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1 : 주홍색 연구 셜록 1
아서 코넌 도일 지음, 최현빈 옮김 / 열림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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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탐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즈는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세상에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도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코넌 도일의 장편 4편과 단편 56편은 물론 여러 작가들이 셜록 홈즈를 등장시킨 작품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어 여전히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데 BBC의 드라마 '셜록'도 요즘 팬들에게

셜록 홈즈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데 일조를 한 것 같다. 사실 드라마 '셜록'을 찾아보진 않고

얼핏 지나가다 대충 본 기억만 있어서 드라마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셜록의 역할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란 배우의 지명도가 이렇게 올라간 걸 보면 분명 엄청난 히트작임이 분명하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다 본 것 같고 지금도 짜투리 시간이 생기면 이북으로 보고 있어서

그다지 새로운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드라마 '셜록'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라 드라마와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컨셉에 기존에 봤던 작품들이지만 복습하는 셈 치고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드라마 '셜록'과의 비교는 각주 정도로 간단하게 처리만 되어 있어 전반적으로는

원작 중 드라마와 관련된 작품을 선별해서 엮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시리즈의 1권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데뷔작인 '주홍색 연구'를 비롯해 '춤추는 사람 그림', '오렌지 씨앗 다섯 개',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해군 조약문'의 다섯 작품이 실려 있었다. 모두 이미 익숙한 작품들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었지만(절묘하게도 단편집에서 하나씩의 단편을 뽑아냈다) 드라마로는 시즌1의

에피소드1 '핑크색 연구', 에피소드2 '눈 먼 은행원', 에피소드3 '잔혹한 게임'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상당한 내용을 변형 내지 차용했다고 한다. 드라마를 얼핏 보면서도

'이 부분은 어느 작품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레 비교해보곤 했는데,

이 책에선 구체적으로 대사나 설정 등이 드라마의 어느 에피소드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어서 드라마와 원작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드라마를 보고

이 책을 봤더라면 대강 지나쳤던 부분들이 원작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서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도 셜록 홈즈를 보다 즐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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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증인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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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던 미키 할러는 형사사건 수가 급감하자 새로운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주택 압류 관련 소송 분야에 진출해 나름 선전하던 중 담보대출 관련 의뢰인이었던 리사 트래멀이

자신의 집을 압류하려던 은행 부행장 미첼 본듀란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자 변호를 맡게 되는데...

 

미키 할러 시리즈의 3편인 '파기환송'에 이어 오랜만에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과 만나게 되었다.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인지라 너무 반가웠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었던 미국의 부실담보대출이 소재로 사용되어 

시사성 있는 소재를 크라임 스릴러 마스터께서 어떻게 요리해내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주로 악당들을 변호하는 형사 전문 변호사로 악명이 높았던 미키 할러가 생계를 위해

민사사건 변호사로 변신하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는데 주택 압류 관련한 사건의 의뢰인 중 한 명인

리사 트래멀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그녀의 변호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키 할러 시리즈 자체가 법정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는데 이번 작품도 미국 형사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피의자가 체포되는 단계부터 판결 선고 후의 과정까지

소설이 아닌 교과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차근차근 형사절차가 단계별로 진행된다.

미국의 형사절차가 배심원제도를 기반으로 하여 검찰과 피고인측이 대등한 무기평등의 원칙 아래에서

증거개시제도를 시작으로 양측이 공정한 대결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유무죄를 결정하는 사람이 판사가 아닌 배심원들이다 보니 검찰이나 변호인 모두

배심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이 책에서도 처음에는

리사 트래멀을 범행현장 주위에서 목격했다는 증언을 유력한 증거로 삼아 검찰이 기소하는데,

절차 진행 중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피고인의 신발이나 피해자를 살해할 때 사용된 망치가

발견되어 과학적인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피고인측이 결정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몰리게 된다.

우리 같으면 이 정도 증거가 나왔으면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봐야 할 테지만 여기선 이런 증거들을

채택하는 것조차 증거개시단계에 제출되지 않은 증거라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변호인의 이의 등을 거쳐 판사가 변호인측에서 방어할 시간을 주는 걸 조건으로 증거로 채택한다.

