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 동물로 만들었는가
아구스틴 푸엔테스 지음, 박혜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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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뿌리였던 유인원들과 달리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한다. 진화론적인 생물학적인 관점이 있는가 하면 문화인류학적인 견해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관심이 많은 분야다 보니 나름 다양한 책들을 읽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견해들을

접하게 되었다. 기존에 익숙한 견해인 이족보행이나 불의 사용 등을 바탕으로 동물들과는 다른 8가지

특성을 정리한 '인간의 위대한 여정', 미래성에 주목한 '미래중독자', 늑대와 동맹을 맺어 경쟁자였던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친 침입종이었다고 본 '침입종 인간'까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에선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 같지만 다른 책에서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창의성에 주목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몸을 가졌지만 창의성을 바탕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동물들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며

지구를 인간 중심의 세상으로 만들어냈다. 영장류에 속하는 다른 동물들도 간단한 도구를 사용할 줄은

알지만 인간은 협력과 지식 공유 및 계승을 통해 거의 답보상태에 있는 동물들과는 달리 꾸준히

자신들의 능력과 역량을 확대시켜 나갔다.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 확보에 있어서도 식량의 대상이나

확보방법, 획득장소까지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며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신세에서

먹이를 찾아 요리하는 '탑 셰프'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데 뇌의 발달과 함께 점점 다른 동물들은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인간의 사회적 사냥은 신체 능력을 확대시켜 주는 도구 등에 의지하고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동물들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큰 성과를 얻게 되는데 불까지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의 생태지위는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그리고 공동 육아 등을 위한 공동체가

발달하면서 점점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하는 정착생활을 하게 되는데 '침입종 인간'에서도

본 것처럼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개는 식량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길들이기라

할 수 있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식량 공급원의 안정 및 인구 증가 등 인간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게 되는데 인류는 종교, 예술, 과학을 통해 자신의 창의력을 극대화화여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까지 그 영역을 확대시켰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인류의 기나긴 역사 동안

발휘된 창의력을 다양한 분야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창의력이야말로 인간을 현재의 모습으로 있게

해준 인간 고유의 특징임을 잘 보여주었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류의

창의성은 현재진행형이면서 앞으로 미래에 마주하게 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원천임을

알 수 있는데 방대한 분야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면서도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낸

저자의 역량이 잘 담겨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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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일본어 단어장 (세로형) 나의 첫 일본어 단어장
강다연 지음, 스기모토 료가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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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독학으로 늘 시작했다 관두기를 반복하다 보니 비슷비슷한 초보자용 교재들만

반복하는 경향이 있곤 하는데 단어장은 '달달 외우는 일본어 단어장'이라는 책을 사서 짜투리 시간에

보곤 했지만 초보자가 보기에는 단어가 상당히 양도 많고 수준이 높아서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제목부터 딱 초보자용임을 물씬 풍기는 이 책이 초보자가 보기엔 적절한 눈높이로 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기대에 맞게 기본적인 단어들을 중심으로 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었다.

자기소개, 관계하기, 일상, 교통, 음식점, 쇼핑, 슈퍼마켓, 병원, 약국, 학교, 직장, 나들이, 약속,

여행, 응급상황의 12가지 상황으로 크게 나누어 관련된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한 페이지에 다섯 단어 정도만 다루고 있어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각 페이지 하단에 단어사용방법을 싣고 있어서 위에서 익힌 단어들을 활용하는

예문을 통해 단어를 다시 반복해서 외울 수 있도록 돕고 있고, 각 장마다 마지막 부분에

'체크체크'란 난을 두어 문제를 풀어보면서 암기한 단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예문 모아모아'란 코너로 그동안 익힌 단어를 활용한 문장들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전체적으로 봐서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들도 적지 않았지만 처음 만나는 생소한 단어들도 많아서

역시나 일본어 어휘력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가늠할 기회가 되었는데 블라인드 카드로

외운 단어를 점검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원어민의 무료 MP3 파일도 지원이 되어서

