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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 얼굴: 내면의 진실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두 얼굴'이란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인간의 야누스적인 양면성을 얘기하는 책인 줄 알았다.
늘 선악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책인 줄로 알았는데
실은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ㅋ
이 책은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정리한 것으로 인간이 얼마나 착각 속에 사는지와
착각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착각을 하자는 그런 얘기를 다룬 책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착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착각을 했음을 나중에 알게 되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경우는 착각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 책에서 착각이 낳은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로 흑인 소녀를 도둑으로 착각하고 총을 쏘아 죽게 만든
두순자씨 사건을 소개하는데 이 사건은 이듬해 LA 흑인폭동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기도 했다.
저런 사건을 보면서 '나라면 결코 저런 착각을 안 했을 건데'라며
대부분 자신과는 무관한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실제 실험
(길을 물어보던 사람이 간판을 들고 가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 등)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착각에 빠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착각에 빠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자기중심성에 있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 외엔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길을 물었던 사람이 바뀌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얘기가 내 얘기처럼 들리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목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도 자기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지 타인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야말로 소위 쪽팔리는 행동을 해도 다른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음에도 혼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주목한다고 착각하며 괜히 얼굴을 화끈거린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착각들이 모이면 사회적인 편견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같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비롯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편견(특히 대형차와 경차에 대한 편견), 학력에 따른 편견(신정아 사건이나 현재진행중인 타블로에
대한 의혹)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들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했지만 자신이 어렵게
얻은 금화를 친구에게 나눠주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금화실험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한다면 이런 편견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착각은 얼마든지 통제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심장이 뛰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을 이용해
소개팅 장소를 달리 해서 실험한 결과 역시 심장이 더 뛰는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를 한 남녀가
조용한 카페에서 데이트를 한 남녀보다 더 서로를 맘에 들어했다.
(이런 걸 이용해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ㅋ)
즉 긍정적인 착각을 하도록 유도를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착각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여러 실험결과를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씌인 사람이 행복한 이유도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부터가 문제겠지만...ㅋ)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착각 속에 사는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착각이란 게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잘못되고 그릇된 착각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잘 알게 되었다.
착각이란 걸 피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착각에 빠지는지와 긍정적인 착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보다 착각에 잘 대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각도 자유'라는 말도 있는데 착각의 실체를 알면서 하는 긍정적인 착각이라면
오히려 유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