그만큼 검찰이나 피고인 양측 모두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방어권 보장이 철저하게 이뤄지는데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이에 맞서 유죄증거들에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변호인의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는데 정작 이들에겐 진실이 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입증책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변호인측은 제3자 범인설을 제기하며

위탁 추심업체인 ALOFT의 대표 루이스 오파리지오에게 화살을 겨눈다. 여기서 미키 할러는

결정적인 꼼수를 부리는데 배심원제도 자체가 실체적 진실보다는 배심원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승패가 좌우되다 보니 그야말로 얼마나 쇼맨십을 잘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부분이 되어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을 보면 배심원제도가 공판전략을 어떻게 짜서 뭘 보여주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실체적 진실은

마지막에 법정 밖에서 엉뚱하게 드러나게 되지만 미키 할러의 순발력 있는 대응으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하게 된다. 이복형 해리 보슈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던 전작과 달리 해리 보슈는 잠깐 얼굴만

내밀고 업무 보조를 위해 고용한 새내기 변호사 제니퍼(블락스)가 나름의 역할을 하는데 전처인

매기와의 애매모호한 관계 등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쏠쏠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임에도

작가 특유의 입담과 필력으로 순식간에 페이지들이 사라져 버렸는데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음에는 해리 보슈 시리즈로 빨리 재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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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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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사망사건에 대한 의혹을 남긴 채 고향 마을을 떠났던 금융범죄 전문수사관 포크는

절친이었던 루크와 그의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 돌아온 그를 알아본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지만

포크는 루크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직접 진실을 조사히기 시작하는데...

 

루크가 예전에 포크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루크의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포크가 현재 벌어진 사건의 조사와 과거에 있었던 여자친구 엘리의 죽음의 진실이

뭔지를 밝혀가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파고든다.

과거 절친한 친구인 루크가 포크의 여자친구 엘리가 시체로 발견되자 포크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거짓말을 해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었지만 여자친구의 방을 조사하던 중 발견된 쪽지에서

포크의 이름과 엘리가 사라진 날짜가 적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결국 포크와 아버지는 마을에서 떠나게 되었는데 악몽같은 기억이 남아 있는 마을로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포크는 루크의 죽음과 루크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루크의 부모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마을로 돌아온다. 포크가 돌아오자 엘리의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대놓고 냉대를 하는데

포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루크 가족 사건을 담당하는 라코와 함께 루크가 왜 자기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을 저질렀는지 차근차근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사실 과거 사건 자체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미궁 속에 빠진 채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할 수 있던 포크를 위해 루크가 가짜 알리바이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현재 사건을 조사하는 포크가

과연 결백한가가 늘 개운하지 못하면서 계속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사건도 루크가 갓난아이만 

살려두고 아내와 아들을 죽인 것도 뭔가 이상하고 특별한 동기도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주변에

수상한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제목처럼 작품 전반이 왠지 건조한 느낌을 많이 주었는데 포크를 반겨주는 소수의 마을 사람들과

그가 돌아온 것에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의 살벌한 분위기가 교차되면서 차츰 과거와 현재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나간다. 사실 과거와 현재 사건을 관통하는 뭔가 특별한 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가지고 사건의 전개를 지켜봤는데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밖이라 할 수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뻔뻔한지를 새삼 실감하게 해주는 결말이라 할 수 있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데뷔작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여준 작가의 후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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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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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 중에서 어느 부분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면 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되는 걸 기준으로 사망 여부를

판단했지만 요즘에는 심장이 활동을 해도 뇌가 활동을 하지 못하면 엄격한 기준 하에 뇌사 판정을 하여

공식적으로도 뇌가 인간으로서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뇌에 대해선

여전히 풀리지 않은 비밀들이 적지 않은 상태인데 나름 신비한 뇌에 관해 관심이 있어서 '뇌의 거짓말'

'뇌, 생각의 한계', '뇌과학자들' 등의 책을 통해 뇌의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했지만 왠지 수박 겉핥기

같다는 생각이 없지 않던 차에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이라는 저자의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쉽고 대중적이면서도 통찰력이 가득한 뇌과학입문서라는 컨셉답게 교양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시작부터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유전적으로

미리 프로그래밍된 상태로, 곧 특정 본능과 행동을 위해 '고정 배선된' 상태로 태어나는 반면, 인간은

미완성된 상태로 태어나 자라면서 완성되는 이른바 '생후 배선된' 상태로 출생하게 된다.

