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알리타 : 배틀엔젤', '스탈린이 죽었다',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까지 총 4편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나선 1주일에 한 편을 겨우 보는 상황이다. 회사생활 중 가장 힘든 곳으로 와서

확실한 힐링이 필요한데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년의 가장 아키오는  

아내 야에코로부터 집에 빨리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이런 저런 불길한 생각을 안고 집에 도착한 아키오는 정원에서 소녀의 시체를 보게 되는데...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 이 책은 현대사회의 양대 문제라  

할 수 있는 청소년 범죄와 노인 문제를 한 작품 안에 잘 녹여낸 수작이라 할 수 있었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이 이 작품도 살인사건의 범인 등을 미리 다 알려주면서

이를 범인 가족들이 은폐하려는 과정과 포위망을 좁혀가는 경찰의 수사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우선 충격적인 사실은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아키오의 아들 나오미가  

바로 어린 소녀를 죽인 범인이란 사실이었다. 충격적인 범죄들을 많이 접하지만  

아직 형사미성년자인 나오미의 살인은 역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오미가 소녀를 죽인 사실보다 더 경악스런 것은 
한 생명을 죽이고도 '나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나오미의 태도였다. 살인을 하고도 자기 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저게 인간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나오미를 감싸기만 하는 엄마 야에코나 제대로 야단치지도 못하는 아키오의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는 가정의 전형을 잘 보여주었다.

자식 교육을 모두 아내에게만 맡긴 아버지나 애를 너무 과잉보호한 엄마밑에서

자식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한편 나오미가 저런 괴물이 되어버린 데에는 부모 뿐만 아니라 나오미를 왕따로 만들어  

세상에 적응하게 못하게 한 학교나 사회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끔찍한 아들의 소행을 보고도 부모인 죄로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키오와 야에코의 행동은 내가 부모 입장이라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될 것 같았다.

아무리 괴물 같은 자식이라도 자기가 낳은 죄가 있기 때문에

자식이 그냥 망가지는 걸 볼 수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경찰이 그리 만만한 존재들은 아니었다. '악의'에서 처음 만났던 가가 형사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데 타고난 직감과 논리적인 추리로 단번에 아키오집을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다.

그러자 아키오와 야에코는 점점 좁혀들어오는 수사망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치매에 걸린 노모를 범인으로 모는 끔찍한 계획을 진행시킨다.

사실 아키오는 아내 야에코가 싫어해서 부모들을 거의 모른 채 방치하고 살아온 남자였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어머니 혼자 돌보다 죽었을 때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가 부모님집을 노리고(?)  

마지못해 모친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모친은 치매에 걸리자 완전 찬밥신세가 되고 만다. 

(물론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런 와중에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죄를 제 정신이 아닌 어머니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불효자지만 자식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콩가루 집안인 아키오의 집을 보면서 이름만 가족이지  

전혀 가족같지 않은 집안의 전형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느 가족이나 사연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나도 남의 얘기 할 처지는 아니지만...ㅋ)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안들도 숨겨진 속사정들을 살펴보면

아키오 집처럼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차마 밖에서는 얘기할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이 곪으면  

아키오 집에서 일어난 일들처럼 끔찍한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가정들을 볼 때마다 혼자인 내가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가정이 건강해야 하는데 점점 가족 구성원간에도  

소외와 단절이 만연화되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미술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분아인데 나름 미술 관련한

책들을 종종 보다 보니 확실히 문외한이던 시절은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미술을 다룬

책들이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관심이 가곤 하는데 이 책도 제목부터 친근하게 다락방을

언급하고 있어 어릴 때 살던 다락방 있던 집도 생각나면서 과연 어떤 화가와 작품들을 다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에선 15~17세기인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 19세기 근대미술인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20세기 현대미술인 야수파, 입체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그 밖의 현대미술의 총 4부로 시대와 사조를

기준으로 대표적인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미술 관련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눈높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들이 친근하면서도 술술 읽혔다.

총 27명을 이 책에서 다루는데 친숙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예상 외로 낯선 인물들도 적지가 않았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폴 세잔, 반 고흐 등 미술사에서 빼놓으면 서러워할 인물들도 당연히 등장했지만

첫 번째 타자로 등장한 젠틸레스키를 비롯해서 베르트 모리조, 메리 카사트, 레빈 등 잘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등장해 소개팅을 나간 듯한 설렘도 맛보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여성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홀대받은 여성 화가들을 대거 소개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었다.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그림을 가르쳐주겠다고 접근한 아버지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는 등 여성

화가로서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경이나 역사상 여성 영웅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자신의 악몽을 치유했다. 매 화가들의 사연들을 소개한 후에 마무리는 그들의 그림이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이 총출동했다. 작년에 독일과 벨기에에 있는 미술관들을 나름 열심히 다녀서 내가 갔던

곳이 최소한 한 곳이라도 나올 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한 곳도 없어서 더 열심히 미술관 나들이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조반니 벨리니 소개 때 우정(?) 출연했던 대 피터르 브뤼헬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본 작품이라 반가웠는데 사진을 찍어오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에두아르 마네의 연인이었던 베르트 모리조와 드가와 인연을 맺었던 메리 카사트, 남성을 누드

모델로 세운 최초의 여성 화가인 수잔 발라동, 작년에 갔던 쾰른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했던 케테

슈미츠 콜비츠 등 어떻게 보면 미술사에서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들을 총망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유일한 한국인으로 나혜석을 등장시켜 여성미술사를 제대로 정리한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름 왠만한 화가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음을 절감했다.

