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인사이
이반 라이트만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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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엠마(나탈리 포트만)와 아담(애쉬튼 커쳐)은 우연하게 다시 재회한 후  

가끔씩 만나 섹스를 하는 애매한 관계로 발전하는데...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하냐는 케케묵은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첨에 섹스는 즐기지만  

친구 이상은 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던 엠마와 아담이 결국 자신들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수많은 로맨틱 코메디가 보여줬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친구만 하겠다던 남녀가 보통 상대에게 연인이 생기면 뒤늦게 자신이 친구로만 생각했던 게 아님을  

깨닫고 되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아닐까 싶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식상한 결말을 벗어나서 괜찮았다면  

이 영화는 진부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마음이 가는 데 몸이 가듯이 몸이 가는 데  

마음도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원 나잇 스탠드가 아니라면 아무리 섹스만 하는 관계라도  

결국은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게 정상이지 않나 싶다. 몸과 맘은 결코 따로 놀기 어려운 거니까... 

남녀간에 친구가 되긴 싶지 않는데 상대에게 연인이 있고 그 사람도 두 사람의 친구관계를 인정해줘야  

오랫동안 친구로 남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남녀 관계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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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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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에다 왕따인 오스카는 또래의 도미니카 남자 아이들이 무수한 연애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시기에  

늘 짝사랑만 하는 불우한 시절을 보낸다. SF물에 심취한 오스카는 과연 그가 좋아하는 판타지 같은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인가...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과 좋은 평으로 일찌감치 내 리스트에는  

올라있던 작품이었으나 내 삶을 살아가기도 벅차 남의 삶까지 돌아볼 맘의 여유가 없었던 탓에  

계속 후순위로 밀리다가 이제야 오스카 와오와 만날 수가 있었는데 오스카 와오라는 인물은  

왠지 낯설지 않은 캐릭터였다. 뚱뚱하단 사실 외에는 누군가와 상당히 흡사한 점이 많아서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ㅋ

 

억척스런 엄마 벨리와 반항적인 누나 롤라 사이에서 자란 오스카는 집에서는 사랑받는(?) 아들이자  

동생이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누군가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엄청난 몸무게를 자랑하는 외모도 그렇지만 오타쿠스런 그의 성격과 취향도 여자 사귀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 도미니카 남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경험하는 일들을 경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오스카 와오는 원치 않게 수도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푸타 이본에게 푹 빠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짧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순진한 오스카 와오의 첫경험은 그를 완전히 이본에게 올인하게 만든다.  

사실 이본에겐 다른 남자가 있었지만 오스카 와오에겐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처음으로 여자와 제대로 된 관계를 가지게 된 오스카 와오의 어쩌면 무모하고 저돌적인 사랑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그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랑을 그토록 갈구해왔던 오스카에게 이본과의 관계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했는지 모른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저런 여자가 뭐 그렇게 소중하다고 목숨 걸고  

저러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오스카 와오가 안타까운 맘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다 걸 수 있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하는 오스카 와오가 부럽기도 했다.

 

오스카 와오의 길고 처절하게 외로웠던 시간과 짧고 놀랄 정도로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간을 담은  

이 책은 단순한 사랑 타령이 아니라 오스카 와오 가족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도미니카의 굴곡진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도미니카는 사실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한 이래  

식민지와 독재 시대로 첨철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왠지 우리와도 너무 닮은 꼴의 나라라 할 수  

있었는데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트루히요라는 독재자는 정말 독재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예쁜 여자들의 씨를 말리는 트루히요 앞에 예쁜 딸을 둔 아버지들은 트루히요가 딸의 존재를 알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게 되는데 오스카 와오 집안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끔찍하고 애처로운 얘기들이 종종 등장함에도 작가의 감칠맛 나는 글솜씨는  

오스카 와오 가족들의 파란만장한 삶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오타쿠인 오스카 와오가 좋아하는 각종 SF, 판타지물이 책의 곳곳에 인용되고 있고 마치 친한 친구와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 문체는 책을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만들었다.  

책 제목 그대로 짧고 놀라운 경험이라 할 수 있었는데 오스카 와오 가족들의 삶을 통해 도미니카의  

일그러진 역사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엄청난 푸쿠(저주)에 걸렸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파가 있음을, 그 사파는 바로 사랑임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오스카 와오의 삶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짧고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가져본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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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악마를 보았다 - 극장판 + 해외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김지운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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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 수현(이병헌)은 약혼녀 주연이 무참히 살해당하자 범인을 찾아내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유력한 용의자들을 추적하던 중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이 범인임을 밝혀내고  

장경철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을 시작하지만...

