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의 대륙 -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울리 쿨케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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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훔볼트란 이름은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정확하게는 무엇을 한 사람인지 잘 모른다.

과학사 관련 서적에서 본 듯한 이름임에도 명확한 기억이 없는

그의 업적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거나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서 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메리카의 발명자란

엄청난 광고 카피가 과연 그가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남아메리카는 거리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는 친숙하지 않은 대륙이다.

유럽에서 볼 때 신세계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나서 '엘도라도'로 대표되는

황금의 땅이라는 소문이 돌아 유럽의 잔인한 정복자들이 바다를 건너가

무자비한 학살과 문명파괴를 행한 후 남미대륙은 그저 유럽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지금도 축구로나 기억될 뿐 남미는 여전히 낯선 대륙인데

그 당시 유럽에도 낯설었던 남미대륙에 대한 탐험을 과감히 나선 사람이 바로 훔볼트였다.

부유한 귀족 출신이었던 훔볼트는 봉플랑과 엄청난 재산을 투자하여 남미대륙으로 과감히 떠난다.

이 책은 그의 남미대륙 탐험의 여정을 차례로 따라가고 있는데

기후를 비롯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5년 여의 시간을 낯선 곳에서 보낸 그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말 운이 좋은 건 훔볼트의 건강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을 했다는 점이다.

보통 낯선 곳을 여행하면 몸에 탈이 나기 쉬운데(게다가 그 당시의 열악한 의료, 위생상황을 생각하면)

그는 타고난 건강과 행운이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맘껏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유럽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동식물, 천문, 지질, 광물 등

그 당시 최첨단 기계를 동원해 수집한 자료들은 이후의 과학발전에 밑거름이 된다.

다윈이 남미를 탐험하면서 진화론이란 엄청난 결과물을 낳은 거에 비하면 뭔가 획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그 당시로선 유럽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의 탐험은 즉각 유럽사회에 알려져서 그를 스타로 만들었는데, 요즘처럼 실시간 생중계는

아니었지만 그의 탐험의 일거수일투족이 계속 전해질 수 있었던 건 나름 신기했다.

원주민의 문명을 파괴한 데 비판적이고 노예제를 반대하는 등

당시로선 정말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던 훔볼트는 어떻게 보면 정말 타고난 행운아라 할 수 있었다.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 유명세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는 선택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혜택과 재능을

여러 과학분야에 의미 있게 사용했다는 점은 분명 그의 위대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않는 그의 호기심, 치밀한 조사와 연구는 몰랐던 남미대륙의 정체를 세상에 알렸고,

과학 여러 분야의 초석을 닦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흥미롭게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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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사계절 1318 문고 9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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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에서 독보적인 우등생인 한스 기벤라트는 온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헤카톰베라는

주 시험을 보러 간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감에 시달리던 한스는

시험장에서 문제를 접하고 절망감에 빠져 힘들어하지만

예상 외로 2등으로 합격하여 걱정을 한시름 든다.

기대에 부풀어 입학한 신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만

반항아 하일너와 친구가 되면서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을 읽어봤는데

한 마디로 성장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도 데미안과 유사한 설정과 내용이 전개되는데

오직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다른 가치들은 모르고 살았던 한스가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되면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한스는 속칭 전형적인 모범생이라 할 수 있었다. 오직 공부밖에 모르고 신학교 진학만이

삶의 목적인 그는 왠지 우리의 대다수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모른 채 오직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맹목적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을 보면 이 책 속의 한스와 같은 비극적인 결과가 생기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으니 남의 일같지 않았는데 차라리 그냥 이게 내 운명이니 하고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그래도 그렇게 처참하게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지에서 선발된 최고 수재들만 모여 경쟁을 벌이는 신학교에서

한스는 차츰 적응을 해나가면서 모범생으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하일너와 친해지면서 자신이 알던 좁은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과

다른 가치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한스는 혼란에 빠진다.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찍힌 하일너와 잠시 거리를 두고 외면해 보지만

한 번 눈 뜬 새로운 세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결국 다시 하일너와 절친이 되면서 한스는 공부도 소홀히 하고 점점 반항적인 학생이 된다.

마침내 하일너가 학교에서 갑자기 사라지면서 한스도 의욕을 완전히 잃고 퇴학을 당하고 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예전의 영웅대접에서 달라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만

예전에 느꼈던 압박감이나 부담에서 벗어나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기술을 배울 생각까지 한다.

