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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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를 통해 처음 만났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인 이 책은

북유럽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마 '스노우맨'의 범행을

밝혀내는 해리 홀레 반장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범행 현장에 꼭 눈사람을 만들어 놓아서 '스노우맨'이라는 애칭(?)이 붙은

살인마의 정체는 역시나 뜻밖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물론 어느 정도 감은 왔지만)

그의 범행을 통해 노르웨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예전에도 없진 않았지만 요즘은 남녀 모두 워낙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하기에

우리 막장드라마의 단골 공식인 출생의 비밀(?)이 흔한 일이 되었다.

문제는 그런 관계에서 태어난 자식을 남의 자식인 줄도 모르고 키우는 불쌍한 남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수치를 대략 20%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뻐꾸기 새끼를 키우면서 등골 빠지는 남자들의 모습에서

불륜이 횡행하는 오늘날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 나라도 이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데 20%까진 아니더라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치일 거라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식이 아닌지 유전자검사를 하는 게 이젠 흔한 일이 되어 버린 상태이니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진화론으로 볼 때도 남자는 가급적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어

자식을 낳으려 하고, 여자는 남자의 양육지원을 받으려고 누구의 자식인지 쉽게 알 수 없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에 서로 속고 속이는 그런 관계가 되었는데 이런 불신의 관계가 비극을 수없이

생산해낸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남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여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의 애를 키울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도덕적이니 하는 얘기를 해봐야 성대결만 될 뿐이겠지만

다른 문제는 몰라도 남의 자식을 속여 키우게 만드는 건 정말 최고의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가 싶다.

그런 여자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유전자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해야 할 정도로 상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현실이 착잡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노우맨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원치도 않았던 뻐꾸기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출생에 얼마나 혐오감이 들겠는가. 그런 자신을 아들이라 생각하고 키운 어리석은 아빠란 존재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자신에게 이런 치욕을 안겨 준 생부에 대한 증오심이 그를 스노우맨이란 괴물로 만들었고,

그런 짓을 저지르고 다닌 여자들을 처단하고 다닌 점은 어쩌면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는 한 방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스노우맨이 진실을 얘기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자신의 부정을 얘기하지 않고

결국 죽음의 길로 간 피해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딱 제격이 아닌가 싶었다.

 

휴가때 과연 어떤 책을 보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술술 읽어나가며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라는 나라 자체가 왠지 서늘한 느낌을 주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가 눈사람을 만드는 기묘한 버릇이 있는 인물이라 그런지

한 여름에 겨울을 맛보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이 연상되었는데

해리 홀레 반장은 왠지 해리 보슈와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았다.

현재 이 작품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데

멋진 스릴러 영화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라는 요 네스뵈와는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현재 여러 편이 나온 해리 홀레 시리즈가 이 작품의 인기를 계기로

우리에게도 전부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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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저 : 무황인담
안도 마사히로 감독, 나가세 토모야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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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이 한창이던 일본 전국시대, 자신을 쫓는 사무라이들에게서

간신히 도망친 소년은 정체 모를 무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는데...

 

사무라이들의 활극이 펼쳐지는 영화는 꽤 봤지만 애니메이션은 처음인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유혈이 낭자해서 좀 수위가 높다.

특정한 시간에 태어난 소년의 피를 마시면 불로장생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

명나라 황제의 명을 받고 파견된 무리들과 이에 협조하는 일본 사무라이들,

그리고 소년과 그를 돕는 무사.

이들의 혈투가 애니메이션임에도 비장감이 넘치게 그려졌고

소년과 개, 그리고 무사의 우정이 잘 그려진 애니메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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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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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이혼녀가 목이 졸려 시체로 발견된다.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피해자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를 하면서 차근차근 단서를 수집해나가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인 이 책은

'악의', '붉은 손가락'에서 만났던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뉘앙스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현장 주변의 센베이 가게, 요릿집, 사기그릇 가게, 시계포, 케이크 가게 등을

가가 형사가 집요하게 드나드는데 그 와중에 살인사건의 단서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사실 직접적인 수사 대상들이 아니어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다른 형사들은 놓치고 있던 작은 단서에 주목하면서 이를 세심하게 해결해나가는

가가 형사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다. 보통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되어

피해자나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배려하는 경우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형사가 수사만 하는 게 아니라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이라는 가가 형사의 말은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이

모든 경찰들이 가가 형사 선서를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전혀 윤곽이 잡히지 않던 살인사건도 가가 형사가 하나씩 미심쩍은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니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한 마디로

가정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드러났다.