 

두 번이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며 1분여를 삭제하고 겨우 개봉한 이 영화는  

역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수위를 보여주었다. 나름 못 볼 것(?) 다 본 나로선  

생각보단 수위가 약했지만(?)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선 최고 난이도라 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복수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수현이 장경철을 찾아낸 후 나름 최고의 고통을 선사하겠다며 잡았다 풀어주는 걸 반복한다.  

여기서부터 수현은 잘못된 복수게임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나중에 그가 하는 말처럼 수현은  

장경철을 너무 쉽게 봤다. 겨우 몇 군데 좀 불편하게 해놓고 위치만 안다고 장경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 게 그의 크나큰 실수였다. 결국 수현은 장경철을 만만하게 본 대가를 치르고 만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들이 연상되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에 복수 3부작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복수 3부작은 스토리 자체도 이 영화처럼 단순하지 않고 복수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오직 수현과 장경철간의 복수란 주제의 게임을 펼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사랑하는 약혼녀의 처참한 꼴을 본 수현이 장경철에게 극한의 고통을 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하지만 피를 말려 죽이겠다는(?) 수현의 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 차라리  

마지막에 정경철에게 가한 방법을 썼다면 깔끔했을 것인데(그러면 영화가 금방 끝나고 말았겠지..ㅋ)  

장경철을 가지고 놀겠다는 어리석인 생각을 하는 바람에 또 다른 비극을 맛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악마에게 고통을 가하기 위해 점점 악마가 되어 가는 수현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었다.

 

결국 복수란 건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복수를 성공하는 순간에는 가슴 속의 응어리가  

조금은 사라지겠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순간의 쾌감 외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수현의 장경철을 상대로 한 복수극은 결국 더 큰 상처만 남기고 말았을 뿐이다. 장경철의 최후를 보면  

통쾌하단 생각보단 왠지 또 다른 복수의 씨앗을 낳았다는 찝찝함만을 남길 뿐이었다.

 

악마들이 등장하다 보니 표현 수위는 상당히 높았지만(인육이니 사체 훼손 등의 장면은 심의통과를  

위해 잘라냈다는데 어디서 잘라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ㅋ) 예상 외로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악마로 철저하게 변신한 최민식의 연기는 역시라고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병헌은 나름 분전했지만  

최민식을 따라가긴 아직 먼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중엔 '달콤한 인생'이 복수극이란 점에서  

그나마 이 영화와 비슷한 설정인데 '달콤한 인생'이 주었던 여운마저도 없었던 영화라 할 수 있었다.  

수위는 높았지만 차려진 밥상에 비해 그다지 먹을 것은 없었던 영화였다.  

굳이 평가한다면 우리 영화의 표현 수위를 조금 높인 점이 아닐까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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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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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번역가이자 작가로서 이윤기라는 인물의 업적은 상당하다고 생각되는데  

특히 그리스 로마신화를 대중화시킨 점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라 생각된다.  

총 5권이 나온 그리스 로마신화 시리즈는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되었는데 1권을 읽은 이후로  

오랫동안 만날 기회를 가지지 못하다가 사랑이란 테마로 12가지 얘기를 엮은 이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사실 신화의 가장 흔한 소재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란 표현보단 왠지 바람이나 불장난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지만 신들의 문란한(?) 행동들이  

야기하는 복잡한 족보는 신화를 읽는 사람들의 골칫거리이기도 하지만 신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런 방탕하기까지 한 신들의 사랑 놀음에 현재의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비도덕적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신화 속 사랑 얘기들은 도덕이나 윤리가 자리잡기 이전인 뜰이 생기기  

이전의 들에서 핀 꽃이기 때문에 더욱 무자비하고 잔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이나 인간의 반쪽 찾기는 순조로운 경우보다 처절한 경우가 많았다.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황소에게 반해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머리는 황소이고  

몸은 인간인 미노타우루스를 낳은 파시파에를 들 수 있는데 지금 관점에서 보면 엽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지만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빠지게 된 원인도 신의 저주인 점을 감안하면 신의 장난(?)에  

