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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재출시 (3disc) -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 OST 포함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볼려고 찜해두었던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금발의 초원'을 본 후 이케와키 치즈루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는데
그들이 다시 호흡을 맞춘 이 영화를 놓칠 수야 없지 ㅋ
우연히 소문으로만 듣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와
유모차에 탄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나게 된 츠네오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유모차 신세를 져야하는 조제를 만나
그녀가 세상과 가까워지게 도와주면서 츠네오는 점점 그녀에게 끌리게 되는데...
다리가 불편해 세상과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조제
조제란 이름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1년 뒤'의 주인공 이름이다.
할머니가 밖에서 주워 온 책들을 벗삼아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녀
하지만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아침산책(?)을 감행하는데...
첨엔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불쌍한(?) 그녀를 위해
바깥 세상을 보여 주고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책도 구해 주며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만 조제가 원한 건 동정심이 아니었다.
츠네오의 여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조제는 츠네오가 더 이상 찾아오는 걸 거부하고...
그 후 할머니마저 조제를 떠난 사실을 알게 된 츠네오
다시 조제를 찾아갔을 때 조제가 그를 붙잡자 츠네오는 조제의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이제 시작된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겠다던 무서운 호랑이도 보며 그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츠네오의 부모님에게 인사하러 가는 길에
물고기들을 보러 간 수족관은 하필 휴관이라 못 보았지만
그보다 더 거대한 바다를 첨 직접 보게 된 조제
하지만 둘이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속 그녀는 슬퍼보였다.
그녀는 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온 이별
츠네오의 말대로 더 이상 조제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츠네오는 조제를 떠나 다시 옛 여친에게로 돌아가고
조제는 이제 당당히 세상에 맞서 홀로서기를 하는데...
마지막의 츠네오와 조제의 이별에 맘이 싸하면서도
꿋꿋하게 홀로서기에 나선 조제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좀 슬픈듯한 그녀의 얼굴에 맘이 아팠지만...
역시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과의 사랑은 훨씬 더 큰 사랑과 희생이 필요로 한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과의 사랑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사람의 불편한 몸까지 대신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랑이야 하물며 말해서 뭣하겠는가...
그녀가 읽던 '1년 뒤'란 소설의 스토리처럼
조제는 이미 그들의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츠네오가 자신이 부담스러워 떠날 것이란 사실을...
아무것도 옆에 없던 첨으로 돌아가리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도 그녀에겐 괜찮았다.
그녀에겐 츠네오와 함께 한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으니깐...
사랑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조제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별이 예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도...
사랑하는 동안 열심히 사랑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금발의 초원'에서 소녀였던 이케와키 치즈루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조제역을 잘 소화해 내었고
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담백한 연출력이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한 영화