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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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이 되다 보니 온라인에서 행한 모든 행동들이 자료로 남아 빅데이터를 구성하게 되고

이런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 등이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선 타자들의 타구를 분석하여 수비 시프트를 적용하는 게 일반화되었고,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는 구매이력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하여 추천마법사란 코너를 통해

독자 취향에 맞는 책들을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데, 빅데이터가 이렇게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부정적인 기능을 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책 제목인 '대량살상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는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살짝 변형한 용어인데 책 제목만 보면 마치 수학을 전쟁무기로 사용한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 책에선 빅데이터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WMD(대량살상수학무기)의 세 가지 요소로 불투명성, 확장성, 피해를 들고 있는데, 먼저 워싱턴 교육

당국이 불량 교사들을 추출해내기 위해 만든 가치부가모형을 사례로 제시한다. 교장이나 학부모들에게

좋은 교사로 평가받던 교사가 가치부가모형에 따른 평가결과 문제투성이 교사로 평가되어 해고되었는데

문제는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평가하는 측에서도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WMD의

요소로 제시한 불투명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는데 재범위험성모형도 인종이나 주거지,

이웃 등 본인의 행동과는 무관한 요소들이 평가요소로 포함되어 있어 흑인 등 유색인종이나

하위층이 훨씬 불리한 대우를 받는 등 편견과 차별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이는 치명적인 피드백

루프를 재생산하여 기득권자들에겐 유리하고 가난하고 불리한 조건을 가진 흙수저들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제공했다. 빅데이터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착각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언론에서

매년 발표하는 대학 순위 등은 어떤 평가요소에 비중을 두느냐, 그 평가요소 자체가 엄격하게

검증을 거친 자료인지 등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했다. 대학들이 순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수치를 부풀리고 엉터리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제대로 심사할 능력이 없는 기관들이

그대로 평가자료로 사용하다 보니 애초에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순위였다.

그럼에도 빅데이터는 이를 활용하는 쪽에 공정성보다는 효율성과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취업에서의 인성적성검사나 대출에 있어 신용평가점수 등

무슨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자료들에 의해 차별이 당연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가입 단계나 보험료 부과 등 보험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심지어 선거나 여론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작이나 조작이 횡행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같은 대형 인터넷 업체가 빅데이터를 조금만

조작해도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빅데이터 사용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각종 기관이나 업체 등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함을 잘 보여주었다.

디지털 세상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여러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빅데이터는 언제든지 약자들을 탄압하고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대량살상무기로 돌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빅데이터의 

악용가능성을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제대로 부각시켜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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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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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 정식으로 조교 발령을 받은 마코토는 인생의 새로운 첫 걸음을 떼는

첫 날부터 단골손님인 사이타마 현경 형사부 수사1과의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의 방문을 받는다.

사이타마 현경 홈페이지에 사이타마 현경은 앞으로 현에서 발생하는 자연사, 사고사에 모종의 음모가

있는지 의심하는 게 좋을 거라면서 자신을 '커렉터'라고 밝힌 게시글의 작성자가 공연장에서 추락사한

인기 아이돌 가수 사쿠라 아유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자 부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게 되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시리즈의 1편인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통해 법의학과 부검의 적나라한 현실 속에

죽은 자가 자신의 몸을 통해 말하고 있는 최후의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어

후속작이 나오면 꼭 읽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속편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전편에서 마지못해 갔던 법의학 교실에서 전혀 몰랐던 세상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던 마코토가

이젠 당당한 법의학 교실의 정식 멤버가 되어 법의학의 대가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독재자 미쓰자키

교수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책에서도 총 6편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건이 아닌 자연사나 사고사도 부검하라는 

정체불명의 커렉터의 존재가 안 그래도 예산이 없어 부검을 못하는 열악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킨다.