놀아나는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경우도 종종 등장하는데 전처의 아들인 히폴뤼토스를 사랑하게 된 계모

파이드라나 친오빠를 사랑하는 바람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 뷔블로스(사실 근친간의 결혼이  

자연스러웠던 중세까지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너무 엄격한 윤리 관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딸인 스뮈르나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게 하는  

키뉘라스 왕까지 보통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들의 노여움으로 근친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근친간의 비극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로 오이디푸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해 정신분석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는  

정말 저주스런 운명을 타고 난 오이디푸스와 정부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엘렉트라의 얘기는 신화를 넘어서 정신분석학에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 요즘은 흔한(?) 동성애 커플이 신화 속에 많이 등장하는 건 신화가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신화가 오늘날의 우리 삶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면 너무 비약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럴 정도로 신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것이다.

테세우스의 얘기가 고구려의 유리왕과 호동 왕자 얘기 등과 유사한 점을 비교해보면  

그리스 로마신화가 단순히 서양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이런 그리스 로마신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우리에게 소개하여 우리를 그리스 로마신화에 푹 빠지게 한 저자의 공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것 같다. 이젠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에게 재밌고 유익한 신화라는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저자의 다른 책들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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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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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기묘한 만남을 엮어내는 이 책은 죽은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려는 네 명의 산 자와

이들을 죽은 자와 중개해주는 츠나구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먼저 첫번째 주인공은 돌연사한 아이돌 스타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여자  

히라세 마나미였다. 산 자나 죽은 자나 모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만인의 연인이었던 아이돌 스타를 만나겠다고 한 히라세 마나미도 그렇지만  

그녀의 신청을 받아들인 미즈시로 사오리도 뜻밖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일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면 정말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아껴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팬이긴 하지만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아이돌 스타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집에서도 거의 내놓은(?) 마나미나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그동안 아무도 자신을 만나겠다고 찾아 온  

사람이 없는 속 빈 강정같은 사오리는 전혀 예상 못한 사람으로부터 위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론 츠나구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나선 장남의 얘기로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런 만남이라 할 수 있었는데 생전에 못다했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번째 만남은 가장 애매한 관계의 두 사람의 재회였다. 한때는 최고의 단짝이었던 여고생 아라시와  

미소노는 같이 들었던 연극부에서 공연하는 작품의 주연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사이가 틀어진다.

주연은 당연히 자기 차지라 생각했던 아라시는 주연 자리를 미소노에게 뺏기자 미소노를 질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들이 자주 다니던 길에 물을 틀어놓아 미소노가 빙판길에 사고를 당하길  

바라는데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미소노는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만다.  

자신이 한 짓을 미소노가 알까봐 두려움에 떨던 아라시는 용기를 내어 미소노를 만나겠다고 청하고  

미소노도 한때의 단짝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한다. 진실된 고백과 용서의 시간이 될 거라 예상했지만  

아라시와 미소노는 상투적인 얘기만 나눈 채 헤어지고 미소노가 남긴 메시지에 아라시는 경악하게 된다.



마지막 만남의 주인공은 7년간 행방불명이 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였는데 7년이나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약혼녀를 기다려온 남자와 그런 남자를 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여자의  

애틋한 만남이 지켜보는 사람마저도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네 차례의 만남 중에 가장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커플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어찌 보면 황당한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츠나구에게도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츠나구 자리를 물려받은 아유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불운한 사연의 소유자인데 할머니에게 츠나구의 일을 배우면서

부모에게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흥미로운 얘기를 읽으며

과연 산 자가 죽은 자를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산 자만이 죽은 자를 불러낼 수 있고 죽은 자는 만날 것인지 여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만남은 산 자들의 죽은 자에 대한 미련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죽은 자의 실체가 과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산 자의 욕망에 의한 만남이 좋은 결과를 맺는 경우도

있었지만(아무래도 죽은 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으니까...)  

만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에 제대로 했으면 츠나구를 통한 만남을 가질 필요조차 없겠지만(아무리 잘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할 것 같다)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츠나구를 매개로 죽은 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현실에 츠나구가 있어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죽은 다음에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나는 누구와의 만남을 선택할까 하는 어려운 고민도 해봤는데(날 찾을 사람이 있긴  

할까 싶지만ㅋ),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는 만남의 기회를 주선하는 츠나구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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