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을 알고 나니 사회생활이 술술 풀렸습니다
함정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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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능력이 중요 스펙으로 취급 받으면서 영어는 물론 각종 외국어 공부에는 혈안이 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말을 정확하게 제대로 구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모국어다 보니 대충 의사소통은 되지만

글로 쓸 때 맞춤법에 맞게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띄어쓰기도 안 틀리기는 늘 어렵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맞춤법 70가지를 소개하고 있어 과연 나의 맞춤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서평 등 나름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편이어서 애매한 단어나 문장은 네이버 검색이나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해 확인하는 편인데 전에 '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우리말 필살기', '고종석의 문장 2' 등의

책을 통해 가끔씩 맞춤법이나 글쓰기 관련된 책으로 공부를 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이 책에선

맞춤법에 얽힌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맞춤법을 제대로 읽힐 수 있게 도와줬다. 1장에선 비슷하게

생겨 바꿔 쓰는 단어를 소개하고 있는데, 35개의 단어 중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단어들도 더러

등장했다. 각 단어들마다 제일 앞에 OX 퀴즈 네 문제를 제시하는데 전부 맞추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함께 등장한 말과의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줘서 좋았는데, '어떻게'와 '어떡해'는

'어떻게 해'를 넣어서 어색하면 '어떻게'가 맞고, 어색하지 않으면 '어떡해'가 맞으며, '맞히다'와

'맞추다'의 구별은 '맞히다' 자리에 '맞다'를 넣어도 문장이 성립하면 '맞히다'가 맞고, '맞추다'는

2개 이상을 비교할 때 쓰인다는 것이다. '던지'와 '든지'의 구별도 '던지'가 두 가지 상황을 연결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나타날 때 쓰는 반면 '든지'는 여러 개를 나열할 때 쓴다는 걸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웃'과 '윗'도 '위'와 '아래'가 명확하게 대립할 때 '윗'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단어들을 비교하면서 그 구별방법을 알려줘서 맞춤법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게다가 맞춤법을 가지고 벌이는 재밌는 사연들이 더욱 맞춤법 공부의 재미를 더했다. 회사에서

맞춤법 실수는 물론 일상에서, 특히 연애나 사귀는 단계에서 맞춤법 때문에 나쁜 인상을 갖게 되는

설정은 맞춤법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2장에선 하나만 맞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흔히 값을 '치루다'라고 쓰지만 '치루다'는 없는 말이고 '치르다'가 정확한 

단어이며, 아이스크림이나 각종 노래 가사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설레임'도 '설렘'의 잘못된 표현으로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바뀌다'와 '사귀다'는 줄일 수 없는 말임에도 '바껴', '사겨'로 잘못 쓰고 있는

등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단어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마지막 3장에선 둘 다 맞는 말로 '늑장/늦장',

'차지다/찰지다', '예쁘다/이쁘다'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복습용으로 앞에서

배운 내용을 연습문제 50개로 만들어 수록하고 있는데 금방 배웠는데도 헷갈려서 틀리는 게 적지

않았다. 딱딱하기 쉬운 맞춤법 공부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연들로 꾸며

공부하기 쉽게 잘 구성된 책이었는데 문제는 금방 구별기준을 잊어버리고 헷갈린다는 점이다. 역시

맞춤법 공부도 반복학습과 정확한 사용을 계속해서 내것으로 만들어야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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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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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로도 유명한 쇼펜하우어와 관련한 책은 이전에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

'오늘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두 권을 읽어봤지만 여전히 그는 독특한 인물이라 그의 철학과 함께

이해하기가 쉽진 않은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고독한 그의 삶이 잘 녹아져 있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그와의 만남에 도전했다. 이 책은 현대인이 주로 겪는 인생 문제를 사람의 인생을 고통과 비참함 그

자체라고 하는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관념을 결합하여 총 7장에 걸쳐 풀어낸다.  

 

보통 비관적인 사람보다는 낙관적인 사람들을 선호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음울하고 걱정만 하는 사람이

상상 속에서 재난이나 고뇌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반면 쾌활하고 무사태평한 사람은 현실에서 재난이나

고뇌를 경험한다며 매사를 비판적으로 보고 최악의 경우만 생각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후한 점수를

준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쇼펜하우어의 생애가 소개되는데 그의 아버지는 자살했고 어머니와는

연락을 끊고 평생 동안 행복이라는 감정을 거의 느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살아온 환경을 보면

왜 염세주의자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는데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불행과 맞닥드렸으면 모두

필연적이기에 피할 수 없다고 여겨야한다고 말한다. 당대 독일 철학계의 슈퍼스타인 헤겔이 있던 

베를린대학교의 교수가 된 쇼펜하우어는 무모하게도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하는 초강수를 두지만

