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이널 컷
오마르 나임 감독, 로빈 윌리암스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한 인간의 모든 기억을 기록하는 장치인 '조이칩'
조이칩에 기록된 내용은 사망 후 편집되어 장례식에 상영된다.
가장 인정받는 편집자 앨런(로빈 윌리엄스)은
늘 자신을 괴롭히는 어릴 때 기억으로 힘들어하던 중
의뢰받은 조이칩에서 자신을 늘 괴롭혀왔던
죽은 줄로 알았던 어릴 적 친구를 발견하는데...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기록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죽은 후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유가족의 입장에선 죽은 사람과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고 싶겠지만
내가 죽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되는 걸 원치 않을 것 같다.
나의 적나라한 생각과 생활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감상(?)하는 건 정말 너무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남겨두는 것도 좋지만
꼭 시각적인 영상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닌 가슴속에 담겨있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사진이나 비디오 테잎 등 기록하는 매체가 많이 있어
자신이 남기고 싶은 것은 물론 원치 않는 장면까지 남겨지는데 자신의 삶이 송두리채 기록되고
그것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아무리 죽은 후일지라도 너무 수치스러울 것이다.
앨런처럼 자신의 잘못된 기억을 확인하여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사후에 누군가 보게 되는 걸 안다면
좀더 열심히, 그리고 선하게 살려고 할테지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것은 이미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론 신적인 존재가 우리 몸 속에 조이칩 같은 걸 넣어두고
우리가 죽은 후 그걸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심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겁나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설사 신적인 존재라도) 지켜보기 때문에
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닌 행동을 하고 싶진 않다.
물론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꽤 많았겠지만
앞으로라도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남에게 잘 보이기위해 살고 싶진 않다.
나도 기록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조이칩같은 걸 내 몸 속에 넣어 내 인생 전체를 기록해두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포화(?)상태니깐...ㅋ
오히려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이 상당히 많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