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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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년 전 이웃집 아저씨와 친구, 오빠와 함께 낚시 하러 놀러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친구가 휩쓸려

가버린 일을 겪었던 리즈는 변호사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차를 몰고 나가다가 세 살짜리 옆집

아이 찰리를 치고 만다. 리즈는 찰리가 죽은 줄 알고 충격에 빠져 찰리를 방수포로 싸서 차고에 그대로

둔 채 찰리의 엄마 캐롤이 찰리를 찾는 소리를 뒤로 하고 변호사 시험장으로 차를 몰고 가버리는데...  

 

딱 제목에 핵심 사건이 그대로 나오는 이 책은 과거에 친구를 잃었던 기억을 가진 리즈가 이웃집 아이

찰리를 차로 치고도 이를 숨기고 방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간 흐름에 따라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다.

리즈는 부유한 이웃집 캐롤과 데이비드 부부와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순간의 실수로 찰리를 차로 치면서

끔찍한 악몽으로 빠져든다. 누구나 사고를 치면 당황해서 제 정신이 아니기 마련이지만 아이를 차로

치고도 방치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면서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전화하는

잠시 동안 찰리를 눈 밖에 방치했던 캐롤은 찰리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어지자 리즈의 집은 물론 여기

저기 정신줄을 놓고 찾아다니지만 리즈가 찰리를 차로 치고 숨겨두었다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도 변호사 시험장까지 차를 몰고 갔던 리즈는 당연히 시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 오웬에게 도움을 청한다. 조금만 있으면 공동 창업한 회사가 막대한 돈을 투자받을

예정이었던 오웬은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찰리의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찰리를 죽이고 그 시체를 멀리 가서 내다버리는데...

 

리즈와 오웬이 찰리의 사고를 숨기고 캐롤과 데이비드가 찰리를 찾는 걸 지켜보는 모습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거짓말과

가식을 표현할 수 있는, 겉만 봐서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음흉한 모습이 진저리가 날

정도였는데 한편으로는 언제 리즈와 오웬의 범행이 드러날까 기대(?)를 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그 와중에 리즈와 오웬 부부는 물론 캐롤과 데이비드 부부 모두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찰리의 실종사건으로 수면으로 드러나 점점 악화일로에 이르게 된다. 한편 사건을 담당하던

에스더와 제이크는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 여러 단서를 토대로 성실하게 수사를 해나가지만 좀처럼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금방 발견할 거라 생각했던 찰리의 시신은 감감 무소식인 상태가

되고 찰리가 실종되어도 여전히 레스토랑 운영에만 정신이 없는 데이비드와 대판 싸운 캐롤이

리즈의 집에 와서 묵게 되면서 점점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리즈와 그런 리즈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오웬의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고소하면서도 왠지 감정이입이 되는 느낌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사태로 치닫게 되는데 어이없이 두 사람에게 해피엔딩이 될 뻔한 상황이 조성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문을 가진 에스더 형사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다. 거의 우리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아슬아슬한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묘사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흡입력 있는 얘기를 풀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찰리와

관련된 부분은 좀 개연성이 떨어지는 감도 있었지만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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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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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도노하라 기미코의 사건을 맡게 된 와타세 경부는 피해자가 우라와역에서

두 명의 소녀를 무차별 살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가루베 요이치의 어머니로 밝혀지고

범행 현장에 범인이 남긴 네메시스라는 글자를 보자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음을 직감하는데...

 

최근에 가장 절친(?)이 된 작가를 꼽자면 단연 나카야마 시치리일 것 같다. 그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오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의 여러 캐릭터들을 앞세운 시리즈들이 모두 내 취향에 잘 맞아서 거의

출간과 동시에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얼마 전에 읽었던 '테미스의 검'에서 자신이 개입된

원죄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기 위해 경찰조직과도 맞서 싸웠던 돈키호테 와타세 경부의 두 번째 얘기를

담은 이 책과 만나게 되었는데 테미스에 이어 네메시스를 내세워 사형제도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루고

있다. 흔히 네메시스를 복수의 여신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선 정확한 어원은 복수가 아닌 의분이라

얘기한다. 도노하라 기미코에 이어 스토킹하던 여자와 그 할머니를 둔기로 때려 죽여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니노미야 게이고의 아버지 니노미야 데루히코도 둔기에 맞아 목숨을 잃고 범인이

네메시스를 글자를 남겨놓자 감옥에 있어 복수를 하지 못하는 범인들을 대신해 그 가족들에게

피해자들을 대신해 범인이 복수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온정 판사라

불리며 사형선고를 기피하는 시부사와 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사건이라 다음 사건도 시부사와 판사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을 선고하지 않아 범인이 징역형으로 복역 중인 사건 중에 있을 거라 

예측하고 와타세 경부는 추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데...

