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독일 동화 여행 - 독일 메르헨 가도를 가다
정유선 지음 / 뮤진트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독일 여행을 갔다 와서 그런지 독일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 책도 표지 사진이 작년에 갔던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이라 더욱 반가웠는데 이 책의 주된

여행 일정은 내가 가보지 못한 메르헨 가도여서 과연 어떤 도시들을 여행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엄마와 여자 아이가 함께 그림 형제의 동화들을 따라 떠나는 메르헨 가도 여행은 사실 메르헨 가도의 출발점인 하나우가 아닌 퓌센에서 시작한다. 이 여행의 컨셉이 동화 여행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인 월트 디즈니의 로고로 사용된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부터 둘러보고 메르헨 가도의 대장정을

출발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운 것 같다. 퓌센이 첫 방문지인 걸 보면 왠지 작년에 내가 갔던 일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루프트한자 직항편을 타고 뮌헨으로 가서 뮌헨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인 퓌센을 당일치기로 갔다 오는 코스가 아닐까 싶었더니 다음 도시인 하나우를 뮌헨에서

출발해서 가는 걸 보면 역시나 내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암튼 작년 일정 중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에 가는 모녀의 여정을 보니 작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본격적인 

메르헨 가도 여행은 그림 형제가 태어난 도시라는 하나우에서 시작된다. 그림 형제와 그들의 작품들과

연관된 도시들을 쭉 따라올라가는 동안 엄마와 딸의 여행은 역시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점철된다.

각 도시마다 끝에 관련된 그림 형제의 동화를 압축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전에 읽었던 '뼈들이 노래한다'

에서도 75편의 그림 형제들의 동화들의 핵심을 조각으로 표현해서 인상에 깊이 남아 있다. '뼈들이

노래한다'에서는 그림 형제들의 동화를 너무 간략하게 압축해놓아 그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는데

이 책에선 그래도 2~3페이지로 요약해서 그나마 이 책의 컨셉인 그림 형제들의 동화들을 핵심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마다 딸인 지안이의 일기가 대부분 수록되어 있는데 본문에서

엄마가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들과는 달리 소녀의 감성으로 동화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작년 독일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독일은 소도시들이 발달해 있어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유명

관광지보다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간직한 소도시들이 많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메르헨 가도의 주요

도시들이 딱 거기에 해당했다. 엄마와 딸이 여행을 다니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하며 점점 모녀간의

정이 돈독해지는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모녀가 다녔던 여정을 

따라 메르헨 가도 동화 여행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러리 퀸의 숨은 걸작인 이 책이 정식 계약본으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네요. 국명 시리즈에서 사용된 독자에 대한 도전 등 엘러리 퀸의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진 명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병 속 지옥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6
유메노 큐사쿠 지음, 이현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 대중화되어 국내에서도 이미 인지도가 높은 인기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해 여러 명이 있다. 그만큼 저변도 넓고 역사도 길어 장르소설임에도 확고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어느 가문의 비극'처럼 일본 추리소설의 초창기에 활약한 작가들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인 이 책은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유메노 규사쿠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유메노 규사쿠의 단편 12편이 실려있는데

기존에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이었다. 본격, 사회파, 호러, 고전물

등 나름 일본 추리소설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왠만한 작품은 그리 낯설지가 않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뭔가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사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기에는 좀 애매한 괴담이나 정신이상적인 그런 내용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뤄서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첫 작품인 '기괴한 북'은 연모하던 여자가 딴 남자와 결혼하자 북에 원망과 저주를

담아 그 북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겪는 괴담을 담은 얘기인데 그나마 친숙한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골의 사건'에선 약 한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얘기들과 그보다 좀 더 긴 얘기들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우리로 치면 전설의 고향 비슷한 괴담 같으면서도 야릇한 내용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세 번째 작품인 '사후의 사랑'은 좀 더 나아가 러시아의 마지막 황실 가족들을 소환하는데 제목처럼

좀 뜬금없는 결말로 계속 정신이 없게 만들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유리병 속 지옥'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매의 얘기인데 비록 친남매이지만 오랜 세월을 젊은 남녀 둘이 같이 있다 보니 묘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세 개의 맥주병이 떠내려와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측하게 하는데

왠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느낌도 났다. '사갱'은 광산촌에서 벌어지는

연적에 대한 원한이 낳은 비극을, '기괴한 꿈', '미치광이는 죽는다', '미치광이 지옥'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광기가 야릇하게 발현되어 책을 읽는 나도 정신착란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기존에 만날 수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라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본 미스터리의 다양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라는 책을 통해 로마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해봤고

늘 즐겨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마흔의 공허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로 신화의 매력을

되새김질 했는데 로마는 그리스와 더불어 서양 문명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항상 유럽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곤 한다. 나도 로마를 가본 지가 벌써 16년이 훌쩍 넘어서 그때의 추억이 이젠 가물가물한 상태인데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책이라는

책의 기본 설정이 로마에 대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책으로나마 로마를 다시 여행할

기회가 생겨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라 둘러볼 곳이 너무 많지만 사실 그 진가를 제대로

알면서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면 거기에 어린 역사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인증샷만 남기고 이동하기 바쁜데 이 책은 로마의 있는 유명 관광지들을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그 역사적 배경이나 얽힌 얘기들을 들려줘서 로마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먼저 작년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에서 직접 본 티슈반인의 '캄파니아 평원의 괴테'가