콘서트장에서 무대에서 떨어져 사망한 여자 아이돌 가수를 시작으로 폭염 속에 밀폐된 자동차 안에

방치되어 사망한 3살짜리 여자 아이, 불에 타 죽은 신흥 종교 교주, 길가에 쓰러져 죽은 일흔의 노인,

이미 화장해버려 부검할 시체가 없는 상태에서의 진실 찾기, 가즈야 형사의 동기 여경찰의 자살까지

두 사고, 자살, 자연사 등으로 처리되어 진실이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전편에 이어 이 책을 읽고 나니 비록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분명 범죄임에도 범죄가 이닌 것으로

위장되어 종결되는 사건이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의혹이 들었다. 한심한 건 의심이 들어도 부검을 실시하기에 턱없이 예산이 부족해 피해자의 시신이 화장되는 것과 동시에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이

허다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시신을 화장한 이후에 범인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과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시신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너무나 뻔뻔하게 나오는 범인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감행하는 모습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커렉터의

문제제기는 일응 정당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밝혀지는 커렉터의 정체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1권에선 등장인물들이 다들 낯설어서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 책에선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멤버들이나 가즈야 형사를 비롯한 사이타마 현경들까지 왠지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층 성장한 마코토가 이제 어느 정도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마코토와 가즈야

형사의 애매모호한 썸타는 분위기는 후속편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되었다. 부검을 통해

잘못된 조사결과를 바로 잡고 진실을 밝혀내어 피해자가 편히 잠들 수 있게 만드는 이 책을 읽으니

일그러진 세상의 치부를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후련함을 맛볼 수 있었는데 하루 빨리 3편으로

답답한 현실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와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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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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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S. 반 다인의 작품은 데뷔작인 '벤슨 살인사건''그린 살인사건'이 있는데 두 작품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도 오래 전부터 읽을 목록에 올라와 있었지만 신간들에 밀리다가

추석 연휴의 대미를 고전 명작과 함께 하기로 하면서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동요살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래 동요라 할 수 있는

마더 구스에 담긴 동요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로는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쥐덫' 등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도 '누가 코크 로빈을 죽였는가'를 시작으로 마더 구스에 나오는

동요의 내용에 따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 피해자가 바로 코크 로빈으로 동요의 내용대로

활과 화살로 죽게 되자 동요 속의 범인인 참새의 의미를 가진 남자가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체포된다.

하지만 수리물리학자인 딜러드 교수의 집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범인은 친절하게도 위 동요의 구절을 타이프라이터로 친 종이를 교수 집 우편함에 남겨놓는데

'비숍'이라는 서명을 남겨서 책 제목 그대로 비숍 살인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톨릭의 주교나 체스의 말 중 하나인 비숍을 붙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범인이나 피해자가

비숍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범인의 닉네임이 비숍일 줄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 번 발동이 걸린 비숍은 다음 사건의 피해자도 마더 구스에서 찾아냈는데 두 번째 피해자인

존 스프리그는 가끔 딜러드 교수의 집을 드나들던 학생으로 비숍은 딜러드 교수의 집에 있던 권총을

사용하여 존 스프리그를 살해한다. 모든 정황상 딜러드 교수 집안 또는 옆집인 꼽추 드래커 집안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비숍은 두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열심히 활동한다. 딜러드 교수나 양자인 아넷슨 교수 등 수학 및 과학에 능통한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현학적인 파이로 번스까지 가세해서 수학과 과학 수업시간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 종종 전개되는데

그 와중에서도 도대체 비숍이 왜 이런 연쇄살인을 저지르는지 그 동기를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점점 용의자가 좁혀져 가는 가운데 자살로 추정되는 시신과 아동 유괴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마지막에 파이로 번스는 비숍과의 최후의 한판 대결을 펼친다. 드러난 진실을 기준으로 하면

정말 그동안 무수한 추리소설 속의 각양각색의 범인들과 만나봤지만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광기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집요함과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동요살인이라는

지독한 유희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포기할 줄 강인한 정신력까지 추리소설사에 남을 캐릭터였다. 