 

사실 사형제도를 화두로 던진 작품은 이전에도 여럿 만나본 적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비롯해서 사형존치론과 폐지론자 사이의 논쟁은 어떻게 보면 식상할 정도라 할 수 있지만 사법정책에

있어 사형제도는 항상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죽여 마땅한 인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들을

종종 접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론 저런 인간같지 않은 자들을 세금으로 죽을 때까지 편하게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데 전작인 '테미스의 검'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사형제도는 늘 쉽지 않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시부사와 판사도 사형선고를 피하는 이유가 마지막 부분에 나오긴 하는데

과연 그의 생각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죽는 것과 장기간의 수감생활 중 어떤 것이 더 고통스러운가

하는 건 결국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범인은 사형받아 마땅할 범죄자들의

가족들에게 대신 복수를 감행해 책 제목처럼 네메시스의 사자라는 별칭까지 붙지만 그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충분히 짐작 가능한 부분이라 반전이 놀랍지는 않았는데 그토록 피해자의

고통과 원한이 사법정책에 있어 간과되고 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선 와타세 경부와

협력하는 도쿄지검 검사로 '추억의 야상곡'에서 미코시바 레이지에게 농락(?) 당했던 미사키 검사가

등장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배신을 당하고 만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자신의 작품들 속 인물들을

다른 작품들에서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 책에서도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소제목으로 '사분', '공분', '비분', '우분', '의분', '원분'의

각종 분노를 다양하게 그려내는 거나 와타세 경부 시리즈 제목을 여신들로 연결하는 걸 보면

다작을 하는 작가로서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또 누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작품이 소개될 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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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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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서 엄마 엘리자베스와 딸 하퍼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는 무려 36차례나 난도질당해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딸은 조용히 잠든 것처럼 죽은 채 발견된다. 별거 중인 줄리안이 두 딸과 함께

지내자고 제안해 들떠 있던 조 올로클린은 모녀 살인사건의 프로파일링 제의를 받게 되고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마일로가 자신을 팔면서 사건 수사 비밀을 흘리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최근에 계속 국내에 소개되고 있어서 반가운데 이번에는 

좀 더 조 올로클린의 개인사가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한다. 전에 읽은 '미안하다고 말해', '널 지켜보고

있어'에서도 딸 찰리가 등장하거나 해서 조금씩 조 올로클린의 과거사를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에선

그의 가족들이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결국엔 그의 가족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의 여러 사연들이 들어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가 자유분방하게

성관계를 하고 다녀서 용의자의 범위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사사건건 사건의 내부기밀을

언론에 공개해 수사를 방해하는 마일로까지 수사가 제대로 진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아내 줄리안이

난소암에 걸리고 찰리가 대학에서 자신처럼 범죄심리학을 전공하려고 해서 가정사에도 정신이 없는

올로클린은 단짝인 루이츠와 함께 사건 관계자들을 따로 조사해나간다. 하지만 범인은 경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계속해나가고 피해자의 이마에

A라는 낙인을 남긴다. 마치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읽고 영향을 받은 것처럼 불륜남녀를

응징하는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전혀 못 찾던 경찰과 조 올로클린이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에서 조 올로클린의 딸 찰리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데...

 

기존 작품에서도 조 올로클린의 시선과 범인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사건을 진행시켜 이번 작품의

전개도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가정과 일 양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조 올로클린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힘겹게 펼쳐진다. 별거 중이지만 재결합을 원했던 아내는 암에 걸리고 예전에 끔찍한 사건을

겪었던 딸 찰리는 자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심리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가운데 줄리안과 딸들이 동시에 위기에 처하자 멘붕상태에 빠지는 조 올로클린이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이런 극한상황에 몰리면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조 올로클린은 나름 최선을 다해 선방을 하지만 결국 그의 가정은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에 읽었던 시리즈들에 비하면 사건 자체에 대한 몰입도는 좀 떨어졌지만

조 올로클린의 개인사에는 훨씬 공감이 갔다. 이젠 딸 찰리가 왠지 조 올로클린의 새로운 파트너로

활약하지 않을까 싶은 여운을 남겼는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고 조 올로클린이 다시 잔악무도한

범죄자들에 맞서 싸울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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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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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존재감이 없이 지내던 나는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아키야마가

말을 걸어오자 당황한다. 자신이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아키야마는 내 생일인

2월 20일과 자신의 생일이 그레고리력의 윤년의 284번째 날인 10월 10일이라면서 220과 284가 서로

친화수(두 개의 서로 다른 자연수의 쌍으로 어느 한 수의 약수를 더하면 상대 수가 되는데 220과 284가

가장 작은 친화수라고 함)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내 휴대폰 전화번호의 뒤 8자리인 5020-5564라서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해외출장으로 인해 한동안 독서 페이스가 주춤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몸과 맘이 따뜻해지는

