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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평점 :
그동안 회사 도서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만 주구장창 빌려 보다가 너무 히가시노 게이고를
편애(?)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미야베 미유키의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물에 있어 딱히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가 없는데 그나마
탐정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가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 '이름
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희망장'까지 스기무라 사부로의 파란만장한 전업 탐정 변신기를
지켜봐왔기 때문에 시리즈의 5편인 이 책에선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이 책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중편 정도의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절대 영도'는 딸이 자살 미수로
입원했다면서도 장모를 비롯한 처가 식구들의 면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위에 관한 얘기가 펼쳐진다.
딱 봐도 뭔가 구린 냄새가 풀풀 풍겼는데 장모의 의뢰로 탐정 스기무라가 나서자 사위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나고 결국 수면 밑에 있던 엄청난 악행이
끔찍한 사건으로 귀결되고 만다. 사위나 딸이나 다들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들이었는데 그들 뒤에서
끔찍한 만행을 자행하던 자들은 결국 응당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악당과 그 부역자들을 보면 전혀
죄의식이 없거나 남탓만 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인간들과는 어떻게든 안 엮이는 게 최선임을
새삼 느꼈다. 두 번째 '파촉'은 엄마가 이모와 연을 끊고 지내던 중 사촌 언니의 결혼식에 굳이 갔다가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마침 결혼식장에서 연이어 두 커플의 결혼식이 파투가 나는데 그들 사이에도
묘한 인연이랄까 비밀이 있었다. 책 제목과 같은 마지막 작품도 나쁜 인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비극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세상에 자기밖에 모르고 막무가내인 대책 없는 인간들이 적지 않은데 자기 자식도
안중에 없는 무책임한 여자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은 씁쓸한 기분을 들게 했다. 전업 탐정으로 활약하는
스기무라 사부로가 좀 더 탐정으로서 전문성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모질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좀
안쓰러웠다. 거친 세상에 탐정이란 험난한(?) 직업을 수행하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의 사려 깊음이 그나마 여러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