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천재들 - 최고의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니스 셰커지안 지음, 김혜선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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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상을 수상한 수상자 4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의적 사고의 비결을 밝혀내는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의 창의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맥아더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도대체 어떤 상이기에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지 궁금했는데

옮긴이가 첫 페이지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처럼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의 그 맥아더 장군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미국의 백만장자인 존 D. 맥아더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가 말년에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25억 달러를 투자해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건 재단을 설립하였고, 그 재단에서 분야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우수한' 사람에게 매년 수여되는 상이 바로 맥아더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벨상이나 퓰리처상 등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닌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우수한'이라는 막연한(?)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데 과연 공신력과 권위를

갖춘 상인가 하는 의문도 들긴 했는데 세계적인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를 비롯해

나는 잘 모르지만 각 분야에서 창의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수상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상들이 확실한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라면 맥아더상은 대성할 가능성이 보이는 성장 중인

사람에게도 상을 주는 것 같아 확실히 다른 상들과는 차별화가 되는 것 같았다.

 

창의력은 흔히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에선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견하고

아주 오랫동안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자신의 재능이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를 필두로 여러 수상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대부분 초면이라

솔직히 확 와닿지는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할 자유와 불확실성 속에서

침착함과 느슨함을 유지하는 등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자유분방한 생각과 행동이 중요함을

강조하는데 창의성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창의적인 노력은 탄탄한 지식을 기반으로 나와야 하며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연결성과 

잠재력을 키우는 관점의 변화, 시야를 넓히는 공간의 이동, 집중력을 유지하고 추진하기 등

창의력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들을 맥아더상 수상자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보여준다.

한편 창의성은 광기와 곧잘 연결되기도 하는데, 창의성을 주류로부터 뭔가 다르게, 뭔가 특이하게,

뭔가 새롭게 갈라져 나오라는 요구라고 정의한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독이나

절망 등을 견뎌내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이런 회복 탄력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잊어버리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방법을 추천하는데, 무엇보다

창의성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밖의 모든 일에 애정을 가지는 게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동안 창의성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봤는데 책마다 나름의 비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항상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창의성에는 왕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늘 자신과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창의성이란 게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맥아더상 수상자들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잘 가르쳐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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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크로스 섹션 - 인체 속을 살펴보는 특별한 탐험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스티븐 비스티 그림, 리처드 플라트 글,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홍인표 감수 / 진선아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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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봤을 때 그림으로 인체의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인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좀 오해를 한 부분이 있다면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책인 줄 몰랐는데 기본 컨셉 자체가

어린이가 인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친근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의학서인 줄 착각했다가 책을 받고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ㅋ

 

인체의 전체적인 얼개를 개략적으로 보여준 후 눈을 시작으로 귀, 뇌, 척수와 신경, 뼈대(골격),

피부와 근육, 입과 창자, 림프와 혈액, 콩팥, 방광 및 생식기 계통, 심장, 코와 허파(폐)까지

인체의 각종 기능을 중심으로 주요 부분들을 엮어서 한 장 정도의 분량의 그림으로 담아냈다.

인체의 일꾼들을 전담반, 근육반, 신경반, 혈액반, 호르몬반, 면역반으로 구분하여 각 부분들을

표현할 때마다 인체 내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일꾼들의 활동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으로 많은 정보를 담아내다 보니 글로 설명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라 어린이용 도서라고 치부하기엔 수준이 만만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들도 적지 않았는데, 귀가 9년에 2밀리미터씩 30년에 6.35밀리미터씩

자란다는 점이나 얼굴의 모든 근육을 서로 다른 조합으로 움직인다면 7,000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점 등 인체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인체의 내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실제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각 기관의 모습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냈다. 단순히 장기 등만 표현한 게 아니라 각 부분의 기능을 

인체의 일꾼들의 활동으로 승화시켜 알기 쉽게 그려내기가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인체 내부를 정교하게 그려낸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던 책이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이 책을 본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림 위주로 친철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인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공부하는 데 적절한 교재인 것 같고 성인이 보기에도 개략적인 내용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가볍게 예전에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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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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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정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픽션에 나오는 악마같은 인간들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끔찍한 범죄들을 보면 저런 인간을 왜 살려두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법전상에는 사형이 형벌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미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된

사실상의 사형제도 폐지국이 된 상태여서 아무리 악랄한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아도

실제 사형당하지 않는 현실태에서 저런 인간들은 누가 대신 좀 없애주면 세상에도 좋은 일이

아닌가 하는 위험한(?) 생각도 하게 되는데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죽여 마땅하다는 사형선고를 내릴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히스로 공항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바에서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다시 볼 일 없는 낯선 사람에게 오히려 솔직해질 수 있다고 테드는 아내인 미란다가

시공업자와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어 괴롭다는 사실을 처음 본 릴리에게 얘기하자  

릴리는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테드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오히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딱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연상되는 설정이었는데, 첫만남에서 릴리가 읽고

있던 책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월의 두 얼굴'이란 점을 보면 작가가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

영감을 받지는 않았다고 하였지만 이 작품을 의식하고 비슷해지는 걸 막으려고 한 건 분명한 것 같다.

낯선 남자에게 아내를 죽이라고 부추기는 릴리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알고 보니

릴리와 미란다는 대학생 시절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연적(?)이었던 과거가 있었다.

게다가 릴리는 이미 여러 번 살인연습을 한 유경험자라 테드에게 미란다를 죽일 방법을 알려주지만

선수를 친 미란다에게 테드가 먼저 당하고 마는데...

