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일본사 - 구석기 시대부터 고도경제성장기까지 일본사 2,000년, 개정판 하룻밤 시리즈
카와이 아츠시 지음, 원지연 옮김, 이재석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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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일본을 부르곤 하는데 일본은 중국과 함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라서 교류도 많고 사회,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역사적인 문제로 인해 여전히 껄끄러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으로 인해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기에 양국간의 앙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일본에 대해 과연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란 말이 있듯이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더 이상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일본이 무슨 짓을 하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들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난할 줄은

알았지 정작 그들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거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나도 학창시절에 세계사 시간에서 찔금 배운 기억과 우리와 관련된 단편적인 사실만

겨우 아는 상태인데 한 권으로 일본사를 정리한 이 책을 만나니

일본이란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호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문화의 시작', '율령국가의 탄생', '무사가 주도하는 시대', '일본의 통일과 태평 시대',

'근대화하는 일본'의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반적인 분류와 같이

원시, 고대, 중세, 근세, 근대로 나눠 각 시대별로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시간순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잡아 세 페이지 정도에 짧고 굵게 정리하고 있다.

제일 먼저 일본인의 기원을 다루고 있는데 '총, 균, 쇠'에서도 일본인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다뤄진 것처럼 한반도에서 넘어 온 야요이인들이 원주민인 죠몬인들을 몰아내고

주류가 되었다는 게 유력한 설명인 것 같다.

원시시대를 거쳐 고대로 들어서니 본격적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쇼토쿠 태자나 헤이안쿄 천도 등 들어본 이름이나 사건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내용들인지라 해당 페이지를 볼 때면 그렇가 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금방 다음 얘기들에 의해 묻혀서 솔직히 일본사의 문외한이 보기에는 너무 내용이 많았다.

내가 막부로 배운 바쿠후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나마 조금은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가마쿠라 바쿠후를 시작으로 남북조 시대와 무로마치 바쿠후를 거치는 동안의 일본 역사는

다른 나라와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상징적인 존재인 천황과 실권자인 쇼군이 양립하는 것도

그렇고 에도 바쿠후까지 무사들의 세상이었던 것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임을 잘 보여주었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있지 않았고

외세의 침입을 받지 않았기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선량한(?) 이웃을 둔 관계로 자기들끼리 옥신각신하다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하면서 조선을 침략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패권을 잡으면서

제대로 된 평화시대를 누린 후 상대적으로 일찍 개방과 혁신의 과정을 겪으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물리치고 동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

이후 전쟁과 패망, 재건의 역사가 간략하게 기술된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전쟁범죄에 대해선 하나도 언급이 없이 넘어가는데

일본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엿볼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 역사 중 한 권으로 담아낼 수 있는

최대한을 녹여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쪽 분야만 치우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면에 걸쳐 고루 기본적인 논점들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초심자가 일본사와 관련한 기본서로 삼기 충분한 책이었는데

중국사에 비하면 일본사가 정말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일본이란 나라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조망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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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 500년 조선사를 움직인 27인의 조선왕,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파헤친다!
강현식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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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한국사를 기록한 대표적인 역사서로 조선시대의 정사를 풍부하게 담아낸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전통 역사서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콘텐츠에서 조선왕조실록내용을 비롯한 조선왕조의 주요 인물들과 사건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조선의 왕들과 주변 인물들을 분석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은 약한 아버지와 강한 아들의

전형이었는데, 태조 이성계는 새 왕조를 세워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이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의 양가감정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이란 새 왕조를 창업한 사람치곤 우유부단하달까 지지세력에 의해 마지못해 왕이 된

모양새라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일관되지 못한 그의 행동이 이를 충분히 입증했다.

다음으로 세조와 단종의 관계에 대해선 일반적인 해석과는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세조와 단종이 서로 대상관계에 있고,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악랄한 삼촌이기보단

왕권의 약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며, 비슷한 스타일인 태종이 왕권강화를 위해

친인척을 무자비하게 제거하고 수많은 후궁을 들인 것과 비교하면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세조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었다.

 

희대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죽음을 안 이후로 돌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선 그 단초가 된 연산군의 할머니 인수대비와 어머니 폐비윤씨의 고부갈등에

주목한다.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겪은 인수대비는 산전수전을 겪다 보니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어려운 반동형성의 상태였고, 폐비 윤씨는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성종으로

인해 경계선 성격이라 이들의 고부갈등이 결국 폐비 윤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자란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조선왕실의 또 한 명의 여장부 문정왕후도 왕실에 비극을 만든 인물이었다.