사랑도 알게 되고 술도 마시게 되지만 이미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한스는

결국 비극적인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아직도 공부 외에 또 다른 삶을 추구하는 건 무모한 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학교나 세상은 오직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고,

사회도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사람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고

제대로 된 인간대접도 못 받는 상황이 되면서 소외된 사람들은 좌절감 속에 살아야 한다.

이 책 속의 한스도 무작정 공부만 하다가 차츰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점점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기 시작하고 우등생만 대우하는 분위기 속에

서서히 수레바퀴 아래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을 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함에도 한 가지 방향만 제시하는

현재의 교육제도나 사회분위기는 한스와 같은 희생자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을 얼마든지 발휘하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차별 없이

존중받을 수 있을 때 수레바퀴 아래서 짓밟히는 사람 없이

모두 같이 수레를 타고 편안히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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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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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밀레니엄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2부를 읽은 후 상당한 시간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3부를 손에 들자마자 금방 푹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짙은 여운과 함께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원래 스티그 라르손이 무려 10부작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3부작으로 그치고 말았으니 리스베트와 블롬크비스트 콤비의

멋진 활약상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그동안 살라첸코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세포내 비밀조직 섹션의 정체와 그 연루자들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사실 섹션이 리스베트를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하기 위해서 벌이는 추악한 음모는 이미

블롬크비스트와 그의 친구들이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섹션이 블롬크비스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상황이라 언제 그들이 통쾌하게 처벌을 받을 것인지만 기다리면 되는 단계였다.

하지만 블롬크비스트가 밀레니엄을 통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음을 눈치 챈 섹션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블롬크비스트 집에 마약을 숨겨 놓고 살인청부업자들을 통해 그를

처치하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극적으로 알아챈 세포내 수사기관에 의해 간신히 화를 피한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리스베트의 재판. 엑스트룀 검사가 살라첸코에 대한 살인 미수 등

많은 죄명으로 그녀를 기소하지만 리스베트는 파격적인 복장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그들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임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특히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후견체제 하에 놓이게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페테르 텔레보리안을 증인신문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저명한 정신과의사라는 권위를 바탕으로

아무런 증거없이 그녀를 위험한 정신병자 취급했던 그의 추악하고 역겨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그를 조금씩 무너뜨리며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레스베트의 변호사 안니카 잔니니의

변론은 짜릿한 전율과 소름끼치는 통쾌함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권위 있는 전문가라는 가면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의 본모습을 까발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뭐든지 알아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리스베트와 그의 친구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산처럼 군림했던 섹션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는데 너무도 쿨한 리스베트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지브롤터로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살라첸코가 유산으로 남긴 벽돌 공장을 찾아갔던 리스베트는 

잠시 잊고 있던 니더만과 재회하고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2부와 3부에선 국가기관이 개인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스웨덴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물론 픽션이지만)

충격적인데 우리는 너무 많이 겪은 일들이라 오히려 익숙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어 고문하고

범죄자로 만들어냈던 전력이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리스베트가 겪은 끔찍한 일들은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는데 문제는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온갖 조작이 횡행하고 권력이 거기에 개입되어 있는 불편한 진실들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리스베트가 당한 그런 일들, 아니 우리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국가권력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군대 등

부당한 권력행사로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기관들은 잠시만 방심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투명한 법집행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섹션의 인간들처럼 자신들의 조직과 목적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광신도 확신범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인간들이 애초에 그런 짓을 못하도록

확실한 방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런 엄청난 일들을 겪고도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꿋꿋하게 유지하는 리스베트는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은 그런 끔찍한 일들에 쉽게 굴복하고 말 것 같은데 고통을 이겨내고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리스베트는 그야말로 신념의 화신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얘기들을 쏟아냈던 스티그 라르손이 더 이상 좋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정말 애통하다. 만약 밀레니엄 시리즈가 계속 되었으면 어떤 얘기들이 이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더욱 아쉬움이 가득한데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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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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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채로 병원에 실려온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머리를 도끼에 찍혀 겨우 살아 있는 살라첸코는 살그렌스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간신히 소생한다.

한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묶여 있던 니더만의 위치를 알려주지만 그의 말을 무시한 한심한 

수사책임자로 인해 니더만은 자신을 찾으러 온 경찰을 죽이고 유유히 사라진다.

