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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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일을 사람들은 '운명'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운명이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는 무척 편리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잔인하기도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어떤 경우에든 무표정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267쪽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어쩌면 시나브로 세월이라는 것을 한술씩 떠 마시며 죽어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월을 마디마디 묶어 표시해 놓은 나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었다.-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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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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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열 호텔 꼭대기층 스카이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올라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흑인 청년이 칼에 찔린 채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가 미군들에 의해 폭행 당해 죽은

아픈 과거를 가진 무네스에 형사는 별다른 단서가 보이지 않는 이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연루된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며 결국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데...

 

'인간의 증명'이란 제목부터 대담한 이 작품은

정말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는 자신이 당연히 인간이라 생각하며(사실 그런 인식 자체도 없지만) 마음대로 살아가지만

정말 인간답게,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 것이다.

특히 요즘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과연 인간이 저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이 작품에서도 무네스에 형사는 흑인 청년의 피살사건을 끈질기게 수사한 끝에

정황상 범인이 누군지를 밝혀내지만 증거가 부족해

결국 범인의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보루를 자극함으로써 자백을 이끌어낸다.

만약 범인이 끝까지 버텼다면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은 미결인 채로 남게 되었을 것인데

그나마 범인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선 크게 두 개의 사건이 중심축을 이루고 전개된다.

흑인 청년 피살사건과 술집에서 일하던 아내의 실종사건인데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은

결국 만나게 되고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흑인 청년 피살사건은 외국인 사망사건이다 보니 미국 뉴욕시경의 수사협조까지 받게 되는데,

수사를 담당하는 뉴욕시경 켄 슈프턴 형사는 묘하게도 무네스에 형사와 닮은 꼴이었다.

흑인 청년의 가족관계와 그가 일본으로 갈 수 있었던 사정까지 밝혀내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만

그에게는 역시 남다른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가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증명 3부작 첫 번째 책이자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이 책은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로열 패밀리라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출간된 1970년대의 부조리한 일본 사회상을 잘 그려냈는데,

물질만능주의와 가족의 붕괴, 인간성 상실, 강대국 앞에 꼼짝 못하는 서글픈 현실 등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인간관계와 끔찍하고 비정한 사건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한 마디로 사회파 미스터리로서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다 인간이 아닌, 항상 자신의 인간다움을 증명해야 비로소 인간이며,

인간답지 못한 행동의 대가는 언젠가 반드시 치른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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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더 크리스마스 - 우리말 녹음 수록
베리 쿡 외 감독, 휴 로리 외 목소리 / 소니픽쳐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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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전 세계 그 많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나눠줄까?'라고 산타클로스를 믿는 순진한(?) 어린이들은 한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에선 이를 과학적으로 계산까지 했는데,

1억 6천만kg 선물 꾸러미를 들고 0.007초만에 굴뚝을 들락거리며

중력의 14억 배나 되는 힘을 이겨가며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고 하니

산타클로스가 단 하루밖에 일을 하지 않지만 참 힘든 직업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 배송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ㅎ

 

역시나(?) 최첨단 비행선과 수많은 요정들이 택배기사로 동원되는 엄청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실수로 한 여자 아이의 선물이 배달 목록에서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현재 산타의 큰아들이자 실질적인 임무의 지휘자인 스티브는

겨우 한 명의 아이를 놓친 배송사고는 별 거 아니라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동생 아더는 한 명이라도 선물을 받지 못하면 안 된다며 은퇴한 할아버지와 함께

구식 썰매를 끄는 루돌프를 이용 복고적인(?) 방법에 의해 배송에 나선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배송은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키지만

우여곡절 끝에 배송은 성공하는데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함을 잘 보여준 애니메이션이었다.

산타의 선물배송의 비밀이 폭로되고 말았으니 산타의 신비주의는 이제 끝난 게 아닌가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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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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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사건 이후 사표를 내고 홍콩으로 잠수를 탄 해리 홀레.

그가 떠난 후 또 다시 '스노우맨'을 모방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강력반은 카야 형사를 보내 그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며 만신창이가 그를 간신히 데려온다.

연쇄살인사건의 수사권을 두고 강력반과 크리포스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해리 홀레는 카야와 비에른 홀름과 팀을 이뤄 차근차근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가고,

범인은 그런 해리 홀레를 조롱하는 듯 계속 살인사건을 저지르는데...

 

'스노우맨'에 이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이 책은 한층 스케일이 커진 면모를 선보였다.