S. S. 반 다인은 총 12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사실상 걸작에 반열의 드는 대표작 3편을 모두 읽어

앞으로 만날 수 있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뒤를 이어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 등 미국 고전

추리소설의 중흥을 이끈 작가로서의 명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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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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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국인 신가야라는 남자를 만나 5일 간의 특별한 사랑을 한 후 미셸이라는 딸을 혼자 키우던

엘리스에게 FBI 요원 사이먼 켄이 찾아온다. 사이먼은 신가야로부터 십 년 전 날짜가 소인된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 편지에는 앞으로 5일 동안 한 명씩 세상의 공공의 적이 죽는다는 경고와 함께 

이를 막고 싶으면 엘리스를 찾아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단서를 찾아보라고 적혀 있는데...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그동안 사놓고 고히 모셔만 두었던 책들을 몇 권 꺼내 읽었는데 그 중 한 권인

이 책은 국내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임에도 상당히 평이 좋아 언젠가 읽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던

중 드디어 선택을 받게 되었다. 국내 작가의 작품임에도 등장인물이 대부분 외국인이고 배경도 한국이

아닌 미국 등 해외라서 작가의 스케일에 우선 놀랐는데 전개되는 얘기는 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재 시점에선 엘리스와 사이먼이 중심이 되어 5일 동안 연쇄살인사건이 펼쳐지는 얘기가 그려지고,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과거 시점에선 엘리스와 신가야의 운명적인 만남과 9. 11. 테러가 존재하고 있었다.

엘리스, 신가야, 사이먼 모두 9. 11. 사건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는데 마치 전에 읽었던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처럼 여러 사람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극적인 소재로 사용되었다.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왠지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궁극의 아이는 양쪽 눈 색깔이 서로 다른 '오드 아이'를 가진 아이로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져서 그런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악마의 개구리라는 무서운 인간들이 등장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신가야가 바로 궁극의 아이로 그의 능력을 탐내는 악마의 개구리와 맞서면서 현재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저런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미리 알게 된 미래를 이용하여 각종 돈벌이가

가능하다 보니 악마의 개구리들이 궁극의 아이를 찾아내 자신들의 지배 하에 두려고 혈안이 되고 궁극의 아이로 이용당했던 신가야가 악마의 개구리들을 처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여러 사람이

얽히고 설킨 운명의 실타래가 어떻게 풀려갈 것인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얘기가 전개되고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얘기가 어디로 튈 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는데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로 봤던 '건축무한육면

각체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한 장용민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찾아봐야 할 듯 싶은데,

북한 핵개발로 인한 현재의 남북한 대치상황을 보면 이 책에서 악마의 개구리들의 시나리오가

결코 터무니없는 장난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는 현실 상황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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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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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시리즈 중의 하나인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최근 서울편인 9, 10권이 나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른 것 같다.

북한편과 일본편까지 포함해서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 저자 본인도 몰랐을 것 같은데

국내는 물론 북한과 일본에 있는 문화유산까지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무수한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시리즈임이 분명한 데 아직 사놓고도 보지 못한 책들 중

하나였던 7권 제주편을 황금 연휴에 직접 가진 못하고 대신 책으로 가볼 계획을 세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우뚝 선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해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제주의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보통 유명 관광지 위주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훑고 지나가는 식이 대부분인데

이 책에선 저자가 제주 곳곳에 숨어 있는 의미 있는 장소들로 우리를 데려가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는데 정확하게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등재된 것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설악산을 먼저 등재신청했었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개발에 제약을 받을까봐 강원도 의회와 주민들이 유네스코 본부까지 가서

등재 반대 데모를 했다니 정말 돈밖에 모르는 대한민국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설악산 사건 이후 괘씸죄(?)에 걸려 제주도 등재가 쉽지 않았는데 다른 세계적인 화산섬과 차별화되는

제주만의 특성이 만장일치의 등재를 이끌어냈다. 제주의 역사가 깃들여 있는 여러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는데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제주에는 역시나 아픈 과거가 많았다. 4. 3. 사건을 물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전쟁 중에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백조일손지묘는 제주의 아픈 과거를 대변했다.

삼별초가 제주까지 와서 항쟁할 수밖에 없던 사연이나 몽골군이 떠나고 나서도 본토와는 달리

제주는 원나라의 국영목장 중 하나로 계속 식민지 지배를 받은 사실, 하멜 표류기가 기행문학이

아닌 하멜이 보상금을 받기 위해 남긴 보고서였다는 사실 등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인 사실이 많았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물론 제주만의 고유한 언어, 문화 등이 아직까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보존하고 정리한 석주명 선생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제주를 직접 가보는 것 못지않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잘 몰랐던 많은 사연과

소중한 유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장소들을 직접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곳곳의 명소들을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데 이번 제주편의 경우 특별히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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