단어를 정확하게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고 스프링철 형식으로 되어 있어 진짜 단어장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사실 일반 책들과는 형태가 달라 좀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개인 취향에

따라 단어 공부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쭉 한 번 훑어보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제대로 암기하려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제일 앞에 있는 목차 및 학습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나같이 게으른 사람도 나름 매일 조금씩이라도 틈틈이 단어들을 익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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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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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전담반에서 근무 중인 해리 보슈는 1989년에 강간살해 당한 여대생 릴리 프라이스의 몸에서

발견된 혈흔의 DNA가 당시 여덟 살에 불과했던 성폭행범으로 밝혀지자 수사에 착수하지만

오랜 악연이 있던 시의원 어빈 어빙의 아들이 호텔에서 떨어져 사망하자 뜻밖에 어빈 어빙으로부터

아들의 죽음이 자살인지 아닌지 수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1년에 한 권 만나는 감질나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 드디어 찾아왔다.

지난 2년 동안은 미키 할러 시리즈인 '파기환송''다섯 번째 증인'만 만날 수 있어

해리 보슈 시리즈로는 전작인 '나인 드래곤'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인데

오랜만에 돌아온 반가운 해리 보슈는 한 건으로 부족했는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본업인 미제사건 전담반의 담당사건이 콜드 히트(옛날 사건에서 나온 DNA가 전국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개인의 DNA와 일치하는 경우)로 수사하기 바쁜 데도 시의원인 어빈 어빙의 압력으로

하이징고 사건(경찰국 수뇌부가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사건 또는 정치적 압력이 많이 들어오는 사건)인

그의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우선 파헤치라는 특명을 받은 해리 보슈는 역시나 위에서 뭐라 하든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한다. 해리 보슈와 지긋지긋할 정도로 악연이었던 어빈 어빙의 뜬금없는 

수사 부탁에 다른 사람이라면 거절했겠지만 국장실에서 근무 중인 전 파트너 키즈 라이더의 말처럼

'모두가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는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하는 해리 보슈의 일처리 방식이

꼴도 보기 싫은 원수마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만들었다. 두 사건을 번갈아 진행시키면서도

파트너인 추 형사에겐 잡일(?)만 시켜서 소외감을 느낀 추 형사가 반항(?)을 해서 수사에 차질을

빚기도 하지만 나름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적절한 안배를 해서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게다가

오랜만에 닥터 스톤과의 로맨스까지 나름 실속까지 차리는데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았던

어빈 어빙 아들 사망사건은 좀 싱겁게 끝난 반면(물론 나름의 반전은 있다) 콜드 히트사건은

정말 초대박으로 연결되는데 엄청난 괴물이 정말 사소한 흔적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여전히 건재한 해리 보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는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하는 게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님을 해리 보슈 스스로 이 작품 속

사건들을 통해 느꼈을 것 같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항상 진실만을 추구하는 불굴의 의지가

해리 보슈의 매력이지만 파트너를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일을 처리하는 건 그와의 협업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스스로 고립되고 만든다는 점을 해리 보슈가 좀 깨달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상당히 정치적으로 변모한 키즈 라이더와의 갈등이 후속작에선 더 심해질 것 같은데 다시

1년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힘드니 올해 안에 다음 작품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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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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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3층 차양에 파란 비닐 시트로 쌓인 알몸의 여자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를 마치 개구리인 것처럼

적어놓은 쪽지가 발견되자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매달아 놓은 시체에 이어

자동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으깨어진 시체와 공원에서 장기들을 모두 적출해놓은 해부된 어린이 시체까지

연이어 끔찍한 시체들이 발견되자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한노 시는 공황상태에 빠지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법의학 교실 시리즈인 '히포크라테스 선서''히포크라테스 우울',

미코시바 레이지가 등장하는 '속죄의 소나타'까지 근래에 3권을 읽어봤는데 모두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어서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를 한 명 추가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제목부터 독특해서 과연 연쇄살인마인 개구리 남자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시체들을 난도질하는 범행수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도대체 범인의 의도가 뭔지를 종잡을 수 없었다.

