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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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일일 것 같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변화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는 트렌드를

알아보는 게 필수적인데 이 책은 문화,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기술의 6개 분야에 걸쳐 각 10개씩의

60개의 키워드를 선정하여 향후 10~20년 동안 경험할 미래에 대해 다각적이고 전체적인 전망을 선보인다.

 

먼저 문화 분야에선 이미 보편화된 '개인주의'를 시작으로, '세속화', '가속', '단순화', '체험화',

'양성성', '약물', '동양주의', '지혜', '자아실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각 키워드마다 3~4페이지의

설명 후 '시사점'과 '활용점'으로 정리를 하고 있는데 딱 핵심적인 내용만 압축적으로 담고 있어

다양한 트렌드들을 망라하기엔 적절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화 분야에서 특이한 키워드는

'약물'에 의존하는 성향이었는데 대마초 합법화 등 아직은 좀 와닿지 않는 내용도 없진 않았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은 경제 분야에선 '규제 완화', '양극화', '개인화', '전자화폐',

'중산층 증가', '마이크로브랜딩', '유연성', '탈중개화', '전자상거래', '아날로기즘'을 선정했다.

저자 스스로 얘기하듯 '양극화'와 '중산층 증가'는 서로 모순되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중국, 인도는

물론 브라질, 멕시코 등 현재 성장 중인 국가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확대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전자화폐나 전자상거래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경제영역의 활성화와 이에

반하는 아날로기즘까지 경제 분야에선 묘하게 서로 엇갈리는 경향들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트렌드와는 별로 친할 것 같지 않은 정치 분야에선 '불안정성', '포퓰리즘', '정치연합', '단절',

'불량주의', '전자정부', '풀뿌리', '분열', '반정치', '녹색'이 트렌드 키워드로 뽑혔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전자정부'나 '풀뿌리'는 직접민주주의도 가능하게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반면 분열과

반정치처럼 정치 자체가 생존의 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사회 분야에서는

'범문화주의', '마이크로패밀리', '도시화', '공유 주택', '노령화', '대의명분', '여성화', '유대감',

'ESG 투자', '지역화'를 꼽고 있는데 다른 키워드는 그냥 보면 대충 무슨 의미인지 감이 왔는데

ESG 투자는 도대체 뭔지(MSG도 아니고ㅋ) 호기심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환경, 사회, 윤리경영의 

머릿글자를 딴 게 ESG라고 해서 좀 허탈한 맘도 들었다. 가장 핫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선 최신 트렌드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과학 분야에선 '우주 탐사', '유전체학', '지구공학',

'장수', '나노과학', '신경과학', '재생에너지', '지속가능성', '합성생물학', '트랜스휴머니즘'이

선정되었다. 여기서도 다른 건 대충 알겠는데 '트랜스휴머니즘'이 뭔지 궁금해서 보니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의미했다. SF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이

현실에서 가능하게 된 건 역시 기술의 급격한 발달 덕분이라 할 수 있는데 마지막 기술 분야 트렌드

키워드는 '자동화', '생체인식', '융합', '지능', '이동', '예측', '양자', '웨어러블', '가상현실',

'특이점'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60개의 트렌드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떨지

대략이나마 청사진이 그려졌다. 사실 60개의 트렌드 중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 키워드를 정리함으로써 미래 세상을 입체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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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고현동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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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책은 어릴 때 아동용으로 봤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지만

'햄릿' 등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서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을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는데 최근 연이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 이 책과도 만나게

되었다.

 

얘기는 리어왕이 세 명의 딸들에게 왕국을 셋으로 나눠 물려주기로 하면서 세 딸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해보라고 하는 걸로 시작한다. 큰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처럼 달콤한 말을 늘어놓아 리어왕에게 합격점을 받지만 막내 딸 코딜리어는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외엔 더 할 말이 없다고 리어왕의 분노를 사고 만다. 결국 리어왕은 