편집성 성격의 문정왕후는 전처의 자식인 인종을 괴롭혀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본 것처럼

독살하고 기어이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수렴청정을 한다.

문제는 자신의 친아들인 명종에게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점인데 너무 강한 어머니가 약한 아들을 괴롭히는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명종을 이어 방계승통으로 최초로 왕이 된 선조는 그야말로 열등감의 화신이었다.

후궁의 아들로 왕이 되다 보니 정통성이 약해 늘 열등감에 시달렸는데 자신마저 정비에게서

아들을 놓지 못하다 보니 임진왜란 때문에 마지못해 세자로 책봉한 광해군을 미워했다.

이런 아버지 때문에 늘 불안한 지위에 있던 광해군은 간신히 보위에 오르지만

자신도 선조가 뒤늦에 본 적자인 동생 영창대군에게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새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비해서

인조반정의 빌미를 주고 마는데 이후의 인조시대의 굴욕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광해군의

중립적 외교가 지속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인들의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서인정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의 국제정세를 전혀 모르고 명나라와의 의리만 찾던 서인세력은

결국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만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인조는 이괄이 난까지 겪으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에게마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청나라의 신임을 받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공식적으로 아들을 죽인 왕은 영조뿐이지만

인조도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안한 지위에 있던 왕들과는 달리 원자로 태어나 왕권을 위협할 동생마저 없었던

숙종은 그야말로 절대군주가 된다. 그러면서 모든 걸 가질 수 있고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었던

숙종은 마음이 공허한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환국정치라 불리는 정권교체를 거듭했다.


조선시대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사건은

경종을 죽였다는 독살설에 시달렸던 영조의 억울함이 정신병에 시달렸던 사도세자를 죽인

비극적인 사건이었는데, 사실 경종을 죽인 노론의 배후에 영조가 있었음은 거의 기정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거라 영조가 억울하다고 발뺌하는 건 그다지 이해가 안 되지만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자 분노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바로 아들인 사도세자라는 게 비극 중의 비극이었다.

사도세자에 대한 평가는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진짜 억울한

건 사도세자가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며느리 민비의 권력투쟁은

의존적 성격의 고종의 우유부단함에도 큰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역사는 그래도 비교적 익숙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의 여러 왕들과

주변 인물들의 절묘한 심리학적인 분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니 조선왕들의 여러 행동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는데

왕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여 잘못을 저지른 왕이 많았다.

전에 읽었던 정사 중심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같은 책들과 비교하면 심리학이라는

신선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 책으로 조선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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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 일반판 (2disc) - 양면자켓 + 더블투명케이스
황동혁 감독, 박인환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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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자를 공에 비유하며 시작한다. 10대 여자는 농구공(높이 떠 있는 공을 잡기 위해

남자들이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음), 20대 여자는 럭비공(공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개떼처럼

달려들어 싸움), 30대 여자는 탁구공(공에 달려드는 남자는 적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은 있음)

중년의 여자는 골프공(공 하나에 남자 하나. 남자는 공만 보면 멀리 보내버리려 함)

그 이후의 여자는 피구공이라고 하는데 나름의 설득력은 있어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여자들은 불쾌할 수도 있다.ㅎ

 

이 영화 속에서 피구공이라 할 수 있는 오말순(나문희)은 아들 현철(성동일) 하나만 보고

살아왔지만 자신 때문에 며느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지자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 하는

가족들에 서운함을 느껴 집을 나왔다가 우연히 '청춘사진관'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20대 럭비공으로 변신한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오드리 헵번에서 따온 오두리(심은경)가 되어 다시 찾은 청춘을 누리게 된다.

영화 '써니'에서도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심은경은

이 영화에서도 어린 나이답지 않은 능청스런 연기로 영화를 주도한다.

코믹 연기에 노래까지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심은경의 원맨쇼라 할 수 있었다.

유사한 설정의 영화들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정서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시켜

유쾌한 코메디를 만들어낸 것 같다. 마지막에 박씨(박인환)도 20대의 꽃청년 으로 변신하는데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대세남이 누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전 노래들을 다시 부른 곡들이 많았는데 다들 느낌이 좋아 OST도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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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블루레이] 말레피센트 : 콤보팩 (2disc: 3D+2D)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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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익숙한 얘기들을 다시 재해석해서 만든 영화들이 종종 있다.

