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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평점 :
이주헌 작가의 책은 '역사의 미술관' 등 미술관 시리즈와 두 권짜리인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을
읽어봐서 친숙한 편이다. 이 책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인 '이주헌의 그림 세상'에 연재한 내용들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미술 감상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프롤로그에서 미술
감상은 사랑과 비슷하다며 결국 마음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감상자와 작품이 어떻게 교감하는지가
미술 감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취지이다.
총 5장에 걸쳐 각 장마다 다섯 개의 테마씩을 다루는데 굳이 각 장마다 키워드를 부여한다면 사랑,
마음, 고독, 여행, 희망이 아닐까 싶다. 먼저 이상형과 관련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얘기로 시작
하는데 사랑이 주체와 주체의 호혜적인 관계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랑이라 하기엔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님프 갈라테이아,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얘기가 연이어 등장
하는데 대부분 그리스 신화 속 친숙한 얘기들이지만 관련해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생소한 작품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특히 권력자들의 정부인 코르티잔 관련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도 바로 코르티잔이고 루이 15세의 정부로 로코코 문화의 정초자가
된 퐁파두르 부인은 물론 심지어 여성 스파이로 유명한 마타 하리까지 코르티잔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2장에선 특정 화가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는데 존 에버렛 밀레이, 르누아르, 라울 뒤피의 삶과 작품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3장에서도 앞 부분에선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프리드리히, 페르낭 크노프, 빌헬름 함메르쇠이를 차례로 다룬다. 4장에서 여행은 주로 죽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르놀트 뵈클린, 뭉크 등이 등장한다. 특히 뭉크는 여름에 예술의 전당 전시를 통해
여러 작품을 봐서 그런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5장에선 범죄자 집안 출신 페르메이르로 시작하는데
마침 작년 동유럽 여행 때 드레스덴의 고전거장회화관에서 봤던 작품들이 연이어 나와서 반가웠다
(그런데 작품 소개에 소장처가 베를린 국립회화관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다). 풍속화가 윌리엄 호가스,
모네를 거쳐 죽을 때까지 자기를 세상 최고의 화가로 생각했던 자존감 끝판왕 앙리 루소와 벨기에
가난한 탄광촌 보리나주가 자신의 예술 출발지였던 반 고흐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게 우리가 창조하는 삶이 얼마나 감동적인 것인지 새삼 느끼고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미술책을 통해 많은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삶도 충분히 자신만의 예술로 만들
수 있음을 가르쳐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