아첨을 한 두 딸에게 나라를 나눠주고 아첨을 하지 않은 코딜리어는 쫓아내다시피 그나마 코딜리어의

진면목을 알아본 프랑스 왕이 데려가게 한다. 보통 부모가 재산이나 권력이 있어야 그나마 자식들이

상속받기 위해서 효도하는 척이라도 하는데 리어왕은 어리석게도 자신의 모든 권력과 재산을 겨우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로 표현하는 걸로 판단해 진짜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막내 딸 코딜리어의 맘은

전혀 알아보지도 못하고 간사한 말로 환심을 산 고너릴과 리건에게 모든 걸 물려주고 만다. 이후의

얘기는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이상 아무것도 줄 게 없는 리어왕은 두 딸에게

찬밥 신세가 되고 배신감에 충격을 받은 리어왕은 결국 광야를 헤매면서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여기에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은 일이 글로스터 백작의 집안에서도 일어나 서자인 에드먼드의 농단에

속아넘어간 글로스터 백작은 큰 아들 에드가를 오해해 그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가게 만들고

에드먼드가 그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프랑스 왕비가 된

코딜리어는 남편과 함께 아버지를 배신한 두 언니를 응징하러 전쟁을 일으키지만 에드먼드의 활약으로

패배를 당하고 오히려 포로 신세가 되고 만다. 그 전에 리어왕과 코딜리어가 눈물의 재회를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결국에는 악인들이 모두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긴 하지만 에드가

외엔 선한 사람들도 죽음을 피하지 못해 그야말로 비극이라 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작품해설을 보면

당시 제임스 1세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왕위를 모두 승계하면서 두 나라가 하나로 합쳐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긴장감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그것보단 인간이 진실하지 못한 말에 현혹되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갈등은 요즘 막장 드라마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들이라 어쩌면 이 작품이 우리

막장 드라마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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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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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모리 에토의 이 책은 6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만남과 이별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에 항상 마주하게 되는 만남과 이별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첫 번째 단편 '다시, 만나다'에서는 일러스트 관련 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 때문에 자주 만나다가도 업무 관계가 없어지면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 다시 만나도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식품부에서 산 샐러드에

이름과는 달리 순무가 아닌 무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끈질기게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겨우 그럴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구느냐고 할 정도로 진상 고객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주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사실을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뜻밖의 반전이 묘한 재미(?)를

주었다. '마마'는 기억도 못하는 엄마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는 남자와 그의 아내의 얘기를,

'매듭'은 초등학교 시절 반 전체가 30인 31각 경기에 나갔다가 자기 때문에 망쳤다는 아픈 기억을

가진 여자가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보통 자기

기준으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본인 기억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은데 다시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 속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며 안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도 다시 만날 용기를 내보는 게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잘 보여주었다. '꼬리등'에서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투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소와 강을 마주본 두 마을의 남녀를 거쳐 마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얽힌 부부의 얘기까지 광폭 횡보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파란 하늘'에서는 아내를 잃은 후 아들을 처가에 데려다주러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죽은 아버지와

아내의 기억과 만나는 얘기가 펼쳐지는데, 흔히 생사의 기로에선 전 생애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하듯 죽음의 위기에선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분명

더 소중한 만남과 인연이 있을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반드시 있다고 하지만 그 수많았던

만남과 이별 속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고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만남과 이별, 재회를 통해 그 각각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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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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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다 에이코 편집장과 함께 이마다 콘체른의 사장을 역임하고 퇴직한 모리 노부히로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돌아가던 스기무라 사부로는 몇 명 타지 않은 버스에서 한 노인이 권총을 들고

벌이는 인질극의 인질이 되고 만다. 별로 인질범 같지 않던 노인은 인질들에게 인질극이 끝나면

위자료를 얼마씩 보내주겠다며 협조해달라고 하고 경찰에게 자신이 찾고 싶어하는 세 명을 데리고

오라는 요구를 했다가 경찰이 버스에 진입하자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하는데...

