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대 최고의 영미권 작가들 20명의 작품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사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으기 쉽지 않은 작가들일 것 같은데

마이클 세이본이 문예계간지 맥스위니스의 객원편집자를 하면서

유명작가들의 장르 단편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 '쥬라기 공원'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이클 크라이튼,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의 원작자 닉 혼비, SF 판타지 문학의 대가 닐 게이먼 등

내가 아는 작가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들이었는데

공포, SF, 추리 등 다양한 장르소설들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었다.

 

지상파 TV를 빨리감기로 미리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의 타이틀작인

닉 혼비의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20편의 향연은

그야말로 단편 장르소설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었다.

작품마다 작가들의 개성이 잘 담겨져 있었는데

카를로스 웹스터가 보안관이 된 사연을 담은 엘모어 레너드의 작품이나

 얼마 전 힘겨웠던 지리산 종주를 연상시킨 데이브 에거스의

킬로만자로에서의 모험담을 그린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다크 타워'의 외전 격인 스티븐 킹의 '그레이 딕 이야기'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캐럴 엠시윌러의 '사령관'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비장감 넘치는 줄거리와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맘에 와닿았다.

 

이 책에 실린 총 20편의 작품은 장르도 제각각인데다

분량도 짧게는 10장 내외에서 길게는 100페이지 정도 될 정도로

천차만별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품의 수준이나 취향에 대한 생각도 분명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분명한 것은 다양한 성향의 독자들을 전부 포섭할 만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20편 중에는 내 맘에 속 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좀 아니다 싶은 작품도 있었는데,

SF, 호러, 추리, 스릴러, 역사물 등 장르소설의 거의 모든 범주들이 다 들어가 있다 보니

진수성찬 속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한 마디로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아마 이 정도의 이름 있는 작가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으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 다시 한번 총대를 멘다면 멋진 단편 장르소설의 항연을 누릴 거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우리나라의 문학상이라는 문학상은 제다 휩쓴 작가인데다 평도 좋은 작가임에도

쉽사리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드디어 첫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 포트만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 진남으로 온다.

그곳에서 친모가 다녔다는 진남여고를 방문하지만

교장은 재학생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을리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다.

하지만 카밀라는 그곳에서 어머니 지은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남긴 문집 속에서 지은의 숨겨진 과거를 조금씩 확인하는데...

 

첨에 외국으로 입양되었던 한국인 여자가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다는 내용을 접했을 때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 등 다른 작품들에서 보았던 그런 뻔한 내용이 전개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버려야 했던 엄마와 자신을 버렸던 엄마를 만나

그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자식의 모습이 그려지는 신파성의 진부한 전개가 연상될 찰나에 이미

세상을 떠난 카밀라의 엄마 지은에게 숨겨진 비밀의 무게는 쉽게 상상했던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은의 얘기가 하나씩 풀려나올 때마다 조금씩 그녀가 겪었을 고통이 느껴졌는데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증언들은 결코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카밀라는 엄마가 남긴 흔적들을 살펴보면서 서서히 카밀라가 아닌 희재가 되어갔다.

그리고 결코 만나보지 못했던, 만날 수 없었던 1984년의 지은과 2012년의 희재는

그렇게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마치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김연수 작가와의 첫만남은 사실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그냥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닌지라 문장 하나하나를 되새김질하는 노력이 필요했고

그럼에도 심해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 사이에도 심연이 존재해 서로에게 건너갈 수가 없을 때가 많은데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런 심연을 건너 상대에게 가닿을 수 있는

그런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게 바로 이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카밀라가 희재가 되어 지은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자신을 찾아온 희재를 지은이 지켜볼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서로의 심연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번 읽어선 놓친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작가가 심연 속으로 떨어뜨린 말들에

다시 귀를 귀울여보면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형사 - 아웃케이스 없음
신태라 감독, 성유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저분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차형사(강지환)는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패션모델로 변신해서 잠입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는데...

 

차형사가 환골탈태하여 범인들을 소탕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역시나였다.ㅎ 먼저 차형사 캐릭터 자체가 너무 극단적이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무리수를 썼다면 제대로 웃기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에선 나름 어필하는 강지환, 성유리 커플이 영화에선 그다지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설공주 (1disc)
타셈 싱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모르면 간첩이라 할 수 있는 백설공주는 워낙 많은 버전들이 존재하고

파생된 작품들도 많다 보니 진부한 스토리로 빠지기가 쉬운데

이 영화는 과감하게도 백설공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치 계모인 왕비(줄리아 로버츠)의 입장에서 재해석을 한 게 아닌가 싶은

오해를 하게 만들지만 표현방식이랄까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새 왕비를 맞이한 후 왕이 갑자기 사라지고(원작에선 백설공주의 아빠가 등장했던가?

기억이 안 난다ㅎ) 오직 자신의 미모에만 관심이 많은 사치스런 왕비는 왕국을 파산상태로 내몬다.

왕비는 왕국의 회생을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더 짜내고 발렌시아의 왕자 앤드류와의 결혼을 추진하려

하지만 일곱난장이 강도단에게 당했던 앤드류는 자신을 구해준 백설공주(릴리 콜린스)에게 반하는데...

 

이 영화에선 일곱 난쟁이들의(진짜 난쟁이들ㅋ) 맹활약과 원작과는 다른

백설공주의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돋보이는데 뻔한 얘기가 펼쳐질 것 같았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키는

백설공주역의 릴리 콜린스의 풋풋한 미모가 돋보였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팝스타 필 콜린스의 딸이라고 한다(다행스럽게 전혀 아빠를 안 닮은 것 같다ㅋ).

앞으로 주목할 만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지막 엔드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일곱 난쟁이의 후일담도 놓치지 말 것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서양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아직까지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그 속에 인간과 삶에 대한 정수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와 있고,

나름 신화속 얘기들에 흥미가 있어 여러 책들을 읽어봐서 왠만한 얘기는 알고 있던 중에

변화경영사상가인 구본형이 신화를 통해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신화속 얘기들을 읽을 때마다 TV에서 흔히 접하는 막장드라마가 연상되곤 했는데

어쩌면 신화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사회적인 제약들이 등장하기 이전의 인

간 본연의 적나라한 욕망들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문명이란 이름하에 각종 교육을 받아 불편하게 느껴지는 솔직함과 진실함의 원형질의 욕망을

단순히 감추고 숨겨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그 실체를 마주하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가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너무 모르고 지내던 것이

오늘날 정체성의 혼란속에 방황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신화는 자연과 우주, 인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그 속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판도라의 상자 얘기에서 착안하여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스물아홉가지 인간을 괴롭히는 불행요소들을 관련된 신화와 곁들어 설명한다.

 

판도라의 마음상자에서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등장하자 인간은 유한한 존재가 되었는데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주관적, 심리적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충실하느냐에 따라 유한한 시간을

영원불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의 위대함이 아닐까 싶다.

미의 여신이자 애욕의 상징인 아프로디테, 신들의 제왕이자 변화와 창조의 신 제우스,

호메로스의 두 영웅인 분노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등 신화속에서 자주 만났던 인물들의 얘기들이

인간을 괴롭히는 여러 요소들과 함께 소개되는데 이런 요소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야

신화속 주인공들이 겪었던 혼란이나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현명하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나름 왠만한 신화속 얘기는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얘기도 더러 있었다.

'에리직톤', 허영의 '니오베', 집착의 '카밀라', 오만의 '마르시아스' 등은

이 책에서 초면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신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사소한(?) 잘못으로

파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화속 얘기가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얘기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는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자신과 타인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