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우화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를 부탁해'로 이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이른 신경숙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은

신경숙이 작가로서 새내기 시절의 작품들이라 그런지 나름 풋풋한 느낌을 준다.

그녀가 등단하던 때가 1985년이라 작품들마다 그 시대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는데

이 책에 실린 11편 모두 왠지 모를 아픔이 느껴졌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는 그녀의 데뷔작이라는 '겨울 우화'를 비롯해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군사독재정권이 지배하던 시절이라 운동권에 있던 학생들이 겪는 고초와

이를 지켜보고 함께 나누는 가족과 연인들의 고통이 그려지는 작품이 많았다.

시대의 아픔은 그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도 고스란히 나눠 져야 했는데 그녀의 작품 속에 잘 녹아 있었다.

한편 80년대는 산업화로 인한 경제성장이 최고도에 달해 가난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점이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딴방'에 나오는 두 여자의 삶이 그 당시를 잘 보여줬는데,

공단과 학교를 병행해가며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결국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인생의 문을 잠그게 만드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신경숙의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작가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이미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자리 잡은 원숙한 중견작가의 작품이라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야말로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초기작품들이라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녀도 시작은 좀 더 사회성이 짙은 작품들로 시작한 것 같은데

소설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듯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엔

그 당시를 살아갔던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늘날의 신경숙이 있기까지의 과정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이 분명 그 출발점이 되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집이 아니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하나뿐인 신비로운 책 '우테르 벤토룸'을 지키려다 생 베므에 의해 추격당하던

비비엔 신부는 낭떠러지로 추락해 생사불명이 되고,

이제 유일하게 사실을 아는 유골상인 이냐시오 톨레도는 비밀의 책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머나 먼 여정에 나서지만 그들을 추격하는 무리들에 의해 위험에 처하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필적하는 단 한 권의 소설이라는 거창한 소개에 혹해서

보게 된 책인데 중세를 배경으로 해서 비밀의 책을 둘러싼 스릴 넘치는 모험담을 그린 점에선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반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장미의 이름'과는 달리

이 책은 베네치아, 프랑스, 스페인 등 여러 곳들을 돌아다니며 네 개로 나뉜 책을 찾아나서는데,

마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냐시오 톨레도 일행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생 베므라는 가면을 쓴 기사단의 추격전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스릴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재미는 역시 암호 풀이라 할 수 있는데 프로방스어 등 낯선 언어들이 등장하여

직접 내가 풀이할 수 있지는 않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십자군전쟁이 벌어지던 중세시대는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모든 걸 종교가 지배하며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던 답답한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모험담은 팩션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는데, 마치 진짜 중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세를 생생하게 재현해낸 작가의 철저한 고증과 연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개나 되는 각주가 달려 있을 정도로 역자의 노력도 인정할 만한 작품이었다.

일체의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중세에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내용이 담긴 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인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촉매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우테르 벤토룸'이 바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장미의 이름'처럼 신비로운 책을 소재로 하여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이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앞으로 나올 책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가 결혼했다 (1disc)
정윤수 감독, 손예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첫 눈에 끌린 인아(손예진)에게 완전히 반한 덕훈(김주혁)은

축구도 좋아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아와 결혼에 골인한다.

덕훈은 잠시나마 행복한 결혼생활을 맛 보지만

인아는 덕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폭탄 선언을 하는데...

 

박현욱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기존의 결혼제도에 대한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일처제가 거의 표준화된 상태에서 이 영화 속의 인아는 과감히 두 번 결혼을 감행한다.

물론 현실감은 확실히 떨어지지만 인아야 그렇다치고 그런 인아를 용납하는 덕훈과

인아의 세컨드 재경(주상욱)은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인물들이다.