 

스기무라 사부로가 등장하는 '누군가', '이름 없는 독', '음의 방정식'을 읽었는데 앞의 두 권에선

장인 회사의 사보팀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부업(?)으로 탐정 역할을 했지만 '음의 방정식'에선 전업

탐정으로 등장해 그 사이에 스기무라 사부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바로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이름 없는 독'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인데 무려 86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라 항상 생각만 하고 엄두를 못내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초반부에 노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인질극 소동을 겪은 스기무라

사부로와 다른 인질들은 얼마 후 진짜로 노인이 위자료를 보내오자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하다가 택배를 보낸 곳들을 추적하며 노인의 조력자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스기무라 사부로는 노인이 찾았던 세 사람이 누구인지 직접 찾아 나서는데 세 사람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며 사건의 밑바탕에는 다단계 회사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도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사기가 만연한 사회지만 우리보다 앞서 사회문제들이 대두된 일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화술로 사람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고도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인양 굴면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노인의 시도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파문을

일으켜 또 한 번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마는데...

 

엄청난 분량의 책답게 노인이 일으킨 버스 납치 인질극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들을 촘촘하게

조사해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 다단계 회사 등 사람들을 현혹해서 엄청난 피해를 양산하는

사기꾼들이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고 유유히 돈만 챙겨 사라지는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다단계 회사의 피라미드 중간에 있는 사람은 자신도 일정 부분 피해자이자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해자가 되는 구조이다 보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그야말로 아무 죄의식

없이 악이 전염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악의 근원이자 사건의 뿌리를 파고들어가는 스기무라

사부로의 집념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그에게도 엄청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한 탐정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재벌 집 미모의 딸과 결혼하여 귀여운 딸까지 둔, 누구나 부러워할 그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기껏 열심히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더니 그에게 주어진 건 씻을 수 없는 상처뿐이었다.

결국 스기무라 사부로가 탐정으로 전업하게 된 이유가 이것이었다니 너무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모든 걸 가졌던 그에게 질투와 시기가 쌓여 결국 이런 시련을 겪게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암튼 엄청난 분량의 책을 써내는 미미 여사의 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작품이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사건도 그렇지만 주인공인 스기무라 사부로에게 닥친 시련이 너무 날벼락 같아서

뭔지 모를 허탈한 마음의 여운을 남겨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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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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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이란 책을 통해서도 사람의 만남이 역사까지 바꿀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총 15 커플의 운명적인 만남이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스승과 제자 관계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의 만남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잘 아는 편인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만남이 있는가 하면 사람 자체를 잘

모르는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나 두 사람 사이의 연결점을 잘 몰랐던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까지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만남들이 실려 있었다.  

 

먼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도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묘한 대조를 이룬 것처럼 플라톤이 이상과 완전성을 추구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의 인식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 어떻게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암튼 두 사람이 서양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인데 혼전출산 등 중세시대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연인들로 이성과 마음 사이에 뭐가 더 우선인지에 대해 진부한 남녀관계를

보여주면서도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뭔가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의 만남은 기록상 남아 있진 않지만 이 책에선 피렌체의 메디치가를 고리로 해서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에 대해 추측하고 있는데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권력에 대해 

눈빛으로 의사를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케플러와 발렌슈타인은 실제 두 번

만났다고 하는데, '신앙 대 인간', '신앙 대 이성'의 투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

이들 사이를 연결해준 게 별점이라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 괴테와

자연과학자 훔볼트는 뜻밖에 자연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오랫동안의 우정을 만들어주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지만 남북전쟁을 함께 치뤘던 전우였던 그랜트와 셔먼이나 치열한 정적이면서도

묘한 관계를 유지했던 비스마르크와 라살, 미술사에 한 획을 그리면서도 많은 얘기를 만들어낸

고흐와 고갱의 만남 등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얘기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이들의 만남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도 만들었다. 히틀러에 맞서

각자의 방식으로 싸웠던 처칠과 채플린, 시대의 커플이었던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부부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 마지막으로 남아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정적이었던 넬슨 만델라와

프리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까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람들 간의 역사와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의

의미를 잘 정리해준 책이었다. 사실 부부들처럼 두 사람 사이의 연결관계가 명확한 관계는 몰라도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 처칠과 채플린처럼 좀 연결시키기엔 애매한 사람들의 관계를 조사해서

엮어낸 저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는데 한 인물의 얘기만 들으면 이해의 폭이 좁았을 것 같은

얘기들을 관련된 인물과 함께 풀어나가니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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