요즘은 워낙 이혼이 흔해졌고 가족붕괴가 가속화됨에 따라

직계가족 간의 관계도 과거에 비해 소원해졌는데

이 책에서의 비극도 바로 그런 현대 사회의 가족해체와

가족 간에 쌓인 오해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역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마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격은 물론 가족과 사회의 건강함이 좌우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었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이 책은 좀 더 따뜻한 시선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가가 형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대다수의 탐정이나 형사들과는 다른

섬세함과 배려심을 갖춘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어서 오로지 범인을 찾아내 단죄하는 그런 통쾌함보다는

두루두루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없는지까지 보살피는 자상한 면모를 선보였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이 겪는 고통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가가 형사와 같은 사람들이 정의의 수호자가 된다면 범죄로 인한 상처가 더 쉽게 아물지 않을까 싶다.

니혼바시의 신참으로 활약한 가가 형사와 같은 인물이 우리 동네의 신참으로 오게 되어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그래도 경찰과는 안 엮이는 게 최선이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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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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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이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선보인

탐정과 조수 형식은 추리소설의 기본공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서 이런 형식이 애용되었을 정도로 익숙한 구조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작가라 할 수 있는 이상과 구보 박태원이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역할을 맡아 활약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

 

이상과 구보가 나름 문학사에서 비중 있는 인물들이고 교과서에도 그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에

탐정과 조수로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지만(물론 이상은 워낙 예측불가한 독특한

인물이긴 하지만)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어느 탐정과 조수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결코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일화에선 창경궁에서 벌어진 미녀변사사건을 해결하는데

그 당시에도 '아보타'놀이라는 희한한 놀이가 행해지면서

란한(?) 일들이 횡행했음을 알 수 있었고, 부검 등을 통해 나름 과학수사가 행해졌음을 보여주었다.

삼화에선 최북의 그림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펼쳐지는데 한글 암호가 등장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오화에선 정말 충격적인(?) 역사의 비밀이 등장하는데 조금 무리한 설정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선총독부에 숨겨진 황금은 이에 비하면 애교 수준의 설정이 아닐까 싶다.ㅎ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완전 홈즈의 '최후의 사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들었는데

작품 내내 등장했던 악당 류 다마치 자작을 모리아티 교수급으로 만들어주었다.ㅋ

 

전체적으로 역사상의 인물인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한 팩션 성격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 당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묻어났지만

그렇게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들진 않았다.

무엇보다 구인회, 명성황후 시해, 조선총독부의 비밀 등 여러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변형시켜

작품 속에 배치한 게 흥미로웠지만 류 다마치 자작의 출생의 비밀 등

작가적 상상력이 지나치게 발휘된 감이 없지 않았다.

저자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살인사건'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하긴 어렵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역사 팩션 전문 작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일제시대의 명탐정 이상과 그의 친구 구보 콤비가 활약하는 작품을

계속 시리즈물로 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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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 아웃케이스 없음
문현성 감독, 하지원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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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 구성과 여자단체전 우승의 감동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그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지만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했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기억이 나진 않았다.

사실 정치적인 목적에서 급조한 단일팀이라 그렇게 원만한 팀 운영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남북 선수들이 그런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름 코믹과 감동을

섞여 표현했다 .문제는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 작위적인 설정을 많이 넣었다는 부분이다.

난투극도 벌이고 로맨스도 펼쳐지며 심지어 중간에 단일팀이 해체될 위기까지 겪는 등

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개입되는데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너무 사실과 다른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 게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겠지만 재미와 감동에 묻혀 사실이 왜곡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현정화 역의 하지원과 리분희 역의 배두나 등 연기자들은 나름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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