 

결국 릴리와 미란다 두 악녀의 한판 대결로 좁혀진다. 죽여 마땅한 자들을 응징한다고 생각하는

릴리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알고 있는 릴리를 제거해야 하는 미란다의 속고 속이는 대결은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나고 살아남은 자가 완전범죄를 이루려는 과정과 뭔가 이상한 부분을 눈치 챈

경찰의 추적이 이어진다.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쉽게 공감하긴

어려웠지만 과연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들키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순간이

계속되었다. 이성적으로는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지 사적 복수를 하는 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픽션의 세계에서는 악당들을 쉽게 제거하는 것도 나름 묘미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는데

인간의 살벌한 욕망의 적나라한 발현을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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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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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싱글대디 라파엘은 안나와의 결혼을 3주 앞두고 그녀에게 비밀이 있다면

서로 털어놓을 것을 제안하자 안나는 마지못해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며 끔찍한 사진을 보여준다.

이에 충격을 받은 라파엘은 바로 차를 몰고 안나를 떠났다가 차를 돌려 그녀에게 돌아가지만

이미 안나는 사라지고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데...

 

기욤 뮈소의 작품은 '구해줘'와 첫만남을 가진 후 '지금 이 순간'까지 그동안 나름 많은 작품을 읽었다.

영화를 보는 듯한 뛰어난 가독성과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멜로에 금방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진 그의 책들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졌는데

이번 작품은 그동안 그가 자주 사용하던 시간여행의 기법보다는 좀 더 정통 스릴러에 가까운 내용을

선보인다. 남녀가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게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비밀이 없으면 좋겠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을 얘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뭐가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이 책에서 라파엘은 그런 금기사항을 알아내려다 감당할 수 없는 안나의 과거에 마주한다.

딱 며칠 전에 읽은 '미안하다고 말해'가 연상되는 상황이었는데 안나에게 제대로 얘기할 기회도 주지

않고 섣불리 그녀를 떠났다가 바로 후회하지만 이미 그녀를 다시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안나를 되찾기 위해 친한 전직 형사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안나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데, 안나의 본명은 클레어 칼라일이며 안나 베커로 신분세탁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클레어 칼라일이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하인츠 키퍼에게 납치되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자

라파엘과 마르크는 안나, 아니 클레어 칼라일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기 위해

하인츠 키퍼 사건에 더욱 파고드는데...

 

단순히 납치 감금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클레어 칼라일에게는 엄청난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좀 비약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 대선과 직접 연관되어 있고, 그녀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 안나(클레어)를 되찾기 위한 라파엘과 마르크의 분투는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알아내려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의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전형적인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 되었다. 라파엘이 던진 돌이 일으킨 파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엄청난 비밀을 끄집어내는 결과를 낳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냥 묻혀버릴 뻔한 사건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마무리가 좀 싱거운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굳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얘기를 억지로 캐내려 하면 뒷감당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고 시간여행을 즐겼던 기욤 뮈소가 좀 더 현실적인 스릴러 장르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스릴러 전문작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뭔가 좀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여전했는데 다음에는 좀 더 완성도 높은 스릴러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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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5-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지 않은 책이지만 엄청났을 게 막막 연상되는 리뷰네요! 긁어 부스럼에 작게 웃고 갑니다!^^

sunny 2017-05-06 18:32   좋아요 1 | URL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덕분에 그냥 묻힐 뻔했던 범죄와 진실이 드러났으니 나름 의미가 있었죠.^^
 
범죄 캘린더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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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은 미국 고전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라 검은숲에서 그의 작품들이 하나씩 번역되어

나올 때마다 항상 반가운데 이번에는 1939년부터 1948년까지 총 9년간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

'엘러리 퀸의 모험' 극본 중 열두 편을 골라 소설 형식으로 꾸민 단편집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1월 ~ 12월까지 매달 '~ 모험'이란 제목의 단편 12편이 실려 있는데, 매달 한 편씩의 단편을 모은

형식으로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도 유사했지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구성하진 않았다.

 

라디오 드라마용 극본으로 한 달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간단한 트릭을 바탕으로 한 수수께끼 풀이식의 작품들이 담겨져 있었다.

첫 단편인 '내부자 모임의 모험'에서는 이스턴 대학교 13학번들의 특별한 모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입학연도로 학번을 부여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대학교는 졸업연도로 학번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숫자에 특별한 열의를 가졌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과정을 그린 '대통령의 5센트 은화 모험'과 소득세 신고서의 도난에 얽힌 진실을 밝혀가는

'마이클 마군의 3월 15일 모험' 등 가벼운 듯 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무엇보다

엘러리 퀸과 그의 비서인 니키 포터의 묘한 앙상블이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 같았다.

각 작품이 다루는 날짜도 그 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날들이었는데, 4월 1일 만우절을 배경으로 하는

'황제의 주사위 모험', 10월 31일 할로윈을 배경으로 한 '죽은 고양이의 모험', 추수감사절을 배경으로

한 '비밀을 폭로하는 병의 모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황태자 인형의 모험'까지 미국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날들이 대거 등장했다. 단편의 미덕을 담기 위해 짧고 굵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는데 역사적인 사건이나 신화 등을 인용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특히 엘러리 퀸이 도전을 받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니키 포터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썸을 타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는 감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인 리처드 퀸 경감도 곳곳에 등장하지만 아버지와 호흡을 맞출 때와는 역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로맨틱 코메디의 남녀 커플이 벌이는 알콩달콩한 핑크빛(?) 분위기처럼

범죄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훨씬 작품이 화사해지는 것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엘러리 퀸의 작품을

많이 읽어봤지만 아무래도 라디오 드라마용으로 사용된 극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색다른 느낌의 단편집이었다. 마치 귀로 듣는 라디오 드라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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