결국 그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이 한 명도 없게 되자 베를린대학교를 떠나게 된다. 만약 그가

헤겔과 맞짱(?)을 뜨지 않았다면 하는 가정법에 사로잡혀 살았다면 그의 위대한 저작들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인데 이미 발생한 일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으면 고통만 가중될 뿐이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인생을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무수히 오가는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얘길 들으면 왠지 불교적인 냄새도 났는데 이 책에서 전하고 있는 쇼펜하우어의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불교에서 얘기하는 내용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시간은 자신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등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까칠한 사람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던 쇼펜하우어의 삶과 그의 사상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그의 삶 자체가 고독했지만 그런 고독한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가치가 있음을 

몸소 증명해보였음을 잘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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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얻는 법 - 매일매일이 인생 최고의 날이 되는 9가지 방법
닐 파스리차 지음, 송선인 옮김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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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 누구나 꿈꾸는 바가 담겨져 있을 것 같아 정말 솔깃해져서 책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 책을 열어 보니 행복해지는 방법론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실 행복을 논하는 책들은 무수히

많아서 내가 읽어본 책만 해도 법정 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비롯해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유 없이 행복하라', 법륜 스님의 '행복',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등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읽을 때는 상당한 자극이 되어 정말 행복해지는 비법을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행복하고 싶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은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과연 어떤 방법을 제시할까 궁금했는데 저자가 얘기하는 9가지 방법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실천이 가능한 실용적인 방법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무엇이든 하기', '모든 것을 갖기'의 3부로 구성하면서 각 부는

3장으로 이뤄졌다. 먼저 우선 행복해지라면서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세 번 산책하기, 20분간 떠올리기, 무작위로 친절한 행동하기, 완전히 게을러지기, 강하게 몰입하기,

2분간 명상하기, 감사한 일 다섯 가지 떠올리기인데 그리 실천이 어렵지는 않지만 잠시 행복감을 느낄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내 삶에 타인의 비판이 발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당신을 위해 일을 하라고 주문하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함을 알려주었다. 현재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이미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항상 복권을 떠올려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로 볼 수도 있었다. 2부의 '무엇이든 하기'에선 훨씬 와닿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절대 은퇴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요즘 같은 이태백, 사오정

시대에 좀 안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오키나와에서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를

의미하는 '이키가이'라는 단어처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빨리 은퇴해서

연금생활자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은퇴를 하면 사회, 구조, 자극, 이야기의 일을 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를 동시에, 갑자기 잃는다고 하니 생각을 좀 바꿔야 할 듯 싶었다. 다섯 번째 얘기인

하버드 출신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라는 부분에선 사실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일하는

시간도 그만큼 많다는 걸 알게 되어 놀랐는데 돈 대신 시간이나 다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니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가 문제될 것 같다. 여유를 가지는 방법과 관련해선 상당히 도움이 될

조언을 해주는데 보통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들 하지만 낭비하는 시간들이 적지 않다. 뭔가 결정을

할 때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거나 결정을 하는데 머뭇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곤 하는데,

요금 납부처럼 시간도 조금 걸리고 중요도가 낮은 결정은 자동화하고 매일 아침 동료들과 인사하는

것처럼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중요성이 높은 건 무조건 바로 하고, 이메일 확인처럼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중요성은 낮은 건 규칙적으로 하고, 집을 구매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중요성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결정에 최대한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충고한다. 선택을 제거하고 시간을

줄이고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쓸데없는 데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 하루에 1시간 벌어들이는 전략은 삶에 여유를 얻고 훨씬 알차게 꾸려나갈 수 있는 정말 소중한 비법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3부에선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장애물 앞에서 '일단 하라'고 주문하고,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답은 자신에게 있으니 충고를 따르지 말라는 충고(?)로 마무리한다. 책 제목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전혀 아니고 행복을 위한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9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책에서도 자주 접하는 내용들도 없지 않았지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술들도 많이 알려줘서 보통 추상적인 얘기만 늘어놓은 책들에 비하면 정말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실용적인 방법들을 담아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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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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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름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들을 읽어봐서 그런지 새로 나오는 작품들이 기존의 작품들과 완전히

차별성이 있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거의 유형별로 어느 정도 공식화가 되어 있는 상태라서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설정과 내용 전개가 이뤄지는데 이 책은 기존에 익숙하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탐정 우에오로 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탐정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추리를 보여준다. 보통 온갖 트릭으로 불가능해보이는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는 게 명탐정의 사명이라면 

이 책의 탐정 우에오로 조는 오히려 기적이 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트릭이 성립하지 않음을

입증한다는 기존 탐정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선보인다. 어쩌면 자신이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와타라세 리제라는 여자의 의뢰를 받아 10년 전에 고립된 마을에서 발생했던 신흥 종교 단체의

신자들의 집단 자살(?)사건 속에서 벌어진 한 소년의 죽음의 진실을 밝힐 임무를 맡게 된 우에오로 조는

조수(?) 역할인 푸린과 함께 리제가 겪은 비현실적 불가능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본 결과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현상인 기적이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린다.