그래서 동물들과 달리 상당 기간 부모를 비롯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성장하면서 뇌가 계속 발달하고 변화를 거치며 25세 정도가 되어야 완성된다고 한다.

우리가 뇌를 통해 최종적으로 인식과 판단을 하지만 상당 부분 실재 상황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가 뇌를 통해 인식하는 세계는 색깔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단지 그 세계에 있는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 전기 신호로 변화되어 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색깔이나 소리로 해석되는 것일 뿐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대해 주목한 이후로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의식을 크고 무질서한 회사의 최고경영자에 비유한다. 의식은 무수한 세포들이 

자신들을 통일된 전체로서 보는 한 방식, 복잡한 시스템이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한 방식이라고 

설명하는데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았다.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뇌를 경쟁하는 정당들로

구성된 의회와 유사하다고 하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을 들고 있는데,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썼던 전략을 차용하여 지금의 욕망에 맞서 현재의 자아와 미래의 자아가 일종의

합의를 하는 '오디세우스 계약'도 뇌의 의사결정에 관한 좋은 사례였다. 내집단에 훨씬 더 공감하고

외집단에 대해선 끔찍한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문제나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인공지능까지 뇌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망라하면서도 실제 실험이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을 알기 쉽게 잘 설명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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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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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사진부에서 만나 연인사이였다가 헤어졌던 하루에게서 9년 만에 편지를 받은 후지시로는

현재 야요이와의 결혼을 약속한 상태에서 느닷없는 대학시절 여자친구의 편지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오래 전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해외에서 보낸 편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제목처럼 4월에서 시작해서 

다음해 3월까지 1년의 시간 동안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하루와의 과거 연애하던 시절과

현재 야요이와의 만남을 시간을 넘나들며 과연 사랑의 실체가 뭔지에 대해 진지한 문제제기를 한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야 문학을 비롯한 예술은 물론 과학적으로도 여러 가지 분석과 해답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점점 세상이 각박해지고 개인주의가 득세하면서 사랑도 더 이상

예전처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사랑이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이 사치라 생각하며 자발적인 비혼과 싱글로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랑이 위기에 처한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에선 이렇게 사랑과

연애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처럼 여겨지고 공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연애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있어도 이게 과연 사랑인지 고민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맞는 차별화된 내용을 선보인다. 주인공인 후지시로의 과거 연인인 하루와 현재 연인인 아요이와의

관계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하루와의 관계가 풋풋한 첫사랑이라면 야요이와는 나이 들어 만난

오래된 연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하루와 헤어지게 된 원인도 뭔가 석연치 않은데다

야요이와의 관계도 의무감으로 만나는 것처럼 심드렁하고 오히려 야요이의 동생인 준에게 노골적인

유혹을 받는 등 후지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도대체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부 선배인 오시마가 하루를 짝사랑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사건이 있으면서 하루와

후지시로는 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된 것 자체가 좀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하루가 타국에서 죽어가면서 보낸 편지를 통해 후지시로는 사랑이 뭔지를 조금씩

깨닫는다. 흔히 하는 비유처럼 사랑은 감기와 비슷해서 자기도 모르는 새에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나듯이,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도 그것을 손에 넣지 않는 것

하나뿐으로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보통 사랑을 하면서 서로 상대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부턴 편한 사이가 되는 것도 있지만

예전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고 점점 무관심해진다.

특히 결혼한 부부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산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과연 정이란 게 예전에 자신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시절의 감정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암튼 하루의 편지를 받으면서 후지시로는 야요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그녀를 사랑했던

순간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으로 찾아가는데, 하루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언급한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지는 지극히 짧은 한 순간의 찰나인 일식같은

순간을 되살릴 수 있다면 사랑이 유효기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전개 자체가 왠지 사이먼 앤 가펑클의 'April come she will'의

가사와도 유사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과연

사랑이 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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