세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후 피해자 이름이 아라오 레이코, 이부스키 센키치, 우도 마사토로

일본어 50음순 순서대로인 규칙성을 발견하지만 다음 순서인 한노 시민들만 공포에 휩싸인다.

세 번째 피해자인 우도 사마토가 왕따 당하는 걸 보고 예전 본인의 학창시절 때의 기억이 떠올라

적극 개입했던 담당형사 고테가와는 우도 마사토의 어머니 우도 사유리가 걱정되면서 범인을 꼭

잡고야 말겠다는 투지를 불태우지만 에토 가즈요시라는 변호사가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하는데...

 

계속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경찰들이 속수무책이자 시민들이 경찰서를 습격하는 지경에 이른다.

범죄 전력이 있는 자들의 명단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는 시민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는 갔는데

연쇄살인사건에 무기력한 경찰들이 권력자들 경호에나 신경 쓰고 전과자들 명단 노출이나 걱정하는

한심한 상황에서 고테가와는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범인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데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고테가와 형사에게 경의를 표할

지경이었다. 중간에 범인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고 해서 왠지 반전이 숨겨져 있을 거라 직감을

했는데 역시나 첫 번째 반전은 예측대로였지만 또 다른 반전에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ABC 살인사건'도 연상되고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많이 설정한 작품이었는데

정신질환 등으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상태의 범죄자들을 과연 어떻게 처벌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묵은 문제를 거론한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자가 교화되거나 치료되길 바라는 것보단

응보와 격리가 더 현실적인 대응이 아닐까 생각하긴 하는데 가해자보단 피해자 등을 더 보호하고

지원해야 함에도 주객이 전도된 형사사법제도가 이 책의 끔찍한 연쇄살인을 낳은 게 아닌가 싶다.

암튼 앞서 나카야마 시치리의 세 작품들을 통해 친숙해진 고테가와 형사를 비롯한 사이타마

현경 경찰들을 재회해서 반가웠는데 어서 다음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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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혹은 살인자 스토리콜렉터 62
지웨이란 지음, 김락준 옮김 / 북로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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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대학교수이자 극작가였던 우청은 자신의 극본을 공연한 연극의 뒷풀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 주사를 부린 이후 강단과 연극계를 모두 떠나 허름한 동네로 숨어들어

사립탐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남편을 경멸하며 말도 안 하는 딸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달라는 부인의 첫 번째 의뢰를 받고 명실상부한 탐정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가운데

타이완에선 전대미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얼떨결에 우청은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는데...

 

최근 중화권 미스터리들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미스터리의 불모지라 여겨졌던 중화권이 북유럽에 이은

새로운 광풍의 발원지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읽는 작품마다 상당한 수준과 재미를 맛보고 있다. 

이번에는 대학교수와 극작가라는 번듯한 직업을 때려치우고 어설픈 탐정 노릇을 하는 우청이란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을 내세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작가의 이력을 보니 대학교수와 극작가인 점은

주인공 우청과 동일했다. 주인공 우청과 작가 본인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작가의 분신으로 우청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주려고 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우청이 첫 번째 의뢰인인 린 부인의 요청을 수락하고 그녀의 남편 린 선생을 미행하고 다니는 시점에

마침 우청이 사는 동네 부근에서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찍힌 CCTV의

주변에 우청의 모습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본의 아니게 범인을 직접 잡기 위해 나선 우청은 범인이 정확한 위도와

경도를 계산해서 범행장소를 정해 범행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아내게 된다. 우청으로 변장하여

우청에게 누명을 씌우려했던 점 등을 볼 때 분명 우청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범인인 것으로 보였는데 

그동안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봤지만 범인이 벌이는 연쇄살인의 목적이나 동기, 방법이 특이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결국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상식을 초월하는 광적인 분노와

집착의 결과라 할 수 있었는데 연쇄살인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를 다루는 선정적인 언론의 태도나

초보 탐정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무기력한 경찰 등에 대한 풍자가 가득한 한편의 블랙 

코메디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과 발랄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흡입력 있는 얘기를 선보였는데 탐정 우청의 다음 행보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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