 지하활동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고, 인민위원회 조직이 다 깨어진 상태에서 대부분의 간부들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자신도 예외일 수 없었고, 감옥에 가서보니 해방이 되고 풀려난 독립투쟁자 삼분의 이가 다시 잡혀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정치하에서 경찰질을 해먹었던 자들의 손에 다시 잡혀들어온 그들의 죄목은, 일본이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인 것처럼 ‘독립투쟁자’에서 ‘공산주의자’로 바뀌었을 뿐이었다.-94쪽

포고문에는, 형식적이고 입바른 인사치레 잘하는 그들답지 않게 조선의 해방을 축하한다거나 조선인이 되찾은 자유를 경하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인사말 한마디 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경직된 경고만을 나열해놓고 있었다. 어쨌거나 미군정의 은혜로운 조처에 의해서, 일제치하에서 저지른 죄상으로 마땅히 처단되거나 단죄를 받아야 될 고등계형사나 순사.순사보, 밀정 노릇을 했던 부류들이 다시 권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일제치하에서보다 한두계급씩이 더 승진된 상태로서였다. 일본인들이 차고앉았던 높은 자리를 채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난 형상이었다.-109쪽

"나는 이념이라는 것이 정치지향적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소. 변증법도, 유물론도, 봉건주의도,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모두 정치지향적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지배도구일 뿐이오. 봉건왕조를 타도하고 세운 공산주의나 민주주의 사회가 도대체 절대 다수의 인간의 삶을 위해 한 것이 뭐가 있소. 그것들은 새로운 구속일 뿐이고 인간의 본질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한 것이 없소.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는 이십세기의 인간들이, 지배본능이 강한 인간들이 윤색해낸 정치연극의 각본일 뿐이오. 그것들은 절대적일 수가 없소. 왜냐하면 모순투성이고 부정확한 존재들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오. 그것들은 인간이 갖고 있는 만큼의 모순과 부정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하오. 그러므로 그것들은 절대적일 수가 없고, 신봉해서는 안되는 것들이오. 그런데 그것들을 절대적 존재로 신봉하게 되면 그만큼 인간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오. 인간은 인간이 만든 기계가 아니오. 인간이 인간을 장담하는 것처럼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소. 나는 다만 인간이고 싶을 뿐이오." 손승호는 완전무결하게 사회주의를 버린 상태였다.-177쪽

나는 새가 창공에 그 발자국을 새기지 못하듯이 인간사 그 무엇이 영겁 속에 남음이 있으랴.-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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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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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건 뭔가 그리운 감촉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기 전에 혐오도 애정도 뒤죽박죽이 되어 공기에 섞여있는 장소의 냄새. 그러나 그 반면에 접근하기 어렵고 만지면 위험한 것이라는 점도 동시에 느껴졌다. 나는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취기가 광기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보다 본능적인 자기 비하의 감정이었다. 분명히 자기보다 강대한 존재와 마주친 야생 동물이 느낄 법한 무조건적인 도주에 대한 욕구와도 같은 것. (신혼부부)-17쪽

"참혹한 것을 보고 죽는 사람도 있고, 네 어머니처럼 죽지 않는 사람도 있고, 다시 읽어서는 가족, 엉망이 되어버리는 가족 등 여러 경우가 있는데 사건의 성질에 따라 다른 건지 사람들의 성격 탓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아이는 핸디캡을 떠안게 되지. 나는 어머니의 비참한 주검을 보았어. 하지만 살아 있으면 핸디캡이 있어도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 적어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의사가 된 거야?", "글쎄.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죽음과 친하기 때문에 의사가 되었다. 어린 시절에 죽음에 대한 인상이 뚜렷이 각인되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냄새가 스며들었다. 사라지지 않는다. (도마뱀)-49-50쪽

옆집 아이가 연습하고 있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바이올린 소리가 나를 감동시켰다. 마음속에 비친 파란 하늘 가득히 마치 스며들기라도 할 듯이 음색이 흘러갔다. 서투르면 서투를수록, 어설프면 어설플수록 눈을 감아도 보이는 선명한 파랑과 어울렸다. (나선)-56쪽

둘의 생각은 이처럼 전혀 다르지만 우리는 태고의 남녀야. 아담과 이브의 연정의 모델이지.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 중의 모든 여자에게는 그와 비슷한 종류의 여러가지 버릇이, 모든 남자에게는 응시의 순간이 있어. 상대방을 서로 따라하며 영원히 이어지는 나선이지. DNA처럼, 이 대우주처럼. (나선)-67-68쪽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에 나를 지배하고 있던 것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한 압력이었다. 모두 같이 차를 마실 때는 각자 돈을 내고 혼자만 밥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가고 싶지 않더라도 사원들의 단체 여행에 가지 않으면 선배와의 관계가 거북해진다. 밤중의 택시는 전부 무조건 멀리 가는 손님을 원한다. 혼자 사는 여자가 세 군데나 옮겨가며 술을 마시러 가면 탐욕적으로 보인다. 미혼의 남자 사원과 점심을 먹으면 항상 함께 먹곤 하던 애들이 화를 낸다. 모든 것이 세분화되어 있는 만큼 좁은 지역 속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수없이 많은 이상한 규칙들. 불륜이 좋다든지 나쁘다든지 말하기 전에 우선 일반화해서 처리하려는 경향. (김치꿈)

-73쪽

같은 음식, 같은 냄새, 같은 방에 포함된 정보가 꾸게한 똑 같은 꿈. 제각기 다른 몸을 가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것, 생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김치꿈)-89쪽

그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트를 만들 수 없게 되어도 나는 술장사든 뭐든 할 수 있고 가난도 두렵지 않다. 다만 두려운 것은 버드나무 가지가 햇볕을 쬐고 나서 다음 순간에 거센 바람에 흔들리듯이, 벚꽃이 피었다가 지듯이,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 석양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 방에, 뒹굴며 비디오를 보고 있는 그의 등에, 그리고 이 공기에 이별을 고하며 밤이 찾아오는 것. 그것만이 가장 슬플 뿐이다. (피와 물)-113쪽

대단해, 전혀 다르게 보이다니. 나는 생각했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오카와바타 기담)-161쪽

이 창에서 아침에 보는 강의 수면, 마치 구깃구깃한 금박지가 몇만 장이나 흘러가는 것처럼 빛나고 있다. 그런 것과 비슷한 화사한 빛이었다. 어쩌면 옛날 사람은 이걸 희망이라고 불렀는지도 몰라,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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