조금씩 회복된 살라첸코는 옆 병실에 있는 리스베트를 처리할 마음을 먹지만 살라첸코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조직이 위험에 빠질 걸 두려워한 세포내 비밀조직은 그를 제거하는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 이은 밀레니엄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은 지 무려 3년이 훌쩍 넘은 상태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부녀지간으로 생사를 건 혈투를 펼친 리스베트와 살라첸코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얘기는 다시 시작된다. 역시 시리즈는 연달아 읽어야 내용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는데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나 등장인물들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관계로 바로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 부녀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거대 악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엄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이 붙기 시작했다.

악마같던 살라첸코가 조직에 의해 어이없이 처치되고 그의 아들 니더만은 줄행랑을 쳐서

이제 싸움은 무슨 짓이든 하는 국가기관과 이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들간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나라마다 정보기관들을 두고 이들 기관이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건

어찌 보면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냉전시대에는 정말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조직으로 존재했는데

냉전시대가 끝나고 이제 국가운영체계가 정상적으로 작용해야 함에도 예전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초법적인 권력을 남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과거 군사독재 정권시절의 안기부가 저지른 엄청난 범죄들을 이제야 바로잡고 있는데

문제는 국정원으로 바뀌고 나서도 하는 짓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조작하는 등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통제가 안 되는 조직을 갖고 있다는

건 국가와 국민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남북대치상황이라 이런 조직이 필요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권한을 맘대로 남용하여

온갖 범죄와 부정을 저지르는 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책에서도 소련에서 망명해온 살라첸코를 세포에서 적절히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온갖 개망나니 짓을 저지르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뒷설거지를 하면서 무고한 사람들,

특히 리스베트에게 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밀레니엄 시리즈의 엄청난 얘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정도로 무기대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인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언론인 블롬크비스트와 천재 해커 리스베트,

그들의 후원자들의 전투력이 결코 살라첸코 그룹에 뒤지지 않아서 정말 팽팽한 대결이 계속된다.

자신들의 더러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리스베트를 정신병자로 만들려는 음모에 맞선

리스베트와 그의 친구들.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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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가의 살인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종인 옮김 / 검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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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로서 전쟁 영웅이 되어 라이츠빌로 돌아온 데이비 폭스는

12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독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어서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멍에로 힘들어 한다.

데이비의 아버지 베이어드는 자신이 결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정황상 그 외에는 아내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아무도 그가 유죄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망상에 시달리던 데이비가 아내 린다를 죽이려까지 하자

데이비와 린다는 12년 전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엘러리 퀸에게 의뢰한다.

예전에 라이츠빌에서 라이트 가문의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던 엘러리 퀸.

이번에도 그는 라이츠빌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이츠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재앙의 거리'를 통해 가공의 도시 라이츠빌을 배경으로 한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였던 엘러리 퀸은 후속작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도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12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독살했다는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의 의뢰로 이미 확정된 사건의 재조사를 맡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엘러리 퀸의 활약을 다루고 있는데,

빈틈없이 철저하게 조사된 사건을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살된 제시카 폭스가 마신 건 포도주스밖에 없는데 잔과 주전자를 준비한 것도 베이어드 폭스였고

잔에 포도주스를 따른 것도 베이어드 폭스였으며 다른 사람이 독을 탈 기회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 제시카 폭스 스스로 독을 탈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가능성이 있었던

베이어드 폭스가 범인으로 몰려 처벌을 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진실찾기 게임은 엘러리 퀸이 느닷없이 한밤중에 괴한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괴한이 베이어드의 잠겨진 책상에서 뭔가를 훔쳐가면서 실마리를 잡게 되지만

오히려 베이어드가 독약을 주문한 처방전에 사인한 증거가 발견되면서

더욱 꼼짝달싹 못할 지경에 이르는데...


왠지 사건이나 진실과 결말까지 전작인 '재앙의 거리'와 너무도 유사해서 데자뷰의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생각되었던 12년 전의 사건을 재구성해나가자 그 당시엔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사실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사건을 혼란스럽게만 만들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엘러리 퀸이 결정적인 단서를 밝혀내면서 전혀 알 수 없었던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엘러리 퀸은 베이어드의 무죄를 밝혀내고 그 속에 숨겨졌던 차마 말하지 못할 진실까지

베이어드에게만 알려주는데 한 사람이 12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까지는

정말 어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었다.

전작에서 감초처럼 등장했던 라이츠빌의 주민들이 이번 작품에도 다수 등장하고

중요한 역할까지 담당해서 전작을 읽고 바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난 그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누가 누군지 헷갈렸다).

라이츠빌 시리즈는 확실히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보다 인간적인 느낌의 미스터리로 진화한 것 같다.

아마 계속 출간될 후속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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