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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 조선 역사의 56가지 진실 혹은 거짓, 세상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는 책 ㅣ 세상 모든 호기심 WHY? 6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비교적 최근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조선의 역사는 여러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으로 많이 소개되었고
사료도 많이 남아 있는 편이어서 그나마 그 시대를 제대로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역사로 기술되는 것은 결국 당시의 집권 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편향된 관점에서 서술된 기록이 꼭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조선의 가장 중요한 역사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보더라도
실록을 쓴 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다.
선조실록의 경우 광해군 당시 집권세력인 북인이 썼지만
인조반정 이후 새롭게 집권한 서인이 선조수정실록을 다시 내놓는다.
그나마 원래의 선조실록을 파기하지 않았기에
두 집권세력의 시각차가 어떤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이렇게 조선시대의 역사를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면서 보다 정확한 사실에 접근하고자 한 이 책은
우리가 제대로 몰랐던 사실들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야기한(?) 무능한 임금으로 여겨지는 선조에 대해서 이이의 10만 양병설
(이에 대해선 박은봉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이덕일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등에서
노론이 왜곡해 만든 사실이라고 한다)이 나오게 된 것도 선조가 이이에게 병조판서를 맡기면서
양병계획을 보고시켰기 때문이며, 임진왜란 중 일본이 신무기 조총을 들고 나오자 이를 제작하는데
직접 관여했을 정도로 나름 총명한 왕임에도 너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요즘 성군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조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해 미래를 향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처가나 외가가 멸족당했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정치를 편 세종과 비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종이 아버지 태종의 막강한 지원 아래 편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반면 간신히 왕의 자리에 오른 정조가 임기 내내 반대 세력들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한 점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저자 말대로 세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조는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세종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수원에 화성을 지은 거나 열두 권 분량의 개인문집을 남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인데
일응 타당한 면도 없진 않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았다.
이 책에선 국왕 중심의 권력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의 경우 정말 뜻밖에도 여러 섹스스캔들에 연루되는 굴욕을 겪었다.
정희대비와 한명회에 의해 성종에게 왕이 될 기회를 빼앗긴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의 얘기,
억울하게 죽은 소현세자의 빈 강씨의 저주 때문에 조선 후기 왕실에
왕자들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도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태종에 의해 숙청된 이후 조선시대 내내 반역과 역적이 된 정도전의 사연이나
사육신의 대표 인물로 알고 있던 성삼문이 오히려 거사 실패의 주역이었다는 비판을 비롯한
여러 신하들의 얘기, 난이 생길 때마다 충공도, 청홍도 등으로 수없이 이름이 바뀐 충청도의 시련까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재미있는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역사라는 것은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좌파와 우파간의 완전히 다른 역사인식만 봐도 역사를 제대로 알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세력의 역사서들을 두루 보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그나마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정사와 야사를 아우르며 제대로 된 역사 해석에 다가가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였던 책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