이런 탐정에 어울리지 않는 기적설(?)을 주장하는 우에오로 조에게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일말의 가능성만 제시하면 되는 반박자들과는 달리 이들의 주장을 물리치기 위해선

탄탄한 증거와 논리를 내세워야 하는 상당히 불리한 싸움임에도 반박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첫 번째 주자인 다이몬 노인이 '달군 돼지 무자위'를 이용한 흉기 소실 트릭과 자기방어를 위한

기억 조작을 제시한다. 이러한 거센 공격에 탐정은 책 제목처럼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습니다'라며

한 방에 다이몬의 가설을 무너뜨린다. 다음 타자로 푸린과 인연이 있던 리시가 탐정을 수조에 가두며

'물레방아 트레뷰셋 핀홀샷'이라는 트릭으로 강력한 공격을 해온다. 하지만 탐정의 보고서에는

이 또한 반증을 담고 있어 그의 말대로 기적이 점점 현실화되는 듯 하지만 또다시 인물 뒤바뀜 트릭으로

공격이 들어온다. 본격 미스터리물을 좋아하지만 이 책과 같은 설정은 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건을 만들어내 현학적인 추리 게임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좀 산만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독특한 설정과 톡톡 튀는

캐릭터, 기발한 스토리로 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양식을 선보인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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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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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수단은 엄청나지만 정작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정부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들의 신뢰도는 갈수록 하락해 거의 바닥을

치는 수준이라 신뢰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인데 이 책에선 신뢰가 어떻게 진화해왔으며

앞으로의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진지한 고찰을 하고 있다.

 

먼저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를 크게 지역적 신뢰의 시대, 제도적 신뢰의 시대, 분산적 신뢰의

시대로 나누고 있다. 지역적 신뢰의 시대는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 살던 시대이고,

제도적 신뢰의 시대는 신뢰가 계약과 법정과 상표 형태로 작동해서 지역 공동체 안의 교환을 벗어나 조직화된 산업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구축된 일종의 중개인 신뢰의 시대를 말하며, 마지막으로

분산적 신뢰의 시대는 우리가 막 그 초기 단계를 살고 있는 현재인데 공유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이 바로

분산적 신뢰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분산적 신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신뢰의

중요성을 여러 사례를 통해 얘기하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가 중국의 오래된 문화인

'관시'를 깨뜨렸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에서 중국의 적나라한 '꽌시'

문화를 알게 되었는데 그런 '관시'도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뛰어넘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쌓기는 어려운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비롯해 다양한 엘리트 집단에 대한 신뢰의 추락은 제도적 신뢰가 추락한

반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공통된 원인으로 책임의 불평등, 격리된 반향실, 엘리트와 권위자의

쇠퇴기를 들고 있다. 일부 엘리트 집단이 독점하던 신뢰가 분산된 분산적 신뢰의 시대가 가능한

세 가지 조건으로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신뢰, 플랫폼에 대한 신뢰, 타인이나 봇에 대한 신뢰를

제시하면서 각각에 대해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던 부분은 막연하게만 생각되는 신뢰라는 개념을 이렇게 논리와 체계를 갖춰 풍부한

사례들을 곁들여 설명해내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이었는데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중국의 시민점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모든 사람들의 신용점수를 매기겠다는 놀라운 발상은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단계지만 2020년

까지 의무화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등장이라 할 수 있었다.

웃기는 사실은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라면 국가의 통제와 감시로 난리가 났을 일임에도

중국인들은 시민점수에 따른 혜택에 눈이 멀어 오히려 이런 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혈안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등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보면서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개인 정보가 일거수일투족 제공되고 노출된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은데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나 하는 신용평가를 정부에서 금융은 물론 모든 언행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니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여러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2020년 이후

중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는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 우리가 신뢰해야 할 대상 자체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비트코인 광풍이

지나가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 자체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대세가 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과연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 신뢰가 어떤 모습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막연하게만 생각되던 신뢰가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한 자기계발서만 생각하다가 신뢰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흥미로운 사례들을 바탕으로 진지한 고찰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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