'백설공주'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선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내면서 주인공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닌 그녀를 잠들게 만든

마녀(?)라는 점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제목부터 숲을 수호하는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를 내세워

그녀가 왜 공주에게 저주를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을 보여준다.

믿었던 인간에게 배신당해 날개를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을 배신하고 왕이 된 스테판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딸 오로라 공주가 16살이 되면

물레 바늘에 찔려 절대로 깨어나지 못하는 잠에 빠질 거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런 저주를 내려놓고도 오로라 공주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

말레피센트는 오로라 공주와 정이 들어 자신이 내린 저주를 스스로 거둬 들이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키스 외엔 절대 저주를 풀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본인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오로라 공주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말레피센트의 모습과 망연자실하고 아파하는 그녀의 모습은

기존의 동화 속 얘기와는 완전히 달랐는데 오로라 공주를 잠에서 깨운

진정한 사랑의 키스의 주인공도 정말 의외였다.

그렇게 예상밖의 반전으로 동화는 색다른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얘기여서 신선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참 오로라 공주 역의 엘르 패닝이 다코다 패닝의 동생인 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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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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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잘 몰랐던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산 그였지만

그의 사랑, 특히 결혼생활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총 세 번의 결혼을 하여 세 명의 공식적인 부인을 두지만 이 책에 나오는 그의 결혼생활은

제3자가 보기엔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헤세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던 것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는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작가로서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과 은둔자적 생활을 즐기는 그의 생활 패턴은 아내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과 아내와 자식들에게 무심한 성격은 전형적인 결혼부적합자의 모습이었다.

 

이 책에선 그의 사랑을 그와 결혼한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그려낸다.

첫 부인인 마리아 베르누이는 그래도 헤르만 헤세가 스스로 결혼을 선택한 여자였다.

헤르만 헤세보다 아홉살이나 연상인 그녀는 좋은 집안 출신으로 이제 막 시인이자

작가로서의 출발을 시작한 헤세와 부모의 반대에도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부적합자인 헤르만 헤세와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와의 사이에 브루노, 하이너, 마르틴 세 아들을 두지만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다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지 않는 헤르만 헤세와의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건 고행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리아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며 헤르만 헤세와 이혼에 이르게 되지만

그녀를 그렇게 만든 데 상당한 부분은 헤르만 헤세의 탓이 아닐까 싶었다.

결혼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된 헤르만 헤세가

자신이 원했던 조용한 은둔생활을 즐기는 것도 잠시 다시 그를 가만두지 않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자신보다 무려 20살이 어린 루트 벵거와 사귀게 되는데

이제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에게 접근한 팬이나 다름없었다.

루트와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부인인 니논은 어떻게 보면 헤르만 헤세라는 한 사람의 남자를

좋아한 게 아니라 유명한 작가라는 그의 명성에 반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별로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 헤르만 헤세를 졸라 마지못해 그가 결혼하게 만드는 게 닮은 꼴이었다.

루트는 결국 헤르만 헤세가 자신이 생각하던 그런 남자가 아님을 금방 알게 되어

3년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마감하는데, 그래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니논과

결혼하는 헤르만 헤세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결혼하기 싫어하면서도 여자의 집요한 요구에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결혼을 하는 헤르만 헤세.

그래도 니논이 그의 마지막 부인이 되었으니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유명작가의 삶과 사랑을 이렇게 자세하게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전에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2'를 통해서 고흐의 삶을 엿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헤세와 그의

지인들이 주고 받은 편지들을 증거자료(?)로 실으며 내용의 근거를 보충하면서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사진들까지 곁들여 잘 몰랐던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삶, 특히 연애사를 알기는 쉽지 않은데 워낙 대문호이다 보니

여러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 이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작가다운 아기자기한 연애 에피소드들이 많았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인간 헤르만 헤세는 그다지 그 쪽으론 재능이 없어서(그래도 여자들한테 인기는 나름 있었던 것

같다) 그런지 좀 심심한, 아니 답답한 결혼생활의 연속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대문호의 사생활, 그것도 연애사 엿볼 수 있었고, 전에 읽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이 쓰여 지던 시기의 헤르만 헤세를 보면서 왠지 작품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유년기를 제외한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통해

그와 작품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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