로맨스가 갑자기 당겼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수학 천재 소녀와 평범한 남학생의 풋풋한

사랑 애기라 할 수 있었는데 왠지 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여자

주인공이 병을 앓고 있는 점이나 존재감도 없고 친구도 없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일기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등 닮은 점이 많았는데 라이트노벨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췌장이 먹고 싶어졌다.ㅋ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키야마는

기억이 한 달밖에 안 가고 한 달이 지나면 리셋이 되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의 한 달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항상 자신의 일기장에 한 달 뒤의 자신에게 한 달 전의 자신이 경험한 바를 남겨

놓아야 하는 슬픈 운명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지 않았는데 남자 주인공이 수학의 신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가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이 수학 천재이다 보니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나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들이

떠올랐는데 아키야마가 처음 남자 주인공에게 접근할 때 사용한 '친화수'를 비롯해 '삼각수(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더한 수)'나 계승(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곱한 수)'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나 온천이나 단둘이 간 훗카이도 여행을 통해 특별한 사이가 되어 가는 모습, 특히 호텔에서

진실게임하는 모습은 완전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동일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아키야마가

전향성 건망증을 앓게 된 원인인 심장이식과 남자 주인공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던 점 등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절정에 치닫는 시점에서 다시 심장수술을 받게 된 아키야마가 이후 어떻게 될 지

궁금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심장수술 후 아키야마의 일기장을 전해받게

된 부분까진 거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판박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는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보면 신파성, 최루성 멜로에서 벗어나 좀 더 쿨한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히 리셋된 아키야마와의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남겨주고 끝을 맺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처럼 삭막했던 마음에 심쿵한 얘기로 조금이나마 사랑의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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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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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블루오션호가 침몰하던 도중에 20대 여성을 폭행해 구명조끼를 빼앗아 목숨을 건진 도치노는

폭행죄로 기소되지만 긴급피난을 적용받아 무죄 선고를 받는다. 10년이 지난 후 사이타마현의

'백락원'이란 특별 요양원에서 입소자가 요양보호사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피의자가 자신을

갱생의 길로 이끌어준 이나미란 사실을 알게 된 미코시바는 이미 다른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사건을 손을 써서 자신이 변호를 맡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근래에 내가 가장 자주 만난 작가라 할 수 있다. 최근에 그의 작품이 계속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의 여러 시리즈들이 모두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이라 신간이 나오면 즉시 만남의 자리를

만들기 때문이기도 한데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시체배달부'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를 주인공으로 한

'속죄의 소나타''추억의 야상곡'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라 세 번째 작품인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시작부터 왠지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한국 여객선 침몰사건이 등장해 좀 거북한 느낌도

들었는데 형법 공부할 때 나오는 긴급피난이 적용되는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사건이 등장한다. 뜬금없는

사건 이후 미코시바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이나미가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코시바가 술수를 부려 사건을 맡는데 얼마 전 읽었던 '테미스의 검'의 주연 와타세 경부가

힌트를 줘서 이나미가 죽인 요양보호사가 바로 블루오션호 침몰사건에서 여자의 구명조끼를 빼앗아

입고 긴급피난을 적용받아 무죄로 풀려났던 도치노였음을 알게 된다.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무죄

방면을 받았던 사람이 피해자가 된 얄궂은 사건에서 살의를 갖고 살해했음을 자백한 이나미를 위해 

무죄임을 입증하려는 미코시바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된다. 보통의 의뢰인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무죄나 감형을 받으려고 하는 반면 이나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죄값을 달게 받곘다며 미코시바의

변호를 방해하지만 미코시바는 꿋꿋이 요양원을 조사하며 그곳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들에게

상습학대를 하였음을 밝혀낸다. 이를 바탕으로 이나미가 다른 입소자가 폭행당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치노를 살해했다며 긴급피난을 주장하는데 긴급피난으로 형벌을 받지 않았던 도치노가

이번에는 긴급피난의 희생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해 유죄로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 미코시바의 노력으로 점점 무죄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여전히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막무가내인 피고인 이나미의 태도로 인해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앞선 두 작품에서 놀라운 반전들이

계속되어 이번에도 전혀 뜻밖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만반의 대비를 했지만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났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미코시바의 패배가 가장 큰 반전이 아닐까도 싶었다. 블루오션

침몰 사건이나 고 이수현씨를 생각나게 하는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승객을 구하다 사망한 이나미의

아들까지 왠지 우리와 관련된 사건들에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인 것 같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변호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미코시바가 전작에서 만났던 쓰다 아키코의 딸 쓰다 린코의 편지를

받고 다시 힘을 내어 그만의 속죄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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