등장해 반가웠는데, 괴테도 로마에 도착해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로마의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이와 관련된 명소들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저자는

로마 여행의 시작을 조금은 뜬금없게도 테르미니 역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약 2,400년 전의 건축물인 세르비우스 성벽이 있기 때문인데, 로마를 찾는 여행객들이나 들르는

이곳처럼 로마의 시작도 이방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전에 읽었던 로마와 관련된

대표적인 역사서인 리비우스의 '로마사' 1권을 언급하고 있어 다시 복습하는 의미도 있었는데

관련된 그림들을 수록해서 미술감상까지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다. 로마에 있는 스페인 광장과

관련해선 한니발과 포에니 전쟁을, 로마의 중심인 포로 로마노에선 10개의 대표적인 유적지를

소개힌다. 전에 포로 로마노를 갔을 때는 이런 유익한 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여서 제대로 알차게

둘러보지 못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전에 로마를 갔을 때 그래도

대표적인 곳들은 구경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나보나 광장을 비롯해 놓친 곳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흔히 로마하면 카이사르를 대표적인 영웅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저자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 역사서가 아닌 일본 작가가 쓴 수필에 불과하고, 특히 총 15권 중 카이사르에게 2권이나

할애할 정도로 균형 감각을 상실해 제국주의자였던 카이사르를 통해 본인의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투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카이사르에 대한 날선 비판도 흥미롭지만 역시 이 책의 장점은 로마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유적지와 예술품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로마를 가면

바티칸 박물관과 성 베드로 성당, 시스티나 성당 등만 들르는데 이 책에서는 이곳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이 로마를 대표하는 곳이라는 하는 보르게세 미술관까지 소개한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낯선 곳이었는데 이곳에도 카라바조와 베르니니의 걸작들이 소장되어 있어 다시 로마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일정에 넣어야 할 곳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대로 로마에 대한

로망이 엄청 부풀어올랐다. 지난 번 로마 여행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로마를 훨씬 더 잘 보고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는데 언젠가는 꼭 이 책에 소개된 로마의 매력적인 곳들을 

샅샅이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사 대논쟁 10가지 - 과학사의 흐름을 바꾼 열 가지 이야기
핼 헬먼 지음, 이충호 옮김 / 가람기획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 역사에 있어 과학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르네상스 이후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과학적 논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된 과학적 방법과 체계적인 학문으로의 기틀을

갖춘 시점이 중세 이후로 볼 수 있고 중세까지는 세상을 지배하는 종교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학문적

거장의 권위에 눌려 감히 기존의 이론에 도전장을 던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과학사를 뜨겁게

달구었던 10가지 대논쟁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데 과학자들만의 논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세상을

바꾼 엄청난 논쟁들도 많이 다루고 있었다.

 

먼저 포문을 연 논쟁은 대중에게도 친숙한 갈릴레이와 교황 우르바누스 8세의 지동설 관련한 

논쟁이었다. 사실 논쟁이라기보단 종교의 힘에 과학이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은 불공평한 대결이라

할 수 있었는데 교황 우르바누스 8세와 갈릴레이가 갈등을 빚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교황이 갈릴레이의 생각을 제대로 몰라서 그랬는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용감했던(?) 갈릴레이가 '천문 대화'란 책을 출판하면서 배신감을 느낀 교황이

그를 탄압해서 결국 유명한 말까지 회자되게 만들었고 세월이 흐른 후 결국 교회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두 번째 논쟁은 예상 외로 계몽사상가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와 존 월리스라는

수학자의 논쟁이 다뤄지는데 유치할 정도의 감정 싸움이 볼만했다. 3라운드에선 진정한 거물들의

한판 대결이 벌어지는데 과학사에서 뺴놓을 수 없는 뉴턴과 뉴턴보단 인지도가 좀 떨어지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라이프니츠 사이의 미적분의 최초 발견자 자리를 놓고 오간 논쟁은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건 전쟁이라 할 수 있었다. 자연발생설 논쟁에선 홉스처럼 볼테르가 등장해 의외라 할 수

있었고, 1라운드의 갈릴레이 사건에 못지 않은 유명한 사건인 진화론을 둘러싼 윌버포스 주교와

토머스 헉슬리의 언쟁은 최고의 당대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사건이이서 지금까지도 종종 인용되곤

한다. 과학이 아니면서도 자꾸 과학의 영역에 발을 담그려는 종교의 눈물겨운 발버둥(?)이 안쓰러울

따름인데 미국에선 여전히 학교 수업에 위장한 창조론이 과학인 척 진화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하니 한심할 나름이다. 지구의 나이를

둘러싼 캘빈과 지질, 생물학자들의 논쟁이나 공룡 화석을 둘러싼 코프와 마시의 싸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특히 코프와 마시의 싸움처럼 감정적인 논쟁은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

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해당 분야에 끌어모으는 역할도 했다. 지금은 정설로 자리잡은

베게너의 대륙이동설도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으며 버텨내야 했고, 최초 인류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 위한 조핸슨과 리키 가족의 경쟁이나 자연이냐 양육이냐를 둘러싼 마거릿

리드에 대한 데릭 프리먼의 도발까지 과학사를 장식한 흥미진진한 논쟁들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고(물론 제대로

설명을 해준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과학사에 포함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논쟁들이 있지만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과학사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