아무리 인아를 사랑하고 놓치기 싫다 해도 단순히 불륜을 용납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는 걸 허락한다는 건 파격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사실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산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평생 한 명만 사랑하고 산다는 게 이상적일지는 몰라도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일부다처나 일처다부나 그런 제도를 용납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 특별히 윤리적이거나

고상해서가 아니고 그걸 허용한다면 대부분의 가정이 초토화될 게 뻔하기 때문에

인간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부일처제로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생식본능 상 수컷들은 최대한 많은 암컷들에게 자신의 후손을 남기고 싶어하고,

암컷들은 가장 강한 수컷의 자식을 갖길 원한다. 이런 자연의 질서를 인간세계에서만

예외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온갖 불륜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인아는 주중에는 재경과, 주말에는 덕훈과의 결혼생활을

무난히(?) 꾸려나가는 듯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

인아야 아버지가 누구든 자기 아이니까 상관없겠지만

덕훈과 재경에겐 누구 아인지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 개방 풍조에 따라 부성의 불확실성이 이제 남자들에게 늘 골칫거리가 될 것 같다.

심지어 결혼이란 제도 속에 들어가도 자기 아이인지 확실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에

부계중심의 사회는 점점 붕괴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점점 싱글맘이 많아지면 결국 모계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뭐가 좋고 나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암튼 파격적인 내용의 이 영화를 보면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관념이랄까,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지만 가끔은 파격적인 상상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덕훈의 입장이라면 정말 미칠 것 같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할 수 있으니깐...ㅋ 그래도 발칙한 상상력을 실행으로 옮겨서는 안 될 것 같다.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착의 사각 - 201호실의 여자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2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번역을 하면서 큰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오사와 요시오는

반년 전 맞은 편 연립주택 201호에서 여자가 죽은 모습을 발견한 후

죽은 여자의 환영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지만

옆집 201호에 새로 이사 온 여자의 모습을 보고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게 되는데...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의 2편인 이 책은 이미 '도착의 론도',

'도착의 귀결'을 본 상태에서 봐서 신선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특히 '도착의 귀결'의 '감금자'에서 이 책의 기본적인 설정을 인용하고 있어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상태가 안 좋은 인물을 내세워

관음증과 정신착란에 교묘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이창'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으로

옆집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던 오사와 요시오는

1년 전에 살해당한 여자와 똑같은 모습의 시미즈 마유미를 보면서 야릇한 감정에 빠진다.

추리소설을 번역하던 작업이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자

모든 탓을 시미즈 마유미에게 돌리며 그녀의 집에 몰래 잠입하기까지 하던 그는

결국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데...

 

오사와 요시오와 시미지 마유미의 일기와 오사와 요시오와 악연이 있는

좀도둑 소네 신키치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 주며 얽히고 설킨 관계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섬세하게 이끌어내는 이 책은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관음증, 피해망상, 과대망상 등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그릇된 판단을 하는 모습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 그려냈는데,

역시나 독자들을 도착에 빠뜨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했다.

물론 이미 시리즈의 다른 두 작품을 통해 작가의 수법을 어느 정도 간파한 상태라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은 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선보였다.

이 책으로 이제 도착 시리즈를 완결했는데 순서대로 읽었다면 '도착의 귀결'을

좀 더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

처음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서술트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시리즈는

서술트릭의 묘미를 정말 잘 살려낸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도착상태에 빠져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칸 : 극장판
카란 조하르 감독, 샤룩 칸 외 출연 / UEK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자폐증 환자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조금씩 발휘하게 된 칸은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와서 우연히 미용실에서 일하는 싱글맘 만디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 인도영화를 몇 편 보긴 했지만 아직은 그다지 친숙하다고 할 순 없다.

이 영화에서도 9. 11. 테러 이후 아랍계를 비롯한 동양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묻지마 증오로 인해

만디라의 아들 샘이 또래 아이들의 폭행으로 죽는 비극이 발생하고,

만디라는 아들의 죽음이 무슬림인 칸 때문이라 원망하며 칸에게 대통령에게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이후 만디라의 말을 실행하기 위한 칸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는데

순수한 영혼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칸이 서로 미워하면서

등을 돌린 세상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왠지 '포레스트 검프'와 비슷한 설정과 느낌의 영화라 할 수 있었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전형적인 헐리웃의 가치를 담은 반면 이 영화는

좀 더 소외되고 약자인 아시아인들이 주인공이라 더욱 맘에 와닿은 영화였는데

좀 어설프고 극단적인 설정들이 아쉬움도 주었지만 나름 인상적인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