그동안 조금 미술관을 다니고 미술책을 봤다고 자만했던 점을 반성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는데 특히

잘 몰랐던 여성 화가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로틱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 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로 각 왕조의 단권화(?)에

일가견을 보인 박영규의 책은 조선왕조뿐만 아니라 고려신라왕조까지는 봤다. 나머지 왕조들의

책들과는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은 조선의 숨겨진(?) 에로틱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유교사상 아래 겉으로는 고상한 척 엄청 체면을 내세우지만

뒤로는 호박씨 까기에 급급한 이중적인 모습의 조선사회에서 실제 성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이 책은

여러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에로틱 심벌이 된 여인들', '춘화와 육담의 에로티시즘', '조선의 섹슈얼리티와 스캔들'의

3부로 나눠져 있는데 먼저 '에로틱 심벌이 된 여인들'에서는 조선시대 남자들의 성적 대상으로 일방적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던 여자들의 한 많은 사연을 기생, 궁녀, 의녀, 첩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성을 상품화한 대표적인 에로틱 심벌인 기생들은 흔히 만인의 연인이자 풍류의 동반자로 여겨졌는데

기생은 천인 신분으로 관청에 소속되어 나라의 재산인 관리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황진이나 장녹수 등

유명 기생뿐만 아니라 기생을 둘러싼 쟁탈전이나 각종 스캔들까지 실제 실록에 있는 얘기들을 수록해서

흥미로운 사연들이 많이 등장했다. 오직 왕만 바라봐야 했던 궁녀는 궁중에서 머물며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봉급을 받는 왕조 시대의 여성 공무원이라 할 수 있었다. 관리들이 품계가 있듯이 궁녀들도

종9품부터 정5품까지 10단계로 나눠지고 상궁, 나인, 비자, 무수리 등 다양한 지위의 궁녀들이

존재했다. 궁궐 밖에서 출퇴근하고 혼인도 할 수 있는 무수리도 있는 등 그동안 사극으로 익숙했던

궁녀들의 몰랐던 면모를 잘 알 수 있었다.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의녀는 정말 제대로 몰랐었는데

의료와 관련된 일만 한 게 아니라 여성 경관 역할도 했으며 조선 양반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첩의

대상이기도 했다. 눈치 백 단 눈물 백 근의 서러운 삶을 살았던 첩은 자의로 첩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자들의 성욕의 대상이자 노리개 거리로 강제 내지 마지못해 첩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종첩은 주인집 남자들이 언제든지 차지할 수 있는 물건이나 다름없다 보니 주인집 남자에겐

강간당하고 그 부인에겐 갖은 학대를 당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2부인 춘화와 육담의 에로티시즘에서는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을 그린 춘화와 요즘으로 하면 야설이라

할  수 있는 육담의 향연이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조선시대 풍속화의 양대 산맥이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린 그림들 중에도 춘화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기대(?) 이상의 높은 수위여서 조선에서도 춘화와

육담이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인간의 본능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음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대부분 남성의 일방적인 성욕 만족을 위해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3부에선 실록에 수록된 성 관련 각종 스캔들과 범죄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같은 스캔들이나 범죄라도

신분의 고하 등에 따라 처벌이 달랐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성

관련 문제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무작정 통제한다고 통제될 수도

없는 것인데 유교라는 위선의 탈을 쓰고 뒤로는 강간의 왕국을 만든 게 바로 조선시대 양반이라는

자들의 행태였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좀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하여

조선시대의 성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잘 정리해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블록체인부터 죽음까지, 그림 인문학
임상빈 지음 / 박영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마다 각자의 시각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보느냐가

중요한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자기의 프레임만으로 세상을 보면 편협한 사고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게 꼭 필요한데 이 책은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보통 사람들은 예술가의 눈을 가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데 이 책에선 예술가들만 할 수 있는

거창한 시각이 아닌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마인드'를

통해 '예술의 색안경'을 쓰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얘기한다.

 

이 책에선 기술, 과학, 예술, 사람의 총 4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술

분야에선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기술들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 블록체인이 등장한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와 관련지어 소개되곤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상호 신뢰와 책임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는데 각 챕터마다

하나씩의 기술을 간략하게 소개해주면서 관련된 미술 작품도 싣고 있어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선 투기의 대상의 전락해버린 암호화폐도

가상화폐의 한 종류임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전에 봤던 책들은 기술 관련해서 좀 더

전문적인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설명해주는 것처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역시 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내어 설명을 하니 내용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다.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로

고대의 4원소설을 필두로 해서 최근의 초끈 이론이나 블랙홀이론까지 그 분야 자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바라보니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측면을 알 수 있게 되면서 저자가

처음에 의도한 대로 각 분야를 입체적, 다층적,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술과 사람까지 총 50개의 주제를 다루면서 관련된 미술작품까지 감상하는 호강을 누렸는데

역시나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절감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을 곱씹어보면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폭이 깊고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