무려 784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 중 단권으로는

거의 최고의 분량이 아닌가 싶다. 전작인 '스노우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과연 이 책은

얼마나 스릴 넘치는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는데 압도적인 분량만큼이나

노르웨이, 홍콩, 콩고 등을 넘나들며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사건이 전개된다.

전작의 범인 애칭(?)이 '스노우맨'이라서 이번 범인의 애칭은 레오파드라 나름 짐작했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에게는 여자들이 좋아할 '백마 왕자님'이란 멋진(?) 애칭이 붙여진다.

전작의 범인이 불륜녀들을 응징한 후 눈사람을 남겨놔 '스노우맨'이 되었다면, 이 책의 범인은

'레오폴드의 사과'라는 잔인한 고문기구로 피해자들을 살인하는데도 여자들의 로망(?)이 되고 말았다.

여자를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범인과 피해자들 사이에는

같이 산장에 묵었다는 인연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연쇄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은 씁쓸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살인을 하는 능력을 건강한 인간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게 된 범인은

나름의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악마가 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굴욕이 범죄의 커다란 동기가 될 수 있음이 잘 드러났는데

사건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어찌 보면 잠자던 레오파드의 코털을 건드려 연쇄살인을 유발한 원인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암튼 범인은 결코 쉽게 잡히지 않고 오히려 해리 홀레는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지만

결국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응징을 당하게 된다.

 

전작의 스노우맨이 까메오(?)로 등장하여 작품의 연속성을 보여주는데

해리 홀레는 스노우맨에게 마지막 선물(?)까지 한다.

이 작품에서 해리 홀레는 정말 피폐한 몸과 맘을 이끌고 오로지 범인 잡기에 몰두하는데

그 와중에 수사기관 간의 알력과 카야 형사와의 로맨스, 아버지의 죽음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게 된다. 노르웨이의 수사구조는 잘 모르겠지만

두 기관이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정말 누구를 위해 범죄수사를 하는지를 모를 정도였다.

특정 인물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수사권 분쟁을 벌이는 모습은

결코 우리 검찰과 경찰 간의 다툼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프리카 콩고가 중요한 무대로 등장하는데 그곳의 아픈 역사와 여전히 참담한 현실이

이 작품 속에 잘 녹아 더욱 풍성한 얘기를 들려준 것 같다.

해리 홀레와의 두 번째 만남은 이렇게 한바탕 치열한 몸살을 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가 영어판 제목으로 선택한 레오파드는 범인을 상징하는 동시에 해리 홀레 본인을

상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가 '라스트 코요테'에서

외로운 한 마리 코요테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과 유사했다.

중간 중간에 시리즈의 전작들이 언급되곤 했는데,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스노우맨'과 '레오파드' 두 권으로 이제 해리 홀레 시리즈도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 싶다.

해리 홀레가 지금의 망가진(?) 모습이 되기 전의 모습부터 차근차근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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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동의보감 - 3분 만에 들려주는 오늘의 한방치료 MBC 라디오 동의보감 1
조기호 지음 / 부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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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 내과에도 들르고 한의원에도 들렀는데

~일 수 있다는 막연한 진단만 받고 간단한 치료(?)와 약만 처방받았다.

웬만해선 병원에는 안 가는 성격임에도 통증이 심해 잠도 못 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갔더니

양의사나 한의사 모두 비슷한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니 통증이 사라져 다행이었지만 평소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런 사태에 이르렀구나 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MBC 라디오에서 매일 5분 정도 '라디오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한의학 건강 정보 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각종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감기나 스트레스, 편두통, 허리통증, 변비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한방요법은

실생활에서도 많이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한약재 이름들은 많이 생소해서 이런 한약을 구해서 복용하는 게 과연 쉬울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어려운 이름의 약들이 많이 등장해 조금 와닿지 않는 느낌도 들었지만

간략하게나마 들어가는 재료와 효능을 소개하고 있어

이름만 들어선 잘 모를 한약에 대한 설명을 돕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러 질환에 대한 한방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우리 고유의 민간의학인 한방치료가

우리 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특히 침이 첫 번째이고, 뜸이 두 번째미여, 약이 마지막이라는 '1침 2구 3약'이란 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약에 의존하는 것보단 한의원에 직접 가는 게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한의원의 상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침의 종류가 13가지라거나 불면에는 대추가 으뜸이란 사실,

추위엔 계피차가 좋다는 점, 굳이 녹용을 넣은 비싼 보약을 먹을 필요는 없고

적절한 보약을 먹는 게 감기예방에 좋다는 사실,

면역 저하나 체온 저하에 생강이 필수라는 점 등 유익한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함에도 젊은 줄로만 알고 방심했던 나에게

딱 적